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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그 날의 기억

목욕을 마친 뒤, 두 아이들은 즐겁게 침대에서 깡충깡충 뛰었다.

고다정과 여준재는 오히려 양쪽에서 어색하게 서 있었다.

특히 다정도 방금 목욕을 해서인지 몰라도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준재를 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침대에서 장난치고 있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이제 얼른 누워서 자자!”

“알겠어요.”

두 아이들은 정신없이 대답한 후에 조용히 침대 가운데에 누웠다.

다정은 그제서야 준재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 대표님도 피곤하실 텐데 얼른 주무세요.”

“네 알겠습니다.”

준재를 고개를 끄덕이며 침대의 다른 쪽에 올라가 하준이 옆에 누웠다.

다정은 그들이 모두 잠든 것을 보고 나서야 방의 불을 끄고 작은 불 하나만 켜고 침대에 누웠다.

다만 그녀가 눕자마자 하윤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재미있는 얘기해주세요, 아니다 오늘은 아저씨가 해주세요.”

하윤이 말하면서 고개를 돌려 준재를 바라보았다.

하준도 준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아이의 표정에는 이미 자신의 마음이 드러나 있었다.

준재는 당연히 하윤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해야하지, 도저히 생각나지 않아.’

결국 어쩔 수 없이 그는 다정을 향해 도움의 눈빛을 보냈다.

다정은 준재가 당황한 모습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침대 머리맡의 서랍에서 동화책 한 권을 꺼내 건네주었다.

“제가 앞부분은 이미 다 읽어줬어요. 여 대표님은 제가 표시한 곳부터 읽으시면 돼요.”

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그 순간 방안에는 그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다정은 옆으로 돌아 누워 몰래 준재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어두운 곳에서 오직 하나의 빛 줄기에 비치는 여 대표님의 모습은 흰색 셔츠를 입고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헤어스타일이 조금 망가졌더라도 외모는 전혀 변함없이 멋있구나.’

‘5년 전 그날 밤을 제외하면 오늘 처음으로 남자와 함께 밤을 보내는 거야.’

잠이 오지 않을 줄 알았던 다정은 준재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마음이 편안해져 어느새 잠이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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