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고다정은 고마운 사람들에게 대접하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감사 인사를 전달하기 위한 저녁 식사이기 때문에, 그녀는 특별히 몇 가지 고급스러운 요리와 보양식을 준비했다. 그녀가 준비한 음식들은 모두 건강에 이로운 음식들이었다.마침내 3일째 되는 날, 다정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여준재와 신성 어르신, 문성 어르신에게 초대 문자를 보냈다.물론 임은미와 육성준에게도 빠짐없이 보냈다.저녁시간이 되기도 전에 준재가 먼저 다정의 집에 도착했다.문 밖에 서 있는 훤칠하고 잘생긴 남자를 본 다정은 놀랬다.“여 대표님,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요새 회사가 바쁘지 않아서요. 그래서 혹시나 제가 도와드릴 것이 있을 까봐 일찍 왔어요.”준재는 뻔뻔하게 거짓말을 했다.구남준은 준재의 말을 듣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정말 나날이 우리 대표님은 거짓말만 느시는 거 같네.’준재는 말을 한 후, 고개를 돌려 남준에게 몇 개의 선물 상자를 받은 후, 다정에게 건네줬다.“이것은 제가 집에서 가져온 좋은 술입니다. 아마 어르신들이 좋아하실 거에요.”“감사합니다.”다정은 그저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그 후 그녀는 준재가 아직 문 밖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얼른 들어오라고 손짓했다.준재는 들어서자마자 진동하는 음식의 냄새를 맡고 칭찬했다.“정말 맛있는 냄새가 나네요. 벌써 기대돼요.”그러던 주방에서 나오지도 않은 강말숙의 목소리가 들렸다.“다정아, 벌써 누가 왔어?”“할머님, 제가 왔어요.”준재는 다정이 입을 열기도 전에 먼저 인사했다. 이때 강말숙은 주방에서 나와 준재를 보고 다정과 마찬가지로 매우 의아해했다.“여 대표님,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요즘 회사가 바쁘지 않아서요. 그래서 혹시나 제가 도와드릴 건 없는지 해서 일찍 왔어요.”준재는 다시 이유를 말하고 또 강말숙에게 질문했다.“참, 다정 씨 외할머니, 요즘 좀 어떠세요? 이틀 전에 고 선생님에게 넘어졌다는 말을 들었어요. 괜찮으세요?”“그 일은 다정이 심각하
여준재가 주방에 있는 상황을 본 고다정은 어떤 느낌인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그 후 그녀는 시선을 돌린 후, 계속 해서 저녁 준비를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귓가에서 펑 하는 큰 소리가 들렸다.“아!” 다정은 놀라서 소리를 지르고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봤을 때, 준재가 옆에서 멍하니 서있었고, 그의 발 옆에는 이미 부서진 뚝배기가 있었다.준재는 놀라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저 원래 잘 하는데 오늘따라 잘 안되네요.”그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불쌍한 눈빛으로 다정을 바라봤다.다정은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지 몰랐다.‘내가 아끼는 뚝배기 그릇이고 몇 년 동안 이 뚝배기 그릇을 잘 사용했는데……. 게다가 실수로 떨어뜨린 적은 있어도 오늘처럼 깨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여 대표님 저는 괜찮으니까 거실에 쉬고 계셔도 괜찮아요.”그녀는 준재가 혹시나 상처받을까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았다.준재는 다정의 말을 듣고 어쩔 줄 몰랐다.이때 소리가 꽤 컸는지 강말숙은 놀라 방에서 나왔다.“무슨 일이야?”“괜찮아요, 뚝배기가 깨진 소리예요.”“뚝배기가 왜…….”강말숙은 반쯤 말 하다가 알아차렸는지 하던 말을 멈추고 준재를 그저 바라보았다.준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했다.다만 그는 표정 관리를 잘하기 때문에 다행히 얼굴에 드러나지 않았다.다정은 준재가 난감해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후,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곧 하윤과 하준이 하교할 시간인데, 혹시 저 대신에 아이들을 데리러 가줄 수 있으신가요?”“네, 제가 아이들을 데리러 갈게요.”준재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그제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준재가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신수 노인과 문성 노인이 왔다.식사 준비다 아직 다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정은 두 노인과 함께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문성 노인은 준재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줄 알고 다정에게 재촉했다.