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최지현은 결국 세상을 떠났다.송예걸을 살리기 위해 송연아는 곧바로 송예걸의 심장 이식 수술을 준비했다.송연아의 실력이 이 분야에서 최고이기에 비록 위험한 수술이었지만 성공적으로 끝났다.수술 후, 송예걸은 중환자실에 들어갔고 거부반응도 없었다.최지현의 심장을 뜯어낸 사실을 알고 주혁은 병원에서 한바탕 난동을 벌이고 있었다.“당신들 우리 지현이 심장을 꺼내려고 죽인 거지? 경고하는데 이번 일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주혁이 분노했다.병원 측에서 최지현이 서명한 기증 동의서를 보여주었는데 주혁은 거기에 적힌 필체가 정말 최지현의 필체임을 알아보고도 여전히 믿지 않았다.최지현의 죽음에 대한 분풀이를 병원에 하려는 거였다. 이번 기증 절차가 확실히 정상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었기에 병원을 고소하겠다고 난동을 피웠다.주혁이 계속 난동을 피우면 병원도 심각해질 수 있기에 송연아는 자기가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직접 그를 만나러 갔다.송연아를 보자마자 주혁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당신이 한 짓이지?”송연아는 의자에 앉은 채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최지현과 원한이 있는 건 맞지만, 최지현의 죽음은 나와는 전혀 상관없어요, 믿지 못하겠으면 얼마든지 부검을 신청해요.”“넌 의사잖아. 이미 다른 사람이 찾아볼 수 없게 손을 썼겠지.”“그런 능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그래?”주혁은 자리에 앉아서 그녀를 날카롭게 쳐다보며 물었다.“너랑 지현이는 늘 사이가 안 좋았잖아. 기회가 생겼는데 가만히 있었다고?”송연아는 조금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확인해 봐요, 양수색전증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건 모든 임산부가 겪어야 하는 건데 걸리기만 하면 거의 모두 사망이에요. 의사가 비록 응급조치했지만 이미 늦었어요. 최닥도 의사이기에 잘 알고 있었고요. 그리고 그가 구하는 사람이 송예걸인 걸 알았을 때 바로 동의했어요. 왜 송예걸한테 기꺼이 심장을 기증하려고 했는지는 내
강세헌은 손을 뻗어 송연아의 어깨를 감싸더니 부드럽게 품에 안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생각 해?”송연아는 그가 계속 병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장 비서한테 들키면 어떡해요?”강세헌은 그녀를 차에 앉히며 말했다.“지금 그럴 시간이 없을 거야.”...장 비서는 현재 고급 웨딩 숍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그녀는 강세헌이 직접 주문 제작해 준 웨딩드레스를 입고 기쁨에 푹 빠져 있었고 그가 자신의 좋은 점을 발견하고 받아들인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일부러 다이아몬드 주얼리 세트까지 착용하고는 주위 사람들의 부러워하는 시선을 만끽했다.“웨딩드레스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웨딩 숍 직원이 아부했다.장 비서는 거울 앞에 서서 자기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그녀는 지금 주위의 부러움을 온몸으로 느끼며 기뻐했다.“이제부터는 사모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직원이 물었다.장 비서는 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아직은 아니에요. 결혼식이 끝나면요.”“웨딩드레스도 다 준비하셨으니 곧 결혼하시겠네요?”직원이 물었다.장 비서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거만하게 대답했다.“물론이죠.”“축하합니다!”직원의 축하에 장 비서는 오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바싹 쳐들고 득의양양해하며 지금까지 한 모든 짓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송연아는 차에 앉아 나른하게 몸을 기대었다.워낙 몸이 허약한 그녀는 수술 후 더 피곤했다.“당신이 송예걸을 구한 걸 장 비서가 알까요?”“아니.”강세헌의 표정이 차가웠다.“찬이의 약때문이 아니라면 이미 오래전에 죽였어.”송연아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더니 그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찬이를 치료할 약은 이미 임상 단계에 있으니, 부작용만 없으면 찬이에게 약을 투여할 수 있어요.”강세헌이 갑자기 차를 길가에 세웠다.“왜 멈춰요?”송연아는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건실하고 따뜻한 몸에 부딪혔다.강세헌이 그녀를 꼭 껴안았다!익숙한 향기가 콧속을 파고들자, 송연아의 몸이 순간 나른해졌다.“다
