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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작가: 오색별빛
나는 구연준이 분노할 줄 알았다.

내가 지나치다고, 터무니없는 요구를 한다고 욕할 줄 알았다.

그런데...

구연준은 잠시 멈칫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 저녁에 보자.]

3년 전, 우리는 공동으로 ‘H&J’라는 고급 맞춤 의류 브랜드를 설립했다.

지금 ‘H&J’는 업계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큰 수익을 자랑하는 유망한 브랜드가 되었다.

자본은 구연준이, 디자인은 내가 맡았으니, 나는 무일푼으로 사업을 시작한 셈이었다.

현재 회사 가치는 수백억 원대, 곧 상장도 가능할 만큼 성장했다.

그런데도 구연준은 강서라를 위해 그 회사를 미련 없이 내게 넘기겠다고 했다.

‘두 사람, 진정한 사랑이 따로 없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집안을 둘러보았다.

곳곳에 놓인 웨딩 장식들이 눈에 거슬려 견딜 수가 없었고, 불이라도 질러 다 태워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는 바로 사람을 불러 지시했다.

“이 집에서 구연준과 관련된 물건 전부 치워!”

‘신혼 첫날밤까지 기다려서 천만다행이야. 그 더러운 배신자에게 순결까지 바쳤다면, 더더욱 역겨웠을 테니까.’

집 안 정리를 끝낸 나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정성스레 메이크업을 마쳤다.

바로 그때, 밖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구연준이 왔구나.’

하지만 구연준과 함께 온 사람은 뜻밖이었다.

그 여자는 바로 시어머니가 될 뻔한 이명숙.

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혹시라도 아들이 손해 볼까 봐, 엄마가 직접 나선 건가?’

“왔어?”

나는 소파에 앉아 움직이지 않는 채,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차분하게 구연준을 맞았다.

구연준에게 한 번 눈길을 주고, 이명숙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주머니도 오셨네요?”

이명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억지 웃음을 지었다.

“너, 나를 ‘어머니’라고 부르겠다고 하지 않았니? 왜 다시 ‘아주머니’라고 부르는 거야?”

나는 피식 웃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저희 어머니는 돌아가신 지 한참 됐거든요.”

내 말의 뜻은 명확했다.

‘당신 따위는 내 ‘어머니’가 될 자격이 없어.’

그 순간, 이명숙의 얼굴이 굳어졌다. 마치 칼에 베인 듯한 표정이었다.

구연준 역시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한 걸음 다가와 나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해라, 잘못한 사람은 나야. 그러니까 우리 어머니한테 화풀이하지 마.”

나는 코웃음을 쳤다.

“참, 자식 교육은 아버지 책임이라는 말이 있잖아? 그럼 네 아버지를 원망하는 게 맞는 거 아냐?”

“강해라!”

구연준은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날카롭게 외쳤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가볍게 입꼬리를 올렸다.

이명숙이 황급히 구연준의 팔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잘 이야기해. 괜히 싸우지 말고.”

그제야 구연준은 억눌린 듯 한숨을 내쉬며 감정을 가라앉혔다.

구연준은 조용히 소파에 앉아 바지 주름을 한 번 쓸어내리더니, 종이 한 장을 내 앞으로 밀어놓았다.

“자, 네가 원하는 거야. 회사는 전부 네 명의로 넘길 테니까 우리 결혼은 없던 일로 하자.”

나는 종이를 들고 천천히 넘겨보았고, 무심하게 덧붙였다.

“회사는 회사고, 네가 가져간 내 웨딩드레스도 내놔. 강서라는 돈 주고 사야 하지 않겠어?”

나는 구연준의 눈을 바라보며, 마치 당연하다는 듯 덤덤하게 말했다.

구연준은 살짝 눈을 찌푸렸는데, ‘이 상황에서 그런 걸 따지냐?’는 표정이었다.

“그 드레스, 얼마면 되는데?”

구연준이 물었다.

“특별 할인가로, 2억.”

이명숙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해라, 어디서 돈을 훔치려 들어?”

“아주머니, 제 작품이 패션 업계에서 얼마에 팔리는지 아세요? 아드님께 다시 한번 설명해 드릴까요?”

내가 차가운 눈으로 말하자, 이명숙은 말문이 막힌 듯 입을 꾹 닫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면 말고요.”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었지만, 살짝 흘리듯 덧붙였다.

“그 웨딩드레스, 원래 강서라가 원하던 거잖아요? 그러니 아무리 비싸도 구 대표님이 기꺼이 사주는 게 맞지 않겠어요?”

구연준이 나를 바라보았는데, 그 눈빛에서는 예상 밖이라는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정곡을 찔린 거야.’

