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훈은 송연아 목에 걸린 사원증을 보며 물었다. “제인?”고훈은 내심 기뻤다. “진짜 내가 아는 사람일 줄은 몰랐어요. 미디브연구소에서 일하는 것도 몰랐고요. 안 그래도 지금 대책이 없어 어떡하나 했는데.”송연아는 고훈의 눈썰미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송연아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음에도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고훈은 강세헌이 인공심장에 투자하기 위해 미디브 사람을 스카우트할 거라는 정보를 들었다. 강세헌이 하는 일은 실패한 적이 없다. 그래서 고훈은 강세헌 보다 한발 앞서 사람을 데려가야 했다. 고훈은 직접 투자해 인공심장을 연구할 계획이었지만 사실 이 부분에 대해 전혀 아는게 없었다. 가까이 알고 지내는 사람조차 없으면서 무턱대고 멍청하게 여기로 왔다가 대문 앞에서 제지당했다.어떻게 할지 몰라 안절부절하고 있을 때 송연아를 본 것이다. 고훈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송연아 팔을 잡으며 말했다. “나 따라와요.”송연아는 아무 말 없이 옆 난간을 꽉 잡고 있었다. 고훈이 고개를 돌려 송연아를 바라봤다. 눈과 이마만 보였지만 저도 모르게 송연아를 떠올렸다. “송연아?”마음속으로 했던 생각이 입 밖으로 나와버렸다. 고훈이 무의식적으로 한 말이었지만 송연아는 깜짝 놀라 당황해하고 있었다. 송연아는 빨리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송연아의 경황실색한 모습에 고훈은 어리둥절했다. 송연아의 당황함과 두려움이 고훈의 눈에 그대로 보였다. 고훈의 이런 상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당신 도대체 누구예요?” 고훈은 송연아 마스크를 내리고 목과 얼굴의 흉터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이 흉터는... 화상흉터였다!송연아가 어떻게 죽었는지 떠올려 보면 화상과 연관이 있다. 화상 때문에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었다. “혹시...?”고훈은 눈앞의 광경에 또 한 번 경악을 금치 못했다. 화상흉터가 확실했다.“살아 있었어요?”송연아는 고개를 숙인 채 영어로 낮게 대답했다.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송연아는 말이 끝나자마자 잡힌 팔을 힘껏
고훈은 혼자 낮은 소리로 되는 일이 없다고 중얼거렸다.재빨리 송연아 앞으로 가서 몸으로 송연아를 최대한 안 보일 수 있게 가려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저 사람 강세헌의 사람이예요. 미디브에 스카우트하러 왔대요.”고훈이 말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 왕호경이 있었다. 이때 제프가 송연아를 불렀다. “제인 씨, 왕 선생님이 진심으로 제인 씨 만나 뵙고 싶어 해요. 조금만 시간 내줄 수 없을까요?”고훈은 어안이 벙벙했다. 강세헌이 스카우트하려던 사람이 송연아라는 것을 알고 나니 더 기가 막혔다.송연아는 제프를 보며 말했다. “낮에도 말했듯이 생각 없어요. 고민하고 싶지도 않고요.”말이 끝나자마자 송연아는 고훈과 같이 자리를 떠났다. 제프도 방법이 없었다. 이런 일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제프는 왕호경을 보며 말했다. “저에게 알려주셨던 얘기들은 다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승낙을 안 하네요.”왕호경은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왕호경의 눈이 반짝이더니 제프를 향해 말했다. “제가 봤을 때, 제프 씨도 적합한...”제프는 손사래를 치며 왕호경의 말을 끊었다. “아니요. 저는 아니에요.”“하지만...”“아니라니까요?!” 제프는 단호하게 말했다. 왕호경은 풀이 죽어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송연아에 이끌려 자리를 벗어난 고훈이 물었다. “반년 만에 영어를 이렇게 잘할 수 있어요?”송연아의 영어 실력은 듣는 사람이 감탄을 금치 못하게 했다. 송연아는 별일 아닌 듯 대답했다. “원래 좀 했었어요.”송연아의 말에 할 말이 없었지만 고훈은 다시 물었다. “그래요? 그러면 영어 외에 또 어떤 게 가능해요?”“불어, 독일어, 스페인어요.” 송연아가 대답했다. 고훈은 송연아 능력에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많이 알아요?”“배울 수밖에 없었어요.” 송연아는 대답했다. “배울 수밖에요?” 고훈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송태범의 목적을 생각하니 강세헌이 떠올랐고 갑자기 울컥했다. 송연아는
