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슬렁거리면서 들어오려는 왕호경을 말이다. 그는 고개를 내밀고 사방으로 비집고 들어올 틈을 찾았다. “대표님.”송연아가 그를 불렀다. 왕호경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송연아의 얼굴을 보더니...깜짝 놀라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그는 손으로 벽을 짚고 나서야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다. 그가 말을 더듬었다. “너, 너, 너 사람이야, 귀신이야?”송연아는 자기 얼굴의 흉터가 가려져 80%~90% 정도 원래의 얼굴로 회복했다는 것을 떠올렸다.왕호경은 송연아가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를 마주하니, 무서워하는 것이 당연했다. 송연아가 설명했다. “저 안 죽었어요.”“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죽었다가 다시 살아날 수 있어?’“지금 그걸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여기서 뭐 하세요?”송연아가 물었다. 왕호경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제가 참석할 수 없잖아요. 하지만 들어가서 듣고 싶어서요. 그래서...”“알겠어요.”송연아가 말했다. “절 따라오세요.”왕호경이 놀라며 말했다. “절 데리고 들어갈 수 있어요?”그는 많은 인맥을 찾아 부탁했어도 들어갈 수 없었다. 송연아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국내의 제일 안 좋은 부분은 모든 것을 정치적인 문제로 상승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의료 관련 지식을 더 알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설사 그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지식을 탐구하려는 권리를 앗지 말아야 했다. 지식이 없으면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보면 알게 되는 것이 아닌가?어쩌면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도 있었다. 종잇장도 맞들면 가볍다는 말도 있으니 말이다. 그녀가 앞에 있는 주임에게 몇 마디 하니 주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최측과 얘기를 나누었다. 미디브 쪽에서 건네는 얘기는 아무래도 힘이 있었다. 아무래도 미디브는 인공심장 연구개발의 최신 연구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의를 거친 뒤, 송연아는 왕호경에게 빈자리를 찾아
서류 뭉치를 든 직원 한 명이 문 앞에 서 있었다.그의 갑작스러운 침입으로 송연아의 연설이 중단되었다.그도 자신이 너무 갑자기 나타났다는 걸 알고 있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는 벽에 붙어서 걸어 나갔다.그는 문서 주러 온 것이었다.손에 들고 있는 물건 때문에 문을 열기가 어려웠던 것이었다.그러다 팔꿈치를 살짝 치켜들던 찰나, 갑자기 문이 확 열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그거로 인해 그 사람도 무척 난감해 보였다.그렇게 그 어색한 상황은 빠르게 지나갔고, 송연아도 여기에 대해 별 큰 영향은 받지 않았기에, 계속하여 연설을 진행했다.한구석 모퉁이, 강세헌이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수많은 사람은 아예 무시한 채, 강세헌의 시선은 오직 송연아한테 고정되어 있었다.그녀가 연설하고 있을 때, 그녀의 몸에서는 마치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익숙한 분야에 대한 그런 자신감이, 그녀를 더욱 매력적으로 돋보이게 했다.강세헌의 입가에는 어느새 옅은 미소가 번졌다.아마 그는 이 순간의 송연아를 보고, 마음속으로 더욱 호감을 표현하고 있을 것이다.그녀는 순진무구한 어린 여자애가 아니다.강세헌도 그녀가 연설할 때, 그녀의 말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느꼈을 것이다.그는 이런 그녀를 좋아한다.총 두 차례로, 오늘은 여기까지가 끝이다.송연아는 배를 잡고 천천히 로비로 걸어 나갔다.왕호경이 갑자기 그녀의 앞에 나타나서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여기에 관한 연구도 할 줄 몰랐어요. 조금 전의 그 연설은 진짜 엄청났어요.”그는 송연아가 이 분야에서 이렇게 잘 발전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비록 그는 많은 전문용어를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들은 듯하다.“미디브에 있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전에 저도 미국에 가서 훌륭한 젊은 의사들 좀 데려오려고 했는데, 결국은 실패했어요. 혹시 돌아와서 발전할 계획은 없으신가요?”왕호경은 끊임없이 머리를 굴렸고, 전에 진행하지 못했던 일을 다시 진행하려는 듯했다.송연아는 당분간 돌
