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아는 얼른 강세헌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이미 그녀를 놓은 상태였고 정색을 하면서 구석에 서 있었다.결국 이건 송연아가 염치없이 그에게 뽀뽀하려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대표님.”엘리베이터 문 앞의 사람들이 강세헌을 향해 인사를 하자 그는 담담하게 ‘응’하고 대답했는데 목소리에는 아무런 기복이 없었다.“너희들도 얼른 타.”송연아를 끌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던 강세헌은 그녀의 신분을 소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내 아내야, 이제 혹시라도 마주치면 서로 인사 나눠.”“네, 대표님.”뭇 사람들은 일제히 대답했고 그들은 곧이어 송연아에게 인사를 했다.“사모님, 안녕하십니까.”송연아도 서둘러 인사를 건넸다.“네, 안녕하세요.”송연아는 마음속으로 자신을 난처하게 만든 강세헌이 미워 죽을 지경이었다.첫인상이 중요한 세상인데 이제 회사 사람들이 그녀를 어떻게 생각한단 말인가?송연아의 이미지가 모두 강세헌에 의해 무너지고 말았다!강세헌이 사무실로 들어가 문을 닫는 순간, 송연아는 그의 멱살을 잡았는데 키가 너무 커서 그녀는 올려다 볼 수밖에 없었다.“세헌 씨 방금 날 망신시키려고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강세헌은 몸을 숙였다.“뭐가 망신이야. 그냥 네가 남편에게 키스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이 우연히 본 거야. 엄연한 내 아내인데 뭐가 두려워?”“두려운 게 아니라.”송연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이건 이미지 문제잖아요.”강세헌이 웃으면서 물었다.“그래서 내가 네 이미지를 망쳤다고?”“그래요.”송연아는 화를 냈다.“그런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강세헌은 여전히 웃으면서 물었다.“어떻게 생각하는데?”송연아는 그의 가슴을 치며 말했다.“왜 그러는 거예요? 당신은 날 괴롭히는 게 제일 재밌죠?”“...”커피를 든 비서가 사무실 문 앞에 서서 들어가야 할지를 몰랐다.“죄송합니다, 방금 노크하는 것을 잊었습니다.”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남자였는데 지난번에 장 비서 일이 생긴 이후로
송연아는 한동안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를 몰랐고 바보같이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강세헌이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자 송연아의 마음은 점점 누그러졌고 한참 후에야 그는 그녀를 놓아주었다.송연아의 입술은 빨갛게 물들어 있는 것이 참 방금 물에서 건진 앵두 같았다.“몇 시에 퇴근해요?”“오늘은 좀 늦을 것 같아. 6시에 회의가 하나 더 있어.”송연아는 손을 들어 시간을 보았고 마침 곧 여섯 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럼 기다릴게요!”강세헌이 말했다.“그래.”송연아는 책장에서 아무 책이나 한 권을 뽑아 소파에 앉아서 보기 시작했다.강세헌은 커피를 가지고 그녀 곁에 앉으며 말했다.“이미지는 나중에 만회하자.”송연아는 이 일이 다시는 언급되지 말았으면 싶었다.“그래요.”송연아는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말했다.“어차피 난 이미지가 안 좋았으니까, 그저 당신이 여자를 보는 안목이 없어서 겉으로 애교나 부리면서 내조도 할 줄 모르는 나를 찾았다고 생각하겠죠. 하긴 난 원래도 내조하지 않았으니까, 아무렇게나 말하고 다니라고 해요.”강세헌이 말했다.“잘 생각했어, 어떻게 모든 사람들의 입을 막을 수 있겠어.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진정 좀 해.”송연아는 원래 기분이 괜찮아졌었는데 강세헌의 말을 듣고나니 또다시 은근한 노여움이 일었다.“빨리 가서 회의해요. 내 눈앞에 어슬렁거리지 말고, 짜증 나니까.”강세헌은 송연아의 볼에 뽀뽀했다.“그래, 널 짜증 나게 하지 않을게.”그가 일어서는 순간,송연아는 그를 붙잡고 말했다.“빨리 끝내고 일찍 집에 가요.”“그래.”그가 나간 뒤 책을 펼쳤는데 안은 모두 경제 관련 내용이었다. 이쪽 분야에 흥미가 없던 송연아는 그래서인지 몇 줄 읽자마자 잠이 쏟아졌다.어젯밤에는 늦게 잠들었고 아침에는 또 일찍 일어났으며 일할 때는 하던 일을 빨리 끝내려고 낮잠도 못 잤기에 지금 졸음이 심하게 밀려온 것이다.송연아는 책을 내려놓고 소파에 누워 좀 쉬려 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다.회의를 마치고 사무
