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우는 어쩔 수 없이 그들과 함께 놀이에 참여하게 되었다. 찬이는 진원우의 앞에서 불렀다.“원우 아저씨, 저 여기 있어요. 빨리 저 잡으러 오세요.”구애린은 진원우의 뒤에 있었다.“빨리 잡으러 와.”“...”진원우는 도대체 누구를 잡아야 할지 몰랐다.“다 꼼짝 마. 내가 간다!”“빨리, 빨리 와요!”찬이는 흥분해서 손을 흔들며 진원우한테 잡으러 오라고 했다....집 안으로 들어간 강세헌은 송연아가 채소를 씻는 것을 보고 물었다.“오늘 되게 일찍 퇴근했네?”송연아는 뒤돌아서 강세헌이라는 걸 확인하고 말했다.“세헌 씨도 오늘 일찍 왔네요.”“레스토랑 예약했어. 오늘은 우리 외식하자. 아무것도 하지 마.”강세헌이 송연아의 손에 있던 채소를 가져가자 송연아가 말했다.“밥 다 했어요. 요리만 몇 개 하면 돼요.”채소도 다 씻었고 그냥 볶기만 하면 됐다. “아니면 내일 갑시다. 오늘은 집에서 먹고.”송연아가 말했다. 다 씻은 채소들은 오래 두지 못해서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앞으로는 우리에게 밥을 사려거든 미리 전화 좀 줘요.”송연아의 말에 강세헌은 확실히 자신이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다음에는 주의할게.”하여 오늘은 집에서 식사하길 하고 강세헌은 진원우한테 예약한 레스토랑을 취소하라고 했다. 진원우가 온 것을 보고 송연아는 요리를 두 가지 더했다. 한 시간 정도 지난 후, 요리가 완성되고 송연아는 사람들을 불러서 식사하라고 했다.“아주머니가 안 계셔서 아쉬운 대로 제가 한 요리로 식사를 합시다.”진원우가 말했다.“아주 푸짐합니다.”송연아는 그를 보며 말했다.“저 기분 좋아라고 하는 얘기인 거 다 알아요.”송연아가 한 요리는 다 채소 요리였다. 감자볶음, 완두콩 볶음, 청경채 버섯볶음, 토마토 달걀 볶음, 오징어국, 생선요리와 새우찜만 생선요리였다. 식사할 때, 구애린은 내일 오후의 티켓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구애린이 돌아오자마자 오은화가 아픈 탓에 요즘 제대로 식사를 잘하지 못해서 송연아는 내
강세헌은 그들을 데리고 식사하러 가려고 돌아왔다. 한혜숙은 이미 윤이가 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해놨고 윤이의 유모차도 트렁크에 넣어야 했다. 강세헌은 기사한테 물건들을 차에 실어라고 하고는 송연아의 품에서 윤이를 받아안았다. 피부가 희고 앙증맞은 윤이의 모습은 무척 귀여웠다. 강세헌이 아들의 볼에 입을 맞추자 윤이는 작은 입으로 환하게 웃었다. 그러자 쌀알 같은 여덟 개의 작고 새하얀 이빨이 보였다. 송연아는 윤이의 침을 닦아주었다.“아이고.”강세헌이 물었다.“연아야, 윤이의 입술이 너를 닮은 것 같지 않아?”조그맣고 분홍색을 띠는 게 똑 닮았다. 이에 송연아가 째려보면서 말했다.“내가 낳았는데 당연히 나를 닮았죠.”“아니, 입술만 닮았어.”강세헌은 작은아들을 자세히 훑어보았다.“코, 눈, 볼은 다 날 닮았어.”열 달을 꼬박 고생스럽게 품어서 태어난 아이들은 왜 다 아빠를 닮은 것인지, 송연아는 한탄을 했다.“가자.”강세헌이 송연아의 어깨를 감쌌다. 한혜숙은 찬이를 데리고 차에 탔고 이영이 운전을 했다. 강세헌과 송연아는 집안의 기사가 운전하는 다른 차에 타서 이동했다.진원우는 레스토랑을 미슐랭에 오른 ‘웨스틴 조선 서울 홍연’으로 예약했다. 레스토랑에는 룸이 있었고 밖에서 쉽게 먹을 수 없는 맛들이 있었다.특히 여기 시그니처 메뉴는 유린기였는데 부드러운 닭고기와 바삭바삭한 튀김옷, 양상추와 은근한 소스 조합이 무척 근사해서 이런 맛은 다른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없는 맛이었다. 