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에 긴장하고 있던 여준재가 드디어 마음을 놓았다.신수 노인이 계속 말을 이었다.“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다정의 몸에 난 상처가 심각한 건 사실이야. 머리에는 가벼운 뇌진탕을 입었고 외상도 있어. 외상이 깊지 않아 다행이지만. 요 며칠 상처에 물이 닿지 않게 조심해 줘, 상처를 만지지도 말고. 몸에 난 상처는 대부분이 멍인데 허벅지가 제일 심각해, 가벼운 골절이 있어.”말을 마치자 여준재는 가슴이 아픈 듯 눈가가 벌겋게 달아오른 것 같았다.“알겠습니다. 오늘 밤 신세 많이 졌어요.”준재는 목소리가 갈라진 채 감사 인사를 전했다.신수 노인은 고개를 젓더니 괜찮다는 뜻을 전하며 여준재에게 입원 수속을 진행하라고 귀띔했다.반 시간 정도 지났을까, 고다정이 병실에 입원했다.여준재는 그녀의 곁에서 다정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신수 노인은 그 모습을 쳐다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너희 두 사람 무슨 일이야, 먼저 너한테 일이 생기더니 이젠 다정이한테 화가 옮겨갔어. 무슨 저주라도 받은 거야?”“제가 소홀한 탓이에요.”여준재가 갈라진 목소리로 답했다.그렇게 조심한다고 했는데 누군가 그의 신분을 도용해 고다정을 불러낼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신수 노인은 가만히 듣더니 이 사건이 여준재를 향한 개인적인 원한과 관련 있음을 알고는 더 이상의 말은 아꼈다.같은 시각, 구남준이 잡고 있던 남자들은 경찰서로 소환됐다.그들도 청렴한 비즈니스맨들이었기에 별다른 형은 받지 않았다.뒤늦게 남준이 심문 결과를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병실에 도착한 후 깨어나지 못하는 고다정을 바라보며 걱정했다.“고 선생님은 괜찮으신가요?”“큰 문제는 없대.”여준재가 담담하게 대답하고는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사건은 어떻게 처리했어?”남준은 조사한 상황을 자세하게 전달했다.“그 사람들을 경찰서로 데리고 갔습니다. 경찰의 심문에 의하면 클럽 직원이 룸으로 데려갔고 다들 특이한 패티쉬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말을 꺼내면서도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조심스럽게 여준
고다정은 확 몸을 일으켰다가 순식간에 강한 어지럼증이 몰려왔다.황급히 옆에 놓인 테이블을 잡고 나서야 겨우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다.그때 여준재가 밖에서 아침을 들고 오다 고다정이 어두운 안색으로 침대맡에 앉아있는 것을 보더니 다급히 다가와 부축했다.“언제 일어났어요?”“저...”갑자기 나타난 여준재에 고다정은 일시에 무엇이라 대답하면 좋을지 몰랐다.자신이 범해졌는지 확인하려 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고다정의 걱정스러운 눈동자를 보아냈는지 여준재는 그녀를 침대맡에 기대게 한 후 천천히 설명해줬다.“걱정 마요, 아무 일도 없었어요. 어젯밤 다행히 제때 구하러 갔거든요.”그 말에 고다정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렇다 해도 어젯밤 발생한 사건을 생각하기만 해도 두려움이 밀려왔다.여준재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그 뒤에 무슨 일이 발생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특히 어젯밤 도움을 청할 곳도 없이 죽고 싶어도 용기가 없었던 자신을 생각하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여준재는 눈앞의 여인이 아랫입술을 꽉 깨문 채 소리 없이 흐느끼는 모습에 가슴이 쥐어뜯긴 듯 아려왔다.그는 손을 뻗어 다정을 품에 안은 채 속삭였다.“괜찮아요, 무서워하지 마요.”동시에 부드럽게 다정의 등을 토닥였다.고다정은 그의 옷을 꼭 잡은 채 여준재 특유의 향기를 맡으며 억지로 참고 있던 감정이 한순간에 터져버렸다.“다 당신 때문이에요! 당신 때문이야, 당신이 아니었으면 어제 속아서 나갈 일도 없었다고요!”“어젯밤 얼마나 절망적이었는지 알아요?”“아무리 도망치려고 애써도 문은 열리지도 않고, 차라리 뛰어내려 죽을 생각까지 했어요!”다정의 투정에 여준재는 그녀를 꽉 품에 안은 채 숨을 쉬는 것조차 가슴이 아려왔다.특히 고다정의 마지막 한마디에 두려움이 몰려왔다.“안돼요! 자살 같은 소리는 하지 말아요! 앞으로 무슨 일이 있든 다정 씨 목숨만 생각해요, 남은 일은 나에게 맡겨주고요. 다정 씨 복수는 제가 해줄게요.”“하지만, 그 사람들한테 더럽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준재가 그만하라는 손짓과 함께 나가서 이야기하자고 눈짓했다.남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돌려 나갔고 여준재는 그제야 서서히 다정의 손을 놓아줬다.