강서라는 강씨 가문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빼앗아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이었다.

설령 그것이 개똥이라 할지라도.

‘고작 웨딩드레스 한 벌인데,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맞출 수 있는 거 아니야?’

‘하지만 구연준은 굳이 내가 만든 웨딩드레스를 가져갔어. 그게 누구의 뜻이겠어? 당연히 강서라의 뜻이지.’

역시나 구연준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2억을 줄게.”

이명숙이 황당한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너 미쳤니? 돈이 남아돌아?”

“어머니, 이번 일에는 끼어들지 마세요.”

구연준은 이명숙의 만류를 가볍게 무시하며 다시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서라는 몸이 안 좋아서 결혼식에서 쓸 보석을 고르러 다닐 힘도 없어. 그래서 그냥 네가 고른 걸 쓰는 게 어떻겠냐고 했더라.”

나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잠시 멍해졌다.

“구연준.”

나는 비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

“강서라가 내 목숨을 원하면, 사람이라도 사서 날 죽일 기세야?”

구연준은 황급히 손을 저었다.

“강해라, 서라는 그런 애가 아니야. 너는 서라를 너무 오해하고 있다고.”

“서라는 많이 아프고, 넌 이제 웨딩드레스를 입을 일도 없잖아.”

나는 조용히 구연준을 바라보았다.

다른 여자를 감싸고 도는 모습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내 입가에 서늘한 웃음이 떠올랐다.

“구연준, 네가 예전에 나한테 했던 약속, 기억나?”

“네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 나라며 평생 나만을 사랑하겠다고 했었지? 아, 절대 배신하지 않겠다고도 했었지.”

구연준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해라야, 난 여전히 널 사랑해. 하지만... 서라가 너무 불쌍하잖아. 서라는 이제 스물셋이야. 너보다 두 살이나 어리다고. 그 어린 나이에 시한부라니, 넌 동생이 죽어가는데 아무런 감정도 안 들어?”

그 말에 나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강서라는 내 옷을 찢어놓기 일쑤였고, 내 침대에 온갖 더러운 것들을 던져 놓았다.

내가 기겁하며 비명을 지르면, 그건 강서라에게 최고의 놀이였다.

물론 나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그 더러운 것들을 쥐어 강서라의 입에 집어넣으려 했고, 강서라는 비명을 지르며 계단에서 굴러떨어졌으니 말이다.

그 결과, 내 친아버지와 계모는 한마음으로 나를 두들겨 팼다.

하지만 나는 절대 지지 않았고, 기회가 왔을 때를 노려 그 사람들이 아끼는 명품 옷들을 사정없이 잘라버렸다.

그렇게 나는 강씨 가문과 맞서며 수많은 설움을 겪었고, 그 사람들도 편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권력 싸움에서 나는 여전히 약자였다.

그때도, 지금도.

그런데 이제 와서 강서라의 죽음이 나와 무슨 상관이겠는가?

‘난 강서라와 장수현이 죽도로 싫어.’

‘강서라가 죽는다고 해도, 전혀 슬퍼하지 않을 자신 있다고.’

나는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꽃다운 나이에 죽는다는 건 참 서러운 일이야. 우리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 너무 불쌍해서!”

하지만 내 말 속의 조소를 그 사람들은 알아차리지 못했고, 오히려 감정에 젖어 더더욱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이명숙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인데, 이런 상황에서 어떤 엄마가 슬프지 않을 수 있겠니... 자식을 위해 대신 죽을 수만 있다면... 누구든 그렇게 하고 싶을 거야.”

“어머니, 그만하세요. 의사 선생님이 어머니는 심장이 안 좋으시니까 감정 기복을 조심해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구연준은 다정한 눈빛으로 이명숙을 달래고, 그 후 나를 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해라야, 지금은 서라와 결혼해서 서라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줄 생각이지만... 나중에는 너한테 더 크고 화려한 결혼식을 선물해 줄게.”

나는 순간, 구연준의 뻔뻔함에 말문이 막혔다.

‘이게 무슨 X 소리야?’

“그러니까... 강서라랑 먼저 결혼하고, 강서라가 죽으면 나랑 재혼하겠다고?”

나는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나를 뭐로 보는 거야?’

‘비록 친가에서 사랑받진 못했어도, 나는 강씨 가문의 장녀로서 외모, 학력, 능력, 그리고 비즈니스에서도 T시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사람이야.’

‘이 도시에서 나만큼 성공한 여자가 몇이나 되겠어?’

‘그런 내가 왜 마음 졸이면서 너 같은 사람을 기다려야 해? 내가 왜 강서라 따위가 쓰다 버린 자리를 차지해야 하냐고.’

