아버지의 말을 듣고 여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다음 주말에 식사하는 건 어때요? 할아버지도 모시고 같이 가요.”“그래, 어차피 할아버지도 아직 다정 씨와 두 아이를 만나지 못했으니, 언젠가 데려가 만나게 해줘야겠어.”여진성은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방향을 바꾸며 주제를 전환했고 여준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다정 씨와 상의했어요, 내일 할아버지를 만나러 갈 거예요.”이후 이들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눴고 어느새 식사시간이 되었다.식사를 마친 후 여준재는 고다정과 두 아이를 데리고 집을 떠날 준비를 했고 심해영과 여진성은 아이들을 보내기 아쉬워했다.그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놓지 않으며 여준재에게 말해다.“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아이들은 우리와 함께 있게 두고 가는 건 어때?”여준재는 아쉬워하는 부모님을 보고 다시 두 아이를 바라봤고 무언가 말하려던 그때 귓가에 고다정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럼 하준이 하윤이는 아버님 어머님에게 반나절 맡기도록 할게요.”고다정은 말을 마치고 몸을 굽혀 두 아이에게 말했다.“너희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랑 잘 있어. 엄마 아빠가 나중에 데리러 올게.”이 말을 들은 두 녀석은 부모님이 데이트를 하러 가는 줄 알고 장난스럽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알겠어요, 엄마 아빠 데이트 잘 다녀오세요. 우린 방해하지 않을게요.”“이 녀석들...”고다정은 애정을 담아 두 아이의 이마를 살짝 찌르며 웃었다.이후 둘은 여 씨 부부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차를 타고 떠났다.차에 타자마자 고다정은 운전 기사에게 골동품 가게로 가달라고 부탁했고 여준재는 의아해하며 물었다.“왜 갑자기 골동품 가게에 가고 싶어요? 뭐 사고 싶은 거 있어요?”“내일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거니까, 당연히 선물을 준비해야겠죠.”고다정은 걱정스럽게 말했다.“원래는 나중에 할아버지를 만나러 갈 계획이어서 아직 어떤 선물을 준비할지 생각도 못 했어요. 서둘러 준비한 선물이라 할아버지가 좋아할지 모르겠어요.”긴장한 다
역시 고다정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여준재와 구남준을 제외하고 다정과 아이들은 산 중턱에 도착할 때쯤 상당히 지쳐있었다.특히 두 아이는 긴 길을 걸어온 탓에 고분고분 말을 잘 들을 수밖에 없었다.일행이 산 중턱에 도착하자 이미 진즉부터 기다리고 있던 집사가 도우미들과 함께 맞이하러 나와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도련님, 사모님, 수고하셨습니다. 어르신이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말을 하면서 그는 손짓했고 여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고다정을 이끌고 별장으로 들어가려 했다.바로 그때, 뒤에서 두 아이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고다정은 급히 돌아보았고, 두 아이가 도우미들에게 안겨있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급히 질문하려던 그때 귓가에 집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르신이 꼬마 도련님과 아가씨가 오느라 힘들겠다고 걱정하셔서 아이들을 안고 들어가라고 하셨습니다.“그렇군요.”고다정은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두 아이는 도우미의 품에서 허우적거리며 말했다.“집사 할아버지, 저희를 내려주세요. 우리 스스로 걷고 싶어요.”비록 지쳐있지만, 두 아이는 낯선 사람에게 안기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그 말에 집사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요, 그럼 내려줄게요.”그는 도우미들에게 손짓했고 자유를 되찾은 두 아이는 부모님 곁으로 달려갔다.이 작은 해프닝은 아무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고 곧이어 일행은 집사를 따라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거실에 앉아 있는 백발의 노인, 여 씨 가문의 어르신이 보였다.어르신의 얼굴에는 세월의 깊은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그의 젊은 시절 멋진 모습을 여전히 엿볼 수 있었다.게다가 오랫동안 권력을 휘두른 탓인지, 어르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위엄 있는 모습이었다.두 아이는 멀리서 엄숙한 모습의 할아버지를 보며 조금 긴장했고 고다정도 압박감을 느끼며 여준재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여준재는 상황을 지켜보더니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그의 뜻을 모를 리
