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에 동행하기 위해 불어를 열심히 공부한 건가? 그런데 이틀 만에 이 정도로 한다고?’정말로 감탄할 일이었다.“어느 분야 의사예요?”“심장외과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병원에서 일하지 않고 인공심장을 연구하고 있습니다.”“네, 의사라니 정말 놀랍습니다.”그 사람은 놀랐다. 송연아를 봤을 때 이쁜 얼굴에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몸매를 가지고 있어 남자에게 의존하는 여자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직업도 있고 불어도 수준급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강세헌 역시 송연아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는데 즉흥적으로 불어를 배운 초보자가 아니라 아주 능숙했기 때문이다.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강세헌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다가왔는데 모두 경제에 관련된 이야기와 업무상의 이야기였기에 송연아는 전혀 낄 수 없었다. 어차피 이 자리는 남자들의 베니티 페어이고 여자들은 동반자일 뿐이다.송연아는 오랫동안 하이힐을 신지 않았던 관계로 오래 서있자니 발이 아팠다. 누군가가 강세헌을 불렀지만, 그는 송연아가 혼자서 심심할까 봐 가지 않았다.“가봐요.”송연아는 강세헌이 일을 그르쳐 그의 발목을 잡고 싶지 않았고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세헌이 떠난 후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사람은 비록 많지만,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자, 바로 화장실로 갔다. 송연아가 변기에 앉아 신발을 벗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나와서 손을 씻으려는데 프랑스 미녀가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 그녀는 송연아를 훑어보다가 발에서 시선이 멈췄는데 송연아는 그녀의 눈빛에서 조금 전 신발을 벗고 있던 걸 봤을 거라고 생각했다. 송연아는 태연하게 손을 씻고 밖으로 나왔다.넓고 고급스러운 홀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녀는 적응하기 어려웠다. 그녀들의 화제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송연아는 사치품이 뭔지도 모르고 수집 가치가 어떻게 되는지도 잘 모르는데 게다가 어떤 브랜드의 옷은 아무리 돈이 있다고 해도
송연아는 마주 오는 사람을 바라보았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사모님을 휴게실로 모시라고 했습니다.”송연아는 쉽게 믿지 못하고 강세헌을 바라보았는데 마침 그도 이쪽을 보고 있었고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가 시켰다는 신호를 보내자, 송연아는 안도하며 말했다.“고마워요.”“이쪽으로 오세요.”남자가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다. 연회 도중에 쉴 수 있는 방이었는데 매우 넓고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 발목을 주무르려고 하다가 어색한 기분이 들었는지 꾹 참았다.“사모님, 뭐 마시겠습니까?”“주스 주세요.”송연아가 말하자 상대방이 정중하게 답했다.“알겠습니다.”그 남자는 송연아에게 주스를 가져다주며 말했다.“필요한 거 있으시면 언제든지 부르세요, 문밖에 있을 겁니다.”“고마워요.”송연아는 방문이 닫혔는데도 쉽게 긴장을 풀지 못했다. 우선 이곳은 낯선 환경이었고 또 불안했다. 그녀는 계속 서 있지 않고 소파에 앉아서 쉬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그녀가 잠들려고 할 때 방문이 갑자기 열렸고 그녀는 곧바로 잠이 깨어 눈을 떠보니 강세헌이 들어왔다.“많이 기다렸지.”송연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가자.”송연아가 일어나자, 강세헌이 그녀를 감싸 안으며 물었다.“지루했지?”“조금요.”송연아가 솔직하게 대답하자, 강세헌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부터 꼭 필요하지 않은 행사는 모두 거절할 거야.”“그러지 마요.”송연아는 자기 때문에 그에게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았다. 차에 올라탄 그녀는 그제야 긴장을 풀고 담요를 덮으며 말했다.“나 잠깐 잘게요.”정오부터 지금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주스 한 잔만 마신 그녀는 너무 피곤하고 졸리며 배가 고팠다.“그래, 좀 자.”송연아가 눈을 깜빡이며 강세헌에게 물었다.“차에서 신발 벗어도 돼요?”“응?”강세헌이 그녀의 발을 보자, 송연아가 말했다.“하이힐을 별로 신은 적이 없는 데다가 이렇게 높은 것은 더욱더 처음이어서 적응이 안 돼서 물집이 생겼어요.”강세헌은 미간을