“준재 그 녀석은 뭔 일을 한다고 이리 늦게 오는 것이냐, 설마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모두가 맛있는 음식과 함께 행복한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저녁 식사가 끝난 후에는 이미 해가 진 후였다.시간이 이렇게 된 줄도 모르고 있던 신수 노인과 문성 노인은 급히 인사를 한 후 돌아갔다.임은미와 육성준도 혹시나 둘만의 시간에 방해가 될 까봐 황급히 돌아갈 준비를 했다.“다정아, 나 아직 못 끝낸 업무가 있었다는 게 갑자기 생각 났어. 얼른 가서 마무리 작업을 해야할 거 같아. 오늘 안으로 끝내지 못하면, 나 내일 상사에게 한 바가지 욕 먹을 거야.”“그래, 내가 얼른 택시를 불러 줄게.”고다정은 이렇게 늦은 시간에 은미가 혼자 돌아간다는 말에 걱정됐다.은미는 다정에게 괜찮다며 사양했다.그녀는 소파에 가만히 앉아있는 성준을 힘껏 잡아당겨 웃으며 말했다.“택시는 부를 필요 없어. 성준이 데려다 준다고 했어.”“왜 내가 데려다 줘야 해. 너 혼자 택시 타고 집에 가면 되잖아. 그리고 나는 하준이랑 하윤이랑 더 놀다가 갈 거야.”성준은 은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하지만 그는 은미에게서 절대 벗어날 수 없었다.은미는 그를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네가 데려다 주면 얼마나 좋을까? 빨리 움직여!”다정은 두 사람이 투덜거리는 모습을 보고 그들이 뭘 생각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기왕 은미 이모가 삼촌한테 데려다 달라고 했으니까 얼른 데려다 줘.”“그래, 삼촌. 빨리 가서 은미 이모를 데려다 줘. 우리는 도망가지 않아. 이모를 데려다 주고 다시 우리랑 놀면 되잖아.”하윤도 옆에서 거들었다.아이들은 은미에게 의미심장한 눈빛을 눈치 챘다.‘삼촌이 은미 이모를 데려다 주면 멋쟁이 아저씨랑 엄마랑 단 둘이 있을 시간을 만들 수 있어!’이렇게 성준은 은미에게 강제로 끌려갔다.그들의 행동의 의미를 알아차린 준재 자신도 그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즐기고 있었다.거실에는 다정, 아이들 그리고 준재만이 남아있었다.강말숙은 식사를 마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졸려서 일찍 취침 준비를 하러 갔다.다정은 앞에 있는
목욕을 마친 뒤, 두 아이들은 즐겁게 침대에서 깡충깡충 뛰었다.고다정과 여준재는 오히려 양쪽에서 어색하게 서 있었다.특히 다정도 방금 목욕을 해서인지 몰라도 얼굴이 빨개졌다.그녀는 준재를 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침대에서 장난치고 있는 아이들에게 말했다.“이제 얼른 누워서 자자!”“알겠어요.”두 아이들은 정신없이 대답한 후에 조용히 침대 가운데에 누웠다.다정은 그제서야 준재를 바라보며 말했다.“여 대표님도 피곤하실 텐데 얼른 주무세요.”“네 알겠습니다.”준재를 고개를 끄덕이며 침대의 다른 쪽에 올라가 하준이 옆에 누웠다.다정은 그들이 모두 잠든 것을 보고 나서야 방의 불을 끄고 작은 불 하나만 켜고 침대에 누웠다.다만 그녀가 눕자마자 하윤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다.“엄마, 재미있는 얘기해주세요, 아니다 오늘은 아저씨가 해주세요.”하윤이 말하면서 고개를 돌려 준재를 바라보았다.하준도 준재를 바라보고 있었다.이 아이의 표정에는 이미 자신의 마음이 드러나 있었다.준재는 당연히 하윤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해야하지, 도저히 생각나지 않아.’결국 어쩔 수 없이 그는 다정을 향해 도움의 눈빛을 보냈다.다정은 준재가 당황한 모습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침대 머리맡의 서랍에서 동화책 한 권을 꺼내 건네주었다.“제가 앞부분은 이미 다 읽어줬어요. 여 대표님은 제가 표시한 곳부터 읽으시면 돼요.”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그 순간 방안에는 그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다정은 옆으로 돌아 누워 몰래 준재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어두운 곳에서 오직 하나의 빛 줄기에 비치는 여 대표님의 모습은 흰색 셔츠를 입고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헤어스타일이 조금 망가졌더라도 외모는 전혀 변함없이 멋있구나.’‘5년 전 그날 밤을 제외하면 오늘 처음으로 남자와 함께 밤을 보내는 거야.’잠이 오지 않을 줄 알았던 다정은 준재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마음이 편안해져 어느새 잠이 들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여준재는 아침 식사를 마친 뒤, 돌아갈 준비를 했다.그는 하윤과 하준을 학교까지 데려다 주었다.준재가 고다정의 집에서 나오자마자 줄곧 지켜보고 있던 임초연의 비서 이동원은 바로 그녀에게 이 상황을 알렸다.“여 대표님은 어제 오후부터 지금까지 그 고다정 씨 집에 있었습니다. 방금 여 대표님은 고다정 씨의 자녀들과 함께 나오셨습니다. 여 대표님은 두 아이들을 학교까지 데려다 준 뒤, 다시 회사로 갔습니다.”그 말을 들은 초연은 얼굴이 안색이 안 좋아졌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큰 소리로 지시했다.“계속 그들을 주시해!”