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아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메시지를 바라보았다.‘결혼? 누가 누구랑 결혼한다는 거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결혼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 구애린과 진원우? 그들이 이렇게 빨리 관계를 회복했을 리가 없는데?’한참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또 다른 메시지가 들어왔다.「많이 고민하다가 너에게 알리는 거야.」「너는 내가 제일 많이 생각하고 또 연락하고 싶은 사람이니까.」송연아가 누군지 눈치채고 물었다.「이슬 언니예요?」「응.」「지금 어디예요? 누구랑 결혼해요?」송연아는 많은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즉흥적으로 물었다....안이슬은 송연아의 메시지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한동안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송연아가 자기 만나러 오는 것도 결혼식에 오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소박한 삶을 살고 싶었다. 그녀가 양명섭과의 결혼을 결심한 것도 아마도 이 낯선 도시에서 유일하게 따뜻함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며칠 전 팀 회식 자리에서 양고기 냄새를 맡으며 속이 메슥거리고 토하고 싶다는 안이슬의 말에 연륜이 있는 법의학자가 임신이 아니냐고 물었었다. 그 말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됐었는데 그녀가 팀에 왔을 때 결혼하지 않았고 남자 친구도 없고 혼자라고 모두에게 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임신했다는 말에 안이슬도 어찌할 바를 몰라 했는데 그때 양명섭이 나섰다.“왜 다들 그렇게 이슬 씨를 쳐다봐요. 우 선생님이 엉뚱한 말을 하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정말 믿는 건 아니죠? 양고기는 다른 고기와 달리 못 먹는 사람이 있어요. 다들 그만하고 빨리 식사나 해요.”양명섭이 모두를 진정시켰다. 이 문제에 대해 안이슬도 양명섭이 정말로 말한 것처럼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이슬의 직책을 현장 조사팀에서 콜팀으로 바꿨다. 콜팀은 평소에 전화만 받으면 되는 일이었는데 양명섭은 아주 티가 나게 안이슬을 챙겼다. 그래서 안이슬은 참지 못하고 양명섭에게 직접 물었다.“왜 저의 보직을 바꾸셨어요?”“임신한 사람이 어떻게 현장을
팀의 법의학자가 자리를 비워서 그녀는 잠시 최전선에 나가게 되었는데 이번에 상대해야 하는 사람은 이미 3명의 목숨을 뺏어간 상습범이었고 생포 당할 바엔 죽음을 택하겠다는 범인은 추격당하던 중 안이슬을 인질로 잡았는데 그녀를 구하다가 양명섭은 총에 맞아 죽을 뻔했다. 그녀는 난생처음으로 한 사람이 목숨을 걸고 자기를 지키는 모습에 감동했다.양명섭이 호전되자 안이슬이 말했다.“지금도 저와 결혼할 마음이 있으면 우리 결혼해요.”하지만 안이슬은 결혼하기 전에 아이를 지우려고 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읽은 듯이 양명섭이 말했다.“네 아이면 내 아이야. 날 믿어. 꼭 당신 모자 잘 돌볼게.”안이슬이 양명섭과 결혼하는 건 사랑보다 고마움이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양명섭은 아주 착하고 바른 사람이어서 자신의 남은 인생을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만으로 안이슬은 충분했는데 지금의 그녀는 사랑을 추구하지 않고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서 남은 인생을 살고 싶었다....송연아는 핸드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기다렸지만, 답장이 오지 않자 안이슬이 자기의 거처를 얘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눈치채고 메시지를 보냈다.「저는 언니가 행복하기를 바라요. 언니가 이미 결정했다면 축하해요!」송연아는 안이슬이 충동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결혼을 결심했을 때는 분명 심사숙고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온 안이슬의 메시지 때문에 송연아는 잠깐 마음의 기복이 생겨 이 박사에게 전화하는 것도 까먹었다.차가 멈춰 서자, 안이슬은 혼자 사무실에 숨었는데 이유 없이 기분이 갑자기 가라앉았다. 안이슬이 결혼해서 새 삶을 시작하는 건 기쁜 일이었지만 왠지 그녀의 결혼이 결코 사랑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송연아가 아는 안이슬이라면 이렇게 빨리 사랑에 빠질 수가 없었다.똑똑.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송연아의 생각을 멈추게 했고 그녀는 바로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들어오세요.”정경봉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했다.“이 박사님이 오셨어요.”송연아는
