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생각 끝에 여준재는 지시했다.“그럴 필요 없어. 사람 시켜서 그 여자 귀국시켜.”“네. 알겠습니다.”경호원은 명을 받고 나갔다.한편. 임초연은 별장으로 금방 돌아오자마자 현관에 있는 자신의 짐 캐리어를 발견하고 낯빛이 변해버렸다.이때, 장 집사도 임초연을 보고 얼른 다가왔다.“돌아오셨네요, 임초연 아가씨. 우리 도련님이 방금 전화하셔서 임초연 아가씨를 귀국시키라고 하셨습니다. 차량과 항공편은 이미 준비해 놓았습니다, 지금 바로 공항으로 출발하시면 됩니다.”“귀국이라고요?”임초연은 갑자기 들은 귀국 소리에 어리둥절했으나, 이내 얼굴을 내리깔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저는 돌아가겠다 한 적 없어요.”장 집사는 사무적인 태도로 그녀에게 말했다.“도련님 뜻이니, 초연 아가씨께서 저를 난처하게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강초연의 안색은 더 시퍼레졌다. 입술을 오므리고 잠시 생각한 후 그녀는 여준재에게 전화하겠다고 하고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곧 연결되었다.“준재 씨, 장 집사가 그러는데 준재 씨가 절 귀국시키라고 했다면서요? 왜요?”“임초연 씨는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제 집에서 지낸다고 소문이라도 나면, 임초연 씨나 저한테나 안 좋지 않겠어요?”여준재의 냉담하고 거리를 두는 차가운 목소리가 전화기 저쪽 편에서 흘러나왔다.고다정도 미혼인데, 그 여자는 여기 살아도 괜찮고?임초연은 이 말을 듣고 비웃음이 저절로 났지만 참고 말하지 않았다. 여준재한테서 자신은 고다정과는 완전히 차별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을 분명 알기 때문에 괜한 말로 이 남자의 싫증을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그럼, 호텔에 가 있을게요. 돌려보내지만 마요. 준재 씨가 아직 채 낫지도 않았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걱정된단 말이에요.”임초연은 점점 애교가 섞인 말투로 애원하며 여준재의 마음을 녹이려고 애썼다.아쉽게도 이 남자는 고다정을 제외한 다른 여자한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저의 몸 상태는 임초연 씨랑 아무 상관 없습니다. 내 이름 걸고 아
음식을 먹고 난 후 고다정은 몸이 한결 나아짐을 느꼈다. 한층 밝아진 모습을 본 여준재는 걱정이 묻은 목소리로 물었다.“지금은 좀 어때요?”“많이 괜찮아졌어요.”고다정은 말하면서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다정은 여준재 침대 위에 놓인 서류를 보자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이렇게 늦었는데 아직도 서류를 보고 있었어요? 진선생님이 말하지 않았어요? 대표님 몸이 해독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휴식이 필요하다고요.”잔뜩 못마땅한 다정의 얼굴을 보자 순간 여준재의 마음은 햇살을 맞은 듯 따뜻해지고 입가에 잔잔한 웃음이 번져갔다. “급한 서류들은 다 처리했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제 몸은 제가 잘 챙기고 있어요.”그 말을 듣자, 고다정의 걱정 가득했던 얼굴이 살짝 풀어졌다. 이때 갑자기 여준재가 화제를 돌렸다. 그윽한 눈동자와 가라앉은 목소리가 여다정으로 하여금 꼼짝없이 이 남자의 다음에 흘러나올 목소리를 기다리게 했다. “당신이 나를 구했다고 들었는데.”“혼자 한 거 아니에요. 진선생님이 많이 도와줬어요.”고다정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 여준재의 짙은 눈동자가 부드럽게 반짝였다. “어쨌든 당신이 살린 건 맞으니까. 제가 어떻게 보답해 줬으면 좋겠어요?”생각지도 못한 말을 듣고 잠시 멈춰있던 고다정은 미련 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원래 보답받으려고 했던 일도 아니었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보답하실 필요 없어요.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인걸요. 잊었어요? 제가 당신 주치의잖아요. 그리고 저도 평소에 여대표님한테 도움 많이 받기도 했고요.”“그거랑 그거랑 같아요? 제가 도운 건 사소한 거지만 여선생님은 제 생명의 은인인데요.”고집스레 다정을 쳐다보는 여준재의 눈빛이 장난기가 섞여 반짝였지만, 고다정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고다정의 머리에 설마 ‘내 몸은 당신 거야’ 뭐 이런 황당한 소리를 하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 여준재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목숨을 살려준 생명의
