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에서 벌어진 소동에 대해 고다정은 모르고 있었다.그녀는 부인들과 얘기를 마친 후, 두 아이랑 임은미와 같이 구석진 곳을 찾아 쉬고 있었다.얼마 후, 들고 온 디저트와 음료수를 다 먹어 치우고, 두 아이는 더 먹고 싶다고 칭얼댔다. 고다정은 아이들이 저녁에 별로 먹지 못한 것이 걱정되어, 임은미한테 아이들을 맡기고 디저트 코너로 가서 먹을 것을 좀 더 가져올 생각이었다.그리하여 가다가 뜻밖에 멀지 않은 곳 사람들 사이에서 웃는 얼굴로 여기저기 비위를 맞추고 있는 고경영을 보게 되었다.육성준이 자기 생일 파티에 저 사람들을 청할 리 없는데, 어떻게 된 걸까 하고 그녀는 생각하다, 고씨 집안사람들처럼 이익만 쫓아다니는 인간들은 청하지 않아도 얼굴에 철판 깔고 찾아올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그러는 와중에 어떤 정장 차림의 젊은 남자가 그녀의 앞에 다가와서 정중하게 인사하며 말했다.“아가씨, 저희 부회장님께서 고씨 집안사람들이 왔으니, 애들을 데리고 조심하라는 말씀을 전달하라고 하셨습니다.”“알겠어요. 성준이한테 고맙다고 전해줘요.”눈앞의 사람이 육성준 신변 비서인 걸 알아본 그녀는 그의 말에 머리를 끄덕였다.맡겨진 임무가 완성되자 비서는 그만 떠났다.고다정도 더 머물지 않고 디저트를 좀 집어서 두 아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두 아이는 엄마가 맛있는 걸 들고 오니 매우 기뻐하며 그걸 맛있게 먹었다. 고다정은 그들한테 먹을 것을 먹여주며, 임은미한테 고씨 집안사람들이 왔다고 얘기했다.“나 방금 디저트 가지러 갔다가 고씨 집안사람들을 봤어.”“고씨 집안사람을? 다정이 네가 잘못 본 게 아니고?”임은미는 매우 의외였다.고다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잘못 본 게 아니야. 조금 전 육성준이 비서를 보내 나한테 귀띔까지 해줬어. 고씨 집안사람뿐 아니라 진시목도 왔어.”이 말을 들은 임은미는 저도 모르게 분통이 터졌다.“육성준은 어떻게 된 거야? 너랑 고씨 집안 사이를 뻔히 알면서, 그 사람들을 왜 불러!”“성준이가 부른 게 아닐 거야.
“여보, 여 대표님과 고다정 그 계집애가 그렇고 그런 사이인데, 우리 회사 일을 여 대표님한테 부탁드려도 완전 문제없겠는데요?”심여진이 고경영을 꼬드겼다. 그러자 고경영은 머뭇거리며 말했다.“여 대표가 우리를 도와줄까?”“당신이 고다정 아버진데, 아무리 사이가 안 좋더라도 그건 변하지 않잖아요. 그리고 여 대표 말고 우리한테 다른 대안이 없잖아요. 방금 당신이 인사드린 그 사람들 봐요, 어느 누가 우릴 거들떠보기나 하나. 당신도 눈치챘을 거 아니에요.”그녀가 그럴듯하게 설득하니 고경영은 마음이 흔들렸다.지금 여준재 밖에 고씨 집안을 도와줄 사람은 확실히 없어 보였다. 오늘 그가 생일연회에 섞여 들어온 것은, 자금 조달을 도와줄 파트너를 찾기 위해서다. 그의 판단 미스로 인해, 고씨 집안이 해외에서 투자한 프로젝트가 잘못되어, 회사 자금이 모두 묶여버렸다. 지금은 이리저리 돌려막으면서 겨우 지탱하고 있지만, 만약 새로운 자금이 더 들어오지 않는다면, 회사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폭삭 망하게 될 것이다.고경영은 자신이 반평생 수고스럽게 일궈 닦은 회사가 망하는 꼴을 볼 수 없어 오늘 여기에 오게 됐다.곰곰이 생각하니 그도 심여진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비록 고다정과의 사이가 매우 안 좋더라도, 그가 고다정의 생부인 점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니 말이다.“내가 이따가 기회를 봐서 다정이한테 말하겠소.”“당신이 알아서 하신다니 됐어요.”심여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눈빛 속에는 뭔가 반짝이며 고다정이 있는 쪽을 힐끔 했다.고씨 부부의 대화를 고다빈은 듣지 못했다.연회장에 들어온 후부터 그녀와 진시목은 고씨 부부와 따로 갈라져 다녔다.그녀는 회사에 보탬이 되려고 진시목의 비즈니스 파트너를 자기한테 소개해 달라고 했다. 회사가 난관에 봉착했으니 진시목도 고씨 집안의 사위로서 수수방관 안 하는 게 맞지만, 진씨 집안 어른들이 고씨 회사가 밑 빠진 독이라는 걸 진작에 간파하고, 진시목한테 절대 돈을 빌려주지 못하게 막았다.그 일로 고다빈과 진
