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진학은 구애린에게 반찬을 올려주며 말했다. “빨리 밥 먹어.”구진학은 송연아에 대해 구애린에게 얘기하지 않았다. 송연아는 너무 많은 사람이 본인을 아는 것을 달가워 않는다. 그래서 딸인 구애린에게도 숨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호기심이 많은 구애린은 계속 꼬치꼬치 캐물었다. “아빠. 알려주세요. 진짜 너무 궁금해서 그래요.”“너는 강세헌을 보고 어땠어? 어떤 사람 같아 보여?”구진학은 일부러 화제를 돌렸고 구애린의 주의를 끄는 데 성공했다. 구애린은 구진학의 물음에 한참 생각하고 나서 대답했다. “신은 강세헌에게 우수한 피지컬과 외모를 줬지만, 그에 반해 최악의 성질머리를 준 것 같아요. 그래서 신은 늘 공평하다고 하죠.” 구애린의 대답에 구진학은 그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뭐가 그래서예요?” 구진학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구애린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구진학은 구애린이 강세헌을 만난 후, 혹시 다른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그러나 현재 구애린 표정으로도 알 수 있듯이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것 같다. 구애린은 오로지 임옥민의 산소를 찾는 것에 몰두하고 있었다.구애린의 모습에 구진학도 한시름 놓았다. 구애린은 친딸은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도 효녀다. 구애린은 구진학의 말뜻을 바로 알아차리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아빠. 나와 강세헌은 혈연관계가 있는 오빠와 동생이에요. 강세헌이 아무리 잘 생겨도 좋아할 일은 없어요. 아빠. 정신 차려요!”구애린은 두 살 때쯤 입양됐다. 너무 어린 나이에 입양돼 그 전의 일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게다가 구진학과 임옥민은 구애린을 친자식으로 여기며 키웠다. 구진학은 한 번도 구애린 앞에서 입양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었다. 구애린도 자신이 구진학과 임옥민의 친딸로 생각하며 살고 있다. “내가 멍청했어. 내가 멍청했어.” 구진학은 얼버무리며 말했다. “점심에 마신 술이 저녁이 다 돼도 안 깨네.”“아빠. 엄마가 돌아가셔서 슬픈 것은 알아요. 하지만 꼭 몸조심하셔
송연아의 대답은 구진학의 기대와 달랐다. “저도 방법이 없어요.”실제로 별 방법이 없기도 하지만 있다고 해도 송연아는 절대 말하지 않을 것이다. 송연아는 강세헌의 모든 결정을 존중한다. 항상 강세헌 입장에서 생각하며 강세헌은 당연히 엄마 아빠가 본인 혼자만의 부모님이길 바랄 것이다. 입장을 바꿔 송연아 본인이 이런 상황에 부닥쳐 있어도 똑같이 했을 것이다. 이기적이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송연아는 강세헌이 이기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임옥민이 구진학에 대해 좋은 감정이 생긴 이유는 구진학과 함께 보낸 시간이 길고 임옥민의 목숨을 살려 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구진학에 대해 호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구진학이 임옥민의 기억을 지우지 않고 데려가지 않았다면 구진학에게 호감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었다.구진학은 실망한 듯 말을 이었다.“연아 씨...”“연아 씨도 아시다시피 강세헌은 내가 본인 어머니를 해쳤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에게 산소에 대한 정보를 숨겼죠. 강세헌은 강단있는 사람이에요. 물론 연아 씨도 잘 알겠죠. 이렇게 흠잡을 데 없는 사람에게서 답변을 바라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에요.”구진학은 말을 마치고 그저 묵묵히 앉아 있었다. 강세헌은 확실히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강세헌이 말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입 밖으로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휴...”구진학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이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서 죽기 전에 애린 엄마에게 인사하러 가야 하는데... 이것도 내 욕심이겠죠?” 구진학은 송연아가 조금이라도 얘기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계속 말했다.구진학은 강세헌에 대해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해야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고 진짜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송연아는 고개를 내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구진학은 미안한 듯 손짓하며 말했다. “제가 괜한 질문을 했네요.”“아니에요.” 송연아는 대답 했다. “휴... 계속 드세요.
