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 건드리지 마

내 여자 건드리지 마

By:   유요요  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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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남 송유진과 헤어진 후, 서인아는 집으로 돌아가 가업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건, 애처롭게 무릎을 꿇고 있는 회사 대표인 그녀의 오빠, 서지훈이었다. “집안이 망할 위기야. 제발 결혼해서 우리 가문을 구해줘!” 서인아는 결혼을 해줄 수는 있지만 왜 집안이 망했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혼인신고 센터 앞에서 스포츠카를 타고 미녀와 함께 웃고 있는 그 남자가 바로 서인아의 오빠, 서지훈이었다. 서지훈은 동생 서인아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지만 매형을 위해서는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 한도윤은 20년 넘게 숨겨온 비밀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권력을 얻기 위해 해외로 유학을 떠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했다. 그 모든 이유는 단 하나, 서인아 앞에 서기 위해서였다. 한도윤이 가장 힘들던 시기, 서인아는 송유진과 연애를 시작했다. 그는 여러 번 그곳을 오갔지만 끝내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6년이 지나, 그녀가 헤어지자 그는 즉시 등장해 서지훈과 함께 그녀를 집으로 데려왔다. 한때 무명 배우였던 서인아는 어느새 재벌가의 사랑받는 며느리로 변신하게 된다! 그랜드슬램 여배우: “오늘부터 서인아는 제 친동생이나 마찬가지예요!” 국제적인 음악 천재: “인아야, 한 곡 써줄래?” 산 하나를 통째로 사서 은둔한 할아버지: “아가야, 얼른 집으로 돌아와서 가업을 이어받으렴!” 정이 많고 눈치 없는 오빠 서지훈: “인아야! 내가 섬 하나 샀어. 이름은 뭐로 지을까?” 한도윤은 그녀를 품에 안으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제 넌 내 여자야. 어디도 못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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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저녁 8시, 하성 빌리지.연회장 안은 이미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른 상태였고 마지막 촬영을 기념하는 자리라 그런지 평소 어색했던 사람들까지도 과감하게 장난을 주고받고 있었다.서인아가 문 앞에 도착하자 문 너머로 떠들썩한 환호성이 흘러나왔다.“키스! 키스!”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한 남녀였다.여자는 작고 아담한 체구였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얼굴 덕분에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스타일이었고 남자는 브라운 컬러의 캐주얼 슈트를 입고 있었다.긴 팔다리 덕에 옷맵시가 한층 더 돋보였고 자연스럽게 헝클어진 짧은 머리는 거칠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었다. 특히 옆머리에 난 희미한 흉터는 결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의 차가운 분위기를 더 부각시켰다.두 사람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주고받더니 이내 몸을 가까이 붙였다.“와아!”“딥 키스! 딥 키스!”누군가 장난스럽게 외쳤고 분위기에 취한 듯한 두 사람은 별다른 거부 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순간, 여자가 남자의 목을 감싸 안았다.남자는 가볍게 한숨을 내쉰 뒤,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고 그녀의 입술을 깊숙이 물었다.뜨겁고 진한 키스!곧이어 환호성과 탄성이 연회장을 가득 채웠고 문 앞에 서 있던 서인아는 그대로 얼어붙었다.“어? 우리 여주인공 인아도 왔는데?”“그럼 유진이가 인아랑도 한 번 하는 거 어때?”오늘은 그녀가 첫 출연한 드라마의 촬영 종료를 기념하는 자리였다. 서인아는 극 중에서 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고 끊임없이 계략을 꾸미는 악역을 맡았다.낮에 물에 빠지는 장면을 촬영한 탓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서인아는 오늘 참석할 생각이 없었지만 지금 다른 여자랑 키스하고 있는 그남자를 너무 보고 싶어 한걸음에 달려왔다. 하지만 지금 보니 오지 말았어야 했다.키스를 나누던 두 사람이 순간적으로 멈추더니 이내 서둘러 몸을 떼었다.송유진은 서인아를 보자마자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졌다고 연회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마치 극 중에서처럼 송유진은 현실에서도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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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저녁 8시, 하성 빌리지.