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보스의 품격 / 제436화  왜 매번 운이 좋은 거야

공유

제436화  왜 매번 운이 좋은 거야

작가: 누오바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그 말에 긴장하고 있던 여준재가 드디어 마음을 놓았다.

신수 노인이 계속 말을 이었다.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다정의 몸에 난 상처가 심각한 건 사실이야. 머리에는 가벼운 뇌진탕을 입었고 외상도 있어. 외상이 깊지 않아 다행이지만. 요 며칠 상처에 물이 닿지 않게 조심해 줘, 상처를 만지지도 말고. 몸에 난 상처는 대부분이 멍인데 허벅지가 제일 심각해, 가벼운 골절이 있어.”

말을 마치자 여준재는 가슴이 아픈 듯 눈가가 벌겋게 달아오른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오늘 밤 신세 많이 졌어요.”

준재는 목소리가 갈라진 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신수 노인은 고개를 젓더니 괜찮다는 뜻을 전하며 여준재에게 입원 수속을 진행하라고 귀띔했다.

반 시간 정도 지났을까, 고다정이 병실에 입원했다.

여준재는 그녀의 곁에서 다정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신수 노인은 그 모습을 쳐다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희 두 사람 무슨 일이야, 먼저 너한테 일이 생기더니 이젠 다정이한테 화가 옮겨갔어. 무슨 저주라도 받은 거야?”

“제가 소홀한 탓이에요.”

여준재가 갈라진 목소리로 답했다.

그렇게 조심한다고 했는데 누군가 그의 신분을 도용해 고다정을 불러낼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신수 노인은 가만히 듣더니 이 사건이 여준재를 향한 개인적인 원한과 관련 있음을 알고는 더 이상의 말은 아꼈다.

같은 시각, 구남준이 잡고 있던 남자들은 경찰서로 소환됐다.

그들도 청렴한 비즈니스맨들이었기에 별다른 형은 받지 않았다.

뒤늦게 남준이 심문 결과를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실에 도착한 후 깨어나지 못하는 고다정을 바라보며 걱정했다.

“고 선생님은 괜찮으신가요?”

“큰 문제는 없대.”

여준재가 담담하게 대답하고는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

“사건은 어떻게 처리했어?”

남준은 조사한 상황을 자세하게 전달했다.

“그 사람들을 경찰서로 데리고 갔습니다. 경찰의 심문에 의하면 클럽 직원이 룸으로 데려갔고 다들 특이한 패티쉬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말을 꺼내면서도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조심스럽게 여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보스의 품격   제437화 차라리 죽겠어요

    고다정은 확 몸을 일으켰다가 순식간에 강한 어지럼증이 몰려왔다.황급히 옆에 놓인 테이블을 잡고 나서야 겨우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다.그때 여준재가 밖에서 아침을 들고 오다 고다정이 어두운 안색으로 침대맡에 앉아있는 것을 보더니 다급히 다가와 부축했다.“언제 일어났어요?”“저...”갑자기 나타난 여준재에 고다정은 일시에 무엇이라 대답하면 좋을지 몰랐다.자신이 범해졌는지 확인하려 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고다정의 걱정스러운 눈동자를 보아냈는지 여준재는 그녀를 침대맡에 기대게 한 후 천천히 설명해줬다.“걱정 마요, 아무 일도 없었어요. 어젯밤 다행히 제때 구하러 갔거든요.”그 말에 고다정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렇다 해도 어젯밤 발생한 사건을 생각하기만 해도 두려움이 밀려왔다.여준재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그 뒤에 무슨 일이 발생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특히 어젯밤 도움을 청할 곳도 없이 죽고 싶어도 용기가 없었던 자신을 생각하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여준재는 눈앞의 여인이 아랫입술을 꽉 깨문 채 소리 없이 흐느끼는 모습에 가슴이 쥐어뜯긴 듯 아려왔다.그는 손을 뻗어 다정을 품에 안은 채 속삭였다.“괜찮아요, 무서워하지 마요.”동시에 부드럽게 다정의 등을 토닥였다.고다정은 그의 옷을 꼭 잡은 채 여준재 특유의 향기를 맡으며 억지로 참고 있던 감정이 한순간에 터져버렸다.“다 당신 때문이에요! 당신 때문이야, 당신이 아니었으면 어제 속아서 나갈 일도 없었다고요!”“어젯밤 얼마나 절망적이었는지 알아요?”“아무리 도망치려고 애써도 문은 열리지도 않고, 차라리 뛰어내려 죽을 생각까지 했어요!”다정의 투정에 여준재는 그녀를 꽉 품에 안은 채 숨을 쉬는 것조차 가슴이 아려왔다.특히 고다정의 마지막 한마디에 두려움이 몰려왔다.“안돼요! 자살 같은 소리는 하지 말아요! 앞으로 무슨 일이 있든 다정 씨 목숨만 생각해요, 남은 일은 나에게 맡겨주고요. 다정 씨 복수는 제가 해줄게요.”“하지만, 그 사람들한테 더럽혀

