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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감당하실 수 있겠어요

작가: 누오바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고다정의 차가운 모습을 보면서 원진혁은 갈수록 흥미가 짙어졌다.

원진혁은 승낙이라도 하듯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는 한, 절대 다정 씨에게 무례하게 대하지 않을 거예요.”

말을 마치고 원진혁은 고다정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

고다정은 시종일관으로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세 사람은 차에 올라 진성시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로 달려갔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원경하가 있어서인지 차 안의 분위기는 무겁기 짝이 없었다.

다들 가는 내내 침묵만 지키고 있었다.

20여 분이 지나고 나서 한 비즈니스타운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원경하는 지체없이 여성복 브랜드 매장으로 뛰어갔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안 그래도 마침 이번 시즌 새로운 디자인이 도착해서 연락드리려고 했어요.”

매장의 점원은 원경하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순간 웃음을 장착하고 열정적으로 마중을 나갔다.

원경하는 이 매장의 단골인 것이 분명하다.

반면, 고다정은 이런 옷들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원경하의 곁을 따라다니면서 닥치는 대로 둘러보았다.

원진혁은 이러한 모습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

“다정 씨도 한 번 골라보세요.”

“아니요. 저는 필요 없어요.”

고다정은 고개를 저으며 완곡하게 거절했다.

바로 이때, 원경하는 실크 원피스 한 장을 들고 다가와 다정하게 입을 열었다.

“다정 씨에게 어울릴 것 같아서 가져왔어요. 어디 한 번 입어보세요.”

말하면서 원경하는 고다정의 의사도 듣지 않고 옷을 막무가내로 쑤셔 넣었다.

고다정은 즉시 눈살을 찌푸리며 원경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또 무슨 꿍꿍이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원진혁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촌 여동생의 행동이 너무 이상하므로 이러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필이면 옆에 있던 점원은 세 사람 사이의 미묘한 심리전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고다정의 외모와 옷 스타일을 위아래로 관찰하더니 알랑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고객님은 안목이 높아요. 이 드레스는 아마 손님 분위기에 딱 맞을 겁니다.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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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다정은 이 말을 듣고 갑자기 뭔가를 알아차린 것만 같았다.그리하여 고다정은 원경하의 말에 상대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CCTV를 보고는 몸을 돌려점원에게 말했다.“괜찮으시다면, 매장 CCTV 좀 확인하고 싶어요.”만약 원경하의 말이 아니었다면, 고다정은 원피스를 입을 때 실수로 긁혀버린 것으로 착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원경하는 하필이면 이런 상황에서 그런 말을 했고 또 하필이면 원경하가 이 원피스를 가져왔다.두 가지 일을 함께 놓고 생각해 보니 수상하기 그지없었다.사실 고다정이 생각하는 바로 그대로였다.원경하는 CCTV를 돌려 보겠다는 고다정의 말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무슨 뜻이에요? 제가 일부러 덮어씌우기라도 했다는 거예요?”“사실이 무엇인지 CCTV를 보면 알게 될 거예요.”고다정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고 나서 점원에게 분부했다.“매니저님 좀 불러주세요. CCTV 확인 해 봐야겠어요.”단호한 고다정의 모습에 원경하는 당황해 마지 못했다.“가지 마세요!”원경하는 점원을 향해 소리쳤다.점원은 중간에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단골인 원경하에게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이렇게 세 사람이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내내 침묵을 유지하던 원진혁이 입을 열었다.“이분 말씀대로 하세요.”그러자 원경하는 제대로 날뛰기 시작했다.원경하는 두 눈을 부릅뜨고 원진혁을 노려보았다.“오빠는 도대체 누구 편이에요? 설마 정말로 저 천한 년에게 반한 거 아니죠?”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뺨은 때리는 소리가 매장에 울려 퍼졌다.“네가 감히 날 때려?”“원씨 가문의 교육이 형편없어 보여서요. 타인에게 존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 같아 제가 대신 가르쳐 드리려고요.”고다정은 냉랭한 눈빛으로 원경하를 바라보았다.원경하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라 고다정에게로 달려들어 욕설을 퍼부었다.“미친년! 가만두지 않을 거야!”하지만 아직 고다정에게 손을 대기도 전에 원진혁에게 가로막혀버렸다.“원경하! 그만 좀 해!”원진혁

