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아는 이 상황이 어이없고 우스꽝스러웠다.“임옥민 씨는 구진학의 이기적인 사랑 때문에 죽었어요. 구진학은 그녀를 구했지만 또 결국 그녀를 죽인 거잖아요, 그렇죠? 그가 임옥민 씨가 과거를 잊기를 원하지 않았다면 그녀에게 칩을 이식하지 않았을 거고, 뇌출혈로 인한 쇼크도 오지 않았을 거고 심지어 심폐소생술을 쓸 일도 없었어요. 구진학이 살인자 아닌가요? 임옥민 씨의 아들로서 세헌 씨가 구진학한테 응당 복수를 해야 하지 않나요?”“진학이는 옥민 씨를 진심으로 좋아했어.”주석민은 구진학을 구하기 위해 송연아를 희생시키려고 애썼다.오랜 세월 제일 친한 친구로서.그는 구진학이 임옥민에 대한 감정을 알고 있었다.“구진학이 진심이라면 임옥민 씨는 진심으로 그를 좋아했나요? 임옥민 씨가 구진학을 좋아했다면 어떻게 세헌 씨의 아버지와 결혼할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구진학이 임옥민 씨가 과거를 잊게 만들었는데 임옥민 씨의 동의를 거쳤습니까?”송연아는 이 모든 게 구진학이 이기적인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이기적으로 사람의 기억을 지웠고 자신의 비열함을 은폐하기 위해 사랑이라는 변명을 댔다고 생각했다.“저는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 동의하는 건 불가능해요. 저랑 남편은 사이가 좋아요. 이것 때문에 세헌 씨가 저를 미워하게 할 수는 없어요. 교수님은 구진학이 임옥민 씨를 사랑한다고 말하셨지만, 제 생각에 그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에요.”다른 사람의 아내를 강제로 소유하는 것.다른 사람의 어머니를 강제로 데려가는 것.주석민이 말했다.“사랑이야.”“아무튼 전 동의하지 않아요.”송연아는 단호했다.“전에 내가 너를 필사적으로 감싸 준 걸 봐서라도 부탁 들어줄 수는 없니...”“안 돼요, 최지현의 문제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건 제가 마음속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이 문제는 정말 도울 수 없어요. 세헌 씨는 사실을 알 권리가 있고, 우리 중 누구도 그 권리를 빼앗을 수 없어요...”주석민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알았어.”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구민은 왜 그녀에게 택배를 보냈을까?송연아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긴장했다.또한 그녀는 소포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빨리 확인하고 싶었다.그녀는 택배를 들고 돌아갔다.사무실로 돌아온 그녀는 자리에 앉아 골판지 상자를 열었다.큰 상자 안에는 편지와 빨간 벨벳 상자가 들어 있었다.송연아는 망설였고 즉시 내용물을 꺼내지 않았다.그녀의 목구멍은 건조했다.구민이 이젠...이것이 그녀의 유품이라고 생각하니 코가 시큰해 났다.그녀가 힘든 건 구민 때문이 아니었다.강세헌 때문이었다.마치 하늘이 강세헌에게 큰 장난을 친 것 같았다.갑자기 죽은 줄 알았던 가족을 얻게 해 주었다가 하룻밤 사이에 다시 빼앗아 버렸으니까.축하와 비극이 너무 빨리 찾아왔다.방심할 수밖에 없었고, 준비할 시간도 없었다.송연아는 몇 번 심호흡을 한 후 마음을 진정시키고 빨간 벨벳 상자를 꺼내 열었다. 그 안에는 심플한 스타일의 반지가 있었는데, 상단의 큰 노란색 다이아몬드가 매우 눈부시고 광택이 났다.그녀는 다이아몬드에 대해 잘 몰랐지만, 이 색상에 이 정도 크기라면 가격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녀는 뚜껑을 닫고 그것을 다시 골판지 상자에 넣었다. 마침내 편지를 집어 들고 잠시 망설이다가 봉투를 찢었다.그녀는 편지지를 꺼냈다.편지 안에는 직접 쓴 아름다운 손글씨가 적혀 있었다.송연아가 편지를 펼치자마자 한 줄의 텍스트에 시선이 갔다......송연아의 표정이 서서히 변했다.점점 더 복잡해졌다.점점 더 어찌할 바를 몰랐다......마지막 문장은 충격적이었다.‘저를 위해 비밀로 해주시고 아무에게도, 특히 세헌에게 말하지 마세요.’------임옥민...수술실에서.주석민은 구진학을 끌어당겼다.“진정해, 사람은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 없어. 조의를 표할게...”구진학 바닥에 털썩 앉아서 고개를 젖혀 주석민을 바라보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살고 싶지 않아.”“진학아, 정신 차려야 해.”주석민이 그를 타일렀다.그러나 구진학은 고개를
