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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1화 고다정에게 고분고분 순종하다

고다정은 듣자마다 바로 거절했다.

등을 밀어주는 다정한 스킨쉽은 어쩐지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구 비서님 불러올게요.”

말을 마친 고다정이 다시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문 앞까지 다다랐을 때, 등 뒤로 다시 한번 여준재의 은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 비서 병원에 없어요. 제가 회사로 보냈거든요.”

여준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고다정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녀는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준재는 비록 고다정의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여준재는 장난기 가득한 눈을 반짝였다.

“난처하시면 안 하셔도 돼요. 제가 할 수 있어요. 상처를 건드릴지도 모르겠지만요.”

말하며 여준재는 일부러 인기척을 내며 수건을 꺼내 몸을 닦았다.

여준재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고다정이 곧 결정을 내렸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몸을 돌려 여준재 앞에 다가갔다. 고다정은 여준재의 손에서 수건을 가로채 고개를 숙이고 수건을 씻으며 말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고개를 숙이고 수건을 씻는 작고 가녀린 고다정을 보며 여준재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 원하는 바를 이룬 만족의 미소였다.

고다정은 여준재 입에 걸린 그 웃음을 보지 못했다.

수건의 물을 꽉 짜고 고개를 든 고다정의 눈에 다부진 여준재의 상반신이 한눈에 들어왔다. 겨우 정상 온도로 돌아온 볼이 또다시 뜨거워졌다.

“그, 저기. 돌아서요.”

그러자 여준재는 장난을 그만두었다. 행여 고다정이 도망이라도 갈까, 그는 고분고분 등을 돌려 고다정이 등을 닦을 수 있도록 가만히 있었다.

부끄러웠던 탓인지, 고다정은 말이 없었다.

같은 시각 고다정의 머릿속은 그저 얼른 닦고 이 자리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일은 늘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이라, 사고는 늘 예상치 못하게 일어났다.

고다정이 다시 수건을 씻을 때, 바닥에 물이 묻었던 탓인지 바닥이 굉장히 미끄러웠다.

바닥을 제대로 보지 않았던 고다정은 그만 중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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