  • 보스의 품격   제491화 원빈 노인의 중독

    이튿날 고다정은 아침을 먹고는 신수 어르신을 따라 원빈 노인을 치료하러 나섰다.어제의 치료를 거쳐 병세는 이미 상당히 호전된 상태였고 오늘의 치료는 병세를 안정시키기 위함이었다.하지만 고다정이 침술을 진행할수록 원빈 노인의 안색이 비정상적인 검붉은 보라색을 띠더니 푸흡하는 소리와 함께 선홍빛 피가 목구멍에서 울컥 뿜어져 나오며 의식을 잃고 침대에 고꾸라졌다.다행히 신수 노인이 발 빠른 대처로 환자를 끌어안았고 고다정은 깜짝 놀랐다.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원빈 노인의 손을 잡고는 진맥을 시작했다.신수 노인은 고다정의 엄숙한 표정을 보더니 걱정돼 물었다.“다정아, 원빈 노인이 어떻게 된 일이니?”“중독인 것 같아요.”고다정이 눈썹을 찌푸리더니 심각한 얼굴로 쳐다봤다.신수 노인은 그 말에 낯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물었다.“어떻게 중독일 수가! 상태가 심각한 것이냐?”“심각하진 않지만, 반드시 독이 어디서 온 것인지 똑똑히 알아내야 해요.”고다정은 혼수상태에 빠진 원빈 노인의 모습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뒤이어 그의 몸에 꽂았던 은침을 하나하나 빼더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전 나가서 원 씨 가족들과 얘기 좀 나눌게요.”“잠시만 기다려, 나도 같이 가자.”신수 노인은 고다정 혼자 원 씨 집안의 사람들을 상대하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지 친구를 내려놓고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방에서 나온 둘은 문밖을 지키고 있던 원 씨 가족들을 발견했다.“고 선생님 나오셨네요, 오늘의 치료는 다 끝난 건가요?”“오늘은 왜 어제보다 치료 시간이 훨씬 짧은 건가요?”원 씨 부부가 이구동성으로 질문했고 고다정은 숨김없이 이실직고했다.“치료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문제가 생겨...”“무슨 문제요? 당신이 우리 할아버지 병세를 더 위중하게 만든 거죠?”고다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원경하가 가로챘고, 다른 이들도 그 말에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고다정을 쳐다봤다.고다정은 말이 끊어지자 언짢은 기분이 들었지만, 사실대로 대답했다

  • 보스의 품격   제492화 원씨 집안과의 충돌

    신수 노인의 말에 원경하를 제외한 모두가 낯빛이 어두워졌다.원경하는 참지 못하고 대꾸했다.“누가 할아버지를 해친다는 거예요. 설마 우리겠어요? 아무리 봐도 저 돌팔이가 자신이 처방을 잘못 내리고는 일부러 우리 집안 사람들에게 오명을 뒤집어씌우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같은데요.”그 말에 고다정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번했다.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이런 편견 가득한 사람과는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자기가 믿는 결과만 끝까지 고집하기 때문이었다.“믿든 말든 맘대로 생각해요. 난 부끄럼 한 점 없으니까!”“당신——”원경하는 고다정을 노려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그녀가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귓가에 원진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됐어, 이 일은 사람을 시켜 제대로 조사하게 할 테니까. 지금 당장 급한 일은 할아버지를 살리는 일이잖아.”원진혁은 말을 마치고 잠시 뜸을 들이더니 미안한 표정으로 고다정을 바라보며 부탁의 말투로 말을 이었다.“우리 할아버지의 병세에 많은 신경 좀 써주세요, 고 선생님.”고다정은 대응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것은 그녀의 스타일과 맞지 않았다.그녀는 한번 시작한 일에 끝맺음을 명확히 하는 성격이었는지라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걱정 마세요, 원빈 노인 체내의 독소는 이미 더 퍼지는 걸 막았으니 해독만 한다면 별일 없을 겁니다.”“그럼 다행이네요, 고생하셨어요, 고 선생님.”원진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했다.원 씨 부부는 고다정에게 의심이 남아있었지만, 지금은 아버지를 구할 수 있는 건 다정밖에 없었으니 막아서진 않았다.빠르게 고다정과 신수 노인이 방으로 돌아와 해독을 시작했다.해독의 과정은 크게 복잡하지 않았다.고다정이 침술을 사용해 독소를 손끝으로 몰아넣고는 침으로 손가락을 찔러 검붉은 피를 짜냈다. 피가 선홍빛을 띠기 시작하면 해독이 된 것이었다.다만 이 해독과정은 보기엔 간단했지만 실행하기에는 상당한 정신력이 필요했다.신수 노인은 옆에서 

  • 보스의 품격   제493화 누군가가 엄마를 괴롭힌대요

    신수 노인을 막아서는 모습을 보며 고다정의 눈에는 아쉬움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다정은 진짜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거기에 아쉬움을 느낀 건 원경하도 있었다.원경하는 참지 못하고 낮은 소리로 투덜댔다.“가겠다는 사람은 그냥 보내주지, 잡아서 뭐 해요.”소리가 크지는 않았지만, 유난히 조용한 방 덕분에 모두가 들을 수 있었다.원 씨 부부와 원진혁의 낯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신수 노인의 얼굴도 굳어졌다.“조용히 해, 아무도 널 벙어리라고 생각 안 하니까.”원진혁이 크게 호통쳤고 원 씨 부부도 신수 노인에게 사과했다.“너무 오냐오냐한 탓에 애가 버릇이 없네요. 어르신 너무 괘념치 마세요. 저희가 제대로 단도리 치겠습니다.”“저희 아버지 병은 그래도 어르신과 고 선생님이 수고해주셔야죠.”원 씨 부인은 고다정에게 사과의 웃음을 짓는 것도 잊지 않았다.고다정이 입술을 달싹이며 답했다. “전 신수 노인의 말을 따르겠습니다.”그 말에 원 씨 부부는 신수 노인에게 더욱 비굴하게 행동했다.신수 노인은 화가 났지만, 자신의 옛 친구가 걱정돼 남기로 했다.다만 원 씨 집안에게 다짐을 받아놓는 것은 잊지 않았고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남는 건 가능하지만, 앞으로 아무도 이 친구의 의술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니면 원빈 노인과 지난 몇십 년의 우정도 다 내팽개칠 거니까. 이 친구가 더는 억울함을 당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겠어.”“안심하십시오. 앞으로 절대 그 누구도 고 선생님을 의심하진 않을 겁니다.”원 씨 부부가 다급하게 약속했고 신수 노인은 그제야 만족했다는 듯 고다정더러 올라가자고 눈짓했다.올라가면서도 그는 미안한 듯 입을 열었다.“다정이 너 내가 또 남겠다 해서 날 미워하는 거 아니지?”“아니에요, 그런 생각하지 마세요.”고다정은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고 신수 노인은 허허 웃더니 답했다.“네가 신경 안 쓸 줄 알았어. 하지만 내 친구의 손녀 놈은 사람이 덜됐더구나. 원빈 노인이 깨어나면 제대로 교육하라고 해야겠어.”그는

