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합에서 진 걸 쿨하게 인정했다면 나도 스승님도 당신들을 괜찮은 사람들로 봤을 텐데. 이런 식으로 사람을 헐뜯다니 정말 너무 역겨워요. 다행히 스승님께서 현명하시니 성씨 가문을 당신들 손에 넘기지 않았지. 만약 넘겼다면 멍청한 당신들 때문에 성씨 가문의 몇백 년의 역사가 더럽혀신졌을 거예요!”고다정의 비꼬는 말을 들은 성재호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다른 사람들도 귀속말로 소곤소곤 의논하기 시작했다.“내가 듣기엔 일리가 있어. 눈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 알 수 있잖아. 고다정 씨가 왜 멍청하게 무조건 이길 시합에 다시 독약을 먹여서 자신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겠어.”“내가 봤을 땐 저 성민준 아버지가 시합에서 지는 걸 원치 않아 하는 것 같아. 그래서 이런 핑계를 대서 다정 씨를 내쫓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다들 잊었어? 동문끼리는 서로 죽이면 안 된다고 선조 때부터 내려오던 규칙이 있었잖아.”“흥, 저 집안은 변한 게 없네. 예전에도 잘난 척하며 둘째 나리를 모함하려다 다른 사람이 덫에 걸려서 둘째 나리 부인과 큰 부인을 적의 손에서 죽게 만든 적이 있잖아.”이 말은 소리가 작지 않았다. 말 속에는 성씨 가문에 대한 원한이 가득 담겨있었다.이 말을 꺼낸 사람은 후회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성시원을 바라봤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조용히 침묵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딱딱해졌다. 고다정도 속으로 깜짝 놀랐다.그녀는 줄곧 스승님이 여자에게 관심이 없어 혼자 지내는 줄 알았었다. 사모님이 계셨던 줄은 몰랐었다.고다정은 차가운 시선으로 다시 성재호 부자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성씨 가문을 성씨 집안의 사람들이 아니라 왜 스승님께서 나에게 넘겨주셨나 했었는데 이 집안사람들 하나같이 멍청하기 짝이 없네.'“성민준 씨, 이제 그만 일어나시죠?”고다정의 차가운 목소리가 정원에 퍼졌다.그녀의 말을 들은 사람들의 시선이 성민준에게로 향했다.주위 사람들의 시선 때문인지 기절한 척 연기를 하던 성민준의 몸이 빳빳이 굳었다
저녁이 다 돼서야 성시원과 고다정은 대화를 마쳤다.고다정은 성시원과 함께 저녁을 먹으려 했지만 성시원이 거절했다.결국 그녀는 먼저 서재에서 나와 두 아이와 외할머니를 찾아가 밥을 먹으려 했다.그녀가 정원 앞에 도착했을 때 안에서 두 아이의 웃음소리와 그녀가 생각지도 못했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정원 안에 들어서자 여준재가 눈을 가리고 두 아이와 함께 술래잡기하는 모습이 보였다.외할머니는 옆에서 그들을 보며 허허 웃고 있었다.이때, 잡히기 싫었던 고하윤은 소리를 지르며 고다정이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고다정을 미처 보지 못한 고하윤은 고다정과 부딪혔다.그녀와 부딪힌 고하윤은 두 걸음 정도 뒤로 물러난 뒤에야 똑바로 설 수 있었다.그제야 그녀를 발견한 고하윤은 기뻐하며 말했다.“엄마 오셨어요?”고하윤의 말을 들은 고하준과 강말숙도 그녀가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여준재도 눈을 가리고 있던 천을 풀고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고다정을 바라봤다.그녀도 여준재를 바라봤다.그렇게 둘은 달달하게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언제 왔어요?”고다정이 고하윤의 손을 잡고 그에게로 걸어갔다. 그녀는 그리워하던 눈앞의 남자를 보며 물었다.여준재는 입꼬리를 올리고 씩 웃으며 말했다.“다정 씨가 위엄을 떨치고 있을 때 왔어요.”그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그가 오전에 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온 지 그렇게 오래됐으면서 왜 나에게 한마디 말도 없었어요?”“다정 씨와 어르신께서 바쁘신 것 같아 얘기 안 했어요. 그리고 다정 씨를 깜짝 놀래 주고 싶었어요.”여준재는 앞으로 다가가 고다정의 손에 깍지를 끼며 물었다.“일은 다 끝난 거예요?”고다정은 그를 흘기며 가볍게 머리를 끄덕였다.“네. 거의 다 끝났어요. 나머지는 배사의식이 끝난 뒤에 스승님께서 처리해 주실 거예요.”“그럼 이렇게 해요. 요 며칠 우리 가족 밖에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와요. 준이와 윤이도 밖에 나가 본 적이 없다고 그러더라고요.”여준재가 자신의
