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예요?”진원우가 물었다.강세헌은 보스라는 마을에 있다고 대답했다.“빨리 거기를 떠나요.”진원우가 재촉했고 강세헌이 뭐라고 더 말하기도 전에 상대방의 전화가 끊어졌다.강세헌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가자.”심재경이 말했다.“우리 아직 밥 안 먹었어.”“빨리 나가야 해.”강세헌은 그놈들이 쫓아왔다는 걸 알았다. 아니면 진원우가 그렇게 조급해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방금 전화가 갑자기 끊겼는데 원우는 괜찮을까?’송연아가 임지훈에게 말했다.“가서 차를 가져와요.”“아직 수리가 끝나지...”“괜찮아요. 어서요.”송연아가 재촉했다. 뒷유리창만 깨진 거지, 운행이 안 되는 건 아니니까 괜찮았다.임지훈은 바로 차 가지러 갔고 송연아는 강세헌을 부축해서 밖으로 향했고 심재경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도대체 무슨 놈들인데 이렇게 집요하게 쫓아오는 거야?”강세헌은 놈들이 들키면 안 되는 무언가를 들켰다고 생각해서 그것이 유출되어 그들의 거대한 수입에 영향을 미치고 또한 법정 제재를 받을까 봐 가능한 사람을 모두 죽여 입막음하려는 거라고 짐작했다.그들이 식당을 나서려고 할 때 펑 하는 총소리와 함께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를 들었다. 송연아는 강세헌을 데리고 테이블 뒤로 숨었고 총소리 때문에 식당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살길을 찾아 도망 다녔다.펑! 펑! 펑!“악!!”사방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고 그때 심재경이 송연아한테 말했다.“뒷문이 있어.”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바로 두 사람은 강세헌을 데리고 허리를 굽혀 테이블과 의자 뒤에 숨어서 인파를 뚫고 뒷문으로 갔다. 심재경은 서둘러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임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식당 뒤에 문이 있으니, 이쪽으로 돌아와요. 바로 뒷골목에 있어요.”임지훈이 알았다고 했다.임지훈이 도착하기 전에 길에서 총소리가 들렸는데 이번에는 일방적으로 그들을 겨냥한 총소리가 아니라 쌍방의 총격전이 벌어졌다. 현장은 순식간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심재경이 말했다.“또 다른 한 패가 있네?
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그녀는 협조하려고 노력했다. 강세헌은 밖에 자기편 사람들이 있다는 말에 조금은 긴장을 풀었다. 어쨌든 지금 곤경에서 벗어날 수는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그런데 밖에서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총알을 아끼지 않고 줄곧 쏴댔다. 아마도 놈들인 것 같았다. 진원우가 그 많은 총과 총알을 갑자기 구했을 리가 없었다. 진원우의 무기가 적보다 많지 않다는 생각에 진원우가 질까 봐 심재경은 다시 우울해졌다.진원우가 지면 그들 모두 도망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평화 시대에 태어나서 평생 처음 이러한 총격전에 겪어보는 것이다. 국내는 그래도 치안이 아주 좋다고 생각했다.총소리는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는데 놈들이 뒤로 물러나고 있는 것 같았다. 놈들이 골목 뒤까지 후퇴하자, 임지훈이 차를 운전해 문 앞으로 왔다. 심재경이 먼저 나가서 문을 열고 그다음 송연아가 강세헌을 데리고 나와 차에 타자 임지훈이 액셀을 밟고 출발했다.임지훈은 차의 스타가 빠른 장점을 충분히 이용해 출발했는데 차의 움직임이 놈들의 주의를 끌었는지 놈들이 갑자기 차 쪽으로 총알을 연거푸 발사했다. 진원우 측은 사람 수로든 무기 수로든 모두 부족했기에 놈들을 철저히 막을 수 없었다.그리고 차의 뒷유리 창문이 없었기에 놈들은 차 안의 사람들을 아주 잘 볼 수 있었는데 한 명의 서양인의 얼굴을 한 놈이 그들을 겨냥하는 것을 보고 송연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강세헌을 감쌌다.펑!임지훈은 더 힘 있게 액셀을 밟았고 진원우도 놈들의 주의를 끌려고 노력했다. 결국 아슬아슬하게 그곳에서 탈출했지만, 심재경의 표정은 심각했다.“원우 괜찮을까?”놈들의 공세가 너무 강력해서 걱정되었는데 임지훈이 운전하면서 말했다.“반드시 빠져나갈 방법을 찾을 거예요.”심재경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걱정되었다. 놈들이 대량의 무기로 여기까지 집요하게 쫓아온 걸 보면 이번 상황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 모두 죽이지 않으면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았다.“연아야.”뒷좌석
