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구남준은 명령을 받들고 돌아섰다. 고다정은 그제야 참지 못하고 물었다. “방금 구 비서님이 말씀하진 킬러 조직이라는 거, 어떻게 된 거예요?”“저희 집안 라이벌이 절 해치려고 국제 킬러 조직에 의뢰를 맡겼어요. 제가 지난번에 당한 사고, 그리고 고 선생님이 납치당하신 것 모두 그쪽에서 손 쓴 거예요.”여준재가 대충 설명했다. 여준재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충격을 받고 멍하니 서 있었다. “사업이 이렇게 위험했었나요?”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고다정을 보며 빙긋 미소 지었다. “위험한 게 아니라, 돈이 사람을 움직이니까요.”여준재는 말하며 한탄했다. “많은 재산을 가지고도 더 욕심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러니 YS그룹은, 그런 사람들에게는 질투의 대상이겠죠.”여준재의 말에 고다정은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두 아이는 두 어른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 번갈아 보고 있었다. 여준재는 의문이 가득한 아이들의 눈을 보며 씩 웃더니 손을 흔들었다. 그에 두 아이가 얼른 여준재에게로 다가갔다. “삼촌, 왜요?”“방금 삼촌이 엄마랑 한 얘기, 이해했어?”여준재가 나지막이 물었다. 두 아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잘 모르겠어요.”“몰라도 괜찮아. 나중에 크면 알게 될 거야.”여준재는 지금의 어린아이들에게 어두운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세 사람을 바라보는 고다정은, 걱정스러웠던 마음이 이상하다고 느껴질 만큼 평온하게 가라앉았다. 그날 밤, 구남준은 다시 병실로 복귀했다. “대표님. 그쪽 보스가 저희에게 사람을 넘겼어요. 이건 배후 세력의 자료에요.”“원준이야?”여준재가 태연하게 한 마디 물었다. 구남준이 대답했다. “맞아요. 그쪽 보스가 저에게 원준과의 대화 내용과 출입금 명세를 보여줬어요.”말을 마친 구남준이 녹음과 송금 기록을 전부 여준재에게 보여주었다. 여준재는 그저 힐끔 쳐다볼 뿐, 자세히 보지도 않고는 말했다. “이제 증거가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원시혁은 자기 아들을 보았다. 확실히 방금 은행 지점장의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그가 이렇게 사방을 돌아다니며 돈을 빌리러 다는 것보다 차라리 자기 아들을 관리 잘하는 것이 나았다.남자라면 상황에 따라 굽힐 줄도 알아야 한다.이 난관만 헤쳐나 기기만 하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그렇게 생각한 원시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원준을 보면서 말했다.“원준이 너 얼른 나랑 함께 집으로 돌아가자. 내일 우린 해외로 가서 여준재를 찾아갈 거다. 가서 사과해! 용서해 줄 때까지, 우리 집안을 봐줄 때까지 빌어!”“지금 저보고 여준한테 가서 사과하라고요?!”원준은 놀란 눈으로 원시혁을 보다가 이내 소리를 버럭 질렀다.“싫어요!”소리를 지른 후에도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던 그는 계속 원시혁을 노려보고 있었다.“제가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여준재한테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는 일은 없을 거예요!”그런 아들의 모습에 여준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일은 네가 벌여 놓고 사과하지 않겠다고? 설마 우리 집안 3대째 이어온 사업을 물거품으로 만들 생각인 것이냐?!”그의 말에 화가 나 있던 원준은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아무리 자존심이 강해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지금껏 이룬 업적과 자본은 원씨 집안이 존재한 상황에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그리고 최근 며칠 동안 그는 매일 협력 업체에 계약 거부를 당했고 자존심을 억누르며 아버지와 함께 일일이 방문하여 부탁하고 있었다.길거리에서 대치 중이었던 두 사람 주위로 무거운 공기가 흐르고 있었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그들을 힐끔힐끔 보게 되었다.한참 지나서야 원준은 그제야 먼저 입을 열었다.“전 사과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돈을 구해올 방법은 있어요.”“그게 무슨 방법인데?”원시혁은 그다지 그를 믿지 않았다.원준은 어두워진 낯빛으로 말했다.“어쨌든 저에겐 다 방법이 있어요. 만약 그 방법도 안 되면 제가 결혼하는 방법도 있잖아요. 아버지께선 일단 국내에서