송연아는 조금 주저하며 레스토랑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그녀가 고민 끝에 다시 돌아가려던 그때, 뒤에서 강세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안 들어가?”그녀는 고개를 돌려 강세헌을 발견하고는 물었다.“재경 선배가 왜 여기에 있어요?”“재경이가 오늘 밥을 먹자고 한 거야. 밥을 사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있어야지.”강세헌은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거의 한 시가 다 되어가는데 안 배고파?”송연아가 말했다.“재경 선배 얼굴 보고 싶지 않아요.”“응? 두 사람 친한 친구 아니었어? 재경이가 선배라며.”강세헌은 이 얘기를 꺼낼 때마다 기분이 조금 불쾌했다.어쨌든 심재경은 그보다 먼저 송연아를 알았으니 말이다.심재경과 송연아는 남녀의 감정이 담기지 않은 단순한 친구 사이라 질투까지 느끼는 건 아니었는데 그냥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했다.그도 자신이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게 너무나도 답답했다.송연아는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이슬 언니가 곧 결혼을 한대요. 재경 선배가 이슬 언니에 대해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강세헌은 아무렇지 않은 듯 덤덤하게 말했다.“그러면 아무것도 모르는 척해.”송연아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그럴 수밖에 없죠.”그녀는 강세헌과 같이 걸어 들어갔다.그들을 본 심재경이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왜 이제야 온 거야?”송연아가 대답했다.“일이 있어서 조금 시간이 지체되었어요.”강세헌의 전화를 받은 송연아는 강세헌이 그녀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주려고 하는 줄 알았는데 심재경이 주선한 자리일 줄이야.“음식은 다 주문했어.”심재경이 말했다.“두 사람 입맛은 내가 그래도 어느 정도 아니까.”송연아와 강세헌이 나란히 앉았고 심재경은 그들의 맞은편에 앉았다.“왜 갑자기 밥을 사는 거예요?”송연아가 물었다.혹시 어디서 무슨 소식을 듣고 그녀에게 확인차 묻기 위해 밥을 사려는 게 아닌지 생각되었다.“요즘 너무 바빠서 두 사람 얼굴도 자주 못 봤잖아. 오늘 마침 시간이 나서 세헌
강세헌은 덤덤한 얼굴로 그를 힐끔 보더니 마치 진작 알고 있었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말해!”심재경이 한숨을 푹 쉬고는 말했다.“아까 연아에게 이슬이 소식에 관해 물어보려고 했는데 연아가 나 엄청 경계하는 거 같아서 더는 안 물었어. 연아가 뭐 알고 있지?”“괜한 생각을 하는 거 아니야?”강세헌이 단호하게 부인했다.“요즘 일에 몰두하더니만. 잘했어, 계속 그렇게 해.”“...”심재경은 말문이 막혔다.‘넌 지금 행복하니까 내 신세를 퍽이나 잘 이해하겠다.’심재경은 강세헌과 송연아가 행복하게 살고 있기 때문에 다급한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알겠어.”심재경이 의자에 기댔다.강세헌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말했다.“마음이 맞는 사람 만나면 좀 사귀어 봐. 세상에 여자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네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어?”심재경은 전에 강세헌이 송연아 때문에 우울해하고 괴로워하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강세헌이 그를 빤히 쳐다보더니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너를 생각해서 한 말이니까 잘 새겨들어. 괜히 내 과거 들추지 말고.”심재경이 웃으며 물었다.“삐졌어?”강세헌은 그의 말에 대답하기도 귀찮아 자리에서 일어섰다.문 앞에 이르렀을 때 그는 다시 발걸음을 멈췄는데 심재경이 단념하길 바라는 마음에 그에게 말했다.“연아한테서 들었어, 안이슬이 새로운 삶을 선택했다고. 그러니까 더 생각하지 마.”말을 마친 그는 다시 발걸음을 내디뎠는데 몇 걸음 걷다가 또 멈추었다.이때 심재경이 그를 따라 나왔다.“그게 무슨 말이야?”강세헌이 덤덤하게 말했다.“혼자 생각해.”그리고 떠나기 전에 심재경에게 경고했다.“앞으로 연아라고 부르지 마.”“...”심재경은 어이가 없었다.“나 계속 그렇게 불러왔는데? 당분간은 고치기 힘들어.”심재경은 모든 걸 쉽게 동의하면 너무 강세헌의 뜻에 따르는 것 같아 일부러 딴지를 걸었다.‘강세헌을 너무 마음 편하게 내버려두면 안 되지.’“고치려고 노력할게. 다만 시간
