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정의 말에 심해영도 찬성했다. “그래요, 백날 천날 방비해봤자 차라리 범인을 잡기만 못하지. 그럼 말한 대로 합시다!”“그럼 앞으로 이렇게 하는 겁니다.”고다정은 자신의 계획을 자세히 설명했다.말을 끝낸 후 복잡한 눈빛으로 임초연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동안 초연 씨는 원씨 성의 남자를 예의주시해 주세요.”“네, 원준 씨랑 연락 계속할게요. 무슨 행동이라도 한다면 바로 알려드리죠.”임초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돕겠노라 약속했다.계획을 세운 후에도 심해영은 화를 삭이지 못해 이 사실을 남편에게 알리고 싶었다.하지만 눈앞에 앉아 있는 두 여자를 보자 또 걱정이 밀려왔다.임초연은 보아하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야심 가득한 여자인 것 같았다. 반면 고다정은 그렇지 못했다. 단순해서 괴롭힘을 당하는 입장이었다.심해영은 자신이 떠나면 고다정이 임초연에게 괴롭힘을 당할까 걱정됐다.그리하여 세 사람은 거실에 앉아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어색한 대화만을 나눴다.다행히 고다정에게 신수 노인의 전화가 걸려와 이 어색함은 오래가지 않았다.신수 노인은 뉴스를 보고 여준재가 사고를 당했음을 알게 됐다. 거기에 전에 다정이 치료 방법에 대해 같이 논의했던 것이 생각나 고다정이 치료하는 환자가 여준재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해독이 필요하다던 친구 준재 맞지. 지금 뉴욕에 있는 거야?” 확신에 찬 말투였다.고다정은 신수 노인이 알아차렸으니 굳이 숨길 필요가 없어 웃으며 말했다. “역시 속이지 못한다니깐요.”“나처럼 똑똑한 사람을 속일 수 있을 것 같아?”신수 노인은 흥 하더니 전화를 건 목적을 얘기했다. “그 사람 상황은 좀 어때? 내가 가서 도와줄까?”다정은 사부의 나이를 생각해 에둘러 거절했다.“오실 필요 없으세요. 아직 깨어나진 않았지만, 수치도 안정됐고 독소가 모두 빠져나오면 아마 일어나실 수 있을 겁니다.“그래 그럼 다행이야.”신수 노인은 한 시름 놨다. 고다정도 옅게 웃었다.이어 두 사람은 치료에 관한 일을 토론하고는 전화를
전화 속 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원준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더욱 일그러져 갔다."어떤 이유에서든, 여준재가 살아남은 것은 당신들의 실수야, 무슨 수를 써서든 그 새끼 처리해버려!”원준은 여준재가 살아남는 것을 절대 허락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틀 동안의 손실을 전혀 되찾을 수 없을 것이고, 아버지는 절대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원준이 여준재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임초연 역시 잘 알고 있었고,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계산적인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지금 원준이 느낄 기분을 생각했을 때 여준재의 신변 보호가 삼엄한 와중에도 반드시 방법을 강구해 여준재가 치료를 받지 못하도록 손을 쓸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이 방법이란 치료사를 처치하는 것 외에는 더 좋은 수가 없었다.’고다정, 이번에는 과연 누가 널 구해줄 수 있을까?’ 임초연은 생각할수록 기분이 좋아졌다.하지만 그녀는 본분을 잊지 않고 당장의 만족감을 숨긴 채 휴대전화를 들고 걱정스럽게 집을 나섰다.그녀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심해영이 복도에서 두 아이를 데리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잠시 눈가에 악의가 서렸지만, 감쪽같이 감춘 채로 다가가서 먼저 인사를 했다."해영 이모, 무슨 얘기 하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쌍둥이에게도 부드럽게 웃었다.두 아이는 눈치를 보며 인사치레로 이모라 부르고는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쌍둥이들은 이 이모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가짜처럼 느껴졌다.임초연도 두 녀석의 쌀쌀함을 느꼈지만 별로 개의치 않았다. 고다정을 처리하면, 다음은 이 아이들 차례일 것이다.심해영은 바로 옆에 서 있는 임초연이 이미 악마의 화신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임초연이 며칠 동안 환심을 산 지라 그녀에 대한 경계는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그래서 오늘도 임초연의 등장에 미소를 유지한 채 물었다. "어떻게 온 거야, 오늘 부모님께 선물 사드리러 쇼핑 나갔다고 하지 않았어?”임초연은 심해영과 고다정이 그녀가 여준재를 포기했다고