‘내가 시집가고 싶다고 하면, T시의 능력 있는 청년들이 날 내버려두지 않을걸?’

구연준은 내 표정을 보며도 나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한층 더 역겨운 말을 내뱉었다.

“해라야, 넌 내 유일한 사랑이야. 너는 내 마음속에 단 하나뿐인 아내라고.”

속이 울렁거려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기에, 나는 단숨에 계약서를 낚아채서 거칠게 서명을 해버렸다.

그 후, 구연준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

“보석까지 원한면 내 계좌로 2억 더 보내줘. 내일 내가 병원에 가서 ‘우리 사랑하는 동생'한테 직접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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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서라는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고 흐느끼며 말을 꺼냈다. ‘뭐야, 이건? 설마 지금 공개적으로 불쌍한 척하면서 도덕적 압박을 가하려는 거야?’ 나는 속으로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언니가 연준 오빠와 저의 사랑을 이루어 주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마음의 짐을 덜고 세상을 떠날 수 있게 되었어요. 부디 우리 언니를 욕하지 말아 주세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언니니까요.” 강서라가 울먹이며 말을 마치자, 장내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아까까지만 해도 조롱과 수군거림이 가득했던 하객들은 이제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객석을 천천히 훑었다. ‘어?’ 분명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한쪽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얼굴이 보였다. 잘생긴 외모, 차가운 눈빛, 희미하게 올라간 입꼬리. 그 남자는 다른 사람들처럼 강서라의 연기에 휘둘리지 않고, 흥미롭다는 듯이 비웃고 있었다. 강서라는 내게 돌아서더니, 눈물을 그렁그렁 머금고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 고마워. 나... 언니 마음속 진심이 듣고 싶은데, 혹시... 나를 원망해?” ‘뭐?!’ 나는 온몸이 얼어붙었다. ‘이게 진짜 미쳤나?!’ 강서라는 온 하객을 도덕적으로 묶어 놓고도 모자라, 이제는 내 입에서 강제로 ‘괜찮다’는 말을 끌어내려고 했다. ‘이 정도면 연기 대상감인데? 나보고 지금 여기서 뭐라고 하라는 거야? 감동적인 자매애라도 연출하라고?’ 순간에 나도 구역질이 올라왔다. 사회자는 내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재빨리 다른 마이크를 내밀었다. 참고 참았던 내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더는 못 참아.’ 나는 마이크를 받아 들고, 차분한 미소를 띠며 몸을 돌렸다. “사실...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나야.” “오?”“남편을 뺏긴 사람이 오히려 감사한다고?”“...”순간, 하객석에서 일제히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는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서라야, 네가 가져간 건 내 남자가 아니라, 내 골칫거

  • 배신당한 날, 재벌이 날 지켰다   제9화

    결혼식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하객들은 일제히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기 바빴다. ‘아, 이거 완전 난장판이네. 그래, 더 망가져라.’ 나는 힘없이 맞고만 있었고, 상황은 점점 악화되었다. 다행히도 구연준 부모가 체면을 차리려는 듯 황급히 나섰다. “사돈! 사돈! 이건 아이들의 결혼식입니다! 하객들이 다 보고 있어요! 제발 그만하세요!” “사돈! 막지 마세요! 오늘 이 불효막심한 X을 당장 죽여버릴 거예요! 이 재수 없는 X! 태어나길 잘못 태어났어!” 강해성은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고, 눈빛은 광기에 휩싸였다. 주변에서 그를 말리던 사람들도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장수현의 외침이 퍼지자, 강해성의 동작이 딱 멈췄다. “그만해요! 서라가 쓰러졌다고요! 사람 좀 불러요! 어서요!” 강해성은 나를 거칠게 밀쳐내고 황급히 돌아섰다. “뭐라고? 서라야! 어떻게 된 거야? 119는 불렀어? 당장 불러!” 내 주변을 둘러싸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흩어지고, 모두가 기절한 신부에게 몰려갔다. 구연준은 안절부절못하며 강서라를 안아 올렸다. “서라야! 버텨, 제발! 병원으로 데려갈게! 정신 차려!” 나는 무너진 결혼식을 바라보며 뺨의 얼얼한 통증을 느꼈다. 하지만 속은 너무도 후련했다. ‘나, 결국 미쳐버린 건가? 왜 이렇게 짜릿하지?’ 나는 마이크를 낚아채고,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하객 여러분, 죄송합니다.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여드렸네요. 하지만 오늘 준비된 식사는 아주 훌륭하니, 맛있게 드시고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 말과 함께 나는 그대로 무대를 내려왔다. 미련도, 후회도 없었다. 차에 올라탄 나는 크게 숨을 내쉬며 머리를 젖혔고, 햇빛 가리개를 내리고 작은 거울을 보았다. 양쪽 뺨이 벌겋게 부어올랐지만, 다행히 피부가 찢어지지는 않았다. 머리는 조금 헝클어졌지만, 손으로 몇 번 정리하면 될 정도였다. ‘뭐, 이 정도는 가벼운 수준이지.

