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당한 날, 재벌이 날 지켰다

배신당한 날, 재벌이 날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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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자 구연준의 첫사랑 강서라가 불치병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내게 찾아와 엉뚱한 부탁을 내밀었다. "당신이 준비한 결혼식을 양보해 달라"는 것. 심지어 주례까지 서 달라고 했다. '시한부 인생이라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식 당일, 강서라는 내가 밤새 바느질한 웨딩드레스를 걸치고 있었다. 손수 고른 다이아 귀걸이를 흔들며 구연준의 팔에 매달려 입장하는 모습이 눈앞을 어지럽혔다. 이 모든 것들이 원래는 내 것이어야 했다. '죽을 사람에게 양보한 것까지는 참을 수 있어.' 하지만 그녀는 도를 넘었다. 어머니 유품인 양지백옥 팔찌마저 탐내는 것이었다. ... 자선 경매장에서 구연준은 첫사랑을 감싸듯 입찰가를 올리기 시작했다. “400억!” 친척들에게 재산을 뜯긴 지금의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빨로 입술을 깨물며 지켜볼 수밖에. 소중한 유품이 그 추악한 두 사람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그 순간- “600억.” 담담하지만 단호한 목소리가 경매장을 가르더니, 모두가 고개를 돌린 그곳에 소씨 가문의 후계자 소유찬이 서 있었다. 그가 팔찌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 물건은 강해라 씨에게 드리겠습니다.” 나는 멍한 채 팔찌를 받아들었다. “유찬 씨, 600억은 반드시 갚겠습니다.” 그러자 그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속삭이듯 물었다. “강해라 씨, 정말로 저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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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결혼은 사랑의 무덤이라고들 한다. 그래도 혼자서 사는 게보다 낫지 않겠는가? 두 달 넘게 정성을 들여 바느질한 끝에, 나는 마침내 직접 만든 웨딩드레스를 완성했다. 조명 아래, 눈부시게 하얗고 우아한 드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뽐냈다. 며칠 후, 이 드레스를 입고 사랑하는 남자에게로 걸어갈 날을 상상한 나는 꿈에서도 웃음이 나왔다. 내 사랑도 이제 ‘무덤에 묻힐’ 시간이 다가왔다.그런데, 하루 만에 내 행복이 단번에 무너져 내렸다. 그 시작은 비서 채유리의 전화였다. [해라 언니, 구 대표님이 오늘 아침 디자인실에 와서 웨딩드레스를 가져가셨어요. 집으로 가져가신 건가요?] 나는 막 잠에서 깨어나 머리가 멍한 상태였기에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내 웨딩드레스를 가져갔다고?” [네, 모르셨어요?]“응, 내가 한 번 물어볼게.” 전화를 끊고 나니 정신이 조금 맑아졌지만, 구연준이 아침부터 웨딩드레스를 가져간 이유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집에는 이미 결혼 준비물들이 잔뜩 쌓여 있어서 웨딩드레스를 둘 공간도 없었기에, 난 결혼식 전날에 웨딩드레스를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 나는 구연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받지 않았다. 다시 전화를 걸려고 하던 순간, 구연준이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자기야, 내 웨딩드레스 가져왔다면서?”나는 서두르지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 [응.]구연준은 짧게 대답했는데, 목소리가 심하게 피곤하고 쉰 듯했다. 내가 왜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 나는 구연준의 목소리에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내가 걱정스럽게 물었다.“목소리가 왜 그래? 괜찮아? 어디 아파?” 구연준은 잠시 침묵하더니, 차갑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결혼식 취소하자.] 순간, 나는 귀가 멍해지고 머리가 하얘졌다.“뭐?” [서라가 말기 암 판정을 받았대. 의사 말로는 길어야 3개월이래.]내 머릿속에 충격이 커져만 갔다. 그 순간, 나는 하늘이 ‘강서라’라는 재앙을 끝내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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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챕터
제1화
