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중점은 이 웨딩드레스 세트입니다. 결혼식 중 찍힌 듯한 장면과 웨딩드레스를 입은 부부의 사진 그리고 아이들과의 합이 필요한 사진도 있습니다. 먼저 아이들과 먼저 찍을 계획이에요. 라파예트 씨께서 두 분이 부부도 아니고 전문 모델도 아니라고 하더군요. 두 분은 촬영 중 호흡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아니면 저희 팀이 디자인한 대로 진행해도 괜찮을까요?”에드워드는 말을 마치고 고다정과 여준재에게 의견을 물었다.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마주 봤다.준재는 침착하게 말했다.“고 선생님께서 고르세요, 거기에 따를게요.”그가 자신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을 본 다정은 왠지 모르게 항상 자기가 자기 무덤을 파는 기분이었다.그러나 이제 그녀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마침내 그녀는 고민 끝에 대답했다.“팀이 디자인한 컨셉에 따를게요. 전문가이시니까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실 것 같아요.”“그렇다면 첫 번째 컨셉의 웨딩 시리즈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에게 설명했다.몇 분 뒤, 그는 말을 마치고 두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이런 내용입니다. 가능하실까요?”“네, 어렵지 않아요.”다정은 고개를 끄덕인 후 준재를 바라보았다.준재도 고개를 끄덕이며 문제가 없다고 표했다.두 아이는 손을 잡고 신이 나서 말했다.“저희도 열심히 할게요.”마침 스태프가 다가와 준비가 끝나 촬영을 할 수 있다고 알렸다.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정과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다들 괜찮으시다면 한번 찍어볼게요.”다정과 준재는 당연히 거절하지 않고 그를 따라 촬영 장소로 향했다.웨딩 시리즈는 실제 결혼식과 비슷하게 진행됐다.두 아이는 화동으로서 꽃바구니를 들고 다정의 뒤를 따라 꽃을 뿌리면 됐다.반면 다정은 반대편에 있는 준재를 향해 걸어간 후, 사회자의 말에 따라 다정에게 결혼반지를 끼워주면 끝이었다.그런데 이때 다정에게 문제가 생겼다.“컷, 다정 씨 눈빛이 이상해요. 사랑스러움 아시죠? 오늘 저 사람은
여준재의 설명이 끝나자 다시 촬영이 시작됐다.고다정은 준재의 제안에 따라 그를 미래의 남편이자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으로 생각했더니 효과는 놀라웠다.두 사람이 다정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을 지켜보던 꼬맹이들은 흥분과 설렘으로 가득했다.덕분에 그들은 더욱 활발하게 꽃을 뿌렸다.꽃잎이 눈처럼 내리고 다정과 준재는 멀리서 서로를 마주 보고 있을 때, 서로의 눈빛은 서로를 향한 애정으로 느껴졌고, 공기마저 달콤해졌다.이 장면을 본 주변 스태프들 모두 달콤해졌다.“안 되겠어요, 제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정말 잘 어울려요. 이 자리에서 바로 결혼했으면 좋겠어요!”“전 일하러 왔는데 왜 꽁냥거리는 모습을 봐야 해요!”에드워드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지 못했지만 다정과 준재의 촬영 상황에 매우 만족했다.그는 손을 흔들며 외쳤다.“자, 사회자분 다음 장면을 준비하세요. 결혼반지를 끼울 타이밍이에요.”그의 말과 함께 사회자 역할을 맡은 배우가 곧바로 자리를 잡았다.또한 스태프들도 준비한 결혼반지를 가져와 화동인 아이들에게 건네주었다.곧이어 두번째 촬영이 시작됐다.사회자는 다정과 준재를 신성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축사를 하기 시작했다.“신랑 여준재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신부 고다정을 사랑하겠습니까?”“네!”낮은 자성의 목소리가 준재의 입에서 흘러나왔다.이 말을 들은 다정은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심장이 두근거렸다.이때 다시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신부 고다정은 언제나 신랑 여준재를 존중하며 사랑하겠습니까?” “네.”다정은 마음을 진정시킨 후 침착하게 말했다.사회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습니다. 그럼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웨딩 반지를 전해주시기 바랍니다.”이 말을 들은 두 아이는 즉시 결혼반지를 들고 달려가 반짝이는 눈으로 다정과 준재를 바라봤다.반지를 약지에 끼자 순간 다정은 정말 준재와 결혼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다정이 준재에게 반지를 끼워줄 때 준재도 다정과 같은 마음이 만연했다.그러나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한 시리즈의 사진 촬영이 끝났고, 어느덧 정오에 가까워졌다.