강세헌은 연거푸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나는 절대 아니야. 그건 당신이야!”“내가 막무가내라고요? 내가 말로 세헌 씨를 어떻게 이겨요?”송연아는 인정하지 않았다.“당신이 나를 때려도 나는 반격을 안 하잖아.”강세헌은 송연아의 손을 잡고 얼굴에 대었다. 송연아가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도 아니고 강세헌이 아무리 송연아를 끔찍이 여긴다고 해서 그의 얼굴을 진짜로 때릴 수는 없었다. 남자의 얼굴은 곧 존엄이기 때문에 농담으로라도 그렇게 할 수 없었기에 그녀는 강세헌의 목을 부드럽게 두 팔로 감싸며 귓속말로 속삭였다.“남편 얼굴을 어떻게 때려요. 당신은 내 하늘인데.”송연아의 말에 강세헌은 그녀의 립스틱이 다 지워질 때까지 뽀뽀했다.“당신은 나를 기쁘게 하는 방법을 알아.”송연아는 그의 입술에 묻은 립스틱을 닦아주며 말했다.“저는 진심이에요...”강세헌이 그녀의 손가락을 깨물었다.“아야, 아파요!”송연아는 강세헌의 가슴을 때렸다. 두 사람의 몸싸움으로 송연아의 옷은 거의 다 벗겨질 지경이었다. 드레스는 더 이상 그녀의 연약하고 날씬한 몸을 가릴 수 없었다. 차가 멈추자, 강세헌은 그녀를 담요로 감싸 안고 차 밖으로 나갔는데 집사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강세헌은 곧바로 안으로 들어가며 물었다.“저녁은 준비됐어?”“네, 다 됐습니다. 언제든지 드실 수 있습니다.”“그래, 우선 따뜻한 물을 대야에 담아서 우리 방으로 보내줘.”“네.”집사는 바로 다른 사람을 시켰는데 강세헌이 송연아를 안고 방에 들어서자, 물도 가져왔다. 그는 가정부한테 나가라고 한 뒤 송연아를 침대 가장자리에 앉히고 그녀의 발을 물속에 넣었다.“좀 있다 약을 가져오라고 해야겠어.”송연아가 담요로 몸을 감싸며 말했다.“괜찮아요. 물집이 터졌으니까, 안에 있는 고름만 짜내면 돼요.”강세헌은 여전히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안 아파?”“아니요.”송연아는 고개를 저었고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니 피로가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아, 맞다.”송연아는 아까 받았던
강세헌은 눈을 번쩍 뜨고 몇 초간 그녀를 바라보다가 말했다.“나중에 알게 될 거야.”송연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왜 시원하게 말을 못 해요? 사람을 더 궁금하게 만들지 말고 어서 말해요.”“이리 와 봐.”강세헌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몸을 살짝 뒤로 젖혔다. 송연아는 망설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을 돌아 그의 옆으로 갔는데 강세헌이 그녀의 손을 잡자 송연아는 자연스레 그의 무릎에 앉았다. 강세헌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물었다.“당신 불어는 언제 배웠어?”“학교 다닐 때요.”송연아가 대답하자, 강세헌은 감탄의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송연아는 그의 어깨에 기대어 말했다.“이제 와보니 아빠 말씀이 다 맞았어요.”송태범은 비록 딸의 의사의 꿈을 무시하고 협박까지 해가며 딸이 좋아하지 않는 일을 강요했지만, 성공한 남자 옆에 서는 것은 아름다움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현실이 알려주었다. 그에 필적할 만한 힘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수양과 교양이 있어야 했다. 그녀는 문득 송태범이 아직 살아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 그녀가 강세헌과 함께 있는 걸 보면 분명 기뻐하셨을 것이다.“무슨 생각해?”강세헌은 사색에 잠겨 있는 그녀를 보고 큰 소리로 물었다.“아니에요, 아무 생각 안 했어요.”송연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재빨리 감정을 추스르고 새우 한 마리를 집어 천천히 씹더니 또 한 마리를 집어서 강세헌의 입가에 가져가며 말했다.“아주 싱싱하고 맛있어요. 먹어봐요.”강세헌은 그녀의 귀에 바짝 기대어 말했다.“당신이 먹여줘.”송연아는 눈을 깜빡이며 손에 쥔 젓가락을 보며 의아해했다.“지금 먹여주고 있잖아요?”강세헌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알려줄게!”그러고는 새우살을 한 입 베어 물고 송연아의 입에 갖다 대자 송연아의 눈이 커졌다. 강세헌은 그렇게 새우살 한 조각을 입으로 그녀의 입에 넣어준 것이다. 송연아는 잠시 얼굴을 붉히더니 금세 쿨한 척했다.“다 세헌 씨 침이에요.”강세헌은 가볍게 웃었다.“