  • 배신당한 날, 재벌이 날 지켰다   제10화

    ‘내 결혼식이었던 곳에 그 사람이 직접 왔다고?’ ‘이해가 안 되는데? 혹시 뭔가 착각한 건가?’ ‘근데 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오랜만에 이런 대형 사고를 봤으니, 나름 볼만했겠네.’그 순간, 핸드폰이 울리면서 엉켜 있던 생각들이 단번에 끊겼다. 전화기 너머로 이윤서의 격분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구연준이랑 강서라, 진짜 역대급 쓰레기야! 나 지금 열 받아서 핸드폰 던질 뻔했다니까?! 근데 너도 안 밀리더라? 아주 제대로 참교육했어! 속이 다 시원해!] 나는 한숨을 쉬며 좌석에 기대어 이마를 짚었다. “설마 벌써 인터넷에 퍼진 거야?” [당연하지! 이런 희대의 막장 드라마가 어딨어?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하면 어쩌라는 거냐고. 지금 커뮤니티마다 난리도 아니야, 의견 갈려서 전쟁 수준이라고.] 나는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복수하고 싶었던 건 맞는데... 나까지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건 원하지 않았어.’ ‘이렇게 퍼지면, 내 일에도 영향이 갈 텐데...’ [해라야, 너 괜찮아? 너 맞는 거 봤어.]격분하던 이윤서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고,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별거 아니야. 그냥 몇 대 맞았을 뿐이잖아.” [네 아버지,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그것도 하객들 보는 앞에서? 말도 안 돼! 거기에 내가 갔어야 했는데! 그랬으면 같이 싸워서 한 대라도 더 날렸을 텐데!]원래 이윤서는 내 결혼식의 들러리였다. 드레스까지 다 맞춰 놓긴 했지만, 굳이 이런 상황에 엮이게 하고 싶지 않아서 내가 일부러 오지 못하게 했다. 외할머니와 작은이모도 마찬가지였다. “강해성은 내 아버지가 아니야. 이미 인연을 끊었으니까.” 나는 무미건조하게 내뱉었다. [잘했어! 그런 인간은 ‘아버지’ 불려선 안 돼. 그딴 인간이 네 아버지라는 건 네 인생 최대의 불행이니까.]“응...” 나는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이 일을 어떻게든 조용히 마무리해야 하는데...’ ‘회사나 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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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신당한 날, 재벌이 날 지켰다   제30화

    “나 혼자 사는데 어디서 못 살겠어? 물건은 그대로인데, 사람이 변했잖아... 그 집에서 살면, 기분이 더러워질 것 같아.”나는 일부러 차갑게 말했다. 하지만 사실, 그 집 안의 모든 가구, 조명, 커튼 하나까지 전부 내 손으로 고르고 꾸민 곳이었다. 마음 한편으로는 여전히 애정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내겐 그 어떤 것보다 어머니의 팔찌가 더 중요했다. [그래, 네가 원하는 금액이 얼만데?]“16억.” 사실 감가상각까지 계산하면 좀 더 낮춰야 했지만, 굳이 공정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 ‘날 먼저 배신한 사람이 누군데?’내가 굳이 구연준을 배려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예상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30억을 줄게. 대신 내일 바로 명의 이전하자. 그리고 네가 원할 때까지 살아도 돼.]‘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통 큰 척이야?’ 나는 피식 웃었다. “필요 없어. 난 16억만 받을 거야. 한 푼도 더 안 받아. 그리고 최대한 빨리 나갈 거고.” 나는 추가로 돈을 받을 생각이 없었다. 괜히 더 받아 놨다가 나중에 ‘이 정도 줬으니 네가 나를 도와야지?’ 같은 헛소리를 들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특히, 구연준의 병이 재발하면... 그 14억이 내 목숨값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구연준은 내 단호한 태도에 깊은 한숨을 쉬었다. [우리 진심으로 사랑했던 거, 그건 사실이잖아. 굳이 이렇게까지 선을...]“내일 보자.” 나는 남자의 감성팔이가 끝나기도 전에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나는 냉정하게 현실을 계산했다. 현재 내 손에 있는 돈은 30억 정도. 회사 계좌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 20억은 더 만들 수 있었다. 이런 방식은 사실 합리적이지 않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여유가 없었다. 몇 년 전, 나는 구연준과 함께 비슷한 자선경매에 간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본 재벌들은 체면을 위해 돈을 물 쓰듯 썼고, 한 점의 작품을 놓고도 원가의 몇 배를 들여 낙찰받는 일이 흔했다. 만약

