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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9화

임지훈은 차마 볼 수 없어 눈을 감았다.

지퍼가 조금씩 열리는 소리는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

임지훈은 어금니를 꽉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곧이어 지퍼가 열렸고, 심재경이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다행인지는 모르지만 시체가 아닌 다리가 하나 담겨 있었다.

그렇다, 검은 주머니 안에는 피범벅이 된 사람 다리가 하나 담겨 있었다.

심재경은 어두운 얼굴로 그 다리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임지훈은 아무 기척이 들리지 않자 천천히 눈을 떴는데 눈앞의 다리를 보고는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는 이런 끔찍한 장면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이 다리가 진원우의 다리일까 봐 두려웠던 것이었다.

심재경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 여기도 안전하지 않을 것 같네요.”

임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가 이곳으로 박스를 보낼 수 있다는 건 분명 그들의 위치를 확보했다는 걸 말해준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 모두 위험한 상황에 놓인 거 아니에요?”

심재경이 말했다.

“이걸 잘 처리해 줘요, 나는 들어가서 세헌이에게 이 일을 알려야겠어요.”

임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집 안에서.

송연아가 들어올 때 구애린의 흐느끼는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 울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강세헌이 앞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 같았다.

송연아는 그녀의 옆에 앉아 위로를 건넸다.

“치료할 수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전에 송연아는 그저 강세헌이 눈을 다쳤다고만 해서 구애린은 강세헌이 기껏해야 찰과상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앞을 볼 수 없다니!

송연아는 그녀를 위로하려고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봐요, 나도 원우 씨도 애린 씨에게 알리지 않은 게 애린 씨가 너무 속상하고 걱정할 것 같아서예요.”

구애린이 눈물을 닦고는 되도록 진정하려고 했다.

그녀는 강세헌을 보며 말했다.

“나랑 같이 미국 가요. 그쪽에 좋은 안과 의사가 많거든요. 얼른 치료해야 후유증이나 안 남을 거 아니에요...”

구애린의 말을 채 끝내기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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