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790화

Author: 김세라
송연아인 것을 본 구애린은 몇 초간 놀란 표정을 짓다가 바로 소파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여기는 어떻게 왔어요?”

“당연히 애린 씨 보러 왔죠.”

구애린은 그녀에게 앉으라고 하고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 지금 꼴이 말이 아니죠.”

구애린의 머리는 약간 헝클어져 있고 옷은 헐렁한 실내복 차림이었다.

“남도 아닌데 그런 거 신경 안 써도 돼요.”

구애린은 입꼬리를 치켜들었다.

“살이 많이 빠졌어요, 밥을 제대로 안 먹었죠?”

송연아가 묻자, 구애린은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입맛이 없어요.”

구애린은 매일 구진학이 걱정하지 않도록 열심히 밥을 먹을 뿐이었는데 송연아는 점점 쇠약해지는 구애린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우리 내려가요!”

구애린이 일어나며 말하자 송연아도 좋다고 하며 같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거실이 텅 비어 있는 걸 보고 구애린이 가정부에게 물었다.

“아빠 어디 있어요?”

가정부가 대답했다.

“서재에 계세요.”

구애린이 서재에 다가가 손을 들어 문을 두드리려고 했는데 문은 제대로 닫히지 않아 좁은 틈새가 있었는데 안에서 구진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애린이는 아주 착한 아이야. 내가 언젠가 떠나게 된다면 가장 걱정되는 게 바로 애린이야. 그래서 말인데,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싶어. 나도 이런 부탁하는 게 무리일 수 있다는 걸 알아. 어쨌든 너의 입장에서 네 어머니를 묻은 곳을 알려준 것만으로 난 만족해야 하는데...”

“여동생으로 생각하고 잘 돌봐줄게요.”

강세헌은 구진학이 구애린을 자신에게 맡기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아챘고 그 역시 구애린이 좋은 성품을 지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번에 송연아 때문에 구애린이 상처를 많이 입었는데 만약 구애린이 아니었다면 상처 입은 사람은 송연아였을 것이다.

구진학은 강세헌이 이렇게까지 시원하게 받아줄 줄을 몰랐다.

“고마워.”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강세헌이 구애린을 동생으로 대하겠다고 한 것은 이번에 송연아를 구해준 것뿐만 아니라 구애린 역시 그의 어머니가 키운 자식이기 때문이다. 가족이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미친 그날 밤   제791화

    송연아와 강세헌이 비행기에서 내리자, 진원우가 그들을 마중 나왔는데 강세헌은 공항 밖으로 걸어 나가면서 물었다.“그 일은 다 끝났어?”진원우는 송연아를 힐끗 쳐다보더니 상세한 설명이 없이 그렇다고만 대답했다. 송연아는 강세헌의 팔짱을 끼고 진원우가 자기 앞에서 말하지 않으려고 간단하게 대답했다는 것을 눈치 챘지만 이번 일의 당사자로서 범인이 잡혔는지 알고 싶어 진원우에게 말했다.“원우 씨, 할 말 있으면 그냥 하세요.”진원우는 눈을 살짝 내리며 말했다.“숨기려는 게 아니라, 그냥 연아 씨가 이 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었습니다.”“저는 괜찮으니까 그냥 얘기해요.”송연아의 태도가 확고해 보이자, 진원우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말했다.“그 인간들 임청시에서 많을 일을 저지르고 경찰이 조사하자 바로 도망쳤는데 그 뒤로 몇 개의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거기에서도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쳤습니다.”“그럼, 네 말은 그 인간들 원래 범죄자들이라는 거야? 다른 데서도 범죄를 저지르고 이번에 여기에서 저지른 거라고? 지시한 사람이 없이 자발적으로 했다는 거야?”강세헌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그건 절대 아니에요!”송연아가 약간 흥분하며 말했다.“나를 붙잡을 때 나의 이름을 송연아라고 명확하게 불렀어요. 분명 나를 모르지만,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았기에 처음부터 이름을 물어 표적을 확인한 거잖아요.”강세헌이 송연아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진정해, 그냥 물어본 거야.”송연아도 자기가 너무 필요 이상으로 흥분했다는 걸 깨닫고 마음을 진정시켰고 진원우가 말을 이었다.“지금은 아직 그들이 돈 때문에 지시를 받았다는 증거가 없어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매수되지 않았다는 증거도 없어요. 제가 걱정되는 건 그들이 도주 경험이 많아서 몇 개 도시에 갔었다는 흔적은 있지만 중요한 단서를 남기지 않았다는 거예요. 지금 그들이 아직 여기에 있는지 아니면 이미 도주했는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예요.”송연아는 지금까지 나쁜 놈들을 잡지 못했고 그 인