게살 수프와 흑후추 소고기는 입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향이 퍼져서 기름지지만 느끼하지 않았다. 불도장은 지금 많이 보편화하였다지만 이 가게에서처럼 이렇게 정통적으로 하는 곳이 없었다. 불도장안에 들어있는 해산물 식자재들은 모두 최고급으로 신선한 것이었다. 팔보채, 지존갈비, 킹크랩 요리, 마파두부 어느 요리든지 다 입맛을 돋웠다. 하지만 여기의 음식이 가격대가 비쌀 뿐만 아니라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 룸 안에는 통으로 된 유리 창문이 있었는데 거기 앉으면 도시의 절
“왜 말이 없어요?”송연아가 묻자 강세헌은 품 안에 있는 아들이랑 장난하면서 되물었다,“뭐라고 했어?”심재경은 큰일을 범한 것도 아니기에 안에서 좀 있으면서 머릿속을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번에는 예전처럼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가 이미 예전보다 철이 많이 들었다는 얘기였다. 다른 사람들이 그를 위해 신경을 써줄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많이 먹어.”강세헌은 송연아가 자기에게 떠준 국그릇을 그녀에게 주며 말했다.“네가 먹어.”송연아는 먹지 않고 다시 밀어냈다.“내가 세헌 씨한테 떠준 건데 세헌 씨가 먹어요.”그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꼭 다 먹어야 해요.”...식사가 끝난 후 진원우는 구애린을 공항에 데려다주고 나머지 사람들은 집으로 갔다. 찬이는 집으로 돌아갈 때 한혜숙이랑 있으려 하지 않고 계속 송연아를 따라다녀서 송연아와 함께 차에 탔다. 찬이는 송연아의 품에 누워 시무룩한 게 꼭 서리 맞은 호박잎 같았다. 윤이는 이미 잠이 들어 조용하였다.“얘 왜 이래?”강세헌은 찬이가 왜 이렇게 울적한 모습인지 몰라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송연아는 아들의 등을 살살 어루만져주며 말했다.“애린 씨가 가는 게 싫어서 슬프대요.”찬이는 여전히 인정하고 싶지 않아 했다.“아니에요.”송연아는 찬이가 하는 대로 따랐다.“그래그래. 그런 게 아니야. 그럼 엄마한테 얘기해줄래? 찬이 왜 기분이 안 좋아?”“기분이 안 좋은 거 아니에요.”찬이는 축 처진 얼굴로 말했다.“외할머니한테 갈래요.” 송연아가 말했다.“좀 있으면 집에 도착할 거야.”“외할머니한테 갈래요!”찬이가 떼를 쓰자 강세헌은 눈을 내리깔고 엄숙한 음성으로 말했다.“찬이야.”그 낮은 음성은 송연아가 들어도 소름이 돋는데 찬이는 더 말할 게 없다. 찬이는 작은 몸을 웅크리고 송연아의 옷자락을 잡고는 서러워서 고개를 숙이고 더 말을 하지 못했다. 송연아는 찬이를 안고 강세헌을 나무라듯 째려보았다.집에 도착하자 찬이는 방으로 뛰어 들어가 방
송연아는 굳이 센터에서 해야 하는 얘기가 도대체 무엇인지 의아했다.“경봉 씨.”송연아는 안으로 들어서며 그를 불렀다. 평소에는 송연아가 들어오면 다들 다가와서 인사했었는데 오늘은 왜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인지 이상했다. 모두 센터에 없는 건가 싶지만 정경봉이 전화를 했을 때의 말투로 보면 분명 센터에 있었다.“경...”송연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디서 채색 테이프가 날리더니 이윽고 센터 안에서 동료들이 몰려나와서 송연아를 에워쌌다. 공중에서는 채색의 꽃잎과 붉은색의 종이 장식이 하늘하늘 아래로 떨어져서 송연아의 머리와 어깨에 내려앉았다.‘이게 무슨 일이지?’정경봉이 비집고 나와서 말했다.“축하드려요.”송연아는 어리둥절해서 물었다.“뭘 축하해요?”“저희 인공심장을 이식한 그 환자 깨어났어요. 