  • 배신당한 날, 재벌이 날 지켰다   제29화

    ‘진짜 악에는 악이 붙는 법이네.’ 나는 속으로 비웃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근데 강서라 같은 애들은 남자 다루는 데는 선수잖아? 지금은 화내도, 좀 있으면 또 징징거리면서 불쌍한 척하고, 몇 마디 달콤한 말 던지면 금방 풀릴걸?” 이윤서는 마치 전문가처럼 냉정하게 분석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든가 말든가. 난 차라리 둘이 엮여서 끝까지 잘 살길 바라.” 진심이었다. 이윤서는 내 얼굴을 가만히 살피더니, 살짝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확실해? 구연준이 다시 기어와도 진짜 안 흔들릴 자신 있어?” 나는 곧바로 단호한 태도로 대답했다. “당연하지! 그 인간이 나를 그렇게 우습게 만든 걸 다들 아는데, 내가 다시 받아주면 바보가 되는 거지. 사람들한테 ‘없는 남자한테 미쳐서 매달리는 여자’로 보이기 딱 좋아.” 그리고, 나는 덤덤하게 덧붙였다. “게다가 너도 말했다시피, 걔가 나한테 다시 집착하는 이유는 ‘사랑해서가 아니라, 강서라랑 비교해 보니까 나한테서 얻을 게 더 많기 때문’이잖아.” 이제야 확실하게 깨달았다. ‘구연준 같은 인간은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않아. 오직 자기 자신만 사랑할 뿐.’ ‘그런 놈과 다시 엮이면, 불구덩이로 걸어 들어가는 거나 다름없을 거야.’ 이윤서는 내 확고한 태도에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마음 그대로 끝까지 밀고 나가. 혹시라도 이혼하면서 돈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든 말하고. 내가 도와줄게.” “응, 고마워.” ...이윤서와 식사를 마친 뒤, 나는 다시 회사로 돌아가 밤늦게까지 일을 했다. 밤 10시쯤, 퇴근하려던 찰나에 작은이모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여보세요, 이모?” 그런데 작은이모의 목소리가 평소와 달랐다. [해라야! 네 엄마가 예전에 팔았던 양지백옥팔찌, 드디어 찾았어!]“정말요?”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팔찌를 찾았다고요? 어디서요?” [이번 달 말에 노블옥션이 Y시에

  • 배신당한 날, 재벌이 날 지켰다   제28화

    ‘그래, 내 처지는 힘들어. 어릴 때부터 그랬지.’ 강씨 집안이 아무리 부유해도,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나는 단지 이름만 올려져 있는 강씨 집안의 장녀일 뿐이니까. 운 좋게 내 손으로 만든 패션 브랜드가 잘 자리 잡긴 했지만, 고작 몇 년 된 신생 브랜드였다. 여태 벌어들인 돈도 전부 그 ‘신혼집’ 인테리어에 쏟아부었으니, 내 손에 남은 건 없었다. “와서 다시 이야기하자. 어차피 내가 손해 볼 일은 없을 거야. 괜히 강서라가 알면 또 소란 피울 테니까.” 나는 덤덤하게 말한 뒤, 구연준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 기분이 바닥을 쳤다. 나는 운전석에 앉아 가정법원 정문을 멍하니 바라보며, 억울함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그때, 핸드폰에서 ‘띵동’ 소리가 울렸다. 구연준이었다. [걱정하지 마. 서라는 모를 거야. 네가 나한테 해준 걸 생각하면, 이건 당연한 보상이야.]나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코끝이 찡해졌다. 눈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개X끼, 그래도 아주 조금은 양심이 남아 있긴 했네.’ 하지만... 나는 이 늦어도 한참 늦은 ‘양심’이 더 원망스러웠다. 차라리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나쁜 놈이었다면, 나도 미련 없이 완전히 끊어낼 수 있었을 테니까. 이렇게 한 발 뒤늦게 후회하고, 미련을 보이고, 가끔 마음을 흔드는 태도가 나를 더 지치게 했다. ‘아니야. 정신 차려, 강해라.’ 나는 몇 초간 메시지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다시 이성을 붙잡았다. ‘이미 본색을 드러낸 놈이야. 아무리 미안하다는 듯 굴어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나는 구연준과의 대화창을 닫고, 오늘 예약했던 이혼 신청을 취소했다. 그리고 다시 날짜를 확인했다. ‘또 보름 뒤?’ 이젠 웃음도 안 나왔다. ...저녁.이윤서가 저녁을 먹자며 메시지를 보내왔다. [싱글 복귀 기념 축하 파티야! 빨리 나와!] ...나는 축하받을 기분이 아니었다. “