이름: Jane(제인)나이: 30출생지: 한국송연아는 일부러 나이를 수정했다. 이름도 현지 생활을 위해 이곳에 와서 새로 지었고 실명도 감출 필요가 있었다.그 외에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강세헌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게 다야?”왕호경은 다급한 듯 대답했다. “응. 정보가 없어. 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 여자 정보를 찾을 수가 없어. 확인된 내용들은 자료에 있는 게 전부야. 하지만 네가 허락만 하면 내가 직접 미국에 가서 제인을 만나 볼 거야. 내가 봤을 때 이 사람이 애국심이 강한 사람이면 무조건 귀국하려고 할 거야.” 강세헌은 바로 거절했다. “관심 없어.”“장 비서. 손님 가신대.”강세헌이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관심 두고 싶지 않은 프로젝트에 대해 얘기를 추가로 해봤자 시간 낭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왕호경은 포기하지 않았다. “강 대표. 연아 씨가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강세헌의 얼굴이 순식간에 변했다.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고 냉정한 모습을 유지하기위해 애쓰고 있었지만, 당장이라도 폭발할 화산처럼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왕호경은 말하자마자 후회했다. 송연아 이름을 쉽게 입에 올린다는 것은 강세헌의 화를 불러일으키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아니야. 못 들은 걸로 해. 나 이무 말 안 했어.” 말이 끝나자마자 왕호경은 바로 사무실을 나갔다. 왕호경은 얼굴의 식은땀을 닦으며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갔다. 송연아는 의사다. 그래서 일부러 송연아를 언급해 강세헌의 관심을 끌고 싶었다. 그러나 오히려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격이 됐다. 왕호경이 사무실을 나간 후, 강세헌은 이미 송연아라는 세글자에 마음의 평정을 잃었다.오늘도 강세헌은 불면증에 시달렸고 수면제조차 소용이 없었다. 초기에는 수면제 한 알로도 충분했지만 지금은 여섯 알을 먹어도 효과가 없을 정도로 약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강세헌은 수면제 한 움큼을 잡고 몇 알인지 정확히 세지도 않은채 입으로 넣고 물을 꿀꺽
왕호경이 왜 여기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송연아와 제프의 사이가 좋기는 하지만 제프가 먼저 밥 먹자고 제안한 것은 처음이었다. 사실, 이때부터 의아했었다. 오늘의 밥 한 끼가 예사롭지 않을 거라는 느낌에 송연아는 레스토랑에 들어가지 않았다. 왔던 길 그대로 뒤돌아 걸었고 제프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급한 일이 있어 약속 못 나갈 것 같아요.」송연아는 혼자서 낯선 나라의 번화가를 천천히 걷고 있었다.베이지색 원피스에 같은 계열의 카디건을 걸쳤고 스카프가 머리부터 얼굴 그리고 목까지 감싸고 있었다. 송연아는 두 손으로 팔을 감싸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로움이다.송연아는 걸음 속도를 늦춰 거리의 풍경을 천천히 감상하고 있었다. “맞아. 알 것 같아.” 고훈은 휴대전화를 보며 걷다가 마주 오는 사람과 부딪쳤다. 사과하려고 뒤돌아 고개를 들어보니 못생긴 그 여자였다. 그러나 스카프로 얼굴의 흉터를 감추고 있어 이마와 눈썹만 보였고 불현듯 누군가를닮은 것 같은 느낌에 고훈은 흠칫 놀라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송연아는 재빨리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숙이고 빠른 속도로 앞으로 걸어갔다. 고훈은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뒤따라갔다. “여보세요. 저기 못생긴 여자. 왜 도망가요? 내가 어디 잡아먹기라도 하나요?”송연아는 머리를 숙인 채 대꾸하지 않았다. 고훈은 송연아 팔을 잡으며 멈춰 세우려 했다. “지난번에 제 신 망가뜨린 거 배상하세요. 안 그러면 못 보내요.”고훈은 송연아 팔을 더 힘껏 잡았다. 그때 바람이 불어왔고 송연아 얼굴을 가렸던 스카프가 어깨로 흘러 내려왔다. 송연아의 흉터를 본 고훈은 너무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흉터 모양이 너무 흉악했고 차마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송연아는 고훈의 손을 뿌리치고 재빨리 얼굴을 가렸다. 고훈은 송연아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별다른 뜻은 없어요. 이렇게 해외에서 우리나라 사람을 만나니 고향 친구 같아 반가워서 그래요. 다른 사람과 소통할 때는 전부 영어로
