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위험한 물건이 아닐까?’그 생각에 송연아는 긴장되기 시작했다.송연아는 집사를 불러 말했다.“가서 비서님과 재경 선배 불러주세요. 그리고...”그녀는 또 고개를 돌려 구애린을 바라봤다.“애린 씨는 안으로 들어가요.”하지만 구애린은 움직이지 않았다.송연아는 엄숙한 얼굴로 한 번 또 말했다.“들어가요.”그러는 사이에 그녀는 또 옆에 있던 이영을 보며 말했다.“이영 씨도 들어가요.”이영의 싸움 실력이 그들 중에서 가장 높았다. 두 아이와 강세헌이 집 안에 있었으니 이영도 집 안에 있어야 그녀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이영이 대답했다.“네, 사모님.”그리고 그는 또 구애린에게 말했다.“우리 같이 들어가요.”구애린이 어금니를 깨물고는 끝내 이영을 따라 들어갔다.송연아는 박스에 뭐가 담겼는지 감히 열어볼 수 없었다.심재경과 임지훈이 모두 나오자 그녀는 박스를 가리키며 말했다.“방금 두 남자가 이걸 배달해 왔는데 뭐가 들어있는지는 모르겠어요. 혹시 위험한 물건이 있을까 봐 두려워요.”임지훈과 심재경이 서로 마주 보더니 심재경이 고개를 들고는 송연아에게 말했다.“연아야, 들어가 있어.”송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집으로 들어설 때 고개를 돌리고는 그들에게 당부했다.“두 사람 조심해요.”심재경이 손을 저었다.“얼른 들어가.”송연아는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계속 돌아봤다.임지훈과 심재경은 바로 박스를 열어보지 않고 힘을 합쳐 그 박스를 리조트로부터 먼 곳으로 옮겼다.만약 정말 위험한 물건이 담겨 있다면 집 안에 있는 사람에게까지 불똥이 튀면 안 되니까.그들은 박스를 인적이 드문 길가에 옮겼고, 이때 심재경이 말했다.“우리 두 사람 중에서 누가 열까요?”임지훈이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심재경이 말했다.“됐어요, 내가 열게요.”임지훈이 말했다.“내가 당신보고 열라고 한 것도 아니잖아요.”심재경이 눈을 희번덕거렸다.“그럼 비서님이 열어요.”말하고는 일부러 몸을 돌렸다.하지만 임지훈은 그를 부르기
임지훈은 차마 볼 수 없어 눈을 감았다.지퍼가 조금씩 열리는 소리는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임지훈은 어금니를 꽉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곧이어 지퍼가 열렸고, 심재경이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다행인지는 모르지만 시체가 아닌 다리가 하나 담겨 있었다.그렇다, 검은 주머니 안에는 피범벅이 된 사람 다리가 하나 담겨 있었다.심재경은 어두운 얼굴로 그 다리를 뚫어지게 쳐다봤다.임지훈은 아무 기척이 들리지 않자 천천히 눈을 떴는데 눈앞의 다리를 보고는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그는 이런 끔찍한 장면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이 다리가 진원우의 다리일까 봐 두려웠던 것이었다.심재경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마 여기도 안전하지 않을 것 같네요.”임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상대가 이곳으로 박스를 보낼 수 있다는 건 분명 그들의 위치를 확보했다는 걸 말해준다.“만약 그렇다면 우리 모두 위험한 상황에 놓인 거 아니에요?”심재경이 말했다.“이걸 잘 처리해 줘요, 나는 들어가서 세헌이에게 이 일을 알려야겠어요.”임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집 안에서.송연아가 들어올 때 구애린의 흐느끼는 울음소리를 들었다.그녀는 소파에 앉아 울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강세헌이 앞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 같았다.송연아는 그녀의 옆에 앉아 위로를 건넸다.“치료할 수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전에 송연아는 그저 강세헌이 눈을 다쳤다고만 해서 구애린은 강세헌이 기껏해야 찰과상뿐인 줄 알았다.하지만 앞을 볼 수 없다니!송연아는 그녀를 위로하려고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봐요, 나도 원우 씨도 애린 씨에게 알리지 않은 게 애린 씨가 너무 속상하고 걱정할 것 같아서예요.”구애린이 눈물을 닦고는 되도록 진정하려고 했다.그녀는 강세헌을 보며 말했다.“나랑 같이 미국 가요. 그쪽에 좋은 안과 의사가 많거든요. 얼른 치료해야 후유증이나 안 남을 거 아니에요...”구애린의 말을 채 끝내기도 전
