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왜 소리 없이 다녀요.”송연아가 원망하는 듯이 말했다.한혜숙이 대답했다.“네가 너무 집중해서 나를 보지 못한 건 아니고? 나 평소에 집에서 이렇게 다니잖아.”“...”송연아는 말문이 막혔다.‘설마 강세헌에게 뽀뽀한 것도 다 본 거야? 아 부끄러워. 민망해.’한혜숙은 딸이 부끄러워하는 걸 알고 웃으면서 말했다.“나 아무것도 못 봤어.”“...”‘그럼 다 봤다는 거잖아. 아니면 저런 말씀을 하시지도 않았을 텐데.’한혜숙이 방으로 들어가며 말했다.“둘이 하던 거 마저 해. 나 없다고 생각해.”‘하, 정말 너무 부끄럽네. 집에서 이런 일을 당할 줄이야.’그녀는 강세헌을 힐끔 보더니 말했다.“다 세헌 씨 때문이에요.”강세헌은 너무나도 억울했다.‘자기가 먼저 뽀뽀를 하더니 왜 내 탓을 하는 거야? 나랑 무슨 상관인데.’송연아는 위층으로 올라간 후 방에 들어서고는 바로 침대에 누워 자신을 돌돌 말았다.강세헌이 들어오고는 침대 옆에 서서 말했다.“그만해. 남이 본 것도 아니고 어머님이 본 거잖아. 게다가 다른 짓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나한테 뽀뽀를 했을 뿐인데.”송연아는 그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강세헌은 이불을 사이 두고 그녀의 몸 위에 올라탔다.송연아는 바로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숨이 안 쉬어져요.”강세헌이 피식 웃고는 손을 이불 안에 넣었다...송연아가 고개를 내밀더니 눈을 끔뻑이며 물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강세헌이 여유롭고도 느긋한 모습을 보이면서 목소리를 내리깔고 말했다.“네가 하려던 걸 마저 하려고.”“내가 뭘 했는데요?”송연아가 물었다.강세헌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에 키스하고는 조금 아래로 내려가서 그녀의 턱을 살짝 깨물며 두루뭉슬하게 말했다.“너에게 키스하려고.”송연아는 바로 그의 목을 끌어안고는 아까 하지 못했던 뽀뽀를 모두 했다. 그리고 그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셔츠 단추를 마구 풀기 시작했다...강세헌은 살짝 고개를 숙이더니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제정신인 거 맞
송연아는 옷을 주섬주섬 입으며 말했다.“먼저 자요. 저는 병원에 다녀올게요.”강세헌은 정신이 번쩍 들어 일어나 앉았다.“병원에는 왜? 걱정돼서?”“네.”송연아는 숨기지 않았다.“아무래도 걱정이 되네요.”강세헌은 침대에서 내려와 뒤에서 송연아를 안았다.“시간이 많이 늦었어. 우리 오늘은 아무 생각 말고 자자.”송연아는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오늘 내가 왜 세헌 씨한테 그렇게 적극적이었는지 알아요?”강세헌은 눈을 깜빡이더니 짙은 눈썹을 살짝 찡긋하며 물었다.“왜?”“주의를 돌리려고요.”더는 전임 원장의 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아 송연아는 아무 전화도 받지 않았다. 받아봤자 딱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소식이겠지. 비보는 없었지만, 딱히 희소식도 없었다.강세헌은 눈썹을 찡그렸다. 송연아는 대체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이윽고 강세헌이 송연아를 번쩍 안아 들자 송연아는 갑작스러운 강세헌의 행동에 그의 어깨를 쳤다.“뭐 하는 거예요? 깜짝 놀랐잖아요.”강세헌은 송연아를 안아서 침대로 성큼성큼 걸어갔다.“너의 주의를 돌려야겠네.”“...”송연아는 잠시 말이 없더니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하지 말아요.”“알잖아요, 저 요새 스트레스 많이 받는 거.”강세헌은 송연아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그럼 내가 스트레스를 풀어줄게.”이에 송연아는 당황한 목소리로 거절했다.“싫어요.”송연아는 다리가 아직 아팠지만, 강세헌은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그 위로 덮쳤다.“윽...”송연아는 두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어내며 거부했다.“저 이제 힘이 없어요...”“병원에 가려면서 힘이 없어?”송연아는 강세헌을 보며 애교부리며 말했다.“제발요. 한 번만 병원에 다녀올게요. 그러면 마음이 좀 놓일 것...”송연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세헌이 입술로 돌진해 키스했다. 하려던 말은 입안에 갇혀 채 내뱉지 못했지만, 송연아는 피할 겨를이 없어 강세헌이 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강세헌은 송연아의 마음을 다루고 몸을 탐했다. 변덕이 심하다
