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속에서 독살스러운 기운을 느낀 손건우는 얼굴이 굳어지고 몸도 경직되었다.“여 대표, 나는 오늘 성심성의껏 거래하러 왔어. 그렇게 협박하면 나는 거래를 포기하고 사람을 데리고 떠날 수밖에 없어.”“가기 쉽지 않을걸!”여준재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고다정’이 다쳤다는 것을 확인한 그 순간부터 그는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손건우는 이 말을 듣고 수상함을 눈치챘다.그는 안색이 변하더니 즉시 ‘고다정’ 옆에 다가가 부하가 허리에 차고 있던 비수를 뽑아 ‘고다정’의 목에 갖다 댔다.“여준재, 당신이 주변에 사람을 매복시켰다는 걸 알아. 어디 해 봐. 너의 사람들이 빠른지, 내 칼이 빠른지?”같은 시각 부두에서 몇km 떨어진 거리에서 성시원도 망원경을 통해 이 광경을 목격했다.그리고 여준재가 방금 한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소리 질렀다.“여준재, 정신 차려. 다정을 죽일 셈이야?”무전기에서 전해지는 호통 소리에 여준재는 끝내 이성을 되찾았다.그는 성난 눈으로 손건우를 쏘아보며 이를 악물었다.“다정 씨를 놓아주기만 하면 떠나게 해줄게.”“아니, 아니.”손건우는 고개를 젓더니 불신 가득한 눈으로 여준재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사람을 풀어주면 당신이 바로 생각을 바꿀 것 같아서. 거래가 끝나고 내가 탄 배가 떠난 후 풀어줄게.”이 말을 들은 여준재는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을 정도로 저기압이 됐다.이때 귓가의 무전기에서 성시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그렇게 하겠다고 해.”“알았어. 그렇게 할게.”여준재는 결국 손건우의 요구에 동의했다.뒤이어 그는 부하에게 10개 카트를 배에 오르는 계단으로 옮기라고 지시했다.손건우 쪽에서도 물건을 받을 사람을 내려보냈다.그들은 물건이 문제없는지 확인한 후 옮기기 시작했고, 수십 번을 왔다 갔다 해서 끝내 모든 물건을 배에 실었다.여준재는 배가 점차 부두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급히 소리쳤다.“이제 사람을 풀어줘야지?”“물론이지. 잘 받아!”손건우는 ‘고다정’을 부하에게 넘겨주고는 김창석
“다정 씨는요?”불안감이 극에 달한 여준재는 굳은 표정으로 성시원을 바라보았다.마찬가지로 안색이 안 좋은 성시원이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다정이 이놈들 손에 없어. 어떻게 된 건지는 데려가서 물어봐야 알아.”하지만 이 말을 들은 여준재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더 이상 참지 못해 폭발했다.그는 구남준의 허리에서 총을 뽑아 손건우를 겨누며 독기 서린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말해. 어디다 숨겼어?”하지만 손건우는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시커먼 총구멍을 바라보았다.“재간 있으면 쏴 봐. 하지만 내가 죽으면 당신 여자 행방은 영원히 모르게 되겠지.”그는 여준재가 고다정을 위해 절대 총을 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거들먹거리며 여준재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옆에 있는 김창석은 매우 조용했다.손건우의 말이 한마디는 맞았다. 즉 고다정이 행방불명인 상황에서 이 사람들이 감히 그들을 죽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편히 살게 두지도 않을 것이다.그래서 그는 힘을 아껴 이 두 사람의 손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침묵했다.그런데 이때 총소리가 두 번 연거푸 울렸고, 이어서 손건우의 비명이 하늘에 울려 퍼졌다.땅에 주저앉은 손건우의 허벅지에서 피가 계속 솟구쳐 나왔고, 통증으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끊임없이 실룩거렸다.여준재는 저승사자처럼 그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이제 말할 수 있겠어?”성시원은 동의하지 않는 눈치였지만 말리지 않고 옆에서 보고만 있었다.여준재의 조급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반죽음이 된 손건우와 옆에 서 있는 김창석을 힐끗 보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자네들 나랑 많이 만나 봐서 내가 점잖은 성격이라는 걸 알 거야. 하지만 여 대표는 나와 달라. 내가 말릴 수도 없어. 그러니까 살고 싶으면 순순히 말하는 게 좋을 거야.”이 말이 끝나자 여준재는 김창석에게 총을 겨누었다.그러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김창석이 급히 말했다.“고다정은 정말 우리 손에 없어요. 그날 우리가 고다정을 잡아간 후, 한 시간도 되지 않
