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대표님도 제 어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신 것인지 아시잖아요. 저 다시는 그런 일 겪고 싶지 않아요. 제게 남은 가족이라곤 외할머니 한 명인데 할머니도 어머니처럼 저 때문에 수모를 당하게 하지 않을 거예요. 할머니는 절대 나처럼 고개 숙일 일 없게 할 거라고요.”말을 마친 다정은 캐리어를 끌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나갔다.여준재는 떠나가는 다정의 뒷모습을 보며 분노가 끓어올랐다. 그는 자신의 부모님이 그와 고다정 사이를 훼방 놓으려는 생각을 여태 단념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은 전혀 못 했다. 여준재는 곧장 다정이 나간 방향으로 나갔다. 그러나 다정을 잡으러 가는 것이 아닌 본가로 향했다.심해영은 집에 온 여준재를 보고도 놀라는 기색 하나 없이 유유자적하게 소파에 앉아있었다. 오히려 예상보다 빨리 왔다고 생각 중이었다.준재는 소파에 앉아있는 어머니를 보며 목소리를 깔고 물었다.“왜 고 선생님 외할머니를 찾아가셨어요?”“그냥 사례하러 갔을 뿐이야.”해영은 변명을 해보려 했지만 준재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는 해영을 다그치며 차갑게 쏘아붙였다.“사례는 고 선생님께 하는 거 아닌가요? 왜 고 선생님 외할머니를 찾아가셨을까?”“…”심해영은 매섭게 화를 내는 아들의 모습에 자신의 결정이 틀렸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 준재가 이토록 화가 났다는 것은 고 선생이 제란월을 나갔다는 말이겠지.“그래. 내가 인정할게. 일부러 고 선생 외할머니를 뵈러 갔어.”결국 인정하는 해영. 준재는 낯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며 치미는 분노를 꾹 참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왜요?”“내가 왜 이러는지 정말 몰라서 그러니? 내가 말했잖아 고 선생은 너랑 안 어울린다고. 나와 네 아버지는 너희들 만나는 거 반대라고. 근데 지금 너희를 봐. 떨어지진 못할망정 감정을 더 키우고 있잖니. 장차 YS그룹의 계승자가 될 사람이 이렇게 마음이 약해서야. 네가 독하게 못 하겠으면 이 엄마가 나쁜 사람이 돼줄게. 이게 다 널 위해서 그러는 거야.”해영은 말을 하면 할
그날 저녁, 다정은 유치원에 아이를 데리러 갔다.돌아가는 길에 하윤은 뭔가 잘못됐음을 발견하고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엄마, 우리 아저씨 집으로 가요?”“아니, 아저씨 이제 거의 다 나았어. 그러니 우리도 집으로 돌아가야지.”다정은 옅게 웃으며 하윤의 물음에 답했는데, 그 어떤 정서의 기복도 보이지 않았다.하윤은 조금 실망했다는 듯 말했다.“이렇게 빨리요?”하윤이의 아쉽다는 말투를 들으며 다정은 실소를 터뜨렸다.“사흘 동안 아저씨랑 말 안 하기로 했잖아. 그런데 우리 하윤이 왜 이렇게 아쉬워해?”“그냥 뭐 말해본 거예요...”하윤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 소리를 들은 다정과 하준은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몰랐다.이때, 하윤은 또 뭔가가 떠올랐다는 듯 다정에게 말했다.“엄마, 우리 아직 아저씨와 작별 인사도 안 했잖아요.”“걱정하지 마. 엄마가 하윤이와 하준이 대신해서 말해줬어.”비록 얼굴까지 붉히는 바람에 짧은 시일 내엔 만나기 어렵지만 말이다.다정은 속으로 묵묵히 한마디 더 했다.두 남매는 다정의 얘기를 듣고 별생각 없이 순순히 머리를 끄덕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 셋은 집에 도착했는데 뜻밖의 인물이 소파에 앉아있는 걸 발견했다. 여준재였다.“아저씨, 여긴 어쩐 일이세요?”하윤이 놀랍다는 듯 준재를 보며 말했다.하준은 비록 아무 말도 없었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조금 놀란 것 같았다.“하윤이와 하준이를 보러 왔지. 겸사겸사 너희 엄마와 나눌 얘기도 있고 해서.”준재는 이렇게 말하면서 검은 눈동자로 다정을 바라보았다.이 장면을 본 말숙은 두 남매에게 말했다.“외증조할머니와 함께 숙제나 하러 갈까?”다정은 말숙과 두 남매가 함께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외할머니 이 태도...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녀의 귓가에는 남자의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미 외할머니께 사과드렸어요.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예요.”말하면서 준재는 다정의 앞에 걸어가서 은하수를 담은 것 같은 눈동자로 그녀를