결혼은 사랑의 무덤이라고들 한다. 그래도 혼자서 사는 게보다 낫지 않겠는가? 두 달 넘게 정성을 들여 바느질한 끝에, 나는 마침내 직접 만든 웨딩드레스를 완성했다. 조명 아래, 눈부시게 하얗고 우아한 드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뽐냈다. 며칠 후, 이 드레스를 입고 사랑하는 남자에게로 걸어갈 날을 상상한 나는 꿈에서도 웃음이 나왔다. 내 사랑도 이제 ‘무덤에 묻힐’ 시간이 다가왔다.그런데, 하루 만에 내 행복이 단번에 무너져 내렸다. 그 시작은 비서 채유리의 전화였다. [해라 언니, 구 대표님이 오늘 아침 디자인실에 와서 웨딩드레스를 가져가셨어요. 집으로 가져가신 건가요?] 나는 막 잠에서 깨어나 머리가 멍한 상태였기에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내 웨딩드레스를 가져갔다고?” [네, 모르셨어요?]“응, 내가 한 번 물어볼게.” 전화를 끊고 나니 정신이 조금 맑아졌지만, 구연준이 아침부터 웨딩드레스를 가져간 이유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집에는 이미 결혼 준비물들이 잔뜩 쌓여 있어서 웨딩드레스를 둘 공간도 없었기에, 난 결혼식 전날에 웨딩드레스를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 나는 구연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받지 않았다. 다시 전화를 걸려고 하던 순간, 구연준이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자기야, 내 웨딩드레스 가져왔다면서?”나는 서두르지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 [응.]구연준은 짧게 대답했는데, 목소리가 심하게 피곤하고 쉰 듯했다. 내가 왜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 나는 구연준의 목소리에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내가 걱정스럽게 물었다.“목소리가 왜 그래? 괜찮아? 어디 아파?” 구연준은 잠시 침묵하더니, 차갑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결혼식 취소하자.] 순간, 나는 귀가 멍해지고 머리가 하얘졌다.“뭐?” [서라가 말기 암 판정을 받았대. 의사 말로는 길어야 3개월이래.]내 머릿속에 충격이 커져만 갔다. 그 순간, 나는 하늘이 ‘강서라’라는 재앙을 끝내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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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나는 구연준이 분노할 줄 알았다.내가 지나치다고, 터무니없는 요구를 한다고 욕할 줄 알았다.그런데...구연준은 잠시 멈칫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저녁에 보자.] 3년 전, 우리는 공동으로 ‘H&J’라는 고급 맞춤 의류 브랜드를 설립했다.지금 ‘H&J’는 업계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큰 수익을 자랑하는 유망한 브랜드가 되었다.자본은 구연준이, 디자인은 내가 맡았으니, 나는 무일푼으로 사업을 시작한 셈이었다. 현재 회사 가치는 수백억 원대, 곧 상장도 가능할 만큼 성장했다. 그런데도 구연준은 강서라를 위해 그 회사를 미련 없이 내게 넘기겠다고 했다. ‘두 사람, 진정한 사랑이 따로 없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집안을 둘러보았다.곳곳에 놓인 웨딩 장식들이 눈에 거슬려 견딜 수가 없었고, 불이라도 질러 다 태워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는 바로 사람을 불러 지시했다. “이 집에서 구연준과 관련된 물건 전부 치워!” ‘신혼 첫날밤까지 기다려서 천만다행이야. 그 더러운 배신자에게 순결까지 바쳤다면, 더더욱 역겨웠을 테니까.’ 집 안 정리를 끝낸 나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정성스레 메이크업을 마쳤다. 바로 그때, 밖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구연준이 왔구나.’ 하지만 구연준과 함께 온 사람은 뜻밖이었다.그 여자는 바로 시어머니가 될 뻔한 이명숙. 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혹시라도 아들이 손해 볼까 봐, 엄마가 직접 나선 건가?’ “왔어?”나는 소파에 앉아 움직이지 않는 채,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차분하게 구연준을 맞았다. 구연준에게 한 번 눈길을 주고, 이명숙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아주머니도 오셨네요?” 이명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억지 웃음을 지었다.“너, 나를 ‘어머니’라고 부르겠다고 하지 않았니? 왜 다시 ‘아주머니’라고 부르는 거야?” 나는 피식 웃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저희 어머니는 돌아가신 지 한참 됐거든요.” 내 말의 뜻은 명확했다.‘당신 따위는 내 ‘어머니’가 될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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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나는 말을 마치자마자 각서를 있는 힘껏 구연준의 얼굴에 내던졌다.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이제 쉬어야 하니 좀 나가줄래?” 