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민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순간 까먹었다, 심재경이 이제 예전의 심재경이 아니라는 것을!어머니를 살리기 위해서는 그녀는 참아야 했다.“줘요!”심재경이 사람을 시켜 이혼 서류를 가져왔다.윤소민은 펜을 들어 어렵게 얻은 결혼에 마침표를 찍었다.“심재경 씨, 이제부터 우리는 남남이네요.”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펜을 떨어뜨렸다.이제 심재경에 대한 사랑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온통 그녀의 집을 망가뜨린 증오뿐이다.“주겠다던 돈, 내놔요!”심재경은 소파에 앉아 말했다.“내가 왜 너한테 돈을 줘야 하지?”“이혼 서류에 사인만 하면 돈을 준다고 했잖아요, 왜 약속을 안 지켜요?”윤소민은 얼굴을 찡그렸다.심재경도 부인하지 않았다.“그때는 그렇게 말했지. 그런데 그때 사인하지 않았잖아. 이제 시간이 지나서 무효야!“나를 속여?”“속인 건 아니지. 네가 기회를 놓친 거지!”심재경은 귀찮다는 듯 소리쳤다.“당장 꺼져!”윤소민은 그냥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돈 내놔요. 엄마가 병원에 있어요. 치료하려면 그 돈이 필요하단 말이에요.”“네가 돈이 필요한 게 나와 무슨 상관이야?!”심재경은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경비를 불러달라고 했다.윤소민은 화가 났지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경비원들이 다가와 윤소민을 붙잡고 사무실 밖으로 끌고 나갔다.“심재경!”윤소민은 포효했다.그녀의 소리가 사라지자, 그는 탁자 위에 놓인 이혼 서류를 힐끗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탁자 위에 놓여 있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구애린의 전화였다.진원우의 거처를 바꾼 뒤 구애린에게 간호를 맡겼었다.“원, 원우씨가 깨어났어요.”그녀는 격동하여 말도 제대로 못 했다.심재경 역시 놀란 표정으로 반응했다.“그래요? 지금 바로 갈게요.”진원우가 깨어난 것은 기적이었다!심재경은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운전하여 목적지에 도착했다.침대에 앉아 있는 진원우를 본 다가가서 진원우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평생 누워만 있을 줄 알았잖아!”그러더
진원우가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좀 진지하게 굴어.”심재경이 말했다.“나 진지한데.”진원우가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내가 교통사고 당한 거 말이야. 장 비서 짓인 것 같아. 이 일을 빨리 대표님에게 알려야 해. 나 아직 몸이 제대로 회복하지 않았으니까 네가 대신 가서 알려줘.”“장 비서?”심재경은 그동안 자기 일에만 신경 쓰느라 강세헌에게 최근 무슨 일이 생겼는지 전혀 몰랐다.진원우가 장 비서를 언급하자 심재경은 갑자기 전에 장 비서를 향한 윤소민의 평가가 떠올랐다.‘그럼 윤소민 말이 사실이었던 거야?’“증거 있어?”심재경이 물었다.진원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만약 증거가 있었다면 그는 장 비서를 ‘의심’만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럼 세헌이한테 뭘 말해라는 거야?”“장 비서를 조심하라고.”진원우가 차가운 눈빛을 드러냈다.만약 그가 증거를 찾아낸다면 반드시 장 비서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다!심재경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지금 바로 갈게.”그는 문 앞까지 다 갔다가 뭔가 갑자기 떠올린 듯 다시 돌아서서 말했다.“네가 정신을 잃은 뒤로 구애린 씨가 계속 너를 간호했어. 아무래도 너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모양이야. 너 애린 씨 잘 대해줘, 애린 씨의 마음을 저버리지 말란 말이야.”진원우가 깨어났을 때 제일 먼저 본 사람은 구애린이어서, 그도 많이 놀랐다.놀란 와중에 그는 자기와 구애린 사이의 관계에 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그는 심재경을 재촉하며 말했다.“알겠으니까 얼른 가.”심재경은 진원우가 알아서 잘 생각하리라 믿고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그는 태상그룹에 도착했다.회사 전체가 다 알고 있었다, 장 비서와 강세헌이 곧 결혼한다는 것을.장 비서가 일부러 사람들에게 알렸다.그녀는 어렵게 강세헌과 결혼하게 되었으니 당연히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또 이렇게 해야만 그녀의 허영심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심재경은 회사에서 강세헌은 만나지 못하고, 오히려 강세헌과 장 비서가 곧
