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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1화 치료 시작

작가: 누오바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12-12 18:00:00
고다정은 여준재의 상태를 보더니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다름 아니라 그녀의 예상에 따르면 오늘의 치료는 적어도 3분의 1의 독소를 빼낼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준재의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독소는 3분의 1마저 채 안 돼 보였다.

보아하니 독성이 상당히 강한 독소였다.

“이건 극히 일부분의 독소일 뿐입니다. 모든 독소를 빼내려면 아직 시간이 더 걸려야 될 거에요.”

고다정은 말을 마치고 여준재의 곁으로 가 침을 거두며 옆에 서 있던 현준에게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가 전에 달여놓은 탕약도 꼭 먹이세요.”

진현준은 묻고 싶은게 많았지만, 다정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다정이 이곳에 있는 한 앞으로 질문할 기회는 많을 것이다.

약을 마신 후 다시 준재를 부축해 침대로 옮겼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의 변화를 알아챌 수 있었다.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예전처럼 잿빛 얼굴색에 죽음의 기운을 뿜고 있지는 않았다.

구남준은 이를 보더니 깊은숨을 토해냈다. 조마조마하던 가슴이 드디어 한 시름 놓은 듯 편해졌다.

“고 선생님, 그럼 이대로 치료를 받으신다면 대표님은 언제쯤 깨어나실까요?”

그의 걱정도 이해가 갔다. 회사의 대표가 앓아누웠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라도 하면 회사는 흔들리고 말 것이다. 회장이 아직 위에서 버티고 있더라도 회사의 프로젝트와 주식에 영향을 줄 것이고 직접 준재를 만나지 않으면 협력을 취소하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고다정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 남준의 얼굴에서 무언가 긴박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눈치챘다. 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더니 말했다. “예상대로라면 세 차례 진료 후 깨어나실 수 있으실 테지만 방금 독소를 빼낸 상황으로 봤을 때 적어도 일곱 번의 치료를 받으셔야 깨어나실 겁니다. 일주일 정도 걸리겠네요.”

“일주일이나요? 너무 오래 걸리네요. 다른 방법은 정말 없는 건가요?”

구남준이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

다정은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지금으로선 이게 제일 빠른 방법입니다.”