신기하게도 심재경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강세헌은 발신자 표시를 보더니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도 이 타이밍은 생각지 못한 듯하다.한창 그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을 때쯤, 그가 스스로 먼저 찾아온 거나 마찬가지니 말이다.“도움 좀 요청하려고 전화했어.”전화기 너머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 지금 해화각에 있어. 여기로 와.”그쪽에서는 잠시 말이 없더니 곧 답했다.“알겠어.”강세헌은 핸드폰을 내린 뒤 고개를 들어 송연아를 바라봤다.“이따 여기로 올 거야. 너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여기서 해.”그가 심재경을 여기로 부른 이유는, 굳이 송연아가 거기까지 가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송연아는 머리를 끄덕였다.30분 뒤, 심재경이 도착했다.그는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그들이 있는 룸까지 들어왔다.“세...”강세헌의 이름을 부르려던 찰나, 그는 강세헌 옆에 있는 사람을 보고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그는 헛것이라도 본 듯 눈을 비비며, 여러 번 훑어봤지만, 그 사람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연아?”그는 대화를 시도해보려 했다.하지만 그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송연아의 시체도 다 봤었는데 아직 살아 있을 리가?아니면 강세헌이 그녀를 너무 그리워해서, 비슷하게 생긴 여자라도 찾은 걸까?“세헌아, 너 어디서 이렇게 연아랑 닮은 사람을 찾은 거야?”그는 의자를 빼내고 앉았다.송연아는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저 안 죽었어요.”심재경은 놀란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말하자면 길어요.”송연아는 그에게 자세하게 말해줄 생각이 없었고, 어찌 되었든 간에 이건 그녀와 강세헌 사이의 일인 것이다.“윤소민 씨의 아기, 진짜로 이슬 언니가 없앤 거예요?”심재경은 송연아가 이런 질문을 하는 거에 있어서 예상이라도 한 듯 별로 놀라진 않았다.송연아와 안이슬 사이의 관계라면 이런 일을 묻는 건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했다.안이슬의 이름이 나오자
“네?”송연아는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쳐다봤다.강세헌은 그녀에게 요리를 집어주며 말했다.“이것도 좀 먹어봐. 맛 괜찮아.”송연아는 그가 접시에 집어 준 요리를 입에 넣었다.그런데 씹다 보니 어딘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녀는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강세헌을 바라봤다.“세헌 씨, 지금 뭔가 이상한데요?”강세헌이 답했다.“아니야. 네가 생각이 많아서 그래. 얼른 먹어.”하지만 송연아의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진짜 저한테 뭐 속이는 거 없어요?”강세헌은 당당하게 답했다.“내가 널 속일 게 뭐가 있어?”그도 확실히 송연아에게 숨기는 건 없었다.다만 송예걸이 그를 찾아온 적은 있었다. 그 당시 그는 바쁜 업무 때문에 송예걸을 보진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아마 안이슬의 일이었을 것이다.그는 본인이 이 일을 신경 쓰지 못했다는 거에 대해, 송연아가 알고 화라도 낼까 봐 괜히 속으로 찔렸다.“많이 먹어.”그는 끊임없이 송연아에게 요리를 집어줬다. 그로 인해, 송연아의 접시에는 어느새 반찬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그녀는 말이 없었다,“...”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돼지인 줄 알겠다.“다 못 먹어요.”강세헌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다 못 먹겠으면 남겨도 돼.”하지만 송연아는 어딘지 모르게 계속 미심쩍었다. 갑자기 그녀는 뭐라도 생각난 듯,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진지하게 강세헌을 바라봤다.“혹시 제가 없는 동안 다른 여자가 생긴 건 아니죠?”“그럴 리가?”강세헌도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의 말에 답했다.