에드워드는 잠시 쉬었다 가자고 말하며 식사와 휴식을 취한 후 촬영을 계속했다.오후 2시가 되자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다정의 메이크업을 수정했다.수정 화장을 마친 후, 모두 촬영을 이어갔다.이번 촬영의 콘셉트는 커플 웨딩 사진이었다.고다정과 여준재는 스텝의 지시에 따라 정해진 장소에 서서 포즈를 취했다.에드워드는 가장 아끼는 SLR카메라를 들고 멀지 않은 곳에 서서 두 사람의 스킨십을 지시하며 사진 촬영을 준비했다.“고다정 씨, 더 자연스럽게 여준재 씨한테 더 가까이 다가가세요. 두 분은 오늘 서로를 잘 아는 커플입니다. 오전의 그 감정을 끌어올리세요.”이 말을 들은 다정은 재빨리 자세를 고치고 준재의 품에 안겨 편안히 기대었다.순간, 그의 시원하고 달콤한 냄새가 그녀의 코끝을 파고들어 잠시 혼미했다.준재도 다정의 부자연스러움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일찍 촬영을 끝내고 싶으면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에드워드가 말한 것처럼 오전의 느낌을 생각해 보세요.”다정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귓가에서 느껴지는 그의 숨소리에 그녀의 마음이 더욱 혼란스러워졌다.다행히 그녀는 결정적인 순간에 혀끝을 세게 깨물어 카메라 앞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그녀는 마음속의 낯선 감정을 억누르고 촬영에 열중하기 시작했다.그러나 겨우 정신을 차린 그녀는 에드워드의 다음 요구에 다시 충격을 받았다.에드워드는 손에 든 만족스러운 필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오늘 컨디션이 좋으시네요. 다음은 키스신입니다. 조수, 가서 고다정 씨의 면사포로 여준재 씨를 덮어.”곧 주재와 다정은 얇은 면사포로 함께 덮여 있었다.두 사람은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마주하고 있었다.왠지 모르게 다정은 긴장감에 침을 삼켰다.그리고 그녀의 작은 움직임은 모두 한눈에 들어왔고, 준재의 눈에는 옅은 웃음기가 떠올랐다.이때 다시 에드워드의 목소리가 들렸
다음 날 아침, 고다정이 깨어났을 때 자신이 호텔 방에 있다는 걸 알았다.분명 어젯밤에 여준재가 그녀를 데려다줬을 것이다.이를 생각하며 그녀의 마음은 왠지 행복하고 달콤했다.그러나 다정이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손가락에 껴 있는 빛나는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앗, 어제 반지를 돌려주는 걸 깜빡했어.”그녀는 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준재를 찾아가려 했다.이때 그녀는 발뒤꿈치가 따끔거려 고개를 숙여 바라보니 하이힐을 신고 피부가 까졌던 자리에 반창고가 붙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자고 일어나서 그런지 반창고가 좀 헐거워졌지만, 다정의 마음은 한없이 따뜻해졌다.아무런 의심없이 이것도 준재가 한 것임을 알고 마음속에 다시 감동의 물결이 일렁였다.간단히 씻은 후, 방에서 나오자 준재가 거실에서 두 아이와 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엄마 일어나셨어요?”하준은 가장 먼저 다정을 발견하고 싱글벙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다정은 미소를 지은 후 준재에게 인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이어 그녀는 어젯밤에 있었던 일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여 대표님, 어제 데려다주셔서 너무 감사해요.”“별거 아니에요.”준재는 그녀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살짝 눈썹을 비틀고 화제를 돌렸다.“일어나셨으니 이제 아침을 먹으러 내려갈까요?”다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식사 중 그녀는 반지에 대해 말했다.“맞다, 어제 촬영이 끝나고 반지를 돌려주는 걸 잊어버렸어요. 이따가 구 비서님을 통해서 절 NECOCO회사로 데려다주실 수 있으실까요?”“네, 같이 가요.”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다정은 오히려 의아했다.“여 대표님은 무슨 일로 가세요?”준재가 대답하기도 전에 하윤이 먼저 말을 꺼냈다.“엄마 잊으셨어요? 어제 턱수염 아저씨가 오늘 사진을 고를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사진을 챙겨서 외증조할머니께 보여드리고 싶어요.”하윤의 말을 듣고서야 다정은 이 일을 기억했다.하지만 다정은 하윤의 말을 들을 때마다 조금의 의심은 품고 있었
