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우가 웃으면서 말했다.“장난친 거예요.”구애린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혼자 많이 먹어.”진원우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삐졌어요? 그럼 이번에 애린 씨가 나 놀려요.”구애린이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왜 그렇게 많이 변한 거야?”‘내가 알던 진원우가 아니잖아. 예전의 진원우는 절대 이러지 않았다고.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뀐 거지?’“애린 씨 기분 좋게 해주려고 그러는 거죠.”진원우는 그녀를 다시 자리에 앉히며 말했다.“알겠어요, 더는 놀리지 않을게요. 애린 씨가 다시 이 스테이크로 나한테 장난을 쳐요.”구애린은 화가 난 와중에도 그의 말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싫거든, 유치해 죽겠어.”진원우는 웃음을 터뜨린 구애린을 보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식사를 마친 후, 두 사람은 영화를 보러 갔다.오후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마치 영화관을 대관한 것처럼 상영관에는 두 사람밖에 앉아있지 않았다.그들은 나란히 앉았고 진원우가 그녀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내 어깨에 기대요.”구애린은 순순히 그의 어깨에 기대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예전에는 안 이랬잖아.”“예전에는 내가 어땠는데요?”진원우가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아니야.”구애린이 말을 이어갔다.“영화나 제대로 보자고. 그동안 자꾸 시간 없다면서 매일 일만 바쁘게 했잖아. 이렇게 나랑 단둘이 영화 보는 것도 처음이면서.”“...”진원우는 말문이 막혔다.그래도 구애린의 기분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아 진원우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를 즐겁게 할 수만 있다면 진원우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앞으로는 시간을 자주 내서 애린 씨 찾아올게요.”구애린은 그의 말에 감동해 그의 품에 더 파고들었는데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고는 또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좋아.”그들이 본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라 웃겼을 뿐만 아니라 달달한 로맨틱 분위기도 물씬했다.구애린은 진원우와 함께 시간을 보내니
정경봉은 긴장된 마음에 바로 바닥에 웅크려 앉고는 상황을 살폈다.송연아는 원장의 병을 알고 있었기에 바로 응급조치를 취했다.하지만 원장의 심박수를 체크했는데 뭔가 잘못된 것을 발견하고는 차분한 얼굴로 정경봉을 바라보며 말했다.“바로 구급차를 불러요, 아니다, 구급차가 도착하려면 너무 늦을 수도 있으니 경봉 씨가 원장님을 업고 나가주세요.”“알겠어요.”정경봉은 송연아를 굳게 믿고 있어 그녀의 말대로 했다.송연아는 도와서 원장을 정경봉 등에 업혔다.그러고는 앞으로 달려가 이영더러 시동 걸게 했고 정경봉이 원장을 내려놓자마자 송연아는 그더러 병원으로 운전하라고 했다. 정경봉도 그들을 따라 같이 갔다.송연아는 반응이 빨랐기 때문에 원장은 제때 병원으로 보내져 응급처치를 받았다.송연아와 정경봉은 수술실 밖에서 기다렸다.“원장님에게 설마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니겠죠?”정경봉이 물었다.하지만 송연아의 얼굴색은 한껏 어두워졌다.그녀는 원장의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어쩌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왜 아무 말도 안 해요?”정경봉은 송연아를 보며 물었다.“원장님 많이 심각해요?”송연아는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진정하고 명석한 두뇌를 유지해야 했다.그녀는 정경봉더러 연구센터에 있는 인공심장을 가져오라고 했다.정경봉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원장님 그렇게 심각해요? 그리고 우리 인공심장은 아직 테스트 단계에 있잖아요. 사람에게 쓰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거죠. 원장님이 필요할까 봐요.”이번에 원장이 이 고비를 버틸 수 있을지 없을지는 미지수였다.“하지만...”“가서 가져와요.”송연아가 그의 말을 끊었다.그녀는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게다가 사람 살리는 데 1분 1초를 다퉈야 했는데 정경봉은 아직도 주저하고 있었다.“얼른 가요.”송연아가 재촉했다.“여기는 내가 있잖아요.”정경봉이 잠깐 머뭇거리고서야 밖으로 뛰어나갔다.송
