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정은 여준재에게 이끌려 소개팅 장소를 떠났다.그녀는 냉랭한 기운의 그를 바라보며 이 사람이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몰랐다.그러나 급하게 소개팅 장소를 나왔기에 아직 건물 안에 있는 절친인 임은미가 생각나 얼른 준재를 붙잡고 설명했다. “여 대표님, 잠시만요, 친구가 아직 안에 있어요.”“그럼 먼저 돌아가겠다고 전하고 와요.”준재는 그녀를 막지 않고 말했다.다정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확실한 것은 그녀는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는 것이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절친에게 전화를 걸었다.“은미야, 나 일이 생겨서 먼저 갈게.”그녀는 은미가 돌아가는 이유를 추궁할 거라 생각해 이미 변명거리를 준비해 놓았다.뜻밖에도 은미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되레 웃으며 말했다.[그래, 조심히 가.]다정은 다소 의아했다.그리고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은미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동시에 소개팅 장소에 있던 은미는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두 아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좋은 소식이 있어. 여 대표님이 와서 너희 엄마를 데리고 갔어. 헤헤, 이모는 너희 엄마랑 여 대표님 사이에 뭔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해!]메시지가 전송된 지 거의 몇 초도 되지 않아 아이들은 답장을 보냈다.[너무 잘됐네요!]알고 보니 이건 아이들과 은미가 짜고 친 고스톱이었다.은미는 그녀를 소개팅에 데리고 오는 일을 담당했고, 아이들은 준재를 속여 다정에게 가도록 하는 일을 담당했다.‘여 대표가 왔으니, 이 남자가 다정이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건 확신할 수 있겠지?’단지 다정은 스스로 눈치채지 못했다.핸드폰을 내려놓은 두 아이는 행복하게 입을 모았다.“오빠, 여준재 아저씨가 정말 엄마를 찾으러 갔대. 앞으로 아저씨가 우리의 아빠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하윤은 기대하는 눈빛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하준은 일이 생각처럼 빠르게 진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결국 그는 엄마가 어떤 성격인지 알고 있었다. “그렇게 빨리 될 것 같지는 않아.
누군가가 감히 여준재의 얼굴을 그렇게 거리낌 없이 만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준재는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다정의 시원한 손가락 아래 마침에 평정을 되찾았다.그는 손을 뻗어 다정의 손을 아래로 잡아당겼고, 부드러운 촉감에 그의 얼굴은 발그레해졌다.“전 괜찮아요, 그냥 좀 피곤할 뿐이에요.”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잊은 듯 다정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그러나 다정은 온 신경이 팔목에 집중되었다.그의 손은 너무 뜨거워서 다정이 눈치채지 않을 수 없었다.그녀는 어색하게 손을 뺐고, 마음이 이상했다.그리고 이 이상함은 그녀를 낯설고 당황스럽게 만들었다.그녀는 더 이상 생각하지 말라며 스스로에게 말하고, 조금 전에 복도에서 있었던 일로 화제를 바꿔 이야기했다.“아까는 정말 감사했어요. 여 대표님께서 맞춰서 나타나지 않으셨으면 정말 큰 일을 당했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이 말을 들은 준재는 그녀를 쳐다보며 일부러 그녀를 떠봤다.“괜찮습니다, 오히려 고 선생님께서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제가 본 고 선생님은 이런 데에 관심이 없어 보였는데, 설마 소개팅하러 와서 좋은 사람을 찾지 못한 거예요?”약간 감정이 섞인 이 말을 들은 다정은 약간 놀랐다.‘왜 눈앞에 있는 남자가 내가 소개팅에 참석하는 일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고 느껴지지?’그러나 그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어쨌든 난 아직 이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까, 아마 오해한 걸 거야.’이에 대해 그녀는 웃으며 설명했다.“확실히 전 이런 데엔 관심이 없어요. 자의로 온 게 아니라 은미한테 끌려서 온 거거든요. 솔직히 그런 상황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요.” 다정이 자발적으로 온 것이 아니라는 말을 들은 준재는 마침내 표정이 누그러졌고 기분도 차츰 괜찮아졌다.남준은 그의 눈에 나타난 이런 변화를 보고 놀랐고, 마음속의 추측이 확신이 되었다.‘고 선생님이 우리 대표님에게 영향을 끼친 건 분명해, 뭔가 낌새가 있어.’그리고 아직 상황을 눈치채지 못한 듯한 자신의 대표