송연아는 눈앞의 모든 것이 희미해졌다.“세헌 씨, 나 너무 졸려요.”강세헌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볼에 뽀뽀하며 말했다.“자면 안 돼.”송연아는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네.”“재경아, 근처에 병원이 있는지 찾아봐.”강세헌의 말을 듣고 심재경이 확인해 봤지만, 근처에 병원은 없었다.“내가 한 번 볼게!”심재경도 의사였기에 이 정도는 처리할 수 있었다.임지훈이 길옆에 잠깐 차를 세우고 심재경이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긴 다음 다시 출발했다. 그가 상처를 확인했는데 총알은 송연아의 어깨에 깊게 박혀 있었고 상처에서는 피가 계속 흐르고 있었다. 그는 지혈하기 위해서 옷에서 한 가닥의 천을 찢어서 송연아의 팔을 들고 상처에서 몇 센티미터 떨어진 곳을 꼭 묶고는 또 천 조각을 찢어서 팔에도 묶었다.그때 송연아가 호신용으로 가지고 다니던 메스를 심재경에게 건넸는데 그는 송연아의 뜻을 알았지만, 단호하게 거절했다.“피가 많이 흐르는 걸 보면 대동맥을 다친 것 같아. 섣불리 총알을 제거하다가 대출혈이 생기면 차에 아무것도 없어서 지혈할 수 없어. 이제 출혈이 줄었으니까 조금만 더 버티자.”송연아는 창백해진 입술로 힘없이 대답했다.“네.”그녀는 정신을 차려보려고 애썼지만, 눈꺼풀은 계속 천근이나 되는 듯 아래로 내려왔다.“세헌 씨, 나 너무 추워요. 안아줘요.”강세헌은 조금만 더 세게 힘주면 부러질 것만 같은 연약한 송연아를 꼭 껴안았다.심재경도 옆에서 응원했다.“정신줄 놓지 말고 조금만 더 버티자.”이제 대답할 힘조차 없어 가만히 있는 송연아를 보는 심재경은 걱정이 태산이다. 약 1시간 정도 지나서 임지훈은 큰 도로를 벗어나 작은 도시로 진입해서 병원을 찾고 있었는데 심재경이 말했다.“약국도 돼요.”메스가 있어 직접 총알을 제거할 수 있기에 약품들만 필요했다.“알았어요.”임지훈이 대답했다. 그런데 심재경이 지도를 펼쳐봤지만, 근처에 병원은 물론이고 약국도 보이지 않았다. 병원은 모두 변두리가 아닌 시내에 있었다.심재경은 주변에 지도에
“웁!”송연아는 고통에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고 그녀의 손톱은 강세헌의 살까지 파고들었다.강세헌은 그녀가 많이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차마 위로의 말도 건넬 수 없었다. 그 어떤 말이라도 그녀가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을 대신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그는 송연아의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심재경에게 말했다.“조금 더 빨리 해.”심재경은 될수록 빨리 상처를 처리하고 있었다.그는 집중해서 총알을 꺼냈는데 다행히도 다른 도구를 빌리지 않고서도 총알이 또렷하게 보여 순조롭게 꺼낼 수 있었다.총알을 꺼낸 그 순간, 피는 더 빨리 흘렀고, 그는 지혈약으로 상처를 꾹 눌렀다.송연아는 고통에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고 방금 샤워한 것처럼 땀을 흠뻑 흘렸다.심재경은 밖에 있는 임지훈에게 말했다.“출발해요.”임지훈이 차에 올라타고는 물었다.“총알 다 빼내셨어요?”심재경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이곳은 프랑스와 멀지 않았다. 이 도시를 지나고 앞으로 조금만 더 간다면 노르웨이 국경이 보일 것이다.심재경이 송연아에게 말했다.“잠깐 쉬고 있어.”송연아는 그에게 대답할 힘도 없어 그저 힘없이 강세헌의 품에 안겨 있었다.강세헌이 말했다.“좀 자.”송연아는 그의 품을 파고들고는 눈을 감았는데 입술은 창백했고 얼굴도 혈색 하나 없는 백지장 같았다.얼마 지났는지 그들은 노르웨이를 지나 프랑스 국경에 도착해 훨씬 안전해졌다. 적어도 상대는 프랑스에서 막무가내로 총을 겨누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강세헌 일행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고 바로 리조트로 돌아가지 않았다.그들이 전에 보스에 있을 때도 상대는 그들을 쉽게 찾았는데 누군가가 그들을 계속 미행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들은 차를 바꾸고 길을 돌아갔다.아무도 미행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리조트로 돌아갔다.차에서 내릴 때 심재경이 자진해서 나섰다.“내가 연아를 안을게.”강세헌이 대답했다.“필요 없어.”그는 고집스럽게 송연아를 안아 들었고 심재경은 어쩔 수 없이 그를