성민준의 질의에 김창성이 대답하려고 했지만 다시 귓가에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저 알 것 같아요. 김창석 씨가 분명히 작은아버지 부하들이랑 손잡고 우리 집에 잠입해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김창석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침대에 앉아 확신하는 성민준을 바라봤다.Comment by e: 맞추다는 맞히다의 잘못된 표현'무식한 것들. 이러니까 성시원에게 버림받지.'김창석의 불쾌해하는 모습을 본 성재호가 미간을 찌푸리고 성민준을 나무랐다.“넌 좀 조용히 해.”말을 마친 그는 머리를 들고 김창석을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한 말 무슨 뜻이야?”“말 그대로입니다. 어르신께서는 저와 손잡을 마음이 있으신지요? 제가 고다정 그년을 없애고 아드님에게 후계자 신분을 드릴 수 있습니다.”김창석이 성재호에게 솔깃한 제안을 건넸다.성재호도 그의 말에 솔깃했지만 이상의 끈을 잡고 바로 동의하지 않았다.이십 년 전에 있었던 그 일이 그에게 깊은 교훈을 가져다줬다. 김창석은 성시원과 성씨 가문을 배신한 적이 있었다. 성재호는 성시원을 모함하고 싶었지만 성씨 가문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그때 일을 떠올리며 성재호가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넌? 네 조건은 뭐야?”성재호가 자신을 바로 믿지 않을 걸 알고 있었던 김창석은 미리 준비해 두었던 핑곗거리를 말했다.“제 조건은 도련님께서 후계자가 되신 후, 저의 지명 수배령을 취소하는 겁니다.”성씨 가문의 지명 수배령은 국제 수배령과 비슷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만약 김창석이 자신에게 뒷길을 마련해 놓지 않았더라면 일찍이 성시원에게 잡혔을 거다.그의 말을 들은 성재호는 의외라는 듯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김창석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네 조건은 그것밖에 없어?”“네. 이것뿐입니다. 어르신께서 믿지 못하신다면 저도 어찌할 방법이 없네요.”김창석이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여유롭게 그를 마주 봤다.성재호는 어두운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사람의 목적이 이렇게 간단하지
고다정은 말을 끝내기 바쁘게 바로 후회했다.'고다정 미쳤네. 미쳤어. 예전 그 일은 스승님의 상처인데 그걸 또 까맣게 잊고 들추어내다니.'“저, 스승님. 제가 했던 말은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전 이만 친구 만나러 가볼게요.”그녀는 하하 웃으며 조금 전의 사실을 어물쩍 넘어가려 했다.이때, 성시원의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어딜 도망가. 왜, 네 스승인 내가 지나간 일을 직면할 수 없을까 봐 그러는 거야?”고다정은 걸음을 멈추고 바보처럼 웃으며 돌아서서 온화한 표정의 성시원을 바라봤다.“전 그저 스승님께서 옛날 일에 대해 말씀을 안 해주셔서 물어본 것뿐이에요.”“말하지 않은 건 이미 지나간 일이기 때문이야. 말할 게 없어.”성시원이 담담하게 말하자 고다정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스승님께서는 이제 괜찮으신 거예요?”궁금해 죽겠다는 고다정의 눈빛을 바라보며 성시원은 대답해 주지 않았다.“방금 친구들 만나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 왜 아직도 안 가고 있어?”“...”고다정은 할 말을 잃은 채 결국 자리를 떠났다.성시원이 예전 일을 진짜로 내려놨든 아니든 그녀는 제자로서 자신의 호기심 때문에 스승님의 아픈 상처를 들추어낼 자격이 없었다.몇 분 뒤, 그녀는 자기 집 정원에 도착했다. 북적북적한 말소리도 들리고 고기 굽는 냄새도 바람 타고 풍겨왔다.정원에 들어선 고다정은 고기를 굽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했다.“맛있겠다.”“엄마, 돌아오셨어요?”두 아이는 고다정을 보고 기름진 얼굴로 달려왔다.아이들 뒤로 임은미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고기를 구우며 그녀에게 소리쳤다.“다정아, 빨리 와서 내가 구운 것들 좀 먹어봐. 예전보다 굽는 솜씨가 더 좋아진 것 같아.”그녀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두 아이와 함께 사람들 쪽으로 걸어갔다.“어머님, 아버님, 신수 어르신, 원빈 어르신 그리고 채 선생님 정말 미안해요. 오늘 바쁜 일 때문에 마중 나가지 못했어요. 제 스승님께서도 접대가 소홀한 것 같다고 미안해하고 계세요. 그래서 성씨
