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벌러덩 고꾸라져 있었고 옷매무새도 엉망이게 널브러져 있었다. 강세헌은 어이가 없어 눈썹을 찡그렸다.“이 사람들 왜 여기에 누워있어요?”송연아가 물으면서 바닥에 쪼그리고 앉자 짙은 술 냄새가 코를 찔러 얼굴을 찌푸린 채 물었다.“이 사람들 술 마셨어요?”“그런가 봐.”강세헌은 기사와 이영을 불렀다.“얘네 방으로 옮겨.”기사는 이들을 방으로 옮긴 후 오은화가 외출할 때 운전을 해줬다. 집에 아이가 둘이 있으므로 오은화는 자주 마트에 가야 했다. 송연아는 오은화에게 부탁했다.“이 사람들에게 해장국을 좀 끓여줘요. 어제 술을 많이 마신 모양이에요.”인사불성이 되도록 마신 모양이다.오은화가 대답했다.“네, 걱정하지 마시고 외출하세요. 손님방에 모셨으니 제가 잘 보살피도록 하겠습니다.”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세헌에게 말했다.“가요.”“응.”강세헌의 차가 떠나고 이영이 그 뒤를 따랐다. 병원을 가는 길이 아닌 것을 보고 송연아가 물었다.“길 잘못 들었어요. 앞에서 회전해야 했는데.”그러자 강세헌이 대답했다.“연구센터로 가자.”“...”“안 갈래요...”“그럼 우리 회사로 가.”송연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세헌이 말을 잘랐다.“가서 직접 보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그래요.”송연아는 병원에 가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네가 간다고 달라지는 게 있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네가 해야 하는 건 기다리는 거야.”강세헌은 송연아의 말을 듣지 않았다.“만약 환자의 가족들이 있다면 너를 보고 감정이 격해질 수 있고 그로 인해 충돌이 생길 수도 있어.”어찌 됐든 환자는 아직 위험한 고비를 넘기지 못했으니 송연아가 굳이 거기 나타날 이유가 없었다. 하여 강세헌은 송연아를 데리고 회사로 가려고 했다.“지금은 꾹 참고 기다려야 해.”송연아는 그를 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병원에 데려다주겠다더니 다 거짓말이었네요.”“내가 널 속이지 않으면 네가 퍽이나 내 차에 올라타겠다?”강세헌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
송연아는 의아하다는 듯 생각했다. 강세헌이 예전에는 여기 단골이었나?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열정적으로 대하지는 않을 텐데. 하지만 이게 뭐 하는 곳인지 아직 송연아는 알지 못했다.“이분은?”그 사람은 송연아한테로 시선을 돌렸다. 예전에 강세헌은 한 번도 여자를 데리고 온 적이 없었고 이번이 처음이었다.“제 부인입니다.”강세헌은 살짝 고갯짓했다.“말을 고르러 갈까요?”송연아는 눈이 커다래져 믿기지 않는 듯 강세헌을 쳐다보며 작게 물었다.“나랑 말을 타려고요?”“응. 어때, 탈 수 있겠어?”강세헌이 물었다. 송연아는 아직 승마 경험이 없기에 흥미가 돋았다. 수술칼을 들고 사람을 상대로 수술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인턴을 할 때에는 시체를 해부한 적도 있는데 이깟 말을 타는 것쯤이야 못할 게 뭐가 있다고?송연아는 머리를 도도하게 쳐들며 말했다.“날 얕잡아 보지 말아요.”강세헌이 웃었다.“그래.”안으로 들어가면 작은 기동차를 타고 승마장으로 가야 했다. 몇십 분을 탔을까, 차가 멈추고 그들은 마구간에 도착했다. 모두 네 줄로 되어있는 마구간에는 한 줄에 말이 열 마리씩 있었는데 말들은 모두 털에서 광이 나고 몸집이 건장했다. 말에 대해 잘 모르는 송연아도 단번에 좋은 말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두 특급 말들이었다.설 대표가 걸어왔다. 아마도 강세헌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여기서 기다린듯했다. 강세헌과 송연아가 차에서 내려오자 그는 웃으며 말했다.“강 대표님 혼자 오신 게 아니라고 들었어요.”그의 시선은 송연아에게로 돌아갔다.“강 대표님 전에는 한 번도 여자를 데리고 온 적이 없는데 오늘은 사모님이 처음이네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송연아는 뿌듯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강세헌은 고개를 숙여 송연아의 귓가에 말했다.“이 승마장 사장님이야.”송연아는 알겠다는 듯 끄덕였다.“말타기는 처음이니 온순한 놈으로 부탁드려요.”송연아가 웃으며 말하자 설 대표가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책임지고 골라드릴게요.”