이렇게 생각하니 고다빈은 내심 더욱 달갑지 않고 분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표정이 냉담하게 변한 그녀는 빈정대며 그 부인들한테 말했다.“전 여러 사모님께서 저 여자를 안 만나는 게 좋겠어요. 저 여자는 무슨 여 대표님 사모님이 아니에요. 그저 여 대표님이 곁에 둔 내연녀 같은 거지.”이 말에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몇몇 부인들은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다빈은 그녀들의 반응을 아랑곳하지 않고, 절대 그녀보다 고다정이 더 우쭐대게 놔둘 순 없다 생각하며, 오만한 걸음으로 고다정을 향해 걸어갔다.다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고다정을 칭찬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사모님과 여 대표님은 정말 선남선녀가 따로 없어요. 너무 부러워요.”“그렇고 말고요. 저는 여 대표님이 이렇게 부드러운 모습을 처음 봐요.”“역시 훌륭한 사람들끼리 끌리는 법이에요.”그 말에 고다빈은 비웃으며 입꼬리를 올리더니 갑자기 볼륨을 높이며 말했다.“여 대표님이 훌륭한 건 맞지만, 사람 보는 눈이야말로 정말 너무 형편없네요.”그녀의 말이 끝나자 한창 웃고 떠들던 장내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고다빈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어떤 인물이길래 감히 이런 망언을 내뱉는가 하며 그녀를 아래위로 훑었다.고다정과 여준재도 가까이 다가온 고다빈을 보고 안색이 약간 어두워졌다.“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고다정이 물었다.그러자 고다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당당하게 고다정을 향해 도발했다.“왜, 너도 여기 오는데 난 오면 안 돼?”그러면서 그녀의 시선은 여준재한테로 스쳐 가더니, 또 예전에 여준재한테 당했던 것을 생각하고는 마음속에 원한이 솟구쳐 참지 못하고 그를 비웃기 시작했다.“대단한 여 대표님께서 굴러먹던 애를 데려다가 키우고 헌신짝 수집하는 취미가 있으신 줄은 몰랐네요. 정말 세상엔 놀랄 일들이 많아요, 그렇죠?”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장내가 소란스럽게 떠들기 시작했다.“아까 곁에 둔 내연녀라는 건 뭐지?”“굴러먹던 애라니, 설마 내가 생각하
“내가 뭘 알아. 난 네가 약혼 직전에 시목 오빠를 배신하고, 다른 남자랑 바람피웠다가 그 남자의 애까지 임신했다는 것밖에 몰라.”고다빈은 고다정의 경고를 못 들은 척하며 일부러 5년 전 일을 다시 들춰내 고다정 의 비위를 거스르게 했다.그녀가 거듭 지난 일을 거론하며 자신을 모욕하니 고다정은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고다정의 감정 기복을 느낀 여준재는 그녀의 손을 잡고 조용히 위로했다.“두려워 마요. 내가 있으니까.”“두려운 건 아닌데, 그냥 너무 화가 나요.”고다정은 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며 걱정스러운 듯 두 아이를 보았다.