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명섭은 그녀의 눈길을 피하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안이슬은 그의 말을 믿지 않고 손으로 그의 얼굴을 움켜쥐며 그가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말해, 뭘 생각했는데?”양명섭도 더 숨길 생각이 없었다.“그 사람이 아이 아빠잖아. 그 사람 성씨를 준다고 해도 나는 개의치 않아. 나 그런 거 신경 쓰지 않는다고...”안이슬의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그녀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속상하여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양명섭이 그녀를 따라 나왔다.“화났어?”안이슬이 그를 등지며 말했다.“아니.”양명섭은 그녀의 속마음을 모를 리가 없었다.“분명 화가 났잖아.”안이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푹 숙였다.양명섭은 뒤에서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그리고 얼굴을 그녀의 얼굴에 바짝 대고 말했다.“내가 말실수했으니까 그만 화를 내.”안이슬이 어금니를 깨물더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명섭 씨, 나 양심 없는 사람 아니야. 명섭 씨가 나에게 얼마나 잘해주는지 다 느낄 수 있는데 왜 자꾸 그 사람 얘기를 꺼내?”양명섭이 설명했다.“내가 말하고 싶었던 건 이슬 씨 생각을 존중한다는 거야. 일부러 그 사람 얘기를 꺼낸 게 아니고.”그는 곧바로 사과했다.“미안해...”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안이슬이 고개를 돌려 그의 입술에 입술을 포갰다.양명섭은 잠깐 멈칫하더니 멍하니 안이슬을 바라봤다.안이슬이 몸을 돌리고는 그의 목을 끌어안더니 점점 더 깊은 키스를 퍼부었고 양명섭은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안이슬의 몸에서 싱긋한 향기와 은은한 모유 냄새가 났다.그는 감히 다른 동작을 하지 못하는데 그녀의 키스에 반응하기 싫은 게 아니라 안이슬이 마음의 준비를 했는지 아직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가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흥분할까 봐 두려웠다.안이슬은 입술이 저릿할 때까지 키스를 퍼부었는데 양명섭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천천히 입술을 뗐다.그녀도 양명섭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낮은 목소리로 물
양명섭의 손이 안이슬의 옷자락 아래로 들어갔다.그의 손가락은 결코 섬세하지 않았는데 안이슬은 심지어 그의 검지에 있는 두꺼운 굳은살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건 항상 총을 들고 있어서 생긴 굳은살이었다.양명섭의 손이 위로 올라갈수록 그는 저도 모르게 손을 떨었다.곧이어 안이슬의 옷이 모두 벗겨져 희고 고운 속살을 드러냈다. 출산했다고 해서 몸매가 망가지지 않았지만 뱃가죽이 조금 느슨해질 뿐이었다.출산한 지 아직 한 달밖에 더 되지 않았기에 몸매가 완전히 회복한 건 아니었다.안이슬은 양명섭에게 아직 채 회복하지 않은 몸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손으로 가렸다.양명섭은 그녀의 속마음을 바로 알아챘다.하지만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그녀의 모든 걸 사랑한다는 것과 다름없었다.안이슬에게 어떤 장단점이 있든 양명섭의 눈에는 모두 사랑스럽게 보였다.그는 살포시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신경 쓰지 않아.”안이슬은 그래도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나...”양명섭이 그녀의 손을 떼고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배에 입맞춤을 했다.안이슬은 입술을 깨물었고 이어서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그들의 몸이 하나로 되는 순간, 안이슬은 눈물을 흘렸다.그녀도 자신이 왜 눈물을 흘리는지 몰랐다.감동해서?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오늘 밤은 그녀가 겪은 가장 광란의 밤이었다.안이슬은 그 어떤 수치심도 들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움직였다.그녀는 양명섭과 땀을 뻘뻘 흘렸는데 거실에서부터 욕실까지, 침실에서부터 주방까지, 집 구석구석에 모두 두 사람의 흔적을 남기려는 듯했다.그들은 한참 동안 몸을 섞었고, 할 때마다 긴 시간을 지속했다.하늘이 어두워졌고.그들은 너무 피곤해서 서로 껴안은 채 잠이 들었다.안이슬은 아주 깊이 잠들었는데 잠결에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천천히 눈을 뜨자 분유를 타고 있는 양명섭을 발견했다.그녀의 젖은 아이가 먹을 만큼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분유까지 같이 먹여야 했다.안이슬은 너무 피