이와 동시에 고다정도 자신의 상자를 열었고, 어르신의 통 큰 선물에 깜짝 놀랐다.상자 안에는 최고급 에메랄드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팔찌가 들어있었다. 햇빛 아래에서 신비로운 초록빛을 발하는 팔찌는 상당히 아름다웠다.여준재도 그 팔찌를 보고 놀랐다.이는 한때 그의 어머니가 할아버지에게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이었는데, 이것을 고다정에게 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다정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그녀는 손에 든 값을 매길 수 없는 귀중한 팔찌를 보며 안절부절못했다.“이 선물은 너무 비쌉니다, 받을 수 없어요.”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선물을 돌려주려 했지만, 여준재가 막아섰다.“할아버지가 준 선물이니 그냥 받아요.”“그래 다정아. 그냥 팔찌를 받아둬. 네가 없었다면 이 녀석은 아마 평생 혼자였을 것이니 이 집안의 일등공신은 너야.”여준재의 할아버지도 맞장구를 치며 여준재를 놀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여준재는 못 말린다는 표정을 지었고 고다정은 이 상황을 지켜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고 팔찌를 받았다.이후 가족들은 거실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분위기는 점점 더 화기애애해졌다.시간이 흐른 뒤 집사가 식사가 준비됐다고 알렸고 여준재의 할아버지는 고다정을 불러 함께 식사하자고 했다.식탁에 앉아서도 모두 웃음꽃이 만개한 채 이야기를 나누며 따뜻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여준재의 할아버지는 기쁨에 술을 두 잔이나 더 마셨고 세 번째 잔을 따르려 할 때 여준재가 말렸다.“할아버지, 오늘 이미 너무 많이 마셨어요. 더는 드시면 안 돼요. 곽 씨 아저씨, 할아버지 잔 좀 치워주세요.”마지막 말은 옆에 서 있던 집사, 곽준범에게 한 말이었다.곽준범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준재 할아버지의 술잔을 가져갔다.할아버지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더 말하지 않았다. 어쨌든 여준재도 그를 생각해서 한 말이었기 때문이다.고다정은 이 광경을 보고 궁금했는지 여준재에게 물었다.“할아버지가 무슨 병을 앓고 계세요?”“심각한 병은 아니에요. 노인들에게 흔한 병이
양가가 정식으로 식사를 마친 후, 여 씨 집안에서는 공개적으로 연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이 연회는 고다정과 여준재의 결혼 발표도 포함하고 있어, 여 씨 부부는 연회를 크게 치를 예정이었다. 평소 두 가족의 친척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파트너와 다른 가문들까지 초대할 계획이었다.이 때문에 두 부부는 매우 바쁜 시간을 보냈고 여진성도 회사 일을 여준재에게 모두 맡기고는 연회 준비에 집중했다.여준재도 기꺼이 수락하며 날마다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보냈다.반면 고다정은 이들 중 가장 한가했고 매일 늦게까지 바쁘게 일하다 돌아오는 여준재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그날도 여준재는 밤늦게 돌아왔다.고다정은 그의 지친 얼굴을 보며 참을 수 없어 말했다.“계속 이대로 가다간, 전에 겨우 회복한 몸이 다시 망가질 거에요. 왜 이렇게 바빠졌어요?”“걱정하게 해서 미안해요. 하지만 이제 곧 끝날 거에요. 이번 주말은 비워두려고요.”여준재는 미안한 듯 고다정을 안았고 고다정은 그 말에 궁금해하며 물었다.“주말에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고모를 해외에서 불러와서 우리의 약혼식 드레스를 만들어달라 부탁했어요.”여준재는 숨기지 않고 고다정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추며 부드럽게 설명했다.고다정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달콤해 났고 자신을 안고 있는 준재의 손을 잡고는 몸을 돌려 깊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나한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어 하는 건 알지만, 이 일 때문에 피곤해지는 건 원치 않아요. 당신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깐요.”“알아요.”여준재는 눈앞의 여인을 바라보며 그녀의 솔직한 고백에 감동했는지 머리를 숙여 그녀의 부드럽고 탐스러운 입술에 입을 맞췄다.입술이 맞닿자 방 안의 공기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밤은 아직 길었다....눈 깜짝할 새 토요일이 되었다.고다정은 일찍 일어나 옆에서 아직 자는 준재를 깨우지 못하고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나 씻었다.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외할머니와 두 아이가 거실에 있었다.“외할머니, 하준이, 하윤이, 좋은 아침이에요.”“엄