  • 보스의 품격   제494화 기분이 좋지 않으면 그만둬요

    옆에서 업무를 처리하던 여준재도 두 녀석의 말을 듣게 됐고 당장 하고 있던 일을 그만둔 채 두 녀석을 향해 다가왔다.“하준이 하윤이, 아저씨한테 휴대전화 좀 졸래? 아저씨가 엄마한테 물어볼게.”“알겠어요, 아저씨.”쌍둥이는 반대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넘겨줬다.하준이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아저씨, 엄마가 괴롭힘당하고 있는지 꼭 물어봐야 돼요.”“알겠어.”여준재는 대답하고는 휴대전화를 들고 옆에 앉아 질문했다.“말해봐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어요?”고다정은 영상통화 속 진지한 표정의 남자를 바라보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다만 말해줄 생각은 없었다. 그녀 혼자서도 처리할 수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진짜 아무 일도 없어요. 하준이 하윤이가 하는 헛소리는 듣지 말아요.”“근데 왜 애들이 헛소리 하는 것 같지 않죠?”여준재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고다정을 뚫어지게 쳐다봤다.깊은 눈동자에 고다정은 순간 멈칫하며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때, 여준재의 얄쌍한 입술이 다시 달싹이더니 매력적인 목소리로 말했다.“하윤이가 아니라, 나도 당신이 기분 좋은지 안 좋은지는 알아볼 수 있어요.”“그래요? 그럼 내가 기쁠 때는 어떤 모습이고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어떤 모습인지 얘기 좀 해봐요.”고다정이 눈썹을 씰룩이며 흥미롭다는 듯 여준재를 쳐다봤다.여준재는 웃으며 대답했다.“다정 씨 기분 좋을 때는 눈빛을 반짝거리고 입꼬리도 올라가 있죠. 기분 나쁠 때는 눈빛이 싹 죽어서는 입꼬리도 올라가지 않고, 그리고...”그는 일부러 뜸을 들였다.고다정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리고 뭐요?”“그리고 기분이 안 좋을 때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려요.”여준재는 말을 마치고는 씨익 웃었다.그 말에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던 다정의 손이 그대로 굳어지더니 양심에 찔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여준재를 똑바로 볼 수 없어 눈빛을 흐리며 말했다.“진지하게 말하는 줄 알았더니, 내용은 헛소리네요.”“헛소리 아닌데요

  • 보스의 품격   제495화 참지 못한 모양이네

    구남준은 의문이 들었지만, 명령을 받고 전화를 끊었다.여준재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정원을 향해 걸어 나가며 놀고 있는 두 녀석을 불렀다.“하준아, 하윤아.”“아저씨, 엄마랑 비밀 이야기 다 했어요?”두 녀석은 여준재 앞으로 뛰어왔고 하준이가 고개를 들며 물었다.“아저씨, 엄마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누가 엄마를 괴롭히고 있는 거죠?”“맞아, 엄마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어. 그래서 아저씨가 지금 엄마 곁에 있어 주러 출발해야 돼.”여준재는 허리를 숙여 두 녀석과 시선을 맞추고는 의도를 설명해줬지만, 아이들은 그의 말에 따라가겠다고 투정했다.“아저씨는 우리 엄마 괴롭힌 나쁜 놈 혼내주러 가는 거죠? 우리도 갈 거예요.”“맞아요, 우리도 엄마 복수해줄 거에요.”하윤이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여준재는 고다정을 지켜주겠다는 아이들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너희들은 가지 않아도 돼, 아저씨 혼자 처리할 수 있어. 그리고 너희들에게는 더 중요한 미션을 줄게.”그 말에 아이들이 무의식적으로 쳐다보며 물었다.“우린 무슨 미션이 있는데요?”“너희들의 미션은 나와 엄마가 집에 없을 때 외증조할머니를 잘 보살피는 거야.”아이들을 속이는 말이었지만 두 녀석은 알아채지 못했고 오히려 그에게 설득당했다.그렇게 늦은 밤 여준재는 구남준을 데리고 진성시로 향했다....진성시, 원 씨네 저택에서원진혁은 할아버지가 중독됐단 걸 안 뒤로 침대맡에서 한 치도 떨어지지 않고 할아버지를 지켰고 원호열은 조카의 모습에 자신도 떠날 수 없어 같이 방을 지키고 있었다.하지만 시간이 늦어질수록 견디기 힘들었는지 참지 못하고 원진혁을 설득했다.“너무 늦었어, 네 할아버지는 깨어나지 못할 것 같으니 너도 방에 들어가 쉬어라. 내일 회사 일도 처리해야 하잖니, 몸이 상하면 안 되지.”“큰아버지는 여유로우시네요, 할아버지가 이 지경이 되셨는데 잠잘 기분도 있으시고.”원진혁은 무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원호열은 그 말에 단번에 눈썹을 찌푸리며 되물었다.“진혁아

