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준의 기절로 인해 시합은 중단되었고 내일 성민준이 깨어나는 것을 보며 다시 시합하기로 했다.대중들은 이내 뿔뿔이 흩어졌다.고다정도 성시원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가서 다시 한번 해독했다.반 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몸에 남아있던 독을 완전히 빼냈지만 고다정은 여전히 기운이 없었다.“돌아가 쉬어. 내일은 두 번의 시합이 있잖아. 기운을 차려야 내일도 잘 대처할 수 있지.”성시원이 손을 저으며 고다정에게 돌아가 보라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고다정은 가만히 서서 그를 뚫어지게 바라봤다.“왜 그렇게 보고 있어?”성시원이 눈썹을 치켜세우고 묻자 고다정은 히죽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스승님, 아까 일부러 성민준의 화를 돋궈 쓰러지게 만든 거죠?”성시원은 온화한 성격이었다. 그렇게 독한 말을 내뱉을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고다정의 궁금해 죽겠다는 눈길을 보며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다정이가 아직 정신이 있나 보네? 그럼 계속 관리자를 만나보던가.”말을 마친 그는 관리자를 불렀다.“스승님 갑자기 가슴이 너무 답답해요. 아까 독을 깨끗하게 빼내지 못한 것 같아요. 방에 돌아가서 해독제 좀 만들어야겠어요.”고다정은 황급히 스승님이 하려는 말을 끊고 가슴을 움켜쥐고는 방을 나갔다.스승님 말대로 한다면 그녀는 오늘 휴식 시간조차 없었기에 일부러 아픈 척 한 거였다.피곤했던 고다정은 방에 돌아오기 바쁘게 침대에 누웠다.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든 그녀는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져서야 잠에서 천천히 깨어났다.그녀가 막 일어나 앉으려 할 때 귓가에 두 아이의 기쁜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깨어나셨어요?”“엄마, 어디 불편하신 곳은 없어요?”두 아이가 관심하며 고다정을 바라봤다.옆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강말숙도 관심하며 다가와서 말했다.“깨어났구나. 먼저 물부터 마셔. 오래 잤으니 목마르지.”손에 들고 있던 물컵을 고다정에게 건네주며 강말숙이 말했다.고다정은 약한 목소리로 고맙다 인사한 뒤 물컵을 건네받아 두 모금 정도 마시고 물었다.“다들 여기엔
다음 날 아침, 고다정이 깨어나자 소담은 핸드폰을 들고 그녀에게로 다가갔다.“사모님, 어젯밤 대표님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사모님께서 휴식하고 있어서 깨우지 않았습니다. 대표님께 전화를 해보십시오.”“알았어요. 소담 씨는 가서 아침 먹어요.”고다정은 고맙다고 말하며 핸드폰을 건네받고 여준재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의 전화를 받은 여준재가 관심하며 물었다.“몸은 좀 어때요? 어디 불편한 곳은 없어요?”그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여준재가 어제 자신이 시합한 사실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괜찮아요. 걱정 많이 했죠?”“내가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다시는 그렇게 위험한 일 하지 말아요.”전화기 너머에서 여준재의 나무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고다정이 여준재와 함께한 뒤, 여준재가 처음 그녀에게 엄한 태도로 말했다. 그에 그녀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듣고 있을 뿐이었다.그녀는 어색한 듯 코끝을 만지작거렸다. 어제 일로 여준재가 화났다는 것을 안 그녀는 온갖 좋은 말들을 하며 여준재를 달랬다.“내가 잘못했어요. 앞으로 다시는 나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게요. 그러니까 준재 씨, 화내지 말아요. 네?”“미안하다고 말하고 있는 사람이 성의가 너무 없는데요.”여준재가 오만한 태도로 헛기침을 했다.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었던 고다정은 그에게 몇 가지를 더 약속했다.그녀가 몇 분 동안 여준재를 달래주자 그도 더는 화를 내지 않고 어제 시합에 관해 물었다.“어르신께서 세 차례 시합을 해야 된다고 그러던데 오늘은 또 무슨 시합을 하는 거예요?”“오늘은 아마 약재를 분별할 거예요. 마지막 시합은 약재를 캐는 거고요.”고다정이 시합 내용을 그대로 알려주며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스승님께서 준재 씨에게 말해주지 않으셨어요?”여준재는 헛기침을 하며 둘러댔다.“다정 씨가 중독됐다는 소리를 듣고 걱정하자 어르신께서 얘기하지 않으셨어요.”여준재는 더는 이 사실에 관해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화제를 돌려 성씨 가문에 관해 이야기했다.