진현준은 남준이 급해 하는 이유를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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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해영의 등장에 다정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병실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준재를 생각하니 어느 정도 납득이 되었다.하준이가 먼저 다정을 발견하고 놀라서 쳐다보았다. “엄마, 깼어요?”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해영에게 인사했다.“심 여사님.”심해영은 간신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고 선생님 이야기는 이미 남준에게 전해 들었어요. 우리 준재 살려주셔서 감사드려요.”거리를 두며 격을 차리는 말에 내심 불편해졌다.다정은 미소를 띠며 답했다. “여대표님 개인 의사로서 대표님을 구하는 것 역시 제 직책이죠.”해영 역시 심경이 복잡해지며 면이 서지 않았다.여태껏 고다정이 아들의 발목을 잡는 존재라고 자신해왔는데 지금 그녀의 아들은 다정의 의술에 의지해야 살아날 수 있었다.운명의 장난일까 아니면 둘의 인연을 끊어낼 수 없는 것일까? 무엇이라 정의하기 어려웠다.거실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이상해졌다. 쌍둥이들도 뭔가를 느낀 듯 두리번거렸다.이때 장 집사가 나타나 침묵을 깨트렸다.“사모님, 고 선생님, 저녁 드실 시간입니다.”“그래.”해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고 선생님도 함께하시죠.” 말을 마치자 고개를 숙여 쌍둥이를 향해 자애롭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하준이 하윤이도 할머니랑 같이 밥 먹으러 가자.”쌍둥이들은 자연스럽게 다정의 눈치를 봤다. 다정은 반대할 이유가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해영을 따라가도록 했다.준재의 병세가 호전되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밥상의 분위기는 나름 화기애애했다.한편, 이들과는 정반대로 임초연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다정이 해외로 불려가 준재의 치료를 담당하게 됐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었다. 사고 후 아직 깨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아 심하게 다친듯했다.초연은 질투심과 조바심을 동시에 느꼈다.다정이 준재와 가까워진다고 생각하니 질투가 났고 동시에 준재를 치료해준다면 둘의 관계는 더욱 깊어질 것이니 조바심도 났다.여씨 가문에서도 목숨을 살려준 은인으로 다정을 받아줄 수도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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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씨 오해세요. 제가 어떻게 감히 아가씨한테 그런 험한 일을 시키겠습니까. 그저 아가씨와 전략적 연합을 맺으려는 거죠. 성공한다면 여씨 가문의 며느리가 될 기회도 생기는 거고요.”원준이 악마의 유혹을 해왔다.임초연은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하지만 지금 승낙해버린다면 이번 협상에서 을이 되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당신이랑 연합 같은 거 안 해도 여씨 가문에 들어갈 수 있어요.”“자신감이 넘치시네요, 그런데 현실도 좀 직시하셔야죠.” 원준이 정곡을 찔렀다.결국 주도권 싸움을 포기한 임초연은 낮게 대답했다. “세 시에 보딩 예정이에요. 계획은 짧게 말하는 게 좋겠죠.”“당연하죠.”원준의 만족스러운 웃음소리가 전화기 한 켠에서 들려왔다.......하루 밤새 푹 쉬고 나니 정신이 맑게 돌아왔다.다정은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치고 쌍둥이를 데리고 해영을 따라 병원으로 향했다.병실에 도착하자 병실에는 진현준뿐만 아니라 어제 그녀가 쫓아냈던 의사들까지 모여있음을 발견했다.그녀는 남준을 향해 입 모양으로 이 사람들은 뭐하러 왔는지 물었다.남준은 난처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들은 고 선생님이 어떻게 치료하시는지 보려고 오셨습니다. 어제 치료가 끝난 후 대표님 상태가 여러 면으로 좋아지셨거든요.”다정은 의외였지만 납득할 수 있었다. 단지 심해영이 불만이란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뭐 볼 게 있다고. 치료에 영향 주면 어떡해, 안돼, 다 나가라고 해.”말을 마치고 강경한 태도로밖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쫓아낼 것을 명했다.의사들은 수치심에 화가 났지만 별수 없었다. 금세 병실에는 고다정과 진현준으 포함한 몇 명만 남게 됐다.고다정은 심해영까지 내보내고 싶었지만 나갈 기색이 전혀 없어 보여 말을 꺼내지 않았다. 단지 쌍둥이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난감했다.여준재의 상처는 어제 일부 독소를 빼냈어도 아직은 보기에 흉측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아직 어린아이들을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았다.“구 비서님, 아이들 데리고 잠깐 나가서 놀아주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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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다정의 말을 듣고는 조용해졌다. 진현준이 대표로 나서서 질문했다. “고 선생님이 쓰신 치료 방법은 무엇이죠?”“고대 의료법입니다. 저희 나라에서는 몇천 년의 역사가 있죠. 여러분들이 보셨던 한의학과는 다를 겁니다.”고다정은 간단히 대답했다. 그럼에도 현준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귀국을 자주 하지는 않았지만, 소문으로 들은 적이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국내에 은밀하게 지내는 의학 가문이 있다는 것이다.이 가문은 예로부터 내려오던 치료 의술을 통달하고 있으며 신통하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소문은 익히 들었으나 현준이 직접 본 적이 없었기에 믿을 수 없었다.그런데 그 소문이 진짜라니, 진짜로 이토록 신기한 의술이 있을 수 있다니!이에 고다정을 바라보는 현준의 눈빛이 더욱 불타오르기 시작했다.“은신 가문의 사람 맞죠?”“어... 아니요.”고다정은 현준이 오해를 했다고 생각해 고개를 젓고는 차분히 해명했다. “저는 그저 운이 좋아 사부님을 만나 그분한테서 배웠을 뿐입니다.”진현준은 믿지 않았다. 그는 고다정이 겸손을 떤다고 생각했다.“고 선생님 너무 겸손하시네요. 가능하다면 의술에 대해 깊이 있게 대화해보고 싶습니다. 당신의 침술을 가르쳐주실 수 있나요? 이런 기술은 수술대에서 약물로 과다출혈을 막을 수 없을 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진지하게 자신과 의술을 토론하는 이 사람에게 다정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이 사람이 이 정도로 의학에 집착하는 사람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어쩔 수 없이 황급히 남준에게 도움의 눈빛을 보냈다.