  • 보스의 품격   제496화 신수 노인의 작전

    다음 날, 고다정은 일찍 잠에서 깼다.시간을 한 눈 보고는 일어나 세수를 하고 정원에서 운동하러 나갈 준비를 했다.하지만 계단에 막 다다르자 예상치 못하게 역시 야외에서 운동하려던 참인 원진혁과 마주쳤다.“고 선생님도 달리기하러 가시나요?”이번에는 원진혁이 먼저 인사를 걸어왔다.고다정은 그날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아니요, 정원에서 좀 걸으려고요. 진혁 씨는 달리기하러 가는 거죠? 그럼 방해하지 않을게요.”말을 마치고는 살짝 몸을 돌려 길을 터줬다.원진혁은 그 모습에 눈앞의 여인이 의도적으로 자신과 거리를 두고 있음을 모를 수가 없었다.다정이 당황할까 봐 원진혁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계단에서 사라진 남자를 보며 고다정도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어젯밤 원진혁이 예상치 못하게 선물을 전해주며 사과한 뒤로 이 남자가 자신에게 지나치게 열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지 않기 위해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기로 마음먹은 다정이었다.그렇게 둘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운동을 떠났다.8시 정도 됐을 때 원 씨 집안의 사람들도 모두 잠에서 깼고 아래층으로 내려와 식사할 준비를 했다.아침 식사 자리에서 원진혁이 먼저 말을 꺼냈다.“어제 새벽에 할아버지가 깨어나셨어요. 상태가 괜찮아 보이는데 아마 독소가 제대로 정리된 것 같아요. 고 선생님의 의술은 듣던 대로 대단하시네요, 역시 신수 노인이 직접 추천하신 분이시네요.”“뭘요, 과찬이세요.”고다정이 겸손하게 웃었다.다만 원 씨 부부는 그 말을 듣더니 경악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할아버지가 깨셨다고?”“할아버지가 깨셨어? 너무 잘됐다. 나 올라가서 할아버지를 볼 거야.”원경하는 효심 지극한 손주의 모습으로 수저를 내려놓고 당장이라도 올라갈 태세를 취했다.원진혁은 그 모습에 눈썹을 찌푸리며 원경하를 불러 세우더니 불쾌한 듯 말했다.“방금 얘기했잖아. 어제 새벽에 깨셨다고. 지금 올라가면 할아버지 휴식을 방해할 뿐이야.”훈

  • 보스의 품격   제497화 임자 있는 여자

    신수 노인의 말에 원빈 노인도 자신의 철딱서니 없는 손녀가 또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온화한 눈빛으로 고다정을 바라보며 웃었다.“고 선생님, 그 손녀 놈이 큰아들과 며느리가 어려서부터 지나치게 오냐오냐해줘서 저래요. 너무 괘념치 마세요. 오늘 밤 저 녀석한테 고 선생님께 사과를 하라고 일러둘게요.”“무슨, 사과로 끝내시려는 거에요?”신수 노인은 그 말에 상당히 불만족인 모습이었다.원빈 노인은 그런 신수 노인의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자네 생각을 내가 모를까 봐, 아직도 내가 소장하고 있는 의서 몇 권을 생각하고 있는 거죠?”“누가 그딴 의서를 아직도 기억한다고 그래.”신수 노인은 무의식적으로 부정했지만 바로 태세를 전환하며 말했다.“그래도 어르신이 책을 빌려주시면 우리도 그렇게 소심한 사람이 아니니, 과거의 일을 용서해드리지요.”“안될 게 뭐 있겠어요. 이제 집사가 두 분을 데려가서 의서를 보여드릴 겁니다.”원빈 노인이 웃으며 약속했다.고다정은 신수 노인의 장난스러운 행동을 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의사로서 그녀는 볼 수 있는 의학서적이 많을수록 좋았기 때문이다.웃음소리가 잦아든 후 고다정은 진지하게 원빈 노인의 맥을 짚기 시작했고 잠시 후, 그녀는 원빈 노인의 손을 놓으며 진단 결과를 말해줬다.“체내의 독소는 모두 제거되었지만, 폐의 염증이 다시 재발했습니다. 아마도 이틀 정도 치료가 더 필요할 것 같아요.”“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고 선생님.”원빈 노인이 공손하게 감사 인사를 했다.고다정은 미소를 지으며 치료를 시작했고 신수 노인은 옆에서 거들며 보조를 맡았다.거의 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치료가 끝났고 원빈 노인은 자신의 몸이 더 가벼워진 것을 확실하게 느꼈다.그는 고다정의 의술에 감탄하며 웃었다.“고 선생님 나이는 어리신데 의술은 상당히 뛰어나시네요. 혹시 올해 몇 살이신지, 결혼은 하셨나요?”“어르신 그런 건 왜 묻는 거죠, 혹시 딴생각이라도 하고 있는 거예요?”신수 노인이

