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씨 그룹.임초연은 즉시 소식을 전달받았다.‘이동원이 잡혔어!’순간 초연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원래 여준재는 나한테 아무런 관심이 없었잖아,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나에게 더욱 혐오감을 느낄 수도 있어.’이 생각이 든 초연도 따라서 당황하기 시작했다.그녀는 곧장 가방을 들고 YS그룹으로 달려갔다.돌연 그녀가 로비로 걸어가자마자 프런트에서 막히고 말았다.“임초연 씨, 누구를 찾아오셨나요?”“준재 씨를 만나러 왔어요.”임초연은 초조한 표정을 지었다.“준재 씨에게 제가 찾아왔다고 전해주실 수 있나요? 아주 중요한 부탁이에요.”프런트 직원은 이를 거절했다.“임초연 씨, 정말 죄송하지만 대표님은 지금 바쁘셔서 시간이 없으십니다.”“회사 협업에 관한 일이라면 앞으로 저희 총지배인을 찾아가 직접 얘기하시면 됩니다. 저희 회사와 임씨 그룹의 모든 프로젝트 사항은 총지배인에게 넘겨졌습니다.”프런트 직원의 말에 초연의 표정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이건 나랑 명확한 선을 긋겠다는 거 아니야?’‘다른 사람에게 넘긴 거라면 앞으로 준재 씨를 볼 수 없잖아.’생각에 잠긴 초연은 재빨리 대답했다.“지금 준재 씨를 만날 수 있을까요? 제가 설명해야 할 게 있어서 그래요.”프런트 직원은 정중한 표정을 지으며 완곡히 거절했다.“임초연 씨, 정말 죄송하지만 안될 것 같습니다. 저희도 대표님의 지시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더 이상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이 한마디로 초연을 막아버렸다.그녀는 쓰라린 마음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준재 씨가 날 정말 싫어하는 거야…….’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그녀는 바로 YS그룹 대저택으로 갔다.심해영은 초연을 보자마자 미소를 지었다.“초연아, 어떤 일로 왔어? 회사는 안 바쁘니?”초연은 입술을 깨물고 머뭇거리며 말했다.“이모, 저, 제가 실수한 것 같아요.”그제야 심해영은 초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황급히 물었다.“무슨 일이야? 초연아, 또 준재가 널 힘
여준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효과가 좋아요.”그는 말을 마친 뒤 한 마디 더 덧붙였다.“고 선생님의 약을 복용한 이후로 제 몸은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고 선생님은 정말 능력 있으신 분이에요.”그의 말 속에는 고다정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심해영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자신도 모르게 임초연의 말이 떠올랐다.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준재야, 초연이에게 이야기 들었어. 이 일은 정말 그 아이가 잘못했다는 걸 알아. 나도 그렇게 말했고. 앞으로는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말해놨단다. 그래도 초연이가 널 그만큼 좋아하니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른 거 아니겠니, 너무 뭐라고 그러지 마…….”심해영은 여전히 초연을 감싸며 이야기를 했다.‘초연이는 확실히 괜찮은 며느릿감이야.’그러나 준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그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잠시 눈살을 찌푸리더니 얼굴색이 어두워졌다.“어머니, 임초연 씨가 찾아왔나요?”그는 그제야 날카롭게 반응했다.‘어쩐지, 어머니가 갑자기 오실 일이 없는데.’‘역시 목적은 따로 있었구나.’심해영은 반박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초연이는 정말 착한 아이야, 평소에도 매우 예의 바르게 행동한단다. 이번 일은 널 정말로 좋아해서 이렇게 충동적인 행동을 한 것 같아. 내가 말했잖니, 그 아이도 자기가 잘못했다는 걸 알아. 이쯤에서 그만하는 게 어떻겠니…….”심해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준재가 입을 열었다.“어머니,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설명하지 마세요.”준재의 침착한 얼굴은 차가움으로 뒤덮여 있었다.“어머니도 오랫동안 절 봐오셨으니 잘 아실 거예요. 임초연 씨가 벌인 행동은 선을 넘었습니다.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에요. 저를 좋아한다는 명분으로 용서할 수 없어요.”준재의 말은 냉담하고 무자비하게 들렸다.이를 본 심해영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그녀는 준재의 완고한 성격을 알고 있었고, 그가 마음먹은 일이라면 그게 무엇이 되었든 해내고야 마는 성격이었다. ‘보아하니, 이번엔 초