말은 그렇게 했지만 원준의 말에 임초연의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초연은 알고 있었다. 임씨 집안과 원씨 집안이 손을 잡거나 혹은 다른 어떤 집안이 더 모여서 같이 YS그룹을 대적한다 해도 결과는 같을 것이다. 이미 백 년 가까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YS그룹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위치에 있었고 국내외 유명 인사들과의 인맥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동안 YS그룹을 넘본 사람은 많았지만 결국 그들 모두 지금은 이 바닥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원준아, 내가 보기에 너 취한 것 같아. 지금까지 넌 계속 여준재 손안에서 놀아났잖아. 너 따위가 여준재를 무너뜨리고 YS그룹을 망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꿈이나 깨.”임초연은 냉소한 웃음을 지으며 원준이 대답도 하기 전에 다음 말을 이어갔다. “죽고 싶으면 너 혼자 죽어,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고.”말을 마치고 임초연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잠시 생각하던 초연은 바로 여준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쉽게 연결되지는 못했다. 더욱 화가 난 초연은 싱경질적으로 전화를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여준재, 너한테 난 이렇게나 싫은 존재인 거야?”사실은 원준과의 대화 내용을 여준재한테 알려줄 생각이었다. 그럼 준재가 자신한테 조금이라도 고마움을 느껴 자신을 한 번 더 바라봐줄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받지 않는 전화기를 내려다보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여준재쪽의 상황이 어떻든 자신이 나서서 도와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한편 이런 사실을 모르는 여준재는 고다정과 진현준의 도움아래 점점 체력을 회복하여 이제 조금씩 침대에서 내려와 걸을 수있게 되였다. 심해영 마음속 돌덩이가 이제야 내려간 것 같았다. 병원에는 여준재를 보러온 쌍둥이들이 있었다. 옆에 서 있는 심해영에게 여준재가 말을 했다. “저 이제 괜찮아요. 내일 사람 불러 모셔다드릴게요.”“왜, 나 있는 게 불편하니?”심해영의 한올한올 정교하게 그려진 눈썹이 못마땅한 듯 꿈틀거렸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쌍둥이들이 할머니를 도와 말을 꺼
문을 열고 들어오자 고다정을 본 진현준의 눈이 반짝였다. “형수님, 어제 저더러 돌아가서 혈 자리에 관한 책을 보라고 하셨잖아요. 제가 인터넷에서 혈 자리 관련 서적을 찾아보았는데 모르는 게 많더라고요. 죄송하지만 형수님이 저 좀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말은 정중하게 했지만 주머니에서 노트와 볼펜을 꺼내 질문을 시작하는 진현준의 행동에서 거절은 거절한다는 뉘앙스를 풍겨왔다. 고다정은 보면서 머리가 아파졌지만 학구열에 불타서 쳐다보는 진현준을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영향혈과 공최혈 두 가지 혈 자리는 코피를 멈추게 하는 제일 좋은 혈 자리라고 하는데 공최혈은 코랑 거리가 그렇게 먼데 어떻게 코피에 관여할 수 있는 거죠? 과학적 근거가 뭐예요?”“그리고 이 극천혈은 진짜 나이트로글리세린을 복용했을 때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나요?”“그리고 이 인영혈은 어떻게 급속도로 혈압을 낮춰주는 건가요?”순식간에 병실은 온통 진현준의 해괴한 질문들을 하는 소리만 가득했다. 고다정은 말을 잃고 진현준을 쳐다봤다. 분명 같은 의사인데 왜 일반인한테 설명하는 것만큼 힘이 드는지.양의사와 한의사의 분계가 이렇게나 심하다는 말인가 이제 반나절이 지났지만 고다정의 머리에는 진현준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 뭐냐, 이제 점심이니까 저는 그만 한약 지으러 가볼게요.”고다정은 구실을 찾아 벗어나려 했지만 눈치 없는 진현준은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한약이요? 저도 갈래요. 마침 형수님도 도와줄 수 있고.”“아, 아니에요, 도와주실 필요 없어요. 진 선생님이 오시지 않는 게 제일 큰 도움이에요.”말을 끝내고 집에 불이라도 난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병실을 나갔다. 그 모습을 본 진현준은 다급하게 쫓아가며 말했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저 아직도 물어볼 게 많단말이에요.”두 사람이 떠나자 병실 안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쌍둥이들은 서로 쳐다보고 마침내 한숨을 내쉬었다. 하윤이는 코를 찡끗거리며 살며시 하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저 아저씨 말이 너무 많다. 엄마