  • 보스의 품격   제438화 할머니 거짓말쟁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준재가 그만하라는 손짓과 함께 나가서 이야기하자고 눈짓했다.남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돌려 나갔고 여준재는 그제야 서서히 다정의 손을 놓아줬다.하지만 이 행동으로 인해 이미 깊게 잠들었던 고다정이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다.눈앞의 여인이 불안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여준재는 마음이 쓰여 다급하게 위로했다.“얼른 자요, 어디도 안 가요.”고다정은 아직 잠에서 덜 깼는지 그 말에 비몽사몽 고개를 끄덕이더니 눈을 감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남준은 문밖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며 돌아가야 할지 남아서 계속 보고해야 할지 고민했다. 더군다나 그가 말하려는 일은 꽤 긴박한 사건이었다.여준재 역시 문밖에서 떠나지 않고 있는 구남준을 발견했다. 늘 눈치 빠르게 행동하던 남준이었기에 기다리고 있다는 건 무언가 중요한 일이 있을 것임을 알아챈 여준재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대표님?”“작게 얘기해.”여준재는 주의를 주더니 화제를 돌려 물었다. “무슨 일인데?”남준은 다급히 소리를 낮춘 채 답했다.“어젯밤 경찰서에 데려간 사람들, 오늘 소송하겠다고 변호사를 선임했더라고요. 거기에다 본인들도 사기당했다고, 고 선생님이... 그런 사람인 줄 알았다고요.”아가씨라는 말은 감히 내뱉지 못한 채 말끝을 흐렸다. 그런 사람이라는 말에도 여준재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이 느껴졌다.여준재는 남준의 시선을 의식하지 못한 채 목소리를 낮추고 계속 물었다.“그리고?”“그리고, 다정 씨를 고의상해죄로 고소하겠다고 합니다.”남준은 말을 꺼내며 마음속으로는 다정에게 감탄했다. 혼자서도 살길을 찾아 나선 데다 세 명의 취객에게 중상을 입혀놨으니 말이다.여준재는 그 말을 듣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고소하고 싶으면 우리도 맞고소하면 돼. 마침 제대로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지!”그 말에 남준이 몸을 움찔하더니 마음속으로 여준재의 무서움을 아직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측은하게 느껴졌다.가만히 판결이나 기다릴 것이지 굳이 대표님의

  • 보스의 품격   제439화 자아도취

    이런 생각에 심해영은 웃으며 하준이를 바라봤다.“할머니가 왜 너희들을 속이겠어. 진짜로 엄마랑 삼촌 부탁으로 너희들을 데리러 온 거야. 못 믿겠으면 엄마한테 전화해 봐.”심해영은 더는 말을 덧붙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이 눈썰미 빠른 녀석에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역시 여씨 집안 아이라 그런지 제 아비 어릴 때와 똑같이 똘똘해 보였다.하준이는 심해영의 진지한 모습에 잠시 멈칫했다.진짜로 너무 깊게 생각한 것일까? 그래도 엄마에게 진실을 물어보고 싶었다.“그럼 제가 전화해볼게요.”말하며 책가방에서 스마트 워치를 꺼냈다.전화는 빠르게 연결됐지만 들려오는 목소리는 엄마가 아닌 준재 삼촌의 목소리였다.“삼촌, 왜 삼촌이 받아요, 우리 엄마는요?”“엄마는 쉬고 계셔. 무슨 일이야?”여준재가 목소리를 한껏 낮춘 채 물었다. 머리를 다쳐서인지 점심 먹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고다정은 다시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하준이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어제 엄마랑 삼촌 모두 돌아오지 않아서요. 평소 같으면 엄마가 어딜 갈 때마다 저희에게 알려줬었는데 이번에는 아무 말도 없어서 걱정돼서요. 물어보려고 전화했어요.”하준이는 말을 끝내고는 잠시 멈췄다.여준재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하준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삼촌, 우리 속이지 말아요. 진짜로 엄마랑 같이 있는 거예요?”“당연하지. 엄마랑 같이 있어. 못 믿겠으면 엄마를 깨워줄게.”말하며 여준재는 진짜로 고다정을 깨웠다.다정은 비몽사몽 한 채로 뭐라 대답하고는 다시 잠에 빠졌다.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하준이는 들었는지 마음의 짐을 그제야 내려놓으며 말했다.“알겠어요, 삼촌. 깨우지 말아요, 우리 엄마 푹 쉬게 놔두세요.”여준재는 알겠다고 답하고는 몇 마디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엄마랑 삼촌이 며칠 뒤에나 들어갈 것 같으니까. 그동안 할머니 말 잘 듣고 있어야 해. 알겠지?”“알겠어요.”하준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심해영은 빙그레 웃으며 하준이를 바라봤다.“어

