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준의 목소리는 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지도 않았다.병실에 있던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구남준은 불쾌한지 미간을 찌푸렸다.고다정의 편을 들어주려고 할 때 누군가 먼저 선수 쳤다.“우리 엄마 엄청 대단한 사람이에요.”“꼭 삼촌을 치료할 수 있을 거예요.”두 녀석은 눈을 부릅뜨고 진현준을 쳐다보았다.진현준은 당황하더니 곧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삼촌?’“준재 아이가 아니었어요?”진현준은 멍하니 구남준을 쳐다보았다.두 녀석이 여준재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특히 빼닮은 눈매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구남준은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목소리를 깔더니 말했다.“진 선생님, 대표님 개인적인 일이라 대표님이 깨어나시면 직접 물어보십시오. 지금은 고 선생님이 진맥할 수 있게 조용히 해주시기를 바랍니다.”진현준은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구남준의 진지한 표정에 꾹 참았다.그는 고다정의 의술에 대해 별로 큰 기대는 없었다.비록 중의학을 접해보지 못했지만, 십 년 이십 년의 경력이 없이는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다정은 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몇 분 정도의 진맥과 동공 및 입술을 확인한 후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여준재의 상태는 그녀가 생각했던 거보다 심각했지만 절망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선생님, 어떤가요? 살릴 수 있을까요?”구남준은 진맥을 마친 고다정을 간절하게 바라보았다.고다정은 그를 보더니 숨기지 않고 말했다.“살릴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신수 노인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자신의 의술에 대해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현재로서의 여준재의 상태는 어떠한 실패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에 최대한 완벽을 추구하고 싶었다.구남준도 그녀가 조심스러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얼마나 오래 상의해야 할까요?”“오래는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초보적으로 생각해 둔 치료 방법이 있긴 한데 어떤 약재를 쓸지 아직 더 고민해 봐야
몇 가지 약재를 수정한 후 드디어 최종 약 처방을 확정했다.이때 뉴욕은 야심한 밤이라 운산은 이미 점심시간이 되어갈 때쯤이었다.통화를 하고있던 고다정은 미안한 마음에 말했다.“이렇게 오래 통화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르신, 죄송해요.”“괜찮아. 너와 약재를 연구하면서 나도 배울 점이 많았어.”신수 노인이 한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그가 보았을 때 고다정은 비록 처방전을 쓰는 데는 미숙했지만, 약재 응용에서는 월등히 뛰어났다.이것이 바로 고대 한의학과 현대 한의학의 차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이 둘은 서로 마지막 인사를 주고받고 통화를 마쳤다.핸드폰을 거두고 뒤돌아섰을 때 옆 소파에서 놀고 있던 두 녀석이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방을 나섰다.장 집사는 밖에서 방안의 기척을 살피다 목소리가 들려오자 바로 1층 계단 입구로 걸어가 공손하게 물었다.“고 선생님, 일 다 보셨어요?”오후에 이미 구남준한테서 고다정의 신분을 듣고 미래의 사모님이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그리고 고하준과 고하윤 역시 작은 도련님과 작은 아가씨가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여준재에게 이렇게 큰 아이가 있을 줄은 몰랐다.고다정은 장 집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1층으로 내려온 고다정은 주위를 둘러보다 고요한 느낌에 물었다.“제 두 아이는요?”“작은 도련님과 아가씨는 이미 주무시고 계십니다. 아까 통화하실 때 배고프시다길래 저녁을 준비해 드렸습니다. 지금은 안방에서 주무시고 계십니다.”장 집사는 간단히 상황을 설명하더니 공손하게 물었다.“고 선생님, 배 안 고프세요? 주방에 남겨둔 음식이 있습니다.”고다정은 배를 만지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조금 배고프네요.”배도 고팠고 피곤하기도 했다.열 몇 시간의 비행 끝에 휴식하지도 못하고 바로 병원에 달려갔기 때문이다.간단히 야식을 먹고 방으로 들어가 휴식했다.그리고 아주 깊이 잠들었다.계속 여준재의 상태가 걱정되어서인지 아침 일찍 깨났다....다음 날 아침 날이 밝자마자 잠에서
