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진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부드러웠고 표정도 온화했다. 미안함이 묻어있긴 했지만 아주 희미했다.순간, 서인아는 멍해졌다. 방금 전까지 그녀를 향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던 그 모습이 마치 꿈에서 본 장면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혹시, 착각이었을까?하지만 다음 순간,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모든 걸 산산이 깨뜨렸다.“선미가 가벼운 뇌진탕 증세가 있어서 며칠 입원해야 한대. 바로 옆 병실이야.”그 말은 마치“네가 한 짓을 좀 봐.”하고 상기시키려는 것 같았다.서인아는 헛웃음을 터트리며 물었다.“그래서? 나보고 사과라도 하라는 거야?”“다친 사람한테 사과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내가 다치게 한 게 아니야! 스스로 넘어진 거라고!”굳이 설명하고 싶진 않았지만 가만히 있자니 너무 억울했다. 방금 벌어진 일이 전부 그녀의 잘못이 아닌데도, 송유진이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게 참을 수 없었다.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단 한 번만 설명해 보기로 했다.그가 믿든 말든, 적어도 그녀 자신을 위해 변명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그러나 송유진은 한참 동안 그녀를 내려다보더니 희미하게 남아 있던 미안함마저 사라졌다.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럼, 선미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그의 시선이 날카롭게 그녀를 꿰뚫었다.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자 그 눈빛 속에는 실망감이 가득 차 있었다.“선미는 널 원망하지도 않아. 그냥 자기가 발을 헛디뎌 넘어진 거라고 했어. 널 오해하고 싶지도 않았고 단지 네가 아파서 걱정돼서 찾아왔을 뿐이었는데... 넌 왜 그렇게 선미를 미워하는 거야? 서인아, 넌 어쩌다가 이렇게 변한 거야?”서인아는 한동안 말없이 송유진을 빤히 바라보았다. 놀람에서 실망으로, 그리고 마지막엔 차가운 냉소로 변해가는 눈빛이었다.서인아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송유진, 우리 몇 년이나 알고 지냈지?”그는 순간적으로 멈칫했다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거의 6년.”“6년.”서인아는 조용히 웃었다.“6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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