송연아인 것을 본 구애린은 몇 초간 놀란 표정을 짓다가 바로 소파에서 일어나며 물었다.“여기는 어떻게 왔어요?”“당연히 애린 씨 보러 왔죠.”구애린은 그녀에게 앉으라고 하고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저 지금 꼴이 말이 아니죠.”구애린의 머리는 약간 헝클어져 있고 옷은 헐렁한 실내복 차림이었다.“남도 아닌데 그런 거 신경 안 써도 돼요.”구애린은 입꼬리를 치켜들었다.“살이 많이 빠졌어요, 밥을 제대로 안 먹었죠?”송연아가 묻자, 구애린은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입맛이 없어요.”구애린은 매일 구진학이 걱정하지 않도록 열심히 밥을 먹을 뿐이었는데 송연아는 점점 쇠약해지는 구애린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우리 내려가요!”구애린이 일어나며 말하자 송연아도 좋다고 하며 같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거실이 텅 비어 있는 걸 보고 구애린이 가정부에게 물었다.“아빠 어디 있어요?”가정부가 대답했다.“서재에 계세요.”구애린이 서재에 다가가 손을 들어 문을 두드리려고 했는데 문은 제대로 닫히지 않아 좁은 틈새가 있었는데 안에서 구진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애린이는 아주 착한 아이야. 내가 언젠가 떠나게 된다면 가장 걱정되는 게 바로 애린이야. 그래서 말인데,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싶어. 나도 이런 부탁하는 게 무리일 수 있다는 걸 알아. 어쨌든 너의 입장에서 네 어머니를 묻은 곳을 알려준 것만으로 난 만족해야 하는데...”“여동생으로 생각하고 잘 돌봐줄게요.”강세헌은 구진학이 구애린을 자신에게 맡기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아챘고 그 역시 구애린이 좋은 성품을 지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번에 송연아 때문에 구애린이 상처를 많이 입었는데 만약 구애린이 아니었다면 상처 입은 사람은 송연아였을 것이다.구진학은 강세헌이 이렇게까지 시원하게 받아줄 줄을 몰랐다.“고마워.”“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강세헌이 구애린을 동생으로 대하겠다고 한 것은 이번에 송연아를 구해준 것뿐만 아니라 구애린 역시 그의 어머니가 키운 자식이기 때문이다. 가족이
송연아와 강세헌이 비행기에서 내리자, 진원우가 그들을 마중 나왔는데 강세헌은 공항 밖으로 걸어 나가면서 물었다.“그 일은 다 끝났어?”진원우는 송연아를 힐끗 쳐다보더니 상세한 설명이 없이 그렇다고만 대답했다. 송연아는 강세헌의 팔짱을 끼고 진원우가 자기 앞에서 말하지 않으려고 간단하게 대답했다는 것을 눈치 챘지만 이번 일의 당사자로서 범인이 잡혔는지 알고 싶어 진원우에게 말했다.“원우 씨, 할 말 있으면 그냥 하세요.”진원우는 눈을 살짝 내리며 말했다.“숨기려는 게 아니라, 그냥 연아 씨가 이 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었습니다.”“저는 괜찮으니까 그냥 얘기해요.”송연아의 태도가 확고해 보이자, 진원우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말했다.“그 인간들 임청시에서 많을 일을 저지르고 경찰이 조사하자 바로 도망쳤는데 그 뒤로 몇 개의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거기에서도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쳤습니다.”“그럼, 네 말은 그 인간들 원래 범죄자들이라는 거야? 다른 데서도 범죄를 저지르고 이번에 여기에서 저지른 거라고? 지시한 사람이 없이 자발적으로 했다는 거야?”강세헌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그건 절대 아니에요!”송연아가 약간 흥분하며 말했다.“나를 붙잡을 때 나의 이름을 송연아라고 명확하게 불렀어요. 분명 나를 모르지만,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았기에 처음부터 이름을 물어 표적을 확인한 거잖아요.”강세헌이 송연아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진정해, 그냥 물어본 거야.”송연아도 자기가 너무 필요 이상으로 흥분했다는 걸 깨닫고 마음을 진정시켰고 진원우가 말을 이었다.“지금은 아직 그들이 돈 때문에 지시를 받았다는 증거가 없어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매수되지 않았다는 증거도 없어요. 제가 걱정되는 건 그들이 도주 경험이 많아서 몇 개 도시에 갔었다는 흔적은 있지만 중요한 단서를 남기지 않았다는 거예요. 지금 그들이 아직 여기에 있는지 아니면 이미 도주했는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예요.”송연아는 지금까지 나쁜 놈들을 잡지 못했고 그 인