성민준이 시원시원하게 대답하는 모습을 보며 고다정은 의외라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그의 담담한 태도에 고다정은 이상함을 느꼈다.그녀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성민준이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고 다음 시합을 준비했다.2차 시합은 약재를 분별하는 시합이다.심판이 천 가지 약재를 준비하여 그들에게 주면, 그들은 한 시간 동안 약재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한 시간이 지나면 약재들은 심판이 다시 거두어 가고 참가자들은 반 시간 안에 백 가지 약재의 이름과 효능을 써야 했다. 빠르고 정확하게 적어낸 사람의 승리였다.심판이 규칙을 말하기 바쁘게 성씨 가문의 도우미가 약재들을 들고 나왔다.천 가지 약재들이 놓인 정원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모두 숨을 죽이고 고다정과 성민준이 약재를 살펴보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두 사람이 약재를 살펴보는 속도를 보고 정원에 있던 사람들 모두 이번 시합도 고다정의 승리로 예상했다.성민준은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기에 기운이 없어 보였다. 약재를 드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보였다. 나중에 백 가지 약재의 이름과 효능에 대해서도 적어야 하는데 얼마나 많은 글자를 적어야 할지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 수 있었다.사실도 그러했다.주어진 시간이 끝나고 고다정은 백 가지 약재중 두 개만 틀렸다.하지만 성민준은 50개도 쓰지 못했다.“발표하겠습니다. 시합은 끝났고 고다정 씨의 승리입니다. 삼판 이승제에서 고다정 씨가 두 번을 이겼기 때문에 더 이상의 시합은 없습니다.”심판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성민준은 새빨간 피를 토해냈다.그를 본 성재호의 얼굴이 급격히 변했다. 그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민준아, 왜 그래?”“아버지, 저 여자가... 날 해쳤어요.”성민준이 겨우 의식을 붙잡고 고다정을 가리키며 힘겹게 말했다.고다정은 눈썹을 치켜뜨며 속으로 '그럼 그렇지'하고 생각했다.분명히 이기지 못할 시합을 왜 계속하려고 했나 했더니 이 부자는 여기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였다.
“시합에서 진 걸 쿨하게 인정했다면 나도 스승님도 당신들을 괜찮은 사람들로 봤을 텐데. 이런 식으로 사람을 헐뜯다니 정말 너무 역겨워요. 다행히 스승님께서 현명하시니 성씨 가문을 당신들 손에 넘기지 않았지. 만약 넘겼다면 멍청한 당신들 때문에 성씨 가문의 몇백 년의 역사가 더럽혀신졌을 거예요!”고다정의 비꼬는 말을 들은 성재호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다른 사람들도 귀속말로 소곤소곤 의논하기 시작했다.“내가 듣기엔 일리가 있어. 눈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 알 수 있잖아. 고다정 씨가 왜 멍청하게 무조건 이길 시합에 다시 독약을 먹여서 자신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겠어.”“내가 봤을 땐 저 성민준 아버지가 시합에서 지는 걸 원치 않아 하는 것 같아. 그래서 이런 핑계를 대서 다정 씨를 내쫓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다들 잊었어? 동문끼리는 서로 죽이면 안 된다고 선조 때부터 내려오던 규칙이 있었잖아.”“흥, 저 집안은 변한 게 없네. 예전에도 잘난 척하며 둘째 나리를 모함하려다 다른 사람이 덫에 걸려서 둘째 나리 부인과 큰 부인을 적의 손에서 죽게 만든 적이 있잖아.”이 말은 소리가 작지 않았다. 말 속에는 성씨 가문에 대한 원한이 가득 담겨있었다.이 말을 꺼낸 사람은 후회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성시원을 바라봤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조용히 침묵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딱딱해졌다. 고다정도 속으로 깜짝 놀랐다.그녀는 줄곧 스승님이 여자에게 관심이 없어 혼자 지내는 줄 알았었다. 사모님이 계셨던 줄은 몰랐었다.고다정은 차가운 시선으로 다시 성재호 부자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성씨 가문을 성씨 집안의 사람들이 아니라 왜 스승님께서 나에게 넘겨주셨나 했었는데 이 집안사람들 하나같이 멍청하기 짝이 없네.'“성민준 씨, 이제 그만 일어나시죠?”고다정의 차가운 목소리가 정원에 퍼졌다.그녀의 말을 들은 사람들의 시선이 성민준에게로 향했다.주위 사람들의 시선 때문인지 기절한 척 연기를 하던 성민준의 몸이 빳빳이 굳었다