하늘의 별처럼.강세헌은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의 입술에 다가갔다.입술과 입술이 맞닿는 순간 서로의 체온이 느껴졌다.송연아는 눈을 감고 턱을 들어 올리며 조금 더 바짝 다가갔다.이건 서로를 위로하고 위로받는 순간이었다.두 사람은 한참을 키스한 뒤 헤어졌다.강세헌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집에 데려다줄게.”송연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 연구센터에 가봐야해요. 주석민이 약을 먹었는데 상태를 확인해봐야겠어요.”강세헌은 몇 초 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시동을 걸었다....심재경은 책상에 앉아 컴퓨터로 오늘 발표된 공지를 보고 있었다.윤소민 아버지의 사건은 모두 끝났다.그는 규칙과 규정을 따르지 않고 금지된 장비를 사용하여 여러 사람이 죽는 참사를 일으켰고 회개하지 않고 뇌물 공세를 한 것이 모두 밝혀졌고 또 심재경과 황 사장의 조력으로 28년 형을 선고받았다.윤소민 아버지는 지금 51세이고 나오면 거의 80세가 될 것이다.그때까지 살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윤소민 어머니는 법정에서 바로 기절했다.그들 가족이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허용되지 않았다.윤소민은 실신한 어머니를 안고 아버지가 끌려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윤소민은 마침내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심재경과 황 사장한테 회사마저 빼앗겨서 그녀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그녀를 지켜줄 아버지도, 집도 이제 더 이상 없었다.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이 모든 것이 심재경 때문이다!윤소민은 자신이 바보 같았다.사랑 때문에 집안 전체가 파멸되었다. 그녀는 복수를 다짐했다.하지만 어머니를 병원에 보낸 후, 복수는커녕 어머니를 치료할 돈조차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지금 시집에는 들어갈 수 없고 친정집은 황 사장이 봉쇄한 상태였다.이제 가지고 있던 돈도 다 써버려서 빈털터리가 되었는데 어떻게 복수를 할 것인가?“아직 계산하러 안 가셨어요? 얼른 가서 병원비 납부하세요. 어머님 검사하러 가셔야 하는데 규정상 납부가 안 되면 검사를 할 수 없습니다.”간호
윤소민은 남자를 붙잡고 말했다.“지금 당장 심재경한테 가서 삼자대면해.”윤소민은 지금까지도 그때 자신을 곤경에 빠뜨린 사람이 심재경이라고 생각했다.그 남자는 윤소민을 쳐다보더니 바로 그녀를 밀쳐냈다.윤소민은 무릎을 꿇고 바닥에 쓰러졌고 그 남자를 화난 눈으로 노려보았다.이제 그 남자도 그녀를 알아봤다.“어, 너였어?”남자는 그녀 앞에 쪼그리고 앉아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잡고 말했다.“왜, 그날 밤을 잊지 못해서 찾아온 거야?”“역겨우니까 꿈 깨. 난 오로지 누가 나를 함정에 빠뜨렸는지 알고 싶은 것뿐이야!”남자가 고개를 들자 마침 건너편 웨딩 숍에서 걸어 나오는 장 비서를 보고는 턱을 치켜들며 윤소민에게 손짓하며 말했다.“저 여자야!”윤소민은 남자의 손길을 따라 고개를 돌렸는데 장 비서였다.장 비서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잘 나가고 있나 보네.”남자는 관심 있는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었다.윤소민은 자기를 함정에 빠뜨린 사람이 장 비서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그녀는 분노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강세헌과 결혼한다더니 정말인가 보네. 돈이 많은 것 같은데 그때 더 많이 달라고 할 걸.”남자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윤소민은 재빨리 남자의 눈빛에서 욕심을 캐치하고 말했다.“우리 둘이 같이 해보는 거 어때?”남자는 그녀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물었다.“무슨 일?”“납치해서 돈을 뜯어내는 일. 강세헌과 결혼까지 하는데 돈이 많을 거잖아. 우리 둘이 한 팀으로 돈을 뜯어내는 거야.”남자는 윤소민의 말이 진심인지? 거짓인지? 관찰하려고 노려보았다.윤소민은 장 비서에 대한 증오를 숨기지 않았다.남자는 장 비서가 그녀의 결백을 망쳐놓았기에 복수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전에 받은 돈도 이미 오래전에 모두 거덜 났기에 이참에 장 비서에게서 돈을 뜯어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잠시 생각하더니 윤소민의 제안에 동의했다.