남준이 알아차리고는 다정의 앞을 막아서며 현준을 병실 쪽으로 밀었다.“반 시간이나 지났는데 수치 기록할 때가 되지 않았나요?”현준은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일을 첫째로 할 수밖에 없었다.남준은 경호원들을 불러 남은 의사들도 데리고 나가도록 했다.눈앞의 의사들이 모두 사라지자 다정은 인제야 크게 숨을 내쉬었다.해영은 상황을 지켜보며 혼란스러워졌다. 이제껏 다정의 신분을 탐탁지 않아 했는데 은신 가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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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스의 품격   제395화 누군가 준재 씨를 해하려 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심해영은 참지 못하고 병원에서의 일을 물었다.“아까는 왜 그렇게 말해라고 한 거니?”말을 꺼내자 쌍둥이들도 호기심에 귀를 쫑긋했다.임초연은 쓴웃음을 짓더니 말했다. “고 선생님을 만나면 같이 설명해드릴게요.”심해영은 그녀의 표정을 보더니 마음속에 불안함이 가득했지만 더는 캐묻지 않았다. 별장에서 고다정은 한 잠자고 일어난 상태였다.그녀는 맑은 정신으로 거실에 앉아 여준재의 치료에 쓰일 약재를 제조하고 있었다.그때 밖에서 경적이 들려왔다. 아마 심해영와 아이들이 병원에서 돌아왔을 것이다.몸을 일으켜 손에 묻은 약재 부스러기를 닦아내고 마중을 나가려는 그때 거실로 들어오는 네 사람에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멀지 않은 곳에서 임초연이 심해영의 팔짱을 꼭 낀 채 쌍둥이들을 데리고 들어오고 있었다.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으며 불안감이 밀려왔다.쌍둥이는 다정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하고는 반갑게 뛰어왔다.“엄마, 저희 왔어요.”“아저씨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엄마한테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어요.”아기들은 이구동성으로 입을 열었다.고다정은 입꼬리를 달싹이고는 대충 대답했다. “그래?” 그러면서도 눈은 임초연에게 고정돼 있었다.임초연은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인사를 걸어왔다.“고 선생님, 또 뵙네요.”“네, 초연 씨.”고다정은 입술을 달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심해영이 두 사람 사이의 묘한 기류를 눈치를 챘지만 마음속으로 다른 일을 걱정하는 듯싶었다.“초연아, 차에서 병원에서의 일은 고 선생님을 만나서 직접 얘기하겠다 했었잖니. 이제 얘기해줄 때가 되지 않았나?”“무슨 일 있었나요?”고다정은 자신과 관련됐다는 말에 눈썹을 찌푸렸다.임초연은 음모를 숨긴 눈을 반짝이며 ‘사실’대로 얘기했다. “무슨 일 있었어요, 누군가 준재 씨를 해하려 해요.”“누가?!”심해영은 비명을 지르며 소리를 높여 물었다. “누가 우리 준재를 해하려고 해?”고다정은 뭐라 하지 않았지만 역시 긴장되는 눈빛으로 임초연을 바라봤다.쌍둥이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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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다정의 말에 심해영도 찬성했다. “그래요, 백날 천날 방비해봤자 차라리 범인을 잡기만 못하지. 그럼 말한 대로 합시다!”“그럼 앞으로 이렇게 하는 겁니다.”고다정은 자신의 계획을 자세히 설명했다.말을 끝낸 후 복잡한 눈빛으로 임초연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동안 초연 씨는 원씨 성의 남자를 예의주시해 주세요.”“네, 원준 씨랑 연락 계속할게요. 무슨 행동이라도 한다면 바로 알려드리죠.”임초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돕겠노라 약속했다.계획을 세운 후에도 심해영은 화를 삭이지 못해 이 사실을 남편에게 알리고 싶었다.하지만 눈앞에 앉아 있는 두 여자를 보자 또 걱정이 밀려왔다.임초연은 보아하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야심 가득한 여자인 것 같았다. 반면 고다정은 그렇지 못했다. 단순해서 괴롭힘을 당하는 입장이었다.심해영은 자신이 떠나면 고다정이 임초연에게 괴롭힘을 당할까 걱정됐다.그리하여 세 사람은 거실에 앉아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어색한 대화만을 나눴다.다행히 고다정에게 신수 노인의 전화가 걸려와 이 어색함은 오래가지 않았다.신수 노인은 뉴스를 보고 여준재가 사고를 당했음을 알게 됐다. 거기에 전에 다정이 치료 방법에 대해 같이 논의했던 것이 생각나 고다정이 치료하는 환자가 여준재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해독이 필요하다던 친구 준재 맞지. 지금 뉴욕에 있는 거야?” 확신에 찬 말투였다.고다정은 신수 노인이 알아차렸으니 굳이 숨길 필요가 없어 웃으며 말했다. “역시 속이지 못한다니깐요.”“나처럼 똑똑한 사람을 속일 수 있을 것 같아?”신수 노인은 흥 하더니 전화를 건 목적을 얘기했다. “그 사람 상황은 좀 어때? 내가 가서 도와줄까?”다정은 사부의 나이를 생각해 에둘러 거절했다.“오실 필요 없으세요. 아직 깨어나진 않았지만, 수치도 안정됐고 독소가 모두 빠져나오면 아마 일어나실 수 있을 겁니다.“그래 그럼 다행이야.”신수 노인은 한 시름 놨다. 고다정도 옅게 웃었다.이어 두 사람은 치료에 관한 일을 토론하고는 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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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 속 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원준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더욱 일그러져 갔다."어떤 이유에서든, 여준재가 살아남은 것은 당신들의 실수야, 무슨 수를 써서든 그 새끼 처리해버려!”원준은 여준재가 살아남는 것을 절대 허락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틀 동안의 손실을 전혀 되찾을 수 없을 것이고, 아버지는 절대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원준이 여준재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임초연 역시 잘 알고 있었고,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계산적인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지금 원준이 느낄 기분을 생각했을 때 여준재의 신변 보호가 삼엄한 와중에도 반드시 방법을 강구해 여준재가 치료를 받지 못하도록 손을 쓸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이 방법이란 치료사를 처치하는 것 외에는 더 좋은 수가 없었다.’고다정, 이번에는 과연 누가 널 구해줄 수 있을까?’ 임초연은 생각할수록 기분이 좋아졌다.하지만 그녀는 본분을 잊지 않고 당장의 만족감을 숨긴 채 휴대전화를 들고 걱정스럽게 집을 나섰다.