최신 챕터

  • 보스의 품격   제1270화 마지막화

    “하윤 씨, 좋아해요. 제 여자친구가 되어줄래요?”임지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눈앞의 여자애를 바라보며 긴장해서 손에 땀을 쥐었다.하윤은 잠깐 얼떨떨해하더니 이내 환한 웃음을 지었다.“네.”그녀의 얼굴에 피어난 예쁜 미소를 보고 임지호도 해맑게 웃었다.햇빛 아래 선남선녀는 너무 잘 어울렸다.임은미와 고다정은 구석에 숨어 이를 지켜보며 들떠서 소곤거렸다.“하윤이 저렇게 활짝 웃는 걸 보니 서로 고백한 것 같아.”“고백한 게 맞아. 둘이 같이 앉은 걸 봐.”“역시 내 실력이 아직 녹슬지 않았어. 내가 나서면 안 맺어지는 커플이 없다니까.”임은미는 마침내 자화자찬하기 시작했다.고다정은 그녀를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속으로 저 남자애가 하윤을 좋아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 무모하게 나섰다가 맺어주는 게 아니라 끝내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두 사람은 한참 더 보다가 호기심이 충족된 듯 제대로 자리에 앉아 요리를 주문했다.기왕 온 김에 뭘 좀 먹어야지.식사하면서 고다정이 감탄했다.“애들이 어느새 커서 애인까지 생겼네.”“그러게. 우리도 늙었어.”임은미도 같이 탄식했다.뒤이어 그녀는 맞은편의 절친을 바라보며 물었다.“앞으로 무슨 계획 있어?”“보름 동안 쉬면서 준재 씨랑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 후 새로운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할 거야.”고다정은 자기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임은미는 이 말을 듣고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너 점점 일벌레가 되어가는 것 같다.”“그건 내가 이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야.”고다정이 웃으면서 말했다.둘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청아한 목소리가 그들의 귓전을 때렸다.“여하준 씨, 거기 서요.”이 소리를 듣고 눈빛을 주고받는 고다정과 임은미의 머릿속에 똑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이런 우연이! 이 작은 레스토랑에서 두 남매를 모두 만난다고?’하윤도 너무 뜻밖이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하준 쪽을 바라보았다.“오빠?!”“하윤?!”여하준도 이때 하윤과 그 옆의 청년을 발견하고 미간을

  • 보스의 품격   제1269화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다

    하윤은 정말 돌아오지 않았다.하민이 가지 못하게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여준재에게는 무척 즐거운 밤이었다....이튿날 아침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했다.금빛 햇살이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와 이불 밖에 나온 고다정의 피부에 내려앉았다.피부에 생긴 흔적에서 어젯밤에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었다.여준재는 일찍 깼지만 아침의 따스함을 놓치기 싫어 고다정을 안고 만족스럽게 침대에 누워있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갑자기 누군가가 방문을 쾅쾅 두드렸다.“엄마, 일어나요.”하윤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여준재는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역시 자식은 빚쟁이라는 말이 맞다. 이전에 좋아했던 만큼 지금은 싫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품속의 여인이 깨어났다.고다정이 정신이 흐릿한 상태로 물었다.“누가 밖에서 문을 두드려요?”“하윤이에요. 내가 돌려보낼 테니 자요.”여준재가 그녀를 풀어주고 일어나려 했다. 너무 졸렸던 고다정은 막지 않았다.그녀는 오후까지 자고 임은미가 전화해서야 겨우 일어났다.30분 후 두 사람은 시내 중심의 쇼핑몰에서 만났다.임은미는 잠이 덜 깬 것 같은 고다정을 보고 놀려댔다.“너랑 여 대표님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좀 절제해.”“나한테만 그러지 말고 너도 절제해. 목에 난 흔적이 가려지지도 않아.”지금의 고다정은 약간 야한 농담에도 얼굴을 붉히던 10년 전의 고다정이 아니다.지금의 그녀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역습한다.임은미도 말문이 막히지 않았나.그녀는 채성휘와 자주 싸우지만 둘 사이의 감정에는 조금도 영향이 없었다.그녀가 코웃음을 쳤다.“네가 이겼어. 이제 너를 쉽게 놀리지 못하겠어.”그녀는 말하면서 고다정과 어느 가게에 들어갈지 사방을 둘러보는데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다정아, 저기 하윤이 아니야?”“하윤이?”고다정이 놀라며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정말 멀지 않은 곳의 레스토랑에 하윤과 깔끔해 보이는 잘생긴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것이