하지만 이 행동으로 인해 이미 깊게 잠들었던 고다정이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다.눈앞의 여인이 불안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여준재는 마음이 쓰여 다급하게 위로했다.“얼른 자요, 어디도 안 가요.”고다정은 아직 잠에서 덜 깼는지 그 말에 비몽사몽 고개를 끄덕이더니 눈을 감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남준은 문밖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며 돌아가야 할지 남아서 계속 보고해야 할지 고민했다. 더군다나 그가 말하려는 일은 꽤 긴박한 사건이었다.여준재 역시 문밖에서 떠나지 않고 있는 구남준을 발견했다. 늘 눈치 빠르게 행동하던 남준이었기에 기다리고 있다는 건 무언가 중요한 일이 있을 것임을 알아챈 여준재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대표님?”“작게 얘기해.”여준재는 주의를 주더니 화제를 돌려 물었다. “무슨 일인데?”남준은 다급히 소리를 낮춘 채 답했다.“어젯밤 경찰서에 데려간 사람들, 오늘 소송하겠다고 변호사를 선임했더라고요. 거기에다 본인들도 사기당했다고, 고 선생님이... 그런 사람인 줄 알았다고요.”아가씨라는 말은 감히 내뱉지 못한 채 말끝을 흐렸다. 그런 사람이라는 말에도 여준재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이 느껴졌다.여준재는 남준의 시선을 의식하지 못한 채 목소리를 낮추고 계속 물었다.“그리고?”“그리고, 다정 씨를 고의상해죄로 고소하겠다고 합니다.”남준은 말을 꺼내며 마음속으로는 다정에게 감탄했다. 혼자서도 살길을 찾아 나선 데다 세 명의 취객에게 중상을 입혀놨으니 말이다.여준재는 그 말을 듣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고소하고 싶으면 우리도 맞고소하면 돼. 마침 제대로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지!”그 말에 남준이 몸을 움찔하더니 마음속으로 여준재의 무서움을 아직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측은하게 느껴졌다.가만히 판결이나 기다릴 것이지 굳이 대표님의
이런 생각에 심해영은 웃으며 하준이를 바라봤다.“할머니가 왜 너희들을 속이겠어. 진짜로 엄마랑 삼촌 부탁으로 너희들을 데리러 온 거야. 못 믿겠으면 엄마한테 전화해 봐.”심해영은 더는 말을 덧붙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이 눈썰미 빠른 녀석에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역시 여씨 집안 아이라 그런지 제 아비 어릴 때와 똑같이 똘똘해 보였다.하준이는 심해영의 진지한 모습에 잠시 멈칫했다.진짜로 너무 깊게 생각한 것일까? 그래도 엄마에게 진실을 물어보고 싶었다.“그럼 제가 전화해볼게요.”말하며 책가방에서 스마트 워치를 꺼냈다.전화는 빠르게 연결됐지만 들려오는 목소리는 엄마가 아닌 준재 삼촌의 목소리였다.“삼촌, 왜 삼촌이 받아요, 우리 엄마는요?”“엄마는 쉬고 계셔. 무슨 일이야?”여준재가 목소리를 한껏 낮춘 채 물었다. 머리를 다쳐서인지 점심 먹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고다정은 다시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하준이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어제 엄마랑 삼촌 모두 돌아오지 않아서요. 평소 같으면 엄마가 어딜 갈 때마다 저희에게 알려줬었는데 이번에는 아무 말도 없어서 걱정돼서요. 물어보려고 전화했어요.”하준이는 말을 끝내고는 잠시 멈췄다.여준재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하준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삼촌, 우리 속이지 말아요. 진짜로 엄마랑 같이 있는 거예요?”“당연하지. 엄마랑 같이 있어. 못 믿겠으면 엄마를 깨워줄게.”말하며 여준재는 진짜로 고다정을 깨웠다.다정은 비몽사몽 한 채로 뭐라 대답하고는 다시 잠에 빠졌다.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하준이는 들었는지 마음의 짐을 그제야 내려놓으며 말했다.“알겠어요, 삼촌. 깨우지 말아요, 우리 엄마 푹 쉬게 놔두세요.”여준재는 알겠다고 답하고는 몇 마디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엄마랑 삼촌이 며칠 뒤에나 들어갈 것 같으니까. 그동안 할머니 말 잘 듣고 있어야 해. 알겠지?”“알겠어요.”하준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심해영은 빙그레 웃으며 하준이를 바라봤다.“어
