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05화

작가: 김세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송연아가 고개를 돌리자 최지현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녀와 주혁은 나란히 걷고 있었고 그 뒤에는 경호원 두 명이 따랐다.

고훈은 원래 화가 나 있었는데, 최지현이 또 듣기 싫게 말하니 바로 되받아쳤다.

“싸우든 말든, 장난치든 말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

최지현의 안색은 순간 바뀌었다.

“말 그따위로 할래?”

“네가 먼저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했잖아.”

고훈은 마침 화를 낼 구멍이 없었는데, 최지현이 먼저 시비를 걸자 그는 이때다 싶었다.

“너...”

최지현도 속에 화가 가득했다.

지난번에 송연아의 함정에 걸려들었기 때문이었고, 주혁이 그녀가 고의로 아이를 뗀 것을 알아 그녀에게 매우 실망했다.

그래서 그는 이젠 그녀에게 자유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최지현이 어디를 가든지 뒤에는 꼭 이 두 명의 경호원이 따라다녔다.

사실 주혁은 그녀의 외출조차 허락하지 않았는데, 거의 감금이나 마찬가지였다.

주혁은 최지현이 임신해서 애를 낳으면 자유를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아이를 낳기 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주혁은 이제 최지현이 아무 일도 못하게 할 것이고, 게다가 그녀를 도와서 그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아이를 지운 일은 정말 그를 속상하게 했다.

자유가 없는 최지현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속으로 화가 치밀었기에 당연히 송연아를 보고 좋은 말이 나올 수가 없었다.

이득을 못 볼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기분이 더욱 우울해졌다.

“너를 보면 진짜 사랑에 미친 어리석은 사람 같아!”

최지현은 눈을 부릅떴다.

고훈은 냉소적으로 말했다.

“내가 너한테 미쳤니?”

최지현은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

주혁은 그녀를 제지했다.

“넌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것이지 다른 사람과 싸우러 온 것이 아니야.”

그는 예전처럼 최지현을 고분고분 따르지 않았다.

최지현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

성이 났지만, 그가 말리니 이쯤에서 그만두었다.

“가자. 예약한 시간이 다 됐어.”

주혁이 말했다.

최지현은 병원에 오는 것을 싫어했다.

“다음부터는 안 오면 안 돼?”

주혁은 바로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미친 그날 밤   제406화

    송연아는 자신이 한 말을 재빨리 머릿속으로 되새겼다. 그녀가 틀린 말을 하지는 않은 것 같다.“엄마,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너 세헌이랑 싸웠지?”한혜숙이 날카롭게 물었다.송연아는 바로 정신을 차렸다.“아니에요. 우리 잘 지내요, 엄마는 제가 잘 안 되기를 바라세요?”“아니야, 당연히 네가 잘 되기를 바라지. 난 그냥...”“오해하셨어요. 우리 둘은 잘 지내고 있어요.”송연아는 먼저 대화의 주도권을 잡았다.“정말이지?”한혜숙은 여전히 걱정되었다.“정말이죠.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우린 정말 잘 지내고 있어요. 쓸데없는 걱정 하지 않으셔도 돼요.”그녀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한혜숙도 자신이 쓸데없는 생각을 한 것 같았다.“알았어.”한혜숙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너희들을 오랜만에 보는 건데, 그동안 많이 보고 싶었거든.”송연아가 말했다.“제가 찬이를 데리고 보러 가도 똑같아요.”“넌 지금 세헌이와 부부야. 그는 내 사위고, 내 아들과 다름이 없는데, 어떻게 똑같니.”송연아는 지금 자신과 강세헌의 관계를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했고, 최대한 자신의 목소리가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들리게 하고 싶었다.“엄마, 저 아직 일이 있어서 퇴근 후에 찬이 데리고 갈게요. 장 좀 많이 보셔도 돼요. 저랑 찬이 밥 먹고 갈 거예요.”한혜숙이 말했다.“좋지.”송연아는 전화를 끊고 계속 책을 읽었다.퇴근 후, 그녀는 돌아가서 찬이를 데리고 송가네 집으로 갔다.한혜숙은 이미 음식을 다 준비해 놓고 있었는데,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어서 다리 상이 부러질 것 같았다.딱 봐도 많은 시간을 들인 한 끼였다.찬이를 보니 한혜숙은 더욱 다정해졌다.“아이고, 우리 찬이 살 많이 올랐네. 키도 커지고 뽀얀 것이 세헌이와 똑 닮았어.”한혜숙은 찬이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송연아도 찬이를 보니 확실히 강세헌을 많이 닮았다.“아 맞다, 내가 저번에 너희한테 보여줬던 결혼 날짜 생각나? 이제 날씨도 선선해지고 날도 곧 다가오니까 슬슬 준비 시작해도

