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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아예 손을 쓸 수가 없잖아

그날 밤, 준재는 평소대로 아이를 보러 다정의 아파트로 갔다.

이렇게 많은 날이 지나면서 다정의 마음속 분노도 많이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녀는 속으로 끊임없이 준재와 거리를 유지하라고 경고했다.

적어도 어떻게 이 관계를 정리할지 생각해 두기 전에는 사람들에게 말꼬리 잡히는 일은 하지 말아야 했다.

준재는 다정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몰랐으나 그녀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은 이미 눈치챘다. 비록 별수가 없었으나 그는 크게 서두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믿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진심을 내보이며 계속 노력하면 반드시 다정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고 말이다.

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 준재는 두 남매의 수학 문제를 가르친 후 다정의 약방 입구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다정의 목소리가 방에서 들려왔다.

준재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다정이 손에 약제 시험관을 들고 그를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

“일 다 했습니까?”

그가 물었다.

다정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고 선홍빛 입술을 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 있어요?”

준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문을 닫았다.

다정은 준재의 행동을 보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이때 방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일부터 기사를 보내 차로 아이들을 데려올 겁니다.”

“무슨 일인데요?”

다정은 의아하다는 듯 그를 보았다.

알고 있었다. 준재가 아무 이유 없이 그런 결정을 했을 리가 없었다.

준재도 다정을 속이지 않고 남준이 조사해 낸 결과를 알려주었다.

“다정 씨가 저번에 모함당한 일을 조사해 보니 임초연이 사주한 것이더군요.”

이 말을 듣자, 다정은 아예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라니!

경악한 것도 잠시, 그 뒤엔 끝없는 분노가 뒤따랐다.

얼마나 큰 앙심을 품었으면 이런 일마저 벌였을까.

그녀는 단 한 번도 그 임씨 집안 아가씨에게 미움을 산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왜 그랬을까요?”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다정이 준재에게 물어본다.

준재는 분노에 물든 다정의 얼굴을 보며 살짝 어색한 기색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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