“어떻게...”고훈은 충격에 휩싸여 말을 잇지 못했다. 송연아가 입을 였었다. “미디브 배후에 있는 투자자예요.”송연아의 말에 고훈이 대답했다. “네. 그래 보여요. 로픽도 유명한 재벌가예요. 19세기부터 발전하기 시작한 인류역사상 첫 억만장자예요. 지금까지 로픽 패밀리가 미국 석유를 독점한 기간이 85년이예요. 이 외에도 여러 분야에 나뭇가지처럼 많이 분포되어 있어요.”고훈은 말이 끝나자마자 고개를 들어 송연아에게 물었다. “이것을 나에게 보여준 이유는요?”고훈의 물음에 송연아가 대답했다. “저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미디브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너무 많아요. 여기 일하는 분위기도 너무 좋고요. 오늘 미디브 앞에 있던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었어요. 그 사람은 왕호경이에요. 제약 쪽 기업인이죠. 포부도 있고 꿈도 큰 사람이에요. 여기 온 이유가 아마 미디브 연구 성과가 전 세계에서 독점하는 것을 막기위해서...”송연아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런데 절대 쉽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제 생각은 고훈씨가 미디브 배후에 있는 투자를 분산시킬 수 없을지 해서요. 이러면 한 곳에서 독점하는 것은 막을 수 있어요.”고훈은 바로 대답했다. “나는 안 돼요.”그리고 바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강세헌은 가능하죠. 연아 씨가 모를 수도 있는데 연아 씨가 없어진 이후부터 강세헌은 오로지 일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일이 년만 더 있으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수도 있어요.”고훈말을 들은 송연아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연예인도 아닌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다는 말이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연아 씨가 강세헌 만나러 못 가니까 이 일은 나에게 맡기세요.” 고훈이 말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송연아는 자료를 건네며 말했다. 고훈은 웃으며 대답했다. “도움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네요.”고훈은 송연아가 왜 외부에 본인이 죽었다고 했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얘기를 하지 않는 데는 송연아만의 생각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한가지, 송연
송연아는 이른 아침부터 펼쳐진 황당한 상황에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송연아는 고훈의 행동이 어이가 없어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아침 사 왔어요. 이제부터 날마다 아침 배달하러 올게요.” 고훈은 묻지도 않고 바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송연아는 하얀 레이스가 달린 빈티지 스타일의 원피스 잠옷을 입고 있었다.발목까지 오는 치마 길이는 송연아의 배를 전부 감싸고 있었다. 송연아는 배를 만지며 고훈을 따라 주방으로 걸어갔다. “나에게 아침 배달할 시간에 귀국해서 강세헌이나 설득해요.”송연아의 말에 고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침부터 재수 없는 사람의 이름을 듣고 싶지 않았다. “오늘 아침같이 먹으면 갈게요.”송연아는 천천히 걸어와 의자에 앉아 고훈을 보며 말했다. “고훈 씨. 어린애 아니잖아요. 유치하게 행동하지 마세요.”고훈은 불쾌한 듯 대답했다. “뭐가 유치한데요?”고훈은 진짜 아침만 배달해 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어딘가에서 여자들은 자상한 남자를 좋아한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오늘 아침부터 이렇게 노력하고 있었다. “지금 하는 행동들이 유치하다고요.” 송연아가 대답했다. 고훈은 눈을 깜박이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어요. 오늘 아침이 입에 안 맞는다는 뜻이죠? 다음번에는 다른 메뉴로...”“고훈 씨...”“됐어요. 빨리 앉아 아침이나 먹어요. 저 비행기 시간 늦어요.” 고훈은 송연아 말을 끊었다. 송연아는 한숨만 내쉬었다. “한숨 자주 쉬면 태아에 안 좋아요. 빨리 밥이나 먹어요.” 고훈은 송연아를 재촉했다. “양치만 하고 올게요.” 송연아가 대답했다.....고훈이 귀국했다. 그리고 왕호경도 귀국했다. 고훈과 같은 비행기였다. 더 교묘한 것은 고훈이 강세헌 회사에 왔을 때 왕호경도 있었다.왕호경이 고훈보다 한발 먼저 도착한 듯했다. 왕호경의 실행계획서는 이미 다 완성되었다.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왕호경은 인공심장 관련 지식과 개념을 많이 알게 되어 더 자신이 있었다. 그
