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씨.”진원우가 그녀를 불렀다.안 불렀으면 모를까, 진원우가 그녀의 이름을 부를수록 그녀는 더 빨리 걸어갔다.진원우가 달려와서는 그녀의 손목을 잡으며 물었다.“왜 그렇게 빨리 가요?”그의 말투는 가벼웠고 전혀 짜증이 섞여 있지 않았다.하지만 구애린은 똑같이 가벼운 마음으로 진원우를 마주할 수 없었다.그녀는 진원우를 매우 거부하였는데 왠지 모르게 자꾸 더럽다는 느낌이 들었다.“이것 놔!”구애린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하지만 진원우는 놓지 않았다.“멀리서 애린 씨 보러 왔는데 왜 속상하게 피해요.”구애린이 과거의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게 도와주려고 한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성의를 봐서라도 저녁에 같이 영화 보러 갈까요?”하지만 구애린은 전혀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또 한 마디 내뱉었다.“이것 놔!”진원우는 여전히 안 놓고는 웃으면서 말했다.“그만해요.”구애린은 아무리 그를 떨쳐내려고 해도 떨쳐낼 수 없어 멘탈이 무너졌다.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구애린은 그의 손을 콱 물었다.하지만 그녀의 입에 피비린내 날 때까지 진원우는 꿈쩍하지 않았다.그는 결연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예전에도 나 물었었죠.”구애린의 머릿속에서 그녀와 진원우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을 때 서로 함께 쥐어뜯었던 장면을 떠올렸다.지금 생각해 보니 참으로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그리고 지금의 그녀는 그때와 완전히 달라졌는데 복잡한 심경 변화를 겪어 더는 아무 걱정도 없이 살던 예전의 그녀가 아니었다.그녀는 진원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야...”“애린 씨는 그대로예요. 내 마음속의 애린 씨는 계속 처음 그대로라고요. 절대 바뀌지 않아요.”진원우가 웃으면서 그녀를 품에 안으려고 했다.구애린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나 만지지 마!”그녀는 절규하며 소리까지 쳤는데 진원우는 놀란 나머지 그녀를 놓아줬다.흥분한 그녀의 목소리는 주위의 많은 시선을 끌어모
진원우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이 갔기에 한발 먼저 뜻을 밝혔다.“시간이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애린 씨가 받은 상처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잊힐 거라고 생각해요. 가끔은 끔찍한 기억과 고통에 시달리겠지만 그게 영원히 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애린 씨의 곁을 오랜 시간 동안 지켜주고 싶어요. 안심하고 애린 씨를 저에게 맡기셔도 돼요. 평생 애린 씨에게 최선을 다하리라 약속 드릴게요.”구진학은 원하던 말을 듣게 되어서 마음이 놓였다.“애린이가 아직 진정되지 않았으니 조금 더 시간을 줘요.”진원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냥 애린 씨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고 싶어서 왔어요. 그런데 제가 나타난 것만으로도 저렇게 감정이 격해질 줄은 몰랐어요.”구진학이 말했다.“애린이는 우리에게 모두 큰 감정 기복을 보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당신을 보고 감정이 격해졌다는 건 그만큼 당신이 신경 쓰이고 저도 모르게 감정이 통제되지 않는다는 걸 말해주죠. 그러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길 바라요.”“저도 알아요.”진원우는 똑똑한 사람이라 그런 일에 신경 쓰지 않았다.구진학이 물었다.“어디에세 지내요? 내가 집이 한 채 더 있는데 혹시...”“저 레이라 호텔에 묵고 있어요. 일이 있는데 시간을 내서 온 거예요. 이제 바로 가야 하니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호텔도 엄청 편해요.”구진학이 고개를 끄덕였다.“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요.”진원우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구진학은 구애린에게 진심을 다하는 진원우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또 진원우를 벌써 가족이라고 생각했다.구진학이 말했다.“내가 애린이를 잘 챙길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애린이 상황을 알고 싶다면 언제든지 전화를 해도 되고요.”