고훈은 송연아 목에 걸린 사원증을 보며 물었다. “제인?”고훈은 내심 기뻤다. “진짜 내가 아는 사람일 줄은 몰랐어요. 미디브연구소에서 일하는 것도 몰랐고요. 안 그래도 지금 대책이 없어 어떡하나 했는데.”송연아는 고훈의 눈썰미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송연아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음에도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고훈은 강세헌이 인공심장에 투자하기 위해 미디브 사람을 스카우트할 거라는 정보를 들었다. 강세헌이 하는 일은 실패한 적이 없다. 그래서 고훈은 강세헌 보다 한발 앞서 사람을 데려가야 했다. 고훈은 직접 투자해 인공심장을 연구할 계획이었지만 사실 이 부분에 대해 전혀 아는게 없었다. 가까이 알고 지내는 사람조차 없으면서 무턱대고 멍청하게 여기로 왔다가 대문 앞에서 제지당했다.어떻게 할지 몰라 안절부절하고 있을 때 송연아를 본 것이다. 고훈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송연아 팔을 잡으며 말했다. “나 따라와요.”송연아는 아무 말 없이 옆 난간을 꽉 잡고 있었다. 고훈이 고개를 돌려 송연아를 바라봤다. 눈과 이마만 보였지만 저도 모르게 송연아를 떠올렸다. “송연아?”마음속으로 했던 생각이 입 밖으로 나와버렸다. 고훈이 무의식적으로 한 말이었지만 송연아는 깜짝 놀라 당황해하고 있었다. 송연아는 빨리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송연아의 경황실색한 모습에 고훈은 어리둥절했다. 송연아의 당황함과 두려움이 고훈의 눈에 그대로 보였다. 고훈의 이런 상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당신 도대체 누구예요?” 고훈은 송연아 마스크를 내리고 목과 얼굴의 흉터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이 흉터는... 화상흉터였다!송연아가 어떻게 죽었는지 떠올려 보면 화상과 연관이 있다. 화상 때문에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었다. “혹시...?”고훈은 눈앞의 광경에 또 한 번 경악을 금치 못했다. 화상흉터가 확실했다.“살아 있었어요?”송연아는 고개를 숙인 채 영어로 낮게 대답했다.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송연아는 말이 끝나자마자 잡힌 팔을 힘껏
고훈은 혼자 낮은 소리로 되는 일이 없다고 중얼거렸다.재빨리 송연아 앞으로 가서 몸으로 송연아를 최대한 안 보일 수 있게 가려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저 사람 강세헌의 사람이예요. 미디브에 스카우트하러 왔대요.”고훈이 말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 왕호경이 있었다. 이때 제프가 송연아를 불렀다. “제인 씨, 왕 선생님이 진심으로 제인 씨 만나 뵙고 싶어 해요. 조금만 시간 내줄 수 없을까요?”고훈은 어안이 벙벙했다. 강세헌이 스카우트하려던 사람이 송연아라는 것을 알고 나니 더 기가 막혔다.송연아는 제프를 보며 말했다. “낮에도 말했듯이 생각 없어요. 고민하고 싶지도 않고요.”말이 끝나자마자 송연아는 고훈과 같이 자리를 떠났다. 제프도 방법이 없었다. 이런 일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제프는 왕호경을 보며 말했다. “저에게 알려주셨던 얘기들은 다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승낙을 안 하네요.”왕호경은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왕호경의 눈이 반짝이더니 제프를 향해 말했다. “제가 봤을 때, 제프 씨도 적합한...”제프는 손사래를 치며 왕호경의 말을 끊었다. “아니요. 저는 아니에요.”“하지만...”“아니라니까요?!” 제프는 단호하게 말했다. 왕호경은 풀이 죽어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송연아에 이끌려 자리를 벗어난 고훈이 물었다. “반년 만에 영어를 이렇게 잘할 수 있어요?”송연아의 영어 실력은 듣는 사람이 감탄을 금치 못하게 했다. 송연아는 별일 아닌 듯 대답했다. “원래 좀 했었어요.”송연아의 말에 할 말이 없었지만 고훈은 다시 물었다. “그래요? 그러면 영어 외에 또 어떤 게 가능해요?”“불어, 독일어, 스페인어요.” 송연아가 대답했다. 고훈은 송연아 능력에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많이 알아요?”“배울 수밖에 없었어요.” 송연아는 대답했다. “배울 수밖에요?” 고훈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송태범의 목적을 생각하니 강세헌이 떠올랐고 갑자기 울컥했다. 송연아는