“왜 웃는 거지?”원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보았다. 갑자기 웃는 임초연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임초연은 비웃음으로 가득한 시선으로 그를 보았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네가 그동안 준재 씨한테 억압당하고 산 게 이해가 되어서.”말을 마친 그녀는 뜸을 들이더니 이내 점점 더 비아냥거리는 모습을 보였다.“비록 난 말이야. 네가 뭘 믿고 나한테 협박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거 하나만 알아둬. 네가 여씨 집안에 가서 나에 대해 뭐라고 말하든 난 두렵지 않아.”그녀의 말에 원준은 눈치채게 되었다.임초연이 이미 자신과의 계약을 깨고 배신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렇게 생각한 원준은 안색이 점차 어두워지더니 입을 열었다.“제기랄, 감히 날 갖고 놀아?!”임초연은 당장이라도 살인을 저지를 듯한 그의 모습에 다소 움찔했고 혹여라도 이 남자가 갑자기 돌발행동을 할까 긴장하게 되었다.하지만 임초연은 남자의 앞에서 긴장감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허리를 곧게 펴며 차갑게 피식 웃었다.“너도 날 갖고 놀았잖아. 이걸로 우린 공평해진 거야!”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내선 전화를 눌러 비서에게 손님을 배웅하라고 했다.원준은 화가 난 채로 나가버렸다.이내 사무실엔 임초연 혼자만 남게 되었다.그녀는 의자에 앉아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동시에 자신이 한 수를 남겨두어 임씨 집안을 그 진흙탕 싸움에서 빼낸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갑자기 책상 위에 있던 내선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회장실에서 온 연락이었다.임초연은 눈을 살짝 반짝이며 바로 전화를 받았다.“아빠, 무슨 일이세요?”“내 사무실로 올라와.”임광원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임초연은 전화를 끊고 바로 회장실로 올라갔다.회장실로 들어간 그녀는 책상 앞에 앉아있는 임광원을 발견하곤 격식 있게 말했다.“무슨 일로 저를 부르셨어요?”“방금 원씨 집안 그 녀석이 널 만나고 갔다던데, 언제부터 원씨 집안 아들이랑 만나고 있었던 게냐?”임광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돈으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원시혁은 그들과 잘 대화를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역시나 상상은 아름다운 것이었다. 여준재는 애초에 그에게 어떠한 숨 돌릴 시간도 주지 않았다.원준이 연행되자마자 마치 도화선을 건드린 것처럼 그럭저럭 버티고 있었던 ZH 그룹에서 많은 실질적인 증거물이 나오면서 검찰이 압수수색을 집행했다.단 하루라는 시간 사이에 ZH 그룹의 모든 자산은 압수당했고 원시혁은 회사 법무 실장이었기에 이튿날 바로 연행되었다.구치소에 들어간 그는 자신이 이 꼴이 될 줄은 전혀 상상도 못 했다.그는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 없었기에 이의신청하려고 했다.하지만 그의 모든 자산은 동결 당한 상태였다.그런데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내 여준재와 연락하려고 했다.여준재는 당연히 그런 그의 수작을 알고 있었지만 무시할 생각이었다.여하간에 어른이라면 자신이 한 행동에 책임질 줄 알아야 했으니까 말이다.반면 고다정은 국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것도 몰랐다.그녀는 매일 병원에서 여준재를 간호하고 있었고 집으로 돌아갈 때 즈음이면 외할머니와 영상 통화를 하며 잘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그리고 여준재는 그녀의 간호 덕에 하루하루 많이 나아지고 있었다.현재 여준재는 이미 병원에서 퇴원하여 해외에 있는 별장으로 돌아와 몸조리하고 있었다.아직 귀국할 생각이 없었던 그는 매일 회사 업무를 처리하는 것 외에 두 꼬맹이한테 글을 가르쳐주는 임무도 생겼다.그 덕에 두 꼬맹이는 그를 아주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네 사람은 점차 진짜 한 가족이 되어가고 있었다.이날은 구남준이 국내에 남은 업무를 처리하고 여준재가 있는 해외로 돌아왔다.“대표님, ZH 그룹은 이미 파산을 신청했습니다. 원시혁이 몰래 빼돌린 자금도 다 드러났고요. ZH 그룹의 지분 70%를 저희가 손에 넣었습니다. 남은 30%는 임씨 집안과 오씨 집안, 그리고 지씨 집안이 나눠 가졌습니다.”“알았어. 원시혁과 원준의 판결은 어떻게 됐지?”여준재는