30분이 지나서 고다정은 곰탕을 완성하였지만, 여준재에게 직접 가져가고 싶지 않았다. 병실에 까지 들어가면 진현준이 계속 귀찮게 하기 때문이다.“진 선생님, 이 곰탕을 여 대표님께 다져다 주세요.”말을 마친 고다정은 진현준이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바로 곰탕을 그의 손에 쥐어줬다.진현준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고 선생님은요?”“저는 여기 곰탕에 들어가는 약재가 떨어져서 사러 가야 해요.”말을 마치고 고다정은 바로 주방에서 나갔다.진현준이 병실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여준재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왜 네가 왔어? 고 선생님은?”“삼촌, 우리 엄마는요?”두 아이도 의문의 눈길을 보였다.진현준은 아직 문의 심각함을 느끼지 못한 채 웃으며 말했다.“너희들 엄마는 약재를 사러 갔어.”그리고 또 여준재한테 곰탕을 건네며 말했다.“어서 마셔. 나와 고 선생님이 같이 달인 거야.”여준재는 약을 건네받고 바로 마시지 않고 눈앞에 있는 친구한테 말했다.“앞으로 우리 고 선생 귀찮게 하지 마. 너를 제자로 받지 않을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야.”순간, 진현준의 눈빛이 심각해졌다.“왜 너마저 내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너를 안 된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 하지만 한의학은 배우기 쉽지 않아. 게다가 고대 한의학은 더더욱 힘들어.”여준재는 인정사정없이 말했다.진현준은 그래도 불복하면서 뭐라고 말하려고 하는데 여준재가 먼저 경고했다.“너 매일 이렇게 한가하면 나 원장님을 찾아가서 너한테 일을 더 많이 주라고 할거야.”“...”진현준은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삼키고 조용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자기 와이프밖에 모르는 나쁜 놈.”낮은 소리로 말했어도 여준재는 다 들었다. 하지만 사실이었기에 반박하지 않았다.오후 2시쯤에 고다정이 돌아왔는데 그녀가 병실에 왔을 때는 진현준은 없고 여준재와 두 아이가 자고 있었다. 그녀는 그제야 안도했다.여준재는 그런 그녀의 반응을 보고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가 뭘 두려워하는
고다정은 듣자마다 바로 거절했다. 등을 밀어주는 다정한 스킨쉽은 어쩐지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구 비서님 불러올게요.”말을 마친 고다정이 다시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문 앞까지 다다랐을 때, 등 뒤로 다시 한번 여준재의 은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 비서 병원에 없어요. 제가 회사로 보냈거든요.”여준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고다정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녀는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준재는 비록 고다정의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여준재는 장난기 가득한 눈을 반짝였다. “난처하시면 안 하셔도 돼요. 제가 할 수 있어요. 상처를 건드릴지도 모르겠지만요.”말하며 여준재는 일부러 인기척을 내며 수건을 꺼내 몸을 닦았다. 여준재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고다정이 곧 결정을 내렸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몸을 돌려 여준재 앞에 다가갔다. 고다정은 여준재의 손에서 수건을 가로채 고개를 숙이고 수건을 씻으며 말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고개를 숙이고 수건을 씻는 작고 가녀린 고다정을 보며 여준재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 원하는 바를 이룬 만족의 미소였다. 고다정은 여준재 입에 걸린 그 웃음을 보지 못했다. 수건의 물을 꽉 짜고 고개를 든 고다정의 눈에 다부진 여준재의 상반신이 한눈에 들어왔다. 겨우 정상 온도로 돌아온 볼이 또다시 뜨거워졌다. “그, 저기. 돌아서요.”그러자 여준재는 장난을 그만두었다. 행여 고다정이 도망이라도 갈까, 그는 고분고분 등을 돌려 고다정이 등을 닦을 수 있도록 가만히 있었다. 부끄러웠던 탓인지, 고다정은 말이 없었다. 같은 시각 고다정의 머릿속은 그저 얼른 닦고 이 자리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일은 늘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이라, 사고는 늘 예상치 못하게 일어났다. 고다정이 다시 수건을 씻을 때, 바닥에 물이 묻었던 탓인지 바닥이 굉장히 미끄러웠다. 바닥을 제대로 보지 않았던 고다정은 그만 중심을