카페에서 돌아온 후, 구진학은 구애린이 거실에서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는 구애린에게 다가가서 웃으면서 물었다.“괜찮아졌어?”구애린은 전처럼 흥분하지 않고 진정되었다.그녀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구애린인 걸 발견하고는 구겨진 그의 미간이 바로 펴졌다.곧이어 그는 기쁨을 감출 수 없는 얼굴로 물었다. “차마 내가 헛걸음을 하는 건 두고 볼 수 없었죠?”그는 기쁜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구애린이 고개를 숙이자 바로 그의 손등에 난 상처를 발견했다.가슴이 아팠지만 그녀는 곧바로 감정을 숨겼고, 가방을 잡고 있는 손가락에만 점점 힘이 들어갔다.그녀는 애써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원우 씨를 찾아온 건 할 얘기가 있어서야.”진원우가 그녀를 방 안에 들이며 말했다.“먼저 들어와요.”그녀가 방에 들어서자 테이블 위에 놓인 한술도 뜨지 않은 음식을 발견하고는 물었다.“아직 점심도 안 먹은 거야?”진원우가 웃으면서 말했다.“배고프지 않아서요. 뭐 마시고 싶어요? 내가 갖다줄게요.”구애린이 자리에 앉았다.“목 안 말라. 자리에 앉아, 좀 얘기를 하자고.”컵을 들고 있던 진원우는 잠깐 멈칫하고는 다시 컵을 내려놨다.구애린이 하려는 말이 대충 헤어지자는 얘기일 게 짐작이 갔다.그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는 마음을 가다듬고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애린 씨와 헤어지지 않을 거예요.”구애린은 자기가 하려는 말에 진원우가 미리 선수를 치니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겼다.진원우가 웃으면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애린 씨에게 시간을 줄 수 있어요.”“10년이 필요한데 기다려줄 수 있어?”구애린은 일부러 긴 시간을 말해 그가 스스로 물러서기를 바랐다.하지만 진원우는 전혀 물러서지 않았고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평생 기다릴 수도 있어요.”“미친놈.”구애린이 저도 모르게 말했다.“나 미친놈이 아니에요, 그냥 애린 씨를 놓치기 싫어요.”그는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애린 씨가 무슨 바람을 피웠나요? 애린 씨와 헤어질 이유가 없는데요.”구애린은 주먹을 불끈 쥐더니 그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난 원우 씨를 더는 안 좋아해.”진원우가 말했다.“언제 나를 좋아한 적이 있나요? 나를 줄
진원우가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난 애린 씨가 화내는 게 좋아요.”화를 내는 건 아직도 그를 신경 쓰고 있다는 증거였으니 말이다. 결국 그녀는 다른 여자와 진원우의 몸을 공유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더니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원우 씨 정말 짜증 나.”진원우는 부드러운 손길로 조심스럽게 두 팔로 그녀를 안았다.이번에 구애린은 그를 밀어내지 않았다. 그의 옷깃을 잡고는 오랫동안 참았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나를 난처하게 만들지 마.”그녀의 어깨는 들썩이기 시작했는데 끝내 눈물이 속절없이 흘러내렸다.그녀는 진원우의 가슴팍에 기대면서 말했다.“나는, 내가 더는 원우 씨와 함께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진원우가 그녀를 꼭 끌어안고는 그녀의 머리카락, 그녀의 볼에 키스했다...그는 입술을 구애린의 귓가에 갖다 대며 말했다.“애린 씨는 첫 경험을 나에게 줬잖아요. 내가 가진 건 가장 순수하고 깨끗한 애린 씨예요.”“아니야, 난 깨끗하지 않아...”“쉿.”진원우는 손가락을 그녀의 입술에 갖다 대며 말했다.“다 지나간 일이에요. 애린 씨에게 상처를 줬던 놈들은 모두 제대로 혼냈어요, 그들은 앞으로 감옥에서 남은 평생을 보내야 할 거예요. 그리고 감옥에 아는 사람에게도 당부했어요. 그들은 앞으로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을 살게 될 거예요.”“하지만...”“정말 내가 그놈들처럼 남은 생을 고통스럽게 살아가길 바라요?”가녀리고 예쁜 얼굴의 구애린은 고개를 들더니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아니, 그걸 바라는 건 아니야. 원우 씨가 행복하고 즐겁고 탈 없이 무사했으면 좋겠어...”“하지만 애린 씨와 함께 있어야만 행복하고 즐겁다는 걸 알아요?”진원우는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말했다.“날 믿어봐요. 이번 한 번만 믿어봐요.”그는 눈을 감더니 그녀의 눈가에 흐른 눈물에 입을 맞추면서 말했다.“나 가슴 아프게 하지 마요.”구애린이 그의 목을 꼭 끌어안고는 그의 목덜미에 머리를 묻었다.“