“고다정 씨 되십니까?”다정을 보자마자 종업원이 즉시 다가와 말을 건넸다. 다정은 두 아이의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육성준 씨는 이미 안에 와 계십니다. 이쪽으로 오세요.”이어 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세 사람은 룸으로 들어갔다.성준을 보자마자 아이들은 짧은 다리를 뻗으며 달려가 그를 껴안았다.아이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삼촌, 그동안 어디에 계셨어요?”“저랑 오빠가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 알아요?”“삼촌, 엄마가 삼촌이 많이 바빴다던데, 삼촌도 우리가 보고 싶었어요?”아이들은 다정하게 한 마디 한 마디 주고받으며 성준의 마음속에 꽃이 피도록 했다.게다가 아이들은 워낙 귀엽게 생겨서 보기만 해도 가슴이 간질 간질거렸다.성준은 손을 내밀어 아이들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당연히 너희가 너무 보고 싶었지!”이어 그가 뒤에서 선물 상자 몇 개를 꺼냈고, 그의 뒤에는 십여 개가 넘는 선물 상자가 있었다.“저거 봐, 저게 다 뭘까?”그의 말에 따라 시선을 옮기니 많은 장난감이 보였다.레고, 퍼즐, 피규어, 인형 등 없는 게 없었다.마치 성준이 장난감 가게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만 같았다.성준의 모습을 본 다정은 웃음만 나올 뿐,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너 너무 오바한 거 아니야? 아이들한테 이렇게 많은 장난감은 필요 없는데, 게다가 집에 둘 공간도 거의 없어.”성준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고개를 저었다.“이게 뭐가 오바한 거야? 내 눈엔 아직도 부족하기만 한데.”“이번에는 급하게 오느라 많이 못 사 왔어, 다음에 만나면 더 많이 사줄게!”이 말을 들은 아이들은 더욱 신이 나서 재빨리 말했다.“고마워요, 삼촌!”“삼촌, 역시 삼촌밖에 없어요!”다정은 고개를 저었다. 아이들은 정말 못 말렸다.그녀의 소리로 모두 일단락되었다.“알겠어, 진정하고 우선 음식부터 시키자.”성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막 수업 끝나고 왔으니 아이들이 많이 배가 고플거야, 애들이 좋아하는 게 있는가 볼
고다정은 식사에 집중한 나머지 근처에서 그녀를 쳐다보는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다.식사를 마친 다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화장실 좀 다녀올게.”육성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어.”……화장실 안.다정이 세면대 앞에 서서 손을 씻고 있는데 갑자기 하나의 그림자가 그녀에게 다가왔다.그 여자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렸다.“정말 우연이네요, 다정 씨. 여기서도 당신을 만날 줄은 몰랐어요!”다정은 고개를 들어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임초연을 보았다.모르는 사람이 그들의 모습을 봤다면 두 사람 사이가 친하다고 오해할 법도 했다.초연을 발견한 다정은 의아해했다.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맞받아쳤다.“정말 우연이네요, 초연 씨.”“다정 씨도 여기 밥 먹으러 오셨어요?”초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계속 물었다.‘식당에 밥 먹으러 오지 영화 보러 오나.’다정은 당황스러웠지만 그런 생각을 접어두고 고개를 끄덕였다.“네.”“초연 씨, 전 이만 먼저 가볼게요.”그 말을 끝으로 다정은 몸을 돌려 떠날 준비를 했다.바로 이때 초연은 그녀를 다시 불렀다.“잠시만요, 다정 씨! 얘기 좀 나누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초연은 관대하고 품위 있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다정은 더욱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제자리에 서 있었다.‘나랑 초연 씨는 따로 할 말이 없는 것 같은데.’하지만 이내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초연은 다정을 데리고 빈방으로 들어와 마주 보고 앉았다.초연이 말을 하기도 전에 다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초연 씨,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말씀하세요.”다정은 상대방이 빙빙 둘러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오히려 할 말이 있으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편이 더 나았다.그리고 그녀는 줄곧 초연의 행동이 이상하다 느껴졌지만, 오늘 그녀가 보인 집착은 정말 이상했다.초연은 웃으며 말했다.“사실 별일 아니에요, 예전에 준재 씨를 치료해주신 다는 말을 들었어요. 항상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연회장에서도 그