지금 상태도 아주 좋고 전혀 불편한 것도 없고, 거부반응이거나 후유증도 없어요.”송연아도 의외였다.“예정보다 일찍 깨어났다고요?”정경봉이 고개를 끄덕이자 송연아가 웃었다.“또 한 가지 좋은 일이 있어요.”정경봉이 이렇게 말하자 송연아는 바로 예상했다.“허가가 내려왔어요?”정경봉이 고개를 끄덕이자 송연아는 아주 기뻤다. 이건 참말로 기쁜 일이다.“그래서 오늘 우리끼리 나가서 축하하려고 합니다. 연아 씨가 원장님이 되고 나서 아직 밥을 사지 않았잖아요. 이참에 한번 밥을 사시죠?”송연아가 말했다.“오늘 저녁 모든 소비는 제가 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빠질게요.”“왜요?”정경봉이 말했다.“원장님이 안가면 이 자리가 의미 없죠? 원장님이 주인공인데.”송연아는 거절했다.“오늘 집에 일이 있어서 내가 자리를 비울 수가...”“다들 송 원장님이 돈 많은 남편이 있는 걸 아는데 송 원장님이 할 일이 뭐가 있어요?”누군가 농담을 하듯 말했다.“혹시 송 원장님 우리가 전에 한 잘못들에 아직 화가 덜 풀리신 게 아니죠?”송연아가 해명했다.“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정경봉은 송연아의 귓가에 속삭였다.“사직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마지막으
아마도 송연아의 말이 너무 갑작스러운듯했다.“원장님, 뭐라고요?”모두 송연아가 그들을 너무 나쁘게만 여긴다고 생각했다.“경봉 씨한테서 원장님이 떠난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어요. 저희는 진심으로 아쉬워하고 있어요. 저희가 함께 보낸 시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지만, 우리도 원장님의 인품을 보고 원장님을 인정하고...”“그래요, 원장님. 저희를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네요.”옥자현이 거들자 송연아가 말했다.“그래요? 제가 기억하건대 자현 씨가 제 일에 트집을 제일 많이 잡았었죠.”“...”옥자현은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옥자현은 확실히 송연아를 저격하는 행동을 많이 했었으니까. “농담은 농담이고 다들 자리에 앉아요.”송연아가 웃으며 말했고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 앉았다. 사람들이 모두 둥그렇게 모여앉자 아주 시끌벅적했다.“진짜 떠나려고요?”이 말은 옥자현이 물은 것이다. 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왜요? 저희는 이제 화목하게 잘 지내기 시작했는데!”모두 맞장구를 쳤다.“맞아요.”송연아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깊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여자는 일단 결혼을 하면 가족을 위해서 생각해야 하는 게 많아서요...”송연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끼어들었다.“남편이 일을 못 하게 해요?”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얘기를 한 사람에게로 가자 그 사람은 어안이 벙벙해서 물었다.“왜 저를 쳐다봐요? 제가 말 잘 못 했나요?”모두 또 일제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질문 잘했어요.”마침 모두 묻고 싶은 질문이었다. 송연아는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저랑 관련된 얘기만 하죠. 계속 제 가족들 얘기하지 마시고.”“그럼 왜 일을 그만두시려는 거에요? 원장님이 이 일을 좋아하는 걸 우리가 모두 느끼고 있었어요.”정경봉의 물음에 송연아는 목청을 가다듬고는 말했다.“모두 이때다 싶어서 청문하는 느낌이 드네요?”“아니에요. 저희는 그저 왜 우리가 서로 익숙해지고 서로를 받아주게 된 시기에 떠나려고 하는지 궁금해서...”“