“얘기 다 했어?”고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어느 정도...”“그럼 꺼져!”강세헌은 낮은 목소리로 말 했지만 화가 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고훈은 자신이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강세헌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강세헌. 네가 없으면 일이 안 될 거라는 생각 따윈 집어치워. 이번 일은 내가 할 거야. 돈 많이 벌어. 나중에 죽은 후에 써보지도 못한 채 돈만 잔뜩 남아있게.”말이 끝나자마자 고훈은 사무실을 나갔다. 강세헌이 대꾸할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다. 강세헌과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강세헌이 어떤 성격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 자리에 계속 있으면 무조건 가차 없이 공격당할게 뻔했다. 고훈이 바보 멍청이가 아닌 이상 강세헌이 공격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사무실 안에서 강세헌은 손에 쥔 볼펜을 내려 놓고 눈살을 찌푸렸다. 고훈의 말들이 신경 쓰였는지 마음이 심란해 보였다.강세헌은 내선 전화 버튼을 누르고 말해다. “진원우보고 들어오라고 해.”전화기 너머로 장 비서가 대답했다. “알겠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진원우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강 대표님.”강세헌은 진원우가 들어오자마자 자료를 건네며 말했다. “로픽 패밀리를 조사해 봐. 사소한 것까지 전부.”진원우는 두 눈을 깜박이며 중얼거렸다. “저희와 비즈니스 관계가 없는데…”진원우는 회사 업무를 빠짐없이 전부 파악하고 있다. “토 달지 말고 해 .” 강세헌은 귀찮아하며 대답했다. 마음이 복잡해서인지 아니면 약을 너무 많이 먹어서인지 강현우는 자주 두통을 앓고 있었다. 온 힘을 다해 참고는 있지만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빛에 비쳐 유난히 더 눈에 띄었다. 송연아가 죽은 후, 강세헌은 정서가 불안정해져 쉽게 화냈고 성격도 더 거칠어졌다. 이렇게 지내다가는 나중에 어떻게 변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송연아를 빨리 잊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진원우 머릿속에 맴돌았다.진원우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사무실을 나갔다.
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고훈은 잠깐 멈칫했지만 이내 몸을 돌렸고 멀지 않은 곳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뒤에서 남의 흉이나 보고 일부러 먹칠하고 헐뜯는 사람이 더 못된 사람 아니에요? 우리 강 대표님, 성격은 안 좋아도 고훈 씨 보다는 훨씬 더 남자다워요!”진원우가 강세헌의 심부름을 하러 가는 길에 회사를 나왔다가 듣게 되었다. 회사 대문을 이제 막 나왔는데 고훈의 터무니 없는 말들이 들려 말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걸어갔던 것이다.고훈이 하는 말들을 듣고 있자니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고훈 씨. 남자로 태어나서 입이 왜 이렇게 가벼워요. 비즈니스가 항상 강 대표님보다 안 되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알아요?”고훈은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무엇 때문인데요?”묻자마자 고훈은 후회했다. 이유를 묻는다는 것은 본인이 강세헌보다 못났다는 것을 인정해 버리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물었던 말을 다시 번복하려 할 때 진원우가 먼저 대답했다. “고훈씨는 비열하고 옹졸해요. 무능하고 뻔뻔하면서도 교활하고 어리석어요.”고훈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욕을 퍼붓고 싶었지만 적당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진원우 씨! 머리에 똥만 들었어요?”“나는 고훈씨가 한 말을 그대로 돌려드린 것뿐이에요. 머리에 똥이 들어가 있는 게 누군지 본인에게 물어봐요.” 진원우는 하찮은 표정으로 비웃으며 말했다. “당신같이 한가한 인간에게 낭비할 시간이 없어요.”말을 끝내고 진원우는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잠깐! 고훈은 갑자기 방금까지 했던 전화를 끊지 않은 게 생각났다. 진원우와 한 대화를 송연아가 들었을 생각을 하니 고훈은 당장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천천히 휴대전화를 들어 화면을 보니 통화 중이라는 단어가 선명하게 떠 있었다. 방금 한 얘기들을 송연아가 전부 들어버렸다. 고훈은 송연아 앞에서 이미지만 더 깎이는 꼴이 됐다. 전혀 남자답지 못한 행동이었다는 생각에 스스로 뺨을 여러 대 때리고 싶었다. 왜 하필 강세헌 회사 앞에