그녀는 정신을 번쩍 차렸다.“몇 시야?”목소리가 푹 잠겼다.양명섭이 대답했다.“열 시.”안이슬이 눈살을 찌푸렸다.“열 시라고?”벌써 이렇게 늦은 시간이라니?안이슬은 아기를 보려고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이불이 흘러내리더니 그녀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잠깐 멈칫했다. 그제야 어젯밤 일을 떠올렸는지 얼굴을 붉혔고...양명섭은 잠옷을 그녀에게 걸쳐주고는 말했다.“일어나서 씻어. 밥 먹으러 가자.”안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양명섭이 침대에서 내렸는데 그의 건장한 몸매, 특히 튼실한 가슴 근육과 복근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정감을 느끼게 했다.안이슬도 느낄 수 있었는데 그는 겉으로 힘이 세 보였을 뿐만 아니라 실로 그랬다!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그녀의 얼굴은 점점 빨개졌다.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광란의 밤을 보낼 거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다.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난 후 욕실로 향했다.세수를 끝내고 샤워기 밑에 서서 물을 틀었는데 그녀의 검고 긴 생머리를 따라 물이 콸콸 내렸다.“엉엉...”이때 보아가 잠에서 깨어나 울기 시작했다.안이슬은 보아의 울음소리를 듣고는 물을 끄고 욕실 문을 열어 나오려고 했는데 양명섭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그는 안이슬을 보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안이슬은 홀딱 벗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문을 닫았다.“보아가 배고픈 거 아니야?”양명섭이 대답했다.“분유를 준비할게...”“분유 타지 마.”안이슬이 그를 말리자 양명섭이 물었다.“왜?”“이유는 없어. 먼저 안아주고 있어, 이따가 내가 젖을 먹일 테니까.”안이슬은 하루 종일 젖을 먹이지 않아 두 가슴은 불어서 아프기까지 했다.양명섭도 더는 묻지 않고 보아를 안은 채 달랬다.그는 건장한 사내였지만 아이도 듬직한 아빠처럼 잘 안았다.안이슬이 샤워를 마친 후 가운을 두른 채 욕실에서 나오자 창문 앞에서 보아를 안은 양명섭을 발견했다.훤칠한 모습의 그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아이를 달래고 있었다.안이슬이 다가오더니 뒤에서 그의 허리를 끌어
“난 다 좋아.”양명섭이 말했다.“당신이 좋아하는 거로 주문하자.”안이슬은 웃으며 시선을 내렸다. “보아하니 앞으로 내가 당신한테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 같아. 그렇지 않으면 나는 당신이 뭘 좋아하는지 하나도 몰라.”양명섭이 웃었다.“앞으로 살아갈 날이 아직 멀었으니 당신이 날 알아갈 시간이 충분해.”안이슬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응했다. 사실 마음속에는 미래를 향한 동경과 기대가 차올랐다. 그녀는 평온하고 고즈넉한 일상을 바라왔었는데 그런 생활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 같았다. 소중히 할 가치가 있고 기억될 가치가 있다.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안이슬은 턱을 받치고 맞은 쪽에 앉은 양명섭을 쳐다보았다. 자신을 너무도 빤히 쳐다보는 그녀의 시선에 양명섭 같은 사내대장부도 조금 민망해져서 눈길을 피했다. 안이슬이 물었다.“명섭 씨, 민망해?”...안이슬이 웃었다. 조금 지나 음식이 나오고 밥을 먹을 때 양명섭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전화를 받아 그쪽에서 뭐라고 하는 말에, 몇 마디 대답하고 나서 전화를 끊었다. 안이슬은 양명섭에게 음식을 집어주면서 물었다.“누구 전화야?”“서에 한 번 다녀오래.”양명섭이 덤덤하게 말하자 안이슬은 미간을 찌푸렸다.“또 당신한테 임무를 주려고? 당신한테 휴가를 준다고 말 다 끝난 거 아니야? 휴가가 아직 끝나지 않았잖아!”양명섭은 안이슬이 집어준 음식을 입안에 넣으며 말했다.“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꼭 임무가 있는 건 아닐 거야.”안이슬이 말했다.“당신의 이 직업은 정말 너무 힘드네.”휴가를 보내도 마음 놓고 보낼 수 없으니!“당신은 진작에 내 직업의 특성을 알고 있지 않았어?”양명섭은 안이슬에게 음식을 집어주면서 가벼운 위로를 건넸다.“최대한 시간을 내서 당신과 딸이랑 함께 있어 줄게.”안이슬이 말했다.“당신의 직업특성은 당연히 알고 있었지. 내가 불만인 것은 당신의 상처가 아직 다 안 나았는데 이런다는 거야.”안이슬은 양명섭의 몸이 걱정되었다. 양명섭이 웃자 안이슬이 그를