문 쪽을 가리키며 덧붙였다.“아, 그리고 네 쓰레기도 다 챙겨가라.” 정말 믿을 수 없었다.열여섯 살부터 좋아했던 남자,8년을 짝사랑하고 6년을 연애한 남자의 진짜 모습을 이제야 보다니. ‘강서라만 아니었어도 이 위선자와 결혼할 뻔했어.’‘고마워, 강서라.’ 이명숙이 내 태도에 격분하며 벌떡 일어났다.“강해라! 네 성질머리가 문제야! 서라는 얼마나 순종적이고 착한데? 언제 봐도 ‘어머니, 어머니’하면서 싹싹하게 군다고!” 역겨움을 참던 중 거실을 지나던 반려견 앤디가 눈에 들어왔다.“앤디야, 물어!” “멍! 멍멍!”충성스러운 앤디가 즉시 달려들며 짖어댔다.“너...!”이명숙의 얼굴이 창백해지자 구연준이 황급히 그녀를 부축했다. “강해라,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내가 여태 널 잘못 본 모양이야.” 구연준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말했다. 나는 빙긋 웃으며 대꾸했다.‘내가 할 소리.’ 두 사람이 도망치듯 집을 나서자, 바닥에 널브러진 ‘구연준의 쓰레기들’이 보였다. 나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허, 결국 치우는 것도 내 몫이네” 다음 날 4억 입금 알림이 왔다. ‘화났다고 돈을 버릴 순 없지.’ 강서라가 ‘죽어가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으니까 나는 결혼식용 보석 세트를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으로 가는 길.핸드폰이 울렸는데,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온 건 역시나 화난 아버지의 목소리였다.[넌 서라가 아픈데도 얼굴 한번 비추는 법이 없구나! 너도 네 엄마처럼 못된 심보를 가졌어!]나는 익숙한 비난에 무덤덤한 목소리로 되물었다.“그럼... 축포라도 터뜨릴까요?” [뭐?!]강해성은 노발대발했고, 나는 느릿느릿 말했다.“불운을 쫓고, 병마를 물리치기 위해 폭죽이라도 터뜨려야 하지 않겠어요? 설마, 이상한 생각이라도 하신 거예요?”수화기 너머의 강해성은 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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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구연준이 굳어버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장수현이 목소리를 높였다.“이제야 사람답게 말하네. 어차피 한집안 식구인데, 언니가 동생한테 양보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그냥 네가 동생한테 주는 결혼 선물이라고 생각해!” 나는 연달아 냉소를 터뜨리며 장수현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한 가지 더 선물해야겠네요.” “뭐라고?”장수현이 눈살을 찌푸리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관이요.”“결혼식장 한가운데에 놓을 관.” “강해라!”장수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다.장수현은 분노에 휩싸여 나를 노려보았지만, 나는 더욱 부드러운 어조로 설명을 덧붙였다.“옛날에는 여자가 시집갈 때 친정에서 혼수로 관을 준비했다잖아요. 신부가 시댁으로 갈 때 함께 가져가는 물건 중 하나였죠. 제가 언니로서 전통을 지키는 게 못마땅하다는 말씀이세요?” 논리적으로 완벽한 나의 말에 아무도 반박하지 못했고, 그저 쓴맛을 삼키듯 입을 꾹 다물 뿐이었다. 조금 전 내가 터뜨린 폭죽처럼, 이건 엄연히 ‘축하’의 의미였다.물론 속내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액운을 몰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둘러대면 그만이었기에, 결국 그들은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그 사람들은 나를 힘으로 짓누르며 억울함을 삼키게 했다.‘저 사람들은 나한테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항변할 기회를 준 적이 없었어.’ ‘이젠 저 사람들도 분하고 화나는 감정이 뭔지 똑똑히 알아야 할 차례라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장수현이 문을 가리키며 소리쳤다.“당장 나가! 우리 눈앞에서 사라지라고!!” 하지만 그것만으로 분이 풀리지 않는지, 장수현은 강해성에게 화살을 돌렸다.“당신 딸 좀 보세요! 저 독사 같은 심보를 좀 보라고요! 자기 동생을 미친 듯이 저주하는데, 당신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거예요?!” 강해성의 얼굴도 잔뜩 일그러졌다.강해성이 장수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거친 기세로 나를 향해 다가오자, 구연준이 긴장한 표정으로 급히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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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나는 황당함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고개를 돌려 거리를 스치는 차들과 인파를 바라보며, 감정을 가라앉히려 한참을 숨을 골랐다.