그녀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심해영이 복도에서 두 아이를 데리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잠시 눈가에 악의가 서렸지만, 감쪽같이 감춘 채로 다가가서 먼저 인사를 했다."해영 이모, 무슨 얘기 하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쌍둥이에게도 부드럽게 웃었다.두 아이는 눈치를 보며 인사치레로 이모라 부르고는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쌍둥이들은 이 이모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가짜처럼 느껴졌다.임초연도 두 녀석의 쌀쌀함을 느꼈지만 별로 개의치 않았다. 고다정을 처리하면, 다음은 이 아이들 차례일 것이다.심해영은 바로 옆에 서 있는 임초연이 이미 악마의 화신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임초연이 며칠 동안 환심을 산 지라 그녀에 대한 경계는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그래서 오늘도 임초연의 등장에 미소를 유지한 채 물었다. "어떻게 온 거야, 오늘 부모님께 선물 사드리러 쇼핑 나갔다고 하지 않았어?”임초연은 심해영과 고다정이 그녀가 여준재를 포기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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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일을 잊었나 했더니, 그것을 잊었네요.”임초연은 말을 꺼내고는 심해영이 묻기도 전에 먼저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해영 이모, 오늘 제가 쇼핑하러 나갔을 때, 원준이 연락 왔었어요. 제가 말한 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화가 나서 전화를 끊더라고요. 아마 다른 방법을 써 준재 씨를 해하려 할 테니 우리 계획을 실행해도 될 것 같아요.”이 말을 들은 심해영은 즉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바로 경호원 대장을 불러 덫을 놓으라고 명했다.그날 밤 고다정도 이 사실을 듣고 협조하겠다고 했다. 다만 쌍둥이의 안전을 위해 그녀는 두 아이가 병원에 가는 것을 금지했다. 이에 두 녀석은 기분이 상했지만, 집에 가만히 있겠다고 약속했다.……다음날, 고다정은 아침을 먹고 여느 때와 같이 여준재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으로 향했다.입원 동에 도착한 그녀는 엘리베이터 입구에 서서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기를 기다렸다.그때 유난히 키가 큰 청소부 한 명이 청소차를 끌고 다가왔지만 고다정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띵’ 하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고다정은 청소부를 먼저 들어가게 하고 뒤이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녀는 청소부를 등지고 있었기에 그의 위험한 눈빛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올라가고 청소부는 CCTV를 한눈 보더니 손수건을 꺼내 고다정에게 악마의 손을 뻗었다."윽….…”고다정은 피할 겨를도 없이 몇 번 허우적거리더니 그대로 쓰러졌다.몇 분 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청소차를 밀며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청소부는 눈앞에 보이는 장면에 멍해진 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다름이 아니라 복도 전체에 기세가 심상치 않은 경호원들이 잔뜩 깔려 있었다, 모두 몸집이 상당한 데다 위엄있는 모습에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았다."뭐 하는 사람입니까?”엘리베이터 입구의 경호원이 질문했다.청소부는 침을 꿀꺽 삼키며 쭈뼛쭈뼛 대답했다. "청소부입니다. 여기도 청소 필요하신가요?”"아니요. 외부인은 들어오실 수 없으니 당장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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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스의 품격   제399화 당장 원준을 데려와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윤이가 더는 참지 못하고 무서워서 울기 시작했다."엄마에게 일이 생기는 걸 원치 않아요.”"할머니가 우리 엄마를 찾아주실 수 있으시죠?”하준이도 겨우 감정을 억누르며 눈시울을 붉혔다.엄마에게 일이 생겼다, 집안의 유일한 사내로 당황하지 말아야 했다, 아니면 동생이 더 무서워할 테니까.심해영은 눈앞에서 애써 진정하는 아이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할머니가 엄마를 꼭 찾을 테니 집에서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어.”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고개를 돌려 기사에게 차를 준비하라고 분부했다.하준이는 상황을 보더니 참지 못하고 물었다. “할머니, 우리도 같이 엄마 찾으러 가면 안 돼요? 말 잘 들을게요.”"하윤이도 말 잘 들을 테니 우리 같이 엄마 찾으러 가면 안 돼요?”하윤이도 눈물 젖은 눈으로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코를 훌쩍거리며 눈물을 그치려 애썼다.하지만 심해영은 두 아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없었다.그녀는 사람을 시켜 임초연을 불러와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우리가 잘못 생각했어. 원준이 준재에게 손을 쓴 것이 아니라 고 선생님한테 손을 썼더구나. 나는 병원으로 가서 상황을 봐야 돼서 이쪽을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두 아이를 봐줄 수 있겠는지 물어보려고 불렀어.”"뭐라고요? 고 선생님이 납치됐다고요?”임초연은 경악하는 표정을 지으며 앞에 있는 쌍둥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얼른 해결하러 가보세요, 이쪽은 제가 돌볼 테니 별일 없을 겁니다.”말은 이렇게 했지만 머릿속에는 이 거슬리는 두 녀석을 처리해버릴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하지만 잠시 생각한 끝에 실행에는 옮기지 않기로 했다.심해영이 돌봐달라고 부탁했는데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녀의 능력을 의심할 것이고, 이것이 그녀가 다시 여씨 가문의 호감을 사는 데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되어서였다.두 아이는 심해영이 떠난 후부터 걱정스러운 듯 문밖을 바라보고 있었다.임초연이 아무리 설득해도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초연 이모, 피곤하면 들어가서 쉬세요. 우리는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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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챕터