말이 끝나자 그녀는 전화를 끊었지만 도무지 흥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신해선은 아래층에서 딸이 격한 분노에 휩싸인 모습을 봤다.“왜 그래, 아침부터 무슨 일 있니?”신해선은 초연을 달래기 위해 다가갔다.초연은 화를 참을 수 없어 휴대전화를 집어 던졌다.‘지금 그 천한 고다정 말고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지?’“또 고다정 걔 일이니?”신해선은 눈살을 찌푸리며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초연은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고다정 걔가 어떤 방법을 썼는지 모르겠어요. 준재 씨가 두 번이나 걔네 집에서 잤다고요. 먼저 준재 씨의 아이를 가진 후, 재벌 집 며느리가 되려고 아주 작정한 거 같아요.”이 말을 들은 신해선의 반응도 썩 좋지 않았다.그녀는 예전부터 준재를 자신의 미래 사위로 여겼다.그러나 딸의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모습을 본 신해선은 자신의 분노를 억누르고 위로했다.“너도 너무 깊게 생각하지는 마. 해영 이모는 절대 고다정을 여씨 네 집안으로 들여보낼 생각은 절대 없다고 하셨으니까. 우리 다시 고다정을 준재가 심심해서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하자. 나중에 너희들이 결혼하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치우게 하면 되잖아.”초연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으로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내가 준재 씨랑 결혼해서 고다정이 운산시에서 남아 있는 모습을 절대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거야.’그녀는 생각에 잠
여준재는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당장 심해영을 말렸다.“안돼요. 제발 그렇게는 하지 마세요!”“그럼 당장 고다정과 빠른 시일 내에 정리해!”심해영은 조건을 제시했다.준재는 애초부터 어머니의 제안을 받아드릴 생각이 없었다.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거절했다.“저는 다정 씨와의 관계를 정리할 생각은 절대 없으니, 괜한 헛수고하지 마세요.”“도대체 왜?”심해영은 화가 나는 동시에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너는 도대체 고다정 어디가 그렇게 좋은 거니?”‘이렇게 상황이 커진 이상 더 이상 숨길 수 없겠어. 사실대로 말해야 할까…….’그가 깊은 생각에 잠겼을 때, 심해영은 다시 호통치기 시작했다.“네가 오늘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나중에 내가 고다정을 찾아가도 탓하지 말거라!”이 말을 듣고 준재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래요, 제가 사실대로 말할 게요.”심해영은 아무 말도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준재는 사실대로 말했다.“어머니께서 계속 마음에 들지 않아 하시던 다정 씨는 저의 두 아이를 낳았어요.”이 말이 나오자 심해영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 앉는 기분이었다.그녀는 한참동안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뭐라고? 너 다시 말해봐. 누가 누구를 낳았다고?”심해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보며 재차 확인했다.준재는 어머니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반복적을 묻자 침착하게 다시 한번 더 말했다.“다정 씨의 두 아이는 제 아이입니다.”“뭐? 어떻게 그럴 수가…….”심해영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곧장 불만을 드러내며 호통쳤다.“설마 너는 그 아이들이 너의 아이들이라고 말하면 내가 쉽게 포기할 줄 알았니? 네 엄마 지금 나이만 들었지, 아직 치매 정도는 아니거든?”믿지 않는 어머니를 보면서 준재는 조급해하지 않았다.“어머니께서 믿기 힘드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한 말은 명백한 사실입니다.”그는 담담하게 말했다.“저랑 두 아이들의 DNA검사 결과를 가지고 있어요. 믿지
정적만이 느껴지는 대표실 안.심해영과 여진성은 한참동안 진정한 후 마음을 가라앉혔다.그러자 두 사람은 여준재에게 물었다.“그럼 지금 넌 어떻게 할 생각이니? 나는 고다정 그리고 그의 아이들까지 모두 우리 여씨 집안의 사람이니까 빠른 시일 내에 데려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단다.”“손주들은 물론이고, 그 아이들의 어머니도 같이 데려와야 해.”준재도 여진성의 말을 듣고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심해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별로 원하지 않아 보였다.여진성은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도 그다지 원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준재는 그들의 표정을 알아차린 후 말했다.