나는 그제야 다시 구연준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차갑게 조롱했다.“구연준, 나는 쓰레기 처리장이 아니야. 내가 널 얼마나 사랑했든, 널 위해 얼마나 희생했든 간에 네가 날 배신한 순간부터 넌 내 사랑을 받을 자격을 잃었어.” 나는 돌아서려다가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다시 구연준을 가리키며 쏘아붙였다.“세상의 모든 남자가 멸종한다고 해도, 너 같은 놈한텐 눈길도 주지 않을 거야. 너무 역겹기 그지없거든.” 내 단호한 태도에 구연준의 얼굴이 잠시 일그러졌다.하지만 구연준은 갑자기 한 걸음 다가와 내 손목을 붙잡고 간절한 어조로 애원했다.“해라야, 난 널 사랑해. 지난 6년의 세월이 나한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야. 하지만 서라는 곧 죽잖아, 넌 걔가 불쌍하지도 않아? 걔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게 그렇게 힘들어?” “이거 놔!”“맹세할게, 서라만...”찰싹!구연준이 끝까지 그 더러운 말을 내뱉기도 전에, 나는 구연준의 다른 쪽 뺨을 세게 후려쳤다. ‘이제야 좀 균형이 맞는 것 같네.’ 왼쪽과 오른쪽.아주 또렷한 손자국이 구연준의 얼굴에 남아 있었다.“구연준, 내가 널 위해 얼마나 많은 피를 뽑았는지 알긴 하지?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충고할게. 제발 사람답게 좀 살아. 두 번 다시 내 앞에서 역겨운 소리 뱉지 말고.” 이 말을 남기고, 나는 미련 없이 구연준을 등지고 걸어 나왔다. ...나는 결혼식이 취소됐다는 사실을 따로 친척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그저 외할머니와 작은 이모에게만 알려주었다. 외할머니는 올해 여든을 바라보는 연세였다.외할아버지와 어머니를 먼저 떠나보낸 뒤로 몸이 많이 약해지셨고, 병치레도 잦았다.나는 그런 외할머니가 이런 소식을 들으시면 충격을 받아 건강이 더 나빠지시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담담하게 받아들이셨다. 물론 처음엔 분노하고 상심하셨지만, 외할머니는 금세 내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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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강해라! 만약 서라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땐 네가 모든 책임져야 할 거야!”구연준은 어두운 얼굴로 날 향해 경고했고, 깊은 분노와 실망이 가득 찬 눈빛을 남긴 후 자리를 떠났다. 나는 한동안 무표정하게 서서 구연준의 그 표정을 머릿속에 되새겼다. 한때 나를 그토록 사랑한다고 맹세했던 사람이, 이제는 나를 한낱 가해자로 몰아세우고 있었다.‘구연준... 언제부터 저렇게 변한 거지?’ ‘언제부터 서서히, 하지만 확실하게 변한 거냐고.’ 이 모든 것이 끔찍한 악몽처럼 느껴졌다.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언니, 괜찮아요?” 나는 다급하게 다가온 채유리의 걱정스러운 얼굴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런 쓰레기 같은 인간들 때문에 내가 흔들릴 필요가 있을까?’‘아니, 절대 그럴 필요 없어.’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책상으로 돌아가 업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점심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바로... 장수현.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전화를 끊었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강해성이 전화를 걸어왔다. 순간, 불안한 기운이 스며들며 머릿속을 스쳤다.‘설마, 강서라가 버티지 못하고 죽은 걸까?’ 한참을 망설이던 나는 결국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마자 수화기 너머로 귀청이 터질 듯한 강해성의 고함이 쏟아졌다. [강해라! 네가 그러고도 사람 새X야?!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몸도 약한 애를 밀쳐서 넘어뜨리다니!!] 나는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귀에서 잠시 떼었고, 강해성이 화를 다 쏟아내도록 가만히 기다렸다가 무심하게 말했다.“제 사무실에 CCTV가 있으니, 그것부터 보고 판단하시죠.” 사실, 나는 CCTV를 보여줘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 사람들은 애초에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그냥 나를 비난한 구실이 필요할 뿐이니 말이다. 역시나, 강해성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언했다.