  • 보스의 품격   제1270화 마지막화

    “하윤 씨, 좋아해요. 제 여자친구가 되어줄래요?”임지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눈앞의 여자애를 바라보며 긴장해서 손에 땀을 쥐었다.하윤은 잠깐 얼떨떨해하더니 이내 환한 웃음을 지었다.“네.”그녀의 얼굴에 피어난 예쁜 미소를 보고 임지호도 해맑게 웃었다.햇빛 아래 선남선녀는 너무 잘 어울렸다.임은미와 고다정은 구석에 숨어 이를 지켜보며 들떠서 소곤거렸다.“하윤이 저렇게 활짝 웃는 걸 보니 서로 고백한 것 같아.”“고백한 게 맞아. 둘이 같이 앉은 걸 봐.”“역시 내 실력이 아직 녹슬지 않았어. 내가 나서면 안 맺어지는 커플이 없다니까.”임은미는 마침내 자화자찬하기 시작했다.고다정은 그녀를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속으로 저 남자애가 하윤을 좋아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 무모하게 나섰다가 맺어주는 게 아니라 끝내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두 사람은 한참 더 보다가 호기심이 충족된 듯 제대로 자리에 앉아 요리를 주문했다.기왕 온 김에 뭘 좀 먹어야지.식사하면서 고다정이 감탄했다.“애들이 어느새 커서 애인까지 생겼네.”“그러게. 우리도 늙었어.”임은미도 같이 탄식했다.뒤이어 그녀는 맞은편의 절친을 바라보며 물었다.“앞으로 무슨 계획 있어?”“보름 동안 쉬면서 준재 씨랑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 후 새로운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할 거야.”고다정은 자기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임은미는 이 말을 듣고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너 점점 일벌레가 되어가는 것 같다.”“그건 내가 이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야.”고다정이 웃으면서 말했다.둘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청아한 목소리가 그들의 귓전을 때렸다.“여하준 씨, 거기 서요.”이 소리를 듣고 눈빛을 주고받는 고다정과 임은미의 머릿속에 똑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이런 우연이! 이 작은 레스토랑에서 두 남매를 모두 만난다고?’하윤도 너무 뜻밖이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하준 쪽을 바라보았다.“오빠?!”“하윤?!”여하준도 이때 하윤과 그 옆의 청년을 발견하고 미간을

  • 보스의 품격   제1269화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다

    하윤은 정말 돌아오지 않았다.하민이 가지 못하게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여준재에게는 무척 즐거운 밤이었다....이튿날 아침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했다.금빛 햇살이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와 이불 밖에 나온 고다정의 피부에 내려앉았다.피부에 생긴 흔적에서 어젯밤에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었다.여준재는 일찍 깼지만 아침의 따스함을 놓치기 싫어 고다정을 안고 만족스럽게 침대에 누워있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갑자기 누군가가 방문을 쾅쾅 두드렸다.“엄마, 일어나요.”하윤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여준재는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역시 자식은 빚쟁이라는 말이 맞다. 이전에 좋아했던 만큼 지금은 싫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품속의 여인이 깨어났다.고다정이 정신이 흐릿한 상태로 물었다.“누가 밖에서 문을 두드려요?”“하윤이에요. 내가 돌려보낼 테니 자요.”여준재가 그녀를 풀어주고 일어나려 했다. 너무 졸렸던 고다정은 막지 않았다.그녀는 오후까지 자고 임은미가 전화해서야 겨우 일어났다.30분 후 두 사람은 시내 중심의 쇼핑몰에서 만났다.임은미는 잠이 덜 깬 것 같은 고다정을 보고 놀려댔다.“너랑 여 대표님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좀 절제해.”“나한테만 그러지 말고 너도 절제해. 목에 난 흔적이 가려지지도 않아.”지금의 고다정은 약간 야한 농담에도 얼굴을 붉히던 10년 전의 고다정이 아니다.지금의 그녀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역습한다.임은미도 말문이 막히지 않았나.그녀는 채성휘와 자주 싸우지만 둘 사이의 감정에는 조금도 영향이 없었다.그녀가 코웃음을 쳤다.“네가 이겼어. 이제 너를 쉽게 놀리지 못하겠어.”그녀는 말하면서 고다정과 어느 가게에 들어갈지 사방을 둘러보는데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다정아, 저기 하윤이 아니야?”“하윤이?”고다정이 놀라며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정말 멀지 않은 곳의 레스토랑에 하윤과 깔끔해 보이는 잘생긴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것이