“다정 씨는 최고의 사랑으로 두 아이들을 지금까지 잘 키우고 있어요. 게다가 그때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았으니 저는 아이들만 데려올 수도 없었어요. 그리고 전 다정 씨에게서 아이들을 빼앗고 싶지 않아요.”“그럼 너는 그 고다정이랑 결혼할 생각이니?”여진성은 달갑지 않은 표정을 준재를 바라봤다.심해영도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나는 네가 차마 고다정과 그 아이들의 관계를 멀어지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물론 알고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아이들을 위해 희생할 필요는 없지 않니? 우리가 고다정에게 돈을 주고, 가끔씩 아이들을 보고싶어 한다면 보러 오게 하면 돼.”이 말을 듣자 준재는 불쾌했다.“저는 다정 씨와 아이들의 관계를 떼어놓을 생각이 전혀 없어요. 그리고 저는 다정 씨와 하는 결혼이 저를 희생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반대로 저는 다정 씨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라고요.”그는 마지막 말을 할 때는 진심과 간절함이 가득한 눈빛을 드러냈다.심해영과 여진성은 아들의 이토록 간절한 모습을 본적이 없었으며 그의 태도에 놀라 순간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한참동안 멍해 있었던 심해영은 정신을 차린 후, 불만 가득한 어조로 준재에게 물었다.“너 진심으로 고다정을 좋아하니?”“네? 그렇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전 다정 씨와 함께 있을
어머니의 말을 들은 임초연의 표정은 마침내 밝아졌다.그녀는 신해선에게 다가가 팔을 잡아당기며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역시 엄마는 다 계획이 있었군요.”“당연하지, 내가 너보다 더 많은 일을 겪었잖니.”신해선은 거들먹거리면서 미간을 찌푸린 뒤 무언가 생각난 듯 초연에게 충고했다.“앞으로 이런 일은 먼저 나랑 상의해. 그렇지 않으면 오늘과 같은 일이 일어날 거야.”초연은 억울했다.“저의 계획은 정말 완벽 했단 말이에요. 하지만 저는 준재 씨가 고다정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하긴 이번에 준재가 너를 끝까지 조사한다고 하지 않았더라면, 너도 이렇게까지 하진 않았겠지.”신해선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이제 또 중요한 일이 있어. 얼른 너는 준재랑 어떻게 관계를 회복할지 생각해봐. 아무리 우리가 여진성 부부를 설득한다고 해도 준재가 너랑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 이 계획은 그냥 끝이야.”이 말을 듣고 초연은 분했다.“어머니께서 하신 말의 의미, 저는 이미 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 준재 씨는 저를 굉장히 싫어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게다가 저도 지금 준재 씨를 만날 수 없어요. 그러니 관계를 다시 되돌리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요.”슬퍼하는 딸을 보며 신해선도 마음이 아팠다.‘그래, 준재와의 결혼도 중요하지만, 내 딸의 체면이 다른 사람에게 무너져서는 절대 안돼.’여러 번 생각 한 후 신해선은 계획이 떠올랐다.“준재가 지금 너에게 화가 나 있는 이상, 넌 지금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어 봐. 엄마가 다시 그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게. 반드시 너와 준재의 사이의 관계는 이전처럼 가까워질 수 있을 거야.”“잘됐네요, 엄마 덕분에 일이 잘 풀릴 것 같아요.”초연은 신해선의 품에 안겼다.그리고 지금 이 사실들 모두 다정은 모른다.다음 날, 그녀는 드디어 이전과 같이 평온한 생활로 돌아왔다.고다정은 이틀마다 마운시티 별장에 가서 희귀한 약재들의 성장을 보고 또 스승이 남긴 약 밭에 가서 정리했다
“하윤 씨, 좋아해요. 제 여자친구가 되어줄래요?”임지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눈앞의 여자애를 바라보며 긴장해서 손에 땀을 쥐었다.하윤은 잠깐 얼떨떨해하더니 이내 환한 웃음을 지었다.“네.”그녀의 얼굴에 피어난 예쁜 미소를 보고 임지호도 해맑게 웃었다.햇빛 아래 선남선녀는 너무 잘 어울렸다.임은미와 고다정은 구석에 숨어 이를 지켜보며 들떠서 소곤거렸다.“하윤이 저렇게 활짝 웃는 걸 보니 서로 고백한 것 같아.”“고백한 게 맞아. 둘이 같이 앉은 걸 봐.”“역시 내 실력이 아직 녹슬지 않았어. 내가 나서면 안 맺어지는 커플이 없다니까.”임은미는 마침내 자화자찬하기 시작했다.고다정은 그녀를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속으로 저 남자애가 하윤을 좋아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 무모하게 나섰다가 맺어주는 게 아니라 끝내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두 사람은 한참 더 보다가 호기심이 충족된 듯 제대로 자리에 앉아 요리를 주문했다.