한혜숙과 오은화는 의학에 대해 잘 모르기에 송연아는 마음이 안 놓여서 직접 찬이를 돌보았는데, 조금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기에 눈을 붙일 수도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런 그녀가 안타까웠지만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해 그저 최선을 다해 그녀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려고 했다.깊은 밤, 송연아는 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너무 피곤해서 하품을 하고는 말했다.“엄마, 나 커피 한 잔 타 줘요.”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한혜숙은 그런 송연아가 안타까웠지만 도와줄 수 없어 속으로 깊은 한숨을 쉬고는 나가서 커피를 탔다.송연아는 커피를 마시며 한혜숙에게 말했다.“엄마, 많이 늦었어요, 가서 쉬세요.”한혜숙이 말했다.“내가 지키고 있을까?”“제가 지켜야 마음이 놓여요.”송연아가 말했다.한혜숙은 어쩔 수 없이 먼저 가서 쉬었다.잘 자고 있던 찬이가 몸을 뒤척이고는 잠에서 깨어난 후 몽롱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빠...”송연아가 그를 안아 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엄마 여기 있어.”찬이는 자다가 가끔 깼지만 송연아가 계속 안아주고 있어서 투정을 부리지 않았다.그리고 계속 열이 나서 그런지 정신은 혼미했다.늦은 밤 송연아는 또 찬이에게 물을 몇 차례 먹였고, 계속 미열이 있었던 찬이는 조금 나아져 아침에 음식까지 먹을 수 있었다.찬이는 그동안 계속 입맛이 없었는데 오늘 아침 음식을 먹으니 많이 기운이 나 보였다.한혜숙이 찬이를 안으며 말했다.“드디어 좀 기운을 차리는 것 같네.”송연아도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가서 좀 자는 게 어떻겠어?”한혜숙이 송연아를 보며 말했다.송연아는 기지개를 쭉 켰다.그녀는 피곤했지만 아직 24시간이 다 되지 않았다.“조금 더 기다리고요.”한혜숙도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있어 더는 말하지 않았다.“어머, 찬이 몸에 있는 빨간 뾰루지 말이야, 조금 사라진 것 같아.”한혜숙이 찬이 몸을 보더니 기쁜 얼굴로 말했다.송연아도 보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그래도 그동안
“세헌아, 장 비서가 네 옆에 그렇게나 오래 있었는데 나쁜 마음을 먹은 걸 발견 못했어?”심재경은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강세헌처럼 경계심이 강한 사람이 장 비서의 꿍꿍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니.장 비서는 진원우의 추천으로 강세헌 옆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장 비서는 원래 모든 일을 신중하게 처리했고, 게다가 진원우에 대한 믿음도 있었기에 강세헌은 장 비서에게 신경을 기울이지 않았다.‘내가 소홀히 한 거 맞네.’“원우 덕분에 여기서 일할 수 있었던 거 아니야? 그런데 왜 원우를 해치려고 했을까? 정말 은혜를 원수로 갚네.”심재경이 말했다.강세헌은 그저 덤덤한 얼굴을 보였는데 아무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다.심재경은 재미 없다고 생각하며 더는 말하지 않았다.차는 곧 낡은 건물 앞의 풀숲에 멈춰 섰다.감시하던 사람은 장 비서가 납치된 정확한 위치를 알았기 때문에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다.바닥에는 온통 조각이 난 벽돌과 썩은 나무들이 널려 있었다.그들은 먼지투성이인 계단을 지나 2층에 도착했다.앞으로 더 가서 모퉁이를 돌자, 시멘트 기둥에 묶여 있는 장 비서가 보였다.한 남자가 싸늘한 눈빛으로 장 비서를 뚫어지게 보며 말했다.“우리한테 20억을 준다면 지금 당장 풀어줄게.”장 비서가 분노의 얼굴로 말했다.“감히 날 납치해? 당신 가만두지 않을 거야.”남자는 화가 나 비서에게 귀싸대기를 후려갈겼다.“내 손에 잡혔는데도 입은 살았나 봐? 죽으려고 작정했어?”비서의 얼굴은 부르르 떨렸다.그녀의 뺨에는 선명한 손가락 자국이 남았고, 입가에는 피가 흘렀다.그만큼 남자가 방금 온 힘을 다해 귀싸대기를 날렸다는 걸 말해준다.“저 사람이랑 왜 쓸데없는 얘기를 해? 먼저 한바탕 때려!”윤소민이 어두운 곳에서 몸을 드러냈다.그녀는 장 비서에게서 돈을 뜯어내고 싶었지만, 개인적인 복수도 하고 싶었다.밖에서.심재경은 미간을 찌푸렀다.그의 예상 밖으로 윤소민도 이곳에 있었으니 말이다.하지만 그는 곧 깨달았다.‘저 남자, 윤소민과 바람