“...”안이슬은 찻잔을 들고 양명섭을 쳐다보며 말했다.“당신 언제 이런 걸 배운 거야? 나 보고 알아 맞혀보라고? 내가 어떻게 알아맞힐 수가 있어?”“내가 서에 간 건 임무를 주려는 게 아니라 상을 주려는 거야. 이번에 내가 공을 세웠잖아.”양명섭은 물건을 가지고 와서 안이슬에게 건넸다.“당신한테 줄게.”안이슬이 열어보니 400만 원의 현금이 들어 있었다. 이들 같은 사람들한테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저 훈장이었다. 안이슬은 이게 양명섭의 목숨으로 바꿔온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안이슬이 물었다.“아까워서 나한테 줄 수 있겠어?”양명섭은 침대로 가서 보아를 보고 손을 뻗어 보아의 보드라운 볼을 만졌다.“내 것이 곧 당신 것이 아닌가?”안이슬이 웃었다.“맞다, 당신 친구 송연아한테 전화 한 통 할래? 송예걸이 요 며칠 사이에 재판을 받을 건데 공을 세웠지만 저지른 일이 많긴 한데, 그래도 정상참작 해주실 거야.”안이슬의 얼굴에 있던 웃음이 점점 사라졌다. 양명섭은 고개를 들었다.“당신은 당신의 생활을 잘하고 다른 사람의 일은 적게 신경 써.”안이슬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알아.”안이슬은 핸드폰을 들었다.“가서 전화하고 올게.”양명섭이 응했다....송연아는 지금 인터넷에서 제일 좋은 안과 의사를 찾는 중이다. 국내에서 송연아가 아는 안과 의사가 많지 않기에 많이 찾아봐야 했다. 송연아는 한 포럼에 강세헌의 상황을 대략 서술하는 글을 올렸는데 빠르게 많은 회신을 받았다. 이건 하나의 메디칼 포럼이었기에 각 분야의 출중한 전문의들이 다 있었다. 안과는 그녀가 익숙한 분야가 아니기에 많이 알아봐야 했다.철컥...방문이 갑자기 열려서 송연아가 고개를 들자 심재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송연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심재경은 문 앞에서 흠칫했다.“미안, 아직 집에 누가 있다는 게 익숙하지 않네.”여기는 심재경의 공간이었기에 현재 송연아 일가가 여기로 이사한 것을 깜빡했다.“무슨 일 있어요?”송연아의 물음에 심재경이 대
송연아는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작게 기침을 했다. 그녀는 몸을 돌려 심재경의 곁으로 지나갔다.“왜 그렇게 봐요?”“안이슬 전화해서 뭐라고 했어?”이렇게 묻는 심재경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송연아의 얼굴에서 뭐라도 알아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송연아는 사실대로 말했다.“예걸의 일이에요.”심재경은 입술을 깨물었다.“너는 가서 송예걸을 보지도 않아? 그래도 너랑 혈연관계가 있는 동생인데 왜 그렇게 모질어?”송연아는 그 말에 흔들리지 않고 말했다.“내가 간다고 해도, 변하는 게 없잖아요. 그리고 지금 여기에 내가 더 필요하고요.”강세헌이 없으니 그녀가 두 아이를 잘 지켜야 했다. 그리고 회신을 하나 봤는데 미국에 있는 안과 의사 한 분이 전 세계에서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이 의사의 진료를 예약하고 싶었다. 하여 송연아는 이 의사의 자료도 찾아봐야 했다. “넌 안 가도 돼. 나 혼자 갈 거야.”심재경은 이렇게 말하고 뒤돌아서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송연아는 바로 그를 잡고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무슨 뜻이에요? 선배 뭘 하려고요?”“계산해보니까 안이슬 아이도 태어난 지 한 달이 되었겠더라고. 아마 생후 1개월 축하 파티를 하겠지? 내가 가서 아이한테 선물을 줘도 안 돼?”“...”“선배 미쳤어요? 선배 이러면 이슬 언니한테 폐를 끼치는 것밖에 더 돼요?”“너희들 모두 양 경관을 좋게 보는 거 아니야? 그렇게 마음이 넓은 사람인데 내가 아이를 한번 보는 건 개의치 않아 할 거야.”송연아는 눈꼬리가 떨렸다.“선배를 절대 못 가게 할 거예요.”심재경이 웃었다.“나를 매달기라도 하게?”송연아는 심재경을 빤히 쳐다보았다.“내가 매달릴 수는 없지만 묶을 수는 있죠.”“연아야,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야? 나를 묶을 수 있다고?”심재경은 아예 믿지 않았다. 송연아의 연약한 여자 몸으로 그를 묶으려 한다고?‘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선배 진짜 꼭 가야 해요?”송연아는 심재경을 빤히 쳐다보았다.“
