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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4화

강세헌이 말했다.

“눈치가 없으면 입이라도 다물고 있어.”

“...”

심재경은 어이가 없었다.

“세헌아, 말을 꼭 그렇게 해야 해?”

“나갈래?”

강세헌이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심재경이 한참 침묵을 지키며 계속 컴퓨터를 조작했다.

“내가 나가면 네가 메일을 보낼 수 있겠어? 내가 네 옆에 없으면 넌 혼자 화장실도 못 가고 변기도 못 찾을 거잖아.”

강세헌이 실명해서 그런지 심재경의 배짱도 점점 커졌다.

그의 말에 강세헌은 뭐라고 반박할 수도 없어 소리를 질렀다.

“꺼져!”

하지만 심재경은 가지 않았다.

“안 꺼져도 네가 날 어떻게 할 수 없잖아.”

강세헌이 미간을 찌푸렸다.

“너 그거 배불러서 하는 소리야?”

“나 아직 밥 안 먹었거든.”

심재경이 말했다.

“내가 메일을 다 보내면 같이 뭐 좀 먹으러 가. 집사님이 음식을 다 준비했을 거야. 나 배가 고파서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

강세헌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도 입맛은 있나 봐? 음식이 지금 목구멍에 넘어가?”

심재경이 말했다.

“내가 조급해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차라리 희망을 너한테 거는 게 낫지.”

“희망을 나한테 건다면 좀 조용히 해. 그 입 닥치란 말이야, 괜히 나 짜증 나게 만들지 말고.”

강세헌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심재경이 얼른 그를 부축했다.

“내가 지금 너의 눈이잖아. 무조건 너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어. 나도 너 짜증 나게 만들고 싶지 않아. 하지만 지금 네가 나 없이 되겠어? 나도 어쩔 수 없다고.”

심재경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강세헌의 눈이 보이지 않아 망정이지, 아니면 지금 분명 심재경을 발로 걷어찼을 것이다.

심재경은 평소 강세헌의 뒤에서나 까불었지, 절대 그의 앞에서는 나댈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강세헌이 자신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강세헌을 도발한 것이다.

서재를 나선 후 임지훈도 돌아왔는데 강세헌은 그더러 먼저 밥을 먹으라고 했다. 그리고 강세헌은 다시 침실로 돌아갔다.

이때 심재경이 또 눈치 없이 끼어들었다.

“앞이 보이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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