  • 배신당한 날, 재벌이 날 지켰다   제27화

    장수현은 이미 잔뜩 화가 나 있었고, 하필 내가 타이밍 좋게 그녀의 분노를 정통으로 맞아버렸다. “저는 구연준한테 전화한 건데, 강서라가 제멋대로 받은 걸 왜 저한테 따지시는 건데요?” 억울함에 나도 바로 맞받아쳤다. “제발 그렇게 독기 좀 품고 살지 마세요. 괜히 딸한테 그 화가 다 돌아갈 수도 있잖아요?”[강해라! 이 독한 X!]장수현은 고함을 질러대다 결국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래, 너는 평생 병원 신세 지지 말고 건강하게 살아봐!] 나는 장수현과 더 말싸움할 기운도 없었다. 지겨웠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제가 어떻게 알아요, 구연준이 병실에 핸드폰을 두고 갔는지.” [연준이는 이제 네 제부야! 조심해야 하는 관계라는 걸 왜 몰라? 할 말 있으면 다른 사람 통해서 전하던가! 너, 아직도 미련 못 버리고 연준이한테 기웃거리는 거잖아! 서라가 빨리 눈치채서 망정이지!]‘뭐?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억울함을 참으려 했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나는 울컥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꼭 전해주세요, 그쪽의 사위이자 제 제부한테요!” “저, 지금 가정법원 앞에 있어요. 예약한 시간은 이미 지났지만, 빨리 와서 이혼 서류에 도장 찍으라고 전하세요! 안 그러면 당신 딸을 죽을 때까지 불륜녀 꼬리표를 뗄 수 없을 겁니다!” 아무래도 내 말이 제대로 박혔는지, 10분쯤 지나 구연준에게서 전화가 왔다. [해라야,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 오늘 갑자기 출장이 잡혔는데, 지금 다른 지역에 와 있어서 갈 수가 없어.]나는 화를 꾹 참으며 조용히 물었다. “내가 어제 미리 연락했는데, 그걸 알고도 오늘 출장을 갔다고?” [예정에 없던 일이었어. 다른 지사가 갑자기 문제를 일으켜서 직접 해결해야 했던 거야.] 그는 나름 진지한 말투였지만, 난 조금도 믿지 않았다. ‘GD그룹이 아무리 크다지만, 대표이사가 직접 내려가야 할 정도의 일이 생긴다고?’ ‘부대표, 임원들만 해도 수십 명인데, 그중에 해결할 사람이

  • 배신당한 날, 재벌이 날 지켰다   제26화

    “뭐...?” 나는 순간 멍해졌다가 곧 냉소가 터져 나왔다. “강서라, 이제야 드디어 가면을 벗고 본색을 드러내네.” 그동안 순진한 척, 착한 척, 불쌍한 척 온갖 연기를 해왔던 사람. 내가 혼나고, 맞고, 벌을 받을 때마다 곁에서 눈물까지 글썽이며 ‘언니 잘못 없어요’라고 감싸던 사람. 이제 와서 그 가면을 벗어 던진 건가? [내가 언제 가면을 썼다고 그래? 난 원래 이랬어. 언니가 내 진짜 모습을 인정 못 하는 거겠지.]강서라는 태연하게 받아쳤다. 한숨을 내쉰 나는 더 이상 말싸움을 할 생각이 없어졌다. “됐고, 구연준한테 전해. 오늘 오후 2시, 가정법원에서 보자고. 예약 어렵게 잡은 거니까 또 미루지 말라고.”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강서라가 다급하게 나를 불렀다. [잠깐! 최근에 연준 오빠가 언니를 찾아갔었지?]강서라의 목소리가 확실히 달라졌다. 예전처럼 나긋나긋한 척도 하지 않으려는 듯했다. ‘둘이 싸웠네.’ 나는 속으로 웃으며 일부러 의미심장하게 답했다. “그래, 왔었어. 그게 왜?” [언니, 양심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연준 오빠는 이제 내 남편이야! 감히 내 남편을 몰래 만나다니, 두 사람, 간통죄로 고소당하려고 작정이라도 한 거냐고!]강서라가 갑자기 폭발하듯 고함쳤다. 나는 황당해서 피식 웃었다. “간통죄? 그건 너랑 구연준한테나 해당되는 거지, 나랑은 아무 상관 없어. 너 혹시 암세포가 뇌까지 번진 거 아니야?” [강해라, 감히 날 저주해?! 넌 진짜 못된 X이야!] 강서라는 악다구니를 퍼부었지만, 나는 지겨워서 한 마디만 던졌다. “이혼 서류에 도장만 찍으면 넌 당당한 부인이 될 거고, 난 자유로워질 거야. 그러니까 구연준한테 빨리 좀 이혼하라고 해.” 전화를 끊은 후, 나는 진심으로 기분이 더러웠다. ‘아침부터 재수 없는 X이랑 이야기해서 기분만 잡쳤네.’ ...내가 회사로 가는 길에서 구연준의 전화를 받았다. 나는 그의 이름을 보는 순간부터 짜증이