심재경도 이걸 따지는 게 아니다. 아무래도 아이는 확실히 안이슬이 낳은 거니까.“네가 아니라면 아닌 거지. 자자, 먼저 나를 좀 놔줘.”송연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심재경은 분명히 지금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것이다. 심재경을 놓아준다면 망설이지도 않고 안이슬을 찾아갈 게 분명했다. “저는 선배를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송연아의 태도도 단호했다. 이번에는 심재경의 아우성을 더는 듣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서 아예 문을 잠가버렸다. 하지만 심재경은 어떻게 이대로 가만히 묶여있겠는가, 그는 끊임없이 송연아를 불렀다. 하여 집안의 사람들은 모두 그가 이영한테 묶여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찬이는 입을 막고 웃고 있었고 한혜숙은 어이가 없어 했다.“다 큰 사람들이 이게 뭐 하는 짓이야!”심재경은 불쌍한 척했다.“어머님, 어머님이 가서 연아 좀 혼내주세요. 강세헌이 없으니까 연아가 집에서 온갖 나쁜 짓을 다 저지르네요.”한혜숙이 미간을 찌푸렸다.“연아가 정말 그렇게 분수를 몰라요?”한혜숙이 설득당하려는 기미가 보이자 이영이 입을 열었다.“사모님은 아무 이유 없이 이자를 묶어둘 리가 없습니다.”한혜숙이 생각해봐도 그랬다.“다들 애들도 아닌데 연아도 이런 장난을 치지는 않을 거예요.”심재경은 이영을 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당신은 말 안 하면 죽는 거야?”이영은 무고한 표정을 지었다.“저는 그저 제가 본 것을 전달하는 것뿐입니다.”심재경은 화가 치밀었다. 이영처럼 이렇게 큰 사나이가 애교를 부리다니, 정말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제발 이렇게 빌게. 그러지 마, 나 정말 토할 것 같아.”이영이 말하기도 전에 찬이가 먼저 말했다.“제가 가서 대야를 가져다드릴까요?”“...”이영은 웃음이 터지는 것을 참았다. 한혜숙은 윤이를 안아 들었다.“우리 가자.”한혜숙은 나이가 들어 이런 일에는 끼고 싶지 않았다. 한혜숙은 그저 아이들만 잘 보살필 뿐, 그 나머지 일들은 관여하지 않을 수 있다면 관여하지 않았다. 모두 다 큰 어른인데 무언
송연아가 알아챘다.“찬이가 선배한테 한 거였네요!”그도 그럴 것이 아이가 아니면 누가 이렇게 무료한 일을 꾸미겠는가 말이다.“빨리 나 풀어줘!”심재경이 재촉하자 송연아가 말했다.“선배가 이슬 언니 찾으러 가지 않겠다고 맹세하면 풀어줄게요.“맹세할게.”송연아는 심재경의 머리를 풀어주면서 심재경이 맹세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심재경은 맹세한다고만 하고 뒷말은 붙이지 않아서 송연아는 어이가 없었다.“맹세 안 해요?”심재경은 그녀를 쳐다보았다.“나 방금 맹세했잖아?”“...”송연아는 일어섰다.“그럼 그냥 그렇게 계속 묶여있으세요!”심재경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너희 여자들 진짜 복잡해.”“이슬 언니도 여자인데 그럼 왜 좋아해요?”송연아가 되물었다.“...”심재경은 눈썹을 찡그렸다.“내가 졌어, 내가 졌다고. 말로는 정말 너를 이길 수가 없어. 맹세할게, 내가 만약 안이슬을 찾아가면 나는...”송연아가 그를 쳐다봤다.“찾아가면 뭐요?”심재경은 입꼬리를 삐쭉거렸다.“밥 먹다가 입을 데고 물 먹다가 사레들리고...”“이게 다 무슨 맹세예요? 좀 직접적인 맹세 안 할 거예요?”심재경이 물었다.“내가 찾아가면 죽을 거라고 해야 맹세로 쳐주나?”송연아는 말문이 막혀서 웅크리고 앉아 심재경을 쳐다봤다.“내가 선배한테 일부러 모질게 구는 거 아니에요. 선배도 이슬 언니 가정사를 알잖아요. 언니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아버지가 저렇게 되고 하니까 언니는 얼마나 평온한 생활을 바랐겠어요. 지금 어렵게 본인이 원하던 생활을 하고 있는데 선배 때문에 또 무슨 소란이 일어나면 내가 언니한테 얼마나 미안하겠어요?”심재경도 송연아의 말을 들었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나는 그저 보고 싶었어,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아이가 보고 싶었어. 난 안이슬을 방해할 생각이 없어. 그저 정말 보고 싶었던 거야, 그것뿐이야.”송연아는 심재경을 풀어주었다.“앞으로 기회가 있을 거예요.”심재경은 알고 있다. 그 기회라는 게 얼마나 기다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