  • 보스의 품격   제1268화 둘만의 세상

    이 말을 들은 하윤은 즉시 고다정의 말에 흥미를 보였다.“저, 오빠, 그리고 이모 세 사람 외에 또 있어요?”그녀는 의문스레 고다정을 쳐다보았다. 설마 그때 아빠, 엄마를 맺어주려고 애쓴 사람이 또 있나?그런데 그녀가 말하자마자 고다정이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일 줄이야.“그래, 너와 오빠, 이모가 도와준 걸 말하는 거야. 그때 너희 셋이 나랑 너희 아빠를 맺어주려고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어? 그러니까 너 혼자 좋아하는 사람을 쫓아다니면 이뤄지기 힘들지 않겠어?”“좀 일리가 있네요.”갑자기 엄마한테 설득당한 하윤이 무심코 말했다.“그럼 엄마랑 이모가 좀 방법을 생각해 주세...”‘요’자를 내뱉기 전에 그녀는 씩씩거리며 또 한 번 엄마를 째려보았다.“또 엄마한테 걸려들었어요.”고다정은 이번에는 정말 참을 수 없어 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계집애, 어렸을 때와 똑같이 잘 속아.”그녀는 너무 웃어서 눈물까지 나왔다.이를 보고 화가 난 하윤이 손을 뻗어 고다정을 간지럽히려 했다.“엄마 나빠요.”그렇게 모녀는 온천에서 웃고 떠들었다.이쪽의 따뜻한 분위기와 달리 남자 노천탕은 썰렁했다.“자식, 어렸을 때는 귀여웠는데 크면 클수록 얄미워.”옆방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여준재는 눈앞의 두 아들이 보면 볼수록 눈에 거슬렸다.하준이 판에 박은 것 같이 똑같은 표정으로 아빠를 힐끗 쳐다보더니 시큰둥하게 말했다.“피차일반입니다.”하민은 형과 아빠가 티격태격하자 조용히 구석에 숨었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집안에서 지위가 가장 낮다는 것을 알았다.여준재는 막내아들의 속마음을 모른 채 자기한테 말대꾸하는 큰아들을 보며 문득 한 가지 꾀가 떠올랐다.“너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허구한 날 남의 마누라를 생각하지 말고 네 마누라를 찾아. 아니면 네 할머니한테 맞선을 주선하라고 할까?”그렇다. 여준재가 생각해 낸 방법은 하준을 결혼시키는 것이다.‘이 자식이 자기 마누라가 생기면 더 이상 내 마누라를 생각하지 않겠지.’하준이 그의 생각을 모를

  • 보스의 품격   제1267화 왜 이렇게 사이가 좋아요?

    그날 저녁 여씨 삼남매는 결국 남아서 고다정을 축하해 주었다.식사가 끝난 후 임은미는 두 딸을 데리고 떠나갔다.가기 전에 그녀는 고다정과 내일 오후에 같이 쇼핑하기로 약속했다.임은미를 보낸 후 다섯 식구는 남녀가 분리된 온천 노천탕에 갔다.고다정은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느긋한 시간을 보낸 게 얼마 만인가.그녀가 눈을 감고 즐기고 있을 때 어깨 위에 갑자기 손이 올라오더니 그녀의 어깨를 주물렀다.고개를 돌려 보니 둘째 딸이 그녀의 뒤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다.“엄마...”“왜?”고다정이 나지막이 묻자 하윤이 바짝 붙으며 말했다.“엄마가 아빠한테 사정 좀 해 주시면 안 돼요?”그녀는 고다정의 환심을 사려고 방긋 웃었다.“오늘 엄마랑 단둘이 시간을 보내려는 아빠의 계획을 제가 망쳤으니 아빠가 틀림없이 내일 저한테 일을 시킬 거예요.”그녀가 이렇게 단언하는 원인은 그동안 이런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학교 다닐 때는 그녀가 엄마한테 너무 달라붙는다고 아빠가 그녀를 속여 공부를 많이 시켰다.후에 점차 크고 오빠가 폭로해서야 그녀는 아빠의 꾀에 넘어갔다는 것을 알았다.고다정은 고민 가득한 딸애 얼굴을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이 계집애는 어릴 때부터 말을 잘 듣지 않았는데, 매번 아빠의 권위에 도전했다가, 결국 비참하게 혼쭐이 나고 불쌍한 모습으로 엄마를 찾아왔다.“이제야 두려워? 이모를 꼬드길 때는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생각 안 했어?”“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요. 엄마가 원래 여가 시간이 많지 않은데 아빠가 항상 엄마를 차지하니까.”계집애는 말하면서 고다정의 어깨를 껴안고 또 응석을 부렸다.애교 공세에 당할 수 없는 고다정은 이내 동의했다.하윤은 기쁜 나머지 고다정을 안고 뽀뽀하더니 배시시 웃었다.“역시 엄마밖에 없어요.”“너도 참, 빨리 온천에 몸을 담가.”고다정이 말하면서 그녀를 잡아당겨 노천탕에 앉혔다.그러나 하윤은 가만히 앉아 있지 못했다. 그녀는