심재경이 반응하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로 또 그 광기를 부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감히 이곳으로 올 배짱이 없지? 이러는 건 어때? 주소 하나 줘. 이 사람 다리를 잘라서 선물로 보낼 테니까. 어때?”“원우를 건드리기만 해봐. 그럼 당신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심재경이 이를 뿌득뿌득 갈며 말했다.상대가 미친 듯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난 왜 그 말을 못 믿겠지? 능력이 되면 어디 한 번 와봐. 기다리고 있을게.”심재경은 말문이 막혔다.그는 곧바로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비행기 모드로 바꿨다.그는 상대가 자기 위치를 추적할까 봐 두려웠다.진원우가 잡혔다니.상대는 모두 탈옥범이었기에 그 어떤 미친 짓이라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그는 다급한 마음에 여기저기 걸어 다녔다.어떡하지?어떻게 하면 진원우를 구할 수 있지?강세헌이 그들 중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기에 해결 방법을 찾으려면 결국 강세헌에게 알려야 할 것이다. 다만...그는 침실 쪽을 향해 바라봤다.송연아가 총을 맞았고 지금 총알을 꺼냈다고 하지만 안정이 필요했으며, 강세헌은 두 눈이 실명했다.의사를 찾으러 간 임지훈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그들은 며칠 동안 고생을 하고 밥 한 끼 먹지 못했지만, 진원우의 일은 절대 지체할 수 없었다.그는 고민 끝에 방 문을 두드렸다.한참 후, 기척이 들리더니 곧이어 방문이 열렸다.강세헌이 문 앞에 서 있었고 곧바로 팔을 들었다.심재경은 바로 그의 뜻을 알아채고는 그를 부축했다.강세헌이 덤덤하게 말했다.“서재 가서 얘기하자.”심재경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데리고 서재로 갔다.가는 길에 그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원우에게 일이 생겼어.”강세헌의 얼굴색이 확 바뀌더니 이내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급한 일이 생길수록 당황하고 갈팡질팡하면 절대 안 되었다.하지만 심재경은 진정할 수가 없었다.“그 사람들이 원우 다리 하나를 자르겠대. 어떻게 해야 하지? 설마 진짜 자르는 건 아니겠지?”강세헌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그렇게
그 얘기를 들은 임지훈은 마음이 조금 놓였다.그는 바로 의사에게 물었다.“그럼 쉽게 치료할 수 있다는 거네요?”“외부적 원인이라면 자체적으로 생긴 실명보다는 낫겠지만, 치료가 쉬운지 안 쉬운지는 제대로 검사를 한 후에야 알 수 있어요. 도대체 무슨 원인으로 실명하셨는지 알아야 확실히 말할 수 있거든요.”실명한 이유가 아주 중요하다는 의사의 말을 듣자 임지훈은 실망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뭐야? 쓸데없는 말이잖아. 전혀 소용이 없어.’의사가 그를 힐끔 보며 말했다.“조용히 하세요, 검사할 때 방해받고 싶지 않아요.”임지훈은 강세헌의 눈치를 살피고는 입을 꾹 다문 채 더 이상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강세헌의 얼굴색은 이미 어두울 대로 어두웠다.만약 임지훈이 한마디 더 한다면 그는 분명 화를 낼 것이다.의사는 강세헌의 눈을 벌리고는 불빛을 비추며 물었다.“불빛이 느껴져요?”조금은 느껴졌지만 아주, 아주 희미했다.“아파요?”의사가 또 물었다.“아니요.”강세헌이 대답했다.“초보적인 판단에 의하면 망막이 손상되었어요.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는 걸 추천해요. 만약 뇌진탕으로 인한 망막 손상이면 쉽게 치료할 수 있거든요.”강세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알겠습니다.”의사가 의료 기구를 챙기고 박스를 들었다.강세헌이 임지훈에게 말했다.“가서 배웅해 드려.”임지훈이 제자리에 선 채 말했다.“병원에 가서 검사는 안 받으실 거예요?”의사의 말대로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야 하루빨리 치료할 수 있으니 말이다. 만약 지체했다가 더 엄중해지면 어떡하겠는가?강세헌은 더는 설명하지 않았다.“내 말대로 해.”임지훈은 그제야 의사에게 다가가며 말했다.“이쪽으로 가시죠.”의사가 나간 후 문이 닫혔고 강세헌은 심재경더러 들어오라고 했다.앞이 보이지 않으니 많이 불편하긴 했다.하지만 그는 지금 상대에게 전화해 진원우가 진짜 잡힌 건지 확인해야 했다. 먼저 방법을 강구해 진원우를 구하는 것이 중요했다.강세헌이 심재경