늦은 시각, 그들은 바비큐 파티를 끝내고 돌아가서 휴식할 준비를 했다.이때, 고다정이 임은미를 불렀다.“은미야, 속이 더부룩해서 그러는데 나와 함께 화원에 가서 좀 걷자.”“화원? 좋지.”임은미는 고다정이 왜 자신을 불렀는지 의아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옆에 있던 여준재는 미간을 찌푸리고 알 수 없다는 듯이 고다정을 바라봤다.여준재의 의아한 표정을 본 고다정은 그의 곁으로 가서 둘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은미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요. 준이와 윤이 데리고 먼저 방에 가 있어요. 금방 돌아올게요.”엄숙한 표정으로 말하는 고다정을 본 여준재는 더는 묻지 않았다.“그럼 빨리 돌아와요. 방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말을 마친 그는 피곤해하는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떠났다.임은미도 남자친구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성휘 씨도 돌아가요. 나와 다정이는 소화도 시킬 겸 좀 걷다가 들어갈게요.”“...”채성휘는 어이가 없었지만 흥이 나 있는 여자친구를 보며 별말 하지 않았다.그들이 떠난 뒤, 정원에는 임은미와 고다정만이 남게 됐다.임은미는 다정하게 고다정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소화시키러 가자.”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와 함께 화원으로 걸어갔다.가는 길에 임은미는 가볍게 뛰며 고요한 주위를 둘러보다가 감탄했다.“그러고 보니 우리 이렇게 밖에서 산책한 지 오래됐네.”“그러네. 한동안 걷지 않았었네.”고다정이 그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내 그녀는 자신이 임은미를 왜 불러냈는지 생각하고는 걸음을 멈추고 임은미에게 말했다.“손 줘봐.”“왜 그래?”임은미는 의아했지만 고분고분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고다정은 말없이 그녀의 손을 잡고 맥을 짚어봤다.시간은 일분일초 흘러갔고 임은미는 엄숙한 고다정의 표정을 보며 불안해했다.“다정아, 나 무슨 병이라도 걸린 거야?”“저쪽 손도 줘봐.”고다정은 바로 대답해 주지 않고 임은미에게 다른 한쪽 손도 달라고 말했다.어찌할 방법이 없었던 임은미는 다른 한쪽
채성휘는 발그레해진 임은미의 볼을 보고 관심하며 물었다.“열나는 거예요? 얼굴이 빨개요.”“조금 전까지 멀쩡했는데 나갔다 왔다고 열이 나진 않죠.”임은미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그도 약사지만 남다른 의학 상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채성휘는 모르는 게 아니라 마음속의 걱정이 기본 상식을 잊게 만든 것이었다.“열나는 게 아니면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요?”“아휴, 더 이상 물어보지 말아요. 나 성휘 씨에게 할 말이 있어요.”임은미가 쑥스러워하며 화제를 돌렸다.설마 고다정이 맥을 짚어본 뒤 그녀에게 절제하라고 한 얘기를 채성휘에게 말하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채성휘는 갑자기 화를 내를 그녀를 보며 의아하다고 느꼈지만 그래도 좋게 말했다.“알았어요. 물어보지 않을게요. 나에게 말하려고 하는 게 뭐예요?”“나...”임은미는 머뭇거리다가 채성휘의 의아한 눈빛을 보고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말을 꺼냈다.“나 임신했어요!”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방안은 고요해졌다.임은미는 아무런 반응도 없는 남자를 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왜 말이 없어요? 이 아기 지우고 싶은 거예요?”그녀의 말을 들은 채성휘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며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었다.“아니요. 난 그런 뜻이 아니에요. 은미 씨 깊게 생각하지 말아요. 내가 방금 너무 놀랐어요.”“진짜예요?”임은미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바라봤다.채성휘도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보고는 그녀를 침대에 앉히며 말했다.“그럼요. 진짜예요. 방금 나가서 걷다가 와서 피곤하죠? 내가 뜨거운 물을 받아 올 테니 발 좀 담가요. 임산부들이 밤에 편히 자기 힘들다고 들었어요. 아 참, 내일 다정 씨에게 임신 기간에 어떤 걸 조심해야 하는지 물어보고 올게요. 그리고 여기서 돌아가는 대로 양가 부모님들을 찾아 봬야 할 것 같아요. 빨리 결혼식 준비를 해야겠어요. 은미 씨 배가 불러온 뒤에 드레스를 입으면 예쁘지 않잖아요.”그녀는 말하면서 한편으로 뜨거운 물을 준