룸으로 돌아온 고다정의 표정은 평소와 별다른 점이 없었다.“엄마, 왜 이제야 왔어요!”다정을 보자마자 두 아이가 소리쳤다.다정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얼른 먹어.”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위가 작아 얼마 지나지 않아 배부르다고 소리쳤다.“이제 배도 부르고 시간도 많이 늦었으니 데려다줄게.”육성준은 일어서며 다정에게 말했다.다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성준의 뒤에 있는 장난감들은 한 사람이 가져갈 수 없는 양이었다.아이들은 한 손에 장난감을 하나씩 들고 다정도 적지 않은 장난감을 가져갔다.남은 장난감들은 모두 성준의 몫이었다.‘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장난감 가게를 통째로 들고 온 줄 알겠다.’다정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다음에는 이렇게 많이 사지 마, 이거 봐, 얼마나 번거로워.”‘주려고 들고 오는 것도 일이고 집으로 가져가는 것도 일이잖아, 정말 귀찮아!’성준은 눈썹을 치켜떴다.“그건 안 돼, 내가 우리 강아지들한테 주는 선물인데 어떻게 귀찮을 수가 있어?”다정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다음에는 직접 가져오고 나한테 부탁하지 마!”“그건 안 돼!”……그렇게 장난을 치다가 성준은 차를 몰고 그들을 집까지 데려다주었다.원래 성준에게 차라도 내어주고 싶었지만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는 그의 말에 포기해야 했다.방으로 들어온 다정은 침대에 앉아 오늘 밤에 있었던 일들을 회상했다.그녀는 생각을 하다 여준재에게 전화하기로 마음먹었다.잠시 후, 익숙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 들렸다.[고 선생님, 무슨 일이세요?]다정은 입술에 힘을 준 채 말하는 것을 주저했다.“저, 여 대표님…….”다정이 주저한다는 것을 느낀 준재는 직접적으로 말했다.[고 선생님, 하실 얘기 있으시면 편하게 하셔도 돼요.]다정은 고개를 끄덕인 뒤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입을 열었다.“임초연 씨랑 여 대표님이 약혼한 사이인지 묻고 싶었어요.”이 말을 들은 준재는 어리둥절해 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그는 확실한 반응을 하지 않았다.다정
“네, 오늘 괜히 신경 쓰이게 해서 죄송해요. 얼른 쉬고 주무세요.”[네, 잘 자요.]잘 자라는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은 전화를 끊었다.여준재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잠시 얼굴이 굳어졌다.‘정말 임초연은 날 갖고 시험하려는 건가?’‘이젠 정말 역겨울 정도야.’‘후, 안돼. 지금은 무시보다는 이 여자를 상대해야 해.’그렇게 생각하자 그의 눈에는 더욱 무서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다음날.사무실에 있던 준재는 구남준을 향해 말했다.“임초연 씨한테 같이 점심을 먹자고 전해.”남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대표님.”남준의 전화를 받은 초연은 날아갈 것처럼 기뻤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대답했다.“좋아요!”그녀는 점심에 일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약속 장소로 달려갔다.준재가 오기도 전에 도착한 초연은 이미 자리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너무 설레어 손거울을 들고 오늘 얼굴 상태를 반복해서 확인했다.완벽하다는 걸 확인한 후, 그녀는 그제야 손거울을 내려 놓았다.‘아무래도 준재 씨 어머니가 말을 잘해주셔서 그런가 봐.’그녀가 생각을 하던 중, 준재와 남준이 식당으로 들어왔다.초연은 얼른 일어서 말했다.“준재 씨, 왔어요?”준재는 가볍게 대답했지만 매우 쌀쌀맞았다.“준재 씨, 여기 메뉴판 좀 보세요. 제가 이미 요리를 몇 가지 시켰지만 더 추가할 게 있는지 확인해 봐요.”초연은 메뉴판을 들고 열정적으로 준재에게 건네주었다.그러나 준재는 이를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필요 없어요.”메뉴판을 들고 있던 초연의 손도 머쓱해졌다.그녀는 멋쩍게 웃었다. “알겠어요.”그제서야 그녀는 오늘 준재의 기분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평소에도 준재는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오늘처럼 쌀쌀맞고 혐오감을 드러내지는 않았다…….‘맞아, 그냥 날 혐오하는 거야.’“준재 씨, 오늘 절 찾아오셨잖아요. 무슨 할 말 있으세요?”초연은 울컥한 마음에 말을 꺼냈다.준재는 차