연회장 안은 이미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른 상태였고 마지막 촬영을 기념하는 자리라 그런지 평소 어색했던 사람들까지도 과감하게 장난을 주고받고 있었다.서인아가 문 앞에 도착하자 문 너머로 떠들썩한 환호성이 흘러나왔다.“키스! 키스!”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한 남녀였다.여자는 작고 아담한 체구였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얼굴 덕분에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스타일이었고 남자는 브라운 컬러의 캐주얼 슈트를 입고 있었다.긴 팔다리 덕에 옷맵시가 한층 더 돋보였고 자연스럽게 헝클어진 짧은 머리는 거칠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었다. 특히 옆머리에 난 희미한 흉터는 결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의 차가운 분위기를 더 부각시켰다.두 사람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주고받더니 이내 몸을 가까이 붙였다.“와아!”“딥 키스! 딥 키스!”누군가 장난스럽게 외쳤고 분위기에 취한 듯한 두 사람은 별다른 거부 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순간, 여자가 남자의 목을 감싸 안았다.남자는 가볍게 한숨을 내쉰 뒤,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고 그녀의 입술을 깊숙이 물었다.뜨겁고 진한 키스!곧이어 환호성과 탄성이 연회장을 가득 채웠고 문 앞에 서 있던 서인아는 그대로 얼어붙었다.“어? 우리 여주인공 인아도 왔는데?”“그럼 유진이가 인아랑도 한 번 하는 거 어때?”오늘은 그녀가 첫 출연한 드라마의 촬영 종료를 기념하는 자리였다. 서인아는 극 중에서 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고 끊임없이 계략을 꾸미는 악역을 맡았다.낮에 물에 빠지는 장면을 촬영한 탓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서인아는 오늘 참석할 생각이 없었지만 지금 다른 여자랑 키스하고 있는 그남자를 너무 보고 싶어 한걸음에 달려왔다. 하지만 지금 보니 오지 말았어야 했다.키스를 나누던 두 사람이 순간적으로 멈추더니 이내 서둘러 몸을 떼었다.송유진은 서인아를 보자마자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졌다고 연회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마치 극 중에서처럼 송유진은 현실에서도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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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하... 서인아, 이제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너는 졌어. 철저하게 완전히 그리고 어이없을 정도로 한심하게.’눈가에 맺힌 뜨거운 눈물이 점점 차가운 얼음처럼 굳어갔다. 서인아는 손에 힘을 주어 휴대전화를 단단히 쥐었고 거칠게 숨을 들이쉬었다. 눈앞에서 화면이 깜빡였지만 그녀는 그대로 내버려두었다.송유진은 서인아가 낮에 다이빙 장면을 촬영하다가 몸살이 나서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고 오늘 촬영 종료 파티에 원래 참석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그렇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유선미와 얽혀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서인아는 어떻게든 송유진을 만나고 싶었지만 그는 단 한 번이라도 그녀를 찾아왔던가? 아니, 기다리지도 찾지도 않았다.먹구름이 잔뜩 낀 해안선 위로 천둥이 울렸고 이내 가늘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서인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차가운 빗방울을 그대로 얼굴에 맞았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머리가 서서히 식어가면서 지끈거리던 머릿속이 차분해지는 듯했다.서인아는 송유진과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그를 따라다니며 그가 음악을 꿈꾸고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결국 인기를 좇아 연예계로 발을 들이는 과정까지 전부 지켜봤다.그가 첫 웹드라마에 출연하자마자 인기를 얻고 단숨에 라이징 스타가 되었을 때부터 서인아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소속사는 그와 유선미의‘커플 마케팅’을 기획했고 그는 서인아 몰래 계약서에 사인했다. 송유진은 거절할 수 없는 업무 같은 것이라고 변명하며 처음엔 자기도 괴로웠다고 했다.촬영장에서 손을 잡는 신이 있을 때면 서인아를 찾아와 손을 씻고는 몇 번이나 그녀를 안아주며 속삭였다.“우리 인아가 많이 속상했지? 미안해, 진짜 미안해.”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그와 유선미는 점점 호흡이 잘 맞아갔고 연인 연기를 할 때면 한층 더 자연스러워졌다. 어색했던 스킨십도 점차 익숙해졌고 커플 마케팅에 대해서도 더 이상 불편해하지 않게 되었다.그리고 서인아가 느끼는 불안과 질투에는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대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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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서인아는 고개를 숙여 컵을 내려보고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조용히 두어 모금 마셨다. 