“다 들었어?”주석민은 살짝 한숨을 쉬며 자신의 모습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구진학을 바라보았다.“이 나이에 후배 앞에서 망신을 다 하네.”송연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임옥민의 편지를 읽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테니까.“교수님이 한 말에 약속할게요.”주석민은 송연아의 빠른 태세전환에 놀라 잠시 얼어붙었다.너무 빨라서 그가 반응하지 못할 정도였다.“너, 방금 뭐라고 했어?”주석민은 믿을 수 없었다.“제가 수술했다고 할게요...”“네가 나 대신 누명을 뒤집어쓸 필요 없어. 내 이기심 때문에 민이가 죽었고, 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나를 보호하기 위해 네가 희생 할 필요가 없어...”구진학은 비틀 거리며 일어나 임옥민을 안으려고 했다. 이때 송연아가 입을 열었다.“사실 임옥민 씨는 얼마 전부터 이미 과거를 기억하고 있었어요...”구진학의 몸은 한참 동안 굳어졌다가 천천히 돌아 섰다.“너, 뭐라고 했어?”주석민도 놀란 표정으로 송연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떻게 알았어?”“임옥민 씨께서 저한테 편지를 썼는데 제가 사는 곳을 몰라서 병원으로 보냈나 봐요. 그래서 방금 읽었어요...”“뭐라고 썼는데?”갑자기 구진학이 송연아에게 달려들어 어깨를 붙잡고 물었다.“말해봐, 빨리 말해봐, 민이가 뭐라고 했어?”“임옥민 씨가 편지의 내용을 비밀로 해달라고 했기 때문에 말할 수 없어요.”“편지는 어디 있어?”구진학은 포기하지 않았다.“말할 수 없으면 빨리 편지를 내놔.”“줄 수 없어요.”송연아의 표정과 목소리 톤은 감정의 기복 없이 차분했고, 그녀는 구진학의 손을 떼어내고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구진학은 여전히 계속 추궁하고 싶었지만 주석민의 제지를 받았다.“내가 연아를 잘 알아. 연아가 말하고 싶지 않은 건 네가 아무리 물어도 소용이 없어. 게다가 옥민 씨가 비밀을 지켜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에 연아는 절대 말하지 않을 거야. 걔를 난감하게 하지 마. 아까 네가 죽으면 옥민 씨가 슬퍼할 거라고 말했잖아. 내 생각에
“권위 있는 법의학자에게 확인한 결과, 의사의 실수로 수술 중 신경 섬유가 절단되어 사모님이 사망하셨다고 합니다... 뇌 수술은 원래 위험이 크다고 합니다. 전문적인 뇌 외과 의사가 수술을 하지 않으면 사고 가능성이 엄청 높다고 해요. 제가 문의해 보았는데, 그날 사모님이 수술받으실 때 수술실에 의사는 총 6명이 있었는데 주석민 교수와 송 사모님도 있었고... 제가 여러 명에게 물어봤는데 모두...”진원우는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었다.임지훈이 설명했다.“아마도 사모님은 사람을 구하려고 노력했지만 심장외과 의사라 뇌 수술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약간의 실수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강세헌은 통유리 창문 앞에 서서 그들을 등지고 서 있었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임지훈과 진원우도 감히 말을 못 하고 조용히 서 있었다.한참 후 강세헌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너희 모두 돌아가.”진원우와 임지훈은 서로를 쳐다보더니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수술대 위에서 사고가 나는 건 드문 일이 아닙니다...”“내가 말했잖아, 너희들은 돌아가도 된다고. 못 알아들어?” 강세헌은 낮은 목소리로 그의 말을 잘랐다.“네.”임지훈과 진원우는 서재에서 나왔다.송연아는 구석에 숨어 임지훈과 진원우가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서재 입구로 걸어가 한 손으로 유리창을 받치고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구부린 강세헌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이런 그의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그는 강세헌이다.자신만만하고 거만한 강세헌.이런 자세는 그가 가장 경멸하는 자세였다.하지만 지금은...그의 마음은 매우 힘들 것이다.이제 막 찾은 어머니가 미처 자신을 알아보기도 전에 다시 한번 그를 떠났기 때문이다.같은 고통을 두 번이나 경험했다.그에게는 너무 잔인했다.하지만 송연아는 지금 그를 위로하고 곁에 있어줄 수 없었다.그녀를 보면 기분이 더 나빠질 테니까.그녀는 이제 그의 어머니를 죽인 사람이 되었다.송연아는 서재 문을 조심스럽게 닫았