  • 보스의 품격   제1268화 둘만의 세상

    이 말을 들은 하윤은 즉시 고다정의 말에 흥미를 보였다.“저, 오빠, 그리고 이모 세 사람 외에 또 있어요?”그녀는 의문스레 고다정을 쳐다보았다. 설마 그때 아빠, 엄마를 맺어주려고 애쓴 사람이 또 있나?그런데 그녀가 말하자마자 고다정이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일 줄이야.“그래, 너와 오빠, 이모가 도와준 걸 말하는 거야. 그때 너희 셋이 나랑 너희 아빠를 맺어주려고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어? 그러니까 너 혼자 좋아하는 사람을 쫓아다니면 이뤄지기 힘들지 않겠어?”“좀 일리가 있네요.”갑자기 엄마한테 설득당한 하윤이 무심코 말했다.“그럼 엄마랑 이모가 좀 방법을 생각해 주세...”‘요’자를 내뱉기 전에 그녀는 씩씩거리며 또 한 번 엄마를 째려보았다.“또 엄마한테 걸려들었어요.”고다정은 이번에는 정말 참을 수 없어 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계집애, 어렸을 때와 똑같이 잘 속아.”그녀는 너무 웃어서 눈물까지 나왔다.이를 보고 화가 난 하윤이 손을 뻗어 고다정을 간지럽히려 했다.“엄마 나빠요.”그렇게 모녀는 온천에서 웃고 떠들었다.이쪽의 따뜻한 분위기와 달리 남자 노천탕은 썰렁했다.“자식, 어렸을 때는 귀여웠는데 크면 클수록 얄미워.”옆방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여준재는 눈앞의 두 아들이 보면 볼수록 눈에 거슬렸다.하준이 판에 박은 것 같이 똑같은 표정으로 아빠를 힐끗 쳐다보더니 시큰둥하게 말했다.“피차일반입니다.”하민은 형과 아빠가 티격태격하자 조용히 구석에 숨었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집안에서 지위가 가장 낮다는 것을 알았다.여준재는 막내아들의 속마음을 모른 채 자기한테 말대꾸하는 큰아들을 보며 문득 한 가지 꾀가 떠올랐다.“너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허구한 날 남의 마누라를 생각하지 말고 네 마누라를 찾아. 아니면 네 할머니한테 맞선을 주선하라고 할까?”그렇다. 여준재가 생각해 낸 방법은 하준을 결혼시키는 것이다.‘이 자식이 자기 마누라가 생기면 더 이상 내 마누라를 생각하지 않겠지.’하준이 그의 생각을 모를

  • 보스의 품격   제1267화 왜 이렇게 사이가 좋아요?

    그날 저녁 여씨 삼남매는 결국 남아서 고다정을 축하해 주었다.식사가 끝난 후 임은미는 두 딸을 데리고 떠나갔다.가기 전에 그녀는 고다정과 내일 오후에 같이 쇼핑하기로 약속했다.임은미를 보낸 후 다섯 식구는 남녀가 분리된 온천 노천탕에 갔다.고다정은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느긋한 시간을 보낸 게 얼마 만인가.그녀가 눈을 감고 즐기고 있을 때 어깨 위에 갑자기 손이 올라오더니 그녀의 어깨를 주물렀다.고개를 돌려 보니 둘째 딸이 그녀의 뒤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다.“엄마...”“왜?”고다정이 나지막이 묻자 하윤이 바짝 붙으며 말했다.“엄마가 아빠한테 사정 좀 해 주시면 안 돼요?”그녀는 고다정의 환심을 사려고 방긋 웃었다.“오늘 엄마랑 단둘이 시간을 보내려는 아빠의 계획을 제가 망쳤으니 아빠가 틀림없이 내일 저한테 일을 시킬 거예요.”그녀가 이렇게 단언하는 원인은 그동안 이런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학교 다닐 때는 그녀가 엄마한테 너무 달라붙는다고 아빠가 그녀를 속여 공부를 많이 시켰다.후에 점차 크고 오빠가 폭로해서야 그녀는 아빠의 꾀에 넘어갔다는 것을 알았다.고다정은 고민 가득한 딸애 얼굴을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이 계집애는 어릴 때부터 말을 잘 듣지 않았는데, 매번 아빠의 권위에 도전했다가, 결국 비참하게 혼쭐이 나고 불쌍한 모습으로 엄마를 찾아왔다.“이제야 두려워? 이모를 꼬드길 때는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생각 안 했어?”“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요. 엄마가 원래 여가 시간이 많지 않은데 아빠가 항상 엄마를 차지하니까.”계집애는 말하면서 고다정의 어깨를 껴안고 또 응석을 부렸다.애교 공세에 당할 수 없는 고다정은 이내 동의했다.하윤은 기쁜 나머지 고다정을 안고 뽀뽀하더니 배시시 웃었다.“역시 엄마밖에 없어요.”“너도 참, 빨리 온천에 몸을 담가.”고다정이 말하면서 그녀를 잡아당겨 노천탕에 앉혔다.그러나 하윤은 가만히 앉아 있지 못했다. 그녀는