비록 매번 발생하는 여준재와 여자들과의 불미스러운 사건들에 대해 성시원은 불만이 많지만 그래도 떠날 때 응급약을 보내왔다.“주인님이 말씀하시길 이 약은 이틀 동안만 효과가 있다고 하셨어요. 하여 이틀 뒤에는 일을 다 처리했든 안 했든 반드시 돌아와야 합니다.”부한은 말을 마치고 손에 든 약병을 건네줬다.사실 더 할말이 있었지만 애써 감췄다.성시원이 원래 전하라고 했던 말은 만약 여준재가 이번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하면 아예 돌아오지 말라고 했었다.하지만 부한도 그녀가 홧김에 한 말이란걸 알고 있었다.여준재가 고다정의 약혼자라는 사실만으로 성시원은 그에게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못하게 막을 것이다.하지만 부한의 내적 갈등을 알 리 없는 여준재는 그저 무표정으로 약병을 건네받은 뒤 가볍게 인사했다.“대신 고맙다고 전해줘요. ”말을 마치고 그는 구남준에게 헬기에 오르자고 지시했다.그날 밤, 여준재는 운산으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부한은 헬기가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야 돌아가서 보고했다.그는 성시원한테 다가와서 공손하게 말했다.“주인님, 여 대표님께서 방금 운산으로 돌아갔습니다.”성시원은 짧게 답한 뒤 이만 돌아가서 쉬라고 했다.한편, 성씨 가문의 저택.여씨 가문의 부부 내외와 강말숙 등 사람들은 마당을 지키고 있었다.그들은 여준재가 돌아오면 고다정의 상황에 대해 여쭤보려고 했다.하지만 새벽이 되어도 여준재와 성시원이 돌아오지 않자 점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사람을 보내서 확인해 보려고 하던 찰나 드디어 하인이 달려오더니 성시원이 돌아왔다고 소식을 전했다.일행들은 재빨리 바깥마당으로 달려갔다.성시원은 그들의 모습을 보고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전혀 놀라지 않았다.여씨 가문의 부부 내외와 강말숙은 성시원이 혼자 돌아온 모습을 보고 다급히 물었다. “어떻게 혼자만 돌아오셨어요? 우리 준재랑 다정이는요?”“먼저 앉으세요. 일이 조금 복잡해서 천천히 말씀드릴게요. ”성시원은 옆의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몇몇 사람은 그녀의 모
여진성의 말을 듣고 나서야 심해영은 성시원이 마지막에 누가 고다정을 데려갔는지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는 걸 알아챘다. 하여 다시 그에게 물었다.“그래서 알아냈어요?”“응, 준재랑 같이 일하는 사람이라더군.”여진성은 기분이 많이 안 좋은 듯 눈살을 한껏 찌푸렸다.이에 반해 어안이 벙벙해하던 심해영은 그의 말에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 여자라고요? 미쳤네!”말을 마치고 순간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안 되겠어요. 내일 당장 돌아갈래요. 그 여자가 이미 다정이한테 손을 썼는데 이러다가 준재가 지금 몸이 허약하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면 분명 그 애한테도 나쁜 짓을 할 거예요!”여진성은 조급해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그 여자의 최종 목표가 여준재인데 지금 상황으로 보면 확실히 위험했기 때문이다.동시에 강말숙과 어린 두 꼬마는 임은미와 채성휘의 보살핌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왔다.강말숙은 임은미의 초췌해진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했다.“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돌아가 쉬어. 내일도 오지 말고 방에서 푹 쉬면 될 것 같아. 요 며칠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다정이가 너한테 지어준 약이 아무 효과도 없게 된 것 같구나.”“저는 걱정하지 마세요. 제 몸은 제가 잘 알아요. 괜찮습니다.”임은미는 강말숙이 자신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지금 상황에 고다정도 곁에 없어서 심리적 압박이 클 것이고 두 아이들도 시름이 놓이지 않았다.강말숙은 자기 몸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임은미의 모습을 보고 감동받은 한편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하여 채성휘에게 당부했다.“내일 자네 아내가 밖에서 돌아다니지 않게 잘 감시해.”말을 마친 뒤, 그녀는 임은미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다시 말을 이었다.“정말 도와주고 싶으면 이틀 동안 자기 몸과 마음을 충분히 휴식시켜. 돌아가서 진짜 무슨 일이라도 터졌을 때 우리를 도울 힘조차 없으면 안 되잖아.”강말숙의 말을 듣고 있던 임은미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거기