저녁이 다 돼서야 성시원과 고다정은 대화를 마쳤다.고다정은 성시원과 함께 저녁을 먹으려 했지만 성시원이 거절했다.결국 그녀는 먼저 서재에서 나와 두 아이와 외할머니를 찾아가 밥을 먹으려 했다.그녀가 정원 앞에 도착했을 때 안에서 두 아이의 웃음소리와 그녀가 생각지도 못했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정원 안에 들어서자 여준재가 눈을 가리고 두 아이와 함께 술래잡기하는 모습이 보였다.외할머니는 옆에서 그들을 보며 허허 웃고 있었다.이때, 잡히기 싫었던 고하윤은 소리를 지르며 고다정이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고다정을 미처 보지 못한 고하윤은 고다정과 부딪혔다.그녀와 부딪힌 고하윤은 두 걸음 정도 뒤로 물러난 뒤에야 똑바로 설 수 있었다.그제야 그녀를 발견한 고하윤은 기뻐하며 말했다.“엄마 오셨어요?”고하윤의 말을 들은 고하준과 강말숙도 그녀가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여준재도 눈을 가리고 있던 천을 풀고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고다정을 바라봤다.그녀도 여준재를 바라봤다.그렇게 둘은 달달하게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언제 왔어요?”고다정이 고하윤의 손을 잡고 그에게로 걸어갔다. 그녀는 그리워하던 눈앞의 남자를 보며 물었다.여준재는 입꼬리를 올리고 씩 웃으며 말했다.“다정 씨가 위엄을 떨치고 있을 때 왔어요.”그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그가 오전에 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온 지 그렇게 오래됐으면서 왜 나에게 한마디 말도 없었어요?”“다정 씨와 어르신께서 바쁘신 것 같아 얘기 안 했어요. 그리고 다정 씨를 깜짝 놀래 주고 싶었어요.”여준재는 앞으로 다가가 고다정의 손에 깍지를 끼며 물었다.“일은 다 끝난 거예요?”고다정은 그를 흘기며 가볍게 머리를 끄덕였다.“네. 거의 다 끝났어요. 나머지는 배사의식이 끝난 뒤에 스승님께서 처리해 주실 거예요.”“그럼 이렇게 해요. 요 며칠 우리 가족 밖에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와요. 준이와 윤이도 밖에 나가 본 적이 없다고 그러더라고요.”여준재가 자신의
성민준의 질의에 김창성이 대답하려고 했지만 다시 귓가에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저 알 것 같아요. 김창석 씨가 분명히 작은아버지 부하들이랑 손잡고 우리 집에 잠입해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김창석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침대에 앉아 확신하는 성민준을 바라봤다.Comment by e: 맞추다는 맞히다의 잘못된 표현'무식한 것들. 이러니까 성시원에게 버림받지.'김창석의 불쾌해하는 모습을 본 성재호가 미간을 찌푸리고 성민준을 나무랐다.“넌 좀 조용히 해.”말을 마친 그는 머리를 들고 김창석을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한 말 무슨 뜻이야?”“말 그대로입니다. 어르신께서는 저와 손잡을 마음이 있으신지요? 제가 고다정 그년을 없애고 아드님에게 후계자 신분을 드릴 수 있습니다.”김창석이 성재호에게 솔깃한 제안을 건넸다.성재호도 그의 말에 솔깃했지만 이상의 끈을 잡고 바로 동의하지 않았다.이십 년 전에 있었던 그 일이 그에게 깊은 교훈을 가져다줬다. 김창석은 성시원과 성씨 가문을 배신한 적이 있었다. 성재호는 성시원을 모함하고 싶었지만 성씨 가문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그때 일을 떠올리며 성재호가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넌? 네 조건은 뭐야?”성재호가 자신을 바로 믿지 않을 걸 알고 있었던 김창석은 미리 준비해 두었던 핑곗거리를 말했다.“제 조건은 도련님께서 후계자가 되신 후, 저의 지명 수배령을 취소하는 겁니다.”성씨 가문의 지명 수배령은 국제 수배령과 비슷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만약 김창석이 자신에게 뒷길을 마련해 놓지 않았더라면 일찍이 성시원에게 잡혔을 거다.그의 말을 들은 성재호는 의외라는 듯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김창석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네 조건은 그것밖에 없어?”“네. 이것뿐입니다. 어르신께서 믿지 못하신다면 저도 어찌할 방법이 없네요.”김창석이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여유롭게 그를 마주 봤다.성재호는 어두운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사람의 목적이 이렇게 간단하지