여준재는 고다정의 질문에 의외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그도 고다정이 진정된 후에는 어젯밤의 일을 물을 것임을 예상하였기에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모두 경찰서에 보냈어요. 심문 결과 매수당한 사람들이 아니라 클럽의 평범한 손님이었다고 해요. 직원으로 위장한 사람이 수작을 부렸는지 오해했더라고요, 다정 씨를...”뒷말은 차마 꺼낼 수 없었지만 고다정은 알아들었는지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그때 여준재가 무언가 생각해내고는 코웃음을 쳤다.고다정이 의문스럽게 쳐다보며 눈으로 무슨 일인지 물었고 여준재가 대답했다.“오전에 쉬고 있을 때 남준이 온 적이 있었어요. 경찰 소식을 전하려고요.”“경찰 수사에는 진척이 있는 거예요?”“진척은 없었고 그 양심도 없는 놈들이 다정 씨를 고의상해죄로 고소하겠다고 하더라고요.”여준재는 말을 하며 두 눈으로 차디찬 냉기를 뿜었다.다정은 준재의 말을 듣자 얼굴이 흠칫 굳어졌다. 어제 정신이 없는 상태로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이제야 차분히 생각해 보니 어제 확실히 그들에게 상해를 입히긴 한 것 같았지만 반대로 그녀도 남자들에게 구타를 당한 데다 범해질 뻔했었다. 그녀는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고소하겠으면 하라고 해요. 마침 나도 맞고소 해버리면 되지!”여준재는 그녀의 단호한 모습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이 일은 남준한테 이미 지시했어요.”“구 비서님한테 신세를 졌네요. 다 나으면 제대로 감사 인사를 드려야겠어요.”고다정이 진심으로 말을 꺼냈다.그런 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여준재가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고 고다정은 자신이 뭘 잘못했나 싶어 물었다.“왜 그렇게 쳐다봐요?”여준재가 눈썹을 꿈틀거렸다.“구 비서한테만 감사 인사를 하려고요?”준재의 뜻을 단번에 알아차린 고다정이 이 상황이 우스우면서도 어이가 없었다.“당연히 아니죠.”“이제야 정답을 얘기하네요.”여준재가 낮게 흥 하고 투정을 부렸다.바로 이때 별장의 도우미가 저녁을 가지고 왔고 준재는 다정
고요하던 병원에 두 아이가 찾아오며 시끌벅적해졌다.“엄마. 내가 호 불어줄게. 이러면 안아플거야.”하윤은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다정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짤막한 다리 때문에 그는 까치발로 침대 맡에 엎드려 열심히 입김을 불어댔다.사랑스러운 하윤의 모습에 다정은 마음이 따뜻해 났으나 동시에 힘이 쭉 빠졌다. 특히 그 옆의 아직도 토라져 있는 아들을 보며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생각해보면 사실을 숨기고 여준재더러 아이들을 속이라고 한 건 그녀의 잘못이 맞기에 다정은 먼저 사과를 했다.“이제 화 풀어. 응?”하준은 그 말에 눈을 깜빡였다. 마음이 조금 흔들리는 듯했으나 여전히 다정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는다.그 모습을 놓칠 리 없는 다정.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이 녀석은 지금 자기를 달래주러 와주길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다정은 하는 수 없이 하준을 품에 안고 미안하다며 뽀뽀 세례를 했다. 하준은 그제야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를 용서했다.다정을 용서했다 해서 여준재가 자신을 속인 것까지 잊은 건 아니다. 그는 저녁 내내 준재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자신이 화가 안 풀렸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준재는 그런 하준의 낌새를 눈치채고 다정에게 도와달라는 듯 눈빛을 보냈다. 그에 다정도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회답을 했다.심해영은 어느덧 밤 열 시가 되어가는 것을 발견하고 두 아이를 불러모았다.“전 가기 싫어요. 엄마 옆에 있을래요.”하준과 하윤 모두 다정의 곁에 꼭 붙어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해영은 아이들이 병원에 있는 게 불편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해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의 아들 준재가 말을 꺼냈다.“그럼 얘네들도 여기에서 자게 하면 되겠네요.”“병원에서 어떻게 지내니. 잠자리도 불편할 텐데.”해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준과 하윤이 고집을 부리니 해영은 어쩔 수 없이 혼자 병원을 나섰다....마침 임초연도 그들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여준재가 병원에서 고다정을 극진히 보살피고 있는