그날 밤, 준재는 평소대로 아이를 보러 다정의 아파트로 갔다.이렇게 많은 날이 지나면서 다정의 마음속 분노도 많이 사그라들었다.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녀는 속으로 끊임없이 준재와 거리를 유지하라고 경고했다.적어도 어떻게 이 관계를 정리할지 생각해 두기 전에는 사람들에게 말꼬리 잡히는 일은 하지 말아야 했다.준재는 다정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몰랐으나 그녀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은 이미 눈치챘다. 비록 별수가 없었으나 그는 크게 서두르지 않았다.왜냐하면 그는 믿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진심을 내보이며 계속 노력하면 반드시 다정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고 말이다.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 준재는 두 남매의 수학 문제를 가르친 후 다정의 약방 입구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들어오세요.”다정의 목소리가 방에서 들려왔다.준재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다정이 손에 약제 시험관을 들고 그를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일 다 했습니까?”그가 물었다.다정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고 선홍빛 입술을 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일 있어요?”준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문을 닫았다.다정은 준재의 행동을 보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이때 방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일부터 기사를 보내 차로 아이들을 데려올 겁니다.”“무슨 일인데요?”다정은 의아하다는 듯 그를 보았다.알고 있었다. 준재가 아무 이유 없이 그런 결정을 했을 리가 없었다.준재도 다정을 속이지 않고 남준이 조사해 낸 결과를 알려주었다.“다정 씨가 저번에 모함당한 일을 조사해 보니 임초연이 사주한 것이더군요.”이 말을 듣자, 다정은 아예 어안이 벙벙했다.그녀라니!경악한 것도 잠시, 그 뒤엔 끝없는 분노가 뒤따랐다.얼마나 큰 앙심을 품었으면 이런 일마저 벌였을까.그녀는 단 한 번도 그 임씨 집안 아가씨에게 미움을 산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왜 그랬을까요?”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다정이 준재에게 물어본다.준재는 분노에 물든 다정의 얼굴을 보며 살짝 어색한 기색을 보였다.
초연은 속으로 부글부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어쩔 수 없이 ‘참을 인’ 자를 씹어 삼켰다.준재 코앞에서 아이들에게 손을 쓸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었고 설령 진짜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해도 꼬리를 잡히지 않을 거란 보장도 없었다.이렇게 그녀는 잠시 이 일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준재는 이 일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그는 연속 며칠 동안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데려왔지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이날, 준재는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준 후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는 모습을 봐서야 시선을 거두었다. 그러고는 앞에 서 있는 남준에게 물었다.“며칠 동안 임초연 쪽에서는 아무 움직임 없나?”“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감시하는 사람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마 대표님이 계셔서 때를 기다리고 있는 듯합니다.”남준은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준재는 그걸 들으면서 눈빛이 얼어붙을 것처럼 변했다“임초연 정말, 끝까지 가보자는 건가.”남준은 이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뭐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몇 초 지나지 않아 준재의 차가운 목소리가 차 안에 울려 퍼졌다.“내가 준비하라고 했던 일은 어떻게 됐어?”“이미 준비가 끝났습니다. 언제든 움직일 수 있어요.”남준은 공손하게 대답했다.준재는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오늘 밤에 진행하지.”그러자 남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명을 받들었다.뒤늦게 초연은 저녁에 카운트 호텔에서 비즈니스 파티에 참석하라는 초대장을 받았다. 원래 별로 관심 가는 건 아니었지만, 준재도 간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즉시 사람을 시켜 참석하겠다고 알렸다.그날 저녁 일곱 시, 초연은 섹시하고 타이트한 치마를 입고 카운트 호텔 입구에 나타났다. 들어간 후, 그녀는 오만한 자세로 초대장을 호텔 직원에게 건네고는 직원들이 그녀를 파티 현장에 안내해 주기를 기다렸다.하지만 직원들은 그녀의 초대장을 보자마자 눈빛이 반짝거렸다.“아가씨, 이쪽으로 오세요.”직원은 초대장을 치운 뒤 이쪽으로 오라는 몸짓을