기왕 온 김에 뭘 좀 먹어야지.식사하면서 고다정이 감탄했다.“애들이 어느새 커서 애인까지 생겼네.”“그러게. 우리도 늙었어.”임은미도 같이 탄식했다.뒤이어 그녀는 맞은편의 절친을 바라보며 물었다.“앞으로 무슨 계획 있어?”“보름 동안 쉬면서 준재 씨랑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 후 새로운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할 거야.”고다정은 자기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임은미는 이 말을 듣고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너 점점 일벌레가 되어가는 것 같다.”“그건 내가 이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야.”고다정이 웃으면서 말했다.둘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청아한 목소리가 그들의 귓전을 때렸다.“여하준 씨, 거기 서요.”이 소리를 듣고 눈빛을 주고받는 고다정과 임은미의 머릿속에 똑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이런 우연이! 이 작은 레스토랑에서 두 남매를 모두 만난다고?’하윤도 너무 뜻밖이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하준 쪽을 바라보았다.“오빠?!”“하윤?!”여하준도 이때 하윤과 그 옆의 청년을 발견하고 미간을
하윤은 정말 돌아오지 않았다.하민이 가지 못하게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여준재에게는 무척 즐거운 밤이었다....이튿날 아침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했다.금빛 햇살이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와 이불 밖에 나온 고다정의 피부에 내려앉았다.피부에 생긴 흔적에서 어젯밤에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었다.여준재는 일찍 깼지만 아침의 따스함을 놓치기 싫어 고다정을 안고 만족스럽게 침대에 누워있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갑자기 누군가가 방문을 쾅쾅 두드렸다.“엄마, 일어나요.”하윤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여준재는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역시 자식은 빚쟁이라는 말이 맞다. 이전에 좋아했던 만큼 지금은 싫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품속의 여인이 깨어났다.고다정이 정신이 흐릿한 상태로 물었다.“누가 밖에서 문을 두드려요?”“하윤이에요. 내가 돌려보낼 테니 자요.”여준재가 그녀를 풀어주고 일어나려 했다. 너무 졸렸던 고다정은 막지 않았다.그녀는 오후까지 자고 임은미가 전화해서야 겨우 일어났다.30분 후 두 사람은 시내 중심의 쇼핑몰에서 만났다.임은미는 잠이 덜 깬 것 같은 고다정을 보고 놀려댔다.“너랑 여 대표님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좀 절제해.”“나한테만 그러지 말고 너도 절제해. 목에 난 흔적이 가려지지도 않아.”지금의 고다정은 약간 야한 농담에도 얼굴을 붉히던 10년 전의 고다정이 아니다.지금의 그녀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역습한다.임은미도 말문이 막히지 않았나.그녀는 채성휘와 자주 싸우지만 둘 사이의 감정에는 조금도 영향이 없었다.그녀가 코웃음을 쳤다.“네가 이겼어. 이제 너를 쉽게 놀리지 못하겠어.”그녀는 말하면서 고다정과 어느 가게에 들어갈지 사방을 둘러보는데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다정아, 저기 하윤이 아니야?”“하윤이?”고다정이 놀라며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정말 멀지 않은 곳의 레스토랑에 하윤과 깔끔해 보이는 잘생긴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것이
이 말을 들은 하윤은 즉시 고다정의 말에 흥미를 보였다.“저, 오빠, 그리고 이모 세 사람 외에 또 있어요?”그녀는 의문스레 고다정을 쳐다보았다. 설마 그때 아빠, 엄마를 맺어주려고 애쓴 사람이 또 있나?그런데 그녀가 말하자마자 고다정이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일 줄이야.“그래, 너와 오빠, 이모가 도와준 걸 말하는 거야. 그때 너희 셋이 나랑 너희 아빠를 맺어주려고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어? 그러니까 너 혼자 좋아하는 사람을 쫓아다니면 이뤄지기 힘들지 않겠어?”“좀 일리가 있네요.”갑자기 엄마한테 설득당한 하윤이 무심코 말했다.“그럼 엄마랑 이모가 좀 방법을 생각해 주세...”‘요’자를 내뱉기 전에 그녀는 씩씩거리며 또 한 번 엄마를 째려보았다.“또 엄마한테 걸려들었어요.”고다정은 이번에는 정말 참을 수 없어 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계집애, 어렸을 때와 똑같이 잘 속아.”그녀는 너무 웃어서 눈물까지 나왔다.이를 보고 화가 난 하윤이 손을 뻗어 고다정을 간지럽히려 했다.“엄마 나빠요.”그렇게 모녀는 온천에서 웃고 떠들었다.