  • 배신당한 날, 재벌이 날 지켰다   제25화

    소유찬이 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며 유머러스하게 말했다. 순간, 나는 긴장된 표정으로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손님은 귀한 분이고, 고객은 왕인데요...” 그러자 그는 미소를 머금으며 가볍게 답했다. “하지만 저는 그냥 일반 사람이고 싶습니다.” 남자의 재치 있는 농담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이 사람, 의외로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구나.’ 어색했던 분위기가 한결 풀렸다. “알겠습니다. 기억할게요, 유찬 씨.” “해라 씨, 오늘 고생 많았어요. 안녕히 가세요.” 남자의 말투는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절제된 품격이 느껴졌다. 우리는 인사를 마친 후, 소유찬은 운전기사에게 마지막까지 신신당부했다. “꼭 조심해 주십시오. 강 대표님과 보조 선생님을 안전하게 모셔다드려야 합니다.” “네, 도련님.” 소유찬은 내게 마지막으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자연스럽게 검은색 아우디로 향했다. 이미 열린 문을 지나 차 안으로 들어가는 남자의 모습은 무척 자연스러웠다. 나는 순간 의아했다. ‘저렇게 권력 있고 재력 있는 사람이... 차는 의외로 평범하네.’ 겉으로 보기엔 그냥 흔한 외제차. 하지만 저렇게 검소한 모습이 오히려 소씨 가문의 신비로움을 더욱 부각시키는 것 같았다. ‘소문대로, 소씨 가문은 조용하고 절제된 사람들이었나 봐.’ ...차가 산길을 따라 내려가는 동안, 소유찬의 차는 내가 탄 차의 바로 앞에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달렸다. 채유리는 창밖을 보며 무도산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나는 조금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앞차를 따라가며 자꾸만 소유찬을 떠올리게 되는 것도 이상했다. ‘이게 뭐라고...’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을 꼭 쥐었다가 살짝 풀었다. 그리고 소유찬의 허리를 감싸던 순간의 감촉이 불현듯 스쳐 지나갔다. ‘아니, 뭐야. 나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는 펼친 손을 무릎 위에 쓸어

  • 배신당한 날, 재벌이 날 지켰다   제24화

    나는 옷감 위로도 남자의 단단한 하체 근육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탄탄하면서도 강한 힘이 깃들어 있는 하체는 아주 대단했다. ‘대략 봐도 허리-힙 비율이 0.8 정도겠는데...’ 넓은 어깨에 비해 날렵한 골반, 길게 뻗은 다리와 큰 키. 완벽한 체형이었다. 전문 남성 모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유리야, 다 기록했어?” 나는 일부러 자연스러운 척하며 채유리를 향해 말을 건넸다. “네, 빠짐없이 메모해 뒀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도구를 정리한 후, 손님들에게 각자의 의류 선호도를 하나하나 물었다. 예를 들면, 몸에 꼭 맞는 핏을 원하는지, 아니면 여유로운 핏을 원하는지 묻는 것이었다.원피스도 마찬가지였다. 연령대가 높은 분들은 롱드레스를, 젊은 층은 미니 원피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나는 태블릿에 꼼꼼하게 기록하며 후속 디자인 작업을 준비했다.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가와 있었다. “강 대표, 점심 같이하고 가는 게 어때?” 민현주가 자연스럽게 초대했지만, 나는 민폐가 될까 봐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아직 할 일이 많아서요.” 소유찬이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단정한 이목구비를 찡그렸다. “저도 점심 약속이 있어서 가봐야 합니다.” “그래?” 민현주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마침 잘됐네. 유찬아, 강 대표를 배웅해 드려라.” “아, 괜찮습니다. 저는...” “강 대표님, 가시죠.” 내가 사양하려던 찰나, 소유찬이 손을 들며 자연스럽게 길을 안내했다. 남자의 태도는 예의 바르고 부드러웠지만, 여전히 넘볼 수 없는 위압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나는 별다른 선택 없이 그를 따라 걸었다. ‘마침 잘됐네. 이 기회에 손수건도 돌려줄 수 있겠어!’ 밖으로 나오면서 나는 가방을 채유리에게 건넸다. “유리야, 차에서 기다려.” 그리고는 조심스레 주머니에 곱게 접힌 손수건을 꺼냈다. “유찬 도련님, 돌려드릴 게