장 비서는 강세헌과 결혼해야 했기에 반드시 순결을 지켜야 했다.하지만 윤소민은 그녀를 가만둘 생각을 하지 않았다.그녀가 지금 집안이 망하게 된 건 모두 심재경이 이혼하려고 해서 생긴 것이다.심재경이 그렇게 이혼을 고집한 이유는 자기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이는 모두 장 비서의 소행이었다!“네가 나에게 200억을 준다고 해도 난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윤소민이 장 비서의 턱을 꽉 잡고는 말했다.“말해봐, 내가 어떻게 망쳐주는 게 좋을까? 얼굴부터? 별로 아름답지 않은 네 얼굴부터 망치고 네 순결까지 빼앗을까?”장 비서는 겁에 질렸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덤덤한 척했다.“감히 나에게 손을 대거나 나를 다치게 하면 돈 한 푼도 못 받을 줄 알아.”남자는 주요하게 돈을 받고 싶었을 뿐, 일을 너무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윤소민을 타일렀다.“우리가 돈을 원하는 건 사실이잖아.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돈을 주겠다고 하면 사실 우리 입장에서도 좋은 거 아니야?”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소민은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우리가 이 사람을 납치하고 돈을 뜯어냈어. 그럼 이 사람이 이 일을 깨끗하게 잊어버릴 것 같아? 우리가 돈을 가지면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아?”남자가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윤소민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장 비서를 납치한 순간부터 이미 그녀의 눈도장에 찍힌 거나 다름없었다.장 비서는 반드시 나중에 다시 복수할 것이다.“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야?”윤소민이 남자의 귓가에 속삭였다.“먼저 돈을 받고 다시 순결을 빼앗아 가는 건 어때? 저 사람의 뒷배가 강세헌이잖아. 만약 얼굴을 망가뜨리고 순결을 빼앗는다면 강세헌이 저 사람을 옆에 두겠어?”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강세헌에게 시집갈 사람이니까 강세헌이 뒷배겠지. 하지만 순결을 잃고 얼굴까지 망한다면 강세헌은 절대 저 여자와 결혼하지 않을 거야. 그럼 버림받은 주제에 우리를 뭘 어떻게 하겠어?”윤소민은 남자가 설득당한 것으로 보이자
윤소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설마 장 비서를 구하러 온 사람 아니야?”남자도 마음이 긴장되기 시작했다.그림자만 봐도 상대는 여러 명이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와 윤소민은 단둘이었고, 게다가 윤소민은 여자였다.아무리 윤소민이 남자라고 해도 두 사람은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이다.한 사람이 최소 여러 명을 상대해야 할 것 같았는데 이걸 어쩌지?“어떡해?”윤소민이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남자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지금 도망갈까?”남자가 말했다.하지만 윤소민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아직 돈을 못 받았잖아.”“돈이 중요해, 아니면 목숨이 중요해?”남자가 되물었다.윤소민은 짧게 고민하더니 대답했다.“목숨.”목숨을 잃으면 아무리 많은 돈이 있어도 무슨 소용이겠는가?“맞아. 살아있으면 언젠가는 기회가 찾아올 거야.”남자는 윤소민을 끌고 벽돌만 쌓은 창문으로 아래 단상에 뛰어내렸다. 그리고 다시 단상에서 풀숲으로 뛰어내려 도망갔다.심재경이 덤덤한 말투로 물었다.“아마 우리를 발견하고 겁에 질려 도망간 것 같아.”“따라갈까요?”강세헌의 부하가 물었다.강세헌이 대답했다.“필요 없어.”윤소민과 남자는 장 비서의 원수이지, 강세헌의 원수는 아니었다.게다가 두 사람이 한 짓은 강세헌의 마음에 쏙 들었다. 다만 강세헌이라면 더 독하게 했을 것이다!강세헌은 그래도 심재경의 의견을 한 번 더 물었다. 상대는 윤소민이었기 때문이다.“이혼했으니까 나랑 상관없는 사람이야. 윤소민이 무엇을 하려고 하든 나랑 상관없어.”심재경은 윤소민과 선을 그었다.강세헌은 뚜벅뚜벅 장 비서를 향해 걸어갔다.장 비서는 두 사람이 왜 갑자기 도망을 갔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강세헌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세헌 씨, 나 살려줘요.”장 비서는 송연아가 이미 찬이를 치료할 약을 만들어 냈다는 걸 몰랐다.송예걸도 강세헌에 의해 구해졌기에 그녀에게는 더는 강세헌의 약점이 있지 않았다.강세헌이 입을 열기도 전에 심재경이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어