여준재 뒤에 쏘옥 숨어든 두 꼬맹이에 고다정은 저도 모르게 웃으면서 말했다.“너희들~ 딱 기다려. 엄마가 바로 잡을 거야!”말을 마친 그녀는 시선을 돌려 여준재를 보더니 눈을 깜빡이며 애교를 부렸다.“여 대표님~ 한 번만 봐주세요, 네?”여준재와 두 꼬맹이는 모두 멍한 표정을 지었다.그들은 고다정이 대놓고 반칙을 쓸 줄 몰랐던 것이 분명했다.“안 돼요! 아저씨 봐주면 안 돼요!”조급해진 두 꼬맹이는 얼른 여준재의 옷자락을 붙잡고 애교를 부렸다.여준재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두 꼬맹이와 고다정을 번갈아 보더니 이내 눈을 반짝였다.“걱정하지 마. 아저씨는 절대 안 봐줄 거야. 당연히 실력대로 해야지.”그 말을 들은 고다정의 눈빛이 암울해졌다.그녀에게 정말로 실력이 있었다면 이렇게 애교를 부릴 일도 없었다.여준재는 그녀의 모습에 더욱 두 눈에 웃음기를 머금었다.곧이어 게임은 다시 시작되었다.고다정은 여전히 꼬리 사냥하는 역할이었다.이번에 그녀는 반드시 두 꼬맹이를 잡아 아까의 치욕을 갚아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여준재를 향해 강력한 공격을 했다.원래 그녀는 여준재가 자신의 공격을 피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여준재는 피하지 않고 그녀의 공격을 맞아주고 있었다.고다정은 어리벙벙한 얼굴로 여준재를 잡았다.이때 그녀의 귓가에 웃음기 가득한 여준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윽, 얘들아, 아저씨 다쳤어. 못 움직여.”말을 마친 여준재는 손으로 가슴을 움켜잡는 시늉을 하며 바닥에 털썩 앉았다.고다정은 더욱 어안이 벙벙해졌다.어리벙벙한 고다정을 보며 여준재는 얼른 그녀에게 말했다.“얼른 잡아요!”그제야 정신이 든 고다정은 잔디 위에 앉아있는 여준재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손을 쓱쓱 비비더니 이내 일부러 사악한 표정을 지으며 두 꼬맹이한테 다가갔다.“후후, 우리 꼬맹이들 도와줄 사람 이젠 없네?”두 꼬맹이는 그제야 여준재가 일부러 고다정을 봐주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채고 소리를 지르며 달렸다.“꺄아~ 아저씨 반칙이에요! 너무해요!”
그 뒤로 빠르게 이틀이라는 시간이 지났다.여준재의 몸 상태로 많이 나아졌다.고다정이 다시 그의 상태를 살펴본 뒤 그제야 긴장감이 풀린 얼굴로 웃으면서 말했다.“남은 독도 이젠 사라졌어요. 앞으로 몸조리만 잘하면 완벽하게 나을 것 같네요.”“그럼 앞으로도 부탁할게요.”여준재는 웃음기 머금은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고다정은 사양하지 않고 말했다.“그건 당연한 일이죠. 앞으로 여 대표님 식단도 더 엄격하게 관리할 거예요. 제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할 거예요.”일부러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고다정의 모습에 여준재는 꿀이 떨어지는 눈길로 그녀를 보았다.그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다정 씨 말대로 할게요.”그의 말에 고다정은 저도 모르게 귀가 화끈 뜨거워졌다.특히 그의 그윽한 눈동자를 보았을 때 일정한 소리를 내며 뛰고 있던 심장도 쿵쾅쿵쾅 요란한 소리를 내게 되었다.“그럼, 제가 가서 여 대표님 보양식이 준비되었나 확인해볼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얼른 서재에서 도망치듯 나왔다.여준재는 허둥지둥 달려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해탈 감에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이때 구남준이 방문 앞에 서 있었다.그는 똑똑 노크를 하곤 서재로 들어와 심각한 얼굴로 보고를 올렸다.“대표님, 원씨 집안 두 사람이 석방되고 나서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합니다.”“그게 무슨 소리지?”여준재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그러자 구남준이 말을 이었다.“원시혁이 언제부터 준비해왔는지 모르겠지만 이민 신청을 완료한 상태였습니다. 변호사를 선임해 교도소를 빠져나간 것 같습니다.”그의 말에 여준재의 안색도 심각해졌다.“늙은 여우 같으니라고! 도망만 잘 피해 다니는군!”그는 코웃음을 치더니 바로 지시를 내렸다.“사람을 풀어 계속 알아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앞에 잡아 와!”ZH 그룹이 망했으니 원시혁과 원준이 절대 그를 가만둘 리가 없었다.그리고 마찬가지로 그는 어떠한 위험 요소를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구남준은 고개를 끄덕이더