집에 도착한 후, 아이들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자 곧바로 소파에서 뛰어내려 짧은 다리를 내디디고 문으로 달려가 엄마와 여준재 아저씨가 차례로 서 있는 것을 보았다.두 아이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고 한목소리로 말했다.“엄마, 안녕히 다녀오셨어요!”이 말이 끝나자마자 하윤이 바로 말을 덧붙였다.“전 정말 아저씨가 엄마를 데리고 올 줄은 몰랐어요.”다정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설마 여 대표님이 소개팅 장소에 나타난 것이 우연이 아니라 날 데리고 오기 위해서야?’‘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굳이 왜?’다정은 이해할 수 없었고 매우 혼란스러웠다.준재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라 이 문제를 물어보기엔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녀가 한참 고민하고 있을 때, 물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왜냐하면 하윤은 이미 준재의 손을 잡고 소파에 걸어가 앉힌 다음 흥미진진하게 질문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아저씨, 저희 엄마를 데리러 갔을 때 엄마한테 고백한 사람이 있었어요?”준재는 이런 악마 같은 질문에 잠시 멍해졌다.소개팅 장소에서 봤던 장면을 생각하면 이유 없이 아이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그는 손을 들고 소녀의 이마를 가볍게 치며 미소를 지었다.“얘들아, 어른들 일에 너무 궁금해하지 마.”하윤은 대답도 거절당하고 이마에 꿀밤도 맞자 억울했다.소녀는 이마를 가리고 검은 눈동자가 흔들렸다.사실 방금 물어본 질문은 뒤 내용의 밑밥을 깔기 위해 고의로 물어본 것이다.“아저씨, 벌써 마지막 질문으로 질문을 거절하셨어요. 다음 질문부터는 거부하실 수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전 다시는 아저씨를 안 볼 거예요.”어린 소녀는 준재의 한 손을 잡고 앙탈을 부렸다.준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그래, 다음 질문은 뭐야?”이 말을 들은 하윤이 질문을 했다.“아저씨, 오늘 저희 엄마가 너무 예쁘지 않나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준재는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옆에 있는 다정을 쳐다봤
시간이 늦어 여준재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고다정은 일어나 그를 배웅하려 했다.그녀가 일어나려 하자마자 두 번 연속 재채기를 했다.그녀는 괴로워하며 코를 비볐고, 순간 호흡이 막히는 듯했다.준재도 그녀에게 문제가 생긴 걸 알아차리고 놀라며 물었다.“왜 그러세요?”두 아이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엄마, 괜찮아요?”“괜찮아요, 그냥 코가 좀 간지러울 뿐이에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다정은 몸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아마도 찬물로 샤워하다가 감기에 걸린 것 같았다.이를 생각하며 다정은 후회했다.‘계절이 바뀌고 기온이 떨어졌다는 걸 알면서도 왜 찬물로 샤워를 했을까?’다정이 티를 안 낸 탓인지 준재는 그녀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아무런 의심 없이 떠났다.다정은 그를 배웅한 뒤, 돌아와 곧바로 감기약을 먹었다.……다음 날 아침, 다정은 일어나서 아이들을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싶었지만 머리가 어지럽고 몸이 안 좋다는 것을 알았다.이때, 그녀는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억지로 일어나 씻고 방을 나갔다.거실에는 아이들과 강말숙이 이미 일어나 있었다.다정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본 그들은 즉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엄마, 왜 그래요?”“안색이 안 좋구나, 독감이라도 걸린 거 아니니?”강말숙은 그 말과 함께 다정에게 다가가 손을 뻗어 이마를 만져보고 놀라서 소리쳤다.“왜 이렇게 뜨거워, 너 열 나니?”“조금 있지만 괜찮아요. 약 먹고 낮잠 좀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예요.”다정은 외할머니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이어 그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엄마가 아파서 유치원에 데려다 줄 수 없을 것 같아. 나중에 은미 이모한테 전화해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할게, 알겠지?”그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하윤과 하준이 달려와 그녀의 다리를 잡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엄마, 전 유치원에 안 가도 돼요. 엄마가 아프시니 하윤이 마음이 안 좋아요.”“저