초연은 저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구남준 씨? 어떻게 당신이...”남준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다시 질문했다.“왜 날 잡아 오라고 시킨 거예요?”남준은 제자리에 서서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임초연 아가씨께선 이 모든 게 익숙하지 않으십니까?”초연이 멈칫했다.그녀는 남준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결국, 인내심이 바닥난 초연은 남준에게 다시 물었다.“익숙하다뇨. 도대체 뭘 하려는 건데요. 나에게 무슨 짓을 할 거냐고!”이런 초연을 보며 남준은 더 이상을 뜸을 들이지 않고 입을 열었다.“잊으셨나 봅니다. 그러면 제가 알려드릴게요. 보름 전, 당신이 사람을 시켜 코스트 클럽에서 무슨 짓을 하게 했습니까?”말을 마친 남준은 잠시 멈추더니 비꼬는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지금은 뭔가 떠오르셨습니까?”초연은 순간 표정이 굳어졌는데 남준이 말한 게 뭔지 떠오른 모양이었다.그녀의 눈동자는 미세하게 흔들렸지만, 간신히 진정하며 남준을 쏘아보았다.“내가 뭘 시키긴요. 그날 밤 제가 코스트 클럽에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계속 아버지와 함께 다녔어요!”“끝까지 인정하지 않으시군요.”남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초연을 쳐다보며 말했다.그 매서운 칼날과도 같은 눈빛에 찔린 초연은 심장이 갑자기 벌렁벌렁 뛰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며 다시 부정했다.“웃기네요.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뭘 인정하라는 거예요?”이렇게 말을 마친 초연은 다시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구남준 씨,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날 당장 풀어주는 게 좋을 겁니다. 그리고 준재 씨는 알아요? 당신이 날 잡아들인 거.”“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 대표님도 알고 계신 일입니다. 오히려 대표님께서 분부하신 거니까요.”남준은 초연의 협박에 겁먹지 않았다. 진실대로 말하는 그를 본 초연의 마음은 극도로 혼란스러웠다.여준재가 남준더러 자신을 잡으라 했다고? ‘설마 그때 일이 준재 씨에게 들킨
환한 호텔 방에서 초연은 남준의 말을 들은 후, 온몸에 오한이 서리며 부들부들 떨렸다.“안 돼요.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나 임씨 집안 아가씨란 말이에요. 아버지가 절대 당신들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예요.”그녀는 자기 집안을 언급하며 남준에게 겁을 주려고 했다.하지만 그녀의 생각이 짧았다. 준재가 정말 그녀의 집안을 고려했다면 절대 초연을 잡아들이라고 하지 않았고 또 이렇게 안배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남준은 차가운 시선으로 침대에서 침착함을 잃어가는 여자를 바라보며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임씨 집안 아가씨면 뭐 어떻습니까. 감히 저희 사모님을 건드리다니. 그것도 아주 악독한 수단으로 말입니다. 그러니 이 모든 것은 당신이 자초한 겁니다.”이 말을 마친 남준은 잠시 멈칫하더니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렸다.초연은 그 웃음을 보며 심장이 덜컹하면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역시나 일 초 후, 그녀는 한 글자씩 내뱉는 남자의 목소리를 들었다.“오늘 밤, 잘 즐기십시오.”이 말을 던진 후, 남준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그리고 몇몇 취한 남자들도 초연에게 덮쳐왔다.“아악, 꺼져. 다 꺼지라고! 날 만지지 마!”초연은 묶인 손발로 발버둥을 치며 그 남자들이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그리고 이때 그녀는 드디어 깨달았다. 준재가 정말 마음먹었다는 것을.그녀는 정신없이 놀라 크게 소리 질렀다.“구남준 씨, 가지 마요. 나에게 이렇게 대하지 말라고요!”그러자 남준이 멈추면서 옆에 있던 경호원에게 눈짓을 건넸다. 경호원은 그 뜻을 알아차리고는 초연에게 달려든 남자들을 제압했다.초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때 그녀의 귓가에서 남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지금은 인정하시겠습니까?”“인정... 할게요.”초연은 남준의 표정을 본 뒤,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순간, 그녀는 화가 치밀었지만, 겉으론 뉘우치고 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잘못을 빌었다.“남준 씨, 내가 잘못했어요. 그러니까 준재 씨에게 말해줘요.