“먼저 돈 좀 빌려줘!”윤소민이 손을 내밀었다.심재경에게 가려면 택시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윤소민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순간 까먹었다, 심재경이 이제 예전의 심재경이 아니라는 것을!어머니를 살리기 위해서는 그녀는 참아야 했다.“줘요!”심재경이 사람을 시켜 이혼 서류를 가져왔다.윤소민은 펜을 들어 어렵게 얻은 결혼에 마침표를 찍었다.“심재경 씨, 이제부터 우리는 남남이네요.”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펜을 떨어뜨렸다.이제 심재경에 대한 사랑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온통 그녀의 집을 망가뜨린 증오뿐이다.“주겠다던 돈, 내놔요!”심재경은 소파에 앉아 말했다.“내가 왜 너한테 돈을 줘야 하지?”“이혼 서류에 사인만 하면 돈을 준다고 했잖아요, 왜 약속을 안 지켜요?”윤소민은 얼굴을 찡그렸다.심재경도 부인하지 않았다.“그때는 그렇게 말했지. 그런데 그때 사인하지 않았잖아. 이제 시간이 지나서 무효야!“나를 속여?”“속인 건 아니지. 네가 기회를 놓친 거지!”심재경은 귀찮다는 듯 소리쳤다.“당장 꺼져!”윤소민은 그냥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돈 내놔요. 엄마가 병원에 있어요. 치료하려면 그 돈이 필요하단 말이에요.”“네가 돈이 필요한 게 나와 무슨 상관이야?!”심재경은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경비를 불러달라고 했다.윤소민은 화가 났지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경비원들이 다가와 윤소민을 붙잡고 사무실 밖으로 끌고 나갔다.“심재경!”윤소민은 포효했다.그녀의 소리가 사라지자, 그는 탁자 위에 놓인 이혼 서류를 힐끗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탁자 위에 놓여 있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구애린의 전화였다.진원우의 거처를 바꾼 뒤 구애린에게 간호를 맡겼었다.“원, 원우씨가 깨어났어요.”그녀는 격동하여 말도 제대로 못 했다.심재경 역시 놀란 표정으로 반응했다.“그래요? 지금 바로 갈게요.”진원우가 깨어난 것은 기적이었다!심재경은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운전하여 목적지에 도착했다.침대에 앉아 있는 진원우를 본 다가가서 진원우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평생 누워만 있을 줄 알았잖아!”그러더
진원우가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좀 진지하게 굴어.”심재경이 말했다.“나 진지한데.”진원우가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내가 교통사고 당한 거 말이야. 장 비서 짓인 것 같아. 이 일을 빨리 대표님에게 알려야 해. 나 아직 몸이 제대로 회복하지 않았으니까 네가 대신 가서 알려줘.”“장 비서?”심재경은 그동안 자기 일에만 신경 쓰느라 강세헌에게 최근 무슨 일이 생겼는지 전혀 몰랐다.진원우가 장 비서를 언급하자 심재경은 갑자기 전에 장 비서를 향한 윤소민의 평가가 떠올랐다.‘그럼 윤소민 말이 사실이었던 거야?’“증거 있어?”심재경이 물었다.진원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만약 증거가 있었다면 그는 장 비서를 ‘의심’만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럼 세헌이한테 뭘 말해라는 거야?”“장 비서를 조심하라고.”진원우가 차가운 눈빛을 드러냈다.만약 그가 증거를 찾아낸다면 반드시 장 비서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다!심재경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지금 바로 갈게.”그는 문 앞까지 다 갔다가 뭔가 갑자기 떠올린 듯 다시 돌아서서 말했다.“네가 정신을 잃은 뒤로 구애린 씨가 계속 너를 간호했어. 아무래도 너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모양이야. 너 애린 씨 잘 대해줘, 애린 씨의 마음을 저버리지 말란 말이야.”진원우가 깨어났을 때 제일 먼저 본 사람은 구애린이어서, 그도 많이 놀랐다.놀란 와중에 그는 자기와 구애린 사이의 관계에 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그는 심재경을 재촉하며 말했다.“알겠으니까 얼른 가.”심재경은 진원우가 알아서 잘 생각하리라 믿고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그는 태상그룹에 도착했다.회사 전체가 다 알고 있었다, 장 비서와 강세헌이 곧 결혼한다는 것을.장 비서가 일부러 사람들에게 알렸다.그녀는 어렵게 강세헌과 결혼하게 되었으니 당연히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또 이렇게 해야만 그녀의 허영심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심재경은 회사에서 강세헌은 만나지 못하고, 오히려 강세헌과 장 비서가 곧