  • 배신당한 날, 재벌이 날 지켰다   제23화

    “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더는 소유찬의 시선을 마주 볼 용기가 없었다.채유리가 내 옆에서 서서 내 얼굴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시선이 어딘가 묘하게 장난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긴장되었다.“팔을 들어서 수평으로 맞춰 주세요.”나는 좀 더 긴 줄자를 집어 들고 공손하게 안내하며 몸을 돌렸다. 소유찬이 내 앞에 서자, 나는 자연스럽게 남자의 뒤로 돌아가 팔을 들어 올렸다. 그런데 가까이에서 보니 이 사람, 키가 거의 190cm에 육박했다. ‘와... 엄청 키가 크시네.’ 나는 172cm라 그나마 나았지만, 조금만 더 작았으면 난장판이었을 터였다. 어쩌면 치수를 재려고 의자라도 가져와야 했을지도. 그는 별다른 말 없이 순순히 협조했고, 나는 무사히 상반신 치수를 쟀다. 문제는 허리랑 엉덩이둘레를 재는 것이었다. ‘앞에서 안아야 할까, 뒤에서 해야 할까?’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금 전까지 왁자지껄하게 떠들던 여인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시선이 전부 내 쪽으로 쏠려 있는 게 느껴졌다. ‘왜, 왜 다들 나를 쳐다보는 거지...?’ 나는 순간 온몸이 굳었다. 귀 끝이 괜히 뜨거워지더니, 얼굴까지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강 대표님, 왜 그러세요?” 내 망설임을 눈치챘는지, 소유찬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아, 아무것도... 그냥, 키가 너무 크셔서요.” 나는 얼떨결에 입을 열었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후회했다. “그럼 제가 쪼그려 앉을까요?” “아, 아니요! 괜찮습니다!” 나는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결국 결단을 내렸다. 살짝 이를 악물고 남자의 허리 앞으로 몸을 기울여 양팔을 감싸듯 줄자를 둘렀다. ‘이렇게 가까이서 남자를 안아본 게 언제였더라...’ ‘아니, 동년배 이성 중에서는 구연준을 제외한 남자와 이렇게 밀착한 적이 없었는데...’ 물론 이전에도 남성 고객의 치수를 잰 적은 있었지만, 보통은 다른 디자이너에게 맡겼다. 내가 직접 할 필요는 없었

  • 배신당한 날, 재벌이 날 지켰다   제22화

    민현주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그 일은 강 대표와 상관없잖아. 강 대표는 피해자일 뿐이지.”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네.’ “위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모님.” “그럼 강 대표는 아직도 구씨 집안 아들을 사랑하는 거야?” 나는 다음 사람의 치수를 재며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아니요, 지금은 오직 일만 생각하려고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계단 쪽에서 키가 훤칠한 남자가 내려오는 게 보였다. 나도 처음엔 신경 쓰지 않았는데, 누군가가 말을 이었다. “유찬이가 내려오네? 혹시 일하는데 방해가 되는 건 아니지?” “아닙니다. 이제 마무리됐어요.” 맑고 깨끗하면서도 낮게 울리는 목소리. 순간, 나는 결혼식장에서 내게 손수건을 건네던 ‘유찬 도련님’이 떠올랐다. 그때도 그랬다. 남자의 목소리는 맑고 깨끗했으며, 소란스러운 공간에서도 유독 또렷하게 들려왔다. 나는 무심결에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마침내 남자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결혼식에서 스쳐 지나가듯 본 인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저 사람이 저렇게 젊고 잘생겼었나?’ 칼같이 반듯한 짙은 눈썹, 깊고 또렷한 눈매, 단정하면서도 강렬한 분위기. 키는 크고 허리는 곧게 펴져 있어, 군인처럼 단정한 느낌이 들었다. 그 남자는 온몸에서 강한 기품과 위엄을 뿜어냈다. 하지만 말투나 표정에서는 거만함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이었다. 나는 사실 예전부터 ‘소유찬’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인상은 썩 좋지 않았다. 왜냐하면 구연준이 소유찬을 극도로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구연준이 사업에서 몇 번이나 중요한 계약을 놓친 적이 있었는데, 그 모든 건이 소유찬에게 돌아갔다. 그는 늘 이렇게 말했다. “소유찬? 조상 잘 만난 덕에 세상 쉽게 사는 놈이지. 권력 믿고 밀어붙인 게 한두 번이 아니라니까?”그 말을 들은 나도 자연스레 소유찬을 오만하고 이기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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