그날 오전, 임초연의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뉴스가 실검에 오르면서 핫한 이슈로 되었다.그녀의 사회적 체면도 따라서 무너져 내렸고 심지어 아직까지도 그녀의 호텔 방 앞에는 기자들로 바글바글한 상태였다.이 소식을 알게 된 임초연의 부모님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들은 이렇게 망신을 당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당장이라도 딸인 임초연을 손절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은 호텔에 사람을 보내 임초연을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같은 시각, 고다정도 이 뉴스를 보게 되었다.“어떻게 그런 일을 했지?”고다정은 믿기지 않는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녀는 여준재를 향한 임초연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하지만 이때, 그녀는 문득 한 가지 일을 떠올렸다.전에 여준재는 그녀 대신 임초연을 처리할 거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설마 이 뉴스를 여준재가 퍼뜨린 것일까?고다정이 의심하고 있을 때, 여준재는 마침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가기 위해 아파트에 도착했다.아직 두 아이가 아침 식사를 끝내지 않았기에 여준재는 소파에 앉아 기다렸다.“아저씨, 조금만 기다려요. 곧 다 먹어요.”고하윤이 말하면서 입에 음식을 우걱우걱 집어넣었다.고다정이 고하윤의 모습을 보면서 당부했다.“천천히 먹어. 시간이 많으니까. 그리고 아저씨도 기다릴 거야.”“알겠어요.”두 아이가 머리를 끄덕이고는 다시 음식을 꼭꼭 씹어 삼켰다.고다정은 방금 그 일을 생각하면서 저도 모르게 여준재를 향해 걸어갔다.그녀는 여준재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아 물었다.“임초연 씨 일 말이에요, 대표님이 시킨 거예요?”그녀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임초연이 지조 없이 행동하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누군가가 작정하고 소문을 퍼뜨렸다면 다른 얘기지만 말이다.“그래요, 당신한테 그런 짓을 해놓고도 우리 아이를 해치려고 했잖아요. 사회적 체면만 잃게 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죠.”여준재는 부인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그리고 그는 문득
넓은 거실에서.임광원과 신해선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여준재가 감히?”신해선이 어금니를 깨물더니 그녀의 눈빛에는 원한의 감정으로 가득 찼다.임광원도 분노 때문에 얼굴이 벌게졌다.그는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경찰에 신고해. 여씨 집안이 그 대가를 치르게 해야지!”임초연도 그의 생각에 동의했다.그녀는 이미 체면을 잃었으니 여준재도 쉽게 빠져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임광원은 그날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여준재가 사람 시켜 임초연을 납치하고, 또 임초연에게 성폭행을 저지르도록 했다고 고소했다.그는 또 기자들과 만나 그가 한 일을 폭로했다.기사가 퍼지자 운산 상류층은 갑자기 떠들썩해졌다.이 소식을 접한 구남준은 바로 여준재에게 보고했다.“대표님, 임씨 집안에서 경찰에 신고했답니다. 그리고 대표님이 사람 시켜 임초연을 납치하고 그녀의 몸을 더럽혔다며 인터넷에 글을 올린 모양입니다.”“무슨 염치로 그런 말을 한대?”여준재가 피식 웃더니 분부했다.“가서 김 변호사님더러 고소장을 작성해 임씨 집안에 보내라고 해.”구남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뜨려고 했다.하지만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부하 비서가 경찰 두 명을 데리고 오는 것을 발견했다.그는 눈을 반짝이더니 고개를 돌려 사무실 안에 있는 여준재를 향해 말했다.“대표님, 경찰이 왔습니다. 아마 임씨 집안의 일로 온 것 같습니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비서는 두 경찰을 데리고 사무실 문 앞에 도착했다.“구 비서님, 이 두 경찰분은 대표님 찾으러 왔습니다.”“알겠으니까 이만 가봐요.”구남준이 손을 저으면서 비서를 보낸 뒤 두 경찰을 데리고 사무실 안을 들어섰다.여준재는 사무실에 들어온 세 사람을 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두 분,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셨나요?”“여준재 씨, 방금 YM 그룹의 대표인 임광원 씨의 신고를 받았거든요. 여준재 씨가 사람 시켜 임초연 씨를 납치하고, 또 임초연 씨를 성폭행하게 시켰다고 했습니다.”조금 나이가 많은 경찰이 단도직입적으로 이곳에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