송연아는 어리둥절했고, 잠시 당황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익명으로 보냈는데 진원우가 이렇게 빨리 회신이 올 줄은 몰랐다. 불현듯 진원우가 했던 일들이 생각났다. 진원우는 강세헌을 도와 모든 일을 처리한다. 익명 메일 하나 정도 확인하는 것은 진원우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진원우에게 자신이 송연아임을 알릴 수 없었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중에 또 한 통의 메일이 왔다. [도대체 누구예요? 내가 로픽을 조사하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어요?]메일로도 진원우가 경계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송연아가 보낸 자료도 쉽게 믿지 않았다. 어떻게 답장할지 몰라 당황해하던 송연아는 갑자기 고훈을 떠올렸다. [저 고훈이예요.]누군지 대답하지 않으면 끝까지 추적할 것 같았다. 진원우도 고민하는 것 같았지만 고훈이라는 말에 의외인 느낌도 받은 듯했다.송연아는 오늘 고훈이 강세헌을 만나러 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내용으로 또 한 통의 메일을 썼다.[오늘은 강세헌에게 로픽패밀리와 미디브연구센터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 만났어요.]진원우는 메일을 보고 나서야 강세헌이 갑자기 로픽을 조사하라고 한 것이 이해됐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데 왜 직접 휘두르지 않아요?] 진원우가 물었다. [능력이 안 돼서요.]송연아는 고훈을 못 믿는 게 아니다. 단지 일 처리하는 능력은 확실히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송연아의 회신에 진원우는 소리내 웃었다.생각보다 고훈이 본인 주제 잘 알고 있는 듯했다.오늘 메일 내용은 진원우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진원우는 다시 답장을 보냈다.[고마워요.]송연아는 TV를 보면서 안도의 숨을 연신 쉬고 있었다. 어느 정도 얼렁뚱땅 잘 넘어갔다고 생각했다. 배 속에 있는 아기도 엄마의 긴장감을 느꼈는지 조금 전까지 조용히 있다가 지금 다시 배 안에서 빠르게 움직였다.아기 때문에 잠에 들지 못할 정도로 배가 심하게 움직였다. 송연아는 자세를 고쳐 옆으로 누웠고 흉터가 있는 볼이 베개 아래에 파묻혔다.
강세헌은 계속된 불면증과 과도 복용한 수면제 때문에 두통이 심해졌다. 진원우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강세헌을 병원에 데려갔다. 검사해 보니 역시나 수면제 부작용이었다. 의사는 계속 이렇게 과다복용할 경우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의사가 진정제를 놓자, 강세헌은 그제야 잠이 들었다. 진원우는 병원 복도에 나와 임지훈에게 전화했다. “대표님 지금 병원에 있어. 의사 선생님 얘기로는 수면제를 더 이상 복용하면 안 된대. 물리적인 방법으로 잠이 들어야 한대. 그런데 너도 대표님 성격 알잖아...”진원우는 혼자서 어떻게 할지 몰라 임지훈에게 전화해 상의하고 있었다. 진원우가 복도 창문 앞에서 전화하며 서성일 때 송연아가 걸어왔다. 흰 가운을 입고 있었고 모자는 얼굴을 가릴 수 있는 최대치로 푹 눌러썼으며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병문 앞에 멈춰선 송연아는 유창한 영어로 진원우를 향해 말했다. “환자분 잠깐 검진이 필요합니다.”“나 지금 일이 있어서 먼저 끊을게.” 진원우는 임지훈에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진원우는 송연아 앞으로 걸어와 물었다. “방금 검진 다 하지 않았나요?”“저는 수면 깊이를 측정하러 왔습니다. 병실 들어오지 말아 주세요.” 송연아가 대답했다. 진원우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송연아는 직업의 편리를 이용하여 순조롭게 병실에 혼자 들어갔다. 이 병원은 미디브 연구센터 소속 병원이다. 강세헌이 병원에 들어왔을 때 송연아는 이미 강세헌을 발겼했다. 단지 다른 의사가 담당하게 되어 송연아가 간섭할 수 없었다. 대신 추후 진료는 그 의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송연아가 하기로 했다. 사실 송연아는 수면 깊이를 측정하러 온 게 아니다. 강세헌은 오늘, 이 진정제를 맞고 하루 내내 푹 잘 수 있다. 단지 송연아는 이 핑계로 강세헌을 보고 싶었다. 송연아가 천천히 걸어와 강세헌이 누워있는 침대 옆에 앉았다. 7개월 만이다. 길고도 짧은 시간이었다. 송연아의 눈이 누워있는 강세헌 얼굴로 향했고 떨리는 눈빛은 벌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