  • 보스의 품격   제1266화 치열한 쟁탈전

    한편, 서쪽 외곽에 위치한, YS그룹에서 개발한 온천 리조트에 세련된 곡선미를 자랑하는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도착했다.차가 천천히 입구에 멈춰 서더니 검은색 수작업 맞춤 양복을 입은 여준재가 차에서 뛰어내렸다.똑바로 선 후 그는 돌아서서 허리를 살짝 굽히더니 차 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준수한 얼굴에서는 꿀 뚝뚝 다정함이 넘쳐흘렀다.“부인, 도착했습니다.”검은색 여성 정장 차림의 고다정이 가늘고 예쁜 손을 우아하게 여준재의 손바닥 위에 얹더니 차에서 내렸다.지금의 그녀는 풋풋함을 벗은 대신 카리스마와 여유가 넘쳤다.옆에 있던 매니저가 알랑거리며 그녀를 맞이했다.“사모님의 교베르 의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건 저와 직원들의 작은 성의입니다. 인류 의학에 공헌한 사모님께 감사드립니다.”말하고 나서 그는 들고 있던 꽃다발을 건넸다.사방에서 박수와 축하가 쏟아졌다.“축하드립니다, 사모님.”“사모님, 진짜 대단하십니다!”“사모님은 제 롤모델입니다!”이 말을 듣고 고다정은 얼굴에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감사합니다.”옆에 서 있는 여준재도 눈에 자랑스러운 기색이 가득했다.뒤이어 두 사람은 매니저의 안내로 룸에 들어섰다.룸에는 이미 고다정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준비돼 있었다.두 사람이 오붓하게 식사하고 있을 때 가방 속에 있는 고다정의 휴대폰이 울렸다.임은미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은미야, 무슨 일이야?”고다정이 전화를 받았다.옆에 있던 여준재는 이 말을 듣고 두 눈을 가늘게 떴다.고다정을 쳐다보던 그는 그녀와 시선이 딱 마주쳤다.고다정의 표정을 보니, 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제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은미가 축하 파티를 준비했다고 오래요.”“은미 씨는 인터넷을 안 본대요?”여준재가 답답한 듯 한마디 했다. 그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분명 고다정은 그의 아내인데, 지난 12년간 그는 아내와 단둘이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 궐에서 전하를 만나는 것보다 어려웠다.안팎에 강적이 있는 데다 고다정이 그동안 암세포를

  • 보스의 품격   제1265화 12년 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어느새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12년간 지도층이 바뀌고, 많은 연예인이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심지어 국제 정세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 등 많은 일들이 발생했지만 여준재와 고다정의 애정 전선은 변함이 없었다.현재 두 사람은 주변에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잉꼬부부가 됐다.사람들이 그들을 부러워하는 것은 금실이 좋은 것도 있지만 잘생기고 철이 든 아들딸을 두었기 때문이다.지금 여씨 가문의 큰 도련님, 아가씨, 작은 도련님 얘기가 나오면 엄지척 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특히 여하준은 19세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부모를 도와 두 회사를 관리하고 있다.물론 여하윤도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어 젊은 나이에 세계 최고의 콘서트홀에서 연주했을 정도로 뛰어나다.그리고 여씨 가문의 작은 도련님은 형, 누나만큼 대단하지는 않지만 어려서부터 말솜씨가 좋아 많은 귀염을 받았고, 지금은 연예계 인기 아역 스타다....운산공항 로비의 스크린에 최신 국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12년 만에 암세포를 죽이는 약을 개발해 낸 고다정 교수님의 교베르 의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는 우리 인류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연구 성과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암을 두려워할 필요도, 암 얘기에 놀랄 필요도 없게 됐습니다.”뉴스 진행자는 감격을 금치 못했다.최근 몇 년 고다정 연구팀의 약물 연구 덕분에 암세포 억제제가 꾸준히 개진되긴 했지만 암세포를 철저히 소멸할 수는 없어 암에 걸린 후 결국 치료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이 뉴스는 방송되자마자 많은 행인의 주의를 끌었다.인터넷에서도 큰 화제가 됐고 고다정에 대한 축복이 쏟아졌다.[고 원장님이 해낼 줄 알았어!][너무 기쁜데 어떡하지? 우리나라를 빛낸 고 원장님을 지지하기 위해 약방에 가서 그 회사 약들을 대량 구매할 거야.][나도. 우리 집에는 환자가 없지만 이 약들을 필요한 기관에 기증할 수 있어!][하하하, 속이 다 시원하네. 그때 고 원장님이 안 된

  • 보스의 품격   제1264화 평생 행복하게 살자

    열 몇 시간 후 비행기는 드디어 평온하게 착륙했다. 여준재가 낮은 소리로 옆에서 달게 자는 아내를 깨웠다.“여보, 일어나요.”그 소리에 고다정이 눈을 뜨더니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눈앞의 낯선 환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여기 어디예요?”“아직 비밀이에요. 비행기에서 내리면 알 거예요.”여준재는 그녀의 손을 잡고 비행기에서 내린 후 공항을 나섰다.그들을 마중 나온 차량이 벌써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차에 탄 후 고다정이 또 한 번 참지 못하고 물었다.“우리 지금 어디 가요?”“먼저 밥 먹으러 가요. 지금 너무 배고프죠?”여준재가 기사에게 근처의 가장 좋은 레스토랑으로 가자고 말했다.고다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할 때 아무것도 먹지 않은 데다 이렇게 장시간 비행한 까닭에 확실히 배가 고팠다.레스토랑에 도착한 두 사람은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룸에 들어갔다.주문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레스토랑 직원이 예쁘게 플레이팅된 음식들을 들여왔다.훈훈하고 달콤한 분위기 속에서 여준재가 고다정의 식사를 챙겼다.이때 고다정의 휴대폰이 울렸는데, 국내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엄마, 아빠랑 같이 어디 갔어요?”쌍둥이의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이 목소리를 들은 고다정은 갑자기 뜨끔했다.“컥컥, 엄마랑 아빠가 일이 있어서 외출했어. 며칠 뒤에 돌아오니까 집에 얌전히 있어. 할머니, 할아버지 말을 잘 듣고. 알았지?”“흥! 엄마랑 아빠가 둘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몰래 나간 거잖아요.”쌍둥이가 직접 고다정의 거짓말을 폭로했다.고다정은 무안해하며 도와달라는 듯 여준재를 바라보았다.당연히 아내 편인 여준재는 휴대폰을 받아 들고 말했다.“아빠와 엄마가 신혼여행 중이야. 돌아갈 때 너희 선물을 사 갈게.”말하고 나서 그는 직접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기 건너편에서 신호가 끊긴 스마트워치를 바라보는 쌍둥이의 앳된 얼굴에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아빠 나빠.”“너무 나빠!”쌍둥이는 아빠한테 잔뜩 화가 났다.이때 임은미가 오더니 그들의 안색이 안 좋은