고다정은 자신의 말로 인해 임초연이 미운털이 박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다음 날 아침 일찍, 다정은 두 아이를 깨워 등원 준비를 했다.아이들은 뭉기적거리다가 세수하며 물었다.“엄마 나중에 뭐 하러 가실 거예요?”다정은 하윤이에게 겉옷을 입히며 말했다.“엄마가 어딜 가겠어, 너네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산 중턱에 있는 별장으로 갈 거야. 요즘 약재에 관한 일이 많네, 집에 있는 옛날 약재 중에 희귀한 약재를 별장에 있는 땅에 심어야 해서 너무 바빠.”이 말을 들은 하준은 눈을 깜빡이며 진지하게 말했다.“엄마, 너무 바쁘시면 저랑 하윤이가 도와드릴게요.”하윤은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맞아요, 엄마!”“유치원은 너무 지루해요, 하나도 재미없어요. 차라리 저희가 일을 도와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아이들의 말랑말랑한 목소리가 사랑스럽게 들려왔다.다정은 웃으며 그들의 통통한 볼을 꼬집었다.“너네는 가서 일을 도와주고 싶은 거야, 아니면 놀러 가고 싶은 거야?”아이들의 진짜 속셈이 무엇인지 남은 몰라도 다정이 어찌 모를 수 있을까?하윤은 혀를 내두르며 얼른 대답했다.“엄마, 당연히 엄마를 도와주러 가는 거죠, 저랑 오빠는 물을 주고 잡초를 뽑으면 되잖아요!”하윤은 말을 하며 마치 자기 능력을 보여주려는 듯 가슴과 배를 두드렸다.그들의 모습을 본 다정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안 돼!”말로는 도와준다지만 놀러 가기 위한 속셈인 걸 알고 있다.예전부터 아이들은 줄곧 별장, 별장 노래를 불렀지만, 현재로서 다정은 동의할 생각이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늘 수업 열심히 듣고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그때 얘기하자.”아이들은 실망한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엄마는 진짜 쪼잔해요!”“맞아, 쪼잔한 엄마가 얼른 유치원에 데려다줄게. 서두르지 않으면 늦을 거야.”엄마와 아이들은 웃으며 집을 나서서 유치원으로 향했다.……아파트 입구에 검은색 자동차 한 대가 길가에 세워져 있고 차 안에는
집사는 옆에 서서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작은 상처가 아니야.’‘좀 더 깊으면 뼈도 보일 것 같아.’생각하다 집사가 입을 열었다.“고 선생님, 그래도 병원에 가 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그녀가 스스로 붕대를 감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병원에 가서 붕대를 감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직접 하시다가 세균에 감염이라도 되면 어떡해요?”집사는 계속해서 설득했다.그러나 고다정은 고개를 젓고 웃으며 말했다.“제가 의사인데 병원에 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도 심각하면 병원에 갔겠지만 이건 그렇게 심각한 일이 아니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괜찮아요!”다정에게 있어서 이것은 단지 경미한 부상일 뿐이지 병원에 갈 필요는 없었다.그녀의 고집을 본 집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는 여준재에게 전화를 걸어 이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정이 뒷마당에서 약재를 재배하고 있을 때, 준재가 찾아왔다.“고 선생님, 왜 아직도 약재를 재배하고 계세요?”준재의 말을 들은 다정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왜요?”‘약 밭을 가꾸러 왔는데 내가 여기 없으면 난 어디에 있어야 하는 거야?’준재는 말을 덧붙였다.“심하게 다쳤다고 집사한테 들었어요. 어때요, 어디가 다친 거예요? 심각한 거예요? 지금 못하겠으면 다른 사람한테 맡겨도 돼요. 다쳤으면 쉬는 게 더 중요하죠.”이 말을 들은 다정은 그제야 알아차렸다.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여 대표님, 전 괜찮아요. 그냥 조금 베였을 뿐이에요. 정말 괜찮아요.”“하지만 출혈이 꽤 심하셨다면서요. 아니면 지금 병원에 가서 치료받으세요. 나중에 상처가 감염되면 어떡해요?”준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다정은 고개를 저으며 완곡히 거절했다.“정말 그럴 필요 없어요, 여 대표님. 전 의사예요. 정말 심각했다면 저도 알았겠죠. 그리고 설령 무슨 일이 있었다 한들 제가 해결할 수 있어요.”그녀는 굳은 얼굴로
“하윤 씨, 좋아해요. 제 여자친구가 되어줄래요?”임지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눈앞의 여자애를 바라보며 긴장해서 손에 땀을 쥐었다.하윤은 잠깐 얼떨떨해하더니 이내 환한 웃음을 지었다.“네.”그녀의 얼굴에 피어난 예쁜 미소를 보고 임지호도 해맑게 웃었다.햇빛 아래 선남선녀는 너무 잘 어울렸다.임은미와 고다정은 구석에 숨어 이를 지켜보며 들떠서 소곤거렸다.“하윤이 저렇게 활짝 웃는 걸 보니 서로 고백한 것 같아.”“고백한 게 맞아. 둘이 같이 앉은 걸 봐.”“역시 내 실력이 아직 녹슬지 않았어. 내가 나서면 안 맺어지는 커플이 없다니까.”임은미는 마침내 자화자찬하기 시작했다.고다정은 그녀를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속으로 저 남자애가 하윤을 좋아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 무모하게 나섰다가 맺어주는 게 아니라 끝내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두 사람은 한참 더 보다가 호기심이 충족된 듯 제대로 자리에 앉아 요리를 주문했다.기왕 온 김에 뭘 좀 먹어야지.식사하면서 고다정이 감탄했다.