하지만 강세헌의 걱정이 무색하게 송연아는 안정적으로 아주 잘 탔다. 이건 아마도 송연아의 직업과도 일정한 관계가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늘 냉정하고 침착해야 하며 대담해야 하니까. 송연아는 빠르게 말 타는 법을 익혔는데 본인은 지금 이런 느낌을 즐기고 있었다. 말 등에 올라타서 바람을 맞받아 질주하는 감각을 느끼노라면 우울했던 기분도 다 날아가는 것 같았다.“하!”송연아는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푸른 초원에서 마음껏 질주했다.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강세헌은 송연아가 낙마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이렇게 잘 탈 줄 몰라서 조금 의외였다. 설 대표는 말을 타고 강세헌의 곁으로 오더니 물었다.“사모님 혹시 예전에 승마 경험 있으세요?”여자가 처음 승마를 하면서 이 정도로 안정적이고 빠르게 잘하는 경우는 적기에 이렇게 묻자 강세헌이 대답했다.“처음 타요.”설 대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와, 승마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네요.”“천부적인 재능은 사람을 살리는 데 있죠.”강세헌은 그녀의 직업에 대해 늘 자부심이 있었다. 아무리 자본의 시대라고 해도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는 백의천사는 언제나 존중받아야 할 직업이다.설 대표는 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마 강세헌이 의사 아내와 결혼하게 될 줄 몰랐던 것 같다. 그가 보기에 의사라는 직업은 재미가 없고 무미건조한 직업이었다. 여의사의 성격도 대체로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이 있었다. 솔직히 강세헌의 신분으로 어떤 상대와의 결혼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돈이 많은 남자는 일반적으로 연예인이나 모델을 좋아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여의사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여의사도 이렇게 소탈하고 시원시원할 수 있구나!...안이슬이 퇴근하고 귀가했을 때 양명섭은 이미 저녁을 차려놓았다. 하지만 요리를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과물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우리 그냥 외식할까?”양명섭이 말하자 안이슬이 대답했다.“그냥 먹자. 버리면 아깝잖아. 탕수육에 식초를 안 넣어서 그
안이슬이 작게 말했다.“이태민이야.”신혼인 두 사람이 침대를 사러 온 것을 보면 무조건 이상한 소문이 퍼질 것이다. 금방 결혼했을 때 새 침대를 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침대를 사러 왔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팀원이 본다면 무조건 소문이 퍼질 것이다. 혹은 왜 침대를 사러 왔냐고 물을 것이다. 그렇다면 뭐라고 대답을 할 것인가?양명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업무를 할 때 신속하고 깐깐하게 하지만 생활에서는 좀 어리숙한 면이 있었다.그들은 병풍 뒤에 숨어있다가 한참 지나 이태민이 떠난 뒤에야 밖으로 나왔다. 계속해서 둘러보다가 빠르게 침대 하나를 골라 결제하고 이제 막 나가려는데 누군가가 그들을 불러세웠다.“양 팀장님 아니세요?”“...”그렇게 누가 볼까 봐 피했는데 결국에는 걸렸다. 이때 양명섭이 안이슬한테 물었다.“나 뒤돌아봐야 해?”“...”안이슬은 더 어이가 없었다.평소 팀에서 양명섭을 잘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얘가 지금 뒤돌아보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들이 못 알아볼까? 사건을 처리할 때는 되게 똑똑한데 지금은 왜 이렇게 바보 같지?양명섭이 계속 말했다.“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안 좋다면서? 못 들은 척할 테니 우리 그냥 가자.”양명섭은 안이슬을 밖으로 끌었다. 사실 이때 그는 얼마든지 대답해도 되는데 말이다. 침대도 다 계산한 마당에 여기는 침구류 코너도 아닌데 그냥 가구를 보러 왔다고 하면 될 것을.아이고... 이렇게 하면 더 이상해 보이잖아.그들이 가게를 나올 때 이태민도 마침 가려던 참이었는지 따라 나왔다. 양명섭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우리 차 쪽으로 가지 말고 쟤 먼저 보내자.”안이슬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들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이태민은 아직도 방금 뒷모습이 양 팀장이랑 닮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돌아보지도 않는 걸 봐서는 아닌 것도 같아서 정말 잘못 봤나 싶어 걸음을 옮겼다. 양명섭은 그가 떠난 것을 보고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안이슬은 그 어리숙한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