강세헌이 말했다.“눈치가 없으면 입이라도 다물고 있어.”“...”심재경은 어이가 없었다.“세헌아, 말을 꼭 그렇게 해야 해?”“나갈래?”강세헌이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심재경이 한참 침묵을 지키며 계속 컴퓨터를 조작했다.“내가 나가면 네가 메일을 보낼 수 있겠어? 내가 네 옆에 없으면 넌 혼자 화장실도 못 가고 변기도 못 찾을 거잖아.”강세헌이 실명해서 그런지 심재경의 배짱도 점점 커졌다.그의 말에 강세헌은 뭐라고 반박할 수도 없어 소리를 질렀다.“꺼져!”하지만 심재경은 가지 않았다.“안 꺼져도 네가 날 어떻게 할 수 없잖아.”강세헌이 미간을 찌푸렸다.“너 그거 배불러서 하는 소리야?”“나 아직 밥 안 먹었거든.”심재경이 말했다.“내가 메일을 다 보내면 같이 뭐 좀 먹으러 가. 집사님이 음식을 다 준비했을 거야. 나 배가 고파서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강세헌이 콧방귀를 뀌었다.“그래도 입맛은 있나 봐? 음식이 지금 목구멍에 넘어가?”심재경이 말했다.“내가 조급해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차라리 희망을 너한테 거는 게 낫지.”“희망을 나한테 건다면 좀 조용히 해. 그 입 닥치란 말이야, 괜히 나 짜증 나게 만들지 말고.”강세헌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심재경이 얼른 그를 부축했다.“내가 지금 너의 눈이잖아. 무조건 너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어. 나도 너 짜증 나게 만들고 싶지 않아. 하지만 지금 네가 나 없이 되겠어? 나도 어쩔 수 없다고.”심재경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강세헌의 눈이 보이지 않아 망정이지, 아니면 지금 분명 심재경을 발로 걷어찼을 것이다.심재경은 평소 강세헌의 뒤에서나 까불었지, 절대 그의 앞에서는 나댈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강세헌이 자신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강세헌을 도발한 것이다.서재를 나선 후 임지훈도 돌아왔는데 강세헌은 그더러 먼저 밥을 먹으라고 했다. 그리고 강세헌은 다시 침실로 돌아갔다.이때 심재경이 또 눈치 없이 끼어들었다.“앞이 보이지도 않아
“연락은 되었어.”“그런데 왜 행방이 묘연하다고 해요?”송연아가 눈살을 찌푸렸다.심재경도 더는 숨길 수가 없어 솔직하게 말했다.“원우가 그놈들에게 잡혔나 봐. 하지만 걱정하지 마. 세헌이가 이미 사람 시켜 원우를 찾으라고 했으니까.”송연아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설마 원우 씨에게 무슨 위험이 생기는 건 아니겠죠?”심재경은 송연아가 걱정을 할까 봐 차마 그녀에게 전에 있었던 통화 내용을 말할 수 없었다.“너 아직 상처가 완전히 나은 거 아니잖아. 먼저 쉬고 있어. 원우 찾는 건 나랑 세헌이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송연아는 얼굴색이 창백했고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해 몸을 구부렸다. 그리고 어깨에 난 상처는 아직도 많이 아팠다.그녀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소식이 있으면 바로 나에게 알려요.”“그래, 나 지금 애린 씨 데리러 갈게.”송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심재경이 리조트를 나선 후 집사가 다가왔다.“사모님.”송연아는 음식을 들고 있는 도우미를 보며 말했다.“식탁에 놓아요, 세헌 씨랑 같이 먹을게요.”“알겠습니다.”집사는 도우미더러 음식을 다시 테이블에 올려놓으라고 했다.송연아가 강세헌의 옆자리에 앉았다.강세헌이 그녀에게 물었다.“왜 일어났어?”“어깨가 아파서요, 누워 있으면 더 아파요.”강세헌이 대답했다.“이따가 다시 병원 가서 치료받아.”“안 가도 돼요, 재경 선배가 상처를 잘 처리해 줬어요. 얼른 밥 먹어요.”송연아가 강세헌에게 반찬을 집어주며 말했다.“내가 먹여줄게요.”“...”강세헌은 불편한 얼굴을 드러냈다.송연아가 웃었다.“우리 부부 사이잖아요, 왜요, 부끄러워요?”“...”강세헌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이따가 같이 병원 가요.”송연아가 말했다.“나 괜찮은 안과 의사를 알고 있거든요.”“이미 의사를 집으로 모셔서 진찰을 받았습니다.”임지훈의 말에 송연아가 물었다.“의사가 뭐라고 해요?”“아마 망막이 손상됐을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