이쪽의 따뜻한 분위기와 달리 남자 노천탕은 썰렁했다.“자식, 어렸을 때는 귀여웠는데 크면 클수록 얄미워.”옆방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여준재는 눈앞의 두 아들이 보면 볼수록 눈에 거슬렸다.하준이 판에 박은 것 같이 똑같은 표정으로 아빠를 힐끗 쳐다보더니 시큰둥하게 말했다.“피차일반입니다.”하민은 형과 아빠가 티격태격하자 조용히 구석에 숨었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집안에서 지위가 가장 낮다는 것을 알았다.여준재는 막내아들의 속마음을 모른 채 자기한테 말대꾸하는 큰아들을 보며 문득 한 가지 꾀가 떠올랐다.“너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허구한 날 남의 마누라를 생각하지 말고 네 마누라를 찾아. 아니면 네 할머니한테 맞선을 주선하라고 할까?”그렇다. 여준재가 생각해 낸 방법은 하준을 결혼시키는 것이다.‘이 자식이 자기 마누라가 생기면 더 이상 내 마누라를 생각하지 않겠지.’하준이 그의 생각을 모를
그날 저녁 여씨 삼남매는 결국 남아서 고다정을 축하해 주었다.식사가 끝난 후 임은미는 두 딸을 데리고 떠나갔다.가기 전에 그녀는 고다정과 내일 오후에 같이 쇼핑하기로 약속했다.임은미를 보낸 후 다섯 식구는 남녀가 분리된 온천 노천탕에 갔다.고다정은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느긋한 시간을 보낸 게 얼마 만인가.그녀가 눈을 감고 즐기고 있을 때 어깨 위에 갑자기 손이 올라오더니 그녀의 어깨를 주물렀다.고개를 돌려 보니 둘째 딸이 그녀의 뒤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다.“엄마...”“왜?”고다정이 나지막이 묻자 하윤이 바짝 붙으며 말했다.“엄마가 아빠한테 사정 좀 해 주시면 안 돼요?”그녀는 고다정의 환심을 사려고 방긋 웃었다.“오늘 엄마랑 단둘이 시간을 보내려는 아빠의 계획을 제가 망쳤으니 아빠가 틀림없이 내일 저한테 일을 시킬 거예요.”그녀가 이렇게 단언하는 원인은 그동안 이런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학교 다닐 때는 그녀가 엄마한테 너무 달라붙는다고 아빠가 그녀를 속여 공부를 많이 시켰다.후에 점차 크고 오빠가 폭로해서야 그녀는 아빠의 꾀에 넘어갔다는 것을 알았다.고다정은 고민 가득한 딸애 얼굴을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이 계집애는 어릴 때부터 말을 잘 듣지 않았는데, 매번 아빠의 권위에 도전했다가, 결국 비참하게 혼쭐이 나고 불쌍한 모습으로 엄마를 찾아왔다.“이제야 두려워? 이모를 꼬드길 때는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생각 안 했어?”“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요. 엄마가 원래 여가 시간이 많지 않은데 아빠가 항상 엄마를 차지하니까.”계집애는 말하면서 고다정의 어깨를 껴안고 또 응석을 부렸다.애교 공세에 당할 수 없는 고다정은 이내 동의했다.하윤은 기쁜 나머지 고다정을 안고 뽀뽀하더니 배시시 웃었다.“역시 엄마밖에 없어요.”“너도 참, 빨리 온천에 몸을 담가.”고다정이 말하면서 그녀를 잡아당겨 노천탕에 앉혔다.그러나 하윤은 가만히 앉아 있지 못했다. 그녀는
한편, 서쪽 외곽에 위치한, YS그룹에서 개발한 온천 리조트에 세련된 곡선미를 자랑하는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도착했다.차가 천천히 입구에 멈춰 서더니 검은색 수작업 맞춤 양복을 입은 여준재가 차에서 뛰어내렸다.똑바로 선 후 그는 돌아서서 허리를 살짝 굽히더니 차 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준수한 얼굴에서는 꿀 뚝뚝 다정함이 넘쳐흘렀다.“부인, 도착했습니다.”검은색 여성 정장 차림의 고다정이 가늘고 예쁜 손을 우아하게 여준재의 손바닥 위에 얹더니 차에서 내렸다.지금의 그녀는 풋풋함을 벗은 대신 카리스마와 여유가 넘쳤다.옆에 있던 매니저가 알랑거리며 그녀를 맞이했다.“사모님의 교베르 의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건 저와 직원들의 작은 성의입니다. 인류 의학에 공헌한 사모님께 감사드립니다.”말하고 나서 그는 들고 있던 꽃다발을 건넸다.사방에서 박수와 축하가 쏟아졌다.“축하드립니다, 사모님.”“사모님, 진짜 대단하십니다!”“사모님은 제 롤모델입니다!”이 말을 듣고 고다정은 얼굴에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감사합니다.”옆에 서 있는 여준재도 눈에 자랑스러운 기색이 가득했다.뒤이어 두 사람은 매니저의 안내로 룸에 들어섰다.룸에는 이미 고다정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준비돼 있었다.두 사람이 오붓하게 식사하고 있을 때 가방 속에 있는 고다정의 휴대폰이 울렸다.임은미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은미야, 무슨 일이야?”고다정이 전화를 받았다.옆에 있던 여준재는 이 말을 듣고 두 눈을 가늘게 떴다.고다정을 쳐다보던 그는 그녀와 시선이 딱 마주쳤다.고다정의 표정을 보니, 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제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은미가 축하 파티를 준비했다고 오래요.”“은미 씨는 인터넷을 안 본대요?”여준재가 답답한 듯 한마디 했다. 