그 말을 듣고 고다정은 테이블 위에 있는 파일 가방을 집어 들고 열어봤고 두 아이도 가까이 다가갔다.디자인이 담긴 종이가 펼쳐지자 거실에는 그들의 감탄이 울려 퍼졌다.“와, 너무 예뻐요.”“고모할머니, 이건 다 엄마를 위한 드레스인가요?”하윤이가 기대감 가득한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역시 어떤 여자도 예쁜 드레스를 거부할 수는 없었다.여진숙은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는 그녀의 통통한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네 드레스도 있으니까, 뒤에 있을 거야.”“저도 있어요? 엄마, 빨리 내 드레스도 찾아주세요.”꼬마 녀석은 흥분된 눈빛으로 고다정을 쳐다봤고 고다정은 당연히 거절하지 않고 손에 든 초안을 찾기 시작했다.곧 그녀는 뒤쪽에 있던 디자인 중에서 꼬마 녀석의 드레스와 하준이의 정장을 찾아냈는데 모두 상당히 세련된 디자인들이었다.“와, 너무 예쁜 드레스에요. 너무 좋아요!”하윤이는 행복한 듯 그 자리에서 방방 뛰어올랐고 하준이의 손을 잡고 다시 흥분해서 말했다.“오빠 옷도 너무 멋져. 고모할머니 너무 대단해요, 이렇게 예쁜 드레스를 디자인 할 수 있다니.”“고모할머니 감사합니다.”하준이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진숙에게 고마움을 표했다.하윤이와 달리 그는 좀 더 내성적인 성격이었다.이에 여진숙이 손을 내저으며 답했다.“이제 우리는 한 가족이니까,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 너희들만 좋아하면 된 거야.”그녀는 말을 하며 고다정을 바라보며 물었다.“다정이는 어때? 수정할 부분이 있어? 없으면 스튜디오에 사람들더러 제작을 시작하게 하려고.”“고모님, 디자인이 너무 완벽한데요? 싫은 부분을 찾을 수 없어요!”고다정이 감격한 눈빛으로 여진숙을 바라봤다.하지만 이때 그녀는 어딘가 이상함을 느끼고 되물었다.“고모님 방금, 이 모든 디자인을 다 제작하려고 하신 거에요?”“맞아.”여진숙이 고개를 끄덕였고 고다정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전 이렇게 많이 입지 못하는걸요.”“뭐가 많아요?”여
심여진에게 연이어 공격당한 고경영은 그제야 흥분을 거두고 냉정을 찾았다.그는 자리에 선 채로 침묵을 유지하며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심여진은 그의 그런 모습을 보며 속마음을 알아챌 수 없어 무언가 더 말하려 했으나 입을 열기도 전에 귀에 들리는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어떻게든 관계부터 회복해보자. 어쨌든 우리 손에도 고다정 그 년이 원하는 것이 있으니까.”그의 말을 들은 심여진은 입가에 미소가 슬며시 번졌다.그녀의 선동 계획이 성공한 것이다....다음 날 오후, 고경영은 선물을 들고 고다정이 있는 별장의 산기슭에 도착했지만, 경비에게 막히고 말았다.“죄송합니다. 예약하셨나요?”“당신들 여주인의 친아버지야. 왜? 내 딸을 만나는데도 예약이 필요한가?”고경영이 불쾌한 듯 바라보며 말했지만, 경비는 냉정하게 대답했다.“저희의 업무에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미동도 없는 경비에 고경영은 화가 났지만, 소동을 일으킬 수 없었다. 어쨌든 오늘 찾아온 것은 고다정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함이었다.“그래, 알겠어.”말을 마치고 고다정은 경비를 난처하게 만들지 않고 휴대전화를 꺼내 결국 고다정에게 전화를 걸었다.고다정이 전화를 받았을 때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다소 놀라긴 했다.그녀는 눈썹을 찌푸리더니 결국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죠?”지금 전화를 받지 않으면 계속 전화로 귀찮게 굴 것이 분명했고 그럴 바에는 이 사람이 뭐라 하는지 듣는 편이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빠르게 전화 반대편에서 고경영의 아부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다정아, 아빠야, 지금 너희 집 밑에 있는데, 경비더러 나 들여보내게 해줘.”“뭐하러 온 거에요?”고경영이 산 밑에 있다는 소식에 고다정은 더욱 미간을 좁히며 경계심 가득한 말투로 되물었다.고경영도 그녀의 뜻을 알아채고는 가슴속으로는 분노가 들끓었지만, 꾹 참고 좋은 말투로 답했다.“우리 두 외손주 보러왔지, 애들 선물도 들고 왔어. 다 남한테 부탁해서 해외에서 갖고 온 거야.