여준재도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을 보고 뭘 걱정하고 있는지 잘 알아,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에게 맡겨요.”고다정은 그가 어떻게 처리할 건지 물어보려고 하는데, 여준재가 그녀 먼저 고다빈을 향해 차갑게 입을 열었다.“기왕 5년 전의 일을 입 밖에 꺼냈으니, 나도 이제 알려줄게. 이 두 아이는 내 아이야. 5년 전 다정 씨와 같이 있었던 남자도 나야. 무슨 내연남이 아니라.”이 말이 나오자, 장내가 떠들썩하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뭐? 그때 그 남자가 여 대표라고?”“반전의 반전이구먼. 너무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겠네!”“근데 그렇다고 해도 고다정이 약혼 전에 약혼자 배신한 건 사실이잖아.”누군가 여준재의 말꼬리를 잡는 얘기가 들리자 다른 사람들마저 해명을 바라는 눈빛으로 여준재를 쳐다보았다.여준재는 그 소리를 듣고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그때 고다정은 약혼자를 배신하지 않았어. 어떤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이 고다정한테 약을 탔지. 다정 씨도 자신이 덫에 걸린 걸 알고 가까스로 거기서 도망 나왔지만, 얼떨결에 내 방으로 들어오게 된 거야. 그리고 마침 똑같은 수작에 걸린 나와 마주치게 됐어.”고다빈과 심여진은 이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고 고경영도 옆에서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고경영은 고다정과 잠자리를 한 사람이 여준재인걸 이제 알고
육성준은 고다빈의 말에 화도 나고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를 터뜨렸다.“내 생일파티에서 소란을 피우는데 내가 왜 못 쫓아내?”말하는 동안, 그는 곁에 서서 방관자의 자세로 구경만 하는 진시목을 보니 경멸의 감정이 차올라, 아예 상대를 그로 바꿔 기세등등하게 따져 물었다.“진 사장님, 당신 와이프가 내 생일파티에서 내가 귀하게 모신 손님한테 폐를 끼쳤는데, 저한테 무슨 설명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진시목은 상관하고 싶지 않았지만 더 이상 그럴 수 없단 걸 알고 사람들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저도 모르게 여준재 곁에 있는, 예전보다 더 아름다워진 고다정을 향했으며, 달갑지 않은 감정과 또 말로 설명이 안 되는 복잡한 정서가 뒤섞여 마음이 어지러웠다.고다정도 그의 시선을 느꼈으나 마음속에 아무런 파장도 없었고 본 척조차 하지 않았다.오히려 여준재가 어두운 낯빛으로 그녀 앞에 막아서며 진시목의 시선을 차단해 버렸다.그가 가로막는 행동에 진시목은 눈빛이 어두워졌다.아직 여준재와 충돌을 만들고 싶지 않은 그는 고다정을 향한 시선을 거두었다.그러나 그의 이런 일거수일투족을 고다빈은 다 지켜보고 있었다.상황만 허락이 됐다면 고다빈은 당장이라도 달려가 고다정을 여준재 뒤에서 끌고 나와 얼굴을 왕창 허벼 망가뜨려 놓고 싶었다.‘나쁜 년, 여준재를 꼬신 것도 모자라 내 남편까지 꼬시려 들어?’그녀의 마음속엔 질투와 분노의 파도가 세차게 일렁이었지만, 얼굴은 평온함을 애써 유지했다.그러다 그녀는 억울한 표정을 짓고 진시목을 바라보며 말했다.“자기야, 난 소란 피운 게 아니라 사실을 몇 마디 말했을 뿐인데 부회장님이 날 쫓으신대.”“허, 고다빈. 너의 그 적반하장으로 남한테 덮어씌우는 버릇은 여전하구나. 넌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바보로 보여?”육성준은 그녀를 아니꼽게 보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웃으며 빈정댔다.“아, 너 그거 모르지. 네가 아까 소란 떨 때 진 사장님이 옆에서 다 보고 있었거든. 그러니까 너도 이야기를