심재경은 쯧쯧 혀를 찼다.“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내가 뭔 스토커야. 내가 보기에 너는 엉큼하기 그지없는 놈이구먼.”“내가 내 애린 씨랑 하고 싶은 말을 하겠다는데 네가 뭔 상관이야?”진원우가 콧방귀를 꼈다.“너 이거 질투야. 아주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꼴을 못 봐.”“하, 내가 너를 질투한다고.?”심재경은 진원우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이런 공공장소에서 그런 낯간지러운 말이나 하고 부끄러운 줄도 몰라.”진원우는 심재경을 몇 초간 뚫어지게 쳐다봤다.“아주 질투에 미쳤구먼?”심재경은 진원우의 말에 놀란 듯한 표정을 취하며 말했다.“그걸 알아챘어?”“...”“꺼져!”진원우의 반응에 심재경이 크게 웃는 것을 보고 진원우는 일어서며 물었다.“밥 먹으러 왔어?”“그럼 식당에 밥 먹으러 오지 샤워하러 오게?”“...”이런 씨! 진원우는 목까지 올라온 욕을 삼켰다.“같이 가. 미팅 있어서 왔는데 이제 끝났어.”심재경이 장난기를 거두고 말하자 진원우는 그를 힐끔 보았다.“요즘 바쁜가 보다?”심재경은 부인하지 않았다. 정말 바쁜 게 맞으니까. 지금도 되게 바쁘다. 업무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보니 생활도 많이 충실해졌고 다른 생각을 할 여유도 없어졌다.“시간 돼? 한잔할까?”진원우가 물었다.“좋지.”심재경이 대답하자 진원우는 어깨동무를 하며 물었다.“요즘 어때?”“뭐가?”심재경이 되묻자 진원우는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뭘 물어보는지 알면서, 당연히 사는 게 어떤지 묻는 거지. 아니면 내가 뭘 물어보는 거 같아? 연애 사업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그쪽으로는 뭐 완전 개판 아니야?”“...”심재경은 진원우를 쳐다보면서 말했다.“너 말 좀 이쁘게 하면 안 돼?”“내가 뭐?”진원우가 대답했다.“나 말 이쁘게 하잖아.”“퍽이나!”두 사람은 서로 주고받고 투덕거리며 레스토랑을 나서 차를 타고 술집을 찾아 들어갔다.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을 두고 둘은 바에 앉아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얘기하다 보니 시간이 아
두 사람은 벌러덩 고꾸라져 있었고 옷매무새도 엉망이게 널브러져 있었다. 강세헌은 어이가 없어 눈썹을 찡그렸다.“이 사람들 왜 여기에 누워있어요?”송연아가 물으면서 바닥에 쪼그리고 앉자 짙은 술 냄새가 코를 찔러 얼굴을 찌푸린 채 물었다.“이 사람들 술 마셨어요?”“그런가 봐.”강세헌은 기사와 이영을 불렀다.“얘네 방으로 옮겨.”기사는 이들을 방으로 옮긴 후 오은화가 외출할 때 운전을 해줬다. 집에 아이가 둘이 있으므로 오은화는 자주 마트에 가야 했다. 송연아는 오은화에게 부탁했다.“이 사람들에게 해장국을 좀 끓여줘요. 어제 술을 많이 마신 모양이에요.”인사불성이 되도록 마신 모양이다.오은화가 대답했다.“네, 걱정하지 마시고 외출하세요. 손님방에 모셨으니 제가 잘 보살피도록 하겠습니다.”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세헌에게 말했다.“가요.”“응.”강세헌의 차가 떠나고 이영이 그 뒤를 따랐다. 병원을 가는 길이 아닌 것을 보고 송연아가 물었다.“길 잘못 들었어요. 앞에서 회전해야 했는데.”그러자 강세헌이 대답했다.“연구센터로 가자.”“...”“안 갈래요...”“그럼 우리 회사로 가.”송연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세헌이 말을 잘랐다.“가서 직접 보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그래요.”송연아는 병원에 가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네가 간다고 달라지는 게 있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네가 해야 하는 건 기다리는 거야.”강세헌은 송연아의 말을 듣지 않았다.“만약 환자의 가족들이 있다면 너를 보고 감정이 격해질 수 있고 그로 인해 충돌이 생길 수도 있어.”어찌 됐든 환자는 아직 위험한 고비를 넘기지 못했으니 송연아가 굳이 거기 나타날 이유가 없었다. 하여 강세헌은 송연아를 데리고 회사로 가려고 했다.“지금은 꾹 참고 기다려야 해.”송연아는 그를 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병원에 데려다주겠다더니 다 거짓말이었네요.”“내가 널 속이지 않으면 네가 퍽이나 내 차에 올라타겠다?”강세헌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