  • 미친 그날 밤   제407화

    “이슬이가 한동안 여기서 지냈잖아? 아무래도 예걸이가 이슬이를 좋아하는 것 같아.”한혜숙도 약삭빨랐는데, 송예걸의 작은 속셈을 진작에 알아차렸다.송연아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지만, 확신하지는 않았다.지금 한혜숙의 말을 들어보니, 송연아는 송예걸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송예걸은 송연아와 한혜숙의 시선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전화를 걸고 있었다.곧 전화가 연결되었다.“이슬 누나, 저예요.”안이슬이 웃으면서 물었다.“집에는 잘 도착했어?”“네, 근데 누나한테 할 말이 있어요.”송예걸은 막 말하려다가 말을 돌렸다.“잠깐만요.”그는 핸드폰 스피커를 막고 송연아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심재경은 언제 결혼하는데?”“모레.”송연아가 말했다.송예걸은 핸드폰 스피커에서 손을 떼고 안이슬에게 말했다.“모레 아침에 일찍 여기에 올 수 있어요?”안이슬이 말했다.“나 그때 시간이 없는데.”“급한 일이 있어서요. 부탁이에요. 이번 한 번만요, 앞으로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정말 시간이 없어...”“이슬 누나, 우리 좋은 누나, 약속해 줘요. 제가 누나를 보러 간 걸 봐서라도 날 불쌍히 여겨줘요.”송예걸은 비굴하기 짝이 없었다.안이슬은 정말 그를 참을 수 없었다.“약속할게, 하지만 너도 약속해, 앞으로 이렇게 아무 예고도 없이 제멋대로 행동하지 않기로.”“좋아요.”송예걸은 두말없이 승낙했다.그가 전화를 끊자 송연아가 물었다.“왜 굳이 오라고 했어?”“소식을 듣는 건 직접 보는 것보다는 덜 충격적이잖아, 심재경이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봐야 체념할 것 같아서.”송예걸이 말했다.그는 정말로 주도면밀하게 생각했다.송연아는 몇 초 동안 송예걸을 쳐다보았다.“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거 보니까 너 이슬 언니 좋아하지?”그녀는 트집을 잡았다.“내가 이슬 누나 좋아한다고 해서 뭐? 누나는 아직 미혼이고, 나도 결혼하지 않았어. 내가 여자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누나가 남자친구 있는 것도 아니잖아.”

  • 미친 그날 밤   제408화

    메시지를 보낸 후, 그녀는 줄곧 핸드폰을 주시했다.그의 답장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3분, 5분, 10분, 차가 집에 도착했어도 강세헌의 답장은 받지 못했다.송연아는 아마 이때 그가 바빠서 메시지를 못 봤을 것으로 생각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자신을 위로했다.사실은 그녀가 생각한 것이 맞았다.이때 강세헌은 확실히 바빴다.수십 명의 임원이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회의실에 모였다.밑에 있는 사람 중에는 서양인도 적지 않았는데, 지금 모두 옷깃을 여미고 앉아 있었다.브리언트는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때 천주 그룹에서 적지 않은 업무를 전이시켰고 강세헌이 시장 추세에 대한 파악과 예리한 비즈니스 기회의 포착, 정확한 투자와 예리한 판단으로 짧은 시간 내에 이미 성숙한 투자 회사가 되었기에 업계에서는 이미 유명했다.강세헌은 국내의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투자했는데, 2년 동안 이미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를 만들어냈고, 5천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가진 사람은 이미 3명이나 되었다.이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국내에서 매우 유명했다. 다만 아무도 진정한 우두머리가 누구인지 모를 뿐이었다.이건 강세헌이 나설 가치가 없었기에 회사 책임자가 평소 업무를 관리하였고,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거나 발전 방향을 판단할 때만 강세헌이 관여했다.이 외에도 브리언트가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만윤 실업이 있었는데 자동차제조회사였다. 이 회사는 강세헌이 천주 그룹을 운영할 때 투자한 것으로 수년간의 기다림 끝에 큰 성과를 거두었다. 강세헌은 이 산업을 중시했는데, 더욱 나아가 국산 프리미엄 전기차를 대표하여 글로벌 경쟁에 참여하는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로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계열 제품으로는 KST5, KST6, KST7, WS1, WS2가 있다.지난해에는 뉴욕증권거래소에까지 출시되었다.브리언트가 의료 분야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는데, 오늘 각 회사와 본사의 고위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했다.회의와 각 부서의 책임자 면담도