진원우는 약간 화가 났다. 그는 그녀가 실수한 거지 진짜 사람을 해치려고 한 것이 아니였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강세헌에게 제대로 설명한다면 그들의 관계는 잘 회복될 수 있었는데, 그녀가 계속 이런 식이라면 그들의 관계는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다.죽은 사람은 강세헌의 어머니였다.“알아서 조심하세요.”진원우는 이미 떠난 강세헌을 따라가기 위해 발걸음을 빨리 옮겼다.송연아는 구진학에게 다가와 말했다.“당신은 미국으로 돌아가요.”구진학은 고개를 들어 송연아를 바라보며 물었다.“그것도 민이 생각이야?”임옥민은 편지에서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구진학이 미국으로 돌아가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은 송연아였다.“따님이 있지 않습니까? 따님에게로 돌아가세요.”송연아가 말했다.두 사람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을 송연아는 어떻게 알았을까?이것도 임옥민이 그녀에게 말한 걸까?그럴 수밖에 없었다.“민이가 원하는 것이라면 민이의 말을 들을 거야.”구진학이 말했다.송연아는 이 문제가 빨리 끝날 수 있기를 바랐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정말 괴로워하고 있었다.특히 강세헌의 차가운 눈빛을 보면 숨을 쉴 수가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침착한 척해야 했다.흰 가운으로 갈아입고 출근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주석민이 그녀를 사무실로 불렀다.“왜 오늘도 출근하는 거야?”주석민이 말했다.“제가 출근하지 않으면 어디로 가요?”송연아가 되물었다.주석민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강세헌은 그녀의 실수로 임옥민이 죽었다고 알고 있으니 마음속으로 그녀에 대한 원한이 어느 정도 있을 수밖에 없었다.“이번 일은 고마워. 네가 아니었다면 진학이는 확실히 살아남지 못했을 거야...”“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임옥민 씨가 그 편지를 쓰지 않았다면 저는 동의하지 않았을 거예요. 심지어 전 그 편지를 읽은 것을 후회하기도 했어요.”그녀는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만큼 고귀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녀가 그렇게 한 이유는 임옥민이 강세헌의 어머니였기 때문이었다.“저 일하러 갑니
뿌리쳐진 고훈은 당황했다.그제야 그는 송연아가 무서울 정도로 태도가 냉담한 것을 발견했다.어쩔 수 없이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연아 씨, 왜 그래요?”송연아가 시간을 확인하더니 물었다.“2분 줄게요. 얘기할래요?”고훈은 잠시 멈칫했다.“...”“강세헌이 무슨 짓을 했는지 내가 투자하고 있는 건물 건설을 위법이라고 중단시켰어요. 난 처음부터 승인을 받고 시작했어요. 그것 때문에 내가 급히 청양시로 달려가 수소문했는데, 강세헌이 손 쓴 거더라고요. 강세헌 왜 그렇게 소심해요?”송연아는 그의 말을 듣고 상황을 이해했다.“샘통이네요.”고훈은 화를 참으며 말했다.“무자비한 사람.”“고훈 씨 어머니는 퇴원하셔서 집에서 회복하시면 돼요. 언제든지 퇴원 동의서에 서명해 드릴 수 있어요.”송연아가 담담하게 말했다.고훈은 할 말을 잃었다.“...”그는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송연아 씨, 당신도 강세헌의 와이프 아니랄까 봐 똑같이 냉혈하고 무자비하네요. 당신이 우리 엄마를 구해준 것을 봐서 이번에 당신의 말에 순종적이진 않아도 적어도 기분을 맞춰줬는데, 나한테 너무 상처 주는 거 아니에요?”송연아는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2분 지났어요. 전 일하러 갑니다.”고훈은 다시 말문이 막혔다.“...”“이 나쁜 여자, 당신을 좋아할 사람은 강세헌밖에 없어. 내가... 진짜 눈이 멀었었지, 당신 같은 사람한테 호감을 느꼈다니.”고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송연아는 발걸음은 잠시 멈췄다가 더 큰 발걸음으로 떠났다.도망치는 듯한 송연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훈은 할 말을 잃었다.“우리 엄마 퇴원시키더라도 당신을 찾지 않을 거야.”송연아는 못 들은 척했다.아무 대답도 없었다.고훈은 화를 참을 수 없었다.“이봐...”여전히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훈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사흘 후.임옥민의 장례가 치러졌다.강세헌은 아주 비밀리에 장례식을 치르고 누구도 초대하지 않았다. 강세헌에게 강씨