“저도 잘 모르겠어요. 지금껏 얘기가 잘 됐었는데 갑자기 말을 바꿨어요. 계약서 사인 못 한대요.”정경봉은 송연아를 따라가면서 말했다. 이 박사는 송연아가 떠나기 전에 기계 박사로부터 소개를 받았는데 그는 0.03까지 얇게 깎을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송연아는 그 기술을 돈을 받고 팔거나, 연구소에 합류할 의향이 있으면 같이 하자고 제안했었고 그때 당시 이 박사는 팔겠다고 했는데 지금 갑자기 변심한 것이다. 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박사 지금 연구소에 있어요?”“네, 조금 전에 오셨는데 특별히 원장님을 뵈러 오셨다고 해서 회의실에 모셨어요.”송연아는 서둘러 회의실로 향했고 도착하자마자 문을 열고 들어갔다. 큰 회의실에는 이 박사 혼자 있었는데 송연아를 보더니 바로 일어섰다. 송연아는 침착한 표정으로 회의실에 들어가며 정경봉에게 말했다.“경봉 씨, 물 두 잔 가져다줘요.”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일이 있어서 조금 늦었습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어서 앉으세요.”이 박사라고 불리는 남자는 나이가 많지 않아 보였는데 40세 좌우인 것 같았고 검정 테 안경을 쓰고 있었으며 보는 사람에게 상당히 교양 있고 박식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이 박사는 직설적으로 말했다.“오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직접 만나자고 했습니다. 지난번에 약속했던 기술을 원장님께 팔 수 없게 되었습니다.”송연아는 자리에 앉아서 물었다.“왜요? 돈이 부족해서인가요? 말씀만 하시면 더 추가할 수 있습니다.”이 박사는 고개를 저었다.“죄송합니다.”송연아는 몇 초 동안 그를 쳐다보다가 말했다.“저는 이 박사님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그런 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무슨 일이 발생해서 생각이 바뀌신 거라면 저에게 얘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거면 꼭 도와드리겠습니다.”이 박사는 송연아가 그런 말을 할 줄 몰랐는지 순간 가슴이 살짝 떨렸지만 본인이 생각해도 너무 수치스러운 일이라 쉽게 말하지 못했다. 이 박사의 모습을 보
뉴스를 보고 처음에는 반갑고 기뻤는데 다시 생각해 보더니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까 진원우가 그놈들의 행방을 알 수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놈들을 잡을 수 있었을까? 그녀는 강세헌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잠시 후 전화가 통했다.“애린 씨를 해친 놈들을 잡았어요?”송연아가 다급하게 물었다.“뉴스 봤어?”“네. 그 사람들 맞아요? 어떻게 이렇게 빨리 잡았어요?”그녀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가짜야. 그놈들이 계속 숨어있으면 우리가 잡을 수 없어서 고의로 함정을 판 거야. 모든 사람들에게 잡았다고 하면 그놈들도 뉴스를 볼 거고 그렇게 되면...”강세헌이 설명하자 송연아가 바로 알아채고 앞질러 말했다.“알겠어요. 그렇게 되면 그놈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들의 죄를 뒤집어썼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숨지 않고 마음 놓고 나와 돌아다닐 거니까 그때 그놈들을 잡겠다는 거죠.”“그래.”강세헌은 수화기를 들고 물었다.“이거 물어보려고 전화했어?”송연아는 원래 이 박사의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하려고 했지만, 강세헌이 지금 그놈들을 잡는 일에 집중하는 걸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네, 뉴스 보고 어떤 상황인지, 무슨 계획인지 물어보려고 전화했어요.”그렇게 말한 후 송연아는 전화를 끊고 창문 앞에 서서 이번 일은 스스로 해결하기로 결심했다.“원장님, 협의가 안 돼요?”정경봉이 다가와서 묻자, 송연아는 돌아서며 말했다.“아니에요.”“그런데 원장님 표정이 왜 안 좋으세요?”“여기는 신경 쓰지 말고 가서 일 봐요.”송연아는 그에게 설명할 시간도 없이 바로 회의실로 들어갔다. 이 박사가 조급해하며 물었다.“해결책이 있어요?”“네.”송연아는 자리에 앉아 노트와 펜을 꺼내 들었다.“지금부터 박사님 알고 있는 정보를 모두 알려주세요. 그리고 그 여자의 정보도 주세요.”이 박사는 고개를 저었다.“그 여자는 저도 모르는 사람이에요. 저는 술도 안 마시고 그냥 커피만 마셨는데 의식을 잃었고 깨어보니 옷을 안 입은 채로 호텔 침대에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