“빨리 병원으로 와요. 환자가 심정지가 와서 응급처치하는 중이에요!”전화에서는 다급하고 시끄러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송연아는 마음이 철렁 내려앉아 혼란스러운 감정을 숨기며 대답했다.“알겠어요.”“올 때 뒷문으로 와요. 정문으로 들어오면 환자 가족들이 당신을 찾을까 봐요.”황 선생은 잊지 않았고 귀띔해 주었다.“알겠어요.”송연아가 대답하고 통화가 끝난 후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승마 그만할래요. 방금 황 선생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원장님 상태가 좋아져서 나더러 와서 보라고 하네요.”송연아는 강세헌이 못 가게 막을까 봐 나쁜 소식을 제대로 전하지 않았다. 강세헌은 깊은 눈매로 한참을 쳐다보더니 물었다.“정말?”안 믿는 눈치여서 송연아는 웃으며 말했다.“당연하죠. 못 믿겠으면 같이 가죠.”강세헌은 일어서며 말했다.“좋아, 같이 가.”“...”송연아는 강세헌이 자기를 보내줄 줄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 모르겠다, 일단 병원에 가고 보자.“방에 가서 씻고 옷 갈아입고 가자.”송연아는 지금 샤워고 뭐고 그럴 겨를이 없었다.“옷만 갈아입고 샤워는 저녁에 집에 가서 할래요. 일단 병원부터 가죠.”강세헌은 몸을 일으켜 송연아의 말을 따라 방에 가서 옷만 갈아입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문 앞까지 도착해서 강세헌이 차에서 내리려는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진원우에게서 온 전화였다. 회사 일인데 서류 하나가 반드시 강세헌의 사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송연아는 그에게 일이 생긴 것을 눈치채고 말했다.“얼른 가서 일 봐요. 원장님도 나아졌는데 난 괜찮아요. 원장님 가족들이 나를 난처하게 하지는 않을 거예요.”강세헌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그럼 무슨 일 생기면 전화해.”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내려서 강세헌이 떠나는 것을 보고 뒤돌아 들어가는데 황 선생이 뒷문으로 들어오라고 하던 말이 생각나 뒤편으로 돌아갔다.“송연아!”뒤에 작은 문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원장 아들이 막아서는 걸 미처 피하지 못했다.“무슨 낯짝으로 병원
원장 아들이 송연아가 수술을 강행했다는 증거를 가지고 수를 쓰게 된 이유도 그가 이영에게 막혀 송연아를 가까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게 안 되면 병원을 상대로 소란을 피우려는 것이다. 어차피 이번 일에서는 그가 유리했다.가족의 동의 없이 수술을 진행했기 때문에 원장 아들이 책임을 물으면 병원에서는 송연아가 본인이 책임지겠다며 수술을 진행하던 영상을 그에게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병원에서 책임을 미루는게 아니라 당시의 조치가 병원의 규정에 어긋났던 건 명백한 사실이었다. 하여 병원에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정말 난리를 친다면 병원의 이미지에 영향을 끼칠 가봐도 두려웠다.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송연아를 총알받이로 고할 수밖에 없었다....응급실.송연아는 응급조치에 참여하여 살렸지만, 원장은 여전히 혼수상태에 있었다. 깨어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미지수였다. 이후에 이런 위급한 상황이 다시 발생할지, 발생한다면 오늘처럼 다시 살릴 수 있을지 그것 또한 미지수였다. 어쩌면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사망할 수도 있다...휴게실에 앉아있으니 피로가 몰려왔다. 이때 황 선생이 걸어와 송연아의 곁에 앉으며 말했다.“마음 단단히 먹어요. 병원 측에서 이미 환자 가족들에게 상황을 전했어요.”송연아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후회해요?”황 선생이 이렇게 묻자 송연아는 눈썹을 까딱하며 말했다. “누군가 똑같은 물음을 물은 적이 있어요.”황 선생은 궁금해서 물었다.“그래서 어떻게 대답했는데요?”“후회 안 한다고.”송연아는 똑같은 대답을 하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만약 이제 내가 오지 못한다면 환자는 나 대신 황 선생님이 잘 보살펴줘요. 만약 이후에 다시 오늘과 같은 상황이 생긴다면 오늘 응급조치를 한 절차에 따라 진행해주면 될 것 같아요. 그래도 안 된다면 심장 스텐트 시술을 해줘요.”“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서 마침 당신이랑 얘기하려던 참이였어요. 인공심장을 넣어서 혈액공급은 되고 있지만, 판막이 좁아
