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른 돌아와.”한혜숙이 당부했다.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집을 나와서 택시 타고 신고하러 경찰서로 향했다.운전기사가 강아지를 사러 간 줄 알고 일부러 운전기사를 부르지 않았다.경찰서에 도착하자 경찰이 그녀에게 물었다.“실종 신고요?”“네.”송연아가 대답했다.“실종된 지 얼마나 됐어요?”경찰이 물으며 기록했다.송연아가 대답했다.“이틀이요.”어렴풋이 48시간 지나면 신고할 수 있었던 사실이 떠올라 그렇게 대답했다.“실종자 정보요.”송연아는 알고 있는 송예걸의 정보를 모두 말했다.“전화번호 하나 남겨주세요. 소식 있으면 바로 연락드릴게요.”송연아가 말했다.“네, 알겠습니다.”전화번호를 남긴 후 그녀는 경찰서를 나섰다.대문 앞에 선 그녀는 모든 희망을 경찰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진원우가 사고를 당했기에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이런 방법밖에 취할 수 없었다.그녀는 길가에 서서 택시를 잡고 있었다.무심하게 고개를 돌렸는데 누군가가 멀지 않은 곳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그 사람은 재빨리 소나무 뒤로 숨었다.송연아는 그쪽으로 갔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해 어안이 벙벙했다.‘내가 눈이 침침해진 건가?’마침 이때 택시 한 대가 도착해 그녀는 바로 택시에 탔다.밖에서 오래 머물지 않고 바로 집으로 향했다.도착하자 그녀는 차에서 내렸다.단지 안으로 막 걸어가려 할 때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아보니 우람한 몸집의 두 검은 옷 사내가 머리에 캡 모자를 쓴 수상쩍은 사람을 잡고 있었다.송연아가 그들에게 걸어갔다.두 검은 옷 사내가 바로 말했다.“이 사람 사모님을 계속 미행했습니다.”송연아는 눈썹을 치켜들었다.‘그러니까 아까 경찰서 밖에서 내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는 거지? 정말 나를 미행하는 사람이 있었던 거야?’그녀는 그녀를 미행하는 사람의 정체가 궁금했다.“고개를 들게 해요.”송연아가 말했다.경호원이 남자의 캡 모자를 벗기고 그의 얼굴을 들었다.
경호원은 남자더러 말하라고 손짓했다.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당... 당신이 미행하라고 한 사람이,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갔어요.”“연아야...”한혜숙은 마침 찬이를 안고 밖에 나왔다. 길가에 있는 송연아를 보고는 반갑게 소리를 질렀다.전화기 너머의 사람이 이 소리를 들었는지 바로 전화를 끊었다.송연아는 그 남자의 휴대폰으로 다시 한번 전화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상대가 눈치를 챈 것이다.“만나는 곳이 있을 거 아니야?”경호원이 물었다.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있어요.”경호원이 송연아에게 말했다.“지금 당장 가보겠습니다. 어쩌면 상대를 잡을 수도 있죠.”송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경호원이 남자를 잡아 차 안에 밀어 넣었다.한혜숙이 걸어오더니 경호원과 그 남자를 보고는 물었다.“다 무슨 사람들이야?”송연아가 웃으며 말했다.“세헌 씨가 보낸 경호원들이에요.”“나쁜 사람 있어?”한혜숙이 물었다.송연아가 대답했다.“없어요.”그녀는 한혜숙이 걱정할까 봐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다.사실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의 위탁을 받고 그녀를 미행했는지, 왜 그녀를 미행했는지, 그 목적이 뭔지 그녀는 잘 몰랐다.송연아가 찬이를 안으려고 하자, 찬이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역시 피는 물보다 진했다.송연아는 기쁜 마음에 찬이를 안고 단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한혜숙이 말했다.“강아지를 데려왔어. 그런데 찬이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나 봐.”송연아가 다시 물었다.“못생겼어요?”“아니,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찬이가 좋아하지 않아. 아무래도 찬이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라서 그런 거 아닐까? 찬이는 큰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이건 너무 작아.”집으로 돌아간 송연아는 바로 강아지를 발견했다.갈색 털에 동그란 눈동자의 강아지가 앙증맞게 엎드려 있었는데 아주 귀여웠다.몸집이 작아 집에서 키우기도 적합했다.몸집이 큰 강아지는 그들이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키울 수 없었다.아무래도 마당이 딸린 별장이 아니었으니 강아지가