그녀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입이 막혀 우물거릴 수밖에 없었다.그들은 차를 타고 떠나 지난번 별장으로 향했다.강세헌이 송연아가 죽은 줄 알고 특별히 그녀를 위해 샀던 그 별장이다.그 안에는 장 비서를 위한 많은 것들이 준비되어 있었다.그녀를 이대로 죽일 수는 없었다. 죽이기 전에 온갖 고통을 다 느끼게 하고 싶었다....별장에 도착한 후.부하는 장 비서를 바닥에 툭 내던졌다.장 비서는 한 마리의 개처럼 엎드리고 있었다.별장에는 아직도 그 시체가 남아 있었고, 물론 그 영실도 아직 있었다.별장 전체는 스산한 기운을 풍기고 있어 장 비서는 잔뜩 겁이 났다.그는 강세헌에게 찬이의 목숨이 아직 자기에게 달려있으니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아무것도 할 수 없이 자신의 운명을 기다리는 공포 때문에 그녀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너무 두려움에 질려 얼굴에 난 상처의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그녀는 강세헌 발 옆으로 기어가서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았다. 그리고 입 안의 물건을 뱉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강세헌은 그녀를 발로 걷어찼다.장 비서의 몸은 벽에 세게 부딪혔고, ‘쿵’ 소리와 함께 그녀는 뼈가 부러지는 고통을 느꼈다.그녀는 두 손으로 배를 움켜쥐며 극심한 고통에 신음했다.강세헌이 그녀에게 다가갔고, 장 비서는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그를 바라봤다.강세헌은 부하더러 그녀의 입 안에 있던 물건을 빼내라고 했다.“강세헌, 왜...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설마 아들 구하기 싫은 거야?”장 비서는 강세헌이 무엇을 가장 걱정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어 빠르게 말했다.강세헌은 그녀를 하찮은 개미를 보듯이 봤다.장 비서는 아직 상황 파악을 하지 못했다.그녀는 강세헌이 절대 치료 약물을 찾지 못할 거로 확신했다.“당신이 날 죽이면 당신 아들도 죽을 거야. 그리고 송예걸도.”장 비서는 아직도 찬이와 송예걸로 강세헌을 협박했다.하지만 이때, 그녀 앞에 두 사람이 나타났다.그녀가 매수해서 송예걸을 지키라
곧이어 장 비서의 얼굴은 살갗이 찢어져 온통 핏빛으로 붉어졌고, 그녀의 원래 모습은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팔뚝에 물린 살도 거덜거덜해졌다.현장에는 장 비서의 비명밖에 들리지 않았다.이곳은 워낙 외진 곳이라 그녀의 비명을 들을 수 있는 사람도 없었고, 오직 숲속의 새들만 놀라게 했을 뿐이다!두 남자는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점점 더 거침없이 물어뜯기 시작했다.회초리, 칼, 라이터 등 사람을 해칠 수 있는 도구란 도구는 모두 장 비서에게 사용했다.장 비서는 처음에 비명을 지르더니 나중에는 숨이 간들간들해져 고통에 몸만 부들부들 떨고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그만해.”강세헌이 말했다.두 사람이 멈추고는 바로 강세헌에게 달려갔다.“이제 저희를 놓아주시는 거죠?”강세헌은 아무 사람이나 가리키며 말했다.“당신 이만 가도 돼.”다른 남자가 불만인 듯 말했다.“제가 더 잘 괴롭혔는데요, 저를 보내주셔야 하죠.”떠나려던 남자는 일그러진 얼굴로 남은 사람을 째려보며 말했다.“헛소리 그만해. 분명 내가 더 잘 괴롭혔거든!”두 사람은 갑자기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강세헌은 일부러 두 사람을 이간질했다.그들처럼 돈으로 매수할 수 있는 양아치들을 풀어주면 그들은 또다시 나쁜 짓을 할 것이다.그래서 서로 죽이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강세헌이 말했다.“두 사람이 엇비슷하긴 했어. 이러는 건 어때? 두 사람 중에 누가 여기서 걸어 나갈 수 있으면 그 사람 풀어줄게.”이거 이간질하는 거 아니야?하지만 두 남자는 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모두 자기가 먼저 이곳을 떠나고 싶어 했다. 이익 앞에서는 양보가 없었으니 말이다.말싸움으로 주먹다짐까지 한순간의 일이었다.두 사람은 막상막하로 싸우더니 곧이어 두 사람은 모두 목숨을 잃었다.방금 장 비서를 상대할 때 두 사람은 이미 많은 힘을 썼다.점점 체력이 부족해 두 사람 모두 정신을 잃어 바닥에 엎드렸다.강세헌이 싸늘한 얼굴로 두 사람을 힐끔 보고는 말했다.“이만 가봐.”두 사람은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