"무슨 일을 잊었나 했더니, 그것을 잊었네요.”임초연은 말을 꺼내고는 심해영이 묻기도 전에 먼저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해영 이모, 오늘 제가 쇼핑하러 나갔을 때, 원준이 연락 왔었어요. 제가 말한 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화가 나서 전화를 끊더라고요. 아마 다른 방법을 써 준재 씨를 해하려 할 테니 우리 계획을 실행해도 될 것 같아요.”이 말을 들은 심해영은 즉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바로 경호원 대장을 불러 덫을 놓으라고 명했다.그날 밤 고다정도 이 사실을 듣고 협조하겠다고 했다. 다만 쌍둥이의 안전을 위해 그녀는 두 아이가 병원에 가는 것을 금지했다. 이에 두 녀석은 기분이 상했지만, 집에 가만히 있겠다고 약속했다.……다음날, 고다정은 아침을 먹고 여느 때와 같이 여준재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으로 향했다.입원 동에 도착한 그녀는 엘리베이터 입구에 서서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기를 기다렸다.그때 유난히 키가 큰 청소부 한 명이 청소차를 끌고 다가왔지만 고다정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띵’ 하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고다정은 청소부를 먼저 들어가게 하고 뒤이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녀는 청소부를 등지고 있었기에 그의 위험한 눈빛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올라가고 청소부는 CCTV를 한눈 보더니 손수건을 꺼내 고다정에게 악마의 손을 뻗었다."윽….…”고다정은 피할 겨를도 없이 몇 번 허우적거리더니 그대로 쓰러졌다.몇 분 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청소차를 밀며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청소부는 눈앞에 보이는 장면에 멍해진 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다름이 아니라 복도 전체에 기세가 심상치 않은 경호원들이 잔뜩 깔려 있었다, 모두 몸집이 상당한 데다 위엄있는 모습에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았다."뭐 하는 사람입니까?”엘리베이터 입구의 경호원이 질문했다.청소부는 침을 꿀꺽 삼키며 쭈뼛쭈뼛 대답했다. "청소부입니다. 여기도 청소 필요하신가요?”"아니요. 외부인은 들어오실 수 없으니 당장 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윤이가 더는 참지 못하고 무서워서 울기 시작했다."엄마에게 일이 생기는 걸 원치 않아요.”"할머니가 우리 엄마를 찾아주실 수 있으시죠?”하준이도 겨우 감정을 억누르며 눈시울을 붉혔다.엄마에게 일이 생겼다, 집안의 유일한 사내로 당황하지 말아야 했다, 아니면 동생이 더 무서워할 테니까.심해영은 눈앞에서 애써 진정하는 아이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할머니가 엄마를 꼭 찾을 테니 집에서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어.”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고개를 돌려 기사에게 차를 준비하라고 분부했다.하준이는 상황을 보더니 참지 못하고 물었다. “할머니, 우리도 같이 엄마 찾으러 가면 안 돼요? 말 잘 들을게요.”"하윤이도 말 잘 들을 테니 우리 같이 엄마 찾으러 가면 안 돼요?”하윤이도 눈물 젖은 눈으로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코를 훌쩍거리며 눈물을 그치려 애썼다.하지만 심해영은 두 아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없었다.그녀는 사람을 시켜 임초연을 불러와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우리가 잘못 생각했어. 원준이 준재에게 손을 쓴 것이 아니라 고 선생님한테 손을 썼더구나. 나는 병원으로 가서 상황을 봐야 돼서 이쪽을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두 아이를 봐줄 수 있겠는지 물어보려고 불렀어.”"뭐라고요? 고 선생님이 납치됐다고요?”임초연은 경악하는 표정을 지으며 앞에 있는 쌍둥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얼른 해결하러 가보세요, 이쪽은 제가 돌볼 테니 별일 없을 겁니다.”말은 이렇게 했지만 머릿속에는 이 거슬리는 두 녀석을 처리해버릴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하지만 잠시 생각한 끝에 실행에는 옮기지 않기로 했다.심해영이 돌봐달라고 부탁했는데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녀의 능력을 의심할 것이고, 이것이 그녀가 다시 여씨 가문의 호감을 사는 데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되어서였다.두 아이는 심해영이 떠난 후부터 걱정스러운 듯 문밖을 바라보고 있었다.임초연이 아무리 설득해도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초연 이모, 피곤하면 들어가서 쉬세요. 우리는 여기서