송연아는 의아하다는 듯 생각했다. 강세헌이 예전에는 여기 단골이었나?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열정적으로 대하지는 않을 텐데. 하지만 이게 뭐 하는 곳인지 아직 송연아는 알지 못했다.“이분은?”그 사람은 송연아한테로 시선을 돌렸다. 예전에 강세헌은 한 번도 여자를 데리고 온 적이 없었고 이번이 처음이었다.“제 부인입니다.”강세헌은 살짝 고갯짓했다.“말을 고르러 갈까요?”송연아는 눈이 커다래져 믿기지 않는 듯 강세헌을 쳐다보며 작게 물었다.“나랑 말을 타려고요?”“응. 어때, 탈 수 있겠어?”강세헌이 물었다. 송연아는 아직 승마 경험이 없기에 흥미가 돋았다. 수술칼을 들고 사람을 상대로 수술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인턴을 할 때에는 시체를 해부한 적도 있는데 이깟 말을 타는 것쯤이야 못할 게 뭐가 있다고?송연아는 머리를 도도하게 쳐들며 말했다.“날 얕잡아 보지 말아요.”강세헌이 웃었다.“그래.”안으로 들어가면 작은 기동차를 타고 승마장으로 가야 했다. 몇십 분을 탔을까, 차가 멈추고 그들은 마구간에 도착했다. 모두 네 줄로 되어있는 마구간에는 한 줄에 말이 열 마리씩 있었는데 말들은 모두 털에서 광이 나고 몸집이 건장했다. 말에 대해 잘 모르는 송연아도 단번에 좋은 말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두 특급 말들이었다.설 대표가 걸어왔다. 아마도 강세헌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여기서 기다린듯했다. 강세헌과 송연아가 차에서 내려오자 그는 웃으며 말했다.“강 대표님 혼자 오신 게 아니라고 들었어요.”그의 시선은 송연아에게로 돌아갔다.“강 대표님 전에는 한 번도 여자를 데리고 온 적이 없는데 오늘은 사모님이 처음이네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송연아는 뿌듯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강세헌은 고개를 숙여 송연아의 귓가에 말했다.“이 승마장 사장님이야.”송연아는 알겠다는 듯 끄덕였다.“말타기는 처음이니 온순한 놈으로 부탁드려요.”송연아가 웃으며 말하자 설 대표가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책임지고 골라드릴게요.”
하지만 강세헌의 걱정이 무색하게 송연아는 안정적으로 아주 잘 탔다. 이건 아마도 송연아의 직업과도 일정한 관계가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늘 냉정하고 침착해야 하며 대담해야 하니까. 송연아는 빠르게 말 타는 법을 익혔는데 본인은 지금 이런 느낌을 즐기고 있었다. 말 등에 올라타서 바람을 맞받아 질주하는 감각을 느끼노라면 우울했던 기분도 다 날아가는 것 같았다.“하!”송연아는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푸른 초원에서 마음껏 질주했다.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강세헌은 송연아가 낙마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이렇게 잘 탈 줄 몰라서 조금 의외였다. 설 대표는 말을 타고 강세헌의 곁으로 오더니 물었다.“사모님 혹시 예전에 승마 경험 있으세요?”여자가 처음 승마를 하면서 이 정도로 안정적이고 빠르게 잘하는 경우는 적기에 이렇게 묻자 강세헌이 대답했다.“처음 타요.”설 대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와, 승마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네요.”“천부적인 재능은 사람을 살리는 데 있죠.”강세헌은 그녀의 직업에 대해 늘 자부심이 있었다. 아무리 자본의 시대라고 해도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는 백의천사는 언제나 존중받아야 할 직업이다.설 대표는 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마 강세헌이 의사 아내와 결혼하게 될 줄 몰랐던 것 같다. 그가 보기에 의사라는 직업은 재미가 없고 무미건조한 직업이었다. 여의사의 성격도 대체로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이 있었다. 솔직히 강세헌의 신분으로 어떤 상대와의 결혼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돈이 많은 남자는 일반적으로 연예인이나 모델을 좋아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여의사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여의사도 이렇게 소탈하고 시원시원할 수 있구나!...안이슬이 퇴근하고 귀가했을 때 양명섭은 이미 저녁을 차려놓았다. 하지만 요리를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과물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우리 그냥 외식할까?”양명섭이 말하자 안이슬이 대답했다.“그냥 먹자. 버리면 아깝잖아. 탕수육에 식초를 안 넣어서 그