유라는 여준재를 쫓아 거실까지 들어왔다.하지만 그녀가 들어서자마자 여준재가 구남준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 방향을 돌림과 동시에 유라와 눈이 마주쳤다. 날카로운 여준재의 시선에 유라의 심장은 철렁 내려앉았으나 애써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왜 이렇게 빤히 쳐다봐?”“유라야, 우리가 알고 지낸 지 거의 십 년이 되지?”그녀의 물음에 답하지도 않은 채 여준재는 유라에게 되물었다.유라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여준재가 왜 갑자기 이걸 물어보는지 알 수 없었다.그녀가 머뭇거리자 여준재는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십 년이면 너도 내 성격이 어떤지 이미 알고 있겠지. 누구든 내가 아끼는 사람을 다치게 한다면 세상 끝까지 쫓아가서 죄를 물을 거란걸.”그의 말을 듣고 나니 유라의 심장은 더욱 빨리 뛰기 시작했다.“왜 그래,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거야?”유라는 애써 모르는 척 하면서 되물었다.여준재는 그녀와 눈이 몇 번이고 마주쳤는데 순간 너무 차가워서 보는 사람을 얼어붙게 만들었다.주위의 공기도 그의 차가운 시선 때문에 순간 음습해졌다.죽어도 반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유라를 보더니 여준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고다정을 어디로 데려갔어!”그의 물음에 유라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여준재가 설마 모든 걸 알아챘나?’유라는 놀란 것과 동시에 이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분명 모든 계획이 주도면밀했고, 더욱이 그녀가 직접 나서서 처리한 일도 아닌데 여준재는 어떻게 그녀를 의심하게 되었을까?잠깐만...아니면 여준재가 아직 고다정을 찾지 못해서 그녀를 떠보려고 온 건 아닐까?순간, 유라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어쨌든, 이 일은 절대 자신과 관련이 있다고 인정하면 안 된다.“무슨 소리야? 고다정 씨는 자기 스승과 함께 성씨 집안에 가서 배사 의식에 참가했잖아. 근데 내가 어떻게 데려올 수 있겠어?”유라는 다시 한번 억울하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하지만 여준재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30분 후, 여준재는 여명호의 전화를 받았다.“보스, 제가 직접 만나봤는데 D 팀 팀장이랑 보스가 저한테 보여줬던 사진 속 인물이랑 달랐습니다.”“알았어.”여준재는 무표정한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유라는 그가 전화를 끊고 난 뒤 아까보다 표정이 어두워진 것을 보고 기지 쪽에서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하여 살짝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모르는 척 물었다.“뭐라고 해?”여준재는 차가운 얼굴로 그녀에게 되물었다.“내가 거기서 증거를 못 찾아내면 이쯤에서 포기할 것 같지?”여준재는 이 일이 분명 유라의 짓이라고 확정 지었다.그의 말에 유라의 미간이 다시 한번 찌푸려지더니 화난 척 소리쳤다.“여준재, 자꾸 억지 부리지 말아줄래? 내가 너를 많이 좋아하는 건 맞아. 그리고 고다정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 그러면 나한테도 기회가 주어질 테니까. 하지만 내가 그따위 감정 때문에 앞뒤 가지리지 않고 일을 벌일 사람처럼 보여? 난 그런 순애보 스타일도 아니고 내가 책임져야 할 식구가 얼마나 많은데 그런 일을 벌이겠어. 그리고 너랑 싸워봤자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내가 더 잘 안다고!”“진짜 내가 고다정을 잡아갔다고 생각하면 증거를 가져와. 아니면 네가 오늘 한 행동에 대해 사과해야 할 거야!”거실의 분위기는 삽시에 엄숙해졌다.그 안에서 여준재와 유라는 팽팽하게 맞서 싸우고 있었다.유라의 단호한 말을 듣고도 여준재는 이 일은 유라와 분명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비록 그는 유라가 어떻게 몇 분 만에 D 팀 팀장의 신분을 바꿨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기억을 믿고 있었다.“증거는 내가 반드시 찾을 거야. 아마 그때 가면 내가 지금처럼 이런 태도로 너를 대하지 않겠지. 만약 네가 정말 네 부하들을 생각한다면 당장 고다정을 풀어주는 게 좋을 거야. 어쨌거나 내 목숨을 살려준 생명의 은인으로서 과거의 잘못은 묻어줄 수 있어. 아니면 진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네가 더 잘 알겠지! ”“말했잖아, 난 고다정을 잡아가지 않았