왕호경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회의실을 나섰고 송연아가 직접 그를 배웅했다.왕호경이 도와 준다고 하니 송연아도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그녀는 이 박사와 약속을 잡고 그더러 먼저 신일제약에 연락해 계약에 대해 물어보라고 했다.이 박사가 물었다.“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면서요?”왜 이렇게 진전이 빠르지?송연아가 대답했다.“이 일을 도와주기로 한 사람이 있어서 예정보다 더 빨리 진행되고 있어요.”“알겠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이 박사가 물었다.“같이 갈 건가요?”“아니요, 저는 가지 않을게요.”만약 그녀가 따라서 같이 간다면 신일제약 사람들에게 이 일에 참여했다고 대놓고 알려주는 셈이었으니 말이다.“박사님의 안전을 책임질 제 경호원을 보낼게요.”송연아는 이 박사가 혼자면 괴롭힘을 당할까 봐 두려웠다.“네, 고마워요.”이 박사가 말했다.송연아는 이영더러 이 박사를 데리러 가라고 한 다음, 또 신일제약으로 가라고 했다.그녀는 연구센터에서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느덧 시간이 점심에서 저녁으로 되었다.7시가 다 되어서야 이영이 이 박사를 데리고 돌아왔다.송연아가 물었다.“일은 잘 해결되었어요?”“네, 그렇다고 할 수 있어요.”이 박사가 말했다.“조금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그래도 순조롭게 일이 풀린 것 같아요.”“그게 무슨 말씀이죠?”“연아 씨는 몰라서 그러는데.”이 박사가 자리에 앉으며 말을 이어갔다.“그 사람들이 내가 계약을 하기 위해서가 아닌 계약을 하지 않기 위해서 연락했다는 걸 알고 단체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어요. 분위기가 살벌했죠. 그래서 연아 씨가 말한 대로 솔직하게 말했죠. 당신들을 안 무서워한다고.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물었어요, 사진을 내가 훔쳤냐고. 나는 그렇다고 했죠. 당신들이 먼저 비열한 수법을 썼기에 나는 그냥 내 정당한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고. 그런데 그 사람들이 갑자기 나에게 폭력을 가하려고 했어요. 다행히도 이영 씨가 있어서 그 사람들이 날 건드리지 못했죠. 그러다가 책임자가 갑자
평소의 진원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강세헌은 의문을 품고 진원우가 건넨 서류를 펼쳤다.서류를 봤는데도 그는 별다른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저 평범한 회사 서류일 뿐이었다.“이 회사와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까요?”강세헌은 진원우의 말이 이해가 안 가는지 미간을 살짝 구겼다.이 회사는 미국의 화장품 회사였다.‘왜 이 회사랑 비즈니스를 하려고 하지? 회사에 이쪽 업무도 없는데 말이야. 업무 범위를 넓힌다고 해도 이쪽은 아닐 텐데.’진원우가 서둘러 설명했다.“애린 씨가 이 회사에서 출근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만약 우리 회사와 이 회사가 비즈니스를 한다면 당당하게 애린 씨를 볼 수 있잖아요.”“...”강세헌은 어이가 없었다.‘말을 계속 빙빙 돌리면서 한 게 구애린 때문이었어?’“만약 너를 보고 회사를 그만두면 어떻게 해?”“...”진원우는 할 말이 없었다.“식제품 회사에 출근하면 우리가 레스토랑 하나 열어야 하나?”강세헌이 그에게 묻자, 진원우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강세헌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그에게로 다가가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만나고 싶으면 가서 만나. 이렇게 빙빙 돌리지 말고. 남자답게 직진하란 말이야.”진원우는 직진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구애린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강세헌은 마음이 답답했다.“가지도 않고 섣불리 결론을 내리는 거야?”진원우는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만약 직접 만날 수 없다면 뒤에서 몰래 보고 오면 그만이었다.그녀가 지금 잘 지내고 있는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다면 마음도 좀 놓일 것이고, 자꾸 마음에 걸려 신경 쓸 일도 없을 것이다.진원우는 그 생각에 바로 휴대폰을 꺼내 티켓을 예약했다.티켓을 예약한 후 진원우가 말했다.“제가 지난번에 말했던 일 말이에요, 가능할까요?”강세헌은 다시 의자에 앉았다.“아직 얘기를 나눠보지 않았어.”요즘 송연아는 워낙 바빴기에 집에 늦게 돌아와 강세헌은 적절한 타이밍을 찾지 못했다.만약 강세헌이 가능하다고