고다정은 말을 끝내기 바쁘게 바로 후회했다.'고다정 미쳤네. 미쳤어. 예전 그 일은 스승님의 상처인데 그걸 또 까맣게 잊고 들추어내다니.'“저, 스승님. 제가 했던 말은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전 이만 친구 만나러 가볼게요.”그녀는 하하 웃으며 조금 전의 사실을 어물쩍 넘어가려 했다.이때, 성시원의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어딜 도망가. 왜, 네 스승인 내가 지나간 일을 직면할 수 없을까 봐 그러는 거야?”고다정은 걸음을 멈추고 바보처럼 웃으며 돌아서서 온화한 표정의 성시원을 바라봤다.“전 그저 스승님께서 옛날 일에 대해 말씀을 안 해주셔서 물어본 것뿐이에요.”“말하지 않은 건 이미 지나간 일이기 때문이야. 말할 게 없어.”성시원이 담담하게 말하자 고다정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스승님께서는 이제 괜찮으신 거예요?”궁금해 죽겠다는 고다정의 눈빛을 바라보며 성시원은 대답해 주지 않았다.“방금 친구들 만나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 왜 아직도 안 가고 있어?”“...”고다정은 할 말을 잃은 채 결국 자리를 떠났다.성시원이 예전 일을 진짜로 내려놨든 아니든 그녀는 제자로서 자신의 호기심 때문에 스승님의 아픈 상처를 들추어낼 자격이 없었다.몇 분 뒤, 그녀는 자기 집 정원에 도착했다. 북적북적한 말소리도 들리고 고기 굽는 냄새도 바람 타고 풍겨왔다.정원에 들어선 고다정은 고기를 굽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했다.“맛있겠다.”“엄마, 돌아오셨어요?”두 아이는 고다정을 보고 기름진 얼굴로 달려왔다.아이들 뒤로 임은미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고기를 구우며 그녀에게 소리쳤다.“다정아, 빨리 와서 내가 구운 것들 좀 먹어봐. 예전보다 굽는 솜씨가 더 좋아진 것 같아.”그녀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두 아이와 함께 사람들 쪽으로 걸어갔다.“어머님, 아버님, 신수 어르신, 원빈 어르신 그리고 채 선생님 정말 미안해요. 오늘 바쁜 일 때문에 마중 나가지 못했어요. 제 스승님께서도 접대가 소홀한 것 같다고 미안해하고 계세요. 그래서 성씨
늦은 시각, 그들은 바비큐 파티를 끝내고 돌아가서 휴식할 준비를 했다.이때, 고다정이 임은미를 불렀다.“은미야, 속이 더부룩해서 그러는데 나와 함께 화원에 가서 좀 걷자.”“화원? 좋지.”임은미는 고다정이 왜 자신을 불렀는지 의아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옆에 있던 여준재는 미간을 찌푸리고 알 수 없다는 듯이 고다정을 바라봤다.여준재의 의아한 표정을 본 고다정은 그의 곁으로 가서 둘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은미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요. 준이와 윤이 데리고 먼저 방에 가 있어요. 금방 돌아올게요.”엄숙한 표정으로 말하는 고다정을 본 여준재는 더는 묻지 않았다.“그럼 빨리 돌아와요. 방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말을 마친 그는 피곤해하는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떠났다.임은미도 남자친구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성휘 씨도 돌아가요. 나와 다정이는 소화도 시킬 겸 좀 걷다가 들어갈게요.”“...”채성휘는 어이가 없었지만 흥이 나 있는 여자친구를 보며 별말 하지 않았다.그들이 떠난 뒤, 정원에는 임은미와 고다정만이 남게 됐다.임은미는 다정하게 고다정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소화시키러 가자.”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와 함께 화원으로 걸어갔다.가는 길에 임은미는 가볍게 뛰며 고요한 주위를 둘러보다가 감탄했다.“그러고 보니 우리 이렇게 밖에서 산책한 지 오래됐네.”“그러네. 한동안 걷지 않았었네.”고다정이 그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내 그녀는 자신이 임은미를 왜 불러냈는지 생각하고는 걸음을 멈추고 임은미에게 말했다.“손 줘봐.”“왜 그래?”임은미는 의아했지만 고분고분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고다정은 말없이 그녀의 손을 잡고 맥을 짚어봤다.시간은 일분일초 흘러갔고 임은미는 엄숙한 고다정의 표정을 보며 불안해했다.“다정아, 나 무슨 병이라도 걸린 거야?”“저쪽 손도 줘봐.”고다정은 바로 대답해 주지 않고 임은미에게 다른 한쪽 손도 달라고 말했다.어찌할 방법이 없었던 임은미는 다른 한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