그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분명 고다정은 그의 아내인데, 지난 12년간 그는 아내와 단둘이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 궐에서 전하를 만나는 것보다 어려웠다.안팎에 강적이 있는 데다 고다정이 그동안 암세포를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어느새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12년간 지도층이 바뀌고, 많은 연예인이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심지어 국제 정세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 등 많은 일들이 발생했지만 여준재와 고다정의 애정 전선은 변함이 없었다.현재 두 사람은 주변에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잉꼬부부가 됐다.사람들이 그들을 부러워하는 것은 금실이 좋은 것도 있지만 잘생기고 철이 든 아들딸을 두었기 때문이다.지금 여씨 가문의 큰 도련님, 아가씨, 작은 도련님 얘기가 나오면 엄지척 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특히 여하준은 19세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부모를 도와 두 회사를 관리하고 있다.물론 여하윤도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어 젊은 나이에 세계 최고의 콘서트홀에서 연주했을 정도로 뛰어나다.그리고 여씨 가문의 작은 도련님은 형, 누나만큼 대단하지는 않지만 어려서부터 말솜씨가 좋아 많은 귀염을 받았고, 지금은 연예계 인기 아역 스타다....운산공항 로비의 스크린에 최신 국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12년 만에 암세포를 죽이는 약을 개발해 낸 고다정 교수님의 교베르 의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는 우리 인류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연구 성과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암을 두려워할 필요도, 암 얘기에 놀랄 필요도 없게 됐습니다.”뉴스 진행자는 감격을 금치 못했다.최근 몇 년 고다정 연구팀의 약물 연구 덕분에 암세포 억제제가 꾸준히 개진되긴 했지만 암세포를 철저히 소멸할 수는 없어 암에 걸린 후 결국 치료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이 뉴스는 방송되자마자 많은 행인의 주의를 끌었다.인터넷에서도 큰 화제가 됐고 고다정에 대한 축복이 쏟아졌다.[고 원장님이 해낼 줄 알았어!][너무 기쁜데 어떡하지? 우리나라를 빛낸 고 원장님을 지지하기 위해 약방에 가서 그 회사 약들을 대량 구매할 거야.][나도. 우리 집에는 환자가 없지만 이 약들을 필요한 기관에 기증할 수 있어!][하하하, 속이 다 시원하네. 그때 고 원장님이 안 된
열 몇 시간 후 비행기는 드디어 평온하게 착륙했다. 여준재가 낮은 소리로 옆에서 달게 자는 아내를 깨웠다.“여보, 일어나요.”그 소리에 고다정이 눈을 뜨더니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눈앞의 낯선 환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여기 어디예요?”“아직 비밀이에요. 비행기에서 내리면 알 거예요.”여준재는 그녀의 손을 잡고 비행기에서 내린 후 공항을 나섰다.그들을 마중 나온 차량이 벌써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차에 탄 후 고다정이 또 한 번 참지 못하고 물었다.“우리 지금 어디 가요?”“먼저 밥 먹으러 가요. 지금 너무 배고프죠?”여준재가 기사에게 근처의 가장 좋은 레스토랑으로 가자고 말했다.고다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할 때 아무것도 먹지 않은 데다 이렇게 장시간 비행한 까닭에 확실히 배가 고팠다.레스토랑에 도착한 두 사람은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룸에 들어갔다.주문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레스토랑 직원이 예쁘게 플레이팅된 음식들을 들여왔다.훈훈하고 달콤한 분위기 속에서 여준재가 고다정의 식사를 챙겼다.이때 고다정의 휴대폰이 울렸는데, 국내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엄마, 아빠랑 같이 어디 갔어요?”쌍둥이의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이 목소리를 들은 고다정은 갑자기 뜨끔했다.“컥컥, 엄마랑 아빠가 일이 있어서 외출했어. 며칠 뒤에 돌아오니까 집에 얌전히 있어. 할머니, 할아버지 말을 잘 듣고. 알았지?”“흥! 엄마랑 아빠가 둘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몰래 나간 거잖아요.”쌍둥이가 직접 고다정의 거짓말을 폭로했다.고다정은 무안해하며 도와달라는 듯 여준재를 바라보았다.당연히 아내 편인 여준재는 휴대폰을 받아 들고 말했다.“아빠와 엄마가 신혼여행 중이야. 돌아갈 때 너희 선물을 사 갈게.”말하고 나서 그는 직접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기 건너편에서 신호가 끊긴 스마트워치를 바라보는 쌍둥이의 앳된 얼굴에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아빠 나빠.”“너무 나빠!”쌍둥이는 아빠한테 잔뜩 화가 났다.이때 임은미가 오더니 그들의 안색이 안 좋은