[중요한 건 네 동생이 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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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나는 손수건으로 따가운 두 눈을 감싸 쥐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옆에 누가 앉았는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강해성이 나타나더니 극도로 공손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유찬 도련님, 실례가 많았습니다. 저쪽에 귀빈석이 준비되어 있으니 자리로 이동하시죠.” “괜찮습니다. 여기 앉겠습니다.” ‘유찬 도련님’이라 불린 남자는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태도는 묘하게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했다. 강해성은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무대에서 사회자가 양가 부모님을 초대하자 장수현이 급히 다가와 그를 끌고 갔다. 나는 고개를 들고 감정을 다잡았다. 손수건을 돌려줄 틈도 없이, 스피커에서 울려 퍼진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늘 결혼식의 주례를 맡아주실 강해라 씨, 무대로 모시겠습니다.” 나는 갑작스레 쏟아진 조명에 눈이 부셔 잠시 눈을 깜빡였다. 동시에 웅성거리던 장내는 한순간에 정적에 휩싸였다.‘다들 충격받았겠지...’ 당황, 동정, 조소...수많은 시선이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게 선명히 느껴졌다.나는 곧바로 허리를 곧추세우고 단단한 갑옷을 두른 듯한 태도를 취했다.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는 듯이. 그런데도 웅성거림은 점점 커졌고, 주위의 수군거림이 더 노골적으로 들려왔다. “강해성이 둘째 딸만 감싸고 도는 건 유명한 얘기였지만, 오늘 보니까 정말 대단하네.” “첫째 딸이 너무 잘났잖아. 얼굴도 예쁘고, 뭐든 완벽하니까 후처가 질투할 만하지. 그러니 저렇게 강해성 귀에 바람을 넣는 게 아니겠어?” “이번엔 강해성이 너무했어. 후처 들어오면 친부도 달라진다지만... 이건 친부라 부르기도 민망할 지경이야.” “편애하는 부모야 많지만, 둘째 딸이 언니의 약혼자를 빼앗도록 도와주는 건... 듣도 보도 못했어.” “하긴, 구 대표님 입장에선 어느 딸을 선택하든 장인이 같으니까 손해 볼 건 없지.” 비웃음과 조소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차피 저 앞에 두 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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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강서라는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고 흐느끼며 말을 꺼냈다. ‘뭐야, 이건? 설마 지금 공개적으로 불쌍한 척하면서 도덕적 압박을 가하려는 거야?’ 나는 속으로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언니가 연준 오빠와 저의 사랑을 이루어 주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마음의 짐을 덜고 세상을 떠날 수 있게 되었어요. 부디 우리 언니를 욕하지 말아 주세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언니니까요.” 강서라가 울먹이며 말을 마치자, 장내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아까까지만 해도 조롱과 수군거림이 가득했던 하객들은 이제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객석을 천천히 훑었다. ‘어?’ 분명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한쪽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얼굴이 보였다. 잘생긴 외모, 차가운 눈빛, 희미하게 올라간 입꼬리. 그 남자는 다른 사람들처럼 강서라의 연기에 휘둘리지 않고, 흥미롭다는 듯이 비웃고 있었다. 강서라는 내게 돌아서더니, 눈물을 그렁그렁 머금고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 고마워. 나... 언니 마음속 진심이 듣고 싶은데, 혹시... 나를 원망해?” ‘뭐?!’ 나는 온몸이 얼어붙었다. ‘이게 진짜 미쳤나?!’ 강서라는 온 하객을 도덕적으로 묶어 놓고도 모자라, 이제는 내 입에서 강제로 ‘괜찮다’는 말을 끌어내려고 했다. ‘이 정도면 연기 대상감인데? 나보고 지금 여기서 뭐라고 하라는 거야? 감동적인 자매애라도 연출하라고?’ 순간에 나도 구역질이 올라왔다. 사회자는 내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재빨리 다른 마이크를 내밀었다. 참고 참았던 내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더는 못 참아.’ 나는 마이크를 받아 들고, 차분한 미소를 띠며 몸을 돌렸다. “사실...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나야.” “오?”“남편을 뺏긴 사람이 오히려 감사한다고?”“...”