환한 거실에서 원시혁과 여진성이 팽팽한 기세로 대치하고 있었다.여진성의 낯빛은 이미 어두워질 대로 어두워져 있었다."원시혁 씨, 당신 아들을 정말 데려오지 않을 겁니까?”"제 아들을 데려오려면 반드시 실질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생각도 하지 마십시오.”원시혁도 분명히 말했다.물론 그의 마음속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냉정하지 못했다. 자세히 보면 그의 등 뒤에 숨긴 손이 살짝 떨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여진성은 당연히 아무런 증거도 내밀 수 없었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당장 찾아내!”그는 옆에 있는 경호원에게 고갯짓을 하며 분부했다.원시혁은 여진성이 이토록 무례하게 나올 줄 몰랐는지 고함을 질렀다. “감히!”“허, 감히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똑똑히 보라고!”여진성은 그를 향해 차갑게 웃으며 다시 옆에 있는 경호원에게 명령을 내렸다.경호원은 즉시 흩어져 원준을 찾아 나섰다.한편, 잡혀간 고다정은 비몽사몽 깨어났다. 아직 정신이 채 들지 않아 멍한 채로 가만히 있었다. 얼마 정도 지났을까 드디어 정신이 돌아왔고 자신이 납치되어 있음을 깨달았다.그녀는 지금 포댓자루에 담겨 있었는데 자루의 틈을 통해 자신이 개조된 승합차에 실려 있음을 알아볼 수 있었다.아무리 몸부림쳐봐도 자루의 아가리를 풀 수는 없었고, 오히려 넘어지면서 차 판자에 부딪히며 쿵 소리를 냈다.바로 이때, 어디선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어이 독수리, 저 여자 깼어.”말이 떨어지자마자 고다정은 누군가가 발길질을 해오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감싸더니 끙 소리를 냈다. 누군가 그녀의 팔꿈치를 걷어찼고, 힘이 너무 센 나머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이어 또 한 차례 음산한 목소리가 울렸다."자루 단단히 묶어, 풀 틈을 주면 안 돼. 사주 받은 대로 바다에 던져버려.”"왜 그냥 죽이지 않고?”방금 발길질을 한 남자가 독수리라는 사람의 명령에 불만을 품은 듯 조용히 입을 열었다.고다정은 그 말을 듣고는 심장이
고다정은 저녁 무렵에야 몰골이 엉망이 되어 병원에 돌아왔다.이때쯤 심해영은 미친 듯이 그녀를 찾아 헤매다 플랜B까지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만약 고다정을 찾지 못한다면 신수 노인을 모셔 오라고 지시까지 했는데 그녀가 돌아와서 다행이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심해영은 꼴이 엉망인 고다정을 바라보며 다급히 물었다.“먼저 좀 씻을게요. 오늘 치료부터 끝내고 말씀드리겠습니다.”고다정은 쉰 목소리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심해영은 당연히 허락했고 아랫사람을 시켜 그녀를 세면실로 안내했다.조금 뒤 고다정은 한결 정갈해진 모습으로 병실로 향했다.병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진현준은 핏기 없는 얼굴로 들어오는 고다정을 보고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으려 했지만 입도 떼기 전에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약은 달였어요?”“다 준비됐어요. 주방에 보온 상태로 뒀어요.”고급 VIP 병실에는 주방이 갖춰져 있다.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병상 옆으로 다가가 침 가방을 열면서 분부했다.“일으켜봐요”진현준은 그녀의 지시대로 혼수상태인 여준재를 일으켜 앉혔다.하지만 고다정은 손이 심하게 떨려 한동안 침을 놓지 못하고 들고만 있었다.그녀의 손바닥에는 3~4센티미터 길이의 상처가 나 있었고 피는 멎었지만 상처 주위가 감염되어 부어있었다.“선생님 손이…”진현준은 깜짝 놀라며 그녀의 손을 바라보았다.고다정은 손에서 전해지는 통증을 억지로 참느라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나지막이 대답했다.“괜찮아요.”그러고 나서 그녀는 정신을 집중해 침을 놓기 시작했다.이 상황에서 진현준도 계속 그녀에게 말시켜 방해할 수 없었다.거의 두 시간 만에 치료가 끝났다.마지막 침까지 거둔 후 그녀는 머리가 빙빙 돌아 휘청거렸다.다행히 날렵하게 침대 협탁을 붙잡았다.진현준은 걱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고 선생님, 괜찮으세요?”“괜찮아요. 그런데 마무리는 진 선생님한테 맡겨야겠어요. 저는 의무실 가봐야 할 것 같아요.”고다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쪽을 바라보