이 말이 나오자 고다정과 임은미는 서로 마주 보며 웃더니 손을 잡고 무대 옆으로 나와 하객들을 등지고 섰다.“부케를 받은 사람은 내년에 솔로 탈출합니다.”두 사람이 부케를 던진 후 뒤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자가 입을 열었다.“부케를 누가 받았는지 신부님들 뒤를 돌아보세요.”고다정과 임은미는 두 젊은 아가씨가 부케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축복의 말을 건넸다.“두 분도 내년에 행복을 찾길 바랍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두 아가씨가 감사 인사를 했다.사람들 뒤에 서 있던 구남준은 속이 답답하기 그지없었다.분명 자기도 동작이 빠른데 부케를 하나도 받지 못하다니. 설마 평생 혼자 살 운명인가?...결혼식이 끝난 후 신혼방으로 돌아온 두 사람.“피곤하죠? 좀 쉴래요?”여준재가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안쓰러워했다.“아니요. 방금 결혼식장에서 잠깐 쉬었더니 지금 괜찮아요. 당신 먼저 옷부터 갈아입어요.”고다정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알았어요. 고생했어요, 여보.”순간 여준재가 고다정을 꽉 껴안더니 다정하게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여준재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고다정은 황급히 그의 입술을 피하더니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주의를 주었다.“아직 밤도 아닌데, 이미지에 좀 신경 쓰세요.”“당신 앞에서 무슨 이미지에 신경 써요? 당신을 안고 자려는 것뿐인데.”여준재는 이 말을 듣고 억울한 표정으로 고다정을 바라보았다.“알았어요. 놀리지 않을게요.”여준재의 불쌍한 모습을 보고 고다정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당신은 웃을 때 진짜 예뻐요.”여준재가 넋이 나간 듯 고다정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당신도 참.”그의 칭찬에 고다정은 얼굴이 더 빨개졌다.여준재는 고개를 숙이더니 고다정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고다정은 피하려고 했지만 여준재가 그녀를 꽉 껴안고 반항하지 못하게 했다.키스는 오랫동안 지속됐고, 고다정이 호흡 곤란이 올 정도가 돼서야 여준재는 그녀
결혼식 현장은 환상적이었다.전 세계 명문가에서 대표를 파견해 참석했다.이렇게 많은 유명인들 앞이라 고다정과 임은미는 몹시 긴장했다.“준재 씨, 좀... 긴장돼요.”가볍게 입술을 깨물며 여준재를 쳐다보는 고다정의 눈에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 감돌았지만 수줍음과 기대감도 보였다.“괜찮아요. 제가 항상 곁에 있을게요.”여준재가 약간 차가운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더니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긴장 풀어요. 당신은 신부 노릇만 잘하면 돼요. 다른 건 다 저한테 맡겨요.”여준재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마음이 놓이는 대신 열정이 넘치고 약간 기대도 됐다.“신부가 진짜 예쁘네.”“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에요.”“신부네 집안도 보통이 아니래. 여씨 가문이 더 번창하겠어.”하객들이 쑥덕거렸다. 그중 고다정을 부러워하는 상류층 부잣집 따님도 적지 않았다.오늘 여준재는 유난히 멋있었다. 매끈한 양복 차림에 준수한 외모가 불빛 아래에서 유달리 돋보였다.고다정은 여준재와 팔짱을 끼고 사람들의 부러운 눈빛 속에서 천천히 버진로드의 종점을 향해 걸어갔다.두 사람이 무대에 선 후 채성휘와 임은미가 뒤늦게 입장했다.이들 둘도 버진로드를 따라 행진해 여준재와 고다정의 옆에 섰다.결혼식 사회자는 두 쌍의 신랑 신부가 모두 입장한 것을 보고 결혼식의 시작을 알렸다.“존경하는 하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결혼식을 시작합니다!”이 말이 끝나자 무대 아래의 하객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오늘 이 자리에 계신 모든 하객분이 증인이 되어 두 쌍의 신랑 신부가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도록 축복해 주시길 바랍니다.”사회자의 말에 무대 아래에서 또 한 번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여준재 씨는 옆에 있는 아름답고 우아한 신부를 아내로 맞아 평생 사랑하고 아끼고 보호하고 돌보기를 원합니까?”사회자가 웃음 띤 얼굴로 무대 위에 서 있는 여준재를 보며 물었다.“물론입니다!”여준재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한 후 확고한 눈빛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