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가?]더 이상 답이 오지 않자, 서인아는 머릿속 가득 의문을 안은 채 침대에서 이리저리 뒤척였다.별별 생각이 뒤엉키다가 얼마나 지났는지 거의 잠들 뻔했는데 베개 옆에 둔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녀는 졸음을 참고 휴대폰을 집어 들어 화면을 켰다. 채팅창에는 새 메시지가 떴는데 딱 네 글자였다.[혼인신고.]서인아는 잠이 순식간에 깨버렸다. 그녀는 오랫동안 멍하니 있다가 문자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할아버지를 완전히 속이려면 결국 혼인신고밖에 방법이 없어 보였다.‘하아...’...아침 8시 40분, 서인아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정문에 다다른 건 9시 조금 넘었을 때였고, 한도윤은 이미 와 있었다.그는 처음 봤을 때와 똑같은 차림이었다. 검은색 슬랙스에 깔끔한 흰 셔츠, 단추는 두 개 풀려 있었고 소매는 여러 번 말아 팔꿈치 근처까지 올렸다.달라진 건 머리 정도였다. 전보다 좀 짧아져서 귀 옆이 훨씬 깔끔해졌고, 윗머리는 간단히 손질해 더 단정해 보였다.서인아가 도착했을 때, 한도윤은 차 앞에 기대어 전화를 하고 있다가 그녀를 보자마자 통화를 끝내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왔어?”서인아는 발목까지 오는 검은색 플레어스커트에 얇은 스트랩이 달린 다이아몬드 하이힐을 신었다. 햇빛 아래 반짝이는 빛이 발걸음을 뗄 때마다 시선을 사로잡았다.상의는 흰색 셔츠였지만, 한도윤의 것처럼 간단한 디자인이 아니라 가슴에 빨간 체리 자수가 놓여 있었다.한도윤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하이힐을 신은 그녀가 천천히 다가올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꾹꾹 눌리는 기분이 들어서인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특별히 맞춰 입은 거야?”서인아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옷을 보고 다시 그의 옷을 살폈다. 괜히 귀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그의 웃음기가 감도는 눈과 마주쳤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네가 혼인신고 하자고 했잖아. 이렇게 입으면 되는 거 아니야?”한도윤은 웃었다.그가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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