“송 원장님, 왜 말이 없으세요?”옥자현이 일어서서 송연아에게로 가더니 술을 권하며 물었다.“무슨 말 못 할 사정이라도 있으세요?”송연아는 곁에 있던 음료수를 들며 말했다.“저는 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스로 대체하겠어요...”옥자현은 송연아가 주스를 든 손을 누르며 말했다.“이제 곧 떠나려는데도 여기서 저희랑 허심탄회한 얘기를 하기 싫은 거예요?”옥자현은 취기가 오른 것 같았다.“아니면 원장님은 아예 저희 같은 사람들이 눈에 차지 않는 것인지...”송연아는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에요?”송연아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제 마음속에서는 여기 계신 모든 분이 모두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가의 의료사업을 위해 묵묵히 공헌하고 있으니까요.”“그렇다면 왜 우리가 헤어지기 전에 이 마지막으로 함께 하는 시간에도 저희에게 솔직한 말을 안 하려고 해요?”옥자현은 술을 송연아의 손에 쥐여주었다.“오늘은 우리 모두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합시다. 어색하게 우물쭈물하지 말고요.”사람들이 모두 보고 있었기에 송연아는 더 거절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잔을 받아들었다. 옥자현은 모두 함께 건배하자고 제의했다.“우리가 인연이 닿아 서로 만나고 여기 모인 것을 위하여!”모두 잔을 부딪쳤다. 송연아는 지금 정말 술을 마실 수가 없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피할 수도 없었다. 하여 송연아는 최소한 적게 마셨는데 원래 술을 잘 마시지 못했던 탓에 고량주를 먹고 목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송연아는 안주를 먹으며 속을 달래고 있었는데 정경봉이 말했다.“원장님, 제 잔을 받아요.”“...”“경봉 씨, 제가...”“왜요, 제가 업무를 보는 게 부족했어요? 제가 주는 잔을 받지 않으려고요?”송연아는 거절할 얘기를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정경봉이 말을 끊은 것도 모자라 다그치기까지 하자 송연아가 말했다.“경봉 씨는 아주 완벽했어요. 저에게 많은 도움을 줘서 아주 고마워요.”정경봉에 대해서 송연아는 정말 거절하기 어려웠다. 하여 어쩔 수 없
강세헌은 무슨 말인지 의아해하며 송연아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거렸다.“취했어. 그만 말하고 이리와 집에 들어가자.”“싫어요.”송연아는 강세헌의 허리를 붙잡고 놓지 않은 채 얼굴 전체를 그의 가슴에 파묻고 말했다.“세헌 씨는 몰라요.”강세헌이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내가 뭘 몰라?”“말을 못 하겠어요.”송연아의 목소리는 허스키함이 묻어났다. 강세헌은 고개를 돌려 이영에게 말했다.“먼저 들어가!”이영이 알았다고 하고 먼저 집으로 들어갔다.“나 힘들어요.”송연아가 말하면서 강세헌을 더 꽉 껴안자, 그가 부드럽게 물었다.“토하고 싶어?”송연아는 강세헌의 품에서 고개를 저었다.“아니, 마음이 힘들어요.”강세헌은 그녀의 마음속에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마음이 힘들어?”