바싹 말라 있던 목이 조금이나마 촉촉해지자, 그녀는 고개를 들어 침대 곁에 있는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고마워요.”물컵을 들고 있던 남자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나한테 고마워할 필요 없어. 그냥 서 대표님의 부탁을 들어준 것뿐이니까.”“서... 대표?”서인아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 순간, 병실 문이 열렸고 서지훈이 결제 영수증을 한 움큼 들고 병실로 성큼성큼 들어왔다.“깨어났네.”서인아는 이제야 그 남자가 말한 서 대표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그녀는 시선을 피하며 애써 모른 척했지만 서지훈은 차가운 눈빛을 한 채 의자에 앉으며 비꼬듯 말했다.“이게 네가 말하던 행복이야? 네 꿈이야?”서지훈의 시선이 날카로웠다.“송유진은? 네가 그렇게 믿고 의지하던 남자는 어디 있어? 널 가장 사랑한다며? 네가 40도 가까이 열이 올라서 쓰러질 때까지도 네가 어디 있는지조차 몰랐던 게 그놈이 말하는 사랑이야?”서인아는 짜증이 치밀어 올라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눈을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서지훈이 이렇게 쉽게 물러날 리 없었다.그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송유진 연락처 뭐야?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직접 물어봐야겠어. 여자 친구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얼굴 한 번 안 내밀다니, 이게 말이 돼?”“오빠!”서인아는 단숨에 눈을 떴다. 순간, 병실 안이 조용해졌고 숨을 몰아쉬는 그녀의 거친 호흡 소리만 들렸다.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가 잠시 서인아를 바라보는 듯했지만 곧 다시 시선을 휴대전화로 돌렸다. 서지훈이 서인아의 친오빠인 걸 아무도 몰랐다. 그리고 그녀는 해성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고등학교 3학년 때, 송유진이 해성으로 전학을 오면서 두 사람은 처음 만났다. 그 후, 송유진이 대학 진학을 위해 하성의 연극영화과를 선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서인아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모든 걸 걸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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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무슨 일이야? 혹시 또 인터넷에서 난리 났어? 아니면 송유진이 또 뭐라고 전하래?”서인아는 마치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전하린은 서인아와 송유진이 정말 헤어졌는지 다시 묻고 싶었으나 선뜻 입을 떼지 못했다.서인아가 그렇게 오랫동안 쫓아다닌 끝에 가까스로 연인이 되었는데 그렇게 쉽게 포기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서인아의 태도는 예상보다 훨씬 단호했다. 이런 상황에서 더 묻는 건 예의가 아니었고 괜히 말했다가 둘의 대화가 유출되면 또 불필요한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게다가 전하린은 병실 안에 있는 이 두 남자 왠지 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그는 송유진의 곁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서인아에 대해서도 꽤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생활 대부분이 송유진을 중심으로 돌아갔고 주변에 아는 남자라 해봐야 송유진과 연관된 사람들이 전부였다.‘그런데 도대체 이 두 사람은 누구지?’전하린은 너무 궁금했지만 쉽게 물어볼 수가 없었고 결국 고민하다가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그게 아니고... 인아 씨가 오디션 본 영화 결과가 나왔어요.”“그래서? 네 얼굴 보니까 결과가 별로인가 보네?”서인아는 담담하게 물었고 전하린은 어색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 완전히 떨어진 건 아니에요. 여주인공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최종 후보 두 명 중에서 남자 주인공과의 합을 고려해 결정한대요. 이번 영화엔 강도 높은 감정신과 베드신이 많아서 남녀 주인공의 케미가 중요하대요.”서인아는 이 말을 듣고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애초에 오디션을 보러 갈 때부터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이 송유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와 함께할 시간을 더 갖기 위해서 일부러 지원한 것이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한숨만 나왔다.송유진은 이제 진짜‘대세 배우’가 된 모양이었다. 이 정도 규모의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주인공 캐스팅 권한까지 행사할 정도라니. 