한순간 고다정은 마치 무슨 죄를 지은 사람처럼 모든 의사들의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침 몇 대와 탕약으로 어떻게 치료한다는 거예요? 무슨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만약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누구의 책임이에요?’“그러게, 우리 시간만 낭비하고 있어.”왈가부왈하는 소리에 고다정은 아무리 이해해 보려고 해도 속에서 천불이 났다.이 사람들은 그녀의 치료 방법을 비판할 시간은 있어도 해독제를 연구해야겠다는 의지는 없었다.“그만 하세요!”고다정은 소리를 버럭 지르더니 부드럽던 눈빛마저 예리해졌다.병실에 있던 의사들을 슥 둘러보더니 직설적으로 말했다.“제 치료 방법에 대해 불만이 있으시면 직접 치료해 보시던가요!”몇몇 의사들은 마치 목덜미가 잡힌 듯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여준재와 오래 지내서인지 고다정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 역시 위압감이 있었다.그녀의 시선을 받은 사람들은 움찔해 날 수밖에 없었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진현준은 구남준의 옆에 가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형수님 성격 만만치 않은데요? 준재 감당할 수 있겠어요?”“고 선생님 성격 좋으신 분이에요. 자꾸 사람들이 시비를 걸어서이지 성격이 안 좋다고 말할 수 없죠.”구남준은 그를 불쾌하게 쳐다보더니 앞으로 다가가 고다정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여러분, 여러분도 환자에 대해 책임지려고 이곳에 계신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딱히 저희 대표님을 살릴 방법은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고 선생님의 치료 방법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어떠한 사고가 발생한다고 해도 이 병원과 아무런 연관이 없을 것임을 맹세합니다.”이런 말까지 나온 마당에 의사들은 딱히 반대하지도 않았다.진현준만은 그래도 여전히 고다정에게 믿음이 가지 않았다.놀라운 것은 구남준이 고다정에 대한 믿음이라고 생각했다.“이렇게 대표님 목숨을 저 사람한테 맡길 거예요?”“저는 고 선생님이 해내실 거라고 믿습니다. 지금으로써는 시도해 볼 수밖에 없잖아요. 이 기회를 놓치면 대표님이 버텨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
구남준은 바로 여준재를 바꿔 달라는 여진성의 말에 식은땀을 흘리면서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대표님 지금 회의 중이십니다. 회장님, 무슨 일이 있으시면 저한테 말씀해 주십시오. 회의가 끝나는 대로 대표님께 전해드리겠습니다.”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말하면 여진성은 아무 의심하지 않고 구남준에게 일을 맡겼었다.평소에 늘 그랬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번은 구남준의 오산이었다.전화기 너머에서 분노가 가득한 구진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회의는 무슨! 다쳐서 입원하고 있잖아! 아직까지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거야?”이 말을 들은 구남준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더는 숨기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대표님 습격당하신 거 맞습니다. 아직 혼수상태에 빠져있고요. 이미 고 선생님을 모셔 왔기 때문에 곧 회복하실 겁니다. 깨어나시면 바로 연락드리라고 하겠습니다.”구남준은 간단히 상황을 보고할 뿐 더는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여준재가 부모한테 숨기려고 했던 것은 자신을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하지만 심해영은 여준재가 혼수상태에 빠져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지 못했다. 그 자리에서 바로 뉴욕으로 가는 티켓을 끊어달라고 했다.여진성도 함께 가고싶었지만 YS그룹을 지키려면 남아있어야 했다.고다정은 심해영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당일 오후, 고다정은 첫 번째 치료 단계에 들어섰다.침을 놓아야 했기 때문에 진현준더러 여준재 몸에 꽂혀있는 호스를 다 뽑으라고 했고 거즈를 걷어내자 상처가 아주 심각해 보였다.상처 주위의 살은 이상하게도 검은 자주색을 띠고 있었고 검은 자주색 피가 상처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고다정은 한눈에 상처가 깊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표정이 많이 심각해졌다.그리고 상처 주위에 금침을 놓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상처에서 흘러내리던 피가 그만 멈추었다.진현준은 놀라고 말았다.믿기지 않는 듯한 눈빛에서 희망의 빛이 보였다.‘형수님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네.’고다정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상처에서