강말숙의 말을 들은 여준재는 고다정이 이때까지 정말 힘들게 살아왔다는 것을 알았다. 동시에 그는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이를 본 아이들은 한숨을 쉬었다.“엄마를 챙겨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맞아, 만약 엄마를 챙겨줄 사람이 있다면 엄마도 이렇게 힘들 필요가 없을 거야.”아이들의 말을 들은 준재는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아이들은 새 아버지를 찾는 일에 찬성하는 건가?’준재는 속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그는 지금 이 문제에 대해 너무 많이 개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그렇지 않으면 비밀이 다 탄로 날 수도 있었다.이 생각에 그는 화제를 바꿔 자리에서 일어났다.“제가 고 선생님의 상태를 보고 올게요. 심각한 상황이라면 병원에 데려가야 하니까요.”“번거로우시겠지만, 부탁드릴게요.”강말숙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후, 준재는 다정이 있는 안방으로 들어갔다.아이들은 그의 뒤를 바짝 쫓아 문밖에서 몰래 훔쳐보았다.강말숙은 이런 아이들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지만 아이들을 말리지는 않았다. 방에 들어간 준재는 아이들이 문밖에서 훔쳐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개의치 않았다.그가 침대 옆에 다가갔을 때, 그 여리여리한 여자가 초췌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깊이 잠든 것을 보았다.몸이 안 좋아서 그런지 다정은 인상을 지으며 편안히 자지 못했다.준재는 겉으로 볼 수 없는 안쓰러움이 용솟음치고 있었다.그러다 그는 손을 뻗어 다정의 이마에 가져다 댔고, 확실히 열이 있었지만 그다지 심각하지 않아 좀 더 두고 봐야 했다.이 생각에 그는 손을 거두고 다정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 몸을 돌려 나갔다.그가 돌아서자마자 아직도 문틈 사이로 엿보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안 들어오고 거기서 뭐 해?”딱 들킨 아이들은 당황하지 않고 웃으며 문을 열었고, 동시에 말했다.“아저씨, 저희 엄마는 괜찮아요?”“지금은 괜찮아, 나중에 다시 보러 오자.”준재는 아이들에게 따라오라 손짓했다.“여기 있으면 엄마가 편하게 못 쉴
“먹었어요, 여준재 아저씨가 맛있는 음식을 많이 사주셨거든요.” 하윤은 어리광을 피우며 말하는 동시에 준재를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강말숙도 하윤의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아프다는 말을 듣고 여 대표는 아침 일찍부터 왔어, 아이들의 수학 경시대회 문제도 같이 풀어줬단다.”이 말을 들은 다정은 자연스레 옆에 있는 그를 바라봤다.준재는 그녀의 시선을 느끼고 담담하게 말했다.“하준이랑 하윤이가 너무 걱정하고 있었고 집에 도와줄 사람이 없다기에 제가 온 거예요.”옆에 서 있던 구남준은 이 말을 듣고 입가가 씰룩거렸다.‘대표님이 오전 일정을 모두 미루고 무작정 오셨는데 이렇게 얼버무리면 고 선생님이 어떻게 대표님의 마음을 알아차리겠어요!’다정은 이 사실을 몰랐지만 준재가 아이들을 돌 봐주고 할머니를 도와줬다는 것에 매우 감사했다.“오늘 신세를 많이 졌네요.”“괜찮아요, 별일 아닙니다. 고 선생님이야 말로 얼른 나으세요.”준재는 그윽한 눈으로 다정을 바라봤다.다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뒤이어 여러 사람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약 기운이 올랐는지 다정은 졸음이 쏟아져 방으로 들어가 다시 잠에 들었다.뜻밖에도 이 잠은 그녀의 상태가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열이 더 심해졌다.아마도 오랫동안 아프지 않았기에 이 병은 다정의 면역력을 단번에 저하해 호전 속도가 더뎠다.뒤늦게 다정의 상태를 확인하러 온 준재가 이를 발견했다.넓은 침대 위에서 그녀는 매우 불편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은 비정상적으로 붉어져 있었고 호흡은 가빴다.준재는 이를 보고 다정의 상태가 악화되었음을 깨달았다.한순간에 표정이 바뀐 그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녀를 안아 올려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갔다.그는 방에서 나오자마자 거실에 있는 남준에게 즉시 지시를 내렸다.“얼른 차를 몰고 와, 당장 병원으로 가야 해.”남준은 깜짝 놀라 재빨리 밖으로 뛰어나갔다.아이들과 강말숙도 순간 겁을 먹었다.뒤이어 세 사람도 즉시 준재를 따라 병원으로 향했다