  • 미친 그날 밤   제409화

    강세헌이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그녀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고 치맛자락을 쥔 손도 더욱 팽팽해졌다.그렇게 익숙한 사람인데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녀가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긴장감을 주는 사람이었다.분명히 그를 그렇게 보고 싶어 했는데, 그가 걸어왔을 때 그녀는 뒷걸음질 쳤다.“더 잡아당기면 치마가 구겨지겠어. 구겨지면 보기 흉해.”강세헌이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는데, 너무 차가워 그는 조용히 물었다.“추워?”송연아는 당황한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고개를 저었다.강세헌이 웃었다.“나를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나를 보고 긴장해, 내가 널 잡아먹기라도 해?”송연아는 고개를 숙였다.“아니에요. 그냥 여기 올 줄은 생각지도 못해서...”강세헌은 그녀의 턱을 살짝 치켜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오랜만에 네가 이렇게 이쁘게 꾸몄는데, 내가 이때 안 오면 또 언제 이 모습을 볼 수 있겠어?”그는 매우 자상했으나 송연아는 계속해서 그들 사이에 뭔가가 있다고 느꼈다.“가자.”강세헌은 그녀의 손을 들어 팔짱을 끼게 하였다.송연아는 그를 붙잡고 감정을 추슬러 자신의 목소리가 정상으로 들리게 하려고 노력했다.“일은 다 끝냈어요?”강세헌이 말했다.“아니.”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다.송연아는 속상했는데, 일부러 자신을 피하는 것이란 말인가?한번 출장 가면 빨리 오지도 않으면서 지금도 여전히 할 일이 남아있고 바쁘다니.“그래서, 또 돌아가려고요?”그녀는 목소리를 최대한 차분하게 하려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강세헌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네가 가지 말라고 하면, 안 갈게.”송연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를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그것은 그의 일이었다.자신도 직업이 있는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이 바쁠 때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강세헌을 붙잡고 자기 곁에 두려고 했지만, 마음에 아직 벽이 있는 상황에서 그가 자기 곁에 있어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아마 그들은 모두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아니, 정확히는 강

  • 미친 그날 밤   제410화

    현장에 워낙 사람이 많아서 그녀는 송예걸의 모습을 찾지 못했다.“강 대표님.”누군가가 구석에 있는 강세헌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강세헌은 원래 다른 사람을 상대하기 싫어서 송연아를 데리고 구석에 앉았다.“강 대표님이 천주 그룹을 떠나셨다면서요, 그럼 이제 당신을 강 대표라고 부를 수는 없겠죠? 뭐라고 불러야 하나요? 강세헌? 지금의 천주 그룹은 엉망진창이던데, 전에 강세욱이 거액의 빚을 지고 있다가 후에 일이 흐지부지됐다고 들었어요. 아마 이 일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당신이 제일 잘 알고 있겠죠?”예전에 강세헌은 이 바닥에서 모든 사람이 존경하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운 대상이었다.왜냐면, 상업계에서의 그의 수법은 너무 거칠고, 인정사정이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제 강세헌은 천주 그룹의 대표가 아니었다.그래서 사람들이 이제 그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되어 감히 경망스럽게 그의 이름을 함부로 불렀던 것이다.강세욱이 또 그렇게 큰 실수를 했으니 지금의 강씨 집안은 이미 예전의 강씨 집안이 아니었다.더는 건드릴 수 없는 가문이 아니었다.강세헌은 차갑게 눈을 치켜뜨고 덤덤하고 시큰둥한 어조로 말했다.“그렇게 관심이 있으시면, 당사자한테 물어보시든가요.”“강세욱의 사촌 형이잖아요, 그래서 내가...”“이 대표.”정장 차림의 남자가 다가왔다.방금 말을 꺼낸 이 대표는 천우 엔터테인먼트의 정 대표를 보고는 즉시 웃으며 말했다.“정 대표님 오랜만입니다. 지금 정 대표님이 얼마나 인기 있는지 모르시죠? 대표님 밑에 있는 인플루언서들은 이미 당신에게 많은 돈을 안게 했다죠?”“그럭저럭해요.”“천우 엔터가 인플루언서를 키우는 회사의 원조라는 것을 누가 모릅니까? 오늘날 이렇게 발달한 인터넷을 정 대표님은 유용하게 이용해 많은 이익을 창출하셨죠. 우리는 정 대표님과 싸우지 않을 거고, 싸워도 이길 수 없으니까 그렇게 겸손할 필요 없어요.”이 대표는 말을 맛깔나게 잘했는데, 그는 실업하는 사람이었다.최근 몇 년 동안 경제 상황이 나빠졌는데, 해가 갈수록