진원우가 웃으면서 말했다.“장난친 거예요.”구애린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혼자 많이 먹어.”진원우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삐졌어요? 그럼 이번에 애린 씨가 나 놀려요.”구애린이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왜 그렇게 많이 변한 거야?”‘내가 알던 진원우가 아니잖아. 예전의 진원우는 절대 이러지 않았다고.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뀐 거지?’“애린 씨 기분 좋게 해주려고 그러는 거죠.”진원우는 그녀를 다시 자리에 앉히며 말했다.“알겠어요, 더는 놀리지 않을게요. 애린 씨가 다시 이 스테이크로 나한테 장난을 쳐요.”구애린은 화가 난 와중에도 그의 말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싫거든, 유치해 죽겠어.”진원우는 웃음을 터뜨린 구애린을 보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식사를 마친 후, 두 사람은 영화를 보러 갔다.오후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마치 영화관을 대관한 것처럼 상영관에는 두 사람밖에 앉아있지 않았다.그들은 나란히 앉았고 진원우가 그녀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내 어깨에 기대요.”구애린은 순순히 그의 어깨에 기대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예전에는 안 이랬잖아.”“예전에는 내가 어땠는데요?”진원우가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아니야.”구애린이 말을 이어갔다.“영화나 제대로 보자고. 그동안 자꾸 시간 없다면서 매일 일만 바쁘게 했잖아. 이렇게 나랑 단둘이 영화 보는 것도 처음이면서.”“...”진원우는 말문이 막혔다.그래도 구애린의 기분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아 진원우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를 즐겁게 할 수만 있다면 진원우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앞으로는 시간을 자주 내서 애린 씨 찾아올게요.”구애린은 그의 말에 감동해 그의 품에 더 파고들었는데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고는 또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좋아.”그들이 본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라 웃겼을 뿐만 아니라 달달한 로맨틱 분위기도 물씬했다.구애린은 진원우와 함께 시간을 보내니
정경봉은 긴장된 마음에 바로 바닥에 웅크려 앉고는 상황을 살폈다.송연아는 원장의 병을 알고 있었기에 바로 응급조치를 취했다.하지만 원장의 심박수를 체크했는데 뭔가 잘못된 것을 발견하고는 차분한 얼굴로 정경봉을 바라보며 말했다.“바로 구급차를 불러요, 아니다, 구급차가 도착하려면 너무 늦을 수도 있으니 경봉 씨가 원장님을 업고 나가주세요.”“알겠어요.”정경봉은 송연아를 굳게 믿고 있어 그녀의 말대로 했다.송연아는 도와서 원장을 정경봉 등에 업혔다.그러고는 앞으로 달려가 이영더러 시동 걸게 했고 정경봉이 원장을 내려놓자마자 송연아는 그더러 병원으로 운전하라고 했다. 정경봉도 그들을 따라 같이 갔다.송연아는 반응이 빨랐기 때문에 원장은 제때 병원으로 보내져 응급처치를 받았다.송연아와 정경봉은 수술실 밖에서 기다렸다.“원장님에게 설마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니겠죠?”정경봉이 물었다.하지만 송연아의 얼굴색은 한껏 어두워졌다.그녀는 원장의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어쩌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왜 아무 말도 안 해요?”정경봉은 송연아를 보며 물었다.“원장님 많이 심각해요?”송연아는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진정하고 명석한 두뇌를 유지해야 했다.그녀는 정경봉더러 연구센터에 있는 인공심장을 가져오라고 했다.정경봉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원장님 그렇게 심각해요? 그리고 우리 인공심장은 아직 테스트 단계에 있잖아요. 사람에게 쓰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거죠. 원장님이 필요할까 봐요.”이번에 원장이 이 고비를 버틸 수 있을지 없을지는 미지수였다.“하지만...”“가서 가져와요.”송연아가 그의 말을 끊었다.그녀는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게다가 사람 살리는 데 1분 1초를 다퉈야 했는데 정경봉은 아직도 주저하고 있었다.“얼른 가요.”송연아가 재촉했다.“여기는 내가 있잖아요.”정경봉이 잠깐 머뭇거리고서야 밖으로 뛰어나갔다.송