  • 미친 그날 밤   제792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지금껏 얘기가 잘 됐었는데 갑자기 말을 바꿨어요. 계약서 사인 못 한대요.”정경봉은 송연아를 따라가면서 말했다. 이 박사는 송연아가 떠나기 전에 기계 박사로부터 소개를 받았는데 그는 0.03까지 얇게 깎을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송연아는 그 기술을 돈을 받고 팔거나, 연구소에 합류할 의향이 있으면 같이 하자고 제안했었고 그때 당시 이 박사는 팔겠다고 했는데 지금 갑자기 변심한 것이다. 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박사 지금 연구소에 있어요?”“네, 조금 전에 오셨는데 특별히 원장님을 뵈러 오셨다고 해서 회의실에 모셨어요.”송연아는 서둘러 회의실로 향했고 도착하자마자 문을 열고 들어갔다. 큰 회의실에는 이 박사 혼자 있었는데 송연아를 보더니 바로 일어섰다. 송연아는 침착한 표정으로 회의실에 들어가며 정경봉에게 말했다.“경봉 씨, 물 두 잔 가져다줘요.”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일이 있어서 조금 늦었습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어서 앉으세요.”이 박사라고 불리는 남자는 나이가 많지 않아 보였는데 40세 좌우인 것 같았고 검정 테 안경을 쓰고 있었으며 보는 사람에게 상당히 교양 있고 박식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이 박사는 직설적으로 말했다.“오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직접 만나자고 했습니다. 지난번에 약속했던 기술을 원장님께 팔 수 없게 되었습니다.”송연아는 자리에 앉아서 물었다.“왜요? 돈이 부족해서인가요? 말씀만 하시면 더 추가할 수 있습니다.”이 박사는 고개를 저었다.“죄송합니다.”송연아는 몇 초 동안 그를 쳐다보다가 말했다.“저는 이 박사님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그런 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무슨 일이 발생해서 생각이 바뀌신 거라면 저에게 얘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거면 꼭 도와드리겠습니다.”이 박사는 송연아가 그런 말을 할 줄 몰랐는지 순간 가슴이 살짝 떨렸지만 본인이 생각해도 너무 수치스러운 일이라 쉽게 말하지 못했다. 이 박사의 모습을 보

  • 미친 그날 밤   제793화

    뉴스를 보고 처음에는 반갑고 기뻤는데 다시 생각해 보더니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까 진원우가 그놈들의 행방을 알 수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놈들을 잡을 수 있었을까? 그녀는 강세헌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잠시 후 전화가 통했다.“애린 씨를 해친 놈들을 잡았어요?”송연아가 다급하게 물었다.“뉴스 봤어?”“네. 그 사람들 맞아요? 어떻게 이렇게 빨리 잡았어요?”그녀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가짜야. 그놈들이 계속 숨어있으면 우리가 잡을 수 없어서 고의로 함정을 판 거야. 모든 사람들에게 잡았다고 하면 그놈들도 뉴스를 볼 거고 그렇게 되면...”강세헌이 설명하자 송연아가 바로 알아채고 앞질러 말했다.“알겠어요. 그렇게 되면 그놈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들의 죄를 뒤집어썼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숨지 않고 마음 놓고 나와 돌아다닐 거니까 그때 그놈들을 잡겠다는 거죠.”“그래.”강세헌은 수화기를 들고 물었다.“이거 물어보려고 전화했어?”송연아는 원래 이 박사의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하려고 했지만, 강세헌이 지금 그놈들을 잡는 일에 집중하는 걸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네, 뉴스 보고 어떤 상황인지, 무슨 계획인지 물어보려고 전화했어요.”그렇게 말한 후 송연아는 전화를 끊고 창문 앞에 서서 이번 일은 스스로 해결하기로 결심했다.“원장님, 협의가 안 돼요?”정경봉이 다가와서 묻자, 송연아는 돌아서며 말했다.“아니에요.”“그런데 원장님 표정이 왜 안 좋으세요?”“여기는 신경 쓰지 말고 가서 일 봐요.”송연아는 그에게 설명할 시간도 없이 바로 회의실로 들어갔다. 이 박사가 조급해하며 물었다.“해결책이 있어요?”“네.”송연아는 자리에 앉아 노트와 펜을 꺼내 들었다.“지금부터 박사님 알고 있는 정보를 모두 알려주세요. 그리고 그 여자의 정보도 주세요.”이 박사는 고개를 저었다.“그 여자는 저도 모르는 사람이에요. 저는 술도 안 마시고 그냥 커피만 마셨는데 의식을 잃었고 깨어보니 옷을 안 입은 채로 호텔 침대에 있었는데