  • 보스의 품격   제1263화 불쌍한 솔로 구남준

    이 말이 나오자 고다정과 임은미는 서로 마주 보며 웃더니 손을 잡고 무대 옆으로 나와 하객들을 등지고 섰다.“부케를 받은 사람은 내년에 솔로 탈출합니다.”두 사람이 부케를 던진 후 뒤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자가 입을 열었다.“부케를 누가 받았는지 신부님들 뒤를 돌아보세요.”고다정과 임은미는 두 젊은 아가씨가 부케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축복의 말을 건넸다.“두 분도 내년에 행복을 찾길 바랍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두 아가씨가 감사 인사를 했다.사람들 뒤에 서 있던 구남준은 속이 답답하기 그지없었다.분명 자기도 동작이 빠른데 부케를 하나도 받지 못하다니. 설마 평생 혼자 살 운명인가?...결혼식이 끝난 후 신혼방으로 돌아온 두 사람.“피곤하죠? 좀 쉴래요?”여준재가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안쓰러워했다.“아니요. 방금 결혼식장에서 잠깐 쉬었더니 지금 괜찮아요. 당신 먼저 옷부터 갈아입어요.”고다정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알았어요. 고생했어요, 여보.”순간 여준재가 고다정을 꽉 껴안더니 다정하게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여준재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고다정은 황급히 그의 입술을 피하더니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주의를 주었다.“아직 밤도 아닌데, 이미지에 좀 신경 쓰세요.”“당신 앞에서 무슨 이미지에 신경 써요? 당신을 안고 자려는 것뿐인데.”여준재는 이 말을 듣고 억울한 표정으로 고다정을 바라보았다.“알았어요. 놀리지 않을게요.”여준재의 불쌍한 모습을 보고 고다정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당신은 웃을 때 진짜 예뻐요.”여준재가 넋이 나간 듯 고다정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당신도 참.”그의 칭찬에 고다정은 얼굴이 더 빨개졌다.여준재는 고개를 숙이더니 고다정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고다정은 피하려고 했지만 여준재가 그녀를 꽉 껴안고 반항하지 못하게 했다.키스는 오랫동안 지속됐고, 고다정이 호흡 곤란이 올 정도가 돼서야 여준재는 그녀

  • 보스의 품격   제1262화 결혼식(하)

    결혼식 현장은 환상적이었다.전 세계 명문가에서 대표를 파견해 참석했다.이렇게 많은 유명인들 앞이라 고다정과 임은미는 몹시 긴장했다.“준재 씨, 좀... 긴장돼요.”가볍게 입술을 깨물며 여준재를 쳐다보는 고다정의 눈에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 감돌았지만 수줍음과 기대감도 보였다.“괜찮아요. 제가 항상 곁에 있을게요.”여준재가 약간 차가운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더니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긴장 풀어요. 당신은 신부 노릇만 잘하면 돼요. 다른 건 다 저한테 맡겨요.”여준재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마음이 놓이는 대신 열정이 넘치고 약간 기대도 됐다.“신부가 진짜 예쁘네.”“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에요.”“신부네 집안도 보통이 아니래. 여씨 가문이 더 번창하겠어.”하객들이 쑥덕거렸다. 그중 고다정을 부러워하는 상류층 부잣집 따님도 적지 않았다.오늘 여준재는 유난히 멋있었다. 매끈한 양복 차림에 준수한 외모가 불빛 아래에서 유달리 돋보였다.고다정은 여준재와 팔짱을 끼고 사람들의 부러운 눈빛 속에서 천천히 버진로드의 종점을 향해 걸어갔다.두 사람이 무대에 선 후 채성휘와 임은미가 뒤늦게 입장했다.이들 둘도 버진로드를 따라 행진해 여준재와 고다정의 옆에 섰다.결혼식 사회자는 두 쌍의 신랑 신부가 모두 입장한 것을 보고 결혼식의 시작을 알렸다.“존경하는 하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결혼식을 시작합니다!”이 말이 끝나자 무대 아래의 하객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오늘 이 자리에 계신 모든 하객분이 증인이 되어 두 쌍의 신랑 신부가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도록 축복해 주시길 바랍니다.”사회자의 말에 무대 아래에서 또 한 번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여준재 씨는 옆에 있는 아름답고 우아한 신부를 아내로 맞아 평생 사랑하고 아끼고 보호하고 돌보기를 원합니까?”사회자가 웃음 띤 얼굴로 무대 위에 서 있는 여준재를 보며 물었다.“물론입니다!”여준재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한 후 확고한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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