“이게 뭔지 좀 봐봐.”한혜숙은 오늘 받은 택배를 건넸고 송연아는 그걸 뜯어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냥 택배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사실 법원 소환장이었다. 송연아는 한혜숙이 걱정할까 봐 일부러 아무 일도 없는 듯 행동하였다. 송연아는 소환장을 가지고 계단을 오르다가 절반을 오르고 뒤돌아 한혜숙을 불렀다.“엄마.”“응?”한혜숙이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고맙다고 얘기하려고요. 엄마가 나 대신에 두 아이를 보살펴주지 않았다면 내가 어떻게 자유롭게 돌아다니겠어요?”한혜숙은 송연아를 흘겨보았다.“나랑 무슨 내외를 하니?”송연아는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말했다.“엄마, 지금 하는 일이 끝나면 사직할까 해요.”한혜숙은 송연아가 계속해서 일하였으면 좋겠지만 많이 간섭하기도 그랬다.“네가 알아서 해.”한혜숙이 이렇게 말하자 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단을 올라 방으로 들어갔다. 소파에 앉아 옆에 있는 책과 법원 소환장을 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처음으로 자신의 선택을 의심하게 되었다. 만약 마음에 아무런 기복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었다. 이 일에 대해서 그녀는 그저 빨리 해결하고 싶었다. 가족들과 강세헌이 자신 때문에 걱정하는 게 싫었다. 아무리 고민해 봐도 이 방법밖에 없었다. 송연아는 전임 원장의 아들을 직접 만나서 얘기를 해보려 결심했다. 송연아가 계단을 내려가자 한혜숙이 물었다.“금방 왔는데 또 나가?”송연아가 대답했다.“네, 할 일이 좀 있어서요.”한혜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송연아가 문 앞으로 걸어가자 한혜숙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연아야, 네가 뭘 하든 엄마는 다 네 편이야.”가족이 있다는 건 영원히 내 편인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송연아는 웃으며 말했다.“알겠어요.”한혜숙은 말을 마치고 하던 일을 마저 하러 갔다. 송연아는 집을 나서서 차에 올라타 휴대폰을 꺼내 정경봉에게 전화를 걸어서 원장 아들의 연락처를 달라고 했다. 정경봉은 깜짝 놀랐다.“뭐 하시려고요? 지금 그 사람 찾아가려고요? 그 사람 원장님
송연아는 좋게 말하며 설득했다.“저에 대해서 뭔가 오해를 하고 있으신 것 같은데 당신과 만나고 싶은 이유는 제가 자초지종을 얘기하려고...”“나랑 할 얘기가 있어? 나 피해 다녔잖아? 사람 불러서 나 때리려고 했잖아? 내가 당신 고소하니까 나랑 할 얘기가 생겼어? 분명히 얘기하는데 나 당신이랑 절대 합의 안 해!”그쪽에서 엄숙한 호통이 들려왔지만, 송연아는 냉정하게 대응했다.“당신에게 어떤 용서를 바라는 게 아니에요. 저는 사람을 해치려고 하지 않았으니까요. 저는 당신의 아버지를 살리고 싶은 마음 하나로 긴급한 상황에서...”“나랑 얘기하지 말고 판사님한테 얘기하라니까, 당신이 한 짓이 규정에 맞는 일인지 아닌지!”원장 아들은 최후의 통보를 내렸다.“다시는 나한테 전화하지마. 그랬다가는 당신을 사생활 침해로 추가고소를 할 거야!”송연아는 전임 원장 아들과 이렇게도 말이 안 통할 줄 몰라 속으로 탄식했다.“당신 아버지는 연구를 진행하던 분이라 당신도 어느 정도의 업무 내용을 알고 있겠죠. 원장님이 인공심장을 연구한 목적이 바로 더 많은 사람을 치료하기 위한 게 아닌가요? 그런 원장님이 심장 때문에 죽는 걸 보고 싶은 건가요? 제가 한 일이 규정에 부합되지 않는 게 맞아요. 하지만 저는 당신 아버지를 살렸어요. 제가 아니면 벌써 돌아가셨을지도...”“뚜뚜...”그쪽에서 전화를 끊었다. 송연아는 휴대폰을 좌석에 던지면서 두통이 몰려와 이마를 짚었다. 이영은 뒤돌아 그녀를 봤다.“제가 도울 게 있습니까?”이번 일은 이영이 별다른 도움을 줄 수가 없었기에 송연아가 말했다.“괜찮아요.”“만나고 싶은 사람 얘기해줘요. 그럼 제가 사람을 보내서 잡아 올게요.”이영의 말에 송연아가 웃었다.“개인적으로 사람 막 잡고 그러는 거 불법이에요. 이 사람이 지금 나를 고소한 마당에 납치까지 하면 추가고소를 할 이유가 또 하나 더 늘겠네요.”“이가 많으면 간지러운 줄도 모른다잖아요.”이영이 말했다.“...”“이영 씨, 지금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