성씨 가문의 사당은 저택의 제일 안쪽에 있는 남북으로 통하는 정원에 자리 잡고 있었다.주변에 있는 건물들도 깨끗해 보이는 것이 매년 정성 들여 관리를 한 것 같았다.고다정이 도착했을 때 정원에는 적지 성씨 가문의 사람들이 이미 자리하고 있었다.하지만 대부분이 적손이 아닌 사람들이었고 적손인 사람들로는 고다정과 그녀의 스승 그리고 성재호뿐이었다.고다정은 성재호의 원망 가득한 눈빛을 무시하고 엄숙한 표정으로 성시원의 아래쪽에 자리를 잡고 섰다.그렇게 그들이 몇 분을 더 기다리자 성씨 가문의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그제서야 성시원은 부한에게 다음 절차를 시작할 것을 지시했다.“사당 문을 열겠습니다.”부한의 말이 떨어지자 도우미들이 굳게 닫혀 있던 사당 문을 열었다.이를 본 부한이 계속 이어 말했다.“주인님은 앞으로 나가서 향에 불을 붙이고 조상님들께 인사해 주세요.”복잡한 예의 절차로 인해 제사는 반 시간이나 지나서야 끝이 났다. 그 다음으로는 배사의식이 시작되었다.“오늘 사당 문을 열고 조상님들을 찾아뵌 건 두 가지 일 때문입니다.”성시원이 계단 위에 서서 엄숙한 표정으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첫 번째는 여기 계신 모든 분께서 알다시피 성민준과 제 제자가 시합을 했었습니다. 성민준이 진다면 그들은 성씨 가문에서 분가해서 나가 따로 가문을 세우기로 했었습니다. 이에 승복하시나요? 성재호 씨, 이의 있습니까?”“분가하는 건 이의 없습니다. 그러나 내 아들이 중독된 사실에 대해서는 가주께서 해명을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성재호가 어두운 표정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시합은 되돌릴 수 없는 방법이 없다는 걸 그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고다정이 성씨 가문의 후계자가 되는 게 못마땅했다.그는 바로 무릎을 꿇고 성시원의 뒤에 있는 조상님들의 위패를 보며 소리쳤다.“스승님들께서 세운 규칙이 동문 간에 서로 해하면 안 된다는 게 아니었습니까? 제 아들이 시합에서 진 건 인정합니다. 이에 불만 없습니다. 하지만 누군
사용인은 고다정이 떠나가는 모습을 보고 급히 쫓아왔다.“사모님, 지금 하윤 아가씨와 하준 도련님을 찾으러 가시는 거라면 제가 마지막에 있었던 장소를 알고 있습니다.”“안다고요? 그럼 빨리 앞장서요.”아이들이 위험에 빠지면 어쩌지? 머릿속에 이 생각밖에 없는 고다정은 사용인의 말에서 이상한 점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소담과 화영도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다.그들도 고다정과 마찬가지로 쌍둥이가 몹시 걱정됐다.그들은 심지어 쌍둥이가 실종된 것이 큰 집의 음모와 연관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그렇게 세 사람은 사용인을 따라 점점 더 외진 곳으로 갔다.주변에 널린 폐가를 보고 끝내 이상함을 눈치챈 고다정은 미간을 찌푸렸다.깔끔한 성격인 준이와 윤이는 절대 이렇게 황폐한 곳에 놀러 올 리가 없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고다정은 급히 발걸음을 멈추었다.소담과 화영은 그녀의 굳은 표정을 보고 걱정스레 물었다.“작은 사모님, 왜 그러세요?”이때 사용인은 고다정이 근처의 작은 문 앞에서 멈춰 선 것을 발견하고 급히 고다정을 불렀다.“작은 사모님, 빨리 오세요. 이 문을 나가면 하윤 아가씨와 하준 도련님이 실종된 곳에 도착합니다.”“아까 준재 씨가 사람을 보내 두 아이를 찾고 있다 하지 않았어요? 왜 오는 길에 다른 사람들을 보지 못했죠?”고다정은 그 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서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용인을 바라보았다.그러자 사용인의 표정이 확 변했다.그녀가 변명하려 할 때 고다정이 재차 질문했다.“그리고 준이, 윤이가 실종됐다고 했다가 또 실종된 곳을 안다고, 앞뒤가 맞지 않잖아요? 말해요. 누가 보냈어요?”이 말을 들은 사용인은 한참 동안 고다정을 지그시 쳐다보더니 갑자기 비아냥거렸다.“반응이 빠르네요. 이렇게 빨리 수상한 점을 감지하다니. 그런데 아쉽지만 알아채도 이미 늦었어요.”그녀는 우쭐거리며 손뼉을 두 번 쳤다.고다정은 그녀의 동작을 보고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우리 돌아가요.”소담과 화영이 즉시 그녀의 손을 잡고 되돌아가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