고다정은 여준재의 상태를 보더니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다름 아니라 그녀의 예상에 따르면 오늘의 치료는 적어도 3분의 1의 독소를 빼낼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준재의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독소는 3분의 1마저 채 안 돼 보였다. 보아하니 독성이 상당히 강한 독소였다.“이건 극히 일부분의 독소일 뿐입니다. 모든 독소를 빼내려면 아직 시간이 더 걸려야 될 거에요.”고다정은 말을 마치고 여준재의 곁으로 가 침을 거두며 옆에 서 있던 현준에게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가 전에 달여놓은 탕약도 꼭 먹이세요.”진현준은 묻고 싶은게 많았지만, 다정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다정이 이곳에 있는 한 앞으로 질문할 기회는 많을 것이다.약을 마신 후 다시 준재를 부축해 침대로 옮겼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의 변화를 알아챌 수 있었다.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예전처럼 잿빛 얼굴색에 죽음의 기운을 뿜고 있지는 않았다.구남준은 이를 보더니 깊은숨을 토해냈다. 조마조마하던 가슴이 드디어 한 시름 놓은 듯 편해졌다.“고 선생님, 그럼 이대로 치료를 받으신다면 대표님은 언제쯤 깨어나실까요?” 그의 걱정도 이해가 갔다. 회사의 대표가 앓아누웠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라도 하면 회사는 흔들리고 말 것이다. 회장이 아직 위에서 버티고 있더라도 회사의 프로젝트와 주식에 영향을 줄 것이고 직접 준재를 만나지 않으면 협력을 취소하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고다정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 남준의 얼굴에서 무언가 긴박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눈치챘다. 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더니 말했다. “예상대로라면 세 차례 진료 후 깨어나실 수 있으실 테지만 방금 독소를 빼낸 상황으로 봤을 때 적어도 일곱 번의 치료를 받으셔야 깨어나실 겁니다. 일주일 정도 걸리겠네요.”“일주일이나요? 너무 오래 걸리네요. 다른 방법은 정말 없는 건가요?”구남준이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다정은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지금으로선 이게 제일 빠른 방법입니다.”진현준은 남준이 급해 하는 이유를 모른 채
심해영의 등장에 다정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병실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준재를 생각하니 어느 정도 납득이 되었다.하준이가 먼저 다정을 발견하고 놀라서 쳐다보았다. “엄마, 깼어요?”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해영에게 인사했다.“심 여사님.”심해영은 간신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고 선생님 이야기는 이미 남준에게 전해 들었어요. 우리 준재 살려주셔서 감사드려요.”거리를 두며 격을 차리는 말에 내심 불편해졌다.다정은 미소를 띠며 답했다. “여대표님 개인 의사로서 대표님을 구하는 것 역시 제 직책이죠.”해영 역시 심경이 복잡해지며 면이 서지 않았다.여태껏 고다정이 아들의 발목을 잡는 존재라고 자신해왔는데 지금 그녀의 아들은 다정의 의술에 의지해야 살아날 수 있었다.운명의 장난일까 아니면 둘의 인연을 끊어낼 수 없는 것일까? 무엇이라 정의하기 어려웠다.거실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이상해졌다. 쌍둥이들도 뭔가를 느낀 듯 두리번거렸다.이때 장 집사가 나타나 침묵을 깨트렸다.“사모님, 고 선생님, 저녁 드실 시간입니다.”“그래.”해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고 선생님도 함께하시죠.” 말을 마치자 고개를 숙여 쌍둥이를 향해 자애롭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하준이 하윤이도 할머니랑 같이 밥 먹으러 가자.”쌍둥이들은 자연스럽게 다정의 눈치를 봤다. 다정은 반대할 이유가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해영을 따라가도록 했다.준재의 병세가 호전되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밥상의 분위기는 나름 화기애애했다.한편, 이들과는 정반대로 임초연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다정이 해외로 불려가 준재의 치료를 담당하게 됐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었다. 사고 후 아직 깨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아 심하게 다친듯했다.초연은 질투심과 조바심을 동시에 느꼈다.다정이 준재와 가까워진다고 생각하니 질투가 났고 동시에 준재를 치료해준다면 둘의 관계는 더욱 깊어질 것이니 조바심도 났다.여씨 가문에서도 목숨을 살려준 은인으로 다정을 받아줄 수도 있었