사건이 일단락된 후 육성준은 다른 손님들도 챙겨야 했기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고 임은미도 주위에서 보내오는 시선을 견디기 어려워 핑계를 대고 고다정의 곁을 떠났다.어찌 됐든 방금 발생한 일 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다정의 일에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하지만 이런 시선들을 고다정과 여준재는 크게 개의치 않았고 두 녀석은 오히려 흥분된다는 듯 여준재를 바라보며 까만 눈동자는 기대감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여준재도 자연스럽게 그들의 눈빛을 느꼈고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꿰뚫어 보고는 표정이 스르르 풀어지며 알면서도 짓궂게 질문했다.“왜 이렇게 보는 거야?”“아빠, 진짜 우리 친아빠 맞아요?”하윤이가 참지 못하고 물으며 여준재의 옷깃을 잡은 채 기대감 가득한 눈빛을 보내왔다.여준재는 몸을 낮추고 하윤이와 시선을 맞추며 답했다.“진짜로 친아빠 맞아, 엄마가 증인이야.”말을 마치고는 고다정을 한눈 쳐다봤고 두 녀석도 무의식적으로 고다정을 바라봤다.진실을 원하는 세 사람의 눈빛에 고다정도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진짜 너희들 친아빠야.”“진짜 친아빠라고요? 그럼 왜 전에는 엄마랑 아빠가 저희한테 알려주지 않은 거에요?”두 녀석이 입을 삐죽거리며 불만을 표출했고 고다정은 그들을 지켜보더니 변명하지 않고 여준재 스스로 답변을 주도록 눈짓했다.애초에 숨기려고 한 것도 그였으니 말이다.여준재는 고다정의 눈짓을 알아채고 말문이 막혔지만 두 녀석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다.이 일로 아이들과 사이가 멀어지는 걸 원치 않았던 여준재는 천천히 설명해줬다.“아빠는 알려주기 싫었던 게 아니야. 애초에 아빠랑 엄마는 의외의 사건 때문에 너희들이 생겼고, 너희 곁에서 5년이나 함께하지 못했으니 너희들도 갑자기 나타난 아빠를 받아들이기 어려울까 봐 걱정했어. 지금 너희들도 내가 진짜 아빠란 걸 알게 됐는데, 아빠가 싫은 건 아니지?”“당연히 아니죠! 난 아빠가 너무 좋은데요?”하윤이가 먼저 반박하며 그대로 여준재의 품에 쏙 안겼다.여준재는 꼬마 녀석
마음속으로는 화가 났지만 고경영은 얼굴에 드러내지 않았다.그는 고다정이 자신을 반기지 않는 것을 알아채고 관계를 더 망치고 싶지 않아 억지로 웃으며 답했다.“그래, 난 가볼 테니 화내지 말아라. 그래도 이제 여 대표님이랑 아이들을 데리고 밥 먹으러 오는 거 잊지 말고. 뭐라 해도 여 대표님한테 시집갈 때 친정 사람들이 필요할 거다.”말을 마치고는 고다정에게 입을 열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몸을 돌려 떠났다.하지만 몇 걸음 못가 두 아이를 데리고 오는 여준재와 마주쳐 버렸고 여준재는 고경영을 보더니 눈썹을 찌푸리며 불쾌한 눈빛을 보냈다.두 녀석도 경계심 가득한 얼굴이었다.왠지 모르게 그들은 이 할아버지를 알지 못했지만 좋은 사람이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특히 할아버지가 그들을 보는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경영은 그들 얼굴에 가득한 냉담함을 읽어내지 못했는지 먼저 인사를 건넸다.“여 대표님 오랜만이네요. 하준이 하윤이, 나 외할아버지야, 이제 기회가 되면 엄마가 너희들을 데리고 외할아버지 집에서 놀게 할 거야.”