“절대 그럴 리 없어. 난 너 이외에 절대 다른 여자와 만날 리 없거든.”“그래요?”이 부분에 관해 송연아는 다소 믿지 않는 눈치였다.미국에 있을 당시, 그녀가 제인 의사였을 때 강세헌에게 마사지도 해주었는데 그는 기억을 못 하는 걸까? 그녀에게 입맞춤도 했는데?만약 그때 그게 송연아라는 걸 몰랐다면, 그는 다른 여자한테 입맞춤 한 거나 마찬가지이다.“나 못 믿어?”강세헌의 표정도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건 물건을 깨뜨리는 소리 같았다.그녀는 문을 밀고 들어가 큰소리로 그 이름을 불렀다.“송예걸?”하지만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송연아가 방으로 들어가 보려던 찰나, 강세헌이 그녀를 끌어당겼다.“들어가지 마.”그는 그녀의 앞에 가로막으며 말했다.“내가 들어가 볼 테니, 넌 여기서 기다려.”방에 상황이 현재 어떤지 알 수 없었기에, 그는 혹시나 위험할까 봐 본인이 들어가겠다고 했다.송연아는 머리를 끄덕였다.강세헌이 들어가 보니, 송예걸은 소파에 있었다.조금 전의 그 소리는 테이블 위의 술병이 떨어지면서 깨진 소리였다.방에는 온갖 술 냄새가 풍겼고, 바닥에는 빈 술병이 굴러다녔다.송예걸은 술을 적게 마시진 않은 듯했고, 그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술 냄새는 마치 방금 술독에서 나온 사람 같았다.강세헌은 눈살을 찌푸렸다.“송예걸 맞아요?”송연아가 문밖에서 조심스레 방에 들어오려 했으며, 강세헌은 그 말에 응했다.송예걸은 방에 얼마 정도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방의 커튼은 닫힌 상태였고, 그 커튼 사이로 한 줄기의 빛이 어두운 방에 비치는 수준이었다.송예걸은 그 밝기에 적응하기 힘든 듯 손으로 눈을 가렸다.“송예걸.”송연아가 그에게 다가갔고 송예걸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바라봤다.그녀를 본 그는 깜짝 놀란 듯했다.“누나, 나보러 온 거야?”그는 송연아의 영혼이 집에 온 줄 알고 웃어 보이며 말했다.“근데 강세헌은 어떻게 같이 온 거야?”송연아의 영혼이 돌아온 건 이해는 해도 강세헌이 온건 이해가 안 되는 듯했다.강세헌이 안 죽었다고?그는 머리를 움켜잡으며 혼란스러운 듯했다.송연아는 이 진한 술 냄새를 맡고는 코를 막으며 말했다.“나 너한테 물어볼 거도 있으니, 얼른 가서 샤워하고 정신 좀 차려.”“뭐가 묻고 싶은 건데? 물어볼 거 있으면 말해봐. 내가 다 알려줄게. 아니면 뭐가 부족해서 왔나? 내가 뭐라도 태워줄...”송연아와 강세헌은 말이 없었다.“...”“정신 좀 차려.”송연아는 그제야 송예걸이 자신을
송예걸은 머리를 자른 지 오래된 듯 머리가 길고 까칠했으며, 턱에는 길고 짧은 수염도 자라났다.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자기관리를 하지 않았는진 모르겠지만, 이렇게만 봐서는 거리에서 돌아다니는 거지와 다름이 없었다.“잠깐만, 가지 마.”그는 정신이 든 듯 밖에까지 달려 나와 송연아를 불러 세웠다.“안이슬의 일에 관해 너의 도움이 필요해.”송연아는 차에 타려다 멈칫했고, 그를 바라보며 답했다.“그래, 씻고 와. 기다릴게.”송예걸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고, 빠르게 방으로 돌아가 샤워하고 면도도 했다...그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송연아는 조급함은 없었지만, 배가 더욱 커진 관계로, 오래 서 있으면 다리가 부어오곤 했다.강세헌은 그걸 캐치하고 그녀의 팔을 부축하며 말했다.“우리 차에 가서 기다리자.”송연아도 그의 말에 동의했다.대략 30분이 지났다.비록 시간은 조금 오래 걸렸지만, 송예걸이 나왔을 때는 아예 다른 사람으로 바뀐 것 같았다.그의 몸에서 술 냄새는 거의 맡을 수 없었고, 지금은 은은한 바디워시 향기만 풍길 뿐이었다.그의 방에서 술 냄새가 진동했던 이유는, 그가 며칠 동안 집을 나가지 않고, 어제까지 방에서 술을 마셨기 때문이다. 게다가 씻지 않기까지 해서 몸에서의 술 냄새도 아주 강했던 것이었다.이렇게 씻고 나니 사람 자체가 보기에도 깔끔해졌다.송연아는 그에게 차에서 말하자고 했다.방안은 역겨운 냄새 때문에 들어가기 힘들고, 밖에서의 적합한 장소는 그나마 차뿐이었다.다행히 강세헌의 차가 좋은 차라 공간도 크고 널찍했다.“이슬 언니 지금 어디 있어?”송예걸이 앉자마자, 송연아는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물었다.송예걸은 머리를 가로저었다.“나도 몰라. 나도 지금 계속 찾고 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어. 회사에서도...”그가 이토록 무너지게 된 건 회사가 망하고, 안이슬이 사라졌기 때문이다.이 두 가지 일은 그에게 있어 타격이 컸고, 그가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누나, 미안해.”송예걸은 머리를 푹 숙였고 마치