고다정의 말을 들은 여준재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이 일은 내가 처리할게요.”그는 고경영에게 파티를 망칠 기회를 절대 주지 않을 것이다.고다정은 그의 차가운 표정을 보고 아무런 반대도 하지 않았다.어쨌든 그렇게 중요한 장소에서 고다정 또한 누군가에 의해 그 자리를 망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한편, 고경영도 회사에서 집으로 돌아갔다.심여진은 집에 돌아온 고경영을 보고는 반갑게 맞아주었고, 친절히 물었다.“오늘 다정이와 만난다는 건 어떻게 됐어요? 서로 만났어요?”“내 앞에서 그 일 꺼내지도 마. 그년, 자기 엄마랑 하는 행동이 아주 똑같아.”고경영은 분노에 찬 얼굴로 입을 열더니 소파에 앉은 뒤 짜증스러운 듯 옷깃을 잡아당겼다.거기에 관한 결과는 당연히 알고 있던지라, 심여진은 얼굴에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곧 표정 관리를 하며 그를 다독였다.“됐어요, 너무 화내지 말아요. 전에 우리가 다정이를 그렇게 대했으니, 걔도 홧김에 당신을 보려 하지 않는 거도 정상이에요. 몇 번만 더 찾아가 보면 될 거에요.”그 말을 들은 고경영은 침묵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고다정이 강수지의 물건에 대해 엄청 신경 쓰고 있다는 걸 말이다. ‘내가 그 주식을 손에 쥐고 있어도 다정이 너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게다가 정 안되면 그는 바로 여준재를 찾아갈 예정이었다.다만 여준재가 자신을 만나려 할지가 확신이 서지 않기에, 일단은 고다정 쪽부터 손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심여진은 고경영의 이런 생각에 대해 당연히 단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그녀는 말이 없는 고경영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뜬 채 이어서 말했다.“그나저나 다정이와 주식에 관한 이야기는 해봤어요?”“했지. 근데 그년이 미끼를 물지 않더라고. 내가 주식으로 조건을 바꾸려 한다는 걸 눈치챘어.”고경영은 깊은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그 말을 들은 심여진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다시 한번 이간질을 시전했다.“기왕 이렇게 된 이상 그냥
이튿날 오후, GS 그룹.고경영은 업무를 마친 뒤 다시 고다정을 찾아갈 준비를 하였다.하지만 이때 그의 비서가 사무실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회장님, 여 대표님이 오셨습니다. 말로는 이력서가 필요해서 왔다고 합니다.”“여 대표?!”고경영은 다소 놀라운 듯 바라보았고, 믿어지지 않아 재차 확인했다.“지금 그 YS 그룹의 여 대표 말하는 건가? 아니면…”비록 그는 뒤에 말을 이어서 하지는 않았지만, 비서는 그의 말뜻을 이해하고 답했다.“네, YS 그룹의 그 여 대표님입니다.”그 말을 들은 고경영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그분이 어떻게 여기에?”그는 비록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흥분감으로 가득했다.여준재가 어떤 원인으로 찾아왔든 간에, 일단 그가 오기만 하면 회사나 고 씨 가문에 있어서는 모두 좋은 일이니 말이다.여기까지 생각한 고경영은 기뻐하며 손바닥을 비볐다. 하지만 비서가 아직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어 그는 눈치가 없다면서 갑자기 화를 내며 노려보았다.“여기서 멍하니 뭐 하나? 얼른 여대표를 모셔오지 않고?”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떠나려 하자, 고경영이 다시 그를 불러세웠다.“잠깐만, 그냥 내가 직접 가서 맞이해야겠구먼.”그는 말을 마친 뒤 비서를 지나쳐 빠르게 사무실 입구에서 사라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고경영은 이미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엘리베이터를 나온 뒤, 그는 로비에서 아우라를 풍기고 있는 여준재를 발견했고, 얼굴에는 곧바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안녕하세요, 여 대표님. 이렇게 저희 GS 그룹에 찾아주시다니, 진짜 영광입니다.”그의 아첨하는 모습을 본 여준재는 순식간에 혐오감으로 가득 찼다.“오늘 온 이유는 고 회장님과 한 프로젝트에 대해 의논해보려고 왔습니다. 그냥 여기서 이야기할까요?”“아이고, 내 정신 좀 봐요. 여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눌 것만 생각하다 보니, 위층으로 초대하는 걸 까먹었네요.”말을 마친 뒤 고경영은 여기로 오라는 제스처를 취해 보이며 여준재더러 뒤따라 오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