  • 보스의 품격   제440화 일찍 철든 아이들

    여준재는 고다정의 질문에 의외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그도 고다정이 진정된 후에는 어젯밤의 일을 물을 것임을 예상하였기에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모두 경찰서에 보냈어요. 심문 결과 매수당한 사람들이 아니라 클럽의 평범한 손님이었다고 해요. 직원으로 위장한 사람이 수작을 부렸는지 오해했더라고요, 다정 씨를...”뒷말은 차마 꺼낼 수 없었지만 고다정은 알아들었는지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그때 여준재가 무언가 생각해내고는 코웃음을 쳤다.고다정이 의문스럽게 쳐다보며 눈으로 무슨 일인지 물었고 여준재가 대답했다.“오전에 쉬고 있을 때 남준이 온 적이 있었어요. 경찰 소식을 전하려고요.”“경찰 수사에는 진척이 있는 거예요?”“진척은 없었고 그 양심도 없는 놈들이 다정 씨를 고의상해죄로 고소하겠다고 하더라고요.”여준재는 말을 하며 두 눈으로 차디찬 냉기를 뿜었다.다정은 준재의 말을 듣자 얼굴이 흠칫 굳어졌다. 어제 정신이 없는 상태로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이제야 차분히 생각해 보니 어제 확실히 그들에게 상해를 입히긴 한 것 같았지만 반대로 그녀도 남자들에게 구타를 당한 데다 범해질 뻔했었다. 그녀는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고소하겠으면 하라고 해요. 마침 나도 맞고소 해버리면 되지!”여준재는 그녀의 단호한 모습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이 일은 남준한테 이미 지시했어요.”“구 비서님한테 신세를 졌네요. 다 나으면 제대로 감사 인사를 드려야겠어요.”고다정이 진심으로 말을 꺼냈다.그런 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여준재가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고 고다정은 자신이 뭘 잘못했나 싶어 물었다.“왜 그렇게 쳐다봐요?”여준재가 눈썹을 꿈틀거렸다.“구 비서한테만 감사 인사를 하려고요?”준재의 뜻을 단번에 알아차린 고다정이 이 상황이 우스우면서도 어이가 없었다.“당연히 아니죠.”“이제야 정답을 얘기하네요.”여준재가 낮게 흥 하고 투정을 부렸다.바로 이때 별장의 도우미가 저녁을 가지고 왔고 준재는 다정

  • 보스의 품격   제441화 고다정이 가장 소중한 걸 잃게 만들겠어

    고요하던 병원에 두 아이가 찾아오며 시끌벅적해졌다.“엄마. 내가 호 불어줄게. 이러면 안아플거야.”하윤은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다정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짤막한 다리 때문에 그는 까치발로 침대 맡에 엎드려 열심히 입김을 불어댔다.사랑스러운 하윤의 모습에 다정은 마음이 따뜻해 났으나 동시에 힘이 쭉 빠졌다. 특히 그 옆의 아직도 토라져 있는 아들을 보며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생각해보면 사실을 숨기고 여준재더러 아이들을 속이라고 한 건 그녀의 잘못이 맞기에 다정은 먼저 사과를 했다.“이제 화 풀어. 응?”하준은 그 말에 눈을 깜빡였다. 마음이 조금 흔들리는 듯했으나 여전히 다정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는다.그 모습을 놓칠 리 없는 다정.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이 녀석은 지금 자기를 달래주러 와주길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다정은 하는 수 없이 하준을 품에 안고 미안하다며 뽀뽀 세례를 했다. 하준은 그제야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를 용서했다.다정을 용서했다 해서 여준재가 자신을 속인 것까지 잊은 건 아니다. 그는 저녁 내내 준재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자신이 화가 안 풀렸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준재는 그런 하준의 낌새를 눈치채고 다정에게 도와달라는 듯 눈빛을 보냈다. 그에 다정도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회답을 했다.심해영은 어느덧 밤 열 시가 되어가는 것을 발견하고 두 아이를 불러모았다.“전 가기 싫어요. 엄마 옆에 있을래요.”하준과 하윤 모두 다정의 곁에 꼭 붙어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해영은 아이들이 병원에 있는 게 불편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해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의 아들 준재가 말을 꺼냈다.“그럼 얘네들도 여기에서 자게 하면 되겠네요.”“병원에서 어떻게 지내니. 잠자리도 불편할 텐데.”해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준과 하윤이 고집을 부리니 해영은 어쩔 수 없이 혼자 병원을 나섰다....마침 임초연도 그들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여준재가 병원에서 고다정을 극진히 보살피고 있는

  • 보스의 품격   제442화 3일 동안 아저씨를 무시하기로 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표정이 좋지 않은 여준재. 그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최대한 빨리 찾아내. 그리고 원 씨 집안 부자에 관한 소식은 있나?”“아직 없습니다.”남준은 머리를 흔들고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서 준재를 바라보았다. 그는 준재가 이런 결과를 맘에 들지 않아 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준재. 원 씨 부자 사건도 벌써 지시한 지 한 달이 되어가는 데 아직도 알아낸 게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준재는 생각 끝에 지시했다.“그 두 사람 무슨 수를 써서든 찾아내. 쓸 수 있는 인력 총동원해서라도.”“네.”짧은 대답과 함께 남준은 바로 일을 처리하러 갔다.여준재도 밤늦게까지 업무를 마치고 퇴근을 준비하고 있었다.한 편, 제란원에는 다정이 거실에서 뛰노는 두 아이를 보고 있었다. 귀가 여간 밝은 게 아닌 아이들은 정원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를 듣자마자 여준재가 돌아왔다는 걸 알아챘다.“아저씨다!’하윤은 놀고 있던 레고도 내팽개치고 현관문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런 하윤과 달리 하준은 아무 미동도 없이 그저 머리를 숙이고 레고 맞추기에 몰두했다. 얼핏 보면 레고 놀이에 빠져 있는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사실 그의 손은 레고를 하나도 맞추지 않고 있었다.다정은 그런 하준이의 모습에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누굴 닮았는지 참 똘똘하고 고집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날, 여준재가 자기를 속였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하준이는 쭉 저 상태다. 준재가 아무리 달래도 한번 토라진 하준은 절대 마음을 풀어주지 않았다.한창 하준이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생각하고 있는데 문밖에선 하윤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아저씨. 오늘은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못다 한 업무들이 있어서 늦었어.”준재는 하윤이를 가볍게 안아 올리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하윤이 더 무거워진 것 같다?”“아저씨. 지금 나 뚱뚱하다는 거예요? 저 안 뚱뚱하거든요?”하윤은 씩씩대며 준재의 품에서 벗어나려 버둥댔다.준재는 생각보다 격