  • 보스의 품격   제1266화 치열한 쟁탈전

    한편, 서쪽 외곽에 위치한, YS그룹에서 개발한 온천 리조트에 세련된 곡선미를 자랑하는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도착했다.차가 천천히 입구에 멈춰 서더니 검은색 수작업 맞춤 양복을 입은 여준재가 차에서 뛰어내렸다.똑바로 선 후 그는 돌아서서 허리를 살짝 굽히더니 차 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준수한 얼굴에서는 꿀 뚝뚝 다정함이 넘쳐흘렀다.“부인, 도착했습니다.”검은색 여성 정장 차림의 고다정이 가늘고 예쁜 손을 우아하게 여준재의 손바닥 위에 얹더니 차에서 내렸다.지금의 그녀는 풋풋함을 벗은 대신 카리스마와 여유가 넘쳤다.옆에 있던 매니저가 알랑거리며 그녀를 맞이했다.“사모님의 교베르 의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건 저와 직원들의 작은 성의입니다. 인류 의학에 공헌한 사모님께 감사드립니다.”말하고 나서 그는 들고 있던 꽃다발을 건넸다.사방에서 박수와 축하가 쏟아졌다.“축하드립니다, 사모님.”“사모님, 진짜 대단하십니다!”“사모님은 제 롤모델입니다!”이 말을 듣고 고다정은 얼굴에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감사합니다.”옆에 서 있는 여준재도 눈에 자랑스러운 기색이 가득했다.뒤이어 두 사람은 매니저의 안내로 룸에 들어섰다.룸에는 이미 고다정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준비돼 있었다.두 사람이 오붓하게 식사하고 있을 때 가방 속에 있는 고다정의 휴대폰이 울렸다.임은미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은미야, 무슨 일이야?”고다정이 전화를 받았다.옆에 있던 여준재는 이 말을 듣고 두 눈을 가늘게 떴다.고다정을 쳐다보던 그는 그녀와 시선이 딱 마주쳤다.고다정의 표정을 보니, 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제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은미가 축하 파티를 준비했다고 오래요.”“은미 씨는 인터넷을 안 본대요?”여준재가 답답한 듯 한마디 했다. 그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분명 고다정은 그의 아내인데, 지난 12년간 그는 아내와 단둘이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 궐에서 전하를 만나는 것보다 어려웠다.안팎에 강적이 있는 데다 고다정이 그동안 암세포를

  • 보스의 품격   제1265화 12년 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어느새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12년간 지도층이 바뀌고, 많은 연예인이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심지어 국제 정세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 등 많은 일들이 발생했지만 여준재와 고다정의 애정 전선은 변함이 없었다.현재 두 사람은 주변에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잉꼬부부가 됐다.사람들이 그들을 부러워하는 것은 금실이 좋은 것도 있지만 잘생기고 철이 든 아들딸을 두었기 때문이다.지금 여씨 가문의 큰 도련님, 아가씨, 작은 도련님 얘기가 나오면 엄지척 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특히 여하준은 19세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부모를 도와 두 회사를 관리하고 있다.물론 여하윤도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어 젊은 나이에 세계 최고의 콘서트홀에서 연주했을 정도로 뛰어나다.그리고 여씨 가문의 작은 도련님은 형, 누나만큼 대단하지는 않지만 어려서부터 말솜씨가 좋아 많은 귀염을 받았고, 지금은 연예계 인기 아역 스타다....운산공항 로비의 스크린에 최신 국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12년 만에 암세포를 죽이는 약을 개발해 낸 고다정 교수님의 교베르 의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는 우리 인류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연구 성과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암을 두려워할 필요도, 암 얘기에 놀랄 필요도 없게 됐습니다.”뉴스 진행자는 감격을 금치 못했다.최근 몇 년 고다정 연구팀의 약물 연구 덕분에 암세포 억제제가 꾸준히 개진되긴 했지만 암세포를 철저히 소멸할 수는 없어 암에 걸린 후 결국 치료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이 뉴스는 방송되자마자 많은 행인의 주의를 끌었다.인터넷에서도 큰 화제가 됐고 고다정에 대한 축복이 쏟아졌다.[고 원장님이 해낼 줄 알았어!][너무 기쁜데 어떡하지? 우리나라를 빛낸 고 원장님을 지지하기 위해 약방에 가서 그 회사 약들을 대량 구매할 거야.][나도. 우리 집에는 환자가 없지만 이 약들을 필요한 기관에 기증할 수 있어!][하하하, 속이 다 시원하네. 그때 고 원장님이 안 된

  • 보스의 품격   제1264화 평생 행복하게 살자

    열 몇 시간 후 비행기는 드디어 평온하게 착륙했다. 여준재가 낮은 소리로 옆에서 달게 자는 아내를 깨웠다.“여보, 일어나요.”그 소리에 고다정이 눈을 뜨더니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눈앞의 낯선 환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여기 어디예요?”“아직 비밀이에요. 비행기에서 내리면 알 거예요.”여준재는 그녀의 손을 잡고 비행기에서 내린 후 공항을 나섰다.그들을 마중 나온 차량이 벌써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차에 탄 후 고다정이 또 한 번 참지 못하고 물었다.“우리 지금 어디 가요?”“먼저 밥 먹으러 가요. 지금 너무 배고프죠?”여준재가 기사에게 근처의 가장 좋은 레스토랑으로 가자고 말했다.고다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할 때 아무것도 먹지 않은 데다 이렇게 장시간 비행한 까닭에 확실히 배가 고팠다.레스토랑에 도착한 두 사람은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룸에 들어갔다.주문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레스토랑 직원이 예쁘게 플레이팅된 음식들을 들여왔다.훈훈하고 달콤한 분위기 속에서 여준재가 고다정의 식사를 챙겼다.이때 고다정의 휴대폰이 울렸는데, 국내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엄마, 아빠랑 같이 어디 갔어요?”쌍둥이의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이 목소리를 들은 고다정은 갑자기 뜨끔했다.“컥컥, 엄마랑 아빠가 일이 있어서 외출했어. 며칠 뒤에 돌아오니까 집에 얌전히 있어. 할머니, 할아버지 말을 잘 듣고. 알았지?”“흥! 엄마랑 아빠가 둘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몰래 나간 거잖아요.”쌍둥이가 직접 고다정의 거짓말을 폭로했다.고다정은 무안해하며 도와달라는 듯 여준재를 바라보았다.당연히 아내 편인 여준재는 휴대폰을 받아 들고 말했다.“아빠와 엄마가 신혼여행 중이야. 돌아갈 때 너희 선물을 사 갈게.”말하고 나서 그는 직접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기 건너편에서 신호가 끊긴 스마트워치를 바라보는 쌍둥이의 앳된 얼굴에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아빠 나빠.”“너무 나빠!”쌍둥이는 아빠한테 잔뜩 화가 났다.이때 임은미가 오더니 그들의 안색이 안 좋은