송연아는 깜짝 놀랐는데 애써 진정하려고 했다.“왜 그래요?”그녀는 될수록 평정심을 유지했다.구애린은 송연아를 보다가 또 강세헌을 보고는 어색한 얼굴로 말했다.“문 두드리는 걸 깜빡했네요. 두 사람 방해했죠?”송연아가 다급하게 말했다.“아니에요.”“그럼 다행이네요. 찬이가 불어를 공부하는데 선생님이 가르치고 있어 먼저 나왔어요.”송연아가 걸어오고는 고개를 돌려 강세헌을 보더니 말을 조직한 후 구애린을 보며 입을 열었다.“애린 씨, 우리 당분간 이 집에서 살지 않을 거예요.”“왜요?”구애린이 물었다.“그러니까... 그러니까...”그녀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그렇다고 구애린에게 진원우로 의심되는 다리를 하나 받아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이사한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눈을 치료할 병원을 알아봤는데 그쪽이 다니기 훨씬 더 편해서.”강세헌이 말했다.구애린이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여기 좋잖아요. 그렇다고 오빠가 계속 눈을 치료할 것도 아니잖아요.”‘치료를 끝내면 다시 이곳으로 이사한다고? 안 될 거야 없지만 두 아이까지 있는 마당에 얼마나 귀찮아.’송연아가 말을 이어갔다.“내가 이사하자고 했어요. 가까이 있으면 세헌 씨 더 잘 돌볼 수 있을 것 같아서요.”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두 사람 진짜 너무 알콩달콩한 거 아니에요? 한 시도 떨어질 수 없어요? 알겠어요, 이사를 도울게요.”말을 마친 후 그녀는 방문을 닫았다.송연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찌저찌 핑계를 둘러댔지만 그래도 언제 들킬지 모른다는 마음에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지금은 이렇게 핑계를 둘러대고 있지만 언제까지 속일 수 있단 말인가?송연아가 물었다.“아직 소식 없어요?”강세헌은 알아보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전해져 온 소식이 없었다.강세헌은 안색이 어두워진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송연아도 분명 소식이 오지 않은 걸 알고 더는 묻지 않았다.한혜숙은 이사에 관해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시키는 대로 하려고 했다.이사 같은 큰일은 쉽게 결정되는 게
심재경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럼 누구 거예요?”‘뜸을 안 들이면 안 돼? 나 심장 약하다고! 큰 자극을 받으면 안 된다고! 이러다가 내가 먼저 정신을 잃겠어!’“강세욱 씨 거예요.”임지훈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심재경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왜 강세욱의 다리인 거죠?”너무나도 뜻밖의 결과에 심재경은 어안이 벙벙했다.임지훈이 말했다.“자세한 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어휴, 몰라요. 원우 거만 아니면 되죠. X발, 심장이 튀어나올 뻔했네요.”심재경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됐어요, 먼저 전화 끊을게요. 이 소식을 세헌이에게 알려줘야지.”심재경이 말했다.전화기 너머로 임지훈이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심재경이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돌아서자 바로 뒤에 서 있던 구애린을 발견해 깜짝 놀랐다.“왜, 왜 여기에 있어요?”심재경이 물었다.구애린은 그저 그를 뚫어지게 쳐다만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심재경은 그녀의 눈빛에 뒤가 켕겼다.‘설마 무슨 말을 들은 건 아니겠지?’심재경은 곰곰이 생각해 봤으나 자신이 별다른 말실수를 한 것 같진 않았다.아무리 생각해도 의심스러운 말을 하지 않은 것 같아 용기를 내어 구애린과 눈을 마주쳤다.“왜 나를 봐요?”심재경이 물었다.“방금 누구랑 통화하고 있었어요?”구애린이 엄숙한 얼굴로 물었다.그녀가 너무 진지한 얼굴을 보여서인지 심재경은 또 감히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는 우물쭈물 대답했다.“임 비서님이요.”“그렇군요.”구애린이 또 물었다.“그런데 전화에서 원우 씨 얘기를 했어요?”“...”심재경은 말문이 막혔다.‘내가 원우 이름을 얘기했었나? 한마디 하긴 한 것 같은데.’“무슨 원우 거만 아니면 된다고 했잖아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구애린의 물음에 심재경이 재빨리 설명했다.“잘못 들었어요, 원우 얘기를 한 적이 없는데...”“분명히 했는데요.”구애린이 단호하게 말했다.심재경은 구애린이 속지 않자 오히려 적반하