강세헌은 천천히 눈을 들었고 몇 초간 그를 응시하더니 이내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안 죽었다고?”진원우가 대답했다.“안 죽었답니다. 죽은 건 운전기사였습니다.”“깨끗하게 처리해. 돌아가신 운전기사 가족들한테는 보상 넉넉히 드리고.”진원우는 알겠다고 했다.이 일로 인해 진원우는 매우 큰 죄책감을 느꼈는데, 그의 목표는 원래 구진학이었으나 결국 무고한 사람을 죽게 했다.“회사 쪽에는 대표님이 한 번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진원우가 말했다.“알았어.”강세헌은 표정 하나 없이 담담하게 대꾸하였고 태도가 너무 냉랭하여 주위의 공기가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 그는 손을 들어 진원우에게 가도 좋다는 신호를 보냈다.요 며칠 동안 강세헌의 안색이 계속 어두웠기에 진원우는 예전처럼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다.그는 물러갔다.서재의 문을 닫은 그는 거실에 있는 송연아를 보고 말했다.“대표님에게 많이 신경 써주시면 안 돼요?”그와 같은 부하들에게 있어서 만약 계속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하게 된다면, 언젠가는 억눌려 질식할 것만 같았다.임지훈마저 오기 싫어했는데, 예전에 회사 가기 싫다던 사람이 지금은 매일 회사에 붙어있고 돌아오지 않았다.송연아는 강세헌을 관심해 주고 싶었지만, 지금 그는 임옥민의 죽음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다.임옥민이 죽은 지 얼마나 되었는가?그를 종일 깔깔 웃게 하란 말인가?이것이 진정 가능하단 말인가?예전에도 강세헌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기에 지금은 더욱 불가능했다.송연아는 그가 지금 겪고 있는 이 고통을 잘 알고 있었다.“세헌 씨한테 시간을 좀 줘요.”그녀는 조용히 말했다.“그냥 대표님이 계속 이러실까 봐 걱정이에요.”이건 진원우의 속마음이기도 했는데, 강세헌이 너무 답답하다고 생각했다.마음이 안 좋으면 차라리 큰 소리로 욕을 해도 되는데, 이렇게 침묵만 하고 있으니 그와 함께 있을 때마다 공간이 남달리 좁은 느낌을 들게 하여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진원우는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하면 강세헌이 병이 날까 봐
강세헌의 잔잔한 눈동자에는 감정 기복이 뚜렷했고 그녀가 할 말을 기대하는 것 같았다.송연아는 그녀와 상관없다는 얘기를 꺼내려는 순간, 임옥민이 편지에서 그녀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그녀는 또다시 딜레마에 빠졌고 입술을 심하게 떨었다.“... 미안해요.”그녀는 고개를 숙이고는 재빨리 말했다.“믿어줘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송연아는 도망치듯 서재를 뛰쳐나왔다.그녀는 화장실로 숨어들어 가슴을 부여잡고는 하고 싶은 말을 애써 꾹꾹 눌러 참았다.그런데 코가 너무 시큰거렸고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송연아는 황급히 입을 가렸고 아무에게도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그녀는 감정을 추스를 수 있었다.식사할 때, 그녀는 강세헌의 옆에 앉았고 고개를 숙여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른 채 허겁지겁 먹었다.강세헌은 스스로 입을 열지는 않았고 단지 오은화가 데워놓은 우유 한 잔을 그녀 앞에 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송연아는 우유를 바라보며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오은화는 정신이 다른 데로 팔린 송연아를 보고 소리 내 당부했다.“우유는 뜨거울 때 마셔야 더 좋아요.”송연아는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영롱한 물 한 방울이 컵에 떨어졌고 하얀 액체 속에 묻혀 사라졌다.그녀는 컵을 들고 우유를 다 마셨고 방으로 돌아올 때, 강세헌이 찬이 침실에 있는 것을 보았다.송연아는 입구에 서서 들어가지 않았고 묵묵히 몸을 돌렸다.샤워를 마친 그녀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넋을 놓고 있었고 조금도 졸리지 않았다.하지만 강세헌이 침실 문을 열자 그녀는 눈을 감고 자는 척했다.아마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였을 것이다.어색할까 봐, 또 그의 냉정한 눈빛을 보고 마음이 아플까 봐 아예 잠든 척을 했다.그녀는 콸콸 흐르는 물소리를 들었고 그의 발걸음 소리를 들었으며 이내 옆자리에 인기척이 느껴지자 그가 침대에 누웠다는 것을 알았다.예전에는 침대에만 누우면 강세헌은 꼭