“어떻게...”고훈은 충격에 휩싸여 말을 잇지 못했다. 송연아가 입을 였었다. “미디브 배후에 있는 투자자예요.”송연아의 말에 고훈이 대답했다. “네. 그래 보여요. 로픽도 유명한 재벌가예요. 19세기부터 발전하기 시작한 인류역사상 첫 억만장자예요. 지금까지 로픽 패밀리가 미국 석유를 독점한 기간이 85년이예요. 이 외에도 여러 분야에 나뭇가지처럼 많이 분포되어 있어요.”고훈은 말이 끝나자마자 고개를 들어 송연아에게 물었다. “이것을 나에게 보여준 이유는요?”고훈의 물음에 송연아가 대답했다. “저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미디브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너무 많아요. 여기 일하는 분위기도 너무 좋고요. 오늘 미디브 앞에 있던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었어요. 그 사람은 왕호경이에요. 제약 쪽 기업인이죠. 포부도 있고 꿈도 큰 사람이에요. 여기 온 이유가 아마 미디브 연구 성과가 전 세계에서 독점하는 것을 막기위해서...”송연아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런데 절대 쉽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제 생각은 고훈씨가 미디브 배후에 있는 투자를 분산시킬 수 없을지 해서요. 이러면 한 곳에서 독점하는 것은 막을 수 있어요.”고훈은 바로 대답했다. “나는 안 돼요.”그리고 바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강세헌은 가능하죠. 연아 씨가 모를 수도 있는데 연아 씨가 없어진 이후부터 강세헌은 오로지 일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일이 년만 더 있으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수도 있어요.”고훈말을 들은 송연아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연예인도 아닌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다는 말이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연아 씨가 강세헌 만나러 못 가니까 이 일은 나에게 맡기세요.” 고훈이 말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송연아는 자료를 건네며 말했다. 고훈은 웃으며 대답했다. “도움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네요.”고훈은 송연아가 왜 외부에 본인이 죽었다고 했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얘기를 하지 않는 데는 송연아만의 생각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한가지, 송연
송연아는 이른 아침부터 펼쳐진 황당한 상황에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송연아는 고훈의 행동이 어이가 없어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아침 사 왔어요. 이제부터 날마다 아침 배달하러 올게요.” 고훈은 묻지도 않고 바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송연아는 하얀 레이스가 달린 빈티지 스타일의 원피스 잠옷을 입고 있었다.발목까지 오는 치마 길이는 송연아의 배를 전부 감싸고 있었다. 송연아는 배를 만지며 고훈을 따라 주방으로 걸어갔다. “나에게 아침 배달할 시간에 귀국해서 강세헌이나 설득해요.”송연아의 말에 고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침부터 재수 없는 사람의 이름을 듣고 싶지 않았다. “오늘 아침같이 먹으면 갈게요.”송연아는 천천히 걸어와 의자에 앉아 고훈을 보며 말했다. “고훈 씨. 어린애 아니잖아요. 유치하게 행동하지 마세요.”고훈은 불쾌한 듯 대답했다. “뭐가 유치한데요?”고훈은 진짜 아침만 배달해 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어딘가에서 여자들은 자상한 남자를 좋아한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오늘 아침부터 이렇게 노력하고 있었다. “지금 하는 행동들이 유치하다고요.” 송연아가 대답했다. 고훈은 눈을 깜박이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어요. 오늘 아침이 입에 안 맞는다는 뜻이죠? 다음번에는 다른 메뉴로...”“고훈 씨...”“됐어요. 빨리 앉아 아침이나 먹어요. 저 비행기 시간 늦어요.” 고훈은 송연아 말을 끊었다. 송연아는 한숨만 내쉬었다. “한숨 자주 쉬면 태아에 안 좋아요. 빨리 밥이나 먹어요.” 고훈은 송연아를 재촉했다. “양치만 하고 올게요.” 송연아가 대답했다.....고훈이 귀국했다. 그리고 왕호경도 귀국했다. 고훈과 같은 비행기였다. 더 교묘한 것은 고훈이 강세헌 회사에 왔을 때 왕호경도 있었다.왕호경이 고훈보다 한발 먼저 도착한 듯했다. 왕호경의 실행계획서는 이미 다 완성되었다.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왕호경은 인공심장 관련 지식과 개념을 많이 알게 되어 더 자신이 있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