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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7화 물샐틈없는 수사망

여준재는 깨어났을 때 지독한 약 냄새를 풍기는 새카만 목욕물이 담긴 나무통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그가 어리둥절해할 때 귓가에 성시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깼어?”

“이게 뭐 하는 거예요?”

여준재가 미간을 찌푸리며 캐물었다.

그는 나무통 가장자리를 짚고 일어서려 했지만 일어서기는커녕 하마터면 나무통 안에 고꾸라질 뻔했다.

성시원이 그의 동작을 보고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걸. 나무통이 튼튼하지 않거든.”

여준재가 맥없이 나무통 가장자리에 기대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방금 전의 동작에 온몸의 힘을 쏟은 듯했다.

그는 한참 후에야 숨을 고르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두 손을 들어 올리며 질문했다.

“저 왜 이래요? 왜 이렇게 힘이 없죠?”

“자네 지병이 재발했는데 상황이 안 좋아. 자네 부모님 의견을 물은 후 치료를 시작했어. 한 달 정도 치료하는 동안 힘이 없을 거야.”

성시원은 설명하면서 조제한 약재를 순서대로 나무통에 쏟아 넣었다.

여준재는 진중한 표정을 짓더니 잠시 후 무슨 결정을 내린 듯 일어서려고 버둥거리며 나지막이 말했다.

“지금 치료하지 않겠습니다. 악화되지 않게 관리만 해 주십시오.”

성시원은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덤덤하게 물었다.

“치료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여준재는 힘겹게 고개를 저으면서 일어나 나무통에서 나오려고 애를 썼다.

이때 그의 귓가에 성시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마지막 치료 기회를 놓치게 되어 길어서 10년 안에 죽게 될 거야.”

말을 마친 성시원은 무표정하게 손을 뻗더니 간신히 일어선 여준재를 손쉽게 다시 나무통에 밀어 넣었다.

그는 여준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자네가 다정을 걱정한다는 걸 알아. 하지만 내가 있으니 착실하게 병 치료해. 내 제자가 남편을 잃고 내 손주들이 아빠를 잃는 것을 바라지 않아.”

밀려 넘어진 여준재는 약물을 몇 모금 삼키고 나서야 겨우 몸을 일으켜 앉았다.

성시원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성시원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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