  • 미친 그날 밤   제411화

    김 씨 어르신은 이 대표를 한 번 쳐다보았다.“강 대표는 천주 그룹을 떠났지, 이 바닥을 떠났니? 왜, 강 대표와 같이 일하고 싶어?”이 대표는 지금 부끄러워서, 쥐구멍이 있다면 들어가 숨고 싶었다.뺨은 술을 마신 듯 벌겋게 달아올랐다.“당연히 같이 일하고 싶죠. 강 대표님은 아마 제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겁니다.”김 씨 어르신은 이 나이가 될때까지 헛되게 산 것은 아니었다. 모든 것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었고, 꿰뚫고 있었다.총명한 눈빛으로 이 대표와 강세헌을 한 번 둘러본 뒤 미소를 지었다.“강 대표가 하는 일은 다 큰일이니 당연히 너와 같이할 수 없지.”말이 마치고 김 씨 어르신은 한마디 덧붙였다.“참, 회성 은행을 인수했다면서?”이 대표는 너무 놀라 멍해졌다.회성 은행?그것은 백 년 묵은 은행이 아닌가?“어르신은 소식도 빠르십니다.”강세헌은 손을 들어 그와 건배했다.김 씨 어르신은 감탄했다.“네 사업 배치는 정말...”그는 강세헌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신부 쪽에서 부모님이 성대하게 등장했는데, 아무래도 오늘의 주인공 중 한 명이기 때문일 것이다.찾아온 하객과 인사하는 것은 꼭 필요했는데, 강세헌은 여기에 말려들고 싶지 않았지만, 신분이 있는지라 그가 찾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그를 찾아왔기에 상대하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었다.송연아는 송예걸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작은 소리로 강세헌에게 말했다.“송예걸도 왔어요. 그 놈이 무슨 일을 저지를까 봐 내가 얼른 찾아야겠어요.”“조심해.”강세헌은 그녀와 가까이 있었기에 그의 체온과 말할 때의 열기는 모두 그녀의 목덜미에 떨어졌고, 따뜻하고 뜨거운 것이 그녀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송연아는 그 순간 따뜻한 기운을 느꼈다.그는 여전히 그녀를 걱정했다. 아무리 지금 그들 사이에 임옥민의 죽음을 사이에 두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강세헌은 여전히 그녀를 신경 쓰고 있었다.그녀는 부드럽게 대답했다.“알았어요.”김 씨 어르신은 송연아를 보고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