강세헌은 입꼬리를 치켜들었다.“왜 그렇게 물어보는데?”송연아는 강세헌을 놓아주고는 몸을 바로 세우면서 정색을 했다.“당신은 절대 좋은 말만 하지 않으니깐요.”강세헌은 그녀의 말에 화가 나기도, 웃기기도 했다.송연아는 도대체 강세헌을 어떻게 생각한단 말인가?왜 좋은 말은 안 할거라 생각한단 말인가?“날 모욕하지 마.”송연아가 말했다.“그래요? 그럼 말해 봐요, 내가 왜 좋은 아내인지.”강세헌은 정색하며 입을 열었다.“네 글자로 요약하면 현모양처야.”송연아는 강세헌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했다.“왜 난 당신 말을 들었을 때 아이러니한 느낌이 드는 걸까요? 됐어요.”송연아는 더는 따지지 않았다.“잠시 당신을 믿어보죠.”집에 돌아오자 오은화는 집안일을 하고 있었고 한혜숙은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그녀들은 분업하여 서로 협력했는데 송연아는 아내로서 가족을 위해 한 일이 너무 적다고 생각해 스스로 부엌일을 떠맡았다.그녀도 가끔 가정을 위해 일을 좀 하고 식사를 차려야 했다.식사 도중 찬이는 송연아가 만든 계란찜을 먹더니 입을 열었다.“엄마가 만든 계란찜은 오 할머니가 한 것보다 맛이 없어요.”송연아는 한 숟가락 맛보았는데, 확실히 너무 오래 쪘다. 그녀는 강세헌 앞에 계란찜을 놓으며 말했다.“그럼 당신이 먹어요.”강세헌은 눈을 들어 송연아를 쳐다보았다.’송연아는 나를 아끼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쓰레기통으로 생각하는 걸까?‘상황을 보면 후자가 더 말이 되었다....금요일에 시간을 내려고 송연아는 휴가를 내기 이틀 전 일을 서둘러 처리했다.가능한 한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모두 끝내야 했는데 다행히 그 양이 산처럼 쌓일 정도는 아니었다.그들은 금요일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날인 목요일에 미리 가야 했다.비행기 안에 앉아 있던 송연아가 말했다.“돌아오는 길에 미국에 들러서 애린 씨를 보고 싶어요.”강세헌은 가볍게 알았다고 대답했다.프랑스에 도착하자 임지훈이 그들을 데리러 왔다.“대표님, 사모님.”임지훈은 프랑스에 오
문이 열리자마자 보이는 커다란 거실에 포옹식 계단이 양쪽으로 나눠진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안에는 모두 7, 8명의 하인이 있었는데 그들은 각각 양쪽에 서 있었고, 게다가 모두 프랑스 사람들이어서 더욱 복고적인 느낌이 들었다.“도련님.”프랑스어로 인사를 건넨 집사는 양복 차림에 키가 훤칠하고 몸매는 마른 편으로 나이가 좀 든 프랑스인이었다.강세헌이 말했다.“이분은 제 아내예요. 여기에 이틀 정도 머물 겁니다.”“사모님.”집사는 매우 공손하게 집안의 하인들이 무엇을 책임지고 있는지 송연아에게 알려줬다.“하지만 도련님과 사모님은 여기에 자주 살지 않으시기 때문에 그녀들은 평소에 안팎을 청소하고, 화원에 물을 주고, 손질하는 등 잡일을 합니다.”송연아는 알았다고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지금 방을 준비하라고 지시했습니다.”집사는 능숙하게 하인들을 지휘했는데 왜냐하면 그는 하인들의 장점을 알고 있어 누가 어느 일을 맡으면 잘할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큰 저택이 잘 관리되고 있었다.“도련님, 사모님. 지금 목욕물을 받게 하고 7시에 저녁 식사를 준비시켰는데 괜찮습니까?”집사가 묻자 강세헌이 대답했다.“네.”“올라가 보자.”강세헌은 송연아에게 말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세헌은 자신의 집인 이곳을집사보다 잘 알지 못했다.집사는 안내하면서 혹시라도 강세헌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말할 경우를 대비해서 분부를 기다렸다. 그러면 부족한 부분을 개선할 수 있으니 말이다.2층은 기본적으로 모두 접객 구역이었는데 좌측 직사각형의 넓은 방에는 3개의 큰 바닥 창문, 커튼이 걸려있었고 깔끔하게 배열된 1인용 소파들 사이에는 사각 티테이블이 있었다. 그것들의 배치는 U자형으로 간단하고 넓어 대화와 회의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옆에는 식당, 그리고 오락 장소와 같은 손님을 모시고 친구들을 초대하는 구역도 있었다.3층이 침실이었는데 총 6개의 스위트룸이 있었다.각 방에는 별도의 거실, 욕실, 옷방, 테라스, 그