  • 보스의 품격   제443화 망상 따위 한 적 없어

    여준재가 떠난 지 얼마 안 돼 고다정도 준비를 마치고 산장으로 향했다.다정이 이제 막 건물을 빠져나왔을 땐 이미 이상철이 두 명의 여성 경호원과 함께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이 집사님?”다정은 어리둥절해서 그를 쳐다봤다.이상철은 옆의 두 경호원을 가리키며 말했다.“도련님께서 고 선생님께 경호원을 붙여주라 하셨습니다. 지금부터 이 친구들이 바래다 드릴 겁니다.”그 말을 들은 다정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녀는 옆의 경호원분들을 향해 싱긋 웃어 보이고는 말했다.“그럼 두 분 앞으로 잘 부탁해요.”“물론입니다.”그들은 다정에게 깍듯하게 대답하고는 간단한 자기소개를 했다. 한 명은 여우, 다른 한 명은 까치라는 암호명으로 일을 한다고 한다.다정은 그들에 대해 얼추 료해한 후 바로 산장으로 향했다.그쪽의 책임자가 다시 보고한 바로는 또 수십 그루의 약재들이 썩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했다.산장에 도착한 다정은 옷을 갈아입을 여유도 없이 그곳의 책임자를 따라 약재 밭으로 향했다.그곳에는 이미 썩어버려 뽑아놓은 약재들이 옆 공터에 쌓여있었다. 다정은 이 희귀 약재를 배양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를 알기에 더 마음이 아팠다.“최근 재배기록 주세요.”다정은 숨을 크게 한번 쉬고는 책임자에게 말했다.그는 이미 준비해뒀던 모양인지 곧바로 들고 있던 기록부를 보여주며 말했다.“안 계신 동안에도 시키신 대로 약재들을 보살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흑토에 영양제도 주입했고요. 물도 보름에 한 번씩 줬습니다.”그의 말은 기록부에 적힌 것과 틀림없었다. 다정은 그들의 착오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그렇다면 대체 왜 약재들이 썩는 걸까?’다정은 이 문제로 여러 전문가와 함께 원인을 찾는데 몰두했다.같은 시각, 심해영은 선물함을 들고 다정의 외할머니를 만나 뵈러 그의 집으로 갔다. 강말숙은 집으로 찾아온 해영에 당황했지만 이내 문을 열어 안으로 초대했다.그는 물을 한 잔 따라 해영에게 건넸다. 그리고는 옆에 있던 소파에 앉으며 운을 뗐다.

  • 보스의 품격   제444화 소문이라도 돌면 곤란하니까

    점심쯤에 다정은 외할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어디냐?”“저 지금 산장에 약재 밭이에요.”다정은 말숙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면서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할머니 무슨 일 있어요?”“너한테 해줄 말이 있으니 이따가 집에 한 번 들러라. ”다정은 그의 말투에서 왠지 모를 불쾌한 낌새를 눈치챘다. 그러나 다정이 입을 떼기도 전에 전화를 뚝 끊어버리는 강말숙.다정은 어쩔 수 없이 약재 밭 책임자에게 몇 마디 당부를 건네고 급히 돌아갔다.집으로 돌아온 다정은 그늘진 얼굴로 소파에 앉아있는 강말숙을 보았다. 그도 다정이온 걸 보고는 앞쪽 소파에 앉으라 손짓했다. 다정은 소파에 엉덩이를 붙이기 바쁘게 그에게 질문했다.“외할머니. 무슨 일 있으셨어요?”“너 여준재 그 사람과 사귀는 사이니?”강말숙의 날카로운 눈빛에 다정은 흠칫했다. 이윽고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대답하는 다정.“그 얘기는 또 왜요?”“나라고 하고 싶어서 하냐. 너 오기 얼마 전에 그 집 어머니가 날 찾아왔다.”강말숙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반면 다정은 그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와서 뭘 했어요?”“네가 여준재를 살려줬다고 고마움의 표시로 진귀한 옥 장신구를 주더구나. 그 성의는 거절했지만 심 여사가 한 말을 떠올리면 아직도 언짢다.”강말숙은 감추는 것 없이 심해영과 있었던 일들을 다정에게 얘기해주었다. 얘기를 들은 다정은 다소 놀란 듯 보였다. 심 여사님이 외할머니를 찾아올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다정은 불쾌한 듯 입술을 깨물더니 말했다.“심 여사님이 뭐라고 하셨어요?”“별말 없었다. 그저 목숨을 구해줬단 핑계로 망상하지 말라더군.”강말숙은 간단히 중점만 추려서 얘기해줬다. 다정은 그 말에 기가 차서 실소를 터뜨렸다. 그녀는 아직 여준재와의 관계를 명확히 하지 못한 상태다. 그 말인즉 다정과 여준재와의 관계는 절대로 다정이 매달리는 쪽이 아니라는 것이다.다정의 상황을 알 리 없는 강말숙은 아무 말도 없는 그의 손녀를 보며 표정이 어두워졌다.“