마치 지금 무슨 장난 하고 있냐고 물어보는 것 같았다.수술은 함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아무리 당신이 연구센터에서 일한다고 하지만 환자에게 수술하는 의사는 모두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요. 당신은 자격증이 있나요?”송연아가 대답했다.“네, 있어요.”의사는 조금 의외였는지 그저 그녀를 바라보더니 침묵을 지켰다.하지만 줄곧 침착했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니 조금 이해가 가기도 했다.보통 사람이었다면 가족이 위급하다는 소식을 듣고 진작 흥분했을 것이다.“하지만 우리 병원 의사가 아니잖아요. 당신이 의사라고 해도 우리 병원에서는 수술하지 못할 거예요.”의사가 말했다.송연아가 무슨 말을 하려던 그때, 정경봉과 연구센터 직원이 같이 도착했다. 그들은 아마 원장의 소식을 들은 모양이다.“상황이 좀 어때요?”정경봉이 물었고 송연아가 대답했다.“많이 안 좋대요.”“그럼 어떻게 해요?”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물었다.송연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때, 황 선생이 말했다.“환자 가족분들이라면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아마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겁니다.”“네?”“그렇게 심각해요?”정경봉은 그제야 송연아가 왜 자기더러 인공심장을 가져오라고 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그녀는 분명 원장의 위독한 상황을 알아챘을 것이다.“지금 우리 병원 의사가 안에서 응급조치를 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거예요.”말을 마친 의사는 수술실로 돌아가려고 했다.이때 송연아가 그를 부르더니 말했다.“선생님, 인공심장을 가져왔어요. 선생님이 못하시겠다면 제가 할게요.”황 선생은 다시 한번 걸음을 멈췄고 송연아를 보며 말했다.“제가 똑똑히 말했을 텐데요...”“규칙은 한 번 정도 어길 수 있잖아요. 사람 목숨이 달렸는데.”“당신이 무슨 말을 해도 절대 수술실에 들여보낼 수 없어요.”황 선생이 단호하게 말했다.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는 절대 감당할 수 없었다.“황 선생님, 진 선생님께서 찾으세요. 환자분 쇼크 상태에 빠졌습니
황 선생은 간호사더러 수술용 메스들을 준비하라고 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송연아를 협조하려고 했다.“당신은 환자분 가족이니까 수술동의서에 사인해요. 이건 병원 규정이라 빠지면 안 되는 절차예요.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송연아는 충분히 이해했다.의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의료사고였으니 말이다.만약 정말 원장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의 가족들은 분명 병원을 찾아와 난리를 부릴 것이고, 수술은 그녀가 한 것이니 책임 또한 그녀가 져야 했다.“가져오세요.”송연아가 말했다.간호사는 바로 수술동의서를 가져왔고 송연아는 서둘러 사인했다.사인한 후 그녀는 황 선생을 보며 말했다.“혹시 저를 도와주실 수 있나요?”황 선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그렇게 하죠.”“수술실 멤버들은 선생님이 가장 잘 아실 테니까 부탁드리겠습니다.”“네, 저에게 맡기세요.”황 선생도 사람 목숨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기에 그는 최선을 다해 송연아를 협조했다.송연아는 정경봉이 가져온 인공심장을 열고는 심호흡을 했다.“자신 있어요?”황 선생의 물음에 송연아가 대답했다.“아니요.”황 선생은 말문이 막혔다.“그런데도 수술하는 거예요?”송연아가 침착하게 말했다.“다른 선택이 없잖아요.”황 선생은 할 말을 잃었다.그렇다, 선택이 없었다. 수술을 하지 않으면 환자를 기다리는 건 죽음밖에 없을 것이다.하지만 수술이라도 하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었다.“걱정하지 말고 수술해요. 나머지는 다 저에게 맡겨요.”황 선생이 말했고 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모든 수술 준비가 마쳤다.송연아는 메스를 들었다.그녀는 여러 차례 가슴을 열어봤지만 오늘 같은 기분은 처음이었다.책임을 지는 게 두려운 것이 아니라 원장은 평생 심장 연구를 해왔는데 자기 목숨을 살릴 수 없으니 씁쓸한 기분이 든 것이었다.송연아도 처음으로 인공심장 이식 수술을 한 것이었기 때문에 전혀 긴장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직업 정