한혜숙과 오은화는 의학에 대해 잘 모르기에 송연아는 마음이 안 놓여서 직접 찬이를 돌보았는데, 조금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기에 눈을 붙일 수도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런 그녀가 안타까웠지만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해 그저 최선을 다해 그녀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려고 했다.깊은 밤, 송연아는 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너무 피곤해서 하품을 하고는 말했다.“엄마, 나 커피 한 잔 타 줘요.”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한혜숙은 그런 송연아가 안타까웠지만 도와줄 수 없어 속으로 깊은 한숨을 쉬고는 나가서 커피를 탔다.송연아는 커피를 마시며 한혜숙에게 말했다.“엄마, 많이 늦었어요, 가서 쉬세요.”한혜숙이 말했다.“내가 지키고 있을까?”“제가 지켜야 마음이 놓여요.”송연아가 말했다.한혜숙은 어쩔 수 없이 먼저 가서 쉬었다.잘 자고 있던 찬이가 몸을 뒤척이고는 잠에서 깨어난 후 몽롱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빠...”송연아가 그를 안아 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엄마 여기 있어.”찬이는 자다가 가끔 깼지만 송연아가 계속 안아주고 있어서 투정을 부리지 않았다.그리고 계속 열이 나서 그런지 정신은 혼미했다.늦은 밤 송연아는 또 찬이에게 물을 몇 차례 먹였고, 계속 미열이 있었던 찬이는 조금 나아져 아침에 음식까지 먹을 수 있었다.찬이는 그동안 계속 입맛이 없었는데 오늘 아침 음식을 먹으니 많이 기운이 나 보였다.한혜숙이 찬이를 안으며 말했다.“드디어 좀 기운을 차리는 것 같네.”송연아도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가서 좀 자는 게 어떻겠어?”한혜숙이 송연아를 보며 말했다.송연아는 기지개를 쭉 켰다.그녀는 피곤했지만 아직 24시간이 다 되지 않았다.“조금 더 기다리고요.”한혜숙도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있어 더는 말하지 않았다.“어머, 찬이 몸에 있는 빨간 뾰루지 말이야, 조금 사라진 것 같아.”한혜숙이 찬이 몸을 보더니 기쁜 얼굴로 말했다.송연아도 보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그래도 그동안
“세헌아, 장 비서가 네 옆에 그렇게나 오래 있었는데 나쁜 마음을 먹은 걸 발견 못했어?”심재경은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강세헌처럼 경계심이 강한 사람이 장 비서의 꿍꿍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니.장 비서는 진원우의 추천으로 강세헌 옆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장 비서는 원래 모든 일을 신중하게 처리했고, 게다가 진원우에 대한 믿음도 있었기에 강세헌은 장 비서에게 신경을 기울이지 않았다.‘내가 소홀히 한 거 맞네.’“원우 덕분에 여기서 일할 수 있었던 거 아니야? 그런데 왜 원우를 해치려고 했을까? 정말 은혜를 원수로 갚네.”심재경이 말했다.강세헌은 그저 덤덤한 얼굴을 보였는데 아무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다.심재경은 재미 없다고 생각하며 더는 말하지 않았다.차는 곧 낡은 건물 앞의 풀숲에 멈춰 섰다.감시하던 사람은 장 비서가 납치된 정확한 위치를 알았기 때문에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다.바닥에는 온통 조각이 난 벽돌과 썩은 나무들이 널려 있었다.그들은 먼지투성이인 계단을 지나 2층에 도착했다.앞으로 더 가서 모퉁이를 돌자, 시멘트 기둥에 묶여 있는 장 비서가 보였다.한 남자가 싸늘한 눈빛으로 장 비서를 뚫어지게 보며 말했다.“우리한테 20억을 준다면 지금 당장 풀어줄게.”장 비서가 분노의 얼굴로 말했다.“감히 날 납치해? 당신 가만두지 않을 거야.”남자는 화가 나 비서에게 귀싸대기를 후려갈겼다.“내 손에 잡혔는데도 입은 살았나 봐? 죽으려고 작정했어?”비서의 얼굴은 부르르 떨렸다.그녀의 뺨에는 선명한 손가락 자국이 남았고, 입가에는 피가 흘렀다.그만큼 남자가 방금 온 힘을 다해 귀싸대기를 날렸다는 걸 말해준다.“저 사람이랑 왜 쓸데없는 얘기를 해? 먼저 한바탕 때려!”윤소민이 어두운 곳에서 몸을 드러냈다.그녀는 장 비서에게서 돈을 뜯어내고 싶었지만, 개인적인 복수도 하고 싶었다.밖에서.심재경은 미간을 찌푸렀다.그의 예상 밖으로 윤소민도 이곳에 있었으니 말이다.하지만 그는 곧 깨달았다.‘저 남자, 윤소민과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