  • 미친 그날 밤   제412화

    심재경이 고개를 돌리자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송예걸과 그 옆에 서 있는 안이슬이 보였다.분위기는 잠시 어색해졌지만, 심재경의 시선은 마침내 안이슬에게로 고정되었다.송예걸은 안이슬과 가까이 서 있었기에 그녀가 떨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두려워하지 말아요, 내가 옆에 있으니까.”송예걸이 안이슬의 손을 잡자 심재경은 주먹을 꽉 쥐었다.송연아는 심재경이 화를 참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얼른 안이슬 곁으로 가서 심재경의 시선을 막았다.“사람은 이미 찾았으니까 이제 데리고 떠날게요. 선배, 가서 일 보세요.”심재경은 가지 않고 그들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와 앞을 가로막는 송연아를 밀어냈다.“나 이슬이랑 말 좀 할게.”아무 감정도 없이 눈을 치켜뜬 안이슬은 냉정하게 말했다.“너와 할 말 없어. 오늘 넌 신랑이잖아. 잘 지내, 난 널 방해하지 않을 거야. 정말이지, 내가 만약 오늘 너의 결혼식이란 것을 알았다면, 오지 않았을 거야. 예걸이가 오늘 결혼하는 건 친구 중 한 명이라고 거짓말했어, 그리고 나보고 여자 파트너가 되어달라고 해서 온 거야, 절대로 네 결혼식을 망치거나 너한테 걱정을 끼치려고 한 게 아니라고.”그러자 안이슬은 송예걸을 끌어당겼다.“가자.”심재경이 쫓아와서 송예걸의 손을 덥석 잡아당겼다! 그리고 백핸드로 그를 한쪽으로 밀었다.안이슬에게 있어서 송예걸은 그녀의 친구인데, 그가 왜 그녀의 친구를 그렇게 대한단 말인가?“심재경,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신랑으로서 주인공으로서의 기질이 있어야지, 사람을 다치게 하고 괴롭히기나 하고, 이게 너희 대가족이 손님을 맞이하는 방법이야?”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심재경은 대답하지 않고 손목을 잡고 그녀를 끌고 갔다.“이거 놔!”안이슬은 분노했다.송예걸이 일어서서 심재경의 손을 잡아당기려고 했다.“그 사람 놔줘...”하지만 송연아는 그를 막았다.송예걸은 씩씩대며 말했다.“왜 말려, 이슬 누나가 지금 심재경한테 끌

  • 미친 그날 밤   제413화

    몇초간 공기마저 정지 된 것 같았다.윤소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 분이 바로 이슬 언니죠? 재경 오빠한테서 얘기 들었어요. 저희 결혼식에 참석하러 오신 거예요?”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마치 방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처럼 말이다.안이슬은 미간을 찌푸렸다.‘심재경이 내 얘기를 했다고? 전 여친이라고 생각하고 현 여친한테 얘기한 건가?’안이슬은 확실히 굴욕을 당했고 그녀는 차갑게 웃었다.“결혼 축하하러 왔어요. 백년해로 하시고 항상 행복하시길 바래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심재경을 바라보았다.“그쪽 재경 오빠는 정말 정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그러니 꼭 잘 잡으세요. 다른 여자를 보고 다리가 나른해지면 안되죠.”“재경 오빠 그런 사람 아니에요.”윤소민은 웨딩드레스의 큼지막한 치맛자락을 안고 그들을 향해 걸어왔고 심제경의 팔짱을 꼈다.“오늘은 저희의 결혼식이고 하객들도 많아서 인사하러 가야 해요. 곧 결혼식도 시작하니 다들 로비로 가서 기다려 주세요. 저희도 이만 가야 해서요.”그녀는 시종일관 화를 내지 않고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이 냉정함.이 참을성.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송연아도 이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만약 그녀와 강세헌의 결혼식에서, 강세헌이 다른 여자와 키스를 나눈 모습을 보았다면 그녀는 분명 미쳐 날뛰겠지?심재경은 차마 안이슬을 쳐다 보지 못하고 윤소민따라 가버렸다.송예걸은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심재경은 지금 뭐 하자는 거지? 먼저 이슬 누나에게 치근덕거렸고 목적을 달성하니 지금 이렇게 가버린 다고?’그는 더 이상 신경 쓸 틈도 없이 달려고 심재경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그러고도 당신이 남자야?”윤소민은 화를 냈다.“당신 뭐 하는 거야? 뭔데 사람을 때려?!”송예걸은 콧방귀를 꼈다.“자기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아서 때렸고. 사람을 괴롭혀서 때린 건데.”“우리 재경 오빠는 당신보다 훨씬 남자답고 당신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은 사람이야. 책임감이 있는 남자라고. 당

최신 챕터

  • 미친 그날 밤   제1265화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 미친 그날 밤   제1264화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 미친 그날 밤   제1263화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 미친 그날 밤   제1262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 미친 그날 밤   제1261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 미친 그날 밤   제1260화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 미친 그날 밤   제1259화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 미친 그날 밤   제1258화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 미친 그날 밤   제1257화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