  • 미친 그날 밤   제794화

    이영은 잠깐 당황하다가 대답했다.“정찰 능력이 있고 사격도 괜찮고요. 또 상대적으로 민첩한 편이고요...”“알았어요.”송연아가 이영의 말을 끊자, 이영이 차분하게 물었다.“저의 능력이 부족하십니까?”이영이 오해하는 것을 보고 송연아가 서둘러 설명했다.“아니에요. 그냥 물어본 거예요. 신경 쓰지 말아요.”“네.”이영은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고 송연아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마침내 물었다.“혹시 해커를 아세요? 아니면 이 분야에 재능이 있는 사람을 아나요?”“그쪽으로 필요하신가요?”이영이 다시 묻자, 송연아가 그렇다고 대답했다.“제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마침 저희 팀에 이 분야의 인재가 있습니다.”이영의 말에 송연아는 너무 기뻤다.“정말요? 그럼, 너무 고마워요.”“사모님, 천만에요.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이영이 정중하게 말했다.송연아는 갑질을 하며 다른 사람을 명령하거나 또는 그런 말투로 우월감을 드러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녀는 그들 모두 평등하다고 생각했다. 이어 송연아는 신일제약의 기본 상황을 모두 이영에게 말했다.“제가 부탁드리는 건 그쪽의 비즈니스 정보가 아니라, 사적인 사진들이에요. 그쪽에서 과도한 암호화를 해두지는 않았을 거여서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어쨌든 무슨 중요한 비즈니스 기밀은 아니니까 말이다.“네, 알겠습니다. 하루만 시간을 주시면 가능한 빨리 원하시는 것을 찾아드리겠습니다.”이영이 말하자, 송연아가 알았다고 대답했다.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차는 집에 도착했고 송연아는 차에서 내렸다. 그녀가 집 안에 들어오자마자 찬이가 그녀의 품에 뛰어들어 다리를 껴안고는 작은 고개를 기울이고 반짝이는 큰 눈을 깜빡이며 외쳤다.“엄마.”부드럽고 청량한 목소리가 사람의 심장을 녹였고 송연아는 허리를 굽혀 찬이를 안고 볼에 뽀뽀하며 물었다.“엄마 보고 싶었지?”찬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아빠는요?”“아빠는 할 일이 많아서 조금 늦게 들어오실 거야.”송연아

  • 미친 그날 밤   제795화

    그들은 여럿이서 한꺼번에 밖으로 나왔다. 그동안 숨어 지내느라 숨이 막힐 지경이었는데 이제 안전하다고 느낀 그들은 기뻐하며 바로 술집으로 달려갔다. 술집에 도착하자 그들은 바로 시름 놓고 여자들까지 불러서 술을 마시며 신나게 놀았다....한편 뉴스를 내보낸 후 진원우는 모든 유흥업소, 고속철도역과 여객터미널까지 면밀히 모니터링했다. 진원우와 강세헌은 그들이 아직 이 도시에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일부러 일을 크게 만들어 확인하고 싶었다. 곧 그들은 모니터링에서 놈들의 종적을 찾았다.“놈들이 KK 술집에 있어요.”진원우가 급히 달려가서 그놈들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눈빛이 어두워지며 미간을 찌푸리더니 바로 부하들을 거느리고 출발했다.KK 술집 내.얼굴에 흉터가 있는 키가 크고 마른 남자 일행은 즐겁게 지내기 위해 룸에서 섹시한 여자들도 불러서 옷까지 벗어가며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 마신 술병들이 하나둘씩 테이블을 꽉 채웠고 술에 취한 그들은 흥분되어 테이블 위에 올라서서 노래하고 춤추고 난리였다. 그들이 한창 흥이 올라가 있을 때 갑자기 방문이 열리더니 검은색 정장 차림에 검은색 선글라스를 한 20여 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들어왔다.“당신들 누구야?”흉터 있는 남자가 품에 안긴 미녀를 놓으며 일어섰다. 그때 진원우가 다가와서 출입구에 서서 외쳤다.“관련 없는 사람들은 모두 나가!”방에 있던 여자들은 바로 눈치채고 밖으로 나갔다.“당신들은 뭐 하는 사람들이야?”순간 흉터 남자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지 외쳤다.“야, 도망쳐!”쾅!방문이 정확하게 닫혔다.“도망쳐? 어디로 도망쳐?! 오늘은 아무도 도망칠 수 없을 거야!”진원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그들도 역시 그냥 잡힐 놈들이 아니라 소리쳤다.“죽여!”순식간에 싸움이 벌어졌는데 흉터 남자 일행은 30분도 채 되지 않아 모두 상처를 입고 쓰러져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진원우가 명령했다.“다 데려가!”그들은 묶여서 술집 밖으로 끌려 나갔는데 아마 그때 자신들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