“여 회장님이 무서워하실 분이 아니라는 거 당연히 알죠. 단지 회장님 입장에서 생각해봤을 뿐입니다. 여기서 시간을 낭비할 게 아니라 돌아가셔서 여씨 집안의 인맥을 동원해 어떻게든 사람을 찾아내는 게 낫지 않을까요?”원시혁은 도리를 설명해 여진성의 마음을 돌리려 했다.잠시 후 그는 뭔가 있는 듯한 표정으로 천천히 말했다.“여 회장님, 어떤 때는 시간이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걸 잊지 마세요.”협박에 가까운 이 말을 들은 여진성은 표정이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그러나 실질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이들 부자를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당신들은 내가 증거를 찾아내지 못하길 비는 게 좋을 거야!”이 말을 남기고 여진성은 그 곳을 떠났다.잔뜩 긴장해 있던 원시혁과 원준은 그제야 몸이 스르르 풀렸다.원준은 심지어 뒷북을 치며 욕설을 퍼부었다.“여씨 집안은 진짜 안하무인이네요. 사람을 데리고 남의 집에 쳐들어오다니, 법을 너무 우습게 아는 거 같아요.”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뺨을 한 대 얻어맞고는 어안이 벙벙해졌다.“아버지, 왜 저를 때려요?”“왜 때리는지 정말 모르겠어?”원시혁은 그를 매섭게 쏘아보며 이를 갈았다.“네가 뒤에서 꾸민 짓이라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그러자 원준은 묵인하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원시혁은 화나다 못해 치가 떨렸다.“너는 여씨 집안에서 증거를 찾아내지 못하길 비는 게 좋을 거야. 증거가 나오면 친아들이라도 봐주는 거 없으니까!”이 말을 남기고 그는 위층으로 올라갔다.나이는 못 속인다고 어제 밤새워 여진성과 대치하다 보니 몸이 지칠 대로 지쳤다.어느새 거실에는 원준이 혼자만 남았다.음침한 눈빛을 하고 소파에 앉아있는 그는 온몸에서 금방이라도 뿜어져 나올 듯한 난폭한 기운이 감돌았다.“여준재, YS그룹, 당신들도 이제는 아래로 내려와야지.”……뉴욕, 여씨네 별장.의식이 몽롱한 상태로 깨어난 고다정은 몸이 몹시 불편했다.손으로 이마를 만져보니 정말 미열이 좀 있었다.그러나 병원
“간호사가 오면 고 선생님이 빨리 정신 차려야 할 텐데요. 안 그러면 준재 몸에 꽂힌 저 침들은 어떻게 해요?”임초연은 여준재를 걱정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고다정이 직업 정신이 없어 환자를 절반 치료하고 팽개쳤다고 빈정댔다.심해영이 얼마나 똑똑한 사람인데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는가?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며 뭐라고 말하려 할 때 진현준이 언짢아하며 이쪽을 바라봤다.“고 선생님은 이 며칠간 줄곧 아픈 몸으로 준재 병을 치료했어요. 마음속에 집념이 없었다면 진작 쓰러졌을 거예요. 그러니 함부로 말하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요 며칠 제가 고 선생님 조수로 일해서 침을 놓는 법은 모르지만 빼는 건 눈으로 배워서 알아요.”진현준은 임초연을 사정없이 비난했다.임초연은 즉시 얼굴이 굳어졌다.“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그녀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위해 변명했다.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심해영이 말을 가로챘다.“초연아, 요 며칠 나를 따라 양쪽으로 뛰어다니느라 피곤할 텐데 오늘은 먼저 들어가.”어떻게 이럴 수가!임초연은 마음속에서 비명을 질렀다.요 며칠 매일 병원에 따라온 건 다 오늘을 위해 밑밥을 깐 거였다.오늘이 여준재의 치료가 끝나는 날이고 곧 의식을 찾게 된다는 거 그녀는 알고 있었다.여준재가 자신이 중상을 입고 혼수상태로 있는 동안 그녀가 항상 곁을 지켰다는 것을 알게 되기만 하면 호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전에 틀어졌던 관계는 다소 회복될 것이다.“이모님,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말할 줄 몰라서 그래요. 여기 남아있게 해주세요. 준재 씨가 깨어나는 걸 못 보면 마음을 놓을 수 없어요.”임초연은 애원하는 눈빛으로 심해영을 바라보았다.이를 본 심해영은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남아있어도 되는데 잔꾀 부리지 마.”그러고 나서 임초연의 굳어진 표정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고개를 돌려 밖에 있는 경호원에게 분부했다.“의사랑 간호사 불러와요.”조금 뒤 문밖에 의사와 간호사가 나타났다.“환자분은 줄곧 미열이 반복되는 데도 과로해서 까무러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