그런데도 여전히 표정이 좋지 않은 여준재. 그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최대한 빨리 찾아내. 그리고 원 씨 집안 부자에 관한 소식은 있나?”“아직 없습니다.”남준은 머리를 흔들고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서 준재를 바라보았다. 그는 준재가 이런 결과를 맘에 들지 않아 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준재. 원 씨 부자 사건도 벌써 지시한 지 한 달이 되어가는 데 아직도 알아낸 게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준재는 생각 끝에 지시했다.“그 두 사람 무슨 수를 써서든 찾아내. 쓸 수 있는 인력 총동원해서라도.”“네.”짧은 대답과 함께 남준은 바로 일을 처리하러 갔다.여준재도 밤늦게까지 업무를 마치고 퇴근을 준비하고 있었다.한 편, 제란원에는 다정이 거실에서 뛰노는 두 아이를 보고 있었다. 귀가 여간 밝은 게 아닌 아이들은 정원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를 듣자마자 여준재가 돌아왔다는 걸 알아챘다.“아저씨다!’하윤은 놀고 있던 레고도 내팽개치고 현관문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런 하윤과 달리 하준은 아무 미동도 없이 그저 머리를 숙이고 레고 맞추기에 몰두했다. 얼핏 보면 레고 놀이에 빠져 있는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사실 그의 손은 레고를 하나도 맞추지 않고 있었다.다정은 그런 하준이의 모습에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누굴 닮았는지 참 똘똘하고 고집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날, 여준재가 자기를 속였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하준이는 쭉 저 상태다. 준재가 아무리 달래도 한번 토라진 하준은 절대 마음을 풀어주지 않았다.한창 하준이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생각하고 있는데 문밖에선 하윤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아저씨. 오늘은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못다 한 업무들이 있어서 늦었어.”준재는 하윤이를 가볍게 안아 올리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하윤이 더 무거워진 것 같다?”“아저씨. 지금 나 뚱뚱하다는 거예요? 저 안 뚱뚱하거든요?”하윤은 씩씩대며 준재의 품에서 벗어나려 버둥댔다.준재는 생각보다 격
여준재가 떠난 지 얼마 안 돼 고다정도 준비를 마치고 산장으로 향했다.다정이 이제 막 건물을 빠져나왔을 땐 이미 이상철이 두 명의 여성 경호원과 함께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이 집사님?”다정은 어리둥절해서 그를 쳐다봤다.이상철은 옆의 두 경호원을 가리키며 말했다.“도련님께서 고 선생님께 경호원을 붙여주라 하셨습니다. 지금부터 이 친구들이 바래다 드릴 겁니다.”그 말을 들은 다정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녀는 옆의 경호원분들을 향해 싱긋 웃어 보이고는 말했다.“그럼 두 분 앞으로 잘 부탁해요.”“물론입니다.”그들은 다정에게 깍듯하게 대답하고는 간단한 자기소개를 했다. 한 명은 여우, 다른 한 명은 까치라는 암호명으로 일을 한다고 한다.다정은 그들에 대해 얼추 료해한 후 바로 산장으로 향했다.그쪽의 책임자가 다시 보고한 바로는 또 수십 그루의 약재들이 썩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했다.산장에 도착한 다정은 옷을 갈아입을 여유도 없이 그곳의 책임자를 따라 약재 밭으로 향했다.그곳에는 이미 썩어버려 뽑아놓은 약재들이 옆 공터에 쌓여있었다. 다정은 이 희귀 약재를 배양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를 알기에 더 마음이 아팠다.“최근 재배기록 주세요.”다정은 숨을 크게 한번 쉬고는 책임자에게 말했다.그는 이미 준비해뒀던 모양인지 곧바로 들고 있던 기록부를 보여주며 말했다.“안 계신 동안에도 시키신 대로 약재들을 보살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흑토에 영양제도 주입했고요. 물도 보름에 한 번씩 줬습니다.”그의 말은 기록부에 적힌 것과 틀림없었다. 다정은 그들의 착오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그렇다면 대체 왜 약재들이 썩는 걸까?’다정은 이 문제로 여러 전문가와 함께 원인을 찾는데 몰두했다.같은 시각, 심해영은 선물함을 들고 다정의 외할머니를 만나 뵈러 그의 집으로 갔다. 강말숙은 집으로 찾아온 해영에 당황했지만 이내 문을 열어 안으로 초대했다.그는 물을 한 잔 따라 해영에게 건넸다. 그리고는 옆에 있던 소파에 앉으며 운을 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