송연아는 갑자기 고개를 들고 강세헌을 바라보았다.“욱…”속이 갑자기 울렁거리더니 강세헌이 그녀를 차에서 내리기 전에 그의 온몸에 토해버렸는데 그 냄새는…강세헌은 힘없이 한숨을 쉬며 이마를 찌푸렸다.‘내가 왜 여기서 취한 사람 헛소리를 듣고 있었을까? 진작에 데리고 내려갈걸. 그럼, 이 지경은 안 될 건데…’강세헌은 재킷을 벗어서 몸을 닦고 바닥에 버린 후에 송연아를 차에서 안아 내리고 기사한테 세차하라고 시켰다.“세차하고 이 옷은 버려.”술과 시큼함이 섞인 냄새만 생각하면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그는 송연아를 안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욱…”송연아가 또 토하려는 것 같아 강세헌은 바로 화장실로 데려갔다. 한혜숙은 윤이를 안고 있다가 송연아가 술 냄새를 풍기며 안겨서 화장실로 들어가는 걸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술 마셨어?”강세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술을 안 마시던 애가 왜 마셨대? 얼마나 마셨길래 이 정도로 취한 거야?”강세헌이 해명했다.“오늘 연구센터에서 회식이 있었는데 다들 마시는데 혼자 안 마실 수가 없었대요.”“물 받아 줄게, 따뜻하게 씻으라고 해!”한혜숙이 도와주려고 하자, 강세헌은 자기가 하겠다고 하면서
그런데 가려워서 그러는지 송연아는 몸을 계속 요리조리 움직이면서 두 팔로 강세헌의 목을 감싸고 얼굴도 그의 얼굴에 딱 붙이며 부드럽게 말했다.“나 너무 더워요.”송연아의 얼굴이 분홍빛으로 붉어졌고 물방울은 그녀의 날씬한 몸을 감돌고 있었는데 그녀가 그의 품에서 주동적으로 꿈틀거리는 모습은 매혹적인 요정 같았다. 강세헌의 눈은 수증기에 촉촉하게 젖어 있었는데 송연아의 유혹 때문에 올라오는 욕망을 힘들게 억제하고 있었다.“움직이지 마, 이제 금방 끝나.”“음... 답답해요.”그녀는 도저히 가만히 있지 않았다.“그만해.”강세헌은 강제적으로 그녀의 두 손을 잡고 마지막으로 머리를 씻어주고는 욕조에서 나와 샤워기 아래에서 거품들을 씻었다. 샤워하는 동안에도 송연아는 강세헌에게서 조금이라도 떨어지지 않고 딱 붙어있었다. 다 씻은 다음 강세헌이 먼저 가운을 입고 송연아에게도 입히려고 했는데 샤워를 금방 끝내고 더웠는지 조금도 협조하지 않았다.“더워요. 안 입을래요.”강세헌은 송연아와 옷 입히기 씨름하느라 순간 땀범벅이 되었는데 아예 방법을 바꿔서 가운으로 그녀를 감아서 안고 욕실을 나왔다. 오은화는 집에 없고 한혜숙도 아이들과 함께 방에 있었기에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강세헌은 송연아를 가로 안고 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침대에 내려놓았다. 송연아는 여전히 많이 더운지 꿈틀거리며 가운을 뿌리쳤다. 강세헌은 그녀의 머리를 닦아주며 한숨을 쉬었다.“앞으로 절대 마시지 마.”강세헌은 송연아를 챙기느라 진이 빠졌다. 정리를 마치고 강세헌은 그녀를 안고 누웠는데 샤워하고 편해졌는지 송연아는 바로 깊은 잠에 빠졌다.점심 10시가 되어서야 그녀는 머리가 무겁고 아픈지 관자놀이를 누르며 일어났다.“목말라요.”송연아의 목마르다는 말에 강세헌은 바로 물 한 잔을 따라주었고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잠을 깨면서 물었다.“지금 몇 시예요?”“10시 넘었어.”그녀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벌써 그렇게 됐어요?”송연아는 물을 마시고 컵을 테이블에 놓고 가운으로 벌거벗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