곧이어 송연아는 알아챘다.이 사람의 얼굴은 원장과 많이 비슷했기에 아마도 원장의 아들이지 않을까 송연아가 생각했다.정경봉은 송연아에게 눈짓하며 그녀더러 빨리 자리를 뜨라고 했다.원장의 아들은 지금 워낙 흥분 상태이기 때문에 혹여나 송연아에게 무슨 안 좋은 말이라도 할까 봐 두려웠다.송연아는 원장의 가족도 아니고, 이 수술을 할 자격도 없었으니 말이다.수술이 성공한다면 다행이고, 원장 가족들도 송연아를 비난하기는커녕 목숨을 살려준 은혜로 평생 고마워해야 하겠지만 혹시라도 원장이 죽게 된다면...원장의 가족들은 그녀더러 책임을 물라고 할 수도 있었다.송연아는 숨김없이 솔직하게 말했다.이미 일어난 일이고, 수술도 마쳤으니 계속 피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원장의 아들이 걸어오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아버지와 무슨 사이인데? 무슨 자격으로 그런 결정을 내린 거야?”송연아가 설명했다.“당시 상황이 워낙 위급해서 고민할 시간조차 없었어요.”“당신은 우리 아버지랑 친척 관계도 아니잖아. 우리 아버지 일을 결정할 자격이 없다고. 아버지가 괜찮으시다면야 당신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겠지만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 당신 단단히 각오해야 할 것이야.”그는 여전히 날카로운 말투로 물었다.“아버지 지금 어디에 있어?”송연아가 말했다.“방금 수술을 끝내서 ICU에 옮겨졌어요. 지금은 면회가 안 됩니다.”“뭐? ICU? 많이 심각한 거야?”그는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황 선생이 걸어 나오고는 송연아의 편을 들어줬다.“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이제 위험한 고비만 넘기시면 괜찮으실 겁니다.”“그럼 아버지가 괜찮을 거라고 당분간은 믿고 있을게요.”연구센터 직원들은 모두 원장 아들과 구면이었기에 송연아는 절대 나쁜 마음을 품을 사람이 아니라며 적극적으로 해명해 줬다. 또 이번에 원장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수술한 것도 원장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라며 송연아의 편을 들어줬기에 원장 아들은 더는 송연아에게 따지지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양명섭을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뭐, 뭐 하는 거야?”양명섭이 대답했다.“나도 알고 있어, 네가 나에게 시집오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그리고 네가 나를 사랑해서 나랑 결혼하는 게 아니라는 걸 나도 알아. 아마 내 성의에 감동해서? 아니면 은혜를 보답하기 위해서? 하지만 진실이 무엇이든 나는 너무 기뻐. 사실 난 부자가 아니라 너에게 부유한 삶을 줄 수도 없어. 하지만 난 너에게 내 모든 걸 주고 싶어.”그는 안이슬을 꼭 안으며 말을 이어갔다.“우리 아빠도 경찰이셨어. 내가 12살 때 순직하셨거든. 엄마는 다른 남자를 찾지 않으시고 홀로 나를 키우셨어. 하지만 불행하게도 내가 24살 때 위암으로 돌아가셨지. 부모님이 이 집을 남겨주셨는데 내가 어렸을 때부터 자란 집이기도 하고, 이 집을 너에게도 선물하고 싶어. 그래서 이 집을 우리 두 사람 공동명의로 했어.”그는 박스 안의 노란색 카드를 꺼내고는 또 말했다.“이 카드 안에는 부모님이 남겨주신 돈, 1600만 원이 있어.”그리고 또 다른 카드를 하나 집어 들고는 말했다.“이거는 내 저축 카드인데 안에 5200만 원이 있어. 내가 잘 쓰지도 않아 받은 월급을 거의 다 모아뒀거든.”박스 안에 든 물건들은 모두 간단하지만 소중하고 무거웠기에 안이슬은 목이 메었다.“다 너무 소중한 것들이잖아. 나...”“우리 둘이 결혼했으니 한 가족이고, 내 거나 네 거나 다름없지.”양명섭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리고 재테크를 할 줄도 몰라 평소 돈을 잘 쓰지도 못했어. 그래서 다 너에게 맡길게.”안이슬은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아니야, 그렇게 할 수 없어.”“말 들어, 받아.”양명섭은 그녀의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나 오늘 밤에 당직을 서야 해서 나가봐야 해. 너도 일찍이 휘어.”말을 마친 그는 바로 집을 나섰다.안이슬은 빨간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손에는 양명섭의 모든 재산이 쥐여 있었다.오늘 밤은 그들의 신혼 첫날밤인데 양명섭은 안이슬이 자기를 사