“애들이 어느새 커서 애인까지 생겼네.”“그러게. 우리도 늙었어.”임은미도 같이 탄식했다.뒤이어 그녀는 맞은편의 절친을 바라보며 물었다.“앞으로 무슨 계획 있어?”“보름 동안 쉬면서 준재 씨랑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 후 새로운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할 거야.”고다정은 자기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임은미는 이 말을 듣고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너 점점 일벌레가 되어가는 것 같다.”“그건 내가 이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야.”고다정이 웃으면서 말했다.둘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청아한 목소리가 그들의 귓전을 때렸다.“여하준 씨, 거기 서요.”이 소리를 듣고 눈빛을 주고받는 고다정과 임은미의 머릿속에 똑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이런 우연이! 이 작은 레스토랑에서 두 남매를 모두 만난다고?’하윤도 너무 뜻밖이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하준 쪽을 바라보았다.“오빠?!”“하윤?!”여하준도 이때 하윤과 그 옆의 청년을 발견하고 미간을
하윤은 정말 돌아오지 않았다.하민이 가지 못하게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여준재에게는 무척 즐거운 밤이었다....이튿날 아침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했다.금빛 햇살이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와 이불 밖에 나온 고다정의 피부에 내려앉았다.피부에 생긴 흔적에서 어젯밤에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었다.여준재는 일찍 깼지만 아침의 따스함을 놓치기 싫어 고다정을 안고 만족스럽게 침대에 누워있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갑자기 누군가가 방문을 쾅쾅 두드렸다.“엄마, 일어나요.”하윤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여준재는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역시 자식은 빚쟁이라는 말이 맞다. 이전에 좋아했던 만큼 지금은 싫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품속의 여인이 깨어났다.고다정이 정신이 흐릿한 상태로 물었다.“누가 밖에서 문을 두드려요?”“하윤이에요. 내가 돌려보낼 테니 자요.”여준재가 그녀를 풀어주고 일어나려 했다. 너무 졸렸던 고다정은 막지 않았다.그녀는 오후까지 자고 임은미가 전화해서야 겨우 일어났다.30분 후 두 사람은 시내 중심의 쇼핑몰에서 만났다.임은미는 잠이 덜 깬 것 같은 고다정을 보고 놀려댔다.“너랑 여 대표님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좀 절제해.”“나한테만 그러지 말고 너도 절제해. 목에 난 흔적이 가려지지도 않아.”지금의 고다정은 약간 야한 농담에도 얼굴을 붉히던 10년 전의 고다정이 아니다.지금의 그녀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역습한다.임은미도 말문이 막히지 않았나.그녀는 채성휘와 자주 싸우지만 둘 사이의 감정에는 조금도 영향이 없었다.그녀가 코웃음을 쳤다.“네가 이겼어. 이제 너를 쉽게 놀리지 못하겠어.”그녀는 말하면서 고다정과 어느 가게에 들어갈지 사방을 둘러보는데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다정아, 저기 하윤이 아니야?”“하윤이?”고다정이 놀라며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정말 멀지 않은 곳의 레스토랑에 하윤과 깔끔해 보이는 잘생긴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것이
이 말을 들은 하윤은 즉시 고다정의 말에 흥미를 보였다.“저, 오빠, 그리고 이모 세 사람 외에 또 있어요?”그녀는 의문스레 고다정을 쳐다보았다. 설마 그때 아빠, 엄마를 맺어주려고 애쓴 사람이 또 있나?그런데 그녀가 말하자마자 고다정이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일 줄이야.“그래, 너와 오빠, 이모가 도와준 걸 말하는 거야. 그때 너희 셋이 나랑 너희 아빠를 맺어주려고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어? 그러니까 너 혼자 좋아하는 사람을 쫓아다니면 이뤄지기 힘들지 않겠어?”“좀 일리가 있네요.”갑자기 엄마한테 설득당한 하윤이 무심코 말했다.“그럼 엄마랑 이모가 좀 방법을 생각해 주세...”‘요’자를 내뱉기 전에 그녀는 씩씩거리며 또 한 번 엄마를 째려보았다.“또 엄마한테 걸려들었어요.”고다정은 이번에는 정말 참을 수 없어 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계집애, 어렸을 때와 똑같이 잘 속아.”그녀는 너무 웃어서 눈물까지 나왔다.이를 보고 화가 난 하윤이 손을 뻗어 고다정을 간지럽히려 했다.“엄마 나빠요.”그렇게 모녀는 온천에서 웃고 떠들었다.이쪽의 따뜻한 분위기와 달리 남자 노천탕은 썰렁했다.