송연아는 한창 한혜숙을 도와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아직 어깨에 상처가 있어 한 손밖에 힘을 쓸 수가 없기에 다른 한 손으로 힘겹게 움직이고 있었다.심재경의 목소리를 듣고 그녀는 고개를 들었는데 심재경이 황급하게 그녀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송연아는 미간을 구겼다.“선배...”심재경은 그녀의 뒤로 숨었다.“애린 씨가 계속 나에게 원우 일에 관해 물어. 난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는데 계속 쫓아와서 물어.”구애린이 다시 한번 말했다.“분명 전화에서 원우 씨 얘기를 했잖아요.”심재경이 함부로 입을 열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구애린은 마음이 불안했다.그녀는 송연아를 보며 말했다.“언니.”송연아는 고개를 돌려 계속 한혜숙을 도와 짐을 정리하면서 못 들은 척을 했다.하지만 심재경이 눈치 없이 송연아를 끌고 오고는 말했다.“내가 짐 정리 도울게.”“...”송연아는 어이가 없었다.구애린이 계속 말했다.“언니, 저에게 알려줘요!”송연아가 한참 침묵을 지키고는 구애린에게 말했다.“나 따라 들어와요.”송연아가 방에 들어선 후 구애린도 따라 들어왔다.“원우 씨는 세헌 씨를 찾으러 간 도중에 우리를 엄호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잡혀갔어요.”송연아는 더 숨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솔직하게 말했다.구애린은 멍한 표정을 지은 채 제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주먹을 쥐기 시작했다.송연아가 말을 이어갔다.“우리도 원우 씨를 많이 걱정하고 있어요.”“그럼 지금까지 찾으러 안 갔어요?”구애린이 물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조금의 원망이 담겨 있었다.송연아가 설명했다.“그 사람들 정체, 우리도 잘 몰라요. 세헌 씨가 이미 사람을 시켜 알아보라고 했어요. 그리고 애린 씨, 우리가 왜 원우 씨 지금까지 찾지 않았겠어요, 나랑 세헌 씨 그런 사람 아니에요.”구애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참 침묵을 지켰다.그리고 드디어 이 소식을 소화했는지 천천히 입을 열었다.“언니, 미안해요. 아까는 너무 마음이 급해서 실례했네요...”“괜찮아요.
“강세욱까지 죽였으니 원우가 손을 더럽힐 일도 없잖아. 참 아이러니해. 오히려 우리 대신 골칫거리를 해결해 줬으니 말이야.”심재경이 말했다.“그럼 우리 위치를 알고 있는 건 민호준이지, 우리를 쫓던 그 사람들은 아니라는 거네?”심재경은 민호준이 그나마 상대하기 쉽다고 생각했다. 상대하기 어려운 건 오히려 그 목숨도 마다하는 놈들이지!강세헌이 말했다.“가서 민호준 행방을 좀 알아봐.”이런 시한폭탄을 제때 제거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위험이 생길 수 있다.언제 나타나서 갑자기 뒤통수를 때릴지 모르니까.심재경이 고개를 끄덕였다.“그 X끼 얼마나 잘 숨는지 몰라, 전에 원우가 찾을 때도 전혀 단서를 찾지 못했다니까.”곧이어 그는 또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아예 단서가 없는 건 아니겠지. 오늘 한 번 모습을 드러냈으니 아예 흔적 없이 사라지지는 않겠지.”“응.”강세헌이 말했다.“서둘러.”심재경이 말했다.“지금 바로 갈게.”그는 뒤로 돌아서자 바로 송연아를 발견했다.이때 송연아가 걸어 들어오더니 물었다.“그 다리, 원우 씨 거 아니죠?”그녀는 두 사람의 대화를 다 들어서 그저 확인차 물었다.심재경이 고개를 끄덕였다.“강세욱 거야.”송연아는 다행이라고 생각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그리고 이때, 강세헌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돌아온 후 그는 휴대폰을 새로 바꿨지만 여전히 전에 그 번호를 사용했다.휴대폰도 전과 똑같은 기종이라 보이지 않아도 익숙히 사용할 수 있었다.그는 통화 버튼을 누른 후 휴대폰을 귀에 갖다 댔다.상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강세헌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평소대로 덤덤한 얼굴을 보이고는 전화를 끊었다.송연아가 물었다.“원우 씨 소식이에요?”강세헌이 대답했다.“아니, 하지만 나 나가봐야 해.”송연아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나도 같이 갈래요...”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강세헌이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상처가 아직 낫지 않았잖아. 집에서 쉬고 있어. 나는 임 비서랑 같이 가면 되