“왜 그래?”송예걸이 물었다.“언니가 절대 피할 사람이 아니야. 하지만 사라졌다는 건 설마 누구한테 납치당하거나 해코지당한 건 아니겠지?”송연아는 안이슬의 실종이 심씨 가문이나 윤씨 가문과 상관이 있을 거로 확신했다.그리고 윤소민도 착한 사람인 것 같진 않았다.만약 안이슬이 정말 납치당하거나 해코지당했다면...그녀는 상상조차 하기 싫었고 가슴이 답답했다.‘어떡하지?’강세헌도 송연아와 같은 생각이었다.멀쩡히 살아있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질 리는 없었다.그럼 안이슬은 해코지를 당하지 않았거나, 어딘가에 갇혔을 것이다.그는 송연아의 등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너무 조급해하지 마, 내가 꼭 찾아줄게.”송연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겉으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분명 그를 원망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왜 이 일을 조금 더 일찍 관심을 가지지 않았냐는 듯이 말이다.하지만 강세헌에게 그럴 의무가 없다는 것도 송연아는 잘 알고 있었다.다만 안이슬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송연아는 초조해졌고 평소보다 냉정하지 못했다.송예걸도 송연아의 원망의 눈빛을 눈치챘는지 곧바로 강세헌에게 일렀다.“나 대표님 찾아갔었어. 그런데 대표님이 나 안 만나주신 거야.”송예걸은 다급한 나머지 강세헌을 매형이 아닌 ‘대표님’이라고 불렀다.그만큼 송예걸은 강세헌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연아야...”그는 설명하려고 했다.하지만 송연아가 그의 말을 가로챘다.“알아요, 이 일은 세헌 씨 잘못이 아니에요.”‘굳이 잘못을 따지자면 내 잘못밖에 더 있겠어?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함부로 자리를 뜨는 게 아니었는데. 만약 내가 있었다면 이슬 언니는 날 찾아왔을 텐데... 그러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쁘진 않을 건데.’송연아는 머리가 복잡해 진정이 필요했다.“예걸아, 더는 술 마시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려. 너한테 부탁할 일이 있으니까.”송예걸이 고개를 끄덕이곤 대답했다.“알겠어.”...돌아가는 길에 송연아는 계속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했다.그녀는 강
강세헌이 화를 내기도 전에 고훈은 분노가 가득 찬 얼굴로 다가오며 말했다.“연아 씨!”그는 강세헌이 던져준 골칫거리를 해결하자마자 곧바로 송연아를 찾아왔다.하지만 송연아와 강세헌이 벌써 같이 있을 줄이야.‘지금 나 놀리는 것도 아니고, 뭐 하는 거야? 그리고 연아 씨는 강세헌이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어? 왜 두 사람 또 같이 있는 건데?’“연아 씨, 저한테 설명하셔야죠.”고훈은 마치 자기를 배신당한 것처럼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송연아는 고훈이 왜 자기한테 화를 냈는지도 몰라 조심스럽게 물었다.“제가 뭐 잘못했어요? 왜 고훈 씨한테 설명해야 하는데요?”고훈은 저도 모르게 흠칫했다.‘잘못한 건 없는 것 같은데...’“연아 씨가 그랬잖아요. 세헌이한테 신분을 숨기는 거 도와달라고요. 전 연아 씨를 도와드렸죠. 그런데 왜, 왜 또 저놈이랑 같이 있는 거예요? 우리의 약속에 어긋난 행동이잖아요.”고훈은 강세헌과 송연아 사이에 오해가 있는 틈을 타서 송연아의 마음을 사로잡아 강세헌의 여자뿐만 아니라 그의 아이까지 뺏어가려고 했다.하지만...모든 게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으니 그는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내가 먼저 연아를 찾아온 거야. 문제 있어?”강세헌도 차에서 내리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고훈을 바라봤다.고훈은 미국에 있을 때부터 송연아의 신분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강세훈을 속였다.만약 강세훈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그에게 못생긴 여자를 보내는 것만으로 끝내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그가 영원히 남자 노릇 할 수 없게 제대로 일격을 가했을 것이다.고훈은 송연아 앞이라고 절대 기세가 꺾이면 안 된다고 생각해 고개를 쳐들며 말했다.“당연히 문제 있지. 연아 씨가 네 여자도 아니고. 내가 찾아오고 싶다면 찾아오는 거지.”그 말을 들은 강세헌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연아가 내 여자가 아니면, 네 여자야?”강세헌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그래, 연아 씨가 네 아이를 낳아준 건 맞아. 하지만 연아 씨가 네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