병실을 나온 고다정은 멀리 가지 않았다. 그녀는 복도 베란다에 서서 자신의 뜨거운 뺨을 가볍게 두드리며 진정시키고 있었다. “방금 그건 사고야. 너무 생각하지 말고, 신경도 쓰지 마.”말은 그렇게 했지만, 고다정의 심장은 여전히 쿵쾅쿵쾅 뛰어댔다. 그녀는 한참 만에야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몸을 돌려 병실로 향했다. 이제 막 병실 앞에 도착한 고다정은 안에서 나오는 진현준을 보더니 순간 후회가 밀려왔다. 진현준이 올 줄 알았더라면, 조금 늦게 돌아올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다정은 이미 진현준에게 시달릴 마음의 준비를 끝냈다. 하지만 진현준은 스승으로 삼겠다는 얘기 대신 그녀에게 당부했다. “형수님, 마침 돌아오셨네요. 들어가셔서 준재에게 얘기 좀 잘해줘요. 지금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자꾸 씻으려고 하면 겨우 아문 상처가 또 벌어질 거라고요.”진현준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조금 마음에 찔렸다. 자신이 방금 넘어질 뻔한 것을 여준재가 잡아줬기 때문이었다. 당시 고다정은 여준재의 신음소리를 들은 것도 같았다. 그리고 입맞춤 때문에... 고다정은 그 일을 까먹고 만 것이다. “알겠어요. 제가 잘 지켜볼게요.”고다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진현준과 인사를 나눈 고다정이 병실로 들어갔다. 그녀가 병실에 들어서자, 침대에 누워있던 여준재와 두 아이가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왜 날 봐요?”그들의 시선이 조금 불편했던 고다정은 헛기침하며 물었다. 그러자 두 아이는 고다정에게 눈빛을 보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엄마, 방금 어디 갔었어요?”그들의 의도를 눈치챈 고다정이 아이들을 노려보았다. “어른들 일이야. 애들은 알려고 하지 마.”말하며 고다정은 여준재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방금 돌아오면서 진 선생님을 만났어요. 상처가 벌어졌다면서요. 괜찮아요?”아까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그녀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여준재는 당연히 고다정이 화제를 돌리고 있다는 것을
다음 날 아침 일찍 고다정은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두 아이를 씻긴 후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심해영은 이미 옷을 입고 소파에 앉아있었다. 그녀와 멀지 않은 곳엔 정리된 캐리어가 놓여있었다. 심해영은 고다정 모자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두 눈을 반짝이며 아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하준아, 하윤아. 이리 오렴.”“할머니, 왜요?”두 아이가 달려가 물었다. 심해영은 아이들을 품에 안고 아쉬운 듯 말했다. “좀 있으면 할머니는 가야 해. 아니면 너희도 할머니랑 같이 가자. 할머니는 너무 아쉬워.”절대 빈말은 아니었다. 심해영은 정말 두 아이를 데려가고 싶었다. 아쉽게도, 아이들은 심해영의 제안을 거절했다. “우리도 할머니가 가시는 게 아쉽지만, 남아서 아저씨를 보살피고 싶어요.”“아저씨가 다 나으면, 저희가 아저씨랑 같이 할머니 보러 갈게요.”그 말을 듣고 심해영은 실망스러웠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곧 네 사람은 아침을 먹고 공항으로 향했다. 헤어지기 전, 심해영은 고다정을 바라보며 당부했다. “애들 잘 보살펴요.”“네.”고다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모습에 심해영은 입을 뻐금거렸다.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심해영의 모습에 고다정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하실 말씀 있으세요?”그 말을 들은 심해영은 그윽한 눈빛으로 고다정을 쳐다보았다. “비록 우리 준재를 구해주셨지만, 전 여전히 고 선생님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고 선생님은, 제가 기대했던 며느리와는 너무 다른 사람이에요.”고다정에게 그 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잠시 말이 없던 고다정은 태연한 눈빛으로 심해영을 쳐다보았다. “사람의 마음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비록 심 여사님이 기대하신 며느리가 어떤 모습인지는 모르겠지만, 전 저도 그렇게까지 빠지는 사람은 아닌 것 같거든요. 여 대표님께서 제가 좋다고 하시면, 그게 좋은거겠죠.”“...”심해영은 그만 할 말을 잃었고, 얼굴도 일그러졌다. 고다정은 그런 심해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