“자식, 어렸을 때는 귀여웠는데 크면 클수록 얄미워.”옆방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여준재는 눈앞의 두 아들이 보면 볼수록 눈에 거슬렸다.하준이 판에 박은 것 같이 똑같은 표정으로 아빠를 힐끗 쳐다보더니 시큰둥하게 말했다.“피차일반입니다.”하민은 형과 아빠가 티격태격하자 조용히 구석에 숨었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집안에서 지위가 가장 낮다는 것을 알았다.여준재는 막내아들의 속마음을 모른 채 자기한테 말대꾸하는 큰아들을 보며 문득 한 가지 꾀가 떠올랐다.“너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허구한 날 남의 마누라를 생각하지 말고 네 마누라를 찾아. 아니면 네 할머니한테 맞선을 주선하라고 할까?”그렇다. 여준재가 생각해 낸 방법은 하준을 결혼시키는 것이다.‘이 자식이 자기 마누라가 생기면 더 이상 내 마누라를 생각하지 않겠지.’하준이 그의 생각을 모를
그날 저녁 여씨 삼남매는 결국 남아서 고다정을 축하해 주었다.식사가 끝난 후 임은미는 두 딸을 데리고 떠나갔다.가기 전에 그녀는 고다정과 내일 오후에 같이 쇼핑하기로 약속했다.임은미를 보낸 후 다섯 식구는 남녀가 분리된 온천 노천탕에 갔다.고다정은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느긋한 시간을 보낸 게 얼마 만인가.그녀가 눈을 감고 즐기고 있을 때 어깨 위에 갑자기 손이 올라오더니 그녀의 어깨를 주물렀다.고개를 돌려 보니 둘째 딸이 그녀의 뒤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다.“엄마...”“왜?”고다정이 나지막이 묻자 하윤이 바짝 붙으며 말했다.“엄마가 아빠한테 사정 좀 해 주시면 안 돼요?”그녀는 고다정의 환심을 사려고 방긋 웃었다.“오늘 엄마랑 단둘이 시간을 보내려는 아빠의 계획을 제가 망쳤으니 아빠가 틀림없이 내일 저한테 일을 시킬 거예요.”그녀가 이렇게 단언하는 원인은 그동안 이런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학교 다닐 때는 그녀가 엄마한테 너무 달라붙는다고 아빠가 그녀를 속여 공부를 많이 시켰다.후에 점차 크고 오빠가 폭로해서야 그녀는 아빠의 꾀에 넘어갔다는 것을 알았다.고다정은 고민 가득한 딸애 얼굴을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이 계집애는 어릴 때부터 말을 잘 듣지 않았는데, 매번 아빠의 권위에 도전했다가, 결국 비참하게 혼쭐이 나고 불쌍한 모습으로 엄마를 찾아왔다.“이제야 두려워? 이모를 꼬드길 때는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생각 안 했어?”“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요. 엄마가 원래 여가 시간이 많지 않은데 아빠가 항상 엄마를 차지하니까.”계집애는 말하면서 고다정의 어깨를 껴안고 또 응석을 부렸다.애교 공세에 당할 수 없는 고다정은 이내 동의했다.하윤은 기쁜 나머지 고다정을 안고 뽀뽀하더니 배시시 웃었다.“역시 엄마밖에 없어요.”“너도 참, 빨리 온천에 몸을 담가.”고다정이 말하면서 그녀를 잡아당겨 노천탕에 앉혔다.그러나 하윤은 가만히 앉아 있지 못했다. 그녀는
한편, 서쪽 외곽에 위치한, YS그룹에서 개발한 온천 리조트에 세련된 곡선미를 자랑하는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도착했다.차가 천천히 입구에 멈춰 서더니 검은색 수작업 맞춤 양복을 입은 여준재가 차에서 뛰어내렸다.똑바로 선 후 그는 돌아서서 허리를 살짝 굽히더니 차 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준수한 얼굴에서는 꿀 뚝뚝 다정함이 넘쳐흘렀다.“부인, 도착했습니다.”검은색 여성 정장 차림의 고다정이 가늘고 예쁜 손을 우아하게 여준재의 손바닥 위에 얹더니 차에서 내렸다.지금의 그녀는 풋풋함을 벗은 대신 카리스마와 여유가 넘쳤다.옆에 있던 매니저가 알랑거리며 그녀를 맞이했다.“사모님의 교베르 의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건 저와 직원들의 작은 성의입니다. 인류 의학에 공헌한 사모님께 감사드립니다.”말하고 나서 그는 들고 있던 꽃다발을 건넸다.사방에서 박수와 축하가 쏟아졌다.“축하드립니다, 사모님.”“사모님, 진짜 대단하십니다!”“사모님은 제 롤모델입니다!”이 말을 듣고 고다정은 얼굴에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감사합니다.”옆에 서 있는 여준재도 눈에 자랑스러운 기색이 가득했다.뒤이어 두 사람은 매니저의 안내로 룸에 들어섰다.룸에는 이미 고다정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준비돼 있었다.두 사람이 오붓하게 식사하고 있을 때 가방 속에 있는 고다정의 휴대폰이 울렸다.임은미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은미야, 무슨 일이야?”고다정이 전화를 받았다.옆에 있던 여준재는 이 말을 듣고 두 눈을 가늘게 떴다.고다정을 쳐다보던 그는 그녀와 시선이 딱 마주쳤다.고다정의 표정을 보니, 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제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은미가 축하 파티를 준비했다고 오래요.”“은미 씨는 인터넷을 안 본대요?”여준재가 답답한 듯 한마디 했다. 