“가서 차 대기시켜.”구남준은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고 다시 그를 설득하려 했다.하지만 말도 꺼내기 전에 여준재는 날카롭게 그를 쏘아보며 또 다시 외쳤다.“빨리!” 결국 구남준은 가서 차를 준비시킬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10분 정도 지났을 때, 박재경은 여준재의 전화를 받고 술집에서 나왔다.그리고 차에 오른 뒤 여준재의 초췌해진 얼굴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며 물었다.“형, 어디 아파요?”“난 괜찮아. 물어볼 게 있어. 그동안 유라를 데리고 나가 놀면서 뭔가 이상한 점을 못 발견했어?”여준재는 자신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는 재빨리 넘기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박재경은 어리둥절해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상한 점이요?”그리고 몇 초간 생각해 보더니 다시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저는 잘 모르겠던데요?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요?”“별일 아니야, 그럼 여태껏 네가 유라를 데리고 가서 놀았던 곳에 대한 리스트를 나한테 줘.”여준재는 담담하게 말했다.박재경은 그의 말이 어딘가 이상하게 들렸지만 그래도 동의했다.하지만 여준재는 돌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그러다가 구남준에게 눈빛을 한번 보내더니 그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곧바로 노트와 펜을 가져와 박재경에게 넘겨줬다.“도련님, 죄송하지만 빨리 적어주세요. 저희 대표님께서 돌아가서 쉬어야 하거든요.”박재경은 건네받은 노트와 펜을 보고 순간 멍해졌다.“지금 쓰라고요?”살짝 놀란 듯한 얼굴로 그는 여준재를 바라보며 물었다.여준재는 비록 대답하지 않았으나 뜻이 분명했다.뒤늦게 박재경은 노트에 수많은 내용을 적은 뒤 다시 여준재에게 건네줬다.“대략 이 정도에요. 근데 형, 이걸로 뭘 하려는 거예요?”“쓸 일이 있어. 됐다, 들어가서 마저 놀아.”여준재는 가볍게 답한 뒤 박재경더러 이만 가도 된다고 했다.박재경이 자리를 뜬 뒤 여준재는 손에 들고 있던 노트를 구남준에게 주면서 당부했다.“이곳들을 모두 조사해 봐. 유라가 갔던 모든 곳을 샅샅이 조사해 봐야겠어.”구남준은 그를
여준재는 더 이상의 설명은 하지 않았다.하여 재빨리 주제를 돌렸다. “고다정 씨를 찾기 전까지 회사 일은 계속 신경 좀 써주세요. 그리고 결혼 날짜가 연기되었다는 것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 것 같습니다.”이제 그와 고다정의 결혼 날짜가 열흘도 남지 않았다.이 열흘 안에 고다정을 찾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으니 예정일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심해영은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여준재의 시선이 강말숙한테로 옮겨지다가 울상을 하고 있는 두 아이한테서 멈춰졌다.두 아이는 그를 올려다보더니 울먹이면서 물었다.“아빠, 엄마가 너무 걱정돼요. 빨리 찾아주세요.”“아빠가 가능한 빨리 엄마를 찾아올게. 그동안 말 잘 듣고 있어야 해?”여준재는 두 아이에게 약속했다.그러자 그들은 훌쩍이면서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오히려 옆에 있던 강말숙이 걱정스레 말을 건넸다.“너도 몸조심 해, 무슨 일이 있으면 직접 나서지 말고 아랫사람들을 시켜. 네가 쓰러지면 다정이가 돌아온다고 해도 자책만 할 거야.”“그럴게요. 제 몸은 제가 잘 관리하겠습니다.”여준재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했다.그렇게 이틀 동안 여씨 가문의 행적은 매우 조용했다.이 조용함은 유라를 매우 불안하게 만들었다.하여 자기 심복한테 연락해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여준재 쪽은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어?”“우리가 심어놓은 스파이말로는 여준재 씨가 지금 몸이 편치 않아 성시원 어르신이 집에서 치료해 주고 있답니다. 그리고 그의 부하들이 지금 아가씨랑 박재경 씨가 다녀갔던 곳마다 조사하고 있대요. 보아하니 아직도 아가씨가 고다정 씨를 데려갔다는 증거를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디카프리도는 자신이 알아낸 정황을 그녀에게 말해줬다.그의 말에 유라는 코웃음을 쳤다.“마음껏 찾아보라 해, 단서 하나라도 찾아내면 내가 진 걸로 할 테니까!”그러다가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되물었다.“방금 여준재가 아프다고?”문득, 그저께 밤에 여준재한테서 쫓겨났을 때 그가 휠체어에 앉아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