송연아가 답장했다.「아직 안 자요. 그 의사에 관한 단서를 찾았나요?」강세헌은 그동안 송연아에게 문자를 하거나 전화를 하지 않았었다. 그녀가 이 일 때문에 제대로 휴식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그 사설탐정은 도와주기로 했지만 아직 소식을 전해오지 않았다.송연아도 자기가 너무 다급해하는 것 같아 다시 진정하고는 말했다.「당신 쪽 일은 잘 되어가고 있어요?」「응, 이제 이틀 있으면 돌아갈 거야.」로픽 패밀리 일은 아마 내일이면 모든 게 결정될 것이다.잭슨이 로픽 패밀리의 새로운 책임자로 될 것이다.「네.」송연아는 한 글자로 대답하고는 여전히 스크린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러고는 또 한마디를 보냈다.「조심해서 다녀와요.」「응.」...두 사람 모두 한참 동안 조용했다.얼마 후, 강세헌에게서 또 문자가 왔다.「자.」송연아는 침대 옆에 앉아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그녀는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심재경은 하루 만에 성숙해진 것 같았다.그는 어머니와 맞서 싸우지도 않았고, 더는 이혼하겠다며 난리도 부리지 않았다.절대적인 권력이 없다면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쓸모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이혼하지도 못할 것이고, 심지어 안이슬이 어떻게 죽임을 당했는지도 모를 것이다.그는 먼저 윤소민의 아버지와 만나자며 약속을 잡았다.“소민이와 이혼할 수 있게 나 설득하려고 온 거야?”윤소민 아버지의 안색은 어두웠다.심재경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의 술잔에 술을 채웠다.“이혼 얘기를 꺼낸 건 제 잘못입니다. 아버님에게 그날 일로 진심으로 사과하려고 찾아온 거예요.”“소민이가 바람을 피웠다며?”“제가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습니다.”심재경이 말했다.윤소민 아버지가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그렇게 사람을 모함하면 어떻게 해? 소민이가 집안이 못한 것도 아니고, 아내로서 할 건 다 했잖아.”심재경은 고개를 푹 숙였기에 표정이 모두 가려졌다.“소민이는 좋은 여자예요, 제가 잘못했어요.”윤소민 아버지는 심재경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
“당연히 알고 있었지. 이 아이디어도 내가 냈는데 말이야!”윤소민 아버지는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했다.그는 아이디어를 냈고, 실행한 건 결국 심재경 어머니였다.그는 아이디어만 냈기 때문에 조사가 진행된다고 해도 그의 책임을 물을 수 없을 것이다.그 말을 들은 심재경은 술잔이 거의 깨질 듯이 꽉 잡았다.그는 애써 참고 있었다.“그래요? 어떻게 아이디어를 내셨어요?”심재경은 겨우 감정을 추스르고는 되도록 평온하게 들릴 수 있게 분노를 억눌렀다.“우리가 조사를 해봤는데 안이슬에게는 그 어떤 힘도 없는 것 같더라고. 어머니는 병으로 앓아 죽었고, 아버지는 재혼해서 걔한테 관심이 없었거든. 주위에 가족이 없었으니 너희 어머니에게 말했었지. 이런 사람은 사라져도 별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라고.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그냥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어.”윤소민 아버지는 눈이 점점 흐려졌지만 말은 술술 잘했다.“내가 그랬지, 생선 먹이로 바다에 버리면 시체도 못 찾을 거라고. 그런데 너희 어머니가 진짜 내 말대로 할 줄은 몰랐지. 너희 어머니는 안이슬이랑 만나자고 했는데 마침 안이슬도 너희 어머니에게 따지려는 게 있어서 서로 만나게 됐지. 나랑 너희 어머니가 안이슬의 가장 친한 친구 회사를 망하게 했거든. 그런데 안이슬은 너희 어머니가 이미 살인을 저지를 생각이 있는 걸 몰랐겠지. 안이슬이 나타나자마자 너희 어머니의 지시로 매복해 있던 사람들이 안이슬을 잡아 묶어서 주머니에 넣고는 바다에 던져버렸어.”그 말을 들은 심재경은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화가 나기도 했고, 과거의 자신이 한심하기도 했다.윤소민 아버지가 말한 얘기 중에 그조차 모르는 일이 있었다.안이슬의 아버지가 재혼하고 그녀에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렇게 사라지길 바랐어요?”심재경은 이미 숨길 수 없을 정도로 음침하고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운 목소리로 물었다.윤소민 아버지는 손을 저었다. 취기가 올랐기에 심재경의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그녀는 지금의 심재경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설마 아빠가 정말 재경 오빠를 설득한 걸까? 그래서 생각이 바뀐 건가?’윤소민은 침대에서 일어나 그의 뒤로 다가가 뒤에서 두 팔로 그를 안으려고 했다.