그녀는 자기 몸을 짓누른 사람을 밀어내려고 했는데 아무리 힘을 써도 상대는 꿈쩍도 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눈을 떴다. 그리고 코끝에에 술 냄새가 감돌았다.그녀는 미간을 구기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술 마셨어요?”“많이는 아니고 조금만.”강세헌은 머리를 그녀의 목덜미에 묻고는 얼버무리며 대답했다.송연아는 다시 그를 밀었다.“무거워...”강세헌은 그녀의 목에 키스를 하면서 그녀의 옷을 잡아당겼는데 대답도 까먹지 않고 곧잘 했다.“안 무거워.”그의 숨결은 점점 거칠어지고 무거워졌다.송연아는 그의 호흡 속에서 점점 이성의 끈을 놓았다.얼마나 지났는지, 송연아는 너무 피곤해서 움직일 힘도 없었고 팔다리는 모두 시큰거렸다.하지만 강세헌은 아직도 기운이 넘쳤는지 계속 송연아를 괴롭히고 있었다.“나 내일 해야 할 일이 있단 말이...”말을 끝내기도 전에 강세헌은 다시 그녀의 입술을 막아버렸다...한참 지나고서야 강세헌은 그녀를 놓아줬다.송연아는 침대에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약 가져다줘요.”강세헌이 서랍을 열었더니 약이 들어있지 않은 빈 통을 발견했다.그는 물 한 잔을 가지고 와서 그녀에게 건넸다.“약이 없어.”송연아는 그제야 마지막 한 알의 약을 지난번에 먹었던 게 생각이 났다.“이런 약을 먹으면 몸에 안 좋은 거 아니야?”강세헌은 헝클어진 그녀의 머리를 정리해 주며 말했다.“괜찮아요, 부작용이 그렇게 크지 않아서.”그녀는 눈을 감으면서 말을 이어갔다.“다음에 약 한 통 더 사 올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잠이 들었다.강세헌은 그녀에게 다른 방법이 있는지, 혹은 그가 대신 약을 먹으면 안 되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송연아가 워낙 피곤한 얼굴을 보였기에 끝내 깨우지 않았다.그는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는 씻으러 욕실로 향했다....아니나 다를까, 송연아는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깨어났을 때는 벌써 9시가 다 되었고 황급히 계단을 내려갔지만 강세헌은 이미 가버렸다.다른 식구들은 아침을 먹고
“애린 씨.”진원우가 그녀를 불렀다.안 불렀으면 모를까, 진원우가 그녀의 이름을 부를수록 그녀는 더 빨리 걸어갔다.진원우가 달려와서는 그녀의 손목을 잡으며 물었다.“왜 그렇게 빨리 가요?”그의 말투는 가벼웠고 전혀 짜증이 섞여 있지 않았다.하지만 구애린은 똑같이 가벼운 마음으로 진원우를 마주할 수 없었다.그녀는 진원우를 매우 거부하였는데 왠지 모르게 자꾸 더럽다는 느낌이 들었다.“이것 놔!”구애린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하지만 진원우는 놓지 않았다.“멀리서 애린 씨 보러 왔는데 왜 속상하게 피해요.”구애린이 과거의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게 도와주려고 한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성의를 봐서라도 저녁에 같이 영화 보러 갈까요?”하지만 구애린은 전혀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또 한 마디 내뱉었다.“이것 놔!”진원우는 여전히 안 놓고는 웃으면서 말했다.“그만해요.”구애린은 아무리 그를 떨쳐내려고 해도 떨쳐낼 수 없어 멘탈이 무너졌다.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구애린은 그의 손을 콱 물었다.하지만 그녀의 입에 피비린내 날 때까지 진원우는 꿈쩍하지 않았다.그는 결연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예전에도 나 물었었죠.”구애린의 머릿속에서 그녀와 진원우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을 때 서로 함께 쥐어뜯었던 장면을 떠올렸다.지금 생각해 보니 참으로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그리고 지금의 그녀는 그때와 완전히 달라졌는데 복잡한 심경 변화를 겪어 더는 아무 걱정도 없이 살던 예전의 그녀가 아니었다.그녀는 진원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야...”“애린 씨는 그대로예요. 내 마음속의 애린 씨는 계속 처음 그대로라고요. 절대 바뀌지 않아요.”진원우가 웃으면서 그녀를 품에 안으려고 했다.구애린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나 만지지 마!”그녀는 절규하며 소리까지 쳤는데 진원우는 놀란 나머지 그녀를 놓아줬다.흥분한 그녀의 목소리는 주위의 많은 시선을 끌어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