순간, 하객석에서 일제히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는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서라야, 네가 가져간 건 내 남자가 아니라, 내 골칫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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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결혼식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하객들은 일제히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기 바빴다. ‘아, 이거 완전 난장판이네. 그래, 더 망가져라.’ 나는 힘없이 맞고만 있었고, 상황은 점점 악화되었다. 다행히도 구연준 부모가 체면을 차리려는 듯 황급히 나섰다. “사돈! 사돈! 이건 아이들의 결혼식입니다! 하객들이 다 보고 있어요! 제발 그만하세요!” “사돈! 막지 마세요! 오늘 이 불효막심한 X을 당장 죽여버릴 거예요! 이 재수 없는 X! 태어나길 잘못 태어났어!” 강해성은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고, 눈빛은 광기에 휩싸였다. 주변에서 그를 말리던 사람들도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장수현의 외침이 퍼지자, 강해성의 동작이 딱 멈췄다. “그만해요! 서라가 쓰러졌다고요! 사람 좀 불러요! 어서요!” 강해성은 나를 거칠게 밀쳐내고 황급히 돌아섰다. “뭐라고? 서라야! 어떻게 된 거야? 119는 불렀어? 당장 불러!” 내 주변을 둘러싸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흩어지고, 모두가 기절한 신부에게 몰려갔다. 구연준은 안절부절못하며 강서라를 안아 올렸다. “서라야! 버텨, 제발! 병원으로 데려갈게! 정신 차려!” 나는 무너진 결혼식을 바라보며 뺨의 얼얼한 통증을 느꼈다. 하지만 속은 너무도 후련했다. ‘나, 결국 미쳐버린 건가? 왜 이렇게 짜릿하지?’ 나는 마이크를 낚아채고,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하객 여러분, 죄송합니다.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여드렸네요. 하지만 오늘 준비된 식사는 아주 훌륭하니, 맛있게 드시고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 말과 함께 나는 그대로 무대를 내려왔다. 미련도, 후회도 없었다. 차에 올라탄 나는 크게 숨을 내쉬며 머리를 젖혔고, 햇빛 가리개를 내리고 작은 거울을 보았다. 양쪽 뺨이 벌겋게 부어올랐지만, 다행히 피부가 찢어지지는 않았다. 머리는 조금 헝클어졌지만, 손으로 몇 번 정리하면 될 정도였다. ‘뭐, 이 정도는 가벼운 수준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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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내 결혼식이었던 곳에 그 사람이 직접 왔다고?’ ‘이해가 안 되는데? 혹시 뭔가 착각한 건가?’ ‘근데 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오랜만에 이런 대형 사고를 봤으니, 나름 볼만했겠네.’그 순간, 핸드폰이 울리면서 엉켜 있던 생각들이 단번에 끊겼다. 전화기 너머로 이윤서의 격분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구연준이랑 강서라, 진짜 역대급 쓰레기야! 나 지금 열 받아서 핸드폰 던질 뻔했다니까?! 근데 너도 안 밀리더라? 아주 제대로 참교육했어! 속이 다 시원해!] 나는 한숨을 쉬며 좌석에 기대어 이마를 짚었다. “설마 벌써 인터넷에 퍼진 거야?” [당연하지! 이런 희대의 막장 드라마가 어딨어?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하면 어쩌라는 거냐고. 지금 커뮤니티마다 난리도 아니야, 의견 갈려서 전쟁 수준이라고.] 나는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복수하고 싶었던 건 맞는데... 나까지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건 원하지 않았어.’ ‘이렇게 퍼지면, 내 일에도 영향이 갈 텐데...’ [해라야, 너 괜찮아? 너 맞는 거 봤어.]격분하던 이윤서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고,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별거 아니야. 그냥 몇 대 맞았을 뿐이잖아.” [네 아버지,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그것도 하객들 보는 앞에서? 말도 안 돼! 거기에 내가 갔어야 했는데! 그랬으면 같이 싸워서 한 대라도 더 날렸을 텐데!]원래 이윤서는 내 결혼식의 들러리였다. 드레스까지 다 맞춰 놓긴 했지만, 굳이 이런 상황에 엮이게 하고 싶지 않아서 내가 일부러 오지 못하게 했다. 외할머니와 작은이모도 마찬가지였다. “강해성은 내 아버지가 아니야. 이미 인연을 끊었으니까.” 나는 무미건조하게 내뱉었다. [잘했어! 그런 인간은 ‘아버지’ 불려선 안 돼. 그딴 인간이 네 아버지라는 건 네 인생 최대의 불행이니까.]“응...” 나는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이 일을 어떻게든 조용히 마무리해야 하는데...’ ‘회사나 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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