강세헌이 고개를 돌렸다.구애린도 고개를 돌려 송연아를 바라봤다.“언니, 왜 그래요?”송연아가 대답했다.“아니요, 그냥 두 사람 조심하라고요.”“조심할게요, 언니도 걱정하지 말아요.”구애린이 말했고 송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송연아는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만 바라봤는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안색이 어두워졌다.이영이 그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사모님, 제 도움이 필요해요?”송연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제 들어가죠.”그러고는 말을 이어갔다.“제가 없을 때 수고 많았어요.”“제가 해야 할 일인데요.”이영이 고개를 푹 숙이고는 말했다.찬이가 다가오더니 송연아의 다리를 끌어안고는 말했다.“엄마, 안아주세요.”송연아가 허리를 굽혀 두 손으로 그를 안아 들려고 했는데 그때 상처를 건드렸다.송연아는 그제야 상처가 아직 낫지 않았다는 걸 떠올렸다.“손잡고 가면 안 돼?”그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하지만 찬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안아주세요.”이영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내가 안아줄게.”“...”찬이는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싫어요.”그러고는 다른 곳으로 후다닥 뛰어갔다.송연아가 없을 때 찬이는 이영이 단단히 지켜보고 있었다.높은 곳에 올라가지 못하게 했고, 리조트 밖으로도 나가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불어를 잘 배울 수 있도록, 또 밥을 잘 먹을 수 있도록 다그쳤다.찬이는 이영의 감시하에 전혀 자유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영의 포옹을 당연히 반가워할 리가 없었다.그의 품에 안긴다는 것은 속박받는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 말이다. 엄마의 품처럼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없었다.송연아가 눈썹을 치켜들었다.“찬이가 이영 씨를 이렇게 무서워해요?”송연아가 말하면서 이영을 바라봤다.이영은 송연아가 무슨 뜻으로 이 말을 했는지 몰라 저도 모르게 설명하기 시작했다.“혹시 다들 안 계실 때 제가 찬이를 너무 꽉 조인 건 아닐까요? 그래서 찬이가 저를 싫어하나 봐요.”송연아가
양명섭은 그녀의 눈길을 피하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안이슬은 그의 말을 믿지 않고 손으로 그의 얼굴을 움켜쥐며 그가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말해, 뭘 생각했는데?”양명섭도 더 숨길 생각이 없었다.“그 사람이 아이 아빠잖아. 그 사람 성씨를 준다고 해도 나는 개의치 않아. 나 그런 거 신경 쓰지 않는다고...”안이슬의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그녀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속상하여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양명섭이 그녀를 따라 나왔다.“화났어?”안이슬이 그를 등지며 말했다.“아니.”양명섭은 그녀의 속마음을 모를 리가 없었다.“분명 화가 났잖아.”안이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푹 숙였다.양명섭은 뒤에서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그리고 얼굴을 그녀의 얼굴에 바짝 대고 말했다.“내가 말실수했으니까 그만 화를 내.”안이슬이 어금니를 깨물더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명섭 씨, 나 양심 없는 사람 아니야. 명섭 씨가 나에게 얼마나 잘해주는지 다 느낄 수 있는데 왜 자꾸 그 사람 얘기를 꺼내?”양명섭이 설명했다.“내가 말하고 싶었던 건 이슬 씨 생각을 존중한다는 거야. 일부러 그 사람 얘기를 꺼낸 게 아니고.”그는 곧바로 사과했다.“미안해...”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안이슬이 고개를 돌려 그의 입술에 입술을 포갰다.양명섭은 잠깐 멈칫하더니 멍하니 안이슬을 바라봤다.안이슬이 몸을 돌리고는 그의 목을 끌어안더니 점점 더 깊은 키스를 퍼부었고 양명섭은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안이슬의 몸에서 싱긋한 향기와 은은한 모유 냄새가 났다.그는 감히 다른 동작을 하지 못하는데 그녀의 키스에 반응하기 싫은 게 아니라 안이슬이 마음의 준비를 했는지 아직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가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흥분할까 봐 두려웠다.안이슬은 입술이 저릿할 때까지 키스를 퍼부었는데 양명섭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천천히 입술을 뗐다.그녀도 양명섭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낮은 목소리로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