거의 주동적으로 다가갈 때가 없었던 송연아는 웬일로 강세헌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싸며 입술을 내밀었다. 부드럽고 달콤한 그녀의 입술에 강세헌은 약간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이내 빨리 정신을 차리고 열정적으로 응대했다.강세헌은 송연아를 안아 탁자 위에 올려놓았고 격렬한 키스에 그녀의 어깨끈이 흘러내렸다. 그 바람에 훤히 드러난 그녀의 희고 아름다운 어깨선에 강세헌의 호흡은 점점 거칠어졌다.그때 강세헌은 갑자기 하던 것을 멈추었다.“너...”송연아는 강세헌을 바라보며 끝내 참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생리 왔어요.”“...”늘 수줍어하는 송연아가 잠자리에서는 더더욱 주동적이지 않았는데 이렇게 나오니 강세헌은 너무 의아했고 숨을 가다듬고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놀리니까 재밌어?”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재밌어요.”강세헌은 화가 나지만 어쩔 수 없었기에 송연아의 옷을 여몄다.“생리가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게 좋을 거야.”송연아는 얼른 꼬리를 내렸다.“잘못했어요.”송연아는 정말 강세헌이 무서웠고 그는 고개를 숙여 애써 뜨거운 눈빛을 억누르려고 했으나 소용없었다.“시간이 너무 늦었어.”말을 마치고 강세헌은 몸을 돌려 욕실로 갔는데, 욕구를 억누르는게 어지간히 힘든 일이 아니라 그는 조금 진정해야 할 것 같았다.송연아가 쫓아와 말했다.“내가 도와줄게요.”강세헌은 뒤를 돌아봤다. 그도 예전 같으면 좋아했을 것이지만 오늘은 아니었다.송연아는 조금 무서웠지만 그를 끝까지 놀리고 싶었다.“혼자 씻을 수 있어.”이윽고 강세헌이 문을 닫자 송연아는 입을 앙다물었는데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심한 것 같았다.20여 분쯤 지나자 강세헌은 회색 실크 잠옷을 입고 나왔다. 키도 크고, 몸도 좋은 그가 반들반들한 실크 잠옷을 입으니 눈이 너무 즐거웠다.외모가 뛰어난 원인일 수도 있겠지만 하여튼 잠옷도 강세헌이 남자로서의 야성미 넘치는 매력을 가릴 수 없었다.송연아가 다가와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머리 말려줄게요.
강세헌이 걸어오자 집사는 그의 의자를 당겨주려고 했다. 그때, 송연아가 웃으며 말했다.“여기는 제가 있으면 되니까 다른 일 하세요.”집사는 눈치를 보며 눈을 내리깔았고 뒤이어 송연아가 강세현의 의자를 당겨주었다.그가 자리에 앉자 그녀는 의자 뒤에 서서 말했다.“내가 만든 거니까 빨리 먹어봐요. 당신도 알다시피, 내가 모처럼 요리를 했잖아요.”“알지.”집에 있을 때, 송연아는 매일 급하게 출근해서 아침 식사는 기본적으로 오은화가 준비했다.그들은 먹고 바로 외출했다.강세헌은 송연아의 체면을 봐서 계란 후라이 먼저 먹었다. 분명히 평범한 계란 후라이인데다가 심지어 오은화가 한 것보다 못할텐데도 오늘따라 유난히 맛있었다.송연아는 강세헌의 어깨에 손을 얹고 뒤에서 껴안으며 물었다.“맛있어요?”강세헌은 가볍게 ‘응’이라고 대답했고 송연아가 말했다.“바빠도 아침밥은 먹어야죠. 그렇지 않으면 위장에 좋지 않아요.”강세헌은 고개를 돌려 송연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알았어.”“다 먹었으면 어서 가봐요.”말을 하는 동안 송연아는 손을 빼려 했지만 강세헌이 너무 꽉 쥐고 있는 탓에 그럴 수 없었다. 그가 조금 힘을 주어 잡아당기자 송연아는 그대로 강세헌의 품에 안겼다.강세헌은 머리를 젖히고 송연아에게 키스하며 일부러 방금 먹은 계란 후라이의 기름 얼룩을 그녀에게 묻혔다.그러고는 흐뭇한 표정으로 일어나 냅킨으로 우아하게 입을 닦았다.“갈게.”송연아는 입술을 한 번 닦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유치해요.”그러나 얼굴에는 행복한 웃음으로 가득했다....아침을 다 먹자 임지훈이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데려왔고 송연아는 화장대 앞에 앉아 협조적으로 요지부동의 자세로 앉아 있었다.“너무 진한 화장은 싫어요.”송연아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화장을 너무 화려하게 할까 봐 두려웠다.“시름 놓으셔도 됩니다. 제 실력을 믿어주세요.”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계속해서 말했다.“이목구비가 참 아름다우시네요.”송연아가 말했다.“아, 감사합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송연아 눈앞에 있는 건물은 웅장하고 개성이 넘쳤다. 프랑스의 수도로서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이며 많은 역사 사건이 있고 로맨틱이 물들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은 유명한 관광 명소가 아니라 매우 명망이 높은 가문에서 주최하는 연회였는데 초대받은 사람들은 모두 각 분야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연회장의 상황은 강세헌이 이미 송연아에게 알려주었고 이번에 송연아가 동반 참여하게 된 것은 임지훈이 사전에 연회의 주최 목적을 알아봤기 때문이다. 