그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분명 고다정은 그의 아내인데, 지난 12년간 그는 아내와 단둘이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 궐에서 전하를 만나는 것보다 어려웠다.안팎에 강적이 있는 데다 고다정이 그동안 암세포를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어느새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12년간 지도층이 바뀌고, 많은 연예인이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심지어 국제 정세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 등 많은 일들이 발생했지만 여준재와 고다정의 애정 전선은 변함이 없었다.현재 두 사람은 주변에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잉꼬부부가 됐다.사람들이 그들을 부러워하는 것은 금실이 좋은 것도 있지만 잘생기고 철이 든 아들딸을 두었기 때문이다.지금 여씨 가문의 큰 도련님, 아가씨, 작은 도련님 얘기가 나오면 엄지척 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특히 여하준은 19세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부모를 도와 두 회사를 관리하고 있다.물론 여하윤도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어 젊은 나이에 세계 최고의 콘서트홀에서 연주했을 정도로 뛰어나다.그리고 여씨 가문의 작은 도련님은 형, 누나만큼 대단하지는 않지만 어려서부터 말솜씨가 좋아 많은 귀염을 받았고, 지금은 연예계 인기 아역 스타다....운산공항 로비의 스크린에 최신 국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12년 만에 암세포를 죽이는 약을 개발해 낸 고다정 교수님의 교베르 의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는 우리 인류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연구 성과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암을 두려워할 필요도, 암 얘기에 놀랄 필요도 없게 됐습니다.”뉴스 진행자는 감격을 금치 못했다.최근 몇 년 고다정 연구팀의 약물 연구 덕분에 암세포 억제제가 꾸준히 개진되긴 했지만 암세포를 철저히 소멸할 수는 없어 암에 걸린 후 결국 치료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이 뉴스는 방송되자마자 많은 행인의 주의를 끌었다.인터넷에서도 큰 화제가 됐고 고다정에 대한 축복이 쏟아졌다.[고 원장님이 해낼 줄 알았어!][너무 기쁜데 어떡하지? 우리나라를 빛낸 고 원장님을 지지하기 위해 약방에 가서 그 회사 약들을 대량 구매할 거야.][나도. 우리 집에는 환자가 없지만 이 약들을 필요한 기관에 기증할 수 있어!][하하하, 속이 다 시원하네. 그때 고 원장님이 안 된
열 몇 시간 후 비행기는 드디어 평온하게 착륙했다. 여준재가 낮은 소리로 옆에서 달게 자는 아내를 깨웠다.“여보, 일어나요.”그 소리에 고다정이 눈을 뜨더니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눈앞의 낯선 환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여기 어디예요?”“아직 비밀이에요. 비행기에서 내리면 알 거예요.”여준재는 그녀의 손을 잡고 비행기에서 내린 후 공항을 나섰다.그들을 마중 나온 차량이 벌써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차에 탄 후 고다정이 또 한 번 참지 못하고 물었다.“우리 지금 어디 가요?”“먼저 밥 먹으러 가요. 지금 너무 배고프죠?”여준재가 기사에게 근처의 가장 좋은 레스토랑으로 가자고 말했다.고다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할 때 아무것도 먹지 않은 데다 이렇게 장시간 비행한 까닭에 확실히 배가 고팠다.레스토랑에 도착한 두 사람은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룸에 들어갔다.주문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레스토랑 직원이 예쁘게 플레이팅된 음식들을 들여왔다.훈훈하고 달콤한 분위기 속에서 여준재가 고다정의 식사를 챙겼다.이때 고다정의 휴대폰이 울렸는데, 국내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엄마, 아빠랑 같이 어디 갔어요?”쌍둥이의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이 목소리를 들은 고다정은 갑자기 뜨끔했다.“컥컥, 엄마랑 아빠가 일이 있어서 외출했어. 며칠 뒤에 돌아오니까 집에 얌전히 있어. 할머니, 할아버지 말을 잘 듣고. 알았지?”“흥! 엄마랑 아빠가 둘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몰래 나간 거잖아요.”쌍둥이가 직접 고다정의 거짓말을 폭로했다.고다정은 무안해하며 도와달라는 듯 여준재를 바라보았다.당연히 아내 편인 여준재는 휴대폰을 받아 들고 말했다.“아빠와 엄마가 신혼여행 중이야. 돌아갈 때 너희 선물을 사 갈게.”말하고 나서 그는 직접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기 건너편에서 신호가 끊긴 스마트워치를 바라보는 쌍둥이의 앳된 얼굴에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아빠 나빠.”“너무 나빠!”쌍둥이는 아빠한테 잔뜩 화가 났다.이때 임은미가 오더니 그들의 안색이 안 좋은