최신 챕터

  • 보스의 품격   제1270화 마지막화

    “하윤 씨, 좋아해요. 제 여자친구가 되어줄래요?”임지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눈앞의 여자애를 바라보며 긴장해서 손에 땀을 쥐었다.하윤은 잠깐 얼떨떨해하더니 이내 환한 웃음을 지었다.“네.”그녀의 얼굴에 피어난 예쁜 미소를 보고 임지호도 해맑게 웃었다.햇빛 아래 선남선녀는 너무 잘 어울렸다.임은미와 고다정은 구석에 숨어 이를 지켜보며 들떠서 소곤거렸다.“하윤이 저렇게 활짝 웃는 걸 보니 서로 고백한 것 같아.”“고백한 게 맞아. 둘이 같이 앉은 걸 봐.”“역시 내 실력이 아직 녹슬지 않았어. 내가 나서면 안 맺어지는 커플이 없다니까.”임은미는 마침내 자화자찬하기 시작했다.고다정은 그녀를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속으로 저 남자애가 하윤을 좋아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 무모하게 나섰다가 맺어주는 게 아니라 끝내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두 사람은 한참 더 보다가 호기심이 충족된 듯 제대로 자리에 앉아 요리를 주문했다.기왕 온 김에 뭘 좀 먹어야지.식사하면서 고다정이 감탄했다.“애들이 어느새 커서 애인까지 생겼네.”“그러게. 우리도 늙었어.”임은미도 같이 탄식했다.뒤이어 그녀는 맞은편의 절친을 바라보며 물었다.“앞으로 무슨 계획 있어?”“보름 동안 쉬면서 준재 씨랑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 후 새로운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할 거야.”고다정은 자기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임은미는 이 말을 듣고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너 점점 일벌레가 되어가는 것 같다.”“그건 내가 이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야.”고다정이 웃으면서 말했다.둘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청아한 목소리가 그들의 귓전을 때렸다.“여하준 씨, 거기 서요.”이 소리를 듣고 눈빛을 주고받는 고다정과 임은미의 머릿속에 똑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이런 우연이! 이 작은 레스토랑에서 두 남매를 모두 만난다고?’하윤도 너무 뜻밖이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하준 쪽을 바라보았다.“오빠?!”“하윤?!”여하준도 이때 하윤과 그 옆의 청년을 발견하고 미간을

  • 보스의 품격   제1269화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다

    하윤은 정말 돌아오지 않았다.하민이 가지 못하게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여준재에게는 무척 즐거운 밤이었다....이튿날 아침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했다.금빛 햇살이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와 이불 밖에 나온 고다정의 피부에 내려앉았다.피부에 생긴 흔적에서 어젯밤에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었다.여준재는 일찍 깼지만 아침의 따스함을 놓치기 싫어 고다정을 안고 만족스럽게 침대에 누워있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갑자기 누군가가 방문을 쾅쾅 두드렸다.“엄마, 일어나요.”하윤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여준재는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역시 자식은 빚쟁이라는 말이 맞다. 이전에 좋아했던 만큼 지금은 싫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품속의 여인이 깨어났다.고다정이 정신이 흐릿한 상태로 물었다.“누가 밖에서 문을 두드려요?”“하윤이에요. 내가 돌려보낼 테니 자요.”여준재가 그녀를 풀어주고 일어나려 했다. 너무 졸렸던 고다정은 막지 않았다.그녀는 오후까지 자고 임은미가 전화해서야 겨우 일어났다.30분 후 두 사람은 시내 중심의 쇼핑몰에서 만났다.임은미는 잠이 덜 깬 것 같은 고다정을 보고 놀려댔다.“너랑 여 대표님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좀 절제해.”“나한테만 그러지 말고 너도 절제해. 목에 난 흔적이 가려지지도 않아.”지금의 고다정은 약간 야한 농담에도 얼굴을 붉히던 10년 전의 고다정이 아니다.지금의 그녀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역습한다.임은미도 말문이 막히지 않았나.그녀는 채성휘와 자주 싸우지만 둘 사이의 감정에는 조금도 영향이 없었다.그녀가 코웃음을 쳤다.“네가 이겼어. 이제 너를 쉽게 놀리지 못하겠어.”그녀는 말하면서 고다정과 어느 가게에 들어갈지 사방을 둘러보는데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다정아, 저기 하윤이 아니야?”“하윤이?”고다정이 놀라며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정말 멀지 않은 곳의 레스토랑에 하윤과 깔끔해 보이는 잘생긴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것이