이때, 심재경이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손에 든 휴대폰을 주머니 안에 넣었다.방금 그는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었다.“아침 먹어야지.”말을 마친 그는 방을 걸어 나갔다.윤소민도 바로 씻고 옷을 바꿔입고는 아래층으로 향했다.심재경이 아직도 있었다.그녀는 식탁 앞에 앉아서 조심스럽게 물었다.“오늘 일 많이 바빠요?”두 사람은 할 얘기가 없었기 때문에 윤소민은 계속 어색하게 말을 걸었다.심재경이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아마도...”이때 그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의미심장한 얼굴로 말했다.“많이 바쁠 거야.”“그럼 저녁에 조금 일찍 돌아올 수 있어요?”윤소민이 떠보며 물었다.심재경이 대답했다.“응.”“윙윙.”이때 테이블 위에 놓인 심재경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심재경이 느긋하게 전화를 받았는데 전화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재경아, 어젯밤에 있었던 일,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녹음 파일을 말씀하시는 거예요?”심재경이 물었다.“네가 한 짓이야?”윤소민 아버지가 따져 물었다.심재경이 덤덤한 얼굴로 대답했다.“저도 아침에 받았어요.”윤소민 아버지가 잠깐 멈칫하고는 말했다.“지금 바로 와.”“알겠습니다.”심재경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가자!”그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어디로 가는데요? 녹음 파일은 뭔데요? 방금 무슨 얘기를 한 거예요?”“너희 집으로 가면 다 알게 될 거야.”심재경이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그의 말투나 얼굴에는 전혀 감정 기복이 없었다.윤소민은 왠지 모르게 심장이 벌렁벌렁 뛰기 시작했다.심재경은 차를 운전해 윤소민을 데리고 윤씨 가문으로 왔다.윤소민 부모님은 어두운 안색으로 심재경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들이 집을 들어서자마자 윤소민 아버지가 말했다.“재경아, 나 따라와.”
심재경의 눈동자가 어두워지더니 상대의 말에 가볍게 응했다....윤씨 가문에서.윤소민 어머니는 갑자기 뒤바뀐 심재경의 태도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재경이 약 잘못 먹은 거 아니야? 아니면 태도가 180도 바뀔 리가 없잖아.”윤소민이 대답했다.“맞아요, 너무 갑자기 변하지 같아요? 그래서 저도 재경 오빠의 마음을 모르겠어요.”“네가 언제 재경이 마음을 알았다고 그래?”윤소민 어머니가 딸의 손을 꼭 잡고는 말했다.“네가 잘 알았으면 진작 쟤 마음을 돌렸겠지.”윤소민은 어머니의 말을 듣고 생각에 빠졌다.‘내가 재경 오빠의 마음을 모른다고?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윤소민 아버지가 서재에서 걸어 나오더니 아내와 딸에게 말했다.“나갔다 올게.”“아빠, 어제 재경 오빠랑 무슨 얘기 했어요?”윤소민이 그에게 달려가더니 그의 팔을 안으며 물었다.윤소민 아버지는 딸을 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계속 사과하더라고. 너랑 이혼 얘기를 꺼내는 게 아니었다면서. 잘못을 뉘우친 것으로 보여. 너도 더는 이 일로 재경이랑 싸우지 마. 남자를 자기 옆에 두려면 계속 싸우면 안 돼. 재경이한테 잘 보이는 법도 배워야지...”“재경 오빠가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했다고요?”윤소민이 의외인 얼굴로 되물었다.‘재경 오빠에게 잘 보이는 법이야, 나는 그동안 계속 잘 보이려고 애썼는데 말이야. 다만 재경 오빠가 그걸 몰라줘서 그렇지.’“아빠, 알겠어요.”“됐어, 나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말을 마친 그는 빠르게 집을 나섰다.윤소민 아버지는 바로 프로젝트를 함께 경쟁했었던 황 사장을 찾아갔다.윤소민 아버지를 본 황 사장은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전혀 놀란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그는 비서더러 윤소민 아버지를 접견실로 모시게 했고, 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리하고는 느긋하게 접견실로 걸어갔다.그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자 윤소민 아버지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당신이 나한테 녹음 파일을 보낸 거야?”윤소민 아버지는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던졌다.황