  • 미친 그날 밤   제796화

    옆에 있던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너무 잔인했다. 강한 황산의 부식 때문에 남자가 고통을 못 이기고 기절하자 진원우는 바로 찬물을 뿌려 깨웠다. 남자는 몸을 웅크리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번 생에 다시는 남자구실을 못 하게 되었고 진원우는 잔인한 일이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침착했다.“이제 막 시작했는데 벌써 감당 못 해?”그는 벌떡 일어나 남자의 얼굴을 밟으며 말했다.“그따위 능력으로 어떻게 감히 나쁜 짓을 해? 넌 그냥 살고 싶지 않았던 거야.”남자의 얼굴은 진원우의 발아래에서 찌그러졌고 모두 진원우의 잔인함에 겁에 질렸는데 흉터 남자는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았는지 입을 열었다.“저희는 그 여자를 잡아서 모욕을 주라는 지시를 받았어요.”진원우가 흉터 남자를 보며 물었다.“좋아, 계속해 봐. 누구의 지시를 받았어?”“저희도 몰라요, 처음부터 끝까지 복면을 쓰고 있어서 그 남자를 본 적이 없어요. 우리가 잘못했어요.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제가 아는 건 다 말씀드렸어요.”흉터 남자는 하나도 숨김없이 사실대로 말했고 진원우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살려줘? 꿈 깨!”흉터 남자가 간절하게 말했다.“우리가 잘못했습니다.”“너희들 상습범이잖아.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는지 몰라? 내가 하나하나 읊어줄까? 네가 보스인가 본데 너부터 시작해 볼까?”흉터 남자는 당황해하며 서둘러 말했다.“보스는 무슨요. 선생님이야말로 보스이시죠. 우리의 목숨을 쥐고 계시잖아요. 그런데 복수를 하시고 싶으면 그 복면을 찾아야죠. 저희는 그냥 돈 받고 일한 심부름꾼일 뿐입니다. 그러니 저희는 풀어주세요.”진원우는 이 사람들 뒤에서 지시한 사람이 매우 신중하다고 생각했다. 본인에 대해서 그 어떤 정보도 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너희들이 가야 할 곳으로 보내줄게.”진원우는 심문을 계속하지 않을 생각이었고 흉터 남자는 마음속으로 여기에서 고통받을 바엔 차라리 그게 낫겠다고 생각했다.“저희는 죄인입니다. 감옥에 가서 재판