”아가씨 오해세요. 제가 어떻게 감히 아가씨한테 그런 험한 일을 시키겠습니까. 그저 아가씨와 전략적 연합을 맺으려는 거죠. 성공한다면 여씨 가문의 며느리가 될 기회도 생기는 거고요.”원준이 악마의 유혹을 해왔다.임초연은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하지만 지금 승낙해버린다면 이번 협상에서 을이 되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당신이랑 연합 같은 거 안 해도 여씨 가문에 들어갈 수 있어요.”“자신감이 넘치시네요, 그런데 현실도 좀 직시하셔야죠.” 원준이 정곡을 찔렀다.결국 주도권 싸움을 포기한 임초연은 낮게 대답했다. “세 시에 보딩 예정이에요. 계획은 짧게 말하는 게 좋겠죠.”“당연하죠.”원준의 만족스러운 웃음소리가 전화기 한 켠에서 들려왔다.......하루 밤새 푹 쉬고 나니 정신이 맑게 돌아왔다.다정은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치고 쌍둥이를 데리고 해영을 따라 병원으로 향했다.병실에 도착하자 병실에는 진현준뿐만 아니라 어제 그녀가 쫓아냈던 의사들까지 모여있음을 발견했다.그녀는 남준을 향해 입 모양으로 이 사람들은 뭐하러 왔는지 물었다.남준은 난처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들은 고 선생님이 어떻게 치료하시는지 보려고 오셨습니다. 어제 치료가 끝난 후 대표님 상태가 여러 면으로 좋아지셨거든요.”다정은 의외였지만 납득할 수 있었다. 단지 심해영이 불만이란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뭐 볼 게 있다고. 치료에 영향 주면 어떡해, 안돼, 다 나가라고 해.”말을 마치고 강경한 태도로밖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쫓아낼 것을 명했다.의사들은 수치심에 화가 났지만 별수 없었다. 금세 병실에는 고다정과 진현준으 포함한 몇 명만 남게 됐다.고다정은 심해영까지 내보내고 싶었지만 나갈 기색이 전혀 없어 보여 말을 꺼내지 않았다. 단지 쌍둥이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난감했다.여준재의 상처는 어제 일부 독소를 빼냈어도 아직은 보기에 흉측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아직 어린아이들을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았다.“구 비서님, 아이들 데리고 잠깐 나가서 놀아주실 수
모두 다정의 말을 듣고는 조용해졌다. 진현준이 대표로 나서서 질문했다. “고 선생님이 쓰신 치료 방법은 무엇이죠?”“고대 의료법입니다. 저희 나라에서는 몇천 년의 역사가 있죠. 여러분들이 보셨던 한의학과는 다를 겁니다.”고다정은 간단히 대답했다. 그럼에도 현준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귀국을 자주 하지는 않았지만, 소문으로 들은 적이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국내에 은밀하게 지내는 의학 가문이 있다는 것이다.이 가문은 예로부터 내려오던 치료 의술을 통달하고 있으며 신통하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소문은 익히 들었으나 현준이 직접 본 적이 없었기에 믿을 수 없었다.그런데 그 소문이 진짜라니, 진짜로 이토록 신기한 의술이 있을 수 있다니!이에 고다정을 바라보는 현준의 눈빛이 더욱 불타오르기 시작했다.“은신 가문의 사람 맞죠?”“어... 아니요.”고다정은 현준이 오해를 했다고 생각해 고개를 젓고는 차분히 해명했다. “저는 그저 운이 좋아 사부님을 만나 그분한테서 배웠을 뿐입니다.”진현준은 믿지 않았다. 그는 고다정이 겸손을 떤다고 생각했다.“고 선생님 너무 겸손하시네요. 가능하다면 의술에 대해 깊이 있게 대화해보고 싶습니다. 당신의 침술을 가르쳐주실 수 있나요? 이런 기술은 수술대에서 약물로 과다출혈을 막을 수 없을 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진지하게 자신과 의술을 토론하는 이 사람에게 다정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이 사람이 이 정도로 의학에 집착하는 사람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어쩔 수 없이 황급히 남준에게 도움의 눈빛을 보냈다.남준이 알아차리고는 다정의 앞을 막아서며 현준을 병실 쪽으로 밀었다.“반 시간이나 지났는데 수치 기록할 때가 되지 않았나요?”현준은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일을 첫째로 할 수밖에 없었다.남준은 경호원들을 불러 남은 의사들도 데리고 나가도록 했다.눈앞의 의사들이 모두 사라지자 다정은 인제야 크게 숨을 내쉬었다.해영은 상황을 지켜보며 혼란스러워졌다. 이제껏 다정의 신분을 탐탁지 않아 했는데 은신 가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