황 사장은 많은 걸 잃었다.물론 윤소민 아버지의 말도 맞았다, 그가 바람을 피운 건 사실이었으니.하지만 그가 순간적인 충동으로 저지른 실수 때문에 상대가 그에게 달라붙었다.그는 단 한 번도 이혼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그리고 내연녀에 관한 일은 다 해결했었는데 그때 윤소민 아버지가 이 모든 일을 까밝혔다.그래서 그는 아내와 이혼을 하고 아이들의 얼굴도 보지 못했다.“뭘 원하는데?”윤소민 아버지는 자기가 저지른 일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을 더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황 사장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가 먼저 말했다.“그 프로젝트는 당신에게 양보할게.”황 사장은 우스운 소리를 들은 듯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왜? 성에 안 차?”윤소민 아버지가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당연히 성에 안 차지. 고작 그거로 날 때울 생각이야?”황 사장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나 입 꾹 닫게 하려면 2000억만 내놔. 위자료 받아야겠어.”“아예 내 돈을 다 뺏지 그래.”윤소민 아버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나랑 얘기를 하기 싫다면 나도 강요하지 않겠어.”황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난 다른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어. 조심해서 가.”말을 마친 황 사장은 바로 자리를 떴다.윤소민 아버지는 돈을 낼 수 있었지만 황 사장이 부른 금액은 너무나도 컸다.‘안돼, 이 일은 반드시 재경이를 찾아야겠어. 안이슬을 죽인 건 결국 심재경 어머니니까. 이 돈은 심씨 가문에서 내는 게 맞아.’윤소민 아버지가 이렇게 계획하고는 바로 심재경을 찾아갔다....심재경이 예의를 갖추며 물었다.“어쩐 일로 오셨어요?”사실 그는 윤소민 아버지가 반드시 올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놀란 척을 했다.윤소민 아버지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 녹음 파일 말이야. 네 어머니가 사람을 죽였다는 내용이 들어있어. 만약 네 어머니를 감옥에 보내지 않으려면 넌 2000억으로 이 일을 해결해야 해.”심재경이 고개를 숙이고 물었다.“상대가 누구죠? 터무니없는 금
“예걸아... 네가 왜 여기에 있어?”송예걸을 본 순간, 그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이내 그를 혼내며 말했다.“어디 갔다 왔어?”“누나, 이 사람들보고 나 좀 놓으라고 해.”송예걸이 말했다.그는 팔이 부러질 것 같았다.송연아가 손을 내저으면서 경호원에게 말했다.“아는 사람이에요, 놓아 주세요.”경호원이 송예걸을 놓아주고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송연아가 그에게 물었다.“어떻게 된 거야? 집은 왜 팔았어?”송예걸이 말했다.“누나가 이슬 누나 찾아줄 줄 알았지. 그런데 누나가 갑자기 사라졌잖아. 강세헌도 국내에 없으니까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었어. 그래서 혼자 찾아보려고 했는데 아무 단서도 없는 거야. 완전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나 너무 속상해서 바에서 술 마시고 있는데 마침 강세헌 비서를 본 거야. 수상쩍게 어떤 남자랑 구석에서 얘기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궁금한 마음에 그 남자를 미행했어. 그런데...”그는 송연아를 보며 물었다.“내가 뭘 봤는지 알아?”“뭘 봤는데?”송연아가 재촉하며 말했다.“시간 끌지 말고 빨리 말해.”“그 남자가 트럭을 몰고 강세헌의 수행비서 있잖아, 진원우라고, 그 사람을 쳤어.”송연아의 얼굴색이 확 바뀌었다.그녀는 송예걸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확실해? 똑똑히 봤어?”“그럼, 지금 내가 그 비서 약점을 잡고 있잖아. 그래서 그 비서를 이용해 윤소민과 심재경을 이간질했지. 윤소민 제대로 대가를 치르게 했고.”그는 뿌듯한 미소를 짓더니 곧이어 축 처진 어깨로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집을 판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비서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려면 그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하잖아. 그럼 당연히 돈이 필요하지. 회사가 망해서 돈도 없고. 그래서 집에 팔 수 있는 물건을 다 판 거야.”송연아는 그를 탓하지 않았다.그도 전혀 쓸모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적어도 진원우 일은 잘 처리했으니 말이다.그가 아니었으면 아마 아무도 비서가 진원우에게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