사진을 다 고른 후, 고다정과 사람들은 F국에서 하루 더 머물다가 귀국했다.1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운산시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었다.두 아이는 이미 여준재와 다정의 품에 안겨 잠들어 있었다.“제가 데려다줄게요. 혼자서 위층까지 올라가기 힘드실 거예요.”준재가 선뜻 제안했다.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거절하지 않았다.“그럼 부탁드릴게요.”집에 도착한 후, 다정은 두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준재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권했다.시간은 이미 너무 늦었고 오랫동안 비행기를 탔으니 많이 피곤할 것이다.……다음 날, 강말숙은 다정과 아이들이 돌아온 것을 발견하고 놀랐다.“언제 돌아왔어? 왜 미리 전화를 안 했니?”“한국에 도착했을 땐 이미 한밤중이어서 주무시고 계실까 봐 일부러 전화하지 않았어요.”다정은 말을 마치고 걱정스럽게 물었다.“요 며칠 무슨 일 없으셨죠?”강말숙은 웃으며 말했다.“별일 없었어. 너희들은 외국에서 재밌게 잘 놀았니? 어디 갔었어?”“외증조할머니, 저희는 여기저기 많이 다녔어요. 정말 재밌었어요!”하윤은 엄마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해외여행에 대한 느낌을 말했다.강말숙은 다정과 준재가 다른 사람의 웨딩드레스 광고 촬영을 도왔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그녀는 가십거리에 무언가 묻고 싶어 다정을 바라보았다.그러나 다정은 강말숙의 마음을 꿰뚫고 있었고, 사 온 선물을 건네며 화제를 돌렸다.“할머니, 제가 해외에서 사 온 선물이에요. 마음에 드세요?”강말숙은 선물을 쥐며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그녀는 손녀가 자신과 여 대표에 관한 질문을 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생각한 후, 더 이상 묻지 않고 고개를 숙이며 선물을 뜯기 시작했다.결국 이건 그들의 일이니 말하고 싶으면 스스로 자신에게 말할 것이다.바로 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두 아이가 문을 열러 간 후, 그들의 행복한 목소리가 들렸다.“이모, 삼촌, 왜 여기 계세요?”임은미와 육성준은 두 아이와 거실에 앉아 있는 다정을 보
구남준의 말을 들은 여준재의 눈이 차가운 빛으로 번쩍였다.그러다가 준재는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얇은 입술을 살짝 벌리며 물었다.“누구야?”“경찰과 저희 쪽에서 얻은 단서에 따르면 모든 증거는 임씨 가문을 가리킵니다.”그 후, 남준은 배후에 대해 설명했다.준재는 매서운 눈을 가늘게 떴다.“그럼 임초연이라는 말이야?”“네, 그 사람입니다.”남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이 말을 들은 준재는 즉시 눈살을 찌푸리고 그의 눈에는 의심의 빛이 번쩍였다.“도대체 이 여자는 왜 그런 짓을 한 거야?”그는 이해하기 어려웠다.뭐가 됐든 고다정과 임초연은 잘 모르는 사이다.남준은 잠시 고민한 후 입을 열었다.“두 분이 사랑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 아닐까요? 임초연 씨는 고 선생님의 집을 어떻게 알았는지 몰라도 고 선생님을 대표님에게서 빨리 제거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그럼 나에게 들킬까 봐 두렵지는 않았나 보지?”준재의 안색은 삽시간에 차가워졌다.남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제 생각엔 임초연 씨는 자신이 철저히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뭐라고?”준재는 냉랭한 눈으로 바라보았다.그의 차가운 표정에 남준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대답했다.“그동안 경찰이 조사한 관련된 그 사람에 따르면 임초연 씨가 고 선생님을 모함하기 위해 일련의 수법을 썼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이 말을 들은 준재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남준은 그의 대표가 그에게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았기에 계속 말했다.“임초연 씨는 먼저 이메일을 통하여 관련된 자에게 연락하여 이동철을 찾아보라고 지시하고 고 선생님의 무고함이 확인된 후, 이메일의 IP주소를 변경했습니다. 임초연 씨의 계산은 매우 치밀했지만 IP주소가 복원될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하신 것 같습니다.”남준은 이 말을 전하며 다정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그러므로 이번 일은 고 선생님께 그야말로 예측할 수 없는 재앙일 뿐입니다. 분명히