그 말에 두 녀석은 어안이 벙벙했다.외할아버지는 엄마의 친아빠가 아닌가?이 할아버지가 자신이 외할아버지라면 혹시 우리 엄마의 친아빠란 말이야?두 녀석이 의혹 가득한 눈빛으로 여준재를 바라보며 답을 기다렸고 여준재도 그들이 시선을 알아채고는 옆에서 작위적인 미소를 짓고 있는 고경영을 힐끗 바라보며 냉담하게 입을 열었다.“너희 외할아버지 일은 나중에 엄마한테 물어보자. 밖에선 낯선 사람의 말을 함부로 들으면 안 돼.”그 말에 여준재가 자신을 위해 말해줄 줄 알았던 고경영이 그대로 자리에 얼어붙었다.하필 여준재는 그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고다정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고 고다정도 그들이 오는 것을 보고는 황급히 다가오며 물었다.“아까 그 사람 당신들 잡고 뭐라고 했어요?”그 사람은 고경영을 가리키는 것이었다.여준재는 고다정의 근심을 알아채고 먼저 말해줬다.“아무 것도 아니에요. 우리더러 고
고다정은 은미를 바라보며 화를 내다 말고 갑자기 멈칫하더니 양심에 찔린 듯 여준재를 바라보더니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이야?”“아니야, 저기 남준 씨, 여기서 내려줘요. 물건 살게 생각나서요. 그러니 데려다주지 않으셔도 돼요.”임은미는 당장 자리를 도망치고 싶었다. 여준재가 다정의 곁에 없을 때 다시 다정을 찾아 제대로 따질 생각이었다.황급히 차에서 내리더니 귀신이라도 쫓아오는 듯 도망치는 은미를 보며 다정은 어딘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왜 저러죠?”“음, 뭐 찔리는 거라도 있나 봐요.”여준재는 임은미가 도망친 쪽을 바라보며 짓궂은 말투로 대답했고 고다정은 더 이해가 가지 않아 되물었다.“은미가 뭘 했길래 이렇게까지 찔리는 거죠?”그 말에 여준재는 그녀를 품에 껴안고는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아마 내 나쁜 말을 적지 않게 했나 봐요.”“나쁜 말이라뇨, 그럴 리가...”없다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고다정이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전에 다정과 은미가 여준재의 정체를 몰랐을 때 아이의 아버지를 얘기하면서 적잖게 저주를 내리긴 했었다.이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귓가에 중저음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내 기억으로는, 다정 씨도 내 뒷담화에 맞장구를 쳤던 것 같은데요.”“크흠, 그건 당신이 그 남자인 줄 몰랐었고요, 모르는 것도 죄가 되나요?”고다정은 억지로 변명했고 여준재는 그녀의 모습에 빙그레 미소짓더니 두 눈 가득 사랑을 담아 그녀를 쳐다봤다.빠르게 그들은 산장에 도착했고 강말숙은 이미 잠자리에 든 시각이었다.네 가족은 간단히 세수를 마친 후 잘 준비를 했고 두 녀석은 아이들 방으로 돌아가기 싫어 여준재와 고다정과 함께 자겠노라 칭얼거렸다.여준재는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없어 실망하기도 했지만 두 녀석의 기대감 가득한 눈빛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그렇게 달콤한 밤이 지나고,같은 시각 여준재에게 두 아이가 있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운산에 퍼져나갔고 상류층 사람들은 집에 돌아가 이 일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심지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