마치 지금 무슨 장난 하고 있냐고 물어보는 것 같았다.수술은 함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아무리 당신이 연구센터에서 일한다고 하지만 환자에게 수술하는 의사는 모두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요. 당신은 자격증이 있나요?”송연아가 대답했다.“네, 있어요.”의사는 조금 의외였는지 그저 그녀를 바라보더니 침묵을 지켰다.하지만 줄곧 침착했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니 조금 이해가 가기도 했다.보통 사람이었다면 가족이 위급하다는 소식을 듣고 진작 흥분했을 것이다.“하지만 우리 병원 의사가 아니잖아요. 당신이 의사라고 해도 우리 병원에서는 수술하지 못할 거예요.”의사가 말했다.송연아가 무슨 말을 하려던 그때, 정경봉과 연구센터 직원이 같이 도착했다. 그들은 아마 원장의 소식을 들은 모양이다.“상황이 좀 어때요?”정경봉이 물었고 송연아가 대답했다.“많이 안 좋대요.”“그럼 어떻게 해요?”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물었다.송연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때, 황 선생이 말했다.“환자 가족분들이라면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아마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겁니다.”“네?”“그렇게 심각해요?”정경봉은 그제야 송연아가 왜 자기더러 인공심장을 가져오라고 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그녀는 분명 원장의 위독한 상황을 알아챘을 것이다.“지금 우리 병원 의사가 안에서 응급조치를 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거예요.”말을 마친 의사는 수술실로 돌아가려고 했다.이때 송연아가 그를 부르더니 말했다.“선생님, 인공심장을 가져왔어요. 선생님이 못하시겠다면 제가 할게요.”황 선생은 다시 한번 걸음을 멈췄고 송연아를 보며 말했다.“제가 똑똑히 말했을 텐데요...”“규칙은 한 번 정도 어길 수 있잖아요. 사람 목숨이 달렸는데.”“당신이 무슨 말을 해도 절대 수술실에 들여보낼 수 없어요.”황 선생이 단호하게 말했다.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는 절대 감당할 수 없었다.“황 선생님, 진 선생님께서 찾으세요. 환자분 쇼크 상태에 빠졌습니
황 선생은 간호사더러 수술용 메스들을 준비하라고 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송연아를 협조하려고 했다.“당신은 환자분 가족이니까 수술동의서에 사인해요. 이건 병원 규정이라 빠지면 안 되는 절차예요.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송연아는 충분히 이해했다.의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의료사고였으니 말이다.만약 정말 원장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의 가족들은 분명 병원을 찾아와 난리를 부릴 것이고, 수술은 그녀가 한 것이니 책임 또한 그녀가 져야 했다.“가져오세요.”송연아가 말했다.간호사는 바로 수술동의서를 가져왔고 송연아는 서둘러 사인했다.사인한 후 그녀는 황 선생을 보며 말했다.“혹시 저를 도와주실 수 있나요?”황 선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그렇게 하죠.”“수술실 멤버들은 선생님이 가장 잘 아실 테니까 부탁드리겠습니다.”“네, 저에게 맡기세요.”황 선생도 사람 목숨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기에 그는 최선을 다해 송연아를 협조했다.송연아는 정경봉이 가져온 인공심장을 열고는 심호흡을 했다.“자신 있어요?”황 선생의 물음에 송연아가 대답했다.“아니요.”황 선생은 말문이 막혔다.“그런데도 수술하는 거예요?”송연아가 침착하게 말했다.“다른 선택이 없잖아요.”황 선생은 할 말을 잃었다.그렇다, 선택이 없었다. 수술을 하지 않으면 환자를 기다리는 건 죽음밖에 없을 것이다.하지만 수술이라도 하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었다.“걱정하지 말고 수술해요. 나머지는 다 저에게 맡겨요.”황 선생이 말했고 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모든 수술 준비가 마쳤다.송연아는 메스를 들었다.그녀는 여러 차례 가슴을 열어봤지만 오늘 같은 기분은 처음이었다.책임을 지는 게 두려운 것이 아니라 원장은 평생 심장 연구를 해왔는데 자기 목숨을 살릴 수 없으니 씁쓸한 기분이 든 것이었다.송연아도 처음으로 인공심장 이식 수술을 한 것이었기 때문에 전혀 긴장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직업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