다음 날 아침 일찍 여준재는 고다정과 아이들을 데리고 가까운 디즈니랜드로 향했다.도착했을 때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고 귀여운 인형 탈을 쓴 스태프들도 있었다.하윤이는 귀여운 인형들에 눈을 반짝였다.“엄마, 저것 좀 봐요! 앨리스예요, 너무 귀엽죠?”고다정은 아이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멀지 않은 곳에 앨리스 인형 탈을 입은 스태프가 웃으며 행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고다정은 시선을 거두고는 고개를 숙여 귀여운 꼬마 공주를 보며 말했다. “그럼 하윤이도 가서 인사할까?”“네!” 하윤이가 흥분된 듯 고개를 끄덕였다.고다정은 웃으며 아이의 손을 잡고 앨리스 인형 탈을 쓴 스태프를 찾아갔고 여준재도 하준이를 데리고 따라갔다.“앨리스, 진짜 귀여워요.”하윤이가 인형 탈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더니 애교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인형 탈을 쓴 스태프는 눈앞의 선남선녀 가족들을 보며 깜짝 놀랐다.그녀는 허리를 살짝 숙이며 꼬마 공주님에게 인사했다. “우리 어린이도 너무 귀여워요. 같이 사진 찍을까요?”“그래도 돼요?”하윤이의 두 눈이 순식간에 반짝였다.인형 탈을 쓴 스태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하죠, 이렇게 예쁜 꼬마 공주님이랑 사진을 찍을 수 있다니, 오히려 영광인데요?”역시 달콤한 말에 기분이 좋아진 하윤이는 제 자리에서 퐁당퐁당 뛰며 돌더니 다정을 보며 말했다. “엄마, 언니가 같이 사진 찍어도 된다고 했는데 우리 사진 찍어주면 안 돼요?”“그래!” 고다정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마침 사진기를 들고 찍으려 할 때 커다란 손이 훅 들어오더니 귓가에 준재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제가 할게요. 하준이 하윤이랑 같이 찍어요.”“할 수 있어요?”고다정이 눈을 깜박이더니 못 미덥다는 듯 쳐다봤다.여준재는 고다정의 마음을 알아챈 듯 실소하며 말했다. “전에 놀러 갔을 때 사진 많이 찍어줬던 거 잊지 않았죠?”그 말에 고다정 역시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럼 부탁할게요.”
고다정은 그 말에 잠시 홀렸던 정신을 다잡았다.의식적으로 여준재와 거리를 두려고 하자 그녀의 허리춤에 놓였던 손에 순식간에 힘이 들어갔다. 귓가에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더니 준재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울렸다. “움직이지 말아요.”고다정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여준재는 굳어진 채 뚝딱이는 다정을 바라보며 싱긋 웃더니 말했다. “편하게 있어요. 잡아먹지 않으니까.”그 말에 순간 고다정은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어떻게 편히 있냐고 따질 뻔했다.그녀의 눈에 비친 뜻을 읽어냈는지 여준재가 다시 입술을 말아 올리며 살짝 웃었다.“결혼사진도 찍은 마당에 이것도 적응이 안 되는 거요?”“누가 당신이랑 결혼사진을 찍었다고 그래요.”고다정이 부끄러우면서도 열 받았는지 눈에 힘을 주며 대답했다. 힘껏 여준재의 품에서 벗어나 그를 밀어낸 후 고개도 돌리지 않고 가버렸다.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여준재는 못 말린다는 듯한 눈빛을 했다.자신의 장난에 고다정이 이토록 열 받을 줄 몰랐던 모양이다.두 녀석은 엄마가 씩씩거리며 걸어오는 모습에 눈을 마주치더니 물었다. “엄마 왜 벌써 와요, 아직 채 못 찍었는데.”“엄마가 목이 말라서. 우리 다른 데로 가서 좀 쉴까?”고다정은 진실을 말할 수 없어 아무렇게나 둘러댔다.두 녀석은 눈을 깜빡이더니 고다정이 거짓말을 하는지 알고 있음에도 뭐라 하지는 않았다.하준이 엄마의 손을 잡고 웃으며 애교를 부렸다. “아까 올라오던 길에 카페 하나 있었는데 거기로 가서 쉬어요.”말하며 동생에게 눈짓했다. 하윤이가 뜻을 알아채고 알겠다는 손짓을 하더니 여준재에게로 뛰어갔다.“아저씨, 엄마랑 무슨 일 있어요?”여준재에게 뛰어가 작은 소리로 소곤소곤 물으면서도 눈에는 걱정을 가득 담고 있었다.여준재는 상황을 지켜보더니 하윤이의 손을 잡고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 엄마랑 아무 일도 없었어. 그냥 엄마가 부끄러우셨나 봐.”그제야 꼬맹이는 휴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됐어요. 아저씨 우리 엄마랑 잘 지내야 해요. 전 아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