이게 운명이라는 거겠지, 그야말로 잔인한 운명.“후보 두 명 중 하나가 나라면 다른 한 명은 누구야?”전하린은 잠시 머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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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서인아는 고열로 인한 폐렴에 걸린 상태였다. 거기에 생리까지 겹쳐 몸이 극도로 쇠약해져 있었고 링거를 맞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한편, 서지훈은 단순히 서인아를 보기 위해 해성까지 온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투자 미팅이라는 중요한 일정이 있었고 원래라면 어제 오후에 미팅을 해야 했지만 서인아 때문에 일방적으로 약속을 취소해 버린 상태였다.그런데도 오늘 아침 다시 연락이 왔고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서인아가 곤히 자는 것을 확인한 그는 한도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리고 그가 답장했는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병실을 떠났다.서지훈의 검은색 세단이 주차장을 떠나자 멀리서 한도윤이 타고 있는 차 한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조용히 휴대전화를 손끝으로 굴리며 메시지를 천천히 읽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검은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 미묘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참는 듯 또는 충동을 억누르는 듯 병실에서 보였던 그 태연함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서지훈의 차가 사라진 후에도 그는 한동안 차 안에서 꼼짝하지 않았다.그리고 약 30분 정도가 흐른 뒤 마침내 차 문을 열고 다시 병실로 돌아갔다.서인아는 여전히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는 침대 옆에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그리고 이내 시선을 거두고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그러나, 그 순간 병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인아야, 많이 아프다면서? 이제 좀 괜찮아?”서인아는 눈썹을 찌푸리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유선미가 긴 웨이브 머리를 자연스럽게 늘어뜨리고 머리에는 세련된 버킷햇을 눌러쓴 채 커다란 선글라스로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연한 누드톤의 립글로스를 바른 입술 사이로 얄미운 미소가 희미하게 번졌다.그녀는 손에 과일 바구니를 들고 있었고 천천히 침대 쪽으로 걸어오면서 콧대에 걸려 있던 선글라스를 손끝으로 가볍게 벗었다.그러자 화려한 메이크업을 한 유선미가 보였다. 그녀는 과일 바구니를 탁자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그런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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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한도윤은 차가운 기색을 완전히 거두고 조용히 세면대의 물을 잠갔다. 그리고 손을 털어내며 깊이 숨을 들이쉰 뒤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갔다. 창가에 앉아 있는 서인아는 멍하니 바깥의 나뭇가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나, 바보 같지 않아?”그녀는 돌아보지도 않은 채,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한도윤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셔츠 소매는 팔꿈치까지 접혀 있었고 목덜미엔 세수하다 튄 듯한 물기가 살짝 남아 있었다. 어수선한 모습이었지만 그에게선 오히려 거친 자유로움과 날 선 분위기가 더 짙게 배어 있었다.그는 조용히 걸음을 옮겨 침대 곁에 서서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낮고 깊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바보 같은 건 네가 아니라, 스스로 똑똑하다고 착각하는 사람들. 그리고 눈과 마음이 멀어버린 사람들이야.”서인아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이상한 감정이 스쳐 지나간 듯,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그런데 넌 왜 다시 왔어? 오빠는?”한도윤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찬찬히 훑었다. 그리고 그의 눈빛 속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일이 있어서 먼저 갔어. 대신 나한테 널 챙겨주라고 하더라.”그는 담담한 말투로 대답하며 방금 전 쓰러져 있던 의자를 일으켜 세운 뒤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았다.“아까 다 들었어. 미안, 원래 의도했던 건 아니었는데.”서인아는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아.”한도윤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보통 이런 상황이면 울고 나서야 좀 나아지지 않나? 내가 모른 척해 줄 수도 있고 필요하면 잠깐 나가 있을 수도 있는데.”“나가서 뭐 하게?”서인아는 피식 웃었다.“이미 많이 울었어. 수도 없이. 그런데 아무 소용 없더라고.”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그 사람 눈에는 내 눈물이 단 한 푼의 가치도 없으니까.”한도윤이 미간을 살짝 좁혔다.“가치 없는 눈물은 없어. 단지, 그걸 볼 줄 모르는 사람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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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송유진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부드러웠고 표정도 온화했다. 미안함이 묻어있긴 했지만 아주 희미했다.순간, 서인아는 멍해졌다. 방금 전까지 그녀를 향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던 그 모습이 마치 꿈에서 본 장면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혹시, 착각이었을까?하지만 다음 순간,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모든 걸 산산이 깨뜨렸다.“선미가 가벼운 뇌진탕 증세가 있어서 며칠 입원해야 한대. 바로 옆 병실이야.”그 말은 마치“네가 한 짓을 좀 봐.”하고 상기시키려는 것 같았다.서인아는 헛웃음을 터트리며 물었다.“그래서? 나보고 사과라도 하라는 거야?”“다친 사람한테 사과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내가 다치게 한 게 아니야! 스스로 넘어진 거라고!”굳이 설명하고 싶진 않았지만 가만히 있자니 너무 억울했다. 방금 벌어진 일이 전부 그녀의 잘못이 아닌데도, 송유진이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게 참을 수 없었다.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단 한 번만 설명해 보기로 했다.그가 믿든 말든, 적어도 그녀 자신을 위해 변명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그러나 송유진은 한참 동안 그녀를 내려다보더니 희미하게 남아 있던 미안함마저 사라졌다.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럼, 선미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그의 시선이 날카롭게 그녀를 꿰뚫었다.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자 그 눈빛 속에는 실망감이 가득 차 있었다.“선미는 널 원망하지도 않아. 그냥 자기가 발을 헛디뎌 넘어진 거라고 했어. 널 오해하고 싶지도 않았고 단지 네가 아파서 걱정돼서 찾아왔을 뿐이었는데... 넌 왜 그렇게 선미를 미워하는 거야? 서인아, 넌 어쩌다가 이렇게 변한 거야?”서인아는 한동안 말없이 송유진을 빤히 바라보았다. 놀람에서 실망으로, 그리고 마지막엔 차가운 냉소로 변해가는 눈빛이었다.서인아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송유진, 우리 몇 년이나 알고 지냈지?”그는 순간적으로 멈칫했다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거의 6년.”“6년.”서인아는 조용히 웃었다.“6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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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서인아는 멍한 눈으로 그의 손 가까이에 놓인 나무로 된 단정한 도시락 상자를 바라보았다.그제야 서인아는 한도윤이 그녀를 위해 음식을 사러 나갔다는 것을 깨달았다.“일어나. 우선 밥부터 먹어.”그의 손에 이끌려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로 돌아가면서도, 서인아의 머릿속은 여전히 멍했다. 그녀가 침대에 앉자 한도윤은 테이블을 정리하고 조심스럽게 도시락을 하나씩 꺼내어 그녀 앞에 차려놓았다.그러다 문득,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난 앞으로 다시는 네가 가치 없는 사람 때문에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면 다소 뜬금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순간 서인아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덤덤히 말을 이었다.“어떤 남자는 자신이 너무 높이 떠받들어지면 본래의 모습을 잊게 되지. 서인아, 넌 평생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랐어. 그런 네가 스스로 가치를 깎아내려 가면서 누군가에게 휘둘리는 건... 정말 한심한 짓이야.”서인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나는 예전의 너를 다시 보고 싶어. 어디에 있어도 스스로 빛나던 그 서인아를.”그 말과 함께 그는 병실을 나갔다. 서인아는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도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맴돌았다.‘어디에 있어도 스스로 빛나던 그 서인아를.’심장이 한 번, 또 한 번, 깊게 울렸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그녀는 문득 정신을 차렸다.그녀의 얼굴 위로, 지금껏 보이지 않던 감정들이 떠올랐다. 마치 먼지가 쌓여 빛을 잃었던 진주가 다시 반짝이기 시작하는 것처럼.그래, 그녀는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그런데 왜 감정을 한 사람에게만 쏟아붓고 그 사람에게 휘둘려야 하는 걸까?순간적으로 정신이 번쩍 들면서 묘하게 답답하던 마음이 조금은 시원해진 느낌이었다. 그제야 도시락에서 풍기는 고소한 냄새와 따뜻한 죽 향이 코끝을 스쳤다.서인아는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그가 준비해 둔 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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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한도윤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처음 만났을 때 그는 간단한 흰 셔츠에 검정 바지를 입고 있었다. 허리가 날씬해서 벨트도 하지 않은 채 몸에는 눈에 띄는 명품 하나 없었다.서지훈은 한도윤이 어린 시절 해성에서 살았고 그녀의 집과 이웃이었고 후에 서울로 이사를 갔다고 했다. 서인아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지금은 여기서 머무는 게 좋겠어. 필요한 건 프런트에 전화하면 돼. 삼시세끼는 내가 호텔에 미리 얘기해 놓았으니 매일 정해진 시간에 배달될 거야. 서 대표님은 요즘 많이 바빠서 문제가 생기면 나한테 말하면 돼.”서인아는 널찍하고 깔끔한 스위트룸을 살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고... 고마워.”한도윤은 서인아를 바라보며 잠시 침묵을 지켰다.“서인아.” 그는 잠깐 머뭇거린 후, 약간의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우린 사실 이렇게까지 예의 차릴 필요 없잖아.”서인아는 순간 당황한 표정이었고 그가 말하는 의도가 대체 무엇일지 짐작하지 못했다. 아마도 두 가정이 어렸을 때부터 가까운 사이였다는 얘기인 것 같았다. 그 순간, 서인아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어쩐지 어색하면서도, 그 어색함 속에서 한숨 돌릴 수 있는 느낌이 들었다.“알겠어. 그럼 이제부터는 예의 차리긴 뭐하니까. 그럼 오빠랑 친한 친구라면 앞으로는 오빠라고 불러도 될까?”한도윤은 잠시 말을 아꼈다.“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그렇게 그녀를 방에 안착시키고 나서 한도윤은 자리를 떠났다. 오후가 되자 서인아는 휴대폰을 새로 구입하고 통신사를 바꾸었다. 휴대폰을 켜자 메시지가 쏟아졌고 그녀는 차분히 하나씩 답장을 보내며 SNS를 열었다.촬영 종료 파티에 관한 소식은 이미 사라졌고 대신 송유진과 유선미의 또 다른 사건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이번에는 사진이 아닌 몇 개의 동영상이었다. 동영상 속에서 송유진은 유선미를 반쯤 안은 채 병실을 나서며 얼굴에 걱정이 가득한 모습으로 외과 진료실로 들어갔다.그리고 잠시 후, 얼굴을 꽁꽁 싸맨 두 사람이 병원을 빠져나왔고 네티즌들의 날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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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문밖에서 나는 소리에 송유진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렸다. 서인아를 보자 그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다가 금세 얼굴을 찌푸리며 감정을 누르듯 말았다.“돌아왔으면 성질 그만 부리고. 요즘 내가 할 일이 많아. 더 이상 나한테 불똥 튀지 않게 해.”성질부린다고? 불똥 튄다고? 송유진은 아직도 서인아가 성질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서인아는 그를 아예 무시하고 침실로 향했다. 옷장 구석에서 여행 가방을 꺼내며 물건을 챙기기 시작했다.송유진은 뒤따라 들어왔고 그녀가 짐을 싸는 걸 보고는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너 또 뭐 하는 거야? 내가 방금 한 말 못 들었어?”“...”“서인아! 대체 뭐가 문제야? 네가 언급된 실시간 검색어 내가 다 내렸고 네가 유선미한테 사과만 하면 그 일은 끝이야. 새 영화 여주인공 자리는 줄 수 있고 나랑 더 많이 시간 보낼 수도 있어. 이렇게 작은 일로 계속 시끄럽게 굴 거야?”서인아는 아무 말 없이 짐을 싸고 있었다. 송유진은 그녀를 막으려 했다. “말 좀 해!”서인아는 그를 밀쳐내며 말했다.“뭘 말해? 이미 충분히 말했어.”서인아는 차갑게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 이미 헤어졌어, 송유진. 잊었어?”송유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아직도 신경 쓰는구나. 내가 사람들 앞에서 너와 키스를 안 했다고 그걸로 우리 몇 년의 관계를 다 버리겠다고? 너 이렇게 허영심이 강한 줄 몰랐어. 그렇게 사람들 앞에서 주목받는 게 좋았어?”그가 이런 생각을 한다니 서인아는 그저 말문이 막혔다.“그리고 유선미랑 난 홍보용으로 계약한 거잖아, 처음부터 너도 알았잖아. 왜 이렇게 오래된 일 가지고 아직도 이래? 그냥 작은 일이었잖아. 네가 사과 안 하면 내가 유선미한테 얘기할게. 근데 이렇게 끝까지 뭐가 문제야?”“내가 끝까지 문제 삼는 거?” 서인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짐을 쾅 닫고 일어섰다.“송유진, 우리는 이미 헤어졌어. 지금 누가 끝까지 문제 삼는 거 같아?”송유진은 잠시 생각에 잠기며 눈살을 찌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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