김지원이 떠나는 모습을 본 임초연의 얼굴은 매우 흉악했고 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안 돼, 가만히 앉아서 겁먹고 있을 수만은 없어.’그녀는 고개를 숙여 책상 위에 놓인 변호사 서신을 바라보며 마침내 여준재를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YS그룹, 대표실.김지원이 준재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대표님의 분부대로 임초연 씨에게 변호사 서신을 전달했고, 대표님의 말씀도 전했습니다.”“좋아, 그래서 뭐래?”준재는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김지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임초연 씨는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그가 이 말을 하자마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구남준이 걸어 들어왔다.남준은 대표실 중앙으로 걸어가 정중하게 보고했다.“대표님, 임초연 씨가 오셨습니다. 지금 아래층에 계시는데, 대표님을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준재는 이미 그녀가 온 목적을 짐작하고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러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데리고 와.”“알겠습니다.”남준은 그의 지시를 받고 몸을 돌려 대표실을 빠져나갔다.옆에서 이를 보고 있던 김지원은 자진해 작별 인사를 건넸다.“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가 봐.”준재는 그에게 떠나라는 손짓했다.김지원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남준은 초연을 데리고 대표실에 나타났다.초연은 들어오자마자 사무실 책상에 냉랭하게 앉아 있는 준재를 바라보며 억울한 기색을 보였다.“준재 씨…….”그녀는 더듬거리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그러나 준재는 그녀를 불쌍히 여길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 초연의 두 눈을 차갑게 바라보았다.“임초연 씨, 무슨 일입니까?”이렇게나 냉랭한 그의 모습에 초연의 마음은 괴롭고 달갑지 않았다.그러나 초연은 자신이 온 목적을 상기시키며 숨을 깊이 들이쉬고, 감정을 억눌려 천천히 말을 꺼냈다.“준재 씨, 왜 저에게 변호사 서신을 보내라고 하셨어요? 저는 고다정 씨를 잘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제가 고다정 씨를 모함했겠어요?”“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당신이 잘 알고 있겠죠!”준재는 한 마
“여준재, 이 나쁜 놈아!”임초연은 슬픔과 분노로 뒤섞인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뒤돌아 뛰쳐나갔다.그녀는 더 이상 머물러봤자 좋은 꼴은 못 볼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문밖에 있던 여진성은 갑자기 문을 열고 뛰쳐나온 초연을 보며 조금 놀랐다. 하지만 그가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초연은 눈물을 흘리며 떠났다.초연도 여진성을 보았지만 당시 그녀의 상실감은 너무나도 컸다.물론 그녀도 속으로는 여진성이 자신이 울며 떠나는 모습을 보고 여준재에게 물어보길 바랐다.그녀의 뜻대로 여진성은 준재에게 이 일을 물었다.“방금 초연이가 울며 나가는 것을 봤단다. 무슨 일이니? 초연이를 괴롭힌 거야?”“아닙니다.”준재는 한사코 부인하며 차분한 표정으로 화제를 돌렸다.“무슨 일로 오셨어요?”그는 분명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여진성도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코웃음을 쳤다.“네 엄마가 너한테 몇 번이나 전화했는데 왜 전화를 안 받았니? 이건 대답해 줄 수 있지?”“정말요? 일하느라 듣지 못했나 봐요.”준재는 매우 태연하게 대답했다.사실 그는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았다.그가 한국으로 돌아온 뒤로 어머니는 그의 뜻과는 상관없이 맞선을 주선했기 때문이다.여진성은 태연한 아들의 모습에 말문이 막혔다. 어찌 아들이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걸 모르겠는가?결국 그는 자신이 찾아온 목적을 간단히 설명했다.“네 엄마가 오늘 밤에는 집에 오라더구나. 그렇지 않으면 직접 회사에 찾아오거나 고 선생을 찾아갈 모양이야.”이 말을 들은 준재는 아버지의 말에 다소 놀랐고 얼굴이 좋지 않았지만 결국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한편, 임초연은 YS그룹에서 나와 답답한 마음에 뒤를 돌아 높은 건물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준재가 두 집안의 사이를 고려하지 않고 다정을 위해 이렇게까지 할 것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못했다.이를 생각하자 초연의 눈에는 맹렬하고 어두운 빛이 번쩍였고, 결국 인내심이 폭발했다.“사과야 하면 그만이지. 근데 너희들도 함께할 생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