  • 미친 그날 밤   제797화

    “쓸만한 정보는 없습니다. 지시한 자가 매우 신중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진원우는 놈들의 배후를 찾지 못하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있는 거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고 강세헌의 침울한 표정을 보니 역시 같은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진원우가 아이디어를 냈다.“아니면 놈을 유인해 볼까요?”그 배후의 타깃이 송연아이기에 이영이를 따돌려서 송연아가 홀로 되면 그 배후가 또 나타날 것 같았고 그때 잠복했다가 놈을 잡으면 되었다. 진원우는 나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강세헌은 아무리 완벽한 계획이라 할 지라도 만일의 경우가 있는 법이기에 송연아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한번 생각해 볼게.”강세헌은 그 어느 때보다도 완벽한 계획을 세워야 했다. 진원우 역시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눈앞에 있는 놈들부터 처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진원우는 그놈들이 있는 곳을 보며 쓰레기 같은 놈들을 봐주는 것도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저 볼 수밖에 없었는데 그놈들은 모두 죽기보다 못한 고문을 당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모두 앞으로는 남자구실을 할 수 없게 폐인을 만들어버렸다. 놈들의 고문을 다 끝내고 나니 벌써 3시간이 지났고 진원우는 이들을 철창이 있는 차에 싣고 경찰로 보냈다. 하도 많은 죄를 저질렀기에 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하려고 했고 또 조금의 수단을 부려서 감옥에서 평생 썩게 할 예정이었다. 경찰은 놈들은 인계받고 그들의 상처를 보더니 치를 떨며 물었다.“이놈들 왜 이 꼴이에요?”진원우가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놈들이 쉽게 잡히려고 하지 않아서 조금 힘을 썼습니다.”“아, 네.”일을 마치고 진원우는 강세헌과 같이 강세헌의 집으로 갔다.“계속 따라올 거야?”강세헌이 미간을 찌푸리자, 진원우가 코를 비비며 물었다.“애린 씨를 보고 오셨다면서요. 애린 씨 괜찮아요?”“응.”강세헌이 간단하게 대답하자 진원우가 또 물었다.“컨디션은 어때 보였어요?”강세헌이 천천히 대답했다.“많이 진

  • 미친 그날 밤   제798화

    강세헌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들이 자기 여자를 뺏어간 것 같았다. 그런데 결국은 자기가 아니였으면 송연아도 아들을 낳을 수가 없었기에 그는 찬이를 안고 말했다.“윤이랑 같이 잘가?”찬이는 큰 눈을 깜빡이며 잠시 반응이 없었는데 강세헌이 자기를 윤이 침대에 눕히자, 아빠가 엄마를 뺏어가려고 한다는 것을 깨닫고 강세헌의 옷자락을 붙잡고 일어나며 말했다.“아빠, 저는 윤이 말고 엄마와 같이 잘 거예요.”“...”강세헌은 찬이가 침대에서 내려 짧은 다리로 자기 방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면서 생각했다.‘우선 샤워부터 하고 비좁더라도 오늘은 여기서 자야겠네.’그런데 샤워를 마치고 내려와 보니 찬이가 송연아의 품에 안겨 도발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마치 송연아가 자기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강세헌은 침대 가장자리에 서서 아들을 몇 초간 바라보다가 결국 타협을 하고 옆에 좁은 자리에 누워서 송연아를 끌어안았다. 송연아는 강세헌의 숨소리를 느끼고 뒤돌아서 습관처럼 그의 품에 안겼다.“...”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해진 찬이를 보며 강세헌은 자기가 이겼다는 듯이 눈썹을 살짝 올렸다. 찬이는 입을 삐죽거리며 이불을 뺏어 송연아의 등에 찰싹 붙었다. 송연아는 어찌나 깊게 잠에 빠졌는지 아빠와 아들이 자기를 가운데 두고 질투하는 것을 전혀 몰랐다.아침이 되어 송연아는 씻고 나와서 이영이 보낸 메시지를 받았다.「말씀하신 파일은 모두 받아서 이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송연아는 잠옷 차림으로 서재에 가서 컴퓨터를 켜고 메일함을 확인하고는 파일을 열었더니 모두 이 박사의 노출 사진이었다.“아침 일찍부터 뭘 그렇게 봐?”강세헌이 다가오자 송연아는 너무 흉측한 화면이라 황급히 꺼버리고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뭘 숨겨?”그녀의 움직임이 수상하다고 느낀 강세헌은 미간을 찌푸리며 컴퓨터 화면을 봤는데 이미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궁금한 건 못 참는게 사람인지라 강세헌은 송연아가 못 보게 할수록 더 보고 싶었다.“밥 먹으러 가요.”송연아

Latest chapter

  • 미친 그날 밤   제1265화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 미친 그날 밤   제1264화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 미친 그날 밤   제1263화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 미친 그날 밤   제1262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 미친 그날 밤   제1261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 미친 그날 밤   제1260화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 미친 그날 밤   제1259화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 미친 그날 밤   제1258화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 미친 그날 밤   제1257화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