이 말이 나오자 고다정과 임은미는 서로 마주 보며 웃더니 손을 잡고 무대 옆으로 나와 하객들을 등지고 섰다.“부케를 받은 사람은 내년에 솔로 탈출합니다.”두 사람이 부케를 던진 후 뒤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자가 입을 열었다.“부케를 누가 받았는지 신부님들 뒤를 돌아보세요.”고다정과 임은미는 두 젊은 아가씨가 부케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축복의 말을 건넸다.“두 분도 내년에 행복을 찾길 바랍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두 아가씨가 감사 인사를 했다.사람들 뒤에 서 있던 구남준은 속이 답답하기 그지없었다.분명 자기도 동작이 빠른데 부케를 하나도 받지 못하다니. 설마 평생 혼자 살 운명인가?...결혼식이 끝난 후 신혼방으로 돌아온 두 사람.“피곤하죠? 좀 쉴래요?”여준재가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안쓰러워했다.“아니요. 방금 결혼식장에서 잠깐 쉬었더니 지금 괜찮아요. 당신 먼저 옷부터 갈아입어요.”고다정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알았어요. 고생했어요, 여보.”순간 여준재가 고다정을 꽉 껴안더니 다정하게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여준재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고다정은 황급히 그의 입술을 피하더니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주의를 주었다.“아직 밤도 아닌데, 이미지에 좀 신경 쓰세요.”“당신 앞에서 무슨 이미지에 신경 써요? 당신을 안고 자려는 것뿐인데.”여준재는 이 말을 듣고 억울한 표정으로 고다정을 바라보았다.“알았어요. 놀리지 않을게요.”여준재의 불쌍한 모습을 보고 고다정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당신은 웃을 때 진짜 예뻐요.”여준재가 넋이 나간 듯 고다정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당신도 참.”그의 칭찬에 고다정은 얼굴이 더 빨개졌다.여준재는 고개를 숙이더니 고다정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고다정은 피하려고 했지만 여준재가 그녀를 꽉 껴안고 반항하지 못하게 했다.키스는 오랫동안 지속됐고, 고다정이 호흡 곤란이 올 정도가 돼서야 여준재는 그녀
결혼식 현장은 환상적이었다.전 세계 명문가에서 대표를 파견해 참석했다.이렇게 많은 유명인들 앞이라 고다정과 임은미는 몹시 긴장했다.“준재 씨, 좀... 긴장돼요.”가볍게 입술을 깨물며 여준재를 쳐다보는 고다정의 눈에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 감돌았지만 수줍음과 기대감도 보였다.“괜찮아요. 제가 항상 곁에 있을게요.”여준재가 약간 차가운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더니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긴장 풀어요. 당신은 신부 노릇만 잘하면 돼요. 다른 건 다 저한테 맡겨요.”여준재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마음이 놓이는 대신 열정이 넘치고 약간 기대도 됐다.“신부가 진짜 예쁘네.”“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에요.”“신부네 집안도 보통이 아니래. 여씨 가문이 더 번창하겠어.”하객들이 쑥덕거렸다. 그중 고다정을 부러워하는 상류층 부잣집 따님도 적지 않았다.오늘 여준재는 유난히 멋있었다. 매끈한 양복 차림에 준수한 외모가 불빛 아래에서 유달리 돋보였다.고다정은 여준재와 팔짱을 끼고 사람들의 부러운 눈빛 속에서 천천히 버진로드의 종점을 향해 걸어갔다.두 사람이 무대에 선 후 채성휘와 임은미가 뒤늦게 입장했다.이들 둘도 버진로드를 따라 행진해 여준재와 고다정의 옆에 섰다.결혼식 사회자는 두 쌍의 신랑 신부가 모두 입장한 것을 보고 결혼식의 시작을 알렸다.“존경하는 하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결혼식을 시작합니다!”이 말이 끝나자 무대 아래의 하객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오늘 이 자리에 계신 모든 하객분이 증인이 되어 두 쌍의 신랑 신부가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도록 축복해 주시길 바랍니다.”사회자의 말에 무대 아래에서 또 한 번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여준재 씨는 옆에 있는 아름답고 우아한 신부를 아내로 맞아 평생 사랑하고 아끼고 보호하고 돌보기를 원합니까?”사회자가 웃음 띤 얼굴로 무대 위에 서 있는 여준재를 보며 물었다.“물론입니다!”여준재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한 후 확고한 눈빛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