이번 연회는 상류층 인사들의 단순 모임이 아니라 주최하는 가문에서 현재 처한 위기를 넘기기 위하여 비즈니스 결혼을 하려고 진행한 모임이라고 한다. 이런 속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당연히 거부하려고 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상대방의 기분이 상할 수도 있기 때문에 모두 선택 자체를 원치 않았다. 송연아는 오늘 와이프 역할만 잘하면 되기에 강세헌의 팔짱을 끼고 들어갔다.연회장의 보안은 아주 엄격했는데 들어가는 사람들은 모두 초대장을 제출해야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는 아무 사람이나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연회장 안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모였고 연회장 중간에는 커다란 도넛 같은 원형 테이블이 있고 그 가운데는 반쯤 노출된 여성 조각상이 있었으며 그 아래에는 분수가 있었다. 분수의 얇은 물줄기는 물안개 느낌을 연출하여 마치 조각상이 구름 위를 날아다니는 것만 같았고 고급스러운 크리스털 램프는 연회장의 화려함을 더 돋보여 주었다. 창문 아래 벽 쪽에는 소파가 있는데 그 옆의 테이블에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그리고 맛있는 케이크, 과일 등 음식들이 진열되어 있었다.연회장은 웃음소리와 대화가 끊기지 않았는데 여자들의 대화 주제는 모두 보석이거나, 어느 가계의 드레스가 이쁘다거나, 누구는 어떤 가방을 샀다는 등등의 이야기들이었다. 그녀들 모두 화려한 의상과 반짝거리는 주얼리를 장착하고 있었는데 모두 가격이 어마어마해 보였다. 그것은 그녀들뿐만 아니라 남편들의 체면이었다. 남자들은 대부분 소파에 앉아 경제에 관련된 얘
‘연회에 동행하기 위해 불어를 열심히 공부한 건가? 그런데 이틀 만에 이 정도로 한다고?’정말로 감탄할 일이었다.“어느 분야 의사예요?”“심장외과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병원에서 일하지 않고 인공심장을 연구하고 있습니다.”“네, 의사라니 정말 놀랍습니다.”그 사람은 놀랐다. 송연아를 봤을 때 이쁜 얼굴에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몸매를 가지고 있어 남자에게 의존하는 여자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직업도 있고 불어도 수준급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강세헌 역시 송연아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는데 즉흥적으로 불어를 배운 초보자가 아니라 아주 능숙했기 때문이다.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강세헌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다가왔는데 모두 경제에 관련된 이야기와 업무상의 이야기였기에 송연아는 전혀 낄 수 없었다. 어차피 이 자리는 남자들의 베니티 페어이고 여자들은 동반자일 뿐이다.송연아는 오랫동안 하이힐을 신지 않았던 관계로 오래 서있자니 발이 아팠다. 누군가가 강세헌을 불렀지만, 그는 송연아가 혼자서 심심할까 봐 가지 않았다.“가봐요.”송연아는 강세헌이 일을 그르쳐 그의 발목을 잡고 싶지 않았고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세헌이 떠난 후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사람은 비록 많지만,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자, 바로 화장실로 갔다. 송연아가 변기에 앉아 신발을 벗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나와서 손을 씻으려는데 프랑스 미녀가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 그녀는 송연아를 훑어보다가 발에서 시선이 멈췄는데 송연아는 그녀의 눈빛에서 조금 전 신발을 벗고 있던 걸 봤을 거라고 생각했다. 송연아는 태연하게 손을 씻고 밖으로 나왔다.넓고 고급스러운 홀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녀는 적응하기 어려웠다. 그녀들의 화제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송연아는 사치품이 뭔지도 모르고 수집 가치가 어떻게 되는지도 잘 모르는데 게다가 어떤 브랜드의 옷은 아무리 돈이 있다고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