  • 보스의 품격   제1263화 불쌍한 솔로 구남준

    이 말이 나오자 고다정과 임은미는 서로 마주 보며 웃더니 손을 잡고 무대 옆으로 나와 하객들을 등지고 섰다.“부케를 받은 사람은 내년에 솔로 탈출합니다.”두 사람이 부케를 던진 후 뒤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자가 입을 열었다.“부케를 누가 받았는지 신부님들 뒤를 돌아보세요.”고다정과 임은미는 두 젊은 아가씨가 부케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축복의 말을 건넸다.“두 분도 내년에 행복을 찾길 바랍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두 아가씨가 감사 인사를 했다.사람들 뒤에 서 있던 구남준은 속이 답답하기 그지없었다.분명 자기도 동작이 빠른데 부케를 하나도 받지 못하다니. 설마 평생 혼자 살 운명인가?...결혼식이 끝난 후 신혼방으로 돌아온 두 사람.“피곤하죠? 좀 쉴래요?”여준재가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안쓰러워했다.“아니요. 방금 결혼식장에서 잠깐 쉬었더니 지금 괜찮아요. 당신 먼저 옷부터 갈아입어요.”고다정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알았어요. 고생했어요, 여보.”순간 여준재가 고다정을 꽉 껴안더니 다정하게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여준재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고다정은 황급히 그의 입술을 피하더니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주의를 주었다.“아직 밤도 아닌데, 이미지에 좀 신경 쓰세요.”“당신 앞에서 무슨 이미지에 신경 써요? 당신을 안고 자려는 것뿐인데.”여준재는 이 말을 듣고 억울한 표정으로 고다정을 바라보았다.“알았어요. 놀리지 않을게요.”여준재의 불쌍한 모습을 보고 고다정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당신은 웃을 때 진짜 예뻐요.”여준재가 넋이 나간 듯 고다정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당신도 참.”그의 칭찬에 고다정은 얼굴이 더 빨개졌다.여준재는 고개를 숙이더니 고다정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고다정은 피하려고 했지만 여준재가 그녀를 꽉 껴안고 반항하지 못하게 했다.키스는 오랫동안 지속됐고, 고다정이 호흡 곤란이 올 정도가 돼서야 여준재는 그녀

  • 보스의 품격   제1262화 결혼식(하)

    결혼식 현장은 환상적이었다.전 세계 명문가에서 대표를 파견해 참석했다.이렇게 많은 유명인들 앞이라 고다정과 임은미는 몹시 긴장했다.“준재 씨, 좀... 긴장돼요.”가볍게 입술을 깨물며 여준재를 쳐다보는 고다정의 눈에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 감돌았지만 수줍음과 기대감도 보였다.“괜찮아요. 제가 항상 곁에 있을게요.”여준재가 약간 차가운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더니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긴장 풀어요. 당신은 신부 노릇만 잘하면 돼요. 다른 건 다 저한테 맡겨요.”여준재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마음이 놓이는 대신 열정이 넘치고 약간 기대도 됐다.“신부가 진짜 예쁘네.”“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에요.”“신부네 집안도 보통이 아니래. 여씨 가문이 더 번창하겠어.”하객들이 쑥덕거렸다. 그중 고다정을 부러워하는 상류층 부잣집 따님도 적지 않았다.오늘 여준재는 유난히 멋있었다. 매끈한 양복 차림에 준수한 외모가 불빛 아래에서 유달리 돋보였다.고다정은 여준재와 팔짱을 끼고 사람들의 부러운 눈빛 속에서 천천히 버진로드의 종점을 향해 걸어갔다.두 사람이 무대에 선 후 채성휘와 임은미가 뒤늦게 입장했다.이들 둘도 버진로드를 따라 행진해 여준재와 고다정의 옆에 섰다.결혼식 사회자는 두 쌍의 신랑 신부가 모두 입장한 것을 보고 결혼식의 시작을 알렸다.“존경하는 하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결혼식을 시작합니다!”이 말이 끝나자 무대 아래의 하객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오늘 이 자리에 계신 모든 하객분이 증인이 되어 두 쌍의 신랑 신부가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도록 축복해 주시길 바랍니다.”사회자의 말에 무대 아래에서 또 한 번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여준재 씨는 옆에 있는 아름답고 우아한 신부를 아내로 맞아 평생 사랑하고 아끼고 보호하고 돌보기를 원합니까?”사회자가 웃음 띤 얼굴로 무대 위에 서 있는 여준재를 보며 물었다.“물론입니다!”여준재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한 후 확고한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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