“집은 청소하지 않아도 돼. 내가 돌아와서 할게. 남자들이라 이런 집안일은 꼼꼼히 하지 못한다고.”“나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니야? 내가 집안일을 얼마나 잘하는데. 요리만 빼고 다 잘해.”양명섭이 웃으면서 손을 저었다.“얼른 출근해, 지각하지 말고.”안이슬은 그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더하려고 했지만 끝내 말이 입 밖으로 떨어지지 않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집에는 방이 세 개나 있었기에 굳이 나갈 필요 없이 침대 하나 더 깔면 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런 말을 어떻게 양명섭에게 하겠는가? 또 그녀가 이 말을 했다고 해도 양명섭이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안이슬은 결혼을 했지만 아내로서의 본분을 못 하고 있었다. 침대 깔아 남편을 따로 자게 하다니, 이유가 무엇이든 그녀는 좋은 아내라고 할 수 없었다.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문을 닫았다....송연아는 소파에서 찬이를 안은 채 잠이 들었다.오늘 일찍 돌아온 편이었기에 강세헌은 집에 돌아오자 송연아를 발견하고는 괜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송연아는 줄곧 강세헌보다 늦게 돌아왔으니 말이다.강세헌이 다가오자 송연아는 바로 눈을 떴다.그녀는 잠깐 졸았을 뿐, 깊게 잠이 들지는 못해 약간의 기척에도 바로 잠이 깼다.강세헌은 허리 굽혀 찬이를 안아 들고는 말했다.“피곤하면 방에 들어가서 자. 거실은 시끄러우니까.”송연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자려는 생각이 없었어요.”단지 찬이랑 장난을 치다가 잠이 들었을 뿐이다.그녀는 일어나 물을 마셨고, 강세헌은 찬이를 침실에 안고 가고는 침대에 살포시 내려놨다.찬이의 침실에서 나온 후, 강세헌은 넋을 잃고 멍을 때리는 송연아를 발견하고는 걸어와 물었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송연아는 생각을 거두고 물잔을 내려놓은 후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나 오늘... 엄청 충동적인 일을 했어요.”강세헌은 넥타이를 풀고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셔츠 단추를 풀며 그녀를 바라봤다.“말해봐.”송연아는 오늘에 있었던 일을 모두 강세헌에게 알려줬다.그
“엄마, 왜 소리 없이 다녀요.”송연아가 원망하는 듯이 말했다.한혜숙이 대답했다.“네가 너무 집중해서 나를 보지 못한 건 아니고? 나 평소에 집에서 이렇게 다니잖아.”“...”송연아는 말문이 막혔다.‘설마 강세헌에게 뽀뽀한 것도 다 본 거야? 아 부끄러워. 민망해.’한혜숙은 딸이 부끄러워하는 걸 알고 웃으면서 말했다.“나 아무것도 못 봤어.”“...”‘그럼 다 봤다는 거잖아. 아니면 저런 말씀을 하시지도 않았을 텐데.’한혜숙이 방으로 들어가며 말했다.“둘이 하던 거 마저 해. 나 없다고 생각해.”‘하, 정말 너무 부끄럽네. 집에서 이런 일을 당할 줄이야.’그녀는 강세헌을 힐끔 보더니 말했다.“다 세헌 씨 때문이에요.”강세헌은 너무나도 억울했다.‘자기가 먼저 뽀뽀를 하더니 왜 내 탓을 하는 거야? 나랑 무슨 상관인데.’송연아는 위층으로 올라간 후 방에 들어서고는 바로 침대에 누워 자신을 돌돌 말았다.강세헌이 들어오고는 침대 옆에 서서 말했다.“그만해. 남이 본 것도 아니고 어머님이 본 거잖아. 게다가 다른 짓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나한테 뽀뽀를 했을 뿐인데.”송연아는 그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강세헌은 이불을 사이 두고 그녀의 몸 위에 올라탔다.송연아는 바로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숨이 안 쉬어져요.”강세헌이 피식 웃고는 손을 이불 안에 넣었다...송연아가 고개를 내밀더니 눈을 끔뻑이며 물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강세헌이 여유롭고도 느긋한 모습을 보이면서 목소리를 내리깔고 말했다.“네가 하려던 걸 마저 하려고.”“내가 뭘 했는데요?”송연아가 물었다.강세헌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에 키스하고는 조금 아래로 내려가서 그녀의 턱을 살짝 깨물며 두루뭉슬하게 말했다.“너에게 키스하려고.”송연아는 바로 그의 목을 끌어안고는 아까 하지 못했던 뽀뽀를 모두 했다. 그리고 그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셔츠 단추를 마구 풀기 시작했다...강세헌은 살짝 고개를 숙이더니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제정신인 거 맞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