  • 보스의 품격   제1268화 둘만의 세상

    이 말을 들은 하윤은 즉시 고다정의 말에 흥미를 보였다.“저, 오빠, 그리고 이모 세 사람 외에 또 있어요?”그녀는 의문스레 고다정을 쳐다보았다. 설마 그때 아빠, 엄마를 맺어주려고 애쓴 사람이 또 있나?그런데 그녀가 말하자마자 고다정이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일 줄이야.“그래, 너와 오빠, 이모가 도와준 걸 말하는 거야. 그때 너희 셋이 나랑 너희 아빠를 맺어주려고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어? 그러니까 너 혼자 좋아하는 사람을 쫓아다니면 이뤄지기 힘들지 않겠어?”“좀 일리가 있네요.”갑자기 엄마한테 설득당한 하윤이 무심코 말했다.“그럼 엄마랑 이모가 좀 방법을 생각해 주세...”‘요’자를 내뱉기 전에 그녀는 씩씩거리며 또 한 번 엄마를 째려보았다.“또 엄마한테 걸려들었어요.”고다정은 이번에는 정말 참을 수 없어 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계집애, 어렸을 때와 똑같이 잘 속아.”그녀는 너무 웃어서 눈물까지 나왔다.이를 보고 화가 난 하윤이 손을 뻗어 고다정을 간지럽히려 했다.“엄마 나빠요.”그렇게 모녀는 온천에서 웃고 떠들었다.이쪽의 따뜻한 분위기와 달리 남자 노천탕은 썰렁했다.“자식, 어렸을 때는 귀여웠는데 크면 클수록 얄미워.”옆방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여준재는 눈앞의 두 아들이 보면 볼수록 눈에 거슬렸다.하준이 판에 박은 것 같이 똑같은 표정으로 아빠를 힐끗 쳐다보더니 시큰둥하게 말했다.“피차일반입니다.”하민은 형과 아빠가 티격태격하자 조용히 구석에 숨었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집안에서 지위가 가장 낮다는 것을 알았다.여준재는 막내아들의 속마음을 모른 채 자기한테 말대꾸하는 큰아들을 보며 문득 한 가지 꾀가 떠올랐다.“너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허구한 날 남의 마누라를 생각하지 말고 네 마누라를 찾아. 아니면 네 할머니한테 맞선을 주선하라고 할까?”그렇다. 여준재가 생각해 낸 방법은 하준을 결혼시키는 것이다.‘이 자식이 자기 마누라가 생기면 더 이상 내 마누라를 생각하지 않겠지.’하준이 그의 생각을 모를

  • 보스의 품격   제1267화 왜 이렇게 사이가 좋아요?

    그날 저녁 여씨 삼남매는 결국 남아서 고다정을 축하해 주었다.식사가 끝난 후 임은미는 두 딸을 데리고 떠나갔다.가기 전에 그녀는 고다정과 내일 오후에 같이 쇼핑하기로 약속했다.임은미를 보낸 후 다섯 식구는 남녀가 분리된 온천 노천탕에 갔다.고다정은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느긋한 시간을 보낸 게 얼마 만인가.그녀가 눈을 감고 즐기고 있을 때 어깨 위에 갑자기 손이 올라오더니 그녀의 어깨를 주물렀다.고개를 돌려 보니 둘째 딸이 그녀의 뒤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다.“엄마...”“왜?”고다정이 나지막이 묻자 하윤이 바짝 붙으며 말했다.“엄마가 아빠한테 사정 좀 해 주시면 안 돼요?”그녀는 고다정의 환심을 사려고 방긋 웃었다.“오늘 엄마랑 단둘이 시간을 보내려는 아빠의 계획을 제가 망쳤으니 아빠가 틀림없이 내일 저한테 일을 시킬 거예요.”그녀가 이렇게 단언하는 원인은 그동안 이런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학교 다닐 때는 그녀가 엄마한테 너무 달라붙는다고 아빠가 그녀를 속여 공부를 많이 시켰다.후에 점차 크고 오빠가 폭로해서야 그녀는 아빠의 꾀에 넘어갔다는 것을 알았다.고다정은 고민 가득한 딸애 얼굴을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이 계집애는 어릴 때부터 말을 잘 듣지 않았는데, 매번 아빠의 권위에 도전했다가, 결국 비참하게 혼쭐이 나고 불쌍한 모습으로 엄마를 찾아왔다.“이제야 두려워? 이모를 꼬드길 때는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생각 안 했어?”“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요. 엄마가 원래 여가 시간이 많지 않은데 아빠가 항상 엄마를 차지하니까.”계집애는 말하면서 고다정의 어깨를 껴안고 또 응석을 부렸다.애교 공세에 당할 수 없는 고다정은 이내 동의했다.하윤은 기쁜 나머지 고다정을 안고 뽀뽀하더니 배시시 웃었다.“역시 엄마밖에 없어요.”“너도 참, 빨리 온천에 몸을 담가.”고다정이 말하면서 그녀를 잡아당겨 노천탕에 앉혔다.그러나 하윤은 가만히 앉아 있지 못했다. 그녀는