고다정이 일어났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었다.그녀는 눈앞의 하얀 천장을 보고 자신이 병원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병원이라는 생각에 그녀는 병상에서 일어나자마자 멀지 않은 곳에서 하윤이를 품에 안고 소파에 기대어 잠든 여준재를 보았고, 하준도 옆 소파에서 자고 있었다.이런 장면을 본 다정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따뜻해졌다.준재가 자신을 병원에 데리고 온 것이 틀림없었다.그녀는 준재가 더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도록 하윤이를 그의 품에서 데려오려 했다.하지만 그녀가 움직이자마자 앞에 있던 준재가 잠에서 일어나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그의 힘에 다정은 참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리며 얕은 신음을 내뱉었다.그제야 준재는 그 사람이 다정이라는 것을 깨닫고 겸연쩍게 손을 놓았다.“미안해요, 고 선생님인 줄은 몰랐어요.”“괜찮아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다정은 손을 거두고 등 뒤로 흔들며 중얼거렸다.‘이 남자 힘이 보통이 아니네, 하마터면 내 손목이 부러질 뻔했어.’이를 생각하고 있던 다정은 그와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했다.분위기도 왠지 이상했다.준재도 이를 알아차리고 마치 마음을 숨기려는 듯이 헛기침을 했다.이어 그는 화제를 돌려 물었다.“언제 깨셨어요? 몸은 좀 어때요?”“얼마 전에 깼어요. 몸도 한결 가벼워지고 열도 많이 내렸어요.”다정은 있는 그대로 대답하며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그리고 병원에 데려다주셔서 고마워요.”준재는 고개를 끄덕였다.“별거 아니니 고마워하실 필요 없어요. 고 선생님만 괜찮으시면 돼요. 하준이랑 하윤이도 걱정을 많이 했어요.”이 말을 들은 다정은 그의 품에 안겨 잠든 하윤이를 부드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저 대신 아이들을 돌봐주셔서 너무 고마워요.”다정은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함과 동시에 하윤이를 안기 위해 손을 내밀며 미소를 지었다.“이렇게 안고 있으면 손이 저릴 텐데 왜 아이들을 눕히지 않았어요?”하윤이를 안고 있는 준재의 손은 정말 저렸지만 함부로 놓을 수
따뜻한 노란 조명 아래, 진지한 얼굴의 다정을 본 여준재의 눈은 점점 더 깊어져만 갔다.그는 갑자기 다른 손을 들어 다정의 이마에 가져다 댔다.“정말 열이 내렸나 봐요.”그는 말과 함께 자연스럽게 손을 거두었지만, 방금 닿은 부드러운 피붓결을 잊을 수 없어 손가락을 비볐다.다정은 갑작스러운 준재의 행동에 깜짝 놀라 볼이 뜨거워지기 시작했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하지만 이내 마음속의 감정을 억누르고 웃으며 말했다.“제가 괜찮다고 하는 건 정말 괜찮아서예요. 제가 의사인데 어떻게 모르겠어요?”준재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쳐다봤다.“그렇게 잘 아시는 분이 왜 몸이 안 좋아질 때까지 가만히 계셨어요?”“어…….”순간 다정은 말문이 막혔다.한참이 지나서야 할 말을 찾은 그녀는 변명을 했다.“전 의사지만 만능은 아니잖아요. 누가 병을 통제할 수 있겠어요? 기껏해야 예방하는 거죠.”“그럼 당신은 예방을 못하셨네요.”준재가 말을 꺼내자 다정은 다시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조심하지 않은 탓이에요.”방금까지 웃고 있던 준재는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표정이 굳어졌다.“조심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걸 떠나서 당신은 앞으로 최대한 자신을 잘 돌봐야 해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잖아요.”준재는 진지한 표정으로 다정을 바라보았다.다정은 그의 검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다시 귀에 들려왔다.“이번에 고 선생님께서 아프셔서 아이들이 많이 놀랐어요.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라도 몸부터 잘 챙기셔야 해요.”“알겠어요……. 또 이런 일은 없을 거예요.”다정은 정신을 차리고 대답한 뒤, 어색하게 고개를 숙이고 다시 그의 팔을 주물렀다.준재는 그녀의 모습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정은 한참을 그의 팔에 마사지를 해주다가 손을 놓더니 한결 자연스러워진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물었다.“지금은 움직이실 때 어떤 것 같아요?”준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