안이슬이 작게 말했다.“이태민이야.”신혼인 두 사람이 침대를 사러 온 것을 보면 무조건 이상한 소문이 퍼질 것이다. 금방 결혼했을 때 새 침대를 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침대를 사러 왔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팀원이 본다면 무조건 소문이 퍼질 것이다. 혹은 왜 침대를 사러 왔냐고 물을 것이다. 그렇다면 뭐라고 대답을 할 것인가?양명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업무를 할 때 신속하고 깐깐하게 하지만 생활에서는 좀 어리숙한 면이 있었다.그들은 병풍 뒤에 숨어있다가 한참 지나 이태민이 떠난 뒤에야 밖으로 나왔다. 계속해서 둘러보다가 빠르게 침대 하나를 골라 결제하고 이제 막 나가려는데 누군가가 그들을 불러세웠다.“양 팀장님 아니세요?”“...”그렇게 누가 볼까 봐 피했는데 결국에는 걸렸다. 이때 양명섭이 안이슬한테 물었다.“나 뒤돌아봐야 해?”“...”안이슬은 더 어이가 없었다.평소 팀에서 양명섭을 잘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얘가 지금 뒤돌아보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들이 못 알아볼까? 사건을 처리할 때는 되게 똑똑한데 지금은 왜 이렇게 바보 같지?양명섭이 계속 말했다.“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안 좋다면서? 못 들은 척할 테니 우리 그냥 가자.”양명섭은 안이슬을 밖으로 끌었다. 사실 이때 그는 얼마든지 대답해도 되는데 말이다. 침대도 다 계산한 마당에 여기는 침구류 코너도 아닌데 그냥 가구를 보러 왔다고 하면 될 것을.아이고... 이렇게 하면 더 이상해 보이잖아.그들이 가게를 나올 때 이태민도 마침 가려던 참이었는지 따라 나왔다. 양명섭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우리 차 쪽으로 가지 말고 쟤 먼저 보내자.”안이슬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들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이태민은 아직도 방금 뒷모습이 양 팀장이랑 닮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돌아보지도 않는 걸 봐서는 아닌 것도 같아서 정말 잘못 봤나 싶어 걸음을 옮겼다. 양명섭은 그가 떠난 것을 보고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안이슬은 그 어리숙한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
“빨리 병원으로 와요. 환자가 심정지가 와서 응급처치하는 중이에요!”전화에서는 다급하고 시끄러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송연아는 마음이 철렁 내려앉아 혼란스러운 감정을 숨기며 대답했다.“알겠어요.”“올 때 뒷문으로 와요. 정문으로 들어오면 환자 가족들이 당신을 찾을까 봐요.”황 선생은 잊지 않았고 귀띔해 주었다.“알겠어요.”송연아가 대답하고 통화가 끝난 후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승마 그만할래요. 방금 황 선생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원장님 상태가 좋아져서 나더러 와서 보라고 하네요.”송연아는 강세헌이 못 가게 막을까 봐 나쁜 소식을 제대로 전하지 않았다. 강세헌은 깊은 눈매로 한참을 쳐다보더니 물었다.“정말?”안 믿는 눈치여서 송연아는 웃으며 말했다.“당연하죠. 못 믿겠으면 같이 가죠.”강세헌은 일어서며 말했다.“좋아, 같이 가.”“...”송연아는 강세헌이 자기를 보내줄 줄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 모르겠다, 일단 병원에 가고 보자.“방에 가서 씻고 옷 갈아입고 가자.”송연아는 지금 샤워고 뭐고 그럴 겨를이 없었다.“옷만 갈아입고 샤워는 저녁에 집에 가서 할래요. 일단 병원부터 가죠.”강세헌은 몸을 일으켜 송연아의 말을 따라 방에 가서 옷만 갈아입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문 앞까지 도착해서 강세헌이 차에서 내리려는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진원우에게서 온 전화였다. 회사 일인데 서류 하나가 반드시 강세헌의 사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송연아는 그에게 일이 생긴 것을 눈치채고 말했다.“얼른 가서 일 봐요. 원장님도 나아졌는데 난 괜찮아요. 원장님 가족들이 나를 난처하게 하지는 않을 거예요.”강세헌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그럼 무슨 일 생기면 전화해.”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내려서 강세헌이 떠나는 것을 보고 뒤돌아 들어가는데 황 선생이 뒷문으로 들어오라고 하던 말이 생각나 뒤편으로 돌아갔다.“송연아!”뒤에 작은 문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원장 아들이 막아서는 걸 미처 피하지 못했다.“무슨 낯짝으로 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