  • 보스의 품격   제1266화 치열한 쟁탈전

    한편, 서쪽 외곽에 위치한, YS그룹에서 개발한 온천 리조트에 세련된 곡선미를 자랑하는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도착했다.차가 천천히 입구에 멈춰 서더니 검은색 수작업 맞춤 양복을 입은 여준재가 차에서 뛰어내렸다.똑바로 선 후 그는 돌아서서 허리를 살짝 굽히더니 차 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준수한 얼굴에서는 꿀 뚝뚝 다정함이 넘쳐흘렀다.“부인, 도착했습니다.”검은색 여성 정장 차림의 고다정이 가늘고 예쁜 손을 우아하게 여준재의 손바닥 위에 얹더니 차에서 내렸다.지금의 그녀는 풋풋함을 벗은 대신 카리스마와 여유가 넘쳤다.옆에 있던 매니저가 알랑거리며 그녀를 맞이했다.“사모님의 교베르 의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건 저와 직원들의 작은 성의입니다. 인류 의학에 공헌한 사모님께 감사드립니다.”말하고 나서 그는 들고 있던 꽃다발을 건넸다.사방에서 박수와 축하가 쏟아졌다.“축하드립니다, 사모님.”“사모님, 진짜 대단하십니다!”“사모님은 제 롤모델입니다!”이 말을 듣고 고다정은 얼굴에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감사합니다.”옆에 서 있는 여준재도 눈에 자랑스러운 기색이 가득했다.뒤이어 두 사람은 매니저의 안내로 룸에 들어섰다.룸에는 이미 고다정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준비돼 있었다.두 사람이 오붓하게 식사하고 있을 때 가방 속에 있는 고다정의 휴대폰이 울렸다.임은미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은미야, 무슨 일이야?”고다정이 전화를 받았다.옆에 있던 여준재는 이 말을 듣고 두 눈을 가늘게 떴다.고다정을 쳐다보던 그는 그녀와 시선이 딱 마주쳤다.고다정의 표정을 보니, 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제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은미가 축하 파티를 준비했다고 오래요.”“은미 씨는 인터넷을 안 본대요?”여준재가 답답한 듯 한마디 했다. 그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분명 고다정은 그의 아내인데, 지난 12년간 그는 아내와 단둘이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 궐에서 전하를 만나는 것보다 어려웠다.안팎에 강적이 있는 데다 고다정이 그동안 암세포를

  • 보스의 품격   제1265화 12년 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어느새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12년간 지도층이 바뀌고, 많은 연예인이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심지어 국제 정세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 등 많은 일들이 발생했지만 여준재와 고다정의 애정 전선은 변함이 없었다.현재 두 사람은 주변에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잉꼬부부가 됐다.사람들이 그들을 부러워하는 것은 금실이 좋은 것도 있지만 잘생기고 철이 든 아들딸을 두었기 때문이다.지금 여씨 가문의 큰 도련님, 아가씨, 작은 도련님 얘기가 나오면 엄지척 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특히 여하준은 19세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부모를 도와 두 회사를 관리하고 있다.물론 여하윤도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어 젊은 나이에 세계 최고의 콘서트홀에서 연주했을 정도로 뛰어나다.그리고 여씨 가문의 작은 도련님은 형, 누나만큼 대단하지는 않지만 어려서부터 말솜씨가 좋아 많은 귀염을 받았고, 지금은 연예계 인기 아역 스타다....운산공항 로비의 스크린에 최신 국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12년 만에 암세포를 죽이는 약을 개발해 낸 고다정 교수님의 교베르 의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는 우리 인류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연구 성과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암을 두려워할 필요도, 암 얘기에 놀랄 필요도 없게 됐습니다.”뉴스 진행자는 감격을 금치 못했다.최근 몇 년 고다정 연구팀의 약물 연구 덕분에 암세포 억제제가 꾸준히 개진되긴 했지만 암세포를 철저히 소멸할 수는 없어 암에 걸린 후 결국 치료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이 뉴스는 방송되자마자 많은 행인의 주의를 끌었다.인터넷에서도 큰 화제가 됐고 고다정에 대한 축복이 쏟아졌다.[고 원장님이 해낼 줄 알았어!][너무 기쁜데 어떡하지? 우리나라를 빛낸 고 원장님을 지지하기 위해 약방에 가서 그 회사 약들을 대량 구매할 거야.][나도. 우리 집에는 환자가 없지만 이 약들을 필요한 기관에 기증할 수 있어!][하하하, 속이 다 시원하네. 그때 고 원장님이 안 된

  • 보스의 품격   제1264화 평생 행복하게 살자

    열 몇 시간 후 비행기는 드디어 평온하게 착륙했다. 여준재가 낮은 소리로 옆에서 달게 자는 아내를 깨웠다.“여보, 일어나요.”그 소리에 고다정이 눈을 뜨더니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눈앞의 낯선 환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여기 어디예요?”“아직 비밀이에요. 비행기에서 내리면 알 거예요.”여준재는 그녀의 손을 잡고 비행기에서 내린 후 공항을 나섰다.그들을 마중 나온 차량이 벌써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차에 탄 후 고다정이 또 한 번 참지 못하고 물었다.“우리 지금 어디 가요?”“먼저 밥 먹으러 가요. 지금 너무 배고프죠?”여준재가 기사에게 근처의 가장 좋은 레스토랑으로 가자고 말했다.고다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할 때 아무것도 먹지 않은 데다 이렇게 장시간 비행한 까닭에 확실히 배가 고팠다.레스토랑에 도착한 두 사람은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룸에 들어갔다.주문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레스토랑 직원이 예쁘게 플레이팅된 음식들을 들여왔다.훈훈하고 달콤한 분위기 속에서 여준재가 고다정의 식사를 챙겼다.이때 고다정의 휴대폰이 울렸는데, 국내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엄마, 아빠랑 같이 어디 갔어요?”쌍둥이의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이 목소리를 들은 고다정은 갑자기 뜨끔했다.“컥컥, 엄마랑 아빠가 일이 있어서 외출했어. 며칠 뒤에 돌아오니까 집에 얌전히 있어. 할머니, 할아버지 말을 잘 듣고. 알았지?”“흥! 엄마랑 아빠가 둘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몰래 나간 거잖아요.”쌍둥이가 직접 고다정의 거짓말을 폭로했다.고다정은 무안해하며 도와달라는 듯 여준재를 바라보았다.당연히 아내 편인 여준재는 휴대폰을 받아 들고 말했다.“아빠와 엄마가 신혼여행 중이야. 돌아갈 때 너희 선물을 사 갈게.”말하고 나서 그는 직접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기 건너편에서 신호가 끊긴 스마트워치를 바라보는 쌍둥이의 앳된 얼굴에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아빠 나빠.”“너무 나빠!”쌍둥이는 아빠한테 잔뜩 화가 났다.이때 임은미가 오더니 그들의 안색이 안 좋은

  • 보스의 품격   제1263화 불쌍한 솔로 구남준

    이 말이 나오자 고다정과 임은미는 서로 마주 보며 웃더니 손을 잡고 무대 옆으로 나와 하객들을 등지고 섰다.“부케를 받은 사람은 내년에 솔로 탈출합니다.”두 사람이 부케를 던진 후 뒤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자가 입을 열었다.“부케를 누가 받았는지 신부님들 뒤를 돌아보세요.”고다정과 임은미는 두 젊은 아가씨가 부케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축복의 말을 건넸다.“두 분도 내년에 행복을 찾길 바랍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두 아가씨가 감사 인사를 했다.사람들 뒤에 서 있던 구남준은 속이 답답하기 그지없었다.분명 자기도 동작이 빠른데 부케를 하나도 받지 못하다니. 설마 평생 혼자 살 운명인가?...결혼식이 끝난 후 신혼방으로 돌아온 두 사람.“피곤하죠? 좀 쉴래요?”여준재가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안쓰러워했다.“아니요. 방금 결혼식장에서 잠깐 쉬었더니 지금 괜찮아요. 당신 먼저 옷부터 갈아입어요.”고다정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알았어요. 고생했어요, 여보.”순간 여준재가 고다정을 꽉 껴안더니 다정하게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여준재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고다정은 황급히 그의 입술을 피하더니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주의를 주었다.“아직 밤도 아닌데, 이미지에 좀 신경 쓰세요.”“당신 앞에서 무슨 이미지에 신경 써요? 당신을 안고 자려는 것뿐인데.”여준재는 이 말을 듣고 억울한 표정으로 고다정을 바라보았다.“알았어요. 놀리지 않을게요.”여준재의 불쌍한 모습을 보고 고다정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당신은 웃을 때 진짜 예뻐요.”여준재가 넋이 나간 듯 고다정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당신도 참.”그의 칭찬에 고다정은 얼굴이 더 빨개졌다.여준재는 고개를 숙이더니 고다정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고다정은 피하려고 했지만 여준재가 그녀를 꽉 껴안고 반항하지 못하게 했다.키스는 오랫동안 지속됐고, 고다정이 호흡 곤란이 올 정도가 돼서야 여준재는 그녀

  • 보스의 품격   제1262화 결혼식(하)

    결혼식 현장은 환상적이었다.전 세계 명문가에서 대표를 파견해 참석했다.이렇게 많은 유명인들 앞이라 고다정과 임은미는 몹시 긴장했다.“준재 씨, 좀... 긴장돼요.”가볍게 입술을 깨물며 여준재를 쳐다보는 고다정의 눈에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 감돌았지만 수줍음과 기대감도 보였다.“괜찮아요. 제가 항상 곁에 있을게요.”여준재가 약간 차가운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더니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긴장 풀어요. 당신은 신부 노릇만 잘하면 돼요. 다른 건 다 저한테 맡겨요.”여준재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마음이 놓이는 대신 열정이 넘치고 약간 기대도 됐다.“신부가 진짜 예쁘네.”“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에요.”“신부네 집안도 보통이 아니래. 여씨 가문이 더 번창하겠어.”하객들이 쑥덕거렸다. 그중 고다정을 부러워하는 상류층 부잣집 따님도 적지 않았다.오늘 여준재는 유난히 멋있었다. 매끈한 양복 차림에 준수한 외모가 불빛 아래에서 유달리 돋보였다.고다정은 여준재와 팔짱을 끼고 사람들의 부러운 눈빛 속에서 천천히 버진로드의 종점을 향해 걸어갔다.두 사람이 무대에 선 후 채성휘와 임은미가 뒤늦게 입장했다.이들 둘도 버진로드를 따라 행진해 여준재와 고다정의 옆에 섰다.결혼식 사회자는 두 쌍의 신랑 신부가 모두 입장한 것을 보고 결혼식의 시작을 알렸다.“존경하는 하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결혼식을 시작합니다!”이 말이 끝나자 무대 아래의 하객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오늘 이 자리에 계신 모든 하객분이 증인이 되어 두 쌍의 신랑 신부가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도록 축복해 주시길 바랍니다.”사회자의 말에 무대 아래에서 또 한 번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여준재 씨는 옆에 있는 아름답고 우아한 신부를 아내로 맞아 평생 사랑하고 아끼고 보호하고 돌보기를 원합니까?”사회자가 웃음 띤 얼굴로 무대 위에 서 있는 여준재를 보며 물었다.“물론입니다!”여준재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한 후 확고한 눈빛으로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