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윤은 서류 위에 손을 올린 채 한참 페이지를 넘기지 않았다. 엘라라조차 이상함을 느끼고 물었다.“대표님, 어디 문제 있으신가요?”한도윤은 고개를 들었다. 검은 눈동자에는 약간의 흔들림이 서려 있었다.그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듯 멈췄다가 은은한 기품이 감도는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야. 자료는 거기 두고, 우선 나가 봐.”엘라라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준비한 업무 일정을 그의 앞에 놓으며 답했다.“네, 그럼 저는 먼저 나가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불러 주세요.”사무실 문이 닫히자, 한도윤은 곧바로 옆에 있던 휴대폰을 집어 들어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임준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제가 막 전화하려던 참이었는데 먼저 주셨네요.”한도윤은 미간을 찌푸렸다.“왜? 그쪽에 무슨 일 생겼어?”“아니요, 별일은 없습니다. 다만 사모님께서 위로 올라가신 지 거의 한 시간째인데 아직 안 나오셔서 걱정됩니다...”전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해졌다.임준영은 스타엔터 맞은편 골목에 주차해 두고 상황을 지켜보며 한도윤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한참 만에야 한도윤의 목소리가 낮게 들려왔다.“...괜찮을 거야. 그 정도 일은 혼자서도 잘 처리하겠지.”임준영이 대답도 하기 전에, 그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다시 말했다.“네, 저도 해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곧 전화가 끊어졌다.임준영은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이건 도대체 걱정하는 거야, 안 하는 거야.’...임서원의 사무실.서인아는 송유진을 더 이상 쳐다볼 필요도 못 느꼈는지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책상 뒤쪽에 앉은 임서원을 향해 용건을 밝혔다.“임 대표님, 전에 전화로 말씀드렸던 계약 해지 건인데요. 오늘은 서류 처리를 하러 왔어요.”‘계약 해지?’방 안에 있던 모두가 다시 한번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이 타이밍에 그 얘기를 꺼낼